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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피 6400선 붕괴…지수보다 경제의 기초체력을 살펴야 한다
[경제일보] 연휴를 마친 국내 증시가 급락했다. 12일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241.69포인트(3.65%) 내린 6384.24로 마감했다. 종가 기준 6400선이 무너진 것은 약 두 달 만이다. 코스닥도 4.83% 하락한 849.19로 거래를 마쳤다. 외국인이 코스피 시장에서 약 2조원어치를 순매도하며 하락세를 주도했다. 하락 폭을 나흘로 넓혀보면 충격은 더 크다. 지난 2일 7003.74였던 코스피는 4거래일 만에 619.50포인트, 8.85% 떨어졌다. 삼성전자의 양호한 실적과 반도체 수출 호조에도 투자심리가 회복되지 못했다. 12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는 나란히 4%대 하락했다. 이번 급락의 배경에는 외국인 매도세와 미국 인공지능(AI) 산업의 성장성에 대한 우려, 반도체 대형주에 집중된 수급 구조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다만 하루의 주가 하락을 곧바로 한국 경제의 구조적 위기로 해석하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 기업 실적과 경기 전망, 글로벌 자금 흐름을 함께 살펴야 정확한 진단이 가능하다. 문제는 급락 자체보다 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되는 과정에서 투자자와 기업이 얼마나 충격을 견딜 수 있느냐다. 주식시장은 미래 수익에 대한 기대를 가격에 반영한다. 단기간에 과도하게 오른 주가가 조정받는 것은 시장의 정상적인 기능이기도 하다. 그러나 외국인 매도가 장기화하고 투자심리가 위축되면 기업의 자금 조달과 가계의 소비에도 부담이 생길 수 있다. 특히 자본시장을 통해 성장자금을 확보해야 하는 중소·중견기업에는 주가 하락과 위험회피 심리의 확산이 더 큰 제약으로 작용한다. 금융시장의 불안이 실물경제로 전이되지 않도록 살펴야 하는 이유다. 이럴 때 정부가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은 지수 자체를 정책 목표로 삼는 일이다. 주가가 떨어질 때마다 공적 자금을 동원하거나 단기 부양책으로 시장을 떠받치려 한다면 가격 형성 기능을 왜곡할 수 있다. 정부가 책임져야 할 것은 특정 지수의 유지가 아니라 금융시장이 정상적으로 작동할 수 있는 여건이다. 금융당국은 증권사와 금융기관의 유동성 및 건전성을 점검하고 신용융자와 파생상품 시장의 위험이 과도하게 확대되지 않는지 살펴야 한다. 급격한 가격 변동이 연쇄적인 강제 매도나 자금 경색으로 이어질 가능성에도 대비해야 한다. 필요한 시장안정 조치는 신속하게 시행하되 개입의 기준과 목적은 명확해야 한다. 불공정거래를 차단하고 시장의 질서를 유지하는 것과 인위적으로 주가 수준을 높이는 것은 구분해야 한다. 정책 당국의 설명 책임도 중요하다. 시장이 불안할 때 근거 없는 낙관론으로 투자자를 안심시키려 해서는 신뢰를 얻기 어렵다. 그렇다고 단기 급락을 곧바로 경제위기로 규정해 불안을 키워서도 안 된다. 외환시장과 채권시장, 주식시장의 움직임을 종합적으로 분석하고 금융 불안이 실물경제로 번질 가능성을 객관적으로 설명해야 한다. 12일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7.7원 내린 1335.1원으로 마감했다. 주가 급락과 환율 상승이 반드시 동시에 나타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보여준다. 금융시장의 위험을 진단할 때도 막연히 고환율과 고금리를 나열하기보다 실제 지표와 자금 흐름을 근거로 판단해야 한다. 보다 근본적인 과제는 한국 경제의 성장 기반을 강화하는 일이다. 외국인 투자자는 기업의 수익성과 성장 가능성, 시장의 유동성, 제도적 신뢰를 종합적으로 평가한다. 한국 기업의 경쟁력이 높아지고 자본시장의 투명성이 개선된다면 장기 투자자금을 유치할 기반도 넓어진다. 정부는 불합리한 규제를 정비하고 기술혁신과 생산성 향상을 뒷받침해야 한다. 인공지능과 반도체, 바이오, 로봇 등 미래산업의 성장 기반을 확충하는 동시에 노동시장과 교육, 산업구조의 변화에도 대응해야 한다. 단기적인 경기부양만으로는 잠재성장률 둔화라는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 기업 역시 책임을 다해야 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대표기업의 실적이 개선되더라도 주가는 글로벌 기술 경쟁과 투자 수요에 대한 기대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실적의 지속 가능성을 입증하고 기술 경쟁력을 높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상장기업 전반으로 보면 지배구조의 투명성과 주주와의 소통도 개선해야 한다. 기업가치를 높이기 위한 노력이 실적과 자본 배분, 주주환원 정책으로 이어질 때 시장의 신뢰도 쌓인다. 정치권은 금융시장 불안을 단기적인 정책 경쟁의 소재로 삼지 말아야 한다. 경기 대응과 취약계층 지원은 필요하지만 재정지출의 효과와 지속 가능성을 함께 따져야 한다. 자본시장 관련 제도 개선과 기업 투자에 필요한 법·제도 정비도 정쟁과 분리해 논의할 필요가 있다. 이번 급락이 한국 경제의 모든 취약성을 드러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다만 반도체 대형주와 외국인 수급에 대한 높은 의존도가 시장 변동성을 키울 수 있다는 점은 다시 확인됐다. 특정 산업의 호황만으로 증시 전체의 안정성을 보장할 수 없다는 뜻이다. 정부와 금융당국은 시장의 정상적인 기능을 지키고, 기업은 수익성과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 정치권은 경제주체가 장기적인 투자와 혁신에 나설 수 있도록 제도적 불확실성을 줄이는 데 힘을 보태야 한다. 주가 하락은 투자자에게 고통스러운 일이지만 모든 하락을 막을 수도, 막아서도 안 된다. 중요한 것은 충격이 왔을 때 시장이 질서를 유지하고 기업이 성장할 수 있는 토대를 갖추는 일이다. 코스피가 언제 7000선을 되찾을지보다 한국 경제가 다음 충격을 얼마나 견딜 수 있는지를 먼저 물어야 한다. 지수의 회복은 정책 구호가 아니라 기업의 실적과 경제의 기초체력, 시장에 대한 신뢰가 뒷받침할 때 지속될 수 있다.
2026-10-13 09:4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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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로펌을 합쳐 만든 '최연소 빅6'…화우 23년의 승부
[경제일보] 2002년 12월 4일 법무법인 우방과 화백이 합병을 결정했다. 국제거래와 기업자문에 강했던 우방과 송무로 이름을 알린 화백의 결합이었다. 우방은 변호사 40명, 화백은 60명 안팎이었다. 양측은 기존 인력을 내보내지 않는 대등 합병을 택했다. 이듬해 2월 법무법인 화우가 출범했다. 이름은 화백의 ‘화’와 우방의 ‘우’를 따왔고 ‘화목한 집안’이라는 뜻도 담았다. 출범 당시 변호사는 90명을 넘어 김앤장과 광장, 태평양, 세종에 이은 국내 5위 규모였다. 작은 법률사무소가 조금씩 몸집을 키운 것이 아니라 서로 다른 강점을 가진 두 조직이 한꺼번에 합쳐져 대형 로펌 시장에 들어왔다. 23년이 지난 현재 화우는 국내 대형 로펌을 일컫는 ‘빅6’ 가운데 역사가 가장 짧다. 2025년 법무법인 매출은 2812억원으로 전년보다 12.5% 늘었고 자매법인과 해외사무소를 포함하면 3012억원을 기록했다. 2023년 이후 2년 동안 매출은 약 35% 증가했다. 한국 변호사 1인당 매출은 7억6200만원으로 김앤장을 제외한 주요 대형 법무법인 가운데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화우의 성장사는 합병으로 뼈대를 만들고 그 위에 전문분야를 붙여온 과정이다. 첫 합병으로 기업자문과 송무를 묶었고 3년 뒤 두 번째 합병으로 지식재산권 분야를 보강했다. 최근에는 금융과 기업형사에 더해 M&A와 중대재해, AI·데이터까지 사람을 늘리고 있다. ◆ 자문 우방과 송무 화백이 만났다 화우의 한쪽 뿌리인 우방은 윤호일 변호사가 1989년 세운 법률사무소에서 출발했다. 윤 변호사는 짧은 판사 생활을 마치고 1970년 미국으로 건너가 노트르담대 로스쿨과 베이커앤드맥켄지 등을 거치며 19년 동안 미국에서 활동했다. 귀국 뒤에는 국제거래와 기업자문, 공정거래 분야를 집중적으로 다뤘다. 화백은 법원 출신 변호사들이 중심이었다. 노경래 변호사를 비롯해 판사 경험을 가진 변호사들이 송무에서 이름을 쌓았다. 우방이 계약과 거래를 다뤘다면 화백은 분쟁이 법정으로 넘어간 뒤의 대응에 강했다. 두 조직은 같은 기업 고객을 상대하면서도 맡는 일이 달랐다. 2000년대 초 국내 로펌 시장에서는 대형화 경쟁이 시작됐다. 외환위기 이후 기업 구조조정과 M&A가 늘었고 해외 거래와 분쟁도 복잡해졌다. 기업은 계약서만 검토하거나 소송만 맡기는 로펌보다 자문과 송무를 함께 처리할 조직을 찾기 시작했다. 윤호일 우방 대표와 노경래 화백 대표도 서로의 빈 곳을 알고 있었다. 우방에는 송무가 필요했고 화백에는 국제거래와 기업자문이 필요했다. 오랜 기간 독자적인 조직문화를 만들어온 두 로펌이었지만 규모와 업무 영역을 동시에 넓히기 위해 합병을 택했다. ◆ 사람을 내보내지 않은 1대1 합병 합병 과정에서 양측이 정한 원칙 가운데 하나는 기존 인력을 줄이지 않는 것이었다. 한쪽이 다른 쪽을 인수하는 방식도 피했다. 변호사 수에서는 화백이 더 컸지만 두 조직은 1대1 합병을 택했다. 규모보다 대등한 통합을 앞세운 결정이었다. 문제는 합친 뒤였다. 우방과 화백은 10년 넘게 각자 조직을 운영하면서 보수와 사건 배분, 인사 방식도 달라져 있었다. 합병 당시 윤호일 변호사도 서로 다른 기업문화와 업무 분야 때문에 협상 과정에서 적지 않은 난제가 있었다고 밝혔다. 그래도 합병을 되돌리지는 않았다. 기업자문 변호사와 송무 변호사가 같은 고객을 함께 맡도록 업무를 연결했고 서울 삼성동 아셈타워에 조직을 모았다. 한쪽의 이름을 없애는 대신 두 이름의 첫 글자를 합쳐 새 간판을 달았다. 화우는 광장보다 2년 늦게 대형 합병을 했다. 광장이 기업자문 한미와 송무 광장을 합쳐 두 축을 결합했다면 화우는 여기서 한 번 더 움직였다. 출범 3년 뒤 또 다른 로펌을 받아들였다. ◆ 두 번째 합병으로 지식재산권을 보강했다 2006년 화우는 김·신·유 법률사무소와 합병했다. 김·신·유는 1967년 설립된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축에 속하는 로펌으로 지식재산권과 외국계 기업 업무에 강점을 갖고 있었다. 화우보다 역사가 훨씬 긴 조직이었다. 첫 합병으로 기업자문과 송무를 갖췄다면 두 번째 합병에서는 지식재산권 분야를 보강했다. 김·신·유 출신 변리사들도 대거 합류했고 같은 해 특허법인 화우가 출범했다. 기업의 거래와 분쟁에 특허와 상표 문제까지 한 조직에서 다룰 수 있는 틀이 만들어졌다. 2003년 우방과 화백, 2006년 김·신·유까지 세 조직의 경험이 차례로 한 법인 안에 들어왔다. 화우가 다른 빅6보다 늦게 출발하고도 빠른 시간 안에 종합로펌의 체계를 갖춘 배경이다. 기업자문과 송무에 지식재산권까지 더하면서 다룰 수 있는 사건의 폭도 넓어졌다. 이후에는 큰 로펌을 다시 합치지 않았다. 2010년 법무법인(유한)으로 조직을 바꿨고 2013년 관세법인, 2017년 세무법인을 세웠다. 해외에서는 2008년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를 시작으로 호찌민과 하노이, 자카르타에 사무소를 냈다. ◆ 화우의 오래된 두 축, 금융과 송무 화우의 업무 가운데 오랫동안 이름을 알려온 분야는 금융과 송무다. 금융에서는 금융감독원과 금융위원회, 한국거래소 등 감독기관에서 근무한 전문가를 꾸준히 영입했다. 현재 경영을 맡고 있는 이명수 대표변호사도 금융감독원에서 10년간 법무팀장과 기업공시팀장 등을 지낸 금융규제 전문가다. 이 대표는 2010년 화우에 합류한 뒤 금융회사 검사·제재와 인허가, M&A, 불공정거래 등의 업무를 맡았다. 최근에도 금융감독원과 글로벌 회계법인 출신 전문가들을 추가로 영입했다. 금융회사 검사와 제재가 복잡해지고 회계감리와 불공정거래 조사까지 얽히면서 감독기관과 회계 실무를 경험한 인력이 필요해졌다. 송무에서는 기업 경영권 분쟁과 금융소송, 기업형사 사건을 다뤄왔다. 남양유업 경영권을 둘러싼 한앤컴퍼니의 주식양도청구 소송과 한미사이언스 신주발행금지가처분, DB하이텍 의결권행사금지가처분 등에 참여했다. ELS 불완전판매 소송에서는 금융회사를 대리했고 바이오기업 메디톡스를 둘러싼 영업비밀·특허 분쟁에도 참여했다. 체임버스앤파트너스의 2026년 평가에서 화우는 국내 송무와 기업·M&A, 공정거래에서 각각 Band 2에 올라 있다. 송무에서 출발한 화백과 기업자문을 맡았던 우방의 경험이 20년이 지난 현재의 업무 구성에도 남아 있다. ◆ 송무·금융에서 M&A로 최근 화우가 힘을 더 싣는 분야는 M&A다. 2025년에는 네이버와 두나무의 포괄적 주식교환 거래와 효성화학 네오켐 사업부 매각, 한화생명의 미국 증권사 벨로시티 인수 등을 자문했다. 금융과 송무에 비해 상대적으로 약하다는 평가를 받아온 기업자문 분야에 사람을 집중적으로 넣기 시작했다. 2026년 들어 성과도 나타났다. 네이버의 스페인 중고거래 플랫폼 왈라팝 인수, 칼라일의 KFC코리아 인수, NXC 해외 계열사 지분 매각, 하림의 홈플러스익스프레스 인수 등에 참여했다. 더벨의 2026년 상반기 M&A 법률자문 순위에서는 4위를 기록했다. 이명수 대표는 올해도 기업·금융 전문가 영입을 이어가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2025년 신입을 제외하고 80명이 넘는 외부 인재를 데려온 데 이어 M&A와 공정거래, 개인정보, 상법 관련 자문을 보강하고 있다. 방위산업과 수출통제, 에너지·인프라, AI·데이터·플랫폼 규제도 투자 분야로 잡았다. 화우가 기업자문을 키우는 방식은 처음 합병 때와 닮은 부분이 있다. 잘하는 금융과 송무를 그대로 두면서 상대적으로 부족했던 분야에 외부 인력을 붙인다. 조직 전체를 다시 합치는 대신 사람과 팀을 가져오는 방식으로 바뀌었다. ◆ 2년 동안 35% 성장…1인당 매출은 선두권 최근 숫자는 화우의 변화를 보여준다. 화우의 법무법인 매출은 2023년 2082억원에서 2024년 2500억원, 2025년 2812억원으로 늘었다. 자매법인과 해외사무소를 합치면 지난해 처음으로 3000억원을 넘어섰다. 2년 동안 총매출이 약 35% 증가했다. 절대 매출로는 김앤장과 태평양, 세종, 광장, 율촌에 뒤진다. 대신 한국 변호사 1인당 매출은 2025년 7억6200만원으로 김앤장을 제외한 주요 대형 법무법인 가운데 가장 높았다. 율촌 7억6000만원, 태평양 7억3800만원, 세종 7억2400만원, 광장 7억1300만원보다 높았다. 인력을 늘리면서 매출 증가율이 더 높았다는 점도 눈에 들어온다. 최근 5년 동안 화우의 변호사 수는 15% 넘게 늘었지만 매출은 약 40% 증가했다. 금융감독원 출신 등 비변호사 전문가를 사건에 투입하고 고부가가치 사건의 비중을 늘린 영향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2~5위 로펌과의 외형 차이는 아직 크다. 2025년 태평양과 세종, 광장, 율촌이 모두 4000억원대 매출을 기록했다. 화우가 최근의 성장 속도를 유지하더라도 매출 3000억원대에서 4000억원대로 넘어가는 과정에는 또 다른 경쟁이 기다리고 있다. ◆ 합병으로 큰 로펌, 이제는 생산성으로 승부 화우도 몸집만 키우는 방식에서는 벗어나고 있다. 2003년에는 변호사 40명의 우방과 60명의 화백을 한꺼번에 합쳤고 2006년에는 김·신·유를 다시 받아들였다. 당시에는 규모를 키우는 것이 경쟁력을 높이는 빠른 방법이었다. 지금은 수백명의 변호사를 더 효율적으로 움직이는 문제가 중요해졌다. 2024년 경영 전면에 나선 이명수 대표 체제에서 화우는 금융과 송무라는 기존 기반에 M&A와 신산업 규제를 붙이고 있다. 2026년 9월에는 광화문 서울파이낸스센터에 강북사무소도 열었다. 삼성동 본사에서만 고객을 기다리지 않고 기업과 금융회사, 정부기관이 몰린 도심으로 접점을 다시 넓힌 것이다. 과거에는 로펌을 합쳐 규모를 만들었다면 지금은 고객과 가까운 곳에 거점을 두고 필요한 분야의 사람을 붙이는 방식으로 달라졌다. 화우는 빅6 가운데 가장 늦게 만들어졌다. 대신 출발부터 기존 조직 세 곳이 쌓은 경험을 한꺼번에 가져왔다. 우방에서 기업자문을, 화백에서 송무를, 김·신·유에서 지식재산권을 받아들였다. 23년이 지난 지금은 다른 계산을 하고 있다. 또 다른 로펌을 합치는 대신 필요한 전문가를 데려오고 기존 강점과 연결한다. 두 번의 합병으로 만든 로펌이 이제는 사람 한 명, 팀 하나의 생산성을 따지는 단계로 넘어갔다.
2026-09-21 08:4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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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금은 내년인데 제도는 아직 '진행형'…가상자산 '선과세' 논란
[경제일보] 가상자산 소득 과세가 내년 1월 시행을 앞두면서 이른바 ‘선과세·후제도’ 논란이 다시 커지고 있다. 가상자산 이용자보호법 시행으로 시장의 기본적인 안전장치는 마련됐지만, 스테이킹과 에어드롭처럼 새로운 투자 방식에 대한 과세 기준이나 손실 이월공제 등 세부적인 과세체계는 여전히 논쟁이 진행 중이다. 업계에서는 산업과 투자자 보호에 대한 제도 정비가 충분히 이뤄진 뒤 과세에 들어가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현행 소득세법에 따르면 2027년 1월 1일 이후 가상자산을 양도하거나 대여해 얻은 소득은 기타소득으로 분리과세된다. 연간 소득에서 필요경비를 뺀 뒤 250만원을 공제하고, 초과분에 20%의 세율을 적용한다. 지방소득세까지 포함하면 실질 세율은 22%다. 2027년 거래분에 대한 첫 신고·납부는 2028년 5월 이뤄진다. 문제는 법률에 과세의 큰 틀이 정해졌다고 해서 시장에서 발생하는 모든 소득 유형까지 정리된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 스테이킹·에어드롭…새로운 수익은 어떻게 과세하나 가장 대표적인 것이 스테이킹이다. 이용자가 가상자산을 맡겨 블록체인 네트워크 운영에 기여하고 보상을 받는 방식인데, 이를 가상자산의 ‘대여’로 볼 것인지, 별도의 보상소득으로 볼 것인지에 따라 과세 시점과 방식이 달라질 수 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올해 가상자산 소득과세 관련 검토에서 스테이킹과 에어드롭, 해외 거래소 거래, 과세자료 확보 등을 주요 쟁점으로 지적했다. 특히 스테이킹이나 무상으로 받은 에어드롭 자산에 대해 받는 시점에 소득으로 볼지, 실제 처분할 때 과세할지 명확한 기준이 필요하다고 봤다. 국내 제도는 가상자산사업자의 이용자 보호와 불공정거래 규제를 위한 장치를 갖추고 있지만, 이런 새로운 수익 유형을 세법이 세밀하게 따라가지는 못하고 있다. 금융위원회 역시 올해 가상자산 2단계법인 ‘디지털자산법’ 정부안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거래소 내부통제와 이용자 보호장치 등을 계속 논의하고 있다. 최근에도 거래소 대주주 지분 상한 등 일부 쟁점은 확정되지 않았다고 공식 설명했다. ◆ 시장은 커졌지만 분위기는 예전 같지 않다 시장 여건도 과세 논란의 배경이다. 금융정보분석원과 금융감독원이 27개 사업자를 대상으로 조사한 2025년 하반기 자료를 보면 국내 가상자산 시가총액은 87조2000억원으로 상반기보다 8% 줄었고, 일평균 거래규모도 5조4000억원으로 15% 감소했다. 거래가능 이용자 계정은 1113만개로 3% 늘었지만, 100만원 미만을 보유한 이용자가 826만개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거래소 영업손익도 3807억원으로 상반기보다 38% 감소했다. 시장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지만 ‘폭발적 성장’만을 전제로 세제를 설계하기도 어려운 환경이다. 특히 시장의 상당 부분이 개인 투자자 중심으로 형성된 상황에서 과세 비용과 신고 부담이 커질 경우 국내 거래소 이용자보다 해외 거래소나 개인지갑을 활용하는 투자자가 늘어날 가능성도 제기된다. 실제 금융위 조사에서 지난해 하반기 국내 거래소의 외부 이전 금액은 107조3000억원에 달했다. 이 가운데 해외사업자나 개인지갑 등 화이트리스트 대상 이전액은 90조원으로 상반기보다 14% 증가했다. 다만 이 수치는 국내 투자자의 해외 이탈 규모를 그대로 뜻하는 것은 아니며, 거래소에서 외부로 이전된 전체 자산을 의미한다는 점에서 해석에 주의해야 한다. ◆ 주식은 폐지했는데 코인은 과세…형평성 논란 기본공제 250만원도 논쟁의 중심이다. 현행 제도는 같은 과세연도에 발생한 가상자산 이익과 손실은 통산할 수 있지만, 손실을 다음 해로 넘기는 결손금 이월공제는 허용하지 않는다. 국회입법조사처는 가상자산 가격 변동성이 크다는 특성을 고려할 때 이월공제를 허용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국내 주식과의 형평성도 빠지지 않는 쟁점이다. 금융투자소득세는 폐지돼 일반 개인투자자의 국내 상장주식 장내 매매차익은 원칙적으로 양도소득세 대상이 아니다. 반면 가상자산은 250만원을 넘는 소득부터 과세된다. 자산의 법적 성격과 과세 목적이 서로 다른 만큼 단순 비교에는 한계가 있지만, 투자자가 체감하는 과세 형평성 논란을 피하기는 어렵다. 실제 관련 토론에서도 가상자산 과세의 핵심은 과세 자체보다 다른 금융자산과의 ‘정합성’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그렇다고 정부가 아무런 준비 없이 세금을 부과하는 것은 아니다. 국세청은 거래자료 제출 체계와 취득가액 산정 방식 등을 마련했고, 시행 전 보유분에 대해서도 의제취득가액 규정을 두고 있다. 과세의 기본 골격 자체는 이미 법제화돼 있다. 논쟁의 핵심은 과세 여부보다 과세체계의 완성도다. 테이킹·에어드롭·해외거래·개인지갑을 어떻게 다룰지, 손실을 어느 범위까지 인정할지, 250만원의 기본공제가 시장 현실에 맞는지 등을 시행 전에 구체화해야 한다는 요구다. 정부가 디지털자산기본법 논의와 과세 준비를 별개의 문제로 가져가기보다 시장 규율과 세제의 일관성을 함께 정비한다면 과세에 대한 반발도 줄일 수 있다. 반대로 세부 기준이 불명확한 상태에서 시행부터 강행한다면 납세자 혼란뿐 아니라 국내 거래소와 해외 플랫폼 간 규제 차이를 키울 가능성도 있다. 가상자산이 제도권 자산으로 자리 잡는 과정에서 필요한 것은 ‘빨리 세금을 걷는 것’이 아니라 투자자가 어떤 거래를 해도 예측 가능한 기준으로 세금을 계산할 수 있는 체계다. 내년 1월 시행까지 남은 시간은 결국 이 과제를 얼마나 정교하게 마무리하느냐에 달려 있다.
2026-08-28 16:2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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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찬진 금감원장 "가상자산 전사적 내부통제 강화해야"
[경제일보]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이 가상자산사업자들에게 내부통제 강화를 주문했다. 가상자산 시장이 제도권 산업으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공적 규제와 사후 제재에 앞서 각 회사 내부에서 위험을 사전에 걸러내는 통제 체계가 작동해야 한다는 취지다. 2일 업계에 따르면 이 원장은 이날 15개 주요 가상자산사업자 최고경영자(CEO)들과 간담회를 열고 가상자산 시장의 내부통제와 이용자 보호, 시장감시 기능 강화 방안을 논의했다. 이 원장은 올해 상반기 가상자산 시장이 증시로의 머니무브, 비트코인 오지급 등 여러 이슈로 위축됐다고 평가했다. 다만 스테이블코인을 활용한 새 서비스 시도와 블록체인 기반 금융 융합, 자산 토큰화 관련 제도 정비가 진행되면서 시장 기반은 넓어지고 있다고 봤다. 이 원장은 가상자산 산업이 신뢰를 회복하고 제도권 산업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사업자별 내부통제 수준을 높이는 것이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회사 전반에서 작동하는 내부통제 체계를 구축하고 이를 실제 업무에 반영해 달라고 당부했다. 제도 변화 대응도 주요 과제로 제시됐다. 현재 디지털자산기본법 제정 논의와 특정금융정보법, 외국환거래법 개정 등 가상자산 관련 규율 정비가 이어지고 있다. 이 원장은 각 사업자가 법령 개정 상황을 면밀히 점검해 규제 준수 공백이 생기지 않도록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장감시 역량 강화도 주문했다. 거래소가 불공정거래 예방과 적발 과정에서 1차 감시자로서 역할을 충실히 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금감원도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시장 모니터링 기능을 강화하고 조사 시스템을 고도화해 불공정거래 대응력을 높일 계획이다. 이용자 보호도 핵심 과제로 언급됐다. 이 원장은 가상자산사업자가 이용자의 자기책임 원칙만을 앞세우기보다 상품 적합성, 정보 제공 수준, 피해 예방과 구제 체계를 먼저 점검해야 한다고 짚었다. 특히 단기 실적을 노린 고위험 상품 출시나 과도한 이벤트, 불충분한 공시, 이용자 피해 전가 등은 시장 신뢰를 훼손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가상자산 시장의 변동성이 큰 만큼 상품 구조와 위험 정보를 충분히 제공하고 소비자 관점에서 판매·거래지원 절차를 관리해야 한다는 의미다. 간담회에 참석한 업계 CEO들은 법령 준수와 함께 거래지원, 광고·홍보 관련 자율규제를 충실히 이행하겠다고 밝혔다. 내부통제도 업무 전반에서 정비·강화하겠다는 입장을 전했다. 다만 사업자별 영업 규모와 인력 수준, 이용자 수에 차이가 큰 만큼 규제 적용 과정에서 단계적 접근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시했다. 업계는 국내 가상자산 산업의 글로벌 경쟁력 확보와 혁신 서비스 출시를 위해 제도 정비와 정책 지원도 요청했다. 금감원은 가상자산 산업이 제도권으로 편입되는 과정에서 필요한 과제를 업계와 함께 점검할 계획이다.
2026-07-02 17:4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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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임 1년 이재명 정부, 이제 청사진은 숫자로 증명해야 한다
[경제일보] 이재명 대통령이 취임 1주년 기자회견에서 내놓은 국정 2년 차 화두는 ‘대체불가 대한민국’이었다. 세계가 주목하는 나라를 넘어 세계가 꼭 필요로 하는 나라가 되겠다는 선언이다. 이 목표를 달성하려면 현재 한국이 처한 현실을 극복해야 한다. 인공지능과 반도체 패권 경쟁, 미국발 통상 압박, 중동발 에너지 불안, 저출생과 지역소멸, 부동산 불안, 재정 부담이 한꺼번에 밀려오고 있다. 대통령의 구호가 수사가 아니라 국정의 좌표가 되려면 이제부터는 청사진을 숫자와 실행으로 증명해야 한다. 이 대통령은 지난 1년을 민주주의 위기, 통상·안보 위기, 민생 위기를 헤쳐온 시간으로 규정했다. 국정 2년 차 목표로는 초격차 산업강국, 글로벌 외교·안보 강국, 규범과 규칙이 지켜지는 정상사회, 국민의 목숨을 살리는 정부를 제시했다. 방향 자체는 틀리지 않다. 특히 경제정책의 중심을 첨단산업, 국가투자, 에너지 전환, 지역균형, 민생 안정에 두겠다는 구상은 지금 한국 경제가 피할 수 없는 과제와 맞닿아 있다. 문제는 우선순위다. 모든 것을 동시에 하겠다는 정부는 대개 아무것도 제대로 하지 못한다. 정부가 해야 할 첫 번째 일은 성장의 엔진을 분명히 하는 것이다. 반도체, AI, 조선, 방산, 배터리, 원전, 전력망, 바이오 등 한국이 비교우위를 가진 분야에 자본과 인재와 규제를 집중해야 한다. 초격차 산업강국은 보조금 구호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기업이 투자할 수 있는 세제, 전력과 용수, 인허가 속도, 노동 유연성, 연구개발 인력 공급이 함께 움직여야 한다. 이 대목에서 이재명 정부는 중도 실용의 길을 분명히 해야 한다. 성장의 과실을 나누려면 먼저 성장해야 한다. 기업을 압박해 단기 성과를 끌어내는 방식으로는 미래산업 투자가 지속될 수 없다. 반대로 시장에 모든 것을 맡기겠다는 태도도 무책임하다. 정부는 길을 내고, 민간은 달리게 해야 한다. 국가는 전력망과 항만, 데이터센터, 첨단산단, 과학기술 인재 양성에 과감히 투자하되, 민간의 의사결정을 정치 논리로 흔들어서는 안 된다. 민생경제도 마찬가지다. 고물가와 고금리의 상흔은 아직 가계에 남아 있다. 자영업자는 매출보다 비용을 먼저 걱정하고 청년은 일자리보다 주거비에 먼저 눌린다. 이럴 때 정부가 재정을 써야 할 곳은 분명하다. 전 국민을 향한 일회성 지원보다 취약계층, 영세 자영업자, 주거 약자, 저출생 대응, 직업 전환 교육에 정밀하게 써야 한다. 재정은 따뜻해야 하지만 동시에 엄격해야 한다. 빚으로 인기를 사는 정책은 결국 다음 세대의 세금으로 돌아온다. 부동산 정책은 더 냉정해야 한다. 시장을 향해 ‘투기와 전쟁’만 외치면 공급은 얼어붙고, 공급만 외치면 불평등은 커진다. 서울과 수도권의 주거 불안, 지방의 빈집과 소멸 위기는 다른 처방을 요구한다. 핵심은 예측 가능성이다. 세제와 대출, 공급 정책이 정권의 정치 일정에 따라 흔들리면 시장은 정부를 믿지 않는다. 정부가 시장을 이기려 하기보다 시장이 합리적으로 움직일 수 있는 규칙을 세워야 한다. 금융·자본시장 개혁도 국정 2년 차의 중요한 시험대다.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줄이려면 말뿐인 밸류업이 아니라 지배구조 개선, 주주권 보호, 불공정거래 엄단, 장기투자 세제 지원이 필요하다. 주가조작과 부동산 범죄를 뿌리 뽑겠다는 대통령의 의지는 옳다. 다만 처벌 강화만으로 시장 신뢰가 생기지는 않는다. 예측 가능한 감독, 일관된 법 집행, 기업의 자율과 책임을 함께 세워야 한다. 정치의 정상화도 경제정책의 일부다. 기업은 금리와 환율만 보지 않는다. 정권의 말, 국회의 분위기, 규제기관의 태도, 노사관계의 방향을 함께 본다. 국정이 매일 전쟁처럼 흘러가면 투자는 늦춰진다. 야당과 언론을 설득하지 못하는 경제정책은 지속 가능하지 않다. 대통령이 말한 ‘정상사회’는 법과 원칙이 상대 진영에만 적용되는 사회가 아니라, 내 편에게도 같은 잣대가 적용되는 사회여야 한다. 동양 고전 <논어>에는 “민무신불립”, 곧 백성의 믿음이 없으면 나라가 설 수 없다는 말이 있다. 취임 1년을 넘긴 정부에 필요한 것도 결국 신뢰다. 국민은 더 이상 거창한 청사진만으로 움직이지 않는다. 물가가 안정되는지, 집값이 예측 가능한지, 일자리가 생기는지, 기업이 투자하는지, 세금이 허투루 쓰이지 않는지를 본다. 국정의 성패는 연설문이 아니라 생활의 체감으로 결정된다. 이재명 정부는 이제 출범기의 명분을 넘어 집권 2년 차의 성과로 평가받는다. ‘대체불가 대한민국’은 좋은 구호다. 그러나 구호는 출발점일 뿐이다. 초격차 산업은 규제개혁과 인재정책으로, 민생 안정은 정밀한 재정과 물가 관리로, 자본시장 개혁은 공정한 룰과 주주 보호로, 정상사회는 법치와 통합의 실천으로 증명돼야 한다. 대통령에게 남은 4년은 길어 보이지만 국정 시간표로는 짧다. 지금 필요한 것은 더 큰 말이 아니라 더 정확한 실행이다. 이재명 정부가 성공하려면 성장과 분배, 시장과 국가, 개혁과 안정 사이에서 균형을 잡아야 한다. 대한민국은 대체불가의 잠재력을 이미 갖고 있다. 정부의 책무는 그 잠재력을 정치의 구호로 소비하지 않고 국민의 삶과 기업의 투자, 국가의 경쟁력으로 바꾸는 일이다.
2026-06-10 17:5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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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피 8000시대…이제 다음을 준비하자
[경제일보] 코스피 8000시대가 열렸다. 숫자 하나가 바뀌었을 뿐인데 시장의 공기는 달라졌다. 5000선 돌파 때는 기대가 앞섰고, 6000선에서는 의심과 환호가 엇갈렸다. 7000선을 지나 8000선을 넘자 이제 다른 질문을 던진다. ‘어디까지 오를 것인가’가 아니라 ‘이 상승을 어떻게 지킬 것인가’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가 2026년 5월 26일 종가 기준 사상 처음 8000선을 돌파했다. 이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2.55% 오른 8047.51에 마감했고, 삼성전자는 2.22%, SK하이닉스는 5.72% 상승했다. 다음 날에도 반도체 대형주는 신고가 행진을 이어갔다. 5월 27일 SK하이닉스가 처음으로 시가총액 1조 달러를 넘어섰고, 한국 코스피가 올해 들어 세계 주요 지수 가운데 가장 강한 흐름을 보였다. 이번 랠리의 주역은 단연 반도체다. 인공지능 서버, 고대역폭메모리, 데이터센터 투자 확대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다시 한국 증시의 심장부로 밀어 올렸다. 반도체는 한국 경제의 수출 엔진이고, 기술 주권의 방파제이며, 자본시장의 가장 강력한 실적 근거다. 주가가 오른 데에는 이유가 있다. 과거 유동성 장세와 달리 이번 상승은 적어도 지금까지는 이익 전망 상향과 산업 슈퍼사이클이라는 실체를 갖고 있다. 그러나 시장은 언제나 축포 소리 속에서 다음 위험을 키운다. 로이터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코스피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절반에 육박하고, 기술주가 향후 이익 전망의 대부분을 떠받치는 구조가 변동성을 키울 수 있다고 지적했다. 최근 한 달간 코스피 상장사의 17%만 주가가 올랐고, 반도체 ‘투톱’ 쏠림이 뚜렷하다. 지수는 8000인데, 체감 수익률은 투자자마다 크게 다르다. 이것이 8000시대의 첫 번째 역설이다. 코스피 8000은 끝이 아니라 시험대다. 시장이 한 단계 더 성숙하려면 주가 상승을 제도 상승으로 연결해야 한다. 주주친화 정책은 선택이 아니라 자본시장 신뢰의 기본 조건이다. 기업이 벌어들인 이익이 지배주주의 지배력 강화에만 쓰이고 일반주주는 의사결정의 주변부에 머문다면 코리아 디스카운트는 이름만 바꿔 다시 돌아온다. 주가가 올랐다고 문제가 사라진 것은 아니다. 주가 상승은 개혁을 미룰 이유가 아니라 개혁을 완성할 기회다. 그런 점에서 상법 개정과 자본시장 개혁은 더 속도를 내야 한다. 이미 이사의 주주 충실의무, 집중투표제 확대, 감사위원 분리선출, 자사주 소각 의무화 등은 시장의 기대를 키운 핵심 재료였다. 한국의 개정 상법이 새로 취득한 자사주를 일정 기간 내 소각하도록 해 자사주가 지배력 방어 수단으로 활용돼 온 관행을 겨냥했다. 다만 제도는 법전에 적힌 문구만으로 작동하지 않는다. 자사주 소각 의무화가 실질적 주주환원으로 이어지는지, 물적분할과 중복상장 과정에서 기존 주주의 이익이 보호되는지, 국민연금과 기관투자자가 수탁자 책임을 제대로 행사하는지, 불공정거래에 대한 처벌이 시장의 공포가 될 만큼 강한지까지 봐야 한다. 자본시장 개혁은 지수를 올리는 이벤트가 아니라 시장의 습관을 바꾸는 일이다. 또 하나의 과제는 수익의 다각화다. 반도체가 한국 증시의 앞문을 열었다면, 다음 방은 전력기기, 원전, 조선, 방산, 자동차, 로봇, 바이오, 금융, 콘텐츠, 인프라 기업들이 채워야 한다. AI 시대의 반도체 수요는 전력망과 냉각장치, 데이터센터, 소재·부품·장비, 보안, 클라우드 서비스로 이어진다. 반도체 슈퍼사이클을 반도체 주가만의 축제로 끝낼 것이 아니라 산업 생태계 전체의 투자 기회로 넓혀야 한다. 금융권의 역할도 달라져야 한다. 은행 예금과 부동산에 갇혀 있던 가계 자산을 생산적 자본으로 이동시키려면 장기투자 상품, 배당형 상품, 연금계좌, ISA, 퇴직연금의 질을 높여야 한다. 개인투자자에게 필요한 것은 단기 급등주를 따라붙는 통로가 아니라 산업 성장의 열매를 장기적으로 나눠 갖는 구조다. 레버리지 ETF와 신용융자가 시장의 불쏘시개가 될 수는 있어도, 국민 자산 형성의 기둥이 될 수는 없다. 특히 빚투의 확산은 경계해야 한다. 최근 한국 증시 랠리가 개인투자자의 신용거래와 레버리지 상품으로 더 가팔라지고 있으며, 증거금 부채가 크게 늘었다. 거래대금이 늘고 계좌가 불어나는 것은 시장의 활력이다. 그러나 빚으로 산 주식은 작은 조정에도 큰 손실을 만든다. 상승장에서는 모두가 용감해 보이지만, 하락장에서는 레버리지가 먼저 무너진다. 정부도 시장의 환호에 취해선 안 된다. 세제 혜택, 배당소득 과세 정비, 장기투자 유인, 불공정거래 근절, 공시 투명성 강화는 필요하다. 하지만 정부가 특정 지수 목표를 앞세워 시장을 관리하려 해서는 안 된다. 시장은 방향을 제시받을 수는 있어도 끌려가서는 안 된다. 자본시장 선진화의 핵심은 정부의 손이 커지는 것이 아니라 규칙이 선명해지고, 기업과 투자자가 그 규칙을 신뢰하는 데 있다. 기업도 달라져야 한다. 주주환원은 주가가 오를 때만 내놓는 시혜가 아니라 자본 조달의 대가다. 배당을 늘리고, 불필요한 자사주는 소각하며, 자본비용보다 낮은 수익률의 투자는 과감히 접어야 한다. 총수 일가의 지배권 방어보다 기업가치 제고가 우선이라는 원칙이 자리 잡아야 한다. 8000시대의 기업은 더 이상 ‘한국 시장이라서 이 정도면 된다’고 말할 수 없다. 글로벌 자금은 한국 기업을 삼성전자·SK하이닉스만으로 보지 않는다. 이사회, 공시, 배당, 승계, 소수주주 보호까지 함께 본다. 고전은 늘 흥분한 시대에 차가운 생명수 역할을 한다. <맹자>에는 “우환에서 살고 안락에서 죽는다”는 말이 있다. 번영의 순간에 위험을 생각하는 나라와 기업은 오래 간다. 반대로 좋은 시절이 계속될 것이라 믿는 순간, 시장은 가장 비싼 수업료를 요구한다. 코스피 8000시대에 필요한 태도는 도취가 아니라 절제다. 비관이 아니라 준비다. 한국 증시는 오랫동안 저평가의 늪에 갇혀 있었다. 기업은 돈을 벌어도 주주는 소외됐고, 지배구조는 복잡했으며, 불공정거래 처벌은 약하다는 불신이 컸다. 이제 그 늪에서 빠져나올 기회가 왔다. 반도체 슈퍼사이클은 문을 열었고, 자본시장 개혁은 그 문을 닫히지 않게 만드는 경첩이다. 문이 열렸다고 집이 완성된 것은 아니다. 코스피 8000은 한국 경제에 주어진 상장이 아니다. 숙제장이다. 첫 줄에는 반도체 경쟁력을 더 키우라고 적혀 있다. 둘째 줄에는 주주친화 정책을 되돌리지 말라고 적혀 있다. 셋째 줄에는 특정 업종 쏠림을 넘어 산업과 수익의 지평을 넓히라고 적혀 있다. 넷째 줄에는 개인투자자의 열기를 장기 자산 형성의 문화로 바꾸라고 적혀 있다. 지금 필요한 메시지는 분명하다. 코스피 8000을 자축하되 8000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다음 단계의 한국 자본시장은 더 높은 지수가 아니라 더 깊은 신뢰로 증명돼야 한다. 반도체가 끌어올린 시장을 제도가 떠받치고, 주주가 믿는 기업이 자금을 끌어오며, 국민의 자산이 생산적 투자로 흐를 때 비로소 코스피 8000은 일시적 기록이 아니라 한국 경제의 새 출발선이 될 것이다.
2026-05-28 12:0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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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비트·빗썸 1분기 실적 급감…거래대금 한파에 수익성 흔들
[경제일보] 가상자산 시장 침체가 국내 양대 거래소 실적을 끌어내렸다. 업비트 운영사 두나무와 빗썸 모두 올해 1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이 큰 폭으로 줄었다. 거래대금 감소가 수수료 수익에 직접 타격을 준 결과다. 지난 1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두나무의 올해 1분기 연결 기준 영업수익은 2346억원으로 전년 동기 5162억원보다 54.6% 감소했다. 영업이익은 88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3963억원 대비 77.8% 줄었다. 당기순이익도 695억원으로 전년 동기 3205억원보다 78.3% 감소했다. 두나무는 실적 부진의 배경으로 글로벌 경기 둔화에 따른 가상자산 시장 거래량 감소를 꼽았다. 가상자산 거래소는 매출 대부분이 거래 수수료에서 발생하는 구조인 만큼 시장 거래대금이 줄면 수익성이 곧바로 흔들린다. 빗썸도 부진을 피하지 못했다. 빗썸의 1분기 매출은 825억원으로 전년 동기 1947억원 대비 57.6% 감소했다. 영업이익은 29억원으로 지난해 1분기 678억원보다 95.8% 급감했다. 당기순손익은 지난해 1분기 330억원 흑자에서 올해 1분기 869억원 순손실로 적자 전환했다. 양사의 실적 악화는 가상자산 시장 전반의 투자심리 위축과 맞물려 있다. 중동 정세 불안, 고금리 부담, 위험자산 회피 심리가 겹치면서 투자자 거래가 줄었고 거래소의 핵심 수익원인 수수료 매출도 감소했다. 빗썸은 가상자산 거래대금 감소가 실적에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두나무의 경우 여전히 높은 절대 이익 규모를 유지했지만 전년 대비 감소 폭이 컸다. 지난해 가상자산 시장 반등기에 커졌던 거래 수요가 올해 1분기 급격히 식으면서 업비트의 수익성도 둔화된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전 분기와 비교하면 두나무의 영업이익은 849억원에서 880억원으로 3.6% 증가했고 순이익도 517억원에서 695억원으로 34.4% 늘었다. 빗썸은 영업이익이 간신히 흑자를 유지했지만 순손실 규모가 커졌다. 거래 수수료 수익 감소에 더해 보유 가상자산 평가손실과 행정 처분 관련 비용 등이 영업외비용으로 반영된 영향으로 분석된다. 이번 실적은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의 수익 구조가 여전히 거래대금에 크게 의존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시장이 활황일 때는 수수료 수익이 빠르게 늘지만 거래가 줄면 매출과 이익이 동시에 급감하는 구조다. 거래소들이 스테이킹, 커스터디, 기관 대상 서비스, 디지털자산 인프라 사업 등으로 수익원을 다변화해야 하는 이유다. 규제 환경도 변수다.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 시행 이후 거래소는 불공정거래 감시, 이용자 자산 보호, 내부통제 강화 등 비용 부담이 커지고 있다. 두나무는 관련 법적 기준을 준수하고 건전한 시장 조성을 위해 내부 시스템 정비와 투자자 보호에 주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향후 관건은 시장 반등과 비거래 수익 확대다. 비트코인 등 주요 가상자산 가격이 회복되고 거래대금이 늘면 실적 개선 여지는 있다. 그러나 중장기적으로는 거래 수수료 중심 모델만으로 안정적인 성장을 담보하기 어렵다. 거래 안정성, 이용자 보호, 기관 고객 확보, 블록체인 금융 인프라 사업이 거래소 경쟁력의 핵심이 될 전망이다. 빗썸 관계자는 “시장 반등을 대비해 내실을 다지는 동시에 서비스 경쟁력을 강화해 지속 가능한 성장 기반을 마련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2026-05-16 12:2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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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피 6900 돌파, 주가보다 제도를 끌어올릴 때다
[경제일보] 코스피가 4일 사상 처음으로 6900선을 넘어섰다. 이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338.12포인트, 5.12% 오른 6936.99에 거래를 마쳤다. 코스닥지수도 21.39포인트, 1.79% 오른 1213.74에 마감했다. ‘7천피’가 더 이상 구호가 아니라 눈앞의 현실로 다가온 셈이다. 상승장은 반도체 대형주가 이끌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급등했고 외국인과 기관의 동반 매수가 지수를 밀어 올렸다. 특히 SK하이닉스는 ‘140만닉스’를 넘어 시가총액 1000조원 시대를 열었다. 한국 증시가 글로벌 기술주 랠리와 반도체 슈퍼사이클 기대를 타고 사상 최고치에 올라선 것은 반가운 일이다. 그러나 주가의 높이가 곧 자본시장의 품격을 뜻하지는 않는다. 지금 필요한 것은 환호보다 점검이다. 한국 증시가 오랫동안 ‘코리아 디스카운트’에서 벗어나지 못한 이유는 실적 부진만이 아니었다. 소액주주 보호 미흡, 낮은 배당 성향, 불투명한 기업지배구조, 대주주 중심 의사결정이 시장 신뢰를 갉아먹어 왔다. 주가는 한순간에 오를 수 있지만 신뢰는 제도로만 쌓인다. 코스피 6900 돌파를 일회성 축제로 끝내지 않으려면 상승장을 제도 개혁의 동력으로 삼아야 한다. 그런 점에서 최근 상법 개정 흐름은 중요한 변화다.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을 기존 ‘회사’에서 ‘회사 및 주주’로 넓히고, 전체 주주의 이익을 공평하게 대우해야 한다는 원칙을 명시한 것은 한국 자본시장사에서 작지 않은 전환이다. 사외이사의 독립성 강화, 감사위원 선임 때 대주주 의결권 제한 확대, 전자주주총회 의무화 등도 같은 맥락이다. 자사주 제도도 바뀌었다. 개정 상법은 기업이 취득한 자기주식을 원칙적으로 1년 안에 소각하도록 하고 자기주식을 합병·분할 등 지배구조 재편 과정에서 편법적으로 활용하는 길을 좁혔다. 자사주가 주주환원의 수단이 아니라 지배권 방어의 도구로 쓰였던 관행에 제동을 건 것이다. 소액주주 보호는 반기업 정책이 아니다. 오히려 기업가치를 높이는 시장경제의 기본 규율이다. 투자자는 자신의 권리가 보호된다고 믿을 때 장기 자금을 맡긴다. 합병, 분할, 공개매수, 자회사 중복상장, 자사주 처분, 배당 결정 과정에서 일반주주가 늘 뒷전으로 밀린다면 아무리 지수가 올라도 시장은 선진화될 수 없다. 금융당국이 M&A 과정에서 이사회가 전체 주주의 관점에서 매수가격의 공정성 등을 검토하고 공시하도록 하겠다고 밝힌 것도 이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법 문구가 아니라 집행이다. 기업지배구조 개편도 미룰 수 없다. 글로벌 투자자들은 실적만 보지 않는다. 경영진이 누구의 이익을 위해 의사결정을 하는지, 이사회가 대주주를 견제할 수 있는지, 기업의 현금이 성장 투자와 주주환원에 합리적으로 배분되는지를 함께 본다. 밸류업은 구호가 아니라 숫자로 증명돼야 한다. 자기자본이익률을 높이고, 배당과 자사주 소각을 예측 가능하게 만들며 경영진 보상을 주주가치 개선과 연동해야 한다. 국민기업에 대한 장기투자 기반도 넓혀야 한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현대차, LG에너지솔루션 같은 대표 기업은 특정 대주주만의 자산이 아니다. 국민경제의 핵심 자산이자 국민 노후의 기반이 될 수 있는 기업들이다. 국민연금, 퇴직연금, 개인연금, 장기 공모펀드가 국내 우량 기업에 안정적으로 투자할 수 있는 통로를 넓혀야 한다. 배당소득 과세 체계와 장기투자 인센티브도 시장 선진화의 관점에서 다시 설계할 필요가 있다. 시장 투명성과 공정성도 함께 높여야 한다. 외국인 자금 유입은 긍정적이지만 외국인 수급에 과도하게 흔들리는 시장은 건강하다고 보기 어렵다. 국내 장기자금이 두터워지고, 기업 공시가 쉬운 언어와 충분한 정보로 제공돼야 한다. 영문공시 확대, 선진 배당절차 정착, 불공정거래 엄단, 분식회계 근절, 부실기업의 질서 있는 퇴출은 모두 같은 방향의 과제다. 공자는 “이름이 바르지 않으면 말이 순조롭지 않고, 말이 순조롭지 않으면 일이 이루어지지 않는다”고 했다. 자본시장도 마찬가지다. 주주를 주주라 부르면서 권리를 온전히 보장하지 않는다면 시장경제의 이름은 바로 설 수 없다. 코스피 6900은 목표가 아니라 출발점이다. 한국 증시가 진정한 선진 자본시장으로 가려면 주가보다 신뢰가 먼저 올라야 한다. 정부와 국회, 기업은 지금의 상승장을 제도 개혁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 주가를 끌어올린 힘이 실적이었다면, 다음 단계로 시장을 끌어올릴 힘은 주주보호와 지배구조 개혁이다.
2026-05-05 09: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