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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문 한미·송무 광장, 합병으로 만든 종합로펌
[경제일보] 2001년 6월 7일 서울 신라호텔. 기업자문과 금융에 강했던 법무법인 한미와 송무로 이름을 알린 법무법인 광장이 합병을 선언했다. 새 로펌의 이름을 정하는 일부터 쉽지 않았다. 결국 국문 이름은 옛 광장의 ‘법무법인 광장’을 쓰고 영문 이름은 한미가 사용하던 ‘Lee & Ko’를 남겼다. 당시 한미와 광장을 합친 국내외 변호사는 120명을 넘어섰다. 김앤장에 이어 국내 두 번째 규모의 대형 로펌이 등장했다. 기업자문과 금융은 한미가 쌓아온 경험을 가져왔고 송무에는 옛 광장의 강점이 더해졌다. 서로 부족했던 분야를 한 조직 안에 넣으면서 지금의 종합로펌 광장이 출발했다. 광장의 역사를 따라가려면 2001년보다 24년을 더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기업자문과 송무가 처음부터 한 조직 안에 있었던 것은 아니다. 각자 다른 시장에서 성장한 두 로펌이 자신에게 없던 역량을 상대에게서 찾으면서 2001년 합병으로 이어졌다. ◆ 판사 그만두고 기업들이 있는 도심으로 1977년 이태희 변호사가 서울 중구 소공동에 개인 법률사무소를 열었다. 지금 광장의 출발점이다. 이 변호사는 고등고시 사법과에 합격해 서울민사지법과 서울형사지법 판사를 지냈다. 이후 미국 유학을 위해 판사직을 그만두고 하버드대 로스쿨을 거쳐 로스앤젤레스의 로펌에서 4년간 일했다. 국내로 돌아온 이 변호사는 법원 주변이 아니라 기업들이 몰려 있던 서울 도심에 사무실을 냈다. 당시 변호사의 업무는 개인 송사와 재판이 중심이었지만 이 변호사는 기업의 계약과 투자, 해외 거래를 자문하는 서구식 로펌을 염두에 뒀다. 한진그룹과 한국전력, 포항제철, 한국은행, 외환은행 등이 초기 고객으로 이름을 올렸다. 외국 기업의 국내 진출과 국내 기업의 해외 거래도 맡았다. 1981년 고광하 변호사가 합류하면서 한미합동법률사무소로 확대됐다. 이태희의 ‘Lee’와 고광하의 ‘Ko’를 따 영문 이름을 ‘Lee & Ko’로 정했다. 1985년에는 법무법인 한미로 조직을 바꿨다. 훗날 고 변호사가 독립한 뒤에도 Lee & Ko라는 이름은 남았다. ◆ 기업자문만으로는 채우지 못한 송무 한미는 기업자문에서 출발했지만 일찍부터 송무를 보강했다. 부장판사를 지낸 유경희 변호사가 합류해 송무를 맡았고 기업자문과 금융, 송무, 지식재산권, 보험 등으로 업무를 나눴다. 1990년대에는 변호사가 사건을 받아 혼자 처리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업무 분야별 전문팀도 두기 시작했다. 한국 기업이 커지면서 로펌에 들어오는 일도 달라졌다. 외국인 투자와 해외 증권 발행, 금융거래, M&A가 늘었고 외환위기 이후에는 기업 구조조정 업무가 쏟아졌다. 한미가 강점을 보이던 기업자문과 금융 업무에는 좋은 시장이었다. 그러나 고객의 분쟁까지 계속 맡으려면 송무 역량을 더 키워야 했다. 기업에 계약과 거래를 자문하다 분쟁이 생기면 대형 송무를 다른 로펌에 맡겨야 하는 경우도 있었다. 기업자문에서 고객을 확보해도 법정 분쟁까지 이어서 맡는 데 한계가 있었다. 종합로펌으로 커지려면 기업자문과 금융만으로는 부족했다. 한미가 찾던 것은 강한 송무였다. 그 무렵 옛 광장에는 정반대의 고민이 있었다. ◆ 자문 85% 한미, 송무 70% 광장 옛 광장은 박우동 전 대법관과 권광중 전 사법연수원장 등 법원 출신 변호사들을 중심으로 송무에서 이름을 쌓았다. 재판 경험과 법원 인력에서는 강했지만 국제거래와 기업자문을 단기간에 키우기는 쉽지 않았다. 기업법무 시장이 빠르게 커지는 상황에서 송무만으로 성장하기에도 한계가 있었다. 2001년 당시 한미의 업무 가운데 자문 비중은 약 85%였다. 반면 광장은 송무 비중이 약 70%였다. 한미에는 대형 송무가 필요했고 광장에는 기업자문과 국제거래 경험이 필요했다. 두 로펌의 강점과 약점이 정확히 반대쪽에 놓여 있었다. 그해 초 양측 대표들의 만남에서 합병 이야기가 나왔다. 법률시장 개방을 앞두고 해외 대형 로펌과 경쟁하려면 자문과 송무를 모두 갖춘 규모도 필요했다. 필요한 분야를 처음부터 키우는 데 시간을 들이기보다 이미 경험을 축적한 조직과 합치는 길을 택했다. 논의가 시작된 지 몇 달 만에 두 로펌은 합병을 결정했다. 한미는 광장의 송무를 얻었고 광장은 한미의 기업자문과 금융, 국제업무를 얻었다. 2001년 신라호텔에서 출범한 통합 광장은 서로 부족했던 부분을 합쳐 만든 로펌이었다. ◆ 합치는 것보다 어려웠던 한 조직 만들기 합병은 변호사 숫자와 고객 명단을 더하는 것으로 끝나지 않았다. 사건을 가져온 변호사가 계속 사건을 쥐는 대신 업무 성격에 따라 전문부서가 맡도록 했다. 한미와 광장 출신 변호사 사이의 보수와 사건 배분도 운영위원회를 중심으로 정리했다. 출신 로펌에 따라 이해가 갈리지 않도록 공통의 기준을 만드는 일이 필요했다. 로펌 합병은 일반 기업의 합병과도 차이가 있다. 공장이나 설비보다 사람이 자산인 조직이다. 이름난 변호사가 빠져나가면 사건과 고객도 함께 이동할 수 있다. 합병 뒤 인사와 보수, 사건 배분을 어떻게 정하느냐에 따라 통합의 성패가 갈린다. 광장은 1999년 한미에서 도입했던 운영위원회 제도를 통합 법인의 경영체제로 이어갔다. 설립자나 대표변호사 한 사람에게 인사와 사건 배분이 몰리지 않도록 하는 방식이었다. 기업자문 중심의 한미와 송무 중심의 광장이 갖고 있던 조직문화도 운영위원회를 중심으로 맞춰갔다. 2001년 합병은 부족한 업무 분야를 보완했지만 두 조직을 실제로 하나로 만드는 일은 그 뒤에 시작됐다. 광장이 종합로펌으로 자리 잡는 과정에는 합병 자체보다 합병 이후의 조직 통합이 더 긴 시간을 차지했다. ◆ 창업자가 지분을 후배에게 넘겼다 세대교체에서도 광장만의 선택이 있었다. 이태희 변호사를 비롯한 1세대 변호사들은 퇴임하면서 로펌 지분을 남겨두지 않았다. 이 변호사는 2009년 물러나면서 자신이 보유한 지분을 후배들에게 넘기고 경영에서도 손을 뗐다. 설립자가 지분과 경영권을 계속 쥐는 방식을 택하지 않았다. 이런 선택은 후배 변호사들의 경영 참여로 이어졌다. 어쏘시에이트로 입사한 변호사가 파트너를 거쳐 경영대표까지 올라갈 수 있는 조직이 만들어졌다. 현재 경영을 총괄하는 김상곤 대표변호사 역시 광장에서 경력을 쌓아온 내부 인사다. 개인 사무소에서 출발한 조직이 세대를 거치면서 구성원 중심의 로펌으로 바뀌었다. 2001년 합병이 20년 넘게 유지될 수 있었던 배경에도 이런 세대교체가 자리하고 있다. 합병계약은 한 번으로 끝났지만 한미와 광장 출신이 따로 움직이지 않게 만드는 데는 오랜 시간이 필요했다. 창업자의 지분 정리와 운영위원회 중심 경영은 통합을 굳히는 장치가 됐다. 결국 광장은 업무만 합친 것이 아니었다. 기업자문과 송무를 합친 뒤 사람과 지분, 경영방식까지 하나의 조직 안에 다시 배치했다. ◆ M&A와 송무, 지금도 광장의 두 축 합병 당시 두 로펌이 들고 온 강점은 지금도 광장의 주요 업무로 남아 있다. 체임버스앤파트너스는 2026년 광장의 기업·M&A와 금융, 자본시장, 공정거래 분야 등을 국내 상위권으로 평가했다. 기업·M&A와 공정거래는 국내 ‘Band 1’에 올랐다. 송무 분야에도 약 150명의 변호사가 참여하고 있으며 전직 대법관과 법관 출신 인력도 다수 포함돼 있다. 최근 실적에서도 M&A의 비중은 크다. 광장은 2025년 SK스페셜티 매각과 아워홈 인수, SK그룹 리밸런싱 거래 등에 참여했다. 프랑스 에어리퀴드의 4조6000억원 규모 DIG에어가스 인수도 자문했다. 2025년 광장의 M&A 분야 매출은 전년보다 30% 이상 늘었다. 2026년 상반기 블룸버그 집계에서도 광장은 국내 M&A 법률자문에서 47건, 42억1600만달러를 기록했다. 거래금액과 건수 모두 김앤장에 이어 2위였다. 1970년대 한미가 시작한 기업자문과 금융 업무가 반세기 가까이 지난 지금도 광장의 주요 수익원으로 이어지고 있다. 송무와 형사 분야에서도 인력을 늘리고 있다. 최근에는 법원장과 형사재판장, 영장전담판사 출신 변호사를 잇달아 영입했다.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의 SM엔터테인먼트 시세조종 혐의 사건 1심에서도 변호인단으로 참여해 무죄 판결을 받았다. 옛 광장이 들고 온 송무 역시 통합 법인의 한 축을 맡고 있다. ◆ 익숙했던 2위 자리에도 경쟁 붙었다 광장의 앞길이 순탄하기만 한 것은 아니다. 2025년 매출은 4309억원으로 전년 4111억원보다 4.82% 늘었다. 외형은 커졌지만 경쟁 로펌의 성장 속도가 더 빨랐다. 태평양이 4402억원, 세종이 4363억원을 기록하면서 광장은 두 로펌에 뒤졌다. 오랫동안 김앤장 다음 자리를 놓고 경쟁했던 광장에도 새로운 경쟁 구도가 만들어졌다. 매출 규모뿐 아니라 M&A와 금융, 송무 등 주력 분야에서 대형 로펌 간 인재 영입 경쟁도 거세지고 있다. 기업 고객이 로펌을 고르는 기준도 전문성과 서비스, 비용까지 세분화되고 있다. 한국경제와 한국사내변호사회가 실시한 2025년 조사에서 광장은 종합과 전문성, 서비스 평가에서 각각 5위를 기록했다. M&A·IPO는 4위, 민사·송무와 형사·수사기관 대응도 5위였다. 오랜 업력과 규모만으로 경쟁 로펌을 앞서기 어려워진 시장이다. 반면 2026년 상반기 M&A 실적은 다시 2위로 올라섰다. 공정거래와 자본시장, 국제통상에서도 국제 평가기관의 상위권을 유지하고 있다. 한미에서 이어진 기업자문과 옛 광장의 송무를 지금의 시장에 맞게 얼마나 다시 키우느냐가 광장이 풀어야 할 문제다. ◆ 부족한 곳을 합쳐 만든 광장 광장에는 지금도 두 로펌의 흔적이 이름으로 남아 있다. 한국에서는 ‘광장’이고 해외에서는 ‘Lee & Ko’다. 하나는 송무로 성장한 로펌에서 가져왔고 다른 하나는 1977년 기업자문으로 출발한 한미에서 이어졌다. 2001년 합병 때 어느 한쪽의 이름을 지우지 않았다. 이름만 나눠 가진 것도 아니다. 한미는 기업자문과 금융, 국제업무를 가져왔고 광장은 송무 경험을 보탰다. 합병 뒤에는 사건 배분과 보수 체계를 맞췄고 창업자들이 물러나면서 지분과 경영권도 후배들에게 넘겼다. 광장은 처음부터 모든 분야를 잘했던 로펌이 아니었다. 기업자문에 강했던 조직은 송무가 부족했고 송무에 강했던 조직은 기업자문이 부족했다. 두 로펌은 상대의 강점을 자기 조직 안으로 가져오는 방법을 택했다. 2001년 신라호텔에서 시작한 합병은 25년이 지나 광장의 기업자문과 송무라는 두 축으로 남았다. 부족한 분야를 처음부터 새로 만드는 대신 이미 잘하는 조직과 합쳤다. 광장이 종합로펌으로 커진 출발점이었다.
2026-09-09 08: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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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증시의 뜨거운 질주, 변동성을 더욱 경계해야 한다
[경제일보] 한국 증시가 세계 금융시장의 중심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한때 ‘코리아 디스카운트’라는 말이 상징하던 저평가 시장은 이제 글로벌 투자은행과 국제 금융 언론이 주목하는 가장 뜨거운 시장 가운데 하나가 됐다. 영국 경제지 파이낸셜타임스(FT)는 최근 한국 증시의 상승 속도가 1990년대 말 닷컴버블 시기의 미국 나스닥 상승률마저 앞질렀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한국 코스피는 지난해 초 2400선에서 올해 7200선을 돌파하며 18개월 만에 세 배 이상 급등했다. 이는 미국 나스닥이 닷컴버블 당시 같은 수준까지 상승하는 데 걸렸던 시간보다도 더 빠른 속도다. 이번 랠리의 중심에는 삼성전자와 에스케이(SK)하이닉스가 있다. 인공지능(AI) 혁명과 글로벌 데이터센터 투자 확대, HBM(고대역폭 메모리) 수요 폭증이 두 기업의 실적을 사상 최대 수준으로 끌어올리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올해 들어 130% 안팎 상승했고, SK하이닉스는 170% 가까이 급등했다. 두 기업의 합산 시가총액은 이미 대한민국 국내총생산(GDP)을 넘어섰다. 이는 한국 경제 역사에서도 전례를 찾기 어려운 장면이다. 그러나 시장이 뜨거워질수록 냉정함은 더욱 중요하다. FT가 지적했듯이 이번 랠리는 과거 닷컴버블과는 분명 다른 측면이 있다. 당시 미국 나스닥은 실적보다 미래 기대감과 밸류에이션 확대에 의해 움직였다. 반면 현재 한국 반도체 랠리는 실제 이익 증가가 동반되고 있다. 글로벌 AI 인프라 확장이 메모리 산업의 구조 자체를 바꾸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골드만삭스와 JP모건, 씨티그룹 등 글로벌 투자은행들이 코스피 목표치를 계속 상향하는 것도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다. 과거 메모리 산업이 단순 경기순환 산업이었다면, 이제는 AI라는 거대한 구조적 변화 속에서 장기 성장 산업으로 진화하고 있다는 판단이다. 문제는 시장의 균형이다. 현재 한국 증시의 상승은 지나치게 소수 종목에 집중돼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제외하면 상당수 종목은 여전히 부진하다. 중소형 가치주들은 시장 유동성에서 소외되고 있고, 체감 경기 역시 증시의 뜨거운 열기와는 큰 괴리가 있다. 즉 지금의 코스피는 ‘한국 경제 전체의 동반 상승’이라기보다 ‘AI 반도체 중심의 초집중 랠리’에 가깝다. 이 대목에서 우리는 과거의 경험을 되새길 필요가 있다. 시장은 언제나 낙관 속에서 과열되고, 과열 속에서 위험을 잊는다. 특히 한국 시장은 개인 투자자의 비중이 높은 구조다. 이번 상승장 역시 이른바 ‘개미군단’의 귀환이 중요한 동력이 되고 있다. 한동안 미국 증시로 향했던 자금이 다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로 몰리고 있다. 문제는 그 과정에서 ‘빚투’가 빠르게 늘고 있다는 점이다. 부동산 광풍이 불던 시절에도 사람들은 “이번에는 다르다”고 말했다. 서울 집값이 끝없이 오를 것이라는 믿음 속에 무리한 대출이 이어졌고, 그 과정에서 시장은 극단적 변동성을 경험했다. 증시도 마찬가지다. 주가는 기업의 미래 가치를 반영하지만, 시장은 언제나 직선으로 움직이지 않는다. AI 혁명이라는 거대한 흐름이 분명 존재하더라도, 그 과정에서 조정과 변동성은 반복될 수밖에 없다. 특히 외국인 투자자의 움직임을 면밀히 살펴야 한다. 한국 시장은 구조적으로 외국인 자금의 영향력이 매우 크다. 외국인은 상승장에서는 강력한 추진력이 되지만, 위험 회피 국면에서는 가장 먼저 빠져나가는 자금이기도 하다. 미국 금리 정책, 글로벌 경기 둔화, 미·중 갈등, 대만해협 리스크, 중동 정세 같은 외부 변수는 언제든 한국 시장 변동성을 증폭시킬 수 있다. 지금처럼 특정 섹터와 특정 종목에 자금이 과도하게 집중된 시장에서는 작은 충격도 훨씬 크게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더욱 우려되는 것은 시장이 점점 ‘투자’보다 ‘추격’의 심리로 움직일 가능성이다. 실적과 산업 변화에 대한 냉정한 분석보다는 “지금 안 사면 뒤처진다”는 조급함이 시장을 지배하기 시작하면 위험 신호가 나타난다. 특히 개인 투자자들이 대출까지 동원해 특정 종목에 몰릴 경우 시장의 건강성은 빠르게 약화될 수 있다. 그렇다고 지금의 상승장을 단순 거품으로만 볼 수도 없다. 현재 한국 증시는 여전히 미국 시장 대비 밸류에이션이 낮다. FT가 인용한 블룸버그 자료에 따르면 코스피의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은 8배대 수준으로, 미국 S&P500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상장사의 절반 가까이가 여전히 주가순자산비율(PBR) 1배 미만이다. 이는 한국 시장이 아직도 구조적 저평가 상태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했음을 보여준다. 결국 중요한 것은 방향이다. 한국 증시가 진정한 선진 자본시장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두 종목의 질주에 의존해서는 안 된다. 중소형주와 가치주, 바이오와 로봇, 방산과 조선, 콘텐츠와 소프트웨어 산업까지 시장 전반의 체질 개선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 정부가 추진 중인 기업지배구조 개혁과 저PBR 기업 가치 제고 정책 역시 그런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자본시장의 신뢰를 높이고, 시장 전체의 체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이어져야 한다. 무엇보다 지금 필요한 것은 냉정한 균형감각이다. AI 혁명은 분명 거대한 산업 전환의 시대를 열고 있다. 한국 반도체 산업은 그 중심에 서 있다. 그러나 시장의 열광은 언제나 그림자를 동반한다. 투자자는 낙관 속에서도 위험을 계산해야 하고, 정부는 상승장 속에서도 시스템 리스크를 점검해야 하며, 기업은 주가 상승에 취하기보다 미래 경쟁력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 세계는 지금 한국 시장을 바라보고 있다. 이 뜨거운 상승이 대한민국 산업 혁신의 서막이 될지, 아니면 또 하나의 극단적 변동성으로 기록될지는 지금부터의 선택에 달려있다.
2026-05-23 18:3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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