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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MZ 지뢰 폭발 엿새 만의 조사, 안보 기강이 이래서야
[경제일보] 대한민국 최전방에서 장병들이 피를 흘렸다. 그런데 군의 대응은 너무 느렸고 설명은 궁색했다. 서부전선 비무장지대(DMZ) 수색 작전 중 지난 21일 미상의 폭발로 군 간부 3명이 다쳤고 이 가운데 일부는 발목 절단 등 중상을 입었다. 군은 지뢰 폭발 가능성을 포함해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조사에 착수한다고 했다. 그러나 정작 합동 현장 조사는 사고 발생 엿새가 지난 27일에야 시작됐다. 그것도 폭발 추정 지점까지 접근하지 못했다. 물론 DMZ는 세계에서 손꼽히는 위험지역이다. 미확인 지뢰가 산재한 곳에서 조사 인력의 안전을 확보하는 것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실제 군은 기동로의 안전성과 감시·통신 여건 등을 사전에 점검한 뒤 현장 조사에 들어갔다고 설명하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안전’을 만능 방패처럼 내세울 수는 없다. 안전 때문에 조사가 늦어진 것인지, 조사를 늦출 수밖에 없었던 것인지 국민에게 납득할 만한 설명이 있어야 한다. 최전방에서 발생한 폭발 사고의 현장 조사를 엿새 뒤에야 시작했다는 사실 자체가 군의 위기 대응 체계에 허점이 있었던 것은 아닌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더구나 사고 현장은 일반적인 산업재해 현장이 아니다. DMZ는 북한과 맞닿은 대한민국 안보의 최전선이다. 폭발물이 과거 아군이 매설한 것인지, 북한이 설치한 것인지, 북한 지역에서 유실된 지뢰가 떠내려온 것인지조차 확인되지 않은 상황이다. 군 역시 현재까지 어느 쪽인지 특정하지 않고 있다. 바로 그렇기 때문에 더 빨리, 더 철저하게 조사했어야 한다. 원인이 불명확할수록 현장을 보존하고 증거를 확보하는 것이 기본이다. 시간이 지나면 폭발 흔적은 훼손되고 주변 환경은 변한다. 기상과 지형 변화까지 겹치면 사고 원인을 규명할 결정적 단서가 사라질 수도 있다.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조사한다’는 말이 진정성을 가지려면 그 가능성을 확인하기 위한 행동부터 신속해야 한다. 일각에서 군이 북한이나 정치권의 반응을 의식해 조사를 늦춘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는 것도 이런 허술한 대응 때문이다. 물론 현재까지 고의적인 은폐나 축소가 있었다고 단정할 근거는 없다. 청와대와 군도 조사 지연에 은폐 의도는 없었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은폐 의혹을 자초하지 않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신속하고 투명하게 사실을 공개하는 것이다. 설명이 늦어질수록 의혹은 커지고, 의혹이 커질수록 군에 대한 국민의 신뢰는 무너진다. 더 심각한 것은 이번 사건을 단순한 ‘안전사고’로 치부해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만약 조사 결과 북한이 매설한 지뢰로 확인된다면 문제의 성격은 완전히 달라진다. 그것은 장병 안전관리 차원을 넘어 북한의 DMZ 군사활동과 우리 군의 감시·탐지 체계, 나아가 대북 군사대비태세 전반을 다시 점검해야 할 사안이다. 반대로 아군의 지뢰나 작전상 과실이 원인이라면 그 역시 철저히 책임을 물어야 한다. 군의 가장 중요한 자산은 무기가 아니라 신뢰다. 아무리 첨단 무기를 갖추고 있어도 지휘관이 사고 앞에서 우왕좌왕하고 현장 대응이 늦어진다면 전력의 실효성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장병의 생명을 지키지 못하는 군은 국민에게도 신뢰받기 어렵다. 이번 사고를 계기로 DMZ 전체의 지뢰·불발탄 위험지역에 대한 관리체계도 원점에서 재점검해야 한다. 수색로와 작전지역의 위험정보를 얼마나 정확하게 공유하고 있는지, 지뢰 탐지 장비와 인력은 충분한지, 사고 발생 즉시 현장 보존과 증거 확보를 병행할 수 있는 매뉴얼이 작동하는지도 따져야 한다. 유엔군사령부와의 공조체계 역시 형식적인 협의 수준을 넘어 실제 상황에서 즉각 작동하도록 보완해야 한다. 무엇보다 군은 이번 사태에서 ‘늑장 대응’이라는 뼈아픈 교훈을 얻어야 한다. 장병이 다친 뒤 책임을 피하는 것이 지휘가 아니다. 사고가 터지면 가장 먼저 현장으로 달려가고, 가장 먼저 사실을 확인하며, 가장 먼저 국민에게 설명하는 것이 지휘다. 사고 원인이 북한의 도발인지, 유실 지뢰인지, 아군이 과거 매설한 지뢰인지 아직 모른다. 그러므로 군은 추측이 아니라 증거로 답해야 한다. 그리고 조사 과정에서 지휘·보고·현장 보존 등에 명백한 잘못이 드러난다면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책임을 물어야 한다. 안보에는 ‘대충’이 있을 수 없고, 장병의 희생에는 ‘나중에’가 있을 수 없다. 이번 DMZ 지뢰 폭발 사고에 대한 철저한 진상 규명과 책임자 문책, 재발 방지책 마련은 선택이 아니라 군의 기본 책무다. 군이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는 길은 말이 아니라 행동뿐이다.
2026-09-29 07:5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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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컴, 왜 인스페이스 팔았나…319억원 뒤 'AI OS 승부수'
[경제일보] 한글과컴퓨터가 한컴인스페이스 지분을 매각한 것은 단순한 계열사 정리가 아니다. 겉으로는 319억원 규모의 투자금 회수지만 자금 흐름을 뜯어보면 한컴의 사업 중심이 우주·공간정보 데이터에서 소버린 에이전틱 OS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한때 그룹의 AI·데이터 신사업 상징이던 한컴인스페이스를 현금화하고 그 재원을 해외 고객 확보와 AI 플랫폼 사업에 재배치한 셈이다. 한컴은 18일 공시를 통해 보유 중이던 한컴인스페이스 주식 309만4234주, 지분율 26.08%를 매각했다고 밝혔다. 처분단가는 주당 1만317원, 총 처분금액은 319억2321만원이다. 회사가 밝힌 총 투자금 86억3089만원과 비교하면 투자수익률은 269.87%다. 2020년 한컴인스페이스를 그룹에 편입한 지 약 6년 만에 투자 성과를 실현한 것이다. 계열사 한컴위드도 같은 조건으로 보유 지분 71만9442주, 지분율 6.2%를 매각할 예정이다. 동일 처분단가를 적용하면 한컴위드는 약 74억원을 추가로 확보하게 된다. 한컴과 한컴위드 보유분을 더하면 그룹 차원의 현금 유입 규모는 약 393억원 수준으로 늘어난다. 매각 상대방은 아직 공개적으로 확인되지 않았다. 공시와 공개 자료만으로는 누가 한컴인스페이스 지분을 인수했는지 파악되지 않는다. 거래의 전략적 성격을 판단하려면 매수 주체, 기존 재무적투자자와의 관계, 향후 지배구조 변화 여부를 추가로 확인해야 한다. 공식 설명은 AI 사업 투자다. 한컴은 확보한 현금을 해외 시장 진출과 글로벌 고객 기반 확대에 활용하겠다고 밝혔다. 글로벌 베타 서비스 운영, 해외 파트너십 확대, 현지 고객 발굴을 통해 에이전틱 OS의 고객층을 넓히겠다는 구상이다. 김연수 한컴 대표도 이번 매각을 “투자 성과 실현과 AI 사업 확대 재원 확보”로 규정했다. 이번 매각에는 IPO 불확실성도 깔려 있다. 한컴인스페이스는 위성, 드론, 사물인터넷 데이터를 AI로 통합 분석하는 플랫폼을 내세우며 한컴그룹의 신사업 핵심 자산으로 주목받았다. 기술성 평가와 프리IPO 투자 유치까지 거쳤지만 코스닥 상장 예비심사 단계에서 미승인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실적 변동성과 적자 구조, 지배구조 검증 부담이 복합적으로 작용했을 가능성이 거론된다. 상장 불발은 한컴 입장에서 단순한 일정 지연이 아니다. 프리IPO 투자자가 들어온 상황에서 상장이 늦어지면 투자자 회수 경로도 막힌다. 한컴이 보유 지분을 정리한 것은 투자 성과를 확정하는 동시에 한컴인스페이스의 지배구조 부담을 낮추고 본체는 AI 플랫폼 전환에 집중하려는 선택으로 볼 수 있다. 거래 가격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한컴이 처분한 지분 26.08%의 매각 대금 319억원을 기준으로 단순 환산하면 한컴인스페이스의 지분가치는 약 1224억원이다. 적자 기업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낮은 가격은 아니다. 매수자는 현재 수익성보다 위성·공간정보·국방 데이터 사업의 확장 가능성에 값을 매긴 것으로 해석된다. 한컴이 집중하려는 에이전틱 OS는 조직 내부 데이터와 외부 AI 모델, 업무 시스템을 연결해 AI 에이전트가 실제 업무를 수행하도록 지원하는 플랫폼이다. 공공, 금융, 국방, 의료처럼 데이터 주권과 보안 요구가 큰 시장을 겨냥한다. 위성·공간정보 사업이 장기 프로젝트와 데이터 확보에 시간이 필요한 사업이라면, 에이전틱 OS는 빠른 고객 검증과 현지 파트너십, 글로벌 영업 채널 확보가 중요하다. 한컴에 지금 필요한 것은 장기 보유 자산보다 바로 움직일 수 있는 현금이다. 투자자들의 시선은 일회성 매각 차익보다 그 이후의 자금 흐름에 쏠린다. 한컴이 확보한 현금을 단순 재무 개선에 쓰는 데 그칠지 아니면 에이전틱 OS 사업의 반복 매출 구조로 연결할지가 핵심이다. 한컴오피스가 안정적 현금창출원이라면 AI 데이터 로더, 한컴 어시스턴트, 에이전틱 OS는 성장성을 증명해야 할 영역이다. 한컴인스페이스의 향후 상장 가능성도 변수로 남아 있다. 한컴이 지분을 정리했다고 해서 사업 가치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지배구조를 재정비하고 독립성을 높이면 IPO 재도전의 명분은 다시 생길 수 있다. 문제는 실적이다. 매출이 성장해도 영업손실 구조가 계속되면 시장의 평가는 제한될 수밖에 없다. 한컴의 이번 선택은 냉정하다. 키운 자산을 끝까지 들고 가는 대신 시장이 값을 줄 때 회수했다. 그리고 회수한 돈을 새 전략의 중심인 에이전틱 OS에 넣겠다고 밝혔다. 기업의 체질 전환은 선언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319억원의 현금은 이미 들어왔다. 이제 남은 것은 그 돈이 해외 고객, 반복 매출, 기업가치 재평가로 이어지는지를 보여주는 일이다.
2026-06-18 15:3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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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에 '탱크'·'책상에 탁'…스타벅스 마케팅, 왜 분노 키웠나
[경제일보] 스타벅스 코리아가 제46주년 5·18민주화운동 기념일 당일 진행한 ‘탱크데이’ 마케팅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신세계그룹 고위 임원이 광주를 찾아 5·18단체에 사과하려 했지만 단체 측은 경위 파악과 공식 진상조사가 먼저라며 면담을 거부했다. 5·18기념재단과 5·18 공법 3단체는 19일 오전 광주 5·18기념재단 오월기억저장소를 찾은 김수완 신세계그룹 부사장과의 만남을 거부했다. 김 부사장은 스타벅스 코리아가 5·18 기념일에 진행한 ‘탱크데이, 책상을 탁’ 이벤트 논란에 대해 사과하기 위해 광주를 찾았다. 5·18단체는 사과 방식이 일방적이고 성급하다고 비판했다. 김태찬 5·18부상자회 부회장은 “경위 파악도 되지 않은 상황에서 갑자기 사과부터 하겠다는 것은 노이즈 마케팅이 아닌지 의심하게 만드는 행보”라고 말했다. 단체 측은 스타벅스 코리아의 공식적인 대국민 사과, 이벤트 기획·검수 과정 설명, 고의성 여부를 포함한 진상조사와 결과 공개를 요구했다. 김 부사장은 면담 불발 후 “회사 광고 이벤트 기획의 전체 프로세스를 면밀히 점검하겠다”며 “오월 영령들께 죄송하다.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 조사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탱크’ 표현에 대해 텀블러의 공식 제품명에서 비롯된 마케팅이라고 설명하면서도 “노이즈 마케팅은 아니며 고의성이나 의도를 가진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논란은 스타벅스 코리아가 18일 ‘단테·탱크·나수데이’ 이벤트를 진행하면서 불거졌다. 행사에는 ‘컬러풀 탱크 텀블러 세트’, ‘탱크 듀오 세트’ 등 상품명과 함께 ‘책상에 탁!’이라는 문구가 사용됐다. 온라인에서는 5·18 기념일에 ‘탱크데이’라는 표현을 쓴 것이 광주 민주화운동 당시 계엄군 투입과 국가폭력을 연상시킨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책상에 탁!’이라는 문구 역시 1987년 박종철 열사 고문치사 사건 당시 치안본부의 발표를 떠올리게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비판이 커지자 스타벅스 코리아는 해당 행사를 중단하고 사과문을 냈다. 스타벅스는 “버디 위크 이벤트의 일환으로 텀블러 시리즈를 앱에 프로모션하는 과정에서 부적절한 문구가 사용됐음을 발견했다”며 “고객들에게 불편과 심려를 끼쳐드린 점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도 직접 사과에 나섰다. 정 회장은 이번 논란에 대해 “대한민국 공동체의 역사적 아픔에 대한 그룹 전체의 역사 인식과 감수성이 부족했다는 사실을 무겁게 받아들인다”고 밝혔다. 신세계그룹은 손정현 SCK컴퍼니 대표를 경질하고 관련 임원에 대한 문책성 조치를 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치권 비판도 이어졌다. 이재명 대통령은 SNS를 통해 “역사적인 광주 5·18 민주화운동 기념일에 광주 희생자들과 광주 시민들의 피어린 투쟁을 모독하는 ‘5·18 탱크데이’ 이벤트”라며 “대한민국 공동체와 기본적 인권, 민주의 가치를 부정하는 저질 장사치의 비인간적 막장 행태에 분노한다”고 밝혔다. 그는 도덕적·행정적·법적·정치적 책임이 뒤따라야 한다고 강조했다. 소비자 반발도 확산하고 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스타벅스 머그잔이나 텀블러를 폐기하거나 파손하는 게시물이 올라오고, 일부 이용자들은 불매 의사를 밝히고 있다. 장기간 스타벅스를 이용해온 충성 고객들 사이에서도 “역사적 감수성이 없는 브랜드는 소비하지 않겠다”는 반응이 이어졌다. 이번 사태는 단순한 문구 실수로 보기 어렵다는 지적이 많다. 5·18 기념일이라는 날짜, ‘탱크’라는 표현, ‘책상에 탁’이라는 문구가 동시에 결합되면서 한국 현대사의 가장 민감한 국가폭력 기억을 상업적 이벤트에 동원한 결과가 됐기 때문이다. 특히 대형 소비재 브랜드의 마케팅은 온라인 확산 속도가 빠른 만큼 역사적 사건과 사회적 아픔에 대한 내부 검수 체계가 필수적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향후 관건은 스타벅스 코리아와 신세계그룹의 후속 조치다. 5·18단체가 요구한 공식 대국민 사과와 진상조사 결과 공개, 기획·승인 라인에 대한 책임 규명, 재발 방지 대책이 구체적으로 제시되지 않으면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특히 5·18 왜곡과 폄훼에 민감한 광주 지역사회에서는 이번 사안을 기업 윤리와 역사 인식의 문제로 보고 있다. 표현 하나가 제품 홍보를 넘어 공동체의 상처를 건드릴 수 있다는 점에서 기업의 브랜드 관리 기준도 매출 중심에서 역사적 감수성과 사회적 책임까지 포함하는 방향으로 바뀌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2026-05-19 12:59: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