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결과 총 11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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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봉투법' 이름의 미궁, 언제까지 죽음의길을 찾을 것인가
경남 진주 CU 물류센터 앞에서 울려 퍼지던 구호가 비명으로 바뀌었다. 원청의 교섭 참여를 요구하며 시위를 벌이던 화물연대 조합원이 대체 차량과 충돌해 목숨을 잃는 참사가 발생했다. 지난달 10일, 이른바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이 시행된 이후 현장의 혼란이 비등점으로 치닫더니, 결국 돌이킬 수 없는 생명의 소실로 이어진 것이다. 노조 측은 이번 사고가 법 시행과는 별개의 문제라고 선을 긋는다. 이전부터 실질적인 지휘·감독을 받아왔기에 원청의 사용자성을 인정하라는 목소리를 높여왔을 뿐이라는 주장이다. 그러나 이는 형용모순이다. 원청의 사용자성 인정 범위를 확장하는 것 자체가 노란봉투법의 골자이자 핵심 쟁점이기 때문이다. 법의 울타리 안에서 권리를 찾으려는 투쟁이 법의 모호함이 만든 균열 사이에서 비극으로 귀결되었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노란봉투법 시행 한 달 만에 나타난 지표들은 가히 충격적이다. 하청 노조 소속 14만여 명이 368개 원청 기업을 상대로 동시다발적인 교섭을 요구하고 나섰다. 노동위원회에 접수된 ‘단체교섭 거부 시정 요구’ 건수는 단 한 달 만에 지난해 1년 치에 육박하는 279건을 기록했다. 산업 현장은 그야말로 법적 분쟁과 대립의 화약고가 되었다. 그동안 노란봉투법 시행 전부터 여러 차례 지면을 통해 경고해 왔다. 명확한 가이드라인과 사회적 합의 없이 밀어붙이는 입법은 노사 모두를 공멸의 길로 몰아넣을 것이라고, 현장의 불확실성이 물리적 충돌로 비화할 수 있음을 누차 강조했다. 그러나 정치권과 관계 당국은 귀를 닫았다. '입법 성과'라는 전리품에 취해 현장의 비명을 외면한 결과가 지금 우리가 마주한 차가운 주검이다. 얼마나 더 많은 희생이 뒤따라야 우리는 대책 마련에 나설 것인가. 사태의 근본 원인은 법 조항의 추상성에 있다. ‘근로조건에 대해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지위’라는 문구는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식 해석을 낳는다. 원청 기업 입장에서는 수많은 하청업체 노조와 일일이 교섭 테이블에 앉는 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할뿐더러, 자칫 경영권 침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공포를 느낀다. 반면 노동자들은 직접적인 지시를 내리는 진짜 주인을 찾겠다며 거리로 나선다. 이 평행선 같은 대립 사이에는 ‘대화’가 실종되어 있다. 서로의 처지를 이해하려는 노력 대신 법 조문을 방패 삼고, 집단행동을 창 삼아 맞붙는다. 고대 인류의 지혜를 담은 경전들은 한결같이 가르친다. “남에게 대접받고자 하는 대로 너희도 남을 대접하라.”이는 동서고금을 막론한 보편적 상식이자 인류 문명을 지탱해 온 기본 원칙이다. 하지만 지금의 노사 관계에는 오직 ‘나의 권리’만 있을 뿐 ‘상대의 사정’은 안중에도 없다. 이제는 멈춰야 한다. 누구 한쪽의 완승으로 끝날 수 없는 싸움이다. 노사 관계는 일방향적인 복종도, 파괴적인 투쟁도 아닌 '상대성'에 기반한 계약 공동체다. 자기 주장을 관철하기 위해 상대의 숨통을 조이는 방식은 결국 스스로가 속한 생태계를 파괴하는 자해 행위나 다름없다. 첫째, 정부와 입법부는 즉각적인 법 보완에 착수해야 한다. 사용자의 범위를 명확히 규정하여 현장의 자의적 해석 가능성을 차단해야 한다. 모호한 법은 정의가 아니라 흉기다. 산업 생태계가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의 교섭 체계를 설계하고, 현장의 혼란을 중재할 전문적인 기구를 강화해야 한다. 둘째, 노동계는 투쟁의 선명성보다 협상의 실효성을 고민해야 한다. 교섭권 쟁취가 곧 생존권 보장이라는 믿음은 이해하나, 그것이 타인의 안전을 위협하거나 산업의 근간을 흔드는 방식이어야 하는지는 자문해봐야 한다. 셋째, 경영계는 변화된 시대 정신을 수용하는 전향적인 태도를 보여야 한다. 복잡해진 고용 구조 속에서 원청의 책임을 전면 부인하는 것만으로는 더 이상 갈등을 봉합할 수 없다. 하청 노동자의 처우 개선이 곧 원청의 경쟁력으로 이어진다는 거시적 안목이 필요하다. 진주에서 스러진 노동자의 명복을 빌며, 우리는 이 죽음이 헛되지 않도록 해야 할 책무가 있다. 죽음으로 쓴 경고장을 읽고도 대화와 타협의 자리에 나서지 않는다면, 우리 사회는 ‘문명’이라는 이름을 가질 자격이 없다. 자신의 입장을 잠시 내려놓고 상대의 눈높이에서 사안을 바라보는 '역지사지'의 지혜가 절실하다. 상식과 원칙이 통하는 사회란, 법이 완벽해서가 아니라 사람들이 서로의 부족함을 대화로 채우려 노력할 때 완성된다. 빠른 시일 내에 노·사·정이 머리를 맞대고 실효성 있는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 더 이상의 '예견된 인재'를 방치하는 것은 직무유기를 넘어 범죄에 가깝다. 비극의 사슬을 끊어내는 열쇠는 결국 서로를 향한 '열린 마음'과 '책임 있는 자세'에 있다. 오늘 우리가 흘리는 눈물이 내일의 희망이 되려면, 지금 당장 극한의 대립을 멈추고 타협의 테이블로 복귀해야 한다. 그것이 고인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이자, 무너진 현장을 바로 세우는 유일한 길이다.
2026-04-21 10: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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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진짜 사장인가…정부, '노란봉투법' 시행 앞두고 유권해석 기준 마련
[경제일보] 노동계의 오랜 숙원이자 경영계의 거센 우려를 동시에 받아온 이른바 ‘노란봉투법(개정 노동조합법)’이 10일 본격적인 시행에 들어간다. 하청 노동자가 원청 기업을 상대로 직접 교섭을 요구할 수 있게 되고 파업의 범위도 대폭 넓어짐에 따라 고용노동부는 법 시행 초기에 발생할 수 있는 산업 현장의 혼란과 법적 불확실성을 최소화하기 위해 전담 위원회를 발족하고 전방위 지원 체계를 가동하기로 했다. 9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이번 개정법의 핵심은 크게 세 가지 축으로 구성된다. 가장 먼저 주목받는 변화는 ‘사용자’ 범위의 확대다. 기존 법 체계에서는 근로계약을 직접 체결한 당사자만을 사용자로 인정했으나 개정법은 근로계약 체결 여부와 상관없이 근로자의 근로조건에 대해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하거나 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자를 사용자로 규정한다. 이에 따라 하청 노동조합이 자신들의 근로조건에 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원청 기업을 상대로 직접 단체교섭을 요구할 수 있는 법적 토대가 마련됐다. 두 번째 변화는 노동쟁의, 즉 파업 등 쟁의행위가 가능한 대상의 범위가 넓어졌다는 점이다. 지금까지는 임금 인상이나 단체협약 체결 등 ‘결정되지 않은 권리’에 대한 분쟁(이익분쟁)에 대해서만 쟁의행위가 허용되는 것이 원칙이었다. 그러나 앞으로는 이미 체결된 단체협약의 이행 여부나 명백한 협약 위반, 그리고 근로조건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사업 경영상의 결정 사항 등 이른바 ‘권리분쟁’ 단계에서도 정당한 절차를 거친 쟁의행위가 가능해진다. 세 번째는 쟁의행위로 인한 손해배상 책임의 제한이다. 개정법은 법원이 쟁의행위로 인한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하는 경우 각 가해자별로 귀책 사유와 기여도에 따라 개별적으로 책임 범위를 정하도록 했다. 이는 과거 파업 참여자 전원에게 연대 책임을 물어 거액의 손해배상을 청구하던 관행을 제어하고 파업권을 실질적으로 보장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정부는 이러한 법적 변화가 현장에서 연착륙할 수 있도록 학계와 노사 전문가 8인으로 구성된 ‘단체교섭 판단지원위원회’를 운영한다. 위원회에는 김기선 충남대 교수, 김홍영 성균관대 교수, 박귀천 이화여대 교수, 이승욱 이화여대 교수, 이준희 광운대 교수, 조용만 건국대 교수 등 법학 전문가들과 함께 김철희 한국경영자총협회 팀장, 문성덕 한국노총 중앙법률원 부원장이 위원으로 위촉됐다. 이 위원회는 정부의 공식적인 유권해석을 돕는 자문 기구로서 역할을 수행한다. 특히 원·하청 관계에서 누가 실제 사용자성을 갖는지, 교섭 요구가 정당한지 등 현장에서 반복적으로 제기될 수 있는 복잡한 쟁점들에 대해 구체적인 판단 기준과 방향성을 제시하게 된다. 고용노동부는 위원회의 자문 사례를 체계적으로 축적하고 데이터베이스화해 노사 모두가 참고할 수 있는 지침으로 공개할 계획이다. 현장 지원 활동도 강화된다. 노동부는 법 시행 초기 기업 현장의 이해를 돕기 위해 3월 중 대규모 설명회를 개최하고 상반기 동안 정기적인 세미나를 운영한다. 이 자리에서는 개정법의 상세 내용과 사용자성 판단 기준, 교섭 절차 운영 등 핵심 실무 쟁점들이 심도 있게 다뤄질 예정이다. 전국 각 지역의 지방고용노동관서에는 ‘노란봉투법 전담반’이 설치된다. 일선 감독관들은 원·하청 간 갈등 발생 가능성이 높은 사업장을 사전에 선별해 예방 차원의 지도를 실시한다. 만약 하청 노조가 원청에 교섭을 요구할 경우 원·하청 노사 관계와 해당 현장의 여건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교섭 창구 단일화 절차나 교섭 단위 분리 등 법적 절차를 상세히 안내하게 된다. 노사 간 자율적인 대화 의지가 확인되는 경우에는 정부가 전문가를 투입해 ‘상생 교섭 컨설팅’을 제공한다. 단순한 대치를 넘어 실제 협의와 합의에 이를 수 있도록 기술적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는 취지다. 이를 통해 도출된 모범적인 사례는 ‘상생 교섭 모델’로 명명돼 산업계 전반에 확산될 수 있도록 장려할 방침이다. 또한 정부는 공공부문부터 하청 노조의 교섭 요구에 전향적이고 책임 있는 자세로 임함으로써 민간 부문을 선도하는 노사 관계 모델을 제시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은 “이번 개정법 시행은 그동안 산업 현장에 존재했던 갈등의 악순환을 끊어내는 중대한 계기가 될 것”이라며 “원·하청 노사 간 대화가 제도적 틀 안에서 안착하여 신뢰가 회복된다면 이는 곧 우리 경제의 지속 가능한 성장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정부는 엄정한 원칙과 적극적인 지원을 병행해 현장의 예측 가능성을 높이고 신뢰 자산이 형성될 수 있도록 모든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덧붙였다.
2026-03-09 16:4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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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총 "노란봉투법, 사용자 범위 모호"...고용부에 질의서 전달
[이코노믹데일리] 한국경영자총협회는 노동조합법 2·3조 개정(노란봉투법) 관련 질의서를 고용노동부에 전달했다고 6일 밝혔다. 경총은 지난 9월부터 대한상공회의소, 한국경제인협회, 중소기업중앙회, 한국중견기업연합회, 주한미국상공회의소 등과 '경영계 노조법 개정 대응 TF'를 구성하고 산업현장 의견을 수렴해왔다. 기업들은 질의서에서 현재 개정된 법만으로는 사용자성 판단 기준이 불명확하다고 지적했다. 특히 "산업안전보건법, 중대재해처벌법 등에 따른 원청의 안전보건 관련 법적 의무 이행이 사용자성 확대의 근거가 돼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또 "정부가 장려·권고한 공동복지기금, 복리후생제도도 사용자성 확대 근거가 되어서는 안 된다"며 "사용자 범위가 모호한 상황에서 사용자인지 여부를 다투며 교섭을 거부하는 것이 부당노동행위가 되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중소기업들은 "하청업체 노조가 원청과 단체협약을 맺어 근로조건을 정할 경우, 근로조건을 실제 이행할 수 없는 하청업체가 생겨나면서 산업현장에 혼란이 발생하고 하청업체의 경영권이 유명무실해질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노동쟁의 대상이 되는 '근로조건에 영향을 미치는 사업 경영상 결정'의 범위가 지나치게 넓어 사용자의 경영권이 침해될 소지가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석유화학업계는 "위기 극복을 위해 최근 정부 정책에 따라 감산을 추진하면서 하청업체와의 계약종료가 예상되는데, 이런 사안까지 노동쟁의 대상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사용자의 불법 쟁의행위에 대한 손해배상청구가 제한됨에 따라 기업의 손해 회복이 사실상 불가능해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왔다. 기업들은 "사용자의 불법행위에 대해 노조 또는 근로자의 이익을 방어하기 위해 회사에 손해를 가하는 경우 배상 책임이 없다고 규정되어 있지만, 사용자의 불법행위를 언제 누가 판단하는지 명확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류기정 경총 총괄전무(경영계 노조법 개정 대응 TF 단장)는 "산업현장의 혼란을 최소화하려면 사용자 범위와 노동쟁의 대상에 대한 명확한 판단기준이 필수적"이라며 "기업들이 이를 수긍하지 못하면 장기적인 법률 분쟁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2025-11-06 16:13: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