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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속의 작은 마녀' 박은현 써니사이드업 대표…"인디게임도 결국 창업"
[경제일보]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부산인디커넥트페스티벌 2026’ 현장. 써니사이드업 부스에서는 게임 속 캐릭터와 세계관을 활용한 굿즈가 관람객들의 손에 들려 나갔다. 동전지갑과 타로카드는 일찍부터 관심을 모았고 일부 상품은 품절돼 추가 물량을 가져오기도 했다. 박은현 써니사이드업 대표는 “정식 출시 후 시간이 지나도 이용자들이 우리 게임을 계속 좋아해 줄지 걱정했다”며 “굿즈를 구매하고 게임 이야기를 나누는 분들을 보면서 여전히 사랑받고 있다는 사실을 실감했다”고 말했다. 써니사이드업이 BIC 현장을 찾은 것은 오랜만이다. 개발 기간이 길었던 만큼 그동안 행사 참가보다 게임 완성에 집중해 왔다. 지난해 9월 ‘숲 속의 작은 마녀’를 정식 출시한 뒤에는 이용자와 직접 만나는 일의 의미가 달라졌다. 박 대표는 “팀원들이 자신이 만든 작품을 이용자들이 즐기는 모습을 직접 보고 싶어 했다”며 “현장은 정신없고 체력적으로도 쉽지 않았지만 팬들과 마주한 순간 창작자로서 큰 보람을 느꼈다”고 말했다. ‘숲 속의 작은 마녀’는 견습 마녀 엘리의 생활과 모험을 그린 어드벤처 게임이다. 플레이어는 숲과 마을을 오가며 생물을 관찰하고 재료를 채집해 물약을 만든다. 완성한 물약으로 주민들의 문제를 해결하고 캐릭터들과 관계를 쌓으며 엘리의 이야기를 이어간다. 이 게임은 2022년 5월 스팀 얼리 액세스로 출시된 뒤 약 3년간 개발을 거쳐 2025년 9월 정식 버전으로 전환됐다. 개발 초기인 2020년 텀블벅에서는 4652명의 후원자로부터 1억3662만8000원을 모았다. 현재 스팀 이용자 평가는 ‘매우 긍정적’이다. 게임의 출발점은 거창한 영감보다 현실적인 판단에 가까웠다. 작은 팀이 잘할 수 있는 것과 만들고 싶은 것, 시장에서 수요가 있지만 충분히 공급되지 않은 영역을 차분히 검토했다. 박 대표는 “우리가 할 수 있는 일과 하고 싶은 일, 시장에서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지점이 무엇인지 고민했다”며 “세 가지 조건이 만나는 곳에서 나온 아이디어 중 하나가 ‘숲 속의 작은 마녀’였다”고 설명했다. 전투가 없는 생활형 힐링게임에서 가장 큰 과제는 반복 플레이의 지루함을 줄이는 일이었다. 써니사이드업은 채집을 단순한 수집 활동으로 두지 않았다. 생물마다 행동 방식과 기믹을 부여해 이용자가 각각의 특성을 파악하고 상황에 맞는 방식으로 재료를 얻도록 설계했다. 박 대표는 “전투가 없는 만큼 채집 경험을 다른 게임과 다르게 만들어야 했다”며 “생물의 행동을 관찰하고 기믹을 해결해야 재료를 얻도록 해 반복 과정에도 도전 요소를 넣었다”고 말했다. 감성적인 분위기와 시스템적 재미를 함께 유지하는 것도 중요한 과제였다. 박 대표가 가장 좋아하는 크리처로 ‘말랑지’를 꼽은 이유도 이 때문이다. 박쥐를 모티브로 만든 말랑지는 꽃에서 잠을 자다가 플레이어가 건드리면 놀라는 행동을 보인다. “기믹을 강조하면 감성적인 부분이 약해지고 감성에 집중하면 게임성이 단순해질 수 있습니다. 말랑지는 단순한 행동만으로도 재미와 감성을 함께 살린 사례입니다.” 팀 운영의 핵심 원칙은 ‘고이지 않는 것’이다. 장기간 같은 구성원이 함께 일하면 생각이 굳고 집단사고가 생길 수 있다고 봤다. 박 대표가 큰 방향만 제시하고 세부 개발은 팀원들의 자율에 맡기는 이유다. 써니사이드업은 약 3주 단위로 개발 주기를 운영한다. 주기가 끝나면 결과물뿐 아니라 작업 과정도 함께 돌아본다. 무엇을 만들었는지뿐 아니라 어떻게 협업했는지를 점검하며 개발 방식 자체를 조정해 왔다. 친구 3명으로 시작한 써니사이드업은 개발 과정에서 규모를 키워 정식 출시 전 16~18명까지 늘었고 현재는 15명이 함께하고 있다. 다만 당장 조직을 더 확대할 계획은 없다. 인공지능을 비롯한 개발 환경이 빠르게 변하는 상황에서 준비되지 않은 확장은 오히려 조직의 대응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판단이다. 박 대표는 “언젠가는 더 많은 사람과 큰 비전을 갖고 일하고 싶다”면서도 “회사와 저 모두 아직 준비가 더 필요하다. AI 시대의 개발 방식과 인력 운영을 충분히 경험하지 않은 상태에서 몸집부터 키우면 둔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부산정보산업진흥원의 지원은 회사가 지역에 뿌리내리는 데 중요한 기반이 됐다. 초기 입주 공간과 제작 지원을 제공받았고, 이후에도 관련 사업과 정보를 안내받았다. 부산 외 지역의 인재를 채용할 때 발생하는 주거 부담을 전달한 뒤에는 부산으로 이주하는 청년 개발자의 월세 일부를 최대 1년간 지원하는 프로그램도 마련됐다. 박 대표는 인디 개발자들에게 “인디게임 개발도 결국 창업”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창작자가 만들고 싶은 것을 만드는 일인 동시에 회사를 운영하는 일입니다. 개발뿐 아니라 시장, 운영, 수익성과 지속 가능성까지 공부해야 합니다. 예상하지 못한 어려움은 반드시 생기기 때문에 끝까지 개발해야 하는 이유를 스스로 갖고 있어야 합니다.” 앞으로 ‘숲 속의 작은 마녀’는 기존 문제를 보완하는 업데이트에서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는 방향으로 무게중심을 옮긴다. 차기작의 장르나 규모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지만 첫 작품에서 겪은 시행착오를 다음 개발에 적극 활용한다는 계획은 분명하다. 박 대표는 “첫 작품은 노하우가 없는 상태에서 시작해 시행착오가 많았다”며 “다음 작품에서는 지금까지 배운 것을 마음껏 활용해 더 좋은 경험을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게임을 좋아해 주는 이용자뿐 아니라 더 많은 사람이 함께 즐길 수 있는 작품을 선보이고 싶다”고 덧붙였다. 부산에서 시작한 작은 팀은 긴 개발 과정을 거쳐 한 편의 게임을 완성했고, 이제는 이용자와 직접 만나 다음 단계로 나아갈 준비를 하고 있다. 박 대표에게 BIC는 단순한 전시회가 아니다. “부산에서 개발하는 팀으로서 BIC가 이곳에서 열리는 것이 자랑스럽고 편리합니다. 창작자가 만든 작품을 누군가 즐겨 주는 모습을 직접 확인할 수 있는 장이 있다는 것 자체가 감사한 일입니다.”
2026-08-16 12:5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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