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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완수사권부터 없앤 국회…경찰 인력·통제 장치는 미완
[경제일보] 검사가 경찰 수사의 빈틈을 직접 보완할 수 없도록 한 형사소송법 개정안이 31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앞으로 경찰이 송치한 사건의 증거나 법리가 부족하면 검사는 직접 조사하지 못하고 경찰에 보완수사를 요구해야 한다. 지난해 경찰 수사관 한 명에게 접수된 사건은 평균 133.8건, 검찰의 보완수사 요구는 11만623건이었다. 수사 인력과 기관 간 업무 절차가 정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보완수사권부터 폐지돼 사건 처리가 더 늦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법조계와 경찰 안팎에서 나온다. 현재 검사는 경찰이 송치한 기록을 검토한 뒤 필요한 증거를 직접 확보하거나 경찰에 추가 수사를 요구할 수 있다. 계좌 추적이 덜 됐거나 참고인 조사가 빠진 사건은 검사가 보완해 기소 여부를 결정한다. 개정법이 시행되면 검사는 의견을 내고 사건 관계인에게 자료를 받을 수 있을 뿐 수사는 할 수 없다. 부족한 부분을 발견할 때마다 경찰에 다시 수사를 요구해야 한다. 경찰 사건 처리 이미 56일 넘어 보완수사 요구는 이미 빠르게 늘고 있다. 2021년 8만6916건이던 보완수사 요구 사건은 지난해 11만623건으로 27.2% 증가했다. 올해 상반기에는 6만5913건이 경찰로 돌아갔다. 지금 추세라면 연간 보완수사 요구 건수는 지난해보다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경찰 수사관이 맡는 사건도 2020년 평균 108.4건에서 지난해 133.8건으로 23.4% 증가했다. 경찰이 자체적으로 해결하지 못해 미제로 분류한 사건은 지난해 22만241건, 올해 상반기 10만2567건이었다. 검찰이 처리하던 보완수사까지 경찰 업무에 더해지면 수사관 한 명이 같은 사건을 여러 차례 다시 들여다보는 일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사건 처리 기간은 벌써 길어지고 있다. 경찰이 사건을 접수해 송치 또는 불송치 결정을 내리기까지 걸린 기간은 지난해 평균 54.5일에서 올해 상반기 56.4일로 늘었다. 불송치 사건은 평균 61.1일이 걸렸다. 여기에 검찰의 기록 검토와 보완수사 요구, 경찰의 추가 조사, 검찰의 재검토가 이어지면 고소부터 기소까지 필요한 시간은 훨씬 길어진다. 피해자에게 수사 지연은 달력에 며칠이 더해지는 문제가 아니다. 범행을 입증할 자료가 사라지고 참고인의 기억이 흐려질 수 있다. 민사소송이나 피해 회복 절차도 형사사건 처분을 기다리느라 늦어진다. 피의자 역시 수사가 끝날 때까지 취업과 영업, 금융 거래에서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 검찰의 보완수사를 거쳐 혐의가 달라진 사건도 적지 않다. 강화도 유기 사건에서는 검찰의 추가 수사를 거쳐 유기 혐의가 유기치상으로 변경됐다. 부산 돌려차기 사건도 검찰 보완수사 과정에서 성폭행 목적이 확인됐다. 처음 수사한 기관과 다른 법률가가 증거를 다시 살피는 과정에서 놓친 범죄가 드러난 사례들이다. 검사가 확인해도 증거로 못 쓴다 개정법은 보완수사를 없애는 대신 검사에게 ‘사실관계 확인’ 권한을 줬다. 검사가 피의자와 피해자 등 사건 관계인의 의견을 듣고 자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한 제도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얻은 진술과 자료는 재판에서 증거로 사용할 수 없다. 검사가 피해자를 만나 중요한 진술을 확인해도 증거로 제출하려면 경찰이 같은 사람을 다시 조사해야 한다. 피해자는 검사실에서 한 말을 경찰서에 가서 되풀이해야 한다. 경찰이 다시 작성한 조서가 검찰로 넘어온 뒤에야 기소 판단이 가능하다. 보완수사를 없애면서 만든 대체 절차가 출석 횟수와 처리 기간을 늘릴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정부·여당은 아동학대와 가정폭력, 성범죄, 스토킹, 장애인·노인 학대 등 7개 범죄에 전건송치를 도입할 방침이다. 경찰이 불송치한 사건까지 모두 공소청에 보내 한 번 더 살피게 하겠다는 것이다. 보완수사 폐지로 피해자 보호가 약해질 수 있다는 우려를 반영한 조치다. 전세사기와 보이스피싱 같은 다중 피해 범죄는 전건송치 대상에서 빠졌다. 같은 피해라도 경찰이 어떤 죄명을 적용하느냐에 따라 공소청의 재검토를 받을 수 있는지가 달라질 수 있다. 피해자 보호가 필요해 예외를 두면서도 범죄 유형을 제한해 또 다른 사각지대를 만들었다. 수사 책임은 커졌지만 통제 수단은 약해 경찰 수사가 부실하거나 검찰의 보완수사 요구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을 때 책임을 묻는 방법도 문제다. 개정법은 경찰이 정당한 이유 없이 보완수사 요구를 이행하지 않으면 공소청장이 해당 경찰관의 징계나 직무배제를 요구할 수 있도록 했다. 비슷한 제도는 2021년 검경 수사권 조정 때부터 시행됐다. 이후 검사가 경찰관의 직무배제를 요구한 사례는 한 건에 그쳤다. 징계와 직무배제 요구권을 법에 적어두더라도 실제로 작동하지 않으면 부실 수사를 막기 어렵다. 검찰에서는 경찰이 보완수사를 늦게 하거나 부실하게 처리한 경우 인사평가에 반영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경찰은 검찰의 처분 결과를 경찰 인사에 반영하면 수사 독립성이 훼손된다고 맞서고 있다. 검찰의 직접 개입은 차단하면서 경찰 수사의 오류를 누가 확인하고 책임을 물을지에 대한 답은 아직 나오지 않았다. 새 기관 출범 두 달 앞두고 하위 법령 900개 손질 검찰청은 오는 10월 2일 폐지된다. 공소청이 기소와 공소 유지를 맡고 중대범죄수사청은 부패·경제·방위산업·마약·내란·외환·사이버범죄 등 6대 중대범죄를 수사한다. 1954년 형사소송법 제정 이후 72년 만에 형사사법체계가 전면 개편된다. 출범까지 남은 시간은 두 달 남짓이다. 중수청은 2000∼3000명 규모로 꾸릴 예정이지만 수사관 직급과 임용 방식은 확정되지 않았다. 기존 검찰 수사관 6000여명을 공소청과 중수청에 어떻게 나눠 배치할지도 남아 있다. 경찰과 중수청 가운데 어느 기관이 사건을 맡을지, 관할이 겹칠 때 누가 먼저 수사할지에 관한 실무 기준도 마련해야 한다. 정부가 개정해야 할 하위 법령은 900여개에 이른다. 경찰과 중수청, 공소청,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사건을 나누고 넘기는 절차도 새로 정해야 한다. 수사기관이 늘면 관할을 판단하고 사건을 이첩하는 데 드는 행정 절차도 늘어난다. 그동안 수사는 멈추거나 담당 기관을 찾아 오갈 수 있다. 검사의 직접 영장 청구를 막은 조항도 논란을 낳고 있다. 개정법에 따르면 체포·구속·압수수색 영장은 경찰이 신청해야 검사가 법원에 청구할 수 있다. 헌법은 체포·구속·압수·수색 영장을 ‘검사의 신청에 의해’ 법관이 발부하도록 규정한다. 대검은 헌법이 경찰 신청을 거치지 않은 검사의 직접 영장 청구까지 보장한다며 위헌 소지를 제기했다. 공소기각 기준까지 넓혀 재판 장기화 우려 개정법은 공소기각 사유도 기존 6개에서 8개로 늘렸다. ‘중대한 위법수사를 근거로 공소가 제기된 경우’와 ‘소추재량권을 현저히 일탈한 경우’ 법원이 혐의에 대한 판단 없이 재판을 끝낼 수 있도록 했다. ‘중대한 위법’과 ‘현저한 일탈’을 가르는 기준은 법에 적혀 있지 않다. 정치인과 특검 사건 피고인들이 표적 수사나 공소권 남용을 주장하며 공소기각을 요구하면 재판부는 수사 과정의 위법성부터 별도로 심리해야 한다. 1심의 공소기각 판단이 상급심에서 뒤집히면 사건은 파기환송돼 다시 재판을 받아야 한다. 야권은 이 조항이 이재명 대통령의 재판을 끝내기 위한 우회로라고 주장하고 있다. 여당은 기존 대법원 판례를 법률에 옮긴 것이라고 설명한다. 기존 판례로 해결하던 사안을 별도 조항으로 만들면서 적용 기준을 두지 않은 탓에 형사재판에 새로운 다툼을 더했다. 국회는 검사의 수사권을 폐지하는 데 속도를 냈다. 그러나 보완수사를 넘겨받을 경찰의 사건은 이미 쌓여 있고 공소청과 중수청의 인력과 업무 기준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경찰 수사가 잘못됐을 때 이를 바로잡을 제도도 실효성이 검증되지 않았다. 형사사법 절차에서 한 기관의 업무를 없애면 그 일을 맡을 사람과 필요한 시간을 먼저 계산해야 한다. 이번 개정은 검사에게서 보완수사권을 떼어냈지만 그 업무가 사라진 것은 아니다. 경찰이 떠안고 사건 당사자가 기다려야 할 시간이 늘어났다.
2026-07-31 17:2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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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보완수사권, 누구를 위해 폐지하나
[경제일보] 김민석 국무총리가 25일 검찰의 보완수사권 폐지를 정부의 최종 입장이라고 밝혔다. 불과 며칠 전 이재명 대통령이 "예외적 경우까지 봉쇄하면 문제가 생길 수 있다"며 신중론을 펴던 것과 정반대다. 대통령은 국회의 숙의를 당부했는데, 총리는 그 숙의를 건너뛰고 결론부터 내놓았다. 정부 안의 손발이 맞지 않는 모습을 국민이 지켜본 셈이다. 이 갑작스러운 입장 변화의 배경을 짚어보면 사정이 드러난다. 8월 17일로 예정된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다. 보완수사권 완전 폐지를 줄곧 외쳐온 정청래 전 대표가 당권 경쟁의 한 축에 서 있고, 친명 당권주자로 거론되는 김 총리 역시 그 흐름에서 비켜설 처지가 아니었다. 김 총리의 발표가 나오자 정 전 대표는 곧바로 "환영한다. 국회에서 불가역적으로 완전 폐지할 테니 시행령도 완벽한 폐지로 준비해 달라"고 화답했다. 한 사법 제도의 운명이 정책 토론이 아니라 당내 세력 다툼의 자장 안에서 정해지고 있다는 인상을 지우기 어렵다. 문제는 이 논쟁이 추상적인 권력 다툼으로 끝나지 않는다는 데 있다. 대검찰청 통계를 보면, 올해 3~4월 일선 검찰청 12곳이 처리한 송치사건 5만5174건 가운데 보완수사를 거친 사건이 2만5152건, 45.59%에 달한다. 송치된 사건 절반가량이 보완수사라는 절차를 통해 다시 검토받았다는 뜻이다. 이 수치가 말해주는 건 단순하다. 보완수사권은 정치인이나 대기업 수사 같은 세간의 주목을 받는 사건에만 작동하는 권한이 아니라, 평범한 시민들의 일상적인 분쟁을 처리하는 데 일상적으로 쓰이고 있다는 사실이다. 실제 사례 하나를 보자. 전주지검은 최근 지인들에게 해산물 대금과 차용금 명목으로 수천만 원을 가로챈 60대 여성을 사기 혐의로 기소했다. 경찰은 처음에 변제 능력이 인정되고 기망 행위가 불분명하다며 불송치 결정을 내렸던 사건이다. 검찰이 직접 조사에 나서 이 여성이 이미 채무초과 상태였고 사실상 소득 없이 차용금으로 생활해왔다는 점, 사기죄 처벌 전력이 여섯 번이고 불송치로 끝난 사건이 일곱 건이나 된다는 점을 확인하면서 비로소 상습 사기의 전모가 드러났다. 경찰 수사 단계에서 멈췄더라면 피해자들은 끝내 가해자의 죗값을 묻지 못했을 사건이다. 법조계가 우려하는 지점도 여기에 있다. 한 현직 검사는 "사건을 수사한 당사자가 자신의 수사 결과가 잘못됐다고 인정하고 이를 뒤집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라고 했다. 형사 사건을 다뤄온 한 변호사는 보완수사권 폐지를 두고 "경찰 수사에 대한 채점 기능이 없어지는 것"이라고 표현했다. 검찰이 재수사를 요청해도 경찰이 결론을 바꾸지 않은 채 그대로 돌려보내는 사건이 적지 않은 현실에서, 이를 교정할 마지막 장치마저 사라진다는 뜻이다. 이화여대 이창온 교수는 보완수사권이 "기소·불기소에 대한 최종 결정 권한과 책임을 검사에게 두는" 제도적 근거라는 점을 짚으며, 수사 자료를 충실히 살피지 못한 채 기소 여부를 결정해야 하는 상황은 책임의 원리에 어긋난다고 지적했다. 물론 폐지론에도 나름의 논리가 있다. 보완수사라는 이름표를 달고 있지만 실질은 영장 청구와 압수수색, 피의자 조사까지 가능한 수사권이며, 이를 남겨두는 한 검찰의 권한은 언제든 되살아날 수 있다는 우려다. 수사와 기소를 분리하는 것이 권력 집중을 막는 민주주의의 기본 원칙이라는 점도 틀린 말은 아니다. 다만 이 원칙이 현실의 형사사법 절차에서 어떤 공백을 만들어낼지에 대한 답이 아직 충분히 마련되지 않았다는 게 문제다. 검찰개혁추진단이 검토하던 절충안, 곧 검사에게 참고인 조사와 자료 요청 권한만 주는 '보완조사권'에 대해서도 고려대 장영수 명예교수는 "그 과정에서 확보된 증거를 재판에 쓸 수 있다면 간판만 바꾼 사기이고, 쓸 수 없다면 해봤자 소용없는 제도"라고 잘라 말했다. 오는 10월 검찰청이 폐지되고 공소청과 중대범죄수사청이 출범한다. 형사소송법의 핵심 쟁점을 정리할 시간은 그리 길지 않다. 그런데 정부는 정작 정부안조차 내놓지 않은 채 국회에 결론을 떠넘겼고, 그 국회의 논의는 당권 경쟁의 일정에 휘말릴 처지에 놓였다. 검찰 내부에서 "그간의 공청회와 토론은 다 무엇이었느냐"는 반발이 나오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제도를 설계하는 책임 있는 주체들이 토론의 결론을 미리 정해놓고 형식적 절차만 남겨두려는 것은 아닌지 돌아볼 일이다. 보완수사권 존폐는 결국 누가 사건 처리의 마지막 책임을 지느냐의 문제로 돌아온다. 그 책임을 어떤 기관에 맡길지는 신중하게 따져볼 일이지만, 적어도 그 논의가 당권을 잡기 위한 셈법에 끌려가서는 안 된다. 제도가 바뀌면 사건은 다시 사람을 향한다. '동네 언니들'에게 사기를 당한 피해자들처럼, 그 사람들 대부분은 정치적 주목을 받지 못하는 평범한 시민들이다.
2026-06-26 10:3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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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관 시장의 재편, '검사 출신'의 시대가 끝났다
[경제일보] 서울 강남의 한 대형 로펌. 2021년 무렵, 익숙하지 않은 회의가 열렸다. 의제는 ‘경찰 출신 변호사 영입’이었다. 불과 몇 해 전까지만 해도 이 회의실의 관심사는 어느 검사장을 데려오느냐였다. 수사권 조정 직후였다. 경쟁의 출발점이 달라지고 있었다. 경찰이 수사를 끝내는 체계에서 수사 단계에서 사건을 붙들지 못하면 대응의 주도권을 놓친다는 인식이 빠르게 퍼졌다. 전관 시장 재편은 이때부터 시작됐다. 검찰 전관의 시대는 권한에서 출발했다. 수사와 기소, 공소 유지까지 한 기관이 맡는 체계에서 검사는 사건의 흐름을 좌우하는 자리에 있었다. 어떤 혐의로 입건할지, 기소 여부를 어떻게 판단할지, 법정에서 어떤 증거를 앞세울지 모두 검사의 손에 달려 있었다. 이 체계에서 ‘아는 검사’는 단순한 인맥 이상의 의미를 가졌다. 검찰청 내부 관행, 특정 부서의 판단 기준, 사건 처리 방식에 대한 비공식 정보가 전관 프리미엄의 실체였다. 검찰총장 출신이 대형 로펌 고문이나 대표로 옮기고, 특수부장 출신에게 수억원대 착수금이 붙는 시장이 오랫동안 이어졌다. 하지만 그 질서는 흔들리기 시작했다. 변화는 대형 로펌에서 먼저 감지됐다. 법무법인 세종은 수사권 조정 이후 경찰 출신 변호사들로 구성된 전담팀을 꾸렸다. 이후 주요 로펌들도 잇따라 경찰 출신 인력을 영입했다. 단순히 숫자만 늘어난 것이 아니었다. 일부 로펌은 경찰 재직 경력을 법조 경력에 준해 인정하는 방식까지 도입했다. 전관 시장의 평가표 자체가 바뀌고 있었던 셈이다. 변화는 경찰 출신에 그치지 않았다. 공정거래위원회, 금융감독원 등 규제 기관 출신 확보 경쟁도 이어졌다. 기업 규제 환경이 복잡해지면서 행정과 규제 영역을 이해하는 인력의 가치가 커졌기 때문이다. 한때 전관 시장의 중심축이 검찰 출신 일색이었다면, 이제는 수사기관과 규제기관 전반으로 수요가 분산되는 흐름이 뚜렷해졌다. 경찰 출신 변호사들이 독자 로펌을 세우는 움직임도 나타났다. 법무법인 YK가 대표적이다. 수사 경험을 바탕으로 사건을 재구성하고 초기 대응 전략을 세우는 방식이다. 기존 대형 로펌과는 다른 방식으로 시장에 들어오는 이들까지 등장하면서 전관 시장은 더 이상 검사 출신만의 무대가 아니게 됐다. 전관 프리미엄이 약해졌는지를 두고 현장의 평가는 엇갈린다. 다만 한 가지는 비교적 분명하다. 전관의 가치가 사라진 것이 아니라, 전관의 중심이 이동하고 있다는 점이다. 검찰 전관의 역할은 제도 변화로 축소됐다. 직접 수사 범위가 줄었고, 앞으로 수사 기능 상당 부분은 다른 기관으로 넘어간다. 과거처럼 수사 창구로 작동하던 힘은 예전 같기 어렵다. 기업 법무팀에서 검찰 전관을 일종의 안전판처럼 활용하던 오랜 관행도 흔들리고 있다. 전관 한 명만 데려오면 된다는 계산이 더는 통하지 않게 된 것이다. 물론 기소 단계의 영향력은 여전히 남아 있다. 어떤 혐의를 적용할지, 어떤 증거를 중심에 둘지는 재판 결과에 적지 않은 영향을 준다. 이 때문에 공소 단계에서의 검찰 출신 네트워크는 당분간 가치를 유지할 가능성이 있다. 다만 그것이 곧 시장 전체를 지배하던 과거의 위상까지 뜻하는 것은 아니다. 예전의 검사 출신은 형사 절차 전반을 아우르는 존재였지만, 이제는 기소 단계라는 한 축의 전문가로 위치가 좁혀지고 있다. 경찰 전관은 다른 양상을 보인다. 수사권 조정 이후 수요는 늘었다. 사건의 향방이 경찰 단계에서 상당 부분 갈리는 현실이 반영된 결과다. 그러나 경찰 내부에서는 전관 영향력에 대해 신중한 시각도 있다. 조직 문화와 의사결정 방식이 검찰과 달라 단순한 인맥만으로 결과를 움직이기 어렵다는 인식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이 점은 오히려 지금의 전관 시장이 과거와 다른 방향으로 바뀌고 있음을 보여준다. 전관 프리미엄의 성격 자체가 달라지고 있다. 과거에는 ‘누구를 아느냐’가 힘이었다면, 지금은 ‘어떤 절차를 읽고 대응하느냐’가 더 중요해지고 있다. 수사 초기 대응, 불송치 판단에 대한 대응, 이의신청 전략, 압수수색 단계에서의 대응 방식 등 절차 중심 역량이 사건 결과를 좌우하는 경우가 갈수록 늘고 있다. 로펌이 경찰 출신을 영입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단순히 연락 창구를 넓히려는 것이 아니다. 수사 초기 단계에서 사건을 관리하고, 기소 전에 방향을 조정할 수 있는 역량을 확보하려는 것이다. 형사사건의 주무대가 검찰청 안쪽에서 경찰 수사 단계로 옮겨가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 과정에서 새로운 문제도 생긴다. 경찰 출신 인력이 로펌으로 이동하는 속도가 빨라지면서 이해충돌 가능성이 제기된다. 수사 공정성에 대한 우려도 함께 커지고 있다. 과거 검찰 전관 문제를 둘러싸고 제기됐던 질문이 이제는 경찰과 다른 수사기관을 향해 확장되고 있는 셈이다. 전관 시장은 사라지지 않았다. 다만 이제 그 시장을 움직이는 중심축이 하나가 아니다. 검찰청 폐지를 앞두고 법조 인재 지도도 다시 그려지고 있다. 중수청 출범 이후에는 해당 기관 출신 인력이 새로운 수요를 형성할 가능성이 있다. 공소청 검사 출신은 기소 단계에서 역할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경찰 출신은 일반 형사 사건 영역에서 영향력이 커지고 있다. 공정위와 금감원 등 규제 기관 출신은 기업 법무 분야에서 입지를 넓히고 있다. ‘검사 출신’이 전관 시장의 정점에 서던 시대는 저물고 있다. 앞으로의 전관 시장은 한 직역이 독식하는 시장이 아니다. 수사와 기소, 규제와 대응, 각 절차와 기관의 특성을 얼마나 잘 아느냐에 따라 가치가 갈리는 시장으로 바뀌고 있다. 전관의 이름은 남겠지만, 그 중심에 늘 검사 출신이 서 있던 시대는 끝나가고 있다.
2026-04-10 09:42: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