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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패작'이라던 인덱스펀드…50년 만에 美 주식형 자산 64% 삼켰다
[경제일보] 50년 전만 해도 월가에서 ‘투자를 포기한 사람들의 상품’이라는 조롱을 받았던 인덱스펀드가 미국 자산운용시장의 주류가 됐다. 미국 국내 주식에 투자하는 펀드 자산 가운데 인덱스 상품이 차지하는 비중은 이제 64%에 육박한다. 1976년 8월 출범한 개인투자자용 최초의 S&P500 추종 인덱스펀드는 출발부터 실패작 취급을 받았다. 당시 뱅가드 창립자 잭 보글이 기대했던 모집액은 5000만~1억5000만 달러였지만 실제로 모인 돈은 1100만 달러 남짓이었다. 반세기 뒤 상황은 완전히 뒤집혔다. 18일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최근 인덱스펀드 출범 50주년을 맞아 이 상품을 20세기 금융사의 가장 중요한 혁신 가운데 하나로 평가했다. 높은 수수료를 받으며 종목을 고르는 전문 펀드매니저보다 시장 전체를 낮은 비용으로 따라가는 전략이 장기적으로 더 유리하다는 점을 입증했다는 것이다. 다만 이코노미스트는 인덱스펀드를 흔히 부르는 ‘패시브 투자’라는 표현에는 의문을 제기했다. 어떤 지수를 선택할지부터 주식과 채권을 어떤 비율로 나눌지, 펀드 운용사가 실제 거래를 어떻게 실행할지까지 수많은 능동적 판단이 숨어 있다는 이유다. 1100만 달러로 시작해 21.8조 달러 시장으로 인덱스펀드의 역사는 1976년 8월 출시된 ‘뱅가드 퍼스트 인덱스 인베스트먼트 트러스트’에서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이 상품은 미국 대표 주가지수인 S&P500의 움직임을 그대로 따라가도록 설계된 최초의 개인투자자용 펀드였다. 당시 월가의 반응은 싸늘했다. 시장을 이길 종목을 발굴하는 것이 투자 전문가의 역할이라고 믿던 시절이어서 단순히 시장지수를 따라가는 전략은 투자 자체를 포기한 것이라는 비판까지 나왔다. 보글 자신도 초기 성과를 두고 사실상 참담한 실패라고 평가했다. 그는 최소 5000만 달러에서 최대 1억5000만 달러를 모을 것으로 기대했지만 실제 모집액은 1100만 달러를 조금 넘는 수준이었다. 현재 가치로 환산하면 약 6500만 달러 정도다. 하지만 인덱스펀드의 장점은 시간이 지나면서 드러났다. 전문가가 개별 주식을 골라 시장보다 높은 수익률을 노리는 액티브펀드는 운용보수와 거래비용 등이 상대적으로 높다. 반면 인덱스펀드는 특정 시장지수를 그대로 추종하기 때문에 운용구조가 단순하고 비용이 낮다. 주가가 급등할 때도, 폭락할 때도 시장 평균을 따라간다. 문제는 평균적인 액티브 운용자가 시장 평균을 지속적으로 넘어서는 것이 쉽지 않다는 데 있다. 시장 평균 수준의 수익률에서 낮은 비용만 부담하는 투자자가, 같은 시장에서 더 높은 수수료를 내는 평균적인 액티브 투자자보다 결과적으로 유리해지는 구조다. 실제로 인덱스 상품은 이제 미국 펀드시장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미국 투자회사협회(ICI)에 따르면 미국 투자펀드가 운용하는 순자산 가운데 50% 이상이 지수 추종 상품에 들어가 있다. 2026년 5월 기준 장기 뮤추얼펀드와 상장지수펀드(ETF) 가운데 인덱스 상품 자산은 21조8200억 달러로 전체의 53.8%를 차지했다. 미국 국내 주식형 펀드만 따로 보면 인덱스 상품 비중은 63.9%에 달했다. 사실상 미국 주식형 펀드 자금 3달러 가운데 2달러 가까이가 인덱스를 따라 움직이는 셈이다. ‘패시브’라지만…나스닥100 선택하는 순간 이미 액티브 인덱스펀드의 성공은 자산운용업의 기존 질서도 흔들었다. 전문적으로 종목을 고르는 액티브 운용사 입장에서는 수십 년 동안 자신들의 영역이 인덱스펀드에 잠식된 셈이다. 이에 대한 반발도 계속되고 있다. 하지만 이코노미스트는 인덱스펀드 자체의 가치를 부정하기보다 ‘패시브 투자’라는 표현이 실제 투자 과정을 지나치게 단순화한다고 지적했다. 가장 먼저 선택해야 하는 것은 어떤 지수를 추종하느냐다. 유럽 주식시장에 투자한다고 해도 대형주 50개를 담는 STOXX Europe 50과 수백 개 종목을 포함하는 MSCI Europe은 구성도 다르고 결과도 달라질 수 있다. 미국 역시 마찬가지다. 나스닥100을 추종하면서 미국 시장에 패시브하게 투자한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이 지수는 기술주 비중이 높고 금융·부동산 등 일부 산업은 사실상 제외한다. S&P500을 선택할지, 나스닥100을 선택할지, 미국 전체 시장을 담을지 결정하는 순간 이미 투자자의 적극적인 판단이 개입한다. 전 세계 1만 개가 넘는 기업을 담는 FTSE Global All-Cap 같은 광범위한 지수를 선택한다고 해도 문제는 남는다. 진정한 의미에서 모든 투자 판단을 배제하려면 주식 뿐 아니라 채권과 부동산, 사모대출, 미술품, 와인 등 투자 가능한 모든 자산을 시장 규모에 맞게 보유해야 한다. 현실적으로는 불가능에 가깝다. 주식 60%, 채권 40%의 전통적인 자산배분 역시 마찬가지다. 왜 60대40이어야 하는지 결정하는 것 자체가 적극적인 투자 판단이다. 결국 ‘패시브’라는 이름 아래에도 수많은 선택이 숨어 있다는 얘기다. 펀드매니저도 지수 그대로 복사만 하는 것은 아니다 인덱스펀드 운용사 역시 아무런 판단을 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초창기 뱅가드 인덱스펀드는 규모가 너무 작아 S&P500 구성 종목 500개를 모두 매수하기 어려웠다. 대신 약 300개 종목을 추려 전체 지수의 움직임과 비슷하도록 구성하는 ‘샘플링’ 방식을 사용했다. 이와 같은 방식은 현재도 일부 인덱스펀드에서 활용된다. 지수 구성종목이 바뀔 때도 운용사의 판단이 개입한다. 특정 기업이 지수에 새롭게 포함될 경우 해당 지수를 추종하는 자금이 그 주식을 사야 한다는 사실을 시장 참여자들도 알고 있다. 그대로 거래하면 가격이 미리 뛰어 불리한 가격에 주식을 사야 할 수도 있다. 운용사는 이런 시장 충격을 줄이기 위해 매매 시점과 방식을 조정한다. 세금 부담을 줄이기 위한 거래도 가능하다. 보유주식을 공매도 투자자에게 빌려주고 대여수수료를 받아 펀드 수익률을 높이는 운용사도 있다. 인덱스펀드를 ‘컴퓨터가 지수를 기계적으로 복제하는 상품’으로만 보는 것은 실제 운용과 거리가 있다는 의미다. 인덱스펀드의 성공이 새로운 고민을 만들고 있다는 점도 주목할 대목이다. 시장 규모가 너무 커지면서 인덱스펀드에 들어오는 돈이 단순히 주가를 따라가는 것을 넘어 주가 자체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논의가 ‘비탄력적 시장 가설’이다. 관련 연구에서는 주식에 일정 비중으로 투자하는 펀드에 1달러의 자금이 새로 들어올 경우 전체 주식시장 시가총액이 3~8달러 증가할 수 있다는 추정이 제시됐다. 이는 모든 시장 상황에 적용되는 고정된 법칙은 아니지만 자금 유입 규모에 비해 주가 영향이 훨씬 커질 가능성을 보여준 연구다. 특히 인덱스펀드 자금이 시가총액이 큰 기업으로 자동 유입되면서 이미 규모가 큰 기업의 주가를 더 끌어올릴 수 있다는 연구도 나오고 있다. 2025년 ‘리뷰 오브 파이낸셜 스터디즈’에 실린 연구 역시 패시브펀드로 유입되는 자금이 대형 기업의 주가에 상대적으로 더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 같은 현상이 누적되면 몇몇 초대형 기업으로 증시 가치가 과도하게 집중되거나 거품을 키우는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다만 이코노미스트는 이런 문제 때문에 인덱스펀드를 처분해야 한다는 결론에는 선을 그었다. 시장가격이 크게 오르거나 폭락할 때 인덱스펀드는 결국 시장 평균 수익률을 기록한다. 액티브 투자자 전체의 평균 역시 비용을 빼기 전에는 시장 평균과 같을 수밖에 없고, 여기에 더 높은 운용보수가 붙으면 평균적인 액티브펀드 투자자의 실질 성과는 상대적으로 낮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인덱스펀드가 증명한 것은 ‘최고의 주식을 찾는 능력’보다 시장을 낮은 비용으로 오래 보유하는 능력이 많은 투자자에게 더 중요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1976년 1100만 달러를 모으는 데 그치며 실패작 취급을 받았던 상품은 50년 만에 20조 달러가 넘는 시장의 중심으로 성장했다. 이코노미스트는 향후 50년에도 인덱스펀드의 영향력이 더욱 강해질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다만 그때의 인덱스펀드는 더 이상 시장을 조용히 따라가기만 하는 존재가 아닐 가능성이 크다. 시장을 추종하며 성장했던 인덱스펀드가 이제는 시장의 구조와 가격까지 바꾸는 단계로 접어들고 있다. 반세기 전 시작된 금융혁명의 두 번째 50년이 주목되는 이유다.
2026-08-18 17:1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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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8조 원의 국민연금 대체투자, 이젠 수익보다 책임을 묻는다
[경제일보] 국민연금의 대체투자 규모가 248조 원을 넘어섰다. 이는 국민연금기금 전체 자산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규모로, 세계적 수준의 연기금으로 성장한 국민연금의 위상을 보여주는 동시에 우리 사회에 새로운 과제를 던져주고 있다. 저금리와 금융시장의 불확실성 속에서 부동산과 인프라, 사모펀드, 사모대출 등 대체투자를 확대하는 것은 안정적인 장기 수익률을 확보하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일 수 있다. 그러나 외형의 성장에 걸맞은 책임과 투명성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거대한 기금은 국민의 신뢰를 잃을 수밖에 없다. 국민연금은 일반 금융회사의 투자자금과 본질적으로 다르다. 국민이 평생 성실히 납부한 보험료를 바탕으로 조성된 공적 자산이며, 노후를 지탱하는 사회안전망이다. 따라서 기금 운용의 목표는 단순한 수익률 경쟁에 그쳐서는 안 된다. 장기적 안정성과 공공성, 그리고 사회적 책임이 함께 구현될 때 비로소 국민연금의 존재 이유가 완성된다. 단기 성과를 위해 미래 세대가 부담해야 할 사회적 비용을 외면하는 투자는 공적 연기금이 지향해야 할 길이 아니다. 문제는 대체투자의 특성상 투자 구조가 복잡하고 정보 공개가 제한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장내 주식이나 채권과 달리 사모펀드와 해외 인프라, 부동산 투자 등은 계약 내용과 투자 대상이 외부에 충분히 공개되지 않는 사례가 적지 않다. 이런 특성은 투자 판단의 전문성을 요구하는 동시에 책임 있는 감시를 어렵게 만든다. 특히 환경·사회·지배구조(ESG)에 대한 검증이 형식적으로 이루어지거나 사후 관리가 미흡할 경우 공적 기금이 사회적 논란을 일으킬 수 있는 사업이나 기업에 간접적으로 투자하는 상황도 배제할 수 없다. 수익만을 기준으로 투자 여부를 판단하는 시대는 이미 지나갔다. 세계 주요 연기금들은 이미 ESG를 단순한 윤리 규범이 아니라 장기 투자 위험을 관리하는 핵심 원칙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기후변화 대응과 노동권 보호, 건전한 지배구조는 기업의 지속 가능성과 직결되는 요소이며, 장기적으로는 투자 수익률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이 입증되고 있다. 결국 책임 투자는 수익성과 상충하는 개념이 아니라 안정적인 장기 수익을 확보하기 위한 필수 전략인 셈이다. 국민연금 역시 이제 대체투자 분야에 특화된 ESG 관리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투자 대상을 선정하는 단계부터 환경적 지속 가능성과 사회적 책임, 지배구조의 건전성을 면밀히 평가하고, 투자 이후에도 정기적인 점검과 사후 평가를 의무화해야 한다. 민간 위탁운용사를 선정할 때에도 ESG 이행 실적과 내부 통제 수준을 중요한 평가 기준으로 반영해야 한다. 운용사의 수익률뿐 아니라 책임투자 역량까지 평가하는 체계가 정착될 때 시장 전체의 건전성도 함께 높아질 것이다. 무엇보다 투명성이 강화되어야 한다. 투자 기밀을 이유로 국민의 알 권리까지 차단해서는 안 된다. 외부 전문가와 시민사회가 참여하는 독립적인 감시체계를 확대하고, 대체투자의 ESG 위험과 관리 현황을 정기적으로 공개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 공적 기금일수록 국민에게 설명할 의무가 있으며, 설명할 수 없는 투자는 국민의 신뢰를 얻을 수 없다. 248조 원이라는 막대한 자산은 단순한 숫자가 아니다. 대한민국 국민의 노후와 미래 세대의 삶이 담긴 소중한 자산이다. 국민연금이 세계적인 연기금으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규모보다 신뢰가 먼저다. 공공성을 잃은 수익은 오래가지 못하며, 책임 없는 투자는 결국 더 큰 손실로 되돌아온다. 국민연금과 정부는 지금이야말로 대체투자의 투명성과 책임성을 전면적으로 재점검하고, 국민이 안심할 수 있는 책임투자 체계를 확립해야 한다. 그것이 국민의 노후를 지키는 가장 확실한 투자이며, 공적 연기금이 존재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2026-07-09 09:5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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