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결과 총 25건
-
-
-
포스코DX, '국산 NPU' 산업현장 투입…AI 추론 비용 50% 낮춘다
[경제일보] 포스코DX가 국산 AI 반도체를 산업현장의 비정형 데이터 분석에 활용하는 플랫폼을 개발해 기존 GPU 기반 '비전 AI' 적용 영역에 국산 NPU 기반을 확대한다. AI 모델 학습에는 GPU를, 현장 추론에는 국산 NPU를 사용하는 하이브리드 구조를 적용해 제조 현장의 AI 인프라 비용과 전력 부담을 낮추고, 데이터 외부 반출 없이 실시간으로 AI를 운영하도록 구성됐다. 18일 포스코DX는 국산 NPU를 활용한 '비전 AI 플랫폼'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산업현장에서 수집되는 영상 등 비정형 데이터를 AI로 분석하고, 실제 현장에서 발생하는 상황을 실시간으로 판단할 수 있도록 AI 모델 개발부터 운영까지 필요한 기능을 하나의 플랫폼으로 표준화한 것이 특징이다. NPU는 딥러닝과 머신러닝 등 AI 연산에 특화된 반도체로 GPU를 대체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특히 학습보다 이미 학습된 AI 모델을 실제 서비스에 적용하는 추론 과정에 최적화돼 GPU 대비 전력과 비용을 낮출 수 있도록 설계됐다. 포스코DX는 이 같은 NPU의 특성을 산업현장에 적용했다. 제조 현장에서 발생하는 영상 데이터를 원거리 데이터센터나 서버로 전송하지 않고 설비나 현장에 설치된 엣지 장비에서 직접 분석하는 방식이다. 포스코DX는 외부 네트워크를 거치지 않고 현장에서 데이터를 처리할 수 있어 제조업에서 중요도가 높은 데이터 보안과 실시간 대응에도 유리하다고 설명했다. 특히 포스코DX는 AI 모델을 개발하는 단계와 실제 현장에서 AI가 데이터를 분석하는 추론 단계를 분리했다. 모델 학습과 개발에는 기존처럼 GPU를 활용하고, 완성된 AI 모델을 산업 현장에서 구동할 때는 국산 NPU를 사용하는 하이브리드 구조다. NPU를 실제 현장에 적용하기 전에 연구·검증 단계에서도 활용할 수 있도록 한 것도 특징이다. AI 모델의 정확도와 처리 속도뿐 아니라 전력 사용량과 운영 비용 등을 사전에 비교해 현장 특성에 맞는 모델과 NPU 적용 방식을 결정할 수 있도록 구축했다. 기존에는 AI 모델을 개발한 뒤 실제 산업 현장에 적용하면서 성능이나 비용을 검증해야 했다면, 이번 플랫폼에서는 개발 단계에서부터 NPU 기반 추론 성능을 확인할 수 있어 현장 적용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을 것으로 평가된다. 비전 AI 플랫폼에는 산업 현장에서 반복적으로 필요한 기능도 표준화했다. 영상 데이터를 학습 데이터로 관리하고 AI 모델을 관리하는 기능을 비롯해 모델별 성능 지표와 적용 이력 등을 하나의 환경에서 관리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 해당 기능 표준화는 제조 현장마다 AI 시스템을 새로 구축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기존에 검증된 AI 모델과 플랫폼을 다른 현장에 재활용하기 위한 기반으로 알려졌다. 포스코DX는 플랫폼을 통해 신규 AI 프로젝트의 개발 기간을 단축하고 여러 산업 현장으로 AI 서비스를 확산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포스코DX는 앞서 국내 NPU 개발사인 딥엑스, 모빌린트 등과 협력해 화재 감시, 작업자 안전 모니터링, 물류 환경의 상품 적재 상태 확인 등에 국산 NPU를 적용해 비용 절감 효과도 확인했다. 그 결과 동일한 추론 성능을 기준으로 GPU를 사용하는 경우와 비교해 인프라 구축·운영 비용을 약 50% 절감하고, 전력 사용량은 약 90% 줄이는 효과를 기록했다. 산업 현장에서 AI 활용이 늘면서 AI 반도체의 역할도 학습용 GPU 중심에서 추론용 반도체로 확대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특히 제조 현장의 영상 분석처럼 대량의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반복 처리해야 하는 분야에서는 모든 데이터를 중앙 데이터센터로 전송해 처리하는 방식보다 현장에서 직접 AI 추론을 수행하는 엣지 AI가 비용과 지연 시간 측면에서 유리할 수 있다. 포스코DX는 향후 다양한 검증 과정을 플랫폼에 포함해 국산 NPU의 산업 적용을 체계화한다는 방침이다. 기존 비전 AI 적용 현장을 단계적으로 국산 NPU 기반으로 전환하고, 화재 감시와 안전 관리, 물류를 넘어 다양한 산업 분야로 적용 영역을 넓힐 계획이다. 포스코그룹 차원의 피지컬 AI 사업 확대와도 연계될 전망이다. 포스코그룹은 철강 생산 과정에서 축적한 설비 자동화 경험과 방대한 현장 데이터를 기반으로 제조 현장에 피지컬 AI를 적용하고, 인텔리전트 팩토리 구축을 확대하고 있다. 포스코DX 관계자는 "NPU 기반 '비전 AI 플랫폼'은 산업 현장에 최적화된 AI를 보다 효율적으로 구현하는 기반이 될 것"이라며 "국산 NPU 활용의 체계화와 산업 현장의 추론 역량 향상에 기여하며 AI 반도체 생태계 활성화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2026-08-18 16:00:26
-
-
선진국은 국가 대개혁으로 완성된다
[경제일보] 국가의 선진화는 국민소득이나 수출액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경제가 성장하고 인공지능(AI) 기술이 발전하더라도 법이 공정하게 집행되지 않는다면 선진국이라 부르기 어렵다. 교육이 시대 변화에 뒤처지고 정치와 언론이 신뢰를 잃는다면 그 또한 선진국이 아니다. 이재명 정부가 출범 1년을 맞아 성장과 AI 국가전략을 제시했다면, 이제는 그 성과를 지속 가능하게 만들 국가 시스템의 대개혁에 나서야 한다. 대한민국은 산업화와 민주화를 동시에 이룬 나라다. 반도체와 자동차, 조선과 배터리, 문화산업에서 세계적인 경쟁력을 확보했다. 그러나 사회 내부를 들여다보면 법치에 대한 불신과 교육 격차, 저출산과 지방소멸, 정치적 양극화, 언론 신뢰 하락이 국가의 지속 가능성을 위협하고 있다. 경제 규모는 커졌지만 국가 운영의 기본질서는 그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가장 먼저 바로 세워야 할 것은 법치주의다. 법치는 강한 처벌을 뜻하지 않는다. 권력자와 일반 국민, 대기업과 중소기업, 여당과 야당에 같은 기준을 적용하는 것이 법치의 본질이다. 수사와 재판이 정치적 이해에 따라 흔들린다는 인식이 퍼지면 어떤 개혁도 국민적 동의를 얻기 어렵다. 수사기관 개편도 기관의 권한을 나누는 데 그쳐서는 안 된다. 검찰과 경찰, 중대범죄수사기관과 공소기관 사이의 책임선을 분명히 하고 부실 수사를 바로잡을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권한 남용은 통제하되 범죄 피해자가 기관 간 떠넘기기의 희생자가 돼서는 안 된다. 사법개혁의 성적표는 조직을 몇 개 만들고 없앴는지가 아니라 억울한 사람을 줄이고 범죄에 더 정확하게 대응했는지로 평가해야 한다. 법치는 정부와 공공기관에도 엄격하게 적용돼야 한다. 잘못된 정책과 행정 오류를 감추지 않고 기록과 과정을 공개하는 문화가 필요하다. 독립기관의 독립성도 외부 감시를 피할 권리가 아니다. 정치권의 부당한 압력에서 벗어나 법과 절차를 지킬 책임이다. 기본적인 절차와 상식이 무너지면 국민은 결과가 옳더라도 국가를 신뢰하지 않는다. 교육개혁은 국가 대개혁의 두 번째 축이다. AI 시대에는 지식을 얼마나 많이 외웠는가보다 새로운 문제를 정의하고 기술을 활용해 해결하는 능력이 중요하다. 정부는 AI 보편교육과 지방대학 육성을 2026년 교육정책의 주요 과제로 제시했고, 전문대학과 지역 산업을 연결하는 AI·디지털 전환 교육도 확대하고 있다. 모든 대학생을 위한 AI 기본교육과정과 초·중등 AI 중점학교도 늘리고 있다. 방향은 맞지만 숫자 확대만으로 교육혁신이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 AI 교육을 몇 시간 이수했는지, 교육과정을 몇 개 만들었는지가 중요한 게 아니다. 학생이 AI를 비판적으로 활용하고 산업현장에서 실질적인 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 고급 연구자와 현장 엔지니어, 일반 시민의 교육 목표를 구분하고 교사의 역량도 함께 높여야 한다. 교육부가 2029년까지 AI 교육 담당 교원 1만명 연수를 추진하는 것도 이런 점에서 의미가 있다. 교육개혁은 입시제도 몇 가지를 바꾸는 수준을 넘어야 한다. 대학 서열과 수도권 집중, 학령인구 감소, 산업 수요와 교육과정의 불일치를 동시에 풀어야 한다. 지역 대학을 지역 산업·연구기관·기업의 중심으로 키우고 학생이 지역에서 배우고 취업하고 창업하는 경로를 만들어야 한다. 지방대학이 무너지면 지역의 청년과 기업, 의료와 문화도 함께 사라진다. 저출산과 지방소멸 대응도 현금 지원 중심에서 벗어나야 한다. 아이를 낳지 않는 이유는 출산지원금이 부족해서만이 아니다. 안정적인 일자리와 주거, 돌봄과 교육, 경력 단절에 대한 두려움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지방을 떠나는 이유도 애향심 부족이 아니라 일자리와 교육·의료·문화 기회의 격차 때문이다. 정부는 인구감소지역에 대한 세제 지원과 지역 성장거점 조성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지방에 건물과 보조금만 내려보내서는 사람이 남지 않는다. 지역별 주력산업과 대학, 금융, 교통, 의료를 묶어 생활과 일자리가 함께 유지되는 생태계를 만들어야 한다. 저출산 정책 역시 부처별 사업을 나열하는 방식에서 벗어나야 한다. 주거와 고용, 보육과 교육을 하나의 생애주기 정책으로 묶고 정책 효과를 냉정하게 평가해야 한다. 효과가 낮은 사업은 정리하고 일·가정 양립과 주거 안정처럼 실제 출산 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분야에 자원을 집중해야 한다. 언론개혁의 핵심은 통제가 아니라 신뢰 회복이다. 허위정보와 조작 콘텐츠, AI 딥페이크가 빠르게 확산하면서 가짜뉴스 대응의 필요성은 커지고 있다. 그러나 정부나 정치권이 진실과 거짓을 직접 판정하는 방식은 표현의 자유를 훼손하고 비판 언론을 위축시킬 수 있다. 가짜뉴스에 대한 가장 강한 대응은 신속한 팩트체크와 투명한 정보 공개, 정정 보도의 실효성 강화다. 플랫폼에는 조작 콘텐츠의 표시와 확산 경로 공개, 광고 수익 제한 등의 책임을 부과할 수 있다. 언론사도 오보를 작게 정정하고 자극적인 제목으로 클릭만 늘리는 관행에서 벗어나야 한다. 언론의 자유는 오보의 자유가 아니며, 신뢰를 잃은 언론은 권력을 감시할 힘도 잃는다. 정치개혁은 모든 개혁의 출발점이자 종착점이다. 여야가 상대를 국정의 경쟁자가 아니라 제거해야 할 적으로 여기는 정치에서는 장기적인 국가전략이 나올 수 없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교육과 부동산, 에너지와 산업정책이 뒤집히면 기업과 국민은 미래를 계획할 수 없다. 협치는 야당의 요구를 모두 받아들이는 것도, 여당의 국정과제를 무조건 통과시키는 것도 아니다. 국가적 과제에는 최소한의 장기 합의를 만들고 쟁점 법안은 충분한 숙의와 검증을 거치는 것이다. 국회의 속도가 느린 것은 문제지만 다수 의석을 앞세워 토론을 생략하는 것도 민주주의의 효율이라 할 수 없다. 집권당은 야당보다 더 무거운 책임을 져야 한다. 지지층에게 박수받는 선명한 구호보다 실행 가능한 정책과 결과를 보여줘야 한다. 야당도 반대를 위한 반대에서 벗어나 재원과 실행계획을 갖춘 대안을 내놓아야 한다. 협치는 양보의 다른 이름이 아니라 국가적 손실을 줄이는 정치 기술이다. 국가 대개혁의 바탕에는 기본원칙과 상식의 회복이 있어야 한다. 잘못했으면 인정하고, 약속했으면 지키며, 공적 권한을 사익에 사용하지 않는 것은 거창한 개혁이 아니다. 그러나 이런 기본이 무너졌기 때문에 국민은 정치와 행정, 사법과 언론을 불신한다. <논어>에는 “백성의 신뢰가 없으면 나라가 설 수 없다”는 뜻의 ‘무신불립(無信不立)’이 나온다. 국가 경쟁력의 가장 깊은 뿌리는 기술도 자본도 아닌 신뢰다. 법이 공정하다는 신뢰, 노력하면 기회를 얻는다는 신뢰, 정부와 언론이 사실을 숨기지 않는다는 신뢰, 정치가 최소한의 약속은 지킨다는 신뢰가 있어야 국민이 미래를 위해 투자하고 협력한다. 이재명 정부의 남은 임기가 경제성장률 몇 프로 성장만으로 평가돼선 안된다. 법치와 교육, 인구와 지역, 언론과 정치의 낡은 구조를 얼마나 바꿨는지가 더 오래 남는 성적표가 될 것이다. 개혁은 구호가 아니라 이해관계를 조정하고 결과에 책임지는 인고의 과정이다. 이재명 정부의 남은 임기는 경제성장률 몇 퍼센트만으로 평가돼서는 안 된다. 법치와 교육, 인구와 지역, 언론과 정치의 낡은 구조를 얼마나 바꿨는지가 더 오래 남는 성적표가 될 것이다. 개혁은 구호를 외치는 일이 아니라 저항을 설득하고 이해관계를 조정하며 결과에 책임지는 일이다. 선진국은 잘사는 나라를 넘어 시스템을 믿을 수 있는 나라다. 교육이 미래의 기회를 만들고 법이 누구에게나 공정하며, 언론이 사실을 지키고 정치가 차이를 조정할 때 대한민국은 비로소 완성된 선진국으로 나아갈 수 있다. 이재명 정부는 이제 국가 대개혁의 청사진과 우선순위, 실행 일정을 국민 앞에 제시해야 한다. 성장과 AI 전략의 성공도 결국 기본과 원칙, 상식이 살아 있는 국가에서만 가능하다.
2026-08-06 15:52:26
-
한국 AI 국가전략, 이젠 실행이 답
[경제일보] 생성형 인공지능(AI)이 글과 그림, 영상과 프로그램을 만드는 단계를 넘어 현실 세계를 움직이는 ‘피지컬 AI’ 시대로 진입하고 있다. 로봇이 공장을 운영하고 무인 농기계가 작물을 관리하며 자율주행 장비가 물류를 담당하는 시대다. AI 경쟁의 무대가 컴퓨터 화면에서 제조·농업·물류·국방·돌봄 현장으로 확장되고 있는 것이다. 정부도 피지컬 AI를 국가 전략기술로 정하고 관련 정책을 본격화하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데이터와 기술, 산업 확산, 생태계 조성을 아우르는 피지컬 AI 전략을 내놓았다. 독자적인 월드모델과 로봇 파운데이션 모델, 온디바이스 컴퓨팅 기술을 확보하고 제조·농업·국방·돌봄 등으로 활용 범위를 넓히겠다는 구상이다. 정부는 월드모델 핵심기술 국산화를 위해 올해부터 2년간 340억원을 투입하고 국내 산학연 컨소시엄을 가동했다. 방향은 옳다. 생성형 AI 분야에서 미국과 중국의 대형 플랫폼을 단기간에 따라잡기는 쉽지 않다. 그러나 한국은 세계적인 제조업과 반도체, 통신망, 로봇 기술, 높은 현장 자동화 수준을 갖추고 있다. 디지털 두뇌를 실제 기계와 산업현장에 연결하는 피지컬 AI에서는 충분히 승부를 걸 수 있다. 그 중심지로 새만금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새만금은 넓은 산업용지와 재생에너지 기반, 항만과 공항을 연계할 수 있는 입지 조건을 갖추고 있다. 정부도 새만금을 재생에너지와 그린수소, AI 데이터센터와 로봇산업을 결합한 혁신 거점으로 육성하는 방향을 제시해 왔다. 새만금개발청은 정부 출범 1년 성과로 새만금 피지컬 AI 산업 육성을 내세웠다. 이제는 새만금을 국가 AI 특구로 명확히 지정하고 권한과 재원을 집중해야 한다. 여러 부처가 개별 사업을 나눠 추진하는 방식으로는 글로벌 경쟁의 속도를 따라가기 어렵다. 규제 특례와 연구개발, 데이터 구축, 실증, 사업화를 하나의 체계로 묶고 성과에 책임지는 전담 추진체계를 만들어야 한다. 새만금은 단순히 AI 데이터센터를 유치하는 데 그쳐서는 안 된다. 데이터센터만 들어서고 핵심 기술과 기업, 일자리가 수도권이나 해외에 남는다면 지역경제에 돌아오는 효과는 제한적이다. 농업 AI와 재생에너지 AI, 물류로봇과 자율주행 장비, 스마트 제조를 실제 현장에서 시험하고 사업화하는 ‘피지컬 AI 수도’로 만들어야 한다. 농업은 새만금의 강점을 가장 잘 살릴 수 있는 분야다. 드론과 무인 농기계, 작황 예측, 병충해 탐지, 수자원 관리 기술을 대규모 농업 현장에 적용하면 농촌의 인력 부족과 생산성 문제를 동시에 풀 수 있다. 농업 AI 실증 과정에서 축적된 데이터와 장비, 운영 경험은 해외 스마트농업 시장으로 수출할 수도 있다. 재생에너지 AI도 중요한 축이다. 태양광과 풍력은 기상 여건에 따라 발전량이 달라진다. AI로 발전량과 전력 수요를 예측하고 에너지저장장치와 송전망을 통합 관리하면 재생에너지의 불안정성을 줄일 수 있다. 새만금의 에너지 인프라를 AI 데이터센터와 연계한다면 친환경 전력을 사용하는 미래형 산업단지 모델을 만들 수 있다. 하지만 데이터센터와 로봇 공장은 발표만으로 세워지지 않는다. 막대한 전력과 용수, 초고속 통신망이 필요하다. 정부는 대형 AI 데이터센터의 입지에 맞춰 재생에너지와 원전 등 다양한 전원을 조화롭게 활용하고 전력망을 확충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관건은 계획의 속도와 주민 수용성이다. 송전망 건설과 용수 확보가 늦어지면 기업의 투자 일정도 미뤄질 수밖에 없다. 전력 공급 원칙도 현실적으로 세워야 한다. 재생에너지 확대는 필요하지만 날씨에 좌우되는 전원만으로 대규모 데이터센터와 첨단 제조시설을 안정적으로 가동하기 어렵다. 원전과 재생에너지, 저장장치와 수요관리 기술을 결합해 비용과 안정성, 탄소 감축을 동시에 달성해야 한다. 에너지 정책을 둘러싼 이념 논쟁이 AI 산업의 발목을 잡아서는 안 된다. AI 인재 전략도 숫자 경쟁에서 벗어나야 한다. ‘AI 인재 100만 시대’는 연구자 100만명을 양성한다는 뜻일 수 없다. 세계적 수준의 모델을 개발하는 고급 연구자와 산업 현장에서 AI를 적용하는 엔지니어, AI 도구를 활용하는 일반 노동자를 구분해 교육해야 한다. 정부도 피지컬 AI를 활용할 실무인재부터 핵심 모델을 개발할 고급인재까지 전방위 양성체계를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대학 정원 몇 명을 늘리고 단기 교육과정을 개설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새만금과 전북 지역의 대학, 연구기관, 기업이 공동으로 교육과 실증을 수행하도록 해야 한다. 학생이 지역에서 배우고 현장 프로젝트에 참여한 뒤 지역 기업에 취업하거나 창업하는 경로를 만들어야 한다. 수도권 인재를 잠시 내려보내는 방식이 아니라 지역에 지속 가능한 연구·산업 생태계를 구축해야 한다. 국가 AI 예산도 대폭 확대하되 나눠주기식 지원은 피해야 한다. 정부는 국가 AI 프로젝트와 GPU 인프라 확보, 데이터 플랫폼, 피지컬 AI 기술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정부 GPU 확보·운용 사업만도 2조원대 규모로 제시됐다. 예산 규모보다 중요한 것은 선택과 집중이다. 중앙부처와 지방자치단체가 비슷한 AI 센터와 교육사업을 경쟁적으로 만드는 방식은 효과가 낮다. 핵심 모델과 컴퓨팅 인프라, 현장 데이터, 실증단지를 중심으로 국가 자원을 집중해야 한다. 민간기업이 정부 지원이 끝난 뒤에도 투자와 사업을 이어갈 수 있는지 사업 초기부터 검증해야 한다. 성과 평가도 달라져야 한다. 데이터센터 유치 건수나 교육 수료자 수, 양해각서 체결 숫자를 성과로 내세워서는 안 된다. 국산 기술의 현장 적용률과 생산성 향상, 민간 투자액, 새로 생긴 양질의 일자리, 해외 수출 실적을 기준으로 평가해야 한다. 목표를 달성하지 못한 사업은 과감히 중단하고 가능성이 확인된 분야에 예산을 다시 집중해야 한다. 피지컬 AI는 사람과 기계가 같은 공간에서 움직이는 기술이다. 기술 경쟁력 못지않게 안전과 책임 기준이 중요하다. 로봇이나 자율 장비의 판단으로 사고가 발생했을 때 개발사와 제조사, 운영자 가운데 누가 책임지는지 분명히 해야 한다. 정부도 실데이터와 합성데이터의 품질 관리, 통신·보안과 안전·신뢰 기술을 함께 개발하겠다고 밝혔다. AI 강국은 정부가 선언한다고 만들어지지 않는다. 기업이 투자하고 인재가 모이며 기술이 현장에서 성과를 낼 때 비로소 완성된다. 새만금을 특구로 지정하는 것만으로도 부족하다. 규제와 인프라, 데이터와 인재, 연구개발과 사업화를 한곳에서 연결해야 한다. <한비자>에는 “세상의 일이 달라지면 대비책도 달라져야 한다”는 뜻의 ‘세이즉사이(世異則事異)’가 나온다. 생성형 AI 시대의 전략을 피지컬 AI 시대에도 그대로 적용할 수는 없다. 이제 국가는 기술을 지원하는 보조자를 넘어 산업과 에너지, 지역과 인재 정책을 함께 설계하는 운영자가 돼야 한다. 이재명 정부는 출범 1년 동안 AI를 국가 성장전략의 중심에 놓았다. 이제 필요한 것은 또 하나의 비전이나 구호가 아니다. 새만금 국가 AI 특구 지정과 전력·용수 인프라 구축, 데이터센터와 로봇기업 유치, 농업·에너지 AI 실증, 인재 양성, 예산 집중을 구체적인 일정표로 제시해야 한다. AI 경쟁은 기다려주지 않는다. 선언이 길어질수록 기술과 기업, 인재는 다른 나라로 이동한다. 새만금을 피지컬 AI 수도로 만들고 그 성과를 전국의 제조업과 농업, 물류와 돌봄으로 확산해야 한다. 한국 AI 국가전략의 성패는 계획의 크기가 아니라 실행의 속도와 결과로 판가름 날 것이다.
2026-08-05 10:43:54
-
로봇 삼국지… 현대차 '몸·공장' vs 삼성 '두뇌·부품' vs LG '생활공간'
[경제일보] 삼성전자, 현대자동차그룹, LG전자는 로봇을 차세대 성장축으로 올려놨다. 생성형 인공지능(AI)이 화면 안에서 답을 내놓는 기술이라면, 피지컬AI는 센서와 소프트웨어로 현실을 인식하고 로봇의 몸을 움직여 일을 수행한다. 승부는 시연 영상의 화려함보다 공장과 가정, 상업시설에서 얼마나 안전하고 싸게 반복 작업을 수행하느냐에서 갈릴 전망이다. 세 그룹의 출발점은 다르다. 현대차그룹은 보스턴다이내믹스의 로봇 본체와 자동차 양산 현장을 갖고 있다. 삼성전자는 반도체, 센서, AI 소프트웨어, 가전 생태계를 한데 묶을 수 있다. LG전자는 가정·상업·산업용 로봇을 스마트홈과 공조, 서비스망에 연결하는 전략을 택했다. 각각 ‘몸과 공장’, ‘두뇌와 부품’, ‘생활공간’을 선점한 셈이다. 공장부터 잡은 현대차 현대차그룹은 가장 먼저 실제 작업장을 로봇의 학습장으로 삼았다. 그룹은 지난 16일 소프트뱅크가 보유한 보스턴다이내믹스 잔여 지분 약 10%를 인수하는 절차를 추진한다고 밝혔다. 소프트뱅크의 풋옵션 행사에 따라 그룹 주주사들이 내부 의사결정과 승인 절차를 검토하는 단계다. 거래가 마무리되면 보스턴다이내믹스는 현대차그룹의 완전 자회사가 된다. 지분 인수가 완료될 경우 현대차그룹이 보스턴다이내믹스의 장기 투자와 사업전략, 향후 기업공개 가능성까지 더욱 유연하게 결정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2021년 보스턴다이내믹스 지분 80%를 인수하며 로봇사업에 본격 진입했다. 핵심 자산은 휴머노이드 ‘아틀라스’다. 현대차그룹은 2028년 미국 조지아 메타플랜트에서 아틀라스를 부품 배열 작업에 투입하고, 2030년에는 부품 조립으로 적용 범위를 넓힐 계획이다. 현대모비스는 로봇의 관절 역할을 하는 액추에이터를 공급하고, 현대글로비스는 물류와 공급망 역량을 지원한다. 자동차를 수백만 대씩 생산해온 공정 설계와 품질관리 경험을 로봇 양산으로 옮길 수 있다는 것이 현대차그룹의 강점이다. 자동차 공장은 작업 동선과 공정이 비교적 표준화돼 있어 휴머노이드의 성능과 안전성, 경제성을 검증하기에도 유리하다. 그룹 내부에서 먼저 사용해 데이터를 쌓은 뒤 외부 제조업체로 판매처를 넓히는 전략도 가능하다. 하지만 보스턴다이내믹스의 기업가치와 투자 회수 가능성에 대한 시장의 의문이 남아 있다. 로봇이 생산성을 높이더라도 높은 도입비와 유지비를 상쇄하려면 긴 시간이 필요하다. 생산현장에서는 자동화가 고용을 줄일 수 있다는 노조의 우려도 커지고 있다. 현대차 노조는 AI와 로봇의 생산라인 도입이 고용 안정성을 떨어뜨릴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현대차가 넘어야 할 벽은 기술보다 원가와 노사 신뢰일 수 있다. 생태계로 승부 거는 삼성 삼성전자는 지난 21일 대표이사 직속 ‘RX(Robotics eXperience)사업추진실’을 신설했다. 서울R&D캠퍼스를 거점으로 로봇 전략과 핵심기술 개발, 사업화를 한 조직에 모으고 미국·중국·일본에도 연구 거점을 두기로 했다. 현대차그룹에서 보스턴다이내믹스 운영 방향을 포함한 로봇 전략을 맡았던 이동건 삼성전자 부사장이 로보틱스전략팀장을 맡았다. 삼성전자는 제조현장용 휴머노이드에서 출발해 가정과 유통 공간으로 적용 범위를 넓힐 계획이다. 삼성의 강점은 로봇을 구성하는 생태계다. 삼성전자는 2024년 말 레인보우로보틱스 지분을 35%로 늘려 최대주주가 됐고, 회사를 연결 자회사로 편입했다. 레인보우로보틱스는 국내 최초 이족보행 로봇 ‘휴보’를 개발한 한국과학기술원 연구진이 설립한 회사다. 삼성전자는 여기에 AI 반도체와 카메라·센서, 배터리, 디스플레이, 통신기술, 스마트싱스 플랫폼을 보유하고 있다. 삼성전자 뉴스룸에 따르면 회사는 2030년까지 글로벌 제조사업장을 디지털 트윈과 AI 에이전트, 작업용·물류용·조립용 로봇이 결합된 ‘AI 자율공장’으로 전환할 계획이다. 반도체와 스마트폰, 가전 공장은 로봇을 시험하고 학습데이터를 축적할 수 있는 대규모 실증장이 된다. 반도체부터 완제품과 플랫폼까지 이어지는 수직계열화도 경쟁사들이 쉽게 복제하기 어려운 자산이다. 약점은 조합의 복잡성이다. 부품과 기술이 많다고 완성도 높은 휴머노이드가 저절로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다. 레인보우로보틱스와 삼성전자 내부 연구조직의 역할을 정리하고, 제조용 로봇 이후 어느 시장에서 돈을 벌 것인지 선명한 제품 전략을 내놔야 한다. 삼성의 승부처는 ‘할 수 있는 기술’이 아니라 ‘팔 수 있는 로봇’이다. 일상화 노리는 LG LG전자는 지난 1일 CEO 직속 로보틱스사업센터를 출범시켰다. 사업개발과 영업, 공급망, 생산 운영을 한 조직에 넣고 로봇 학습용 데이터팩토리 전담 조직도 두기로 했다. 자회사 로보스타의 산업용 로봇, 베어로보틱스의 상업용 서비스 로봇, 자체 가정용 로봇을 세 축으로 삼는다. 로봇의 핵심 구동부품인 액추에이터도 60년 넘게 축적한 모터 기술을 바탕으로 국내 생산을 준비하고 있다. LG의 무기는 로봇이 일할 공간을 이미 확보하고 있다는 점이다. 가정에서는 가전과 씽큐 플랫폼, 상업시설에서는 서빙·배송 로봇, 산업현장에서는 스마트팩토리와 공조 솔루션을 연결할 수 있다. 삼성과 현대차가 범용 휴머노이드의 기술력과 제조현장 적용에 무게를 둔다면, LG는 정해진 공간에서 특정 업무를 안정적으로 수행하는 로봇부터 매출을 만들 가능성이 크다. 가정용 로봇을 가전 구독과 연결하거나 상업용 로봇을 유지보수 서비스와 묶는 방식도 LG가 선택할 수 있는 카드다. 반대로 세계적인 휴머노이드 브랜드와 대규모 양산 경험에서는 현대차보다 뒤처지고, AI 반도체와 센서의 수직계열화에서는 삼성에 미치지 못한다. 베어로보틱스와 로보스타, 가정용 로봇 조직을 하나의 소프트웨어와 데이터 체계로 묶는 일도 과제다. 서비스 로봇이 일회성 판매에 머무르지 않고 유지보수와 구독, 데이터 사업으로 이어져야 수익성이 생긴다. 가정용 로봇 역시 높은 가격을 지불할 만큼 분명한 효용을 제공하지 못하면 일부 고소득층을 위한 틈새제품에 그칠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피지컬AI의 최종 승자는 가장 사람처럼 움직이는 로봇을 만든 기업이 아닐 수 있다”며 “실제 현장 데이터를 가장 많이 쌓고, 학습과 배치 시간을 줄이며, 고장과 사고의 비용을 낮춘 기업이 시장을 차지할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이어 “현대차는 공장과 로봇의 몸, 삼성은 반도체와 AI 두뇌, LG는 가정과 상업 공간이라는 서로 다른 출발선에 섰다”며 “이제 경쟁은 로봇의 동작을 보여주는 무대에서 실제 고객의 작업장과 손익계산서로 옮겨가고 있다”고 강조했다. [아주경제 2026년 07월 30일자 13면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2026-07-30 08:00:01
-
'포니 신화' 현대차 DNA, 피지컬AI 기업으로…'로봇 사관학교' 도약
[경제일보] 현대자동차그룹의 역사는 자동차 만드는 법을 익혀온 과정이었다. 1967년 현대자동차 설립 이후 포니의 독자 개발과 수출, 글로벌 생산기지 확대를 거치며 한국을 세계 주요 자동차 생산국으로 끌어올렸다. 정몽구 명예회장 시기에는 품질경영과 부품 수직계열화를 통해 값싼 자동차라는 이미지를 벗었다. 이와 같은 제조 DNA는 정의선 회장 체제에서 공장 밖으로 뻗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전기차, 자율주행, 소프트웨어에 이어 휴머노이드 로봇, AI 데이터센터, 수소에너지까지 사업 영역을 넓히고 있다. 자동차를 잘 만드는 회사가 아니라 현실 공간에서 움직이는 지능형 기계와 이를 훈련하는 산업 시스템을 만드는 회사로 변신하려는 것이다. 현대차그룹이 미국 로봇기업 보스턴다이내믹스의 잔여 지분을 인수해 완전 자회사로 편입하기로 한 것도 이러한 전략의 연장선이다. 연구실에서 고난도 동작을 보여주던 로봇을 실제 공장에 투입하고, 대량생산과 유지관리까지 연결하겠다는 구상이다. 현대차 DNA의 본질은 자동차라는 제품보다 복잡한 기계를 대량으로 생산하고 세계 곳곳에서 동일한 품질로 운영하는 능력에 가깝다. 이 경험이 이제 피지컬 AI로 옮겨가고 있다. 자동차 공장이 ‘로봇 학교’로 현대차그룹이 로봇 경쟁에서 가진 가장 큰 강점은 실제 제조현장이다. 휴머노이드 로봇은 걷고 물건을 드는 시연만으로 상품이 되지 않는다. 작업자와 같은 공간에서 안전하게 움직이고, 반복 작업을 정해진 시간 안에 수행하며, 고장 없이 장기간 가동해야 한다. 현대차그룹은 미국 조지아주 메타플랜트 아메리카에 로봇 메타플랜트 응용센터를 구축해 보스턴다이내믹스의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를 훈련하고 있다. 실제 공장과 유사한 환경에서 부품을 집고 옮기며 작업자의 동작을 학습한 뒤 생산라인에 투입하는 방식이다. 아틀라스는 2028년부터 조지아 공장에서 부품을 순서에 맞게 분류하는 작업에 투입될 예정이다. 2030년에는 부품 조립 등 더 복잡한 공정으로 역할을 넓힌다는 계획이다. 현대차그룹은 아틀라스뿐 아니라 물류로봇 스트레치와 4족 보행로봇 스팟도 제조와 물류, 시설관리 현장에 적용하고 있다. 핵심은 데이터의 선순환이다. 로봇은 훈련센터에서 작업을 학습하고 공장에 투입된다. 현장에서 축적한 성공과 실패 데이터는 다시 훈련센터로 보내져 로봇의 판단과 동작을 개선한다. 세계 각지의 현대차·기아 공장이 거대한 로봇 학습장으로 바뀌는 셈이다. 현대차그룹은 자동차 생산을 통해 공정 설계와 부품 조달, 품질관리, 작업자 안전, 설비 유지보수 능력을 축적했다. 보스턴다이내믹스가 로봇의 두뇌와 움직임을 제공한다면 현대차그룹은 로봇이 실제 산업현장에서 일할 수 있도록 만드는 양산·운영 체계를 제공한다. 현대모비스는 아틀라스의 액추에이터 등 핵심 부품 공급에 참여하고, 현대글로비스는 물류현장을 제공할 수 있다. 현대오토에버는 공장 소프트웨어와 데이터 운영을, 현대제철은 로봇용 소재를 맡을 수 있다. 로봇 한 대가 그룹 계열사의 기술과 공급망을 연결하는 새로운 완성품이 되는 구조다. 보스턴다이내믹스, 기술기업서 제조기업으로 현대차그룹은 2021년 보스턴다이내믹스의 경영권을 인수했다. 당시 보스턴다이내믹스는 뛰어난 로봇 기술로 유명했지만, 사업화와 수익성에서는 한계가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고난도 동작을 구현하는 기술과 수만대를 안정적으로 생산하는 기술은 다른 영역이기 때문이다. 현대차그룹이 잔여 지분까지 확보하는 것은 장기 투자와 사업전략을 독자적으로 결정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겠다는 의미다. 기술 개발과 공장 적용, 부품 조달, 생산시설 투자, 기업공개 가능성까지 그룹이 일관되게 추진할 수 있다. 현대차그룹은 북미에 연간 수만 대 규모의 로봇 생산체제를 구축하고, 아틀라스를 그룹 공장에서 먼저 사용한 뒤 외부 제조·물류기업으로 판매처를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현대차·기아가 첫 고객이 돼 초기 수요를 보장하고 현장에서 성능을 검증하는 방식이다. 이는 과거 자동차 성장 방식과 닮았다. 현대차는 국내 시장과 계열사 공급망을 기반으로 생산경험을 쌓은 뒤 해외로 진출했다. 로봇 역시 그룹 공장에서 기술과 경제성을 검증하고 세계시장으로 확장한다는 구상이다. 하지만 넘어야 할 벽도 높다. 휴머노이드 로봇은 가격이 비싸고 배터리 가동시간, 작업속도, 안전성 측면에서 인간 노동자를 완전히 대체하기 어렵다. 공장마다 작업환경이 달라 범용 로봇을 투입하더라도 추가 학습과 설비 변경이 필요하다. 보스턴다이내믹스의 적자와 연구개발비도 부담이다. 로봇이 실제 생산성을 높이고 인건비와 산업재해를 줄인다는 점을 수치로 증명하지 못하면 대규모 투자는 그룹 재무에 부담이 될 수 있다. 완전 자회사화 과정에서 기업가치와 인수비용을 둘러싼 시장의 평가가 엇갈리는 이유다. 공장 밖으로 이어지는 피지컬 AI 생태계 현대차그룹의 피지컬 AI 전략은 로봇 판매에 그치지 않는다. 자율주행차와 스마트팩토리, AI 데이터센터, 수소에너지를 하나의 산업체계로 연결하려 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엔비디아와 협력해 5만개의 최신 GPU를 기반으로 AI 팩토리를 구축하고 있다. 자동차와 로봇, 공장에서 수집한 데이터를 학습해 자율주행과 로봇 제어, 생산 최적화에 활용한다. 가상공간에서 공장과 로봇을 미리 시험하는 디지털트윈 기술도 적용한다. 새만금에는 약 9조원을 투자해 AI 데이터센터와 로봇 제조 클러스터, 수소 생산시설, 태양광 발전, AI 수소도시를 조성하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AI 데이터센터에서 로봇의 두뇌를 학습시키고, 제조단지에서 로봇을 생산하며, 재생에너지와 수소로 전력을 공급하는 구조다. 자동차가 이동수단이라면 로봇은 사람의 노동능력을 확장하는 기계다. 현대차그룹은 자동차에서 축적한 센서와 배터리, 모터, 제어, 소프트웨어 기술이 로봇에도 적용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노동 문제는 가장 민감한 변수다. 로봇이 위험하고 반복적인 작업을 대신하면 산업재해와 노동강도를 줄일 수 있다. 반면 생산직 일자리를 줄이는 수단으로 활용될 수 있다는 우려도 크다. 현대차 노조가 로봇 도입과 고용 문제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배경이다. 현대차그룹은 로봇이 사람을 대체하기보다 협업하고, 유지보수와 훈련 등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 것이라고 강조한다. 다만 로봇 도입에 따른 생산성 향상과 고용 변화, 전환교육 계획을 투명하게 제시할 필요가 있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그룹의 DNA는 시대가 요구하는 제품을 대량생산 체제로 바꾸는 데 있다”며 “포니를 수출상품으로 만들었고, 품질경영을 통해 글로벌 완성차 기업으로 올라섰으며, 전기차 시대에는 배터리와 소프트웨어 중심으로 공장을 전환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현대차그룹은 같은 방식을 로봇에 적용하려 하고 있고, 이는 기술기업이 만든 로봇을 자동차산업의 공급망과 공장, 품질관리 체계에 올려 실제 상품으로 만드는 것”이라며 “세계 최초의 로봇 기술을 보유한 기업을 넘어 로봇을 가장 많이 생산하고 가장 잘 사용하는 기업이 될 수 있을지가 다음 승부처”라고 덧붙였다. [아주경제 2026년 07월 28일자 13면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2026-07-28 08:46:44
-
재해 수준 폭염, 개인의 인내가 아니라 국가의 책임이다
[경제일보] 사람이 더위에 쓰러지고 있다. 밭에서 일하던 노인이 숨지고 건설현장과 길 위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이 응급실로 실려 간다. 밤에도 기온이 떨어지지 않아 잠을 이루기 어렵다. 올여름 폭염을 예년보다 조금 더 더운 여름쯤으로 여길 수 없는 이유다. 지난 12일 경북 포항과 경산에는 사상 첫 ‘폭염중대경보’가 내려졌다. 2008년 폭염특보 제도가 도입된 뒤 18년 만에 신설된 최고 단계 경보다. 체감온도 35도 이상이 이틀 이상 이어진 지역에서 체감온도 38도 또는 최고기온 39도 이상이 예상될 때 발령된다. 정부가 국민에게 즉시 야외활동을 중단하고 냉방시설이 있는 곳으로 이동하라고 요구하는 수준의 더위다. 인명 피해는 이미 현실이 됐다. 질병관리청 집계로 지난 5월 15일부터 7월 25일까지 온열질환자는 1301명, 사망자는 6명이다. 지난해에는 4460명의 온열질환자가 발생했고 29명이 목숨을 잃었다. 지난해 환자의 79.2%는 실외에서 발생했다. 실외 작업장이 1431명으로 가장 많았고 논밭 542명, 길가 522명이 뒤를 이었다. 직업별로는 단순노무 종사자가 1160명으로 가장 많았다. 피해가 몰리는 장소를 보면 폭염의 성격이 드러난다. 냉방이 되는 사무실이나 집으로 몸을 피할 수 있는 사람보다 뙤약볕 아래 계속 일해야 하는 사람이 먼저 쓰러진다. 건설현장 노동자와 배달노동자는 일을 멈추면 소득이 줄어든다. 농민은 한낮 작업을 피하라는 안내를 받아도 수확과 생계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에어컨이 있어도 전기요금부터 걱정해야 하는 가구도 있다. 국가가 책임져야 할 근거는 이미 법에 적혀 있다.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은 폭염을 태풍, 홍수, 호우, 한파와 함께 자연재난으로 규정한다. 같은 법 제2조는 재난을 예방하고 피해를 최소화해 일상으로 회복하도록 지원하는 일을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기본적 의무로 두고 있다. 폭염은 법률상으로도 국민 각자가 알아서 버텨야 할 날씨가 아니다. 그런데 현장에서 국민에게 가장 자주 돌아오는 말은 여전히 비슷하다. 물을 자주 마시고 야외활동을 줄이고 충분히 쉬라는 것이다. 틀린 말은 없다. 그런 수칙만으로 재난 수준의 폭염을 넘길 수 없다는 데 문제가 있다. 누가 한낮의 폭염이 위험하다는 사실을 모르겠는가. 그래도 현장에 나가는 사람이 있다. 일을 멈추면 그날 임금이 사라지고 배달을 쉬면 수입이 끊긴다. 농사를 미루면 작물이 상한다. 폭염 대책은 이 사람들이 왜 위험을 알면서도 밖으로 나갈 수밖에 없는지를 다뤄야 한다. 산업현장에는 최소한의 법적 장치가 마련돼 있다. 현행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은 체감온도 33도 이상에서 폭염작업을 하는 노동자에게 매 2시간 이내에 20분 이상의 휴식을 주도록 사업주에게 의무를 부과한다. 냉방·통풍 장치 설치와 작업시간 조정 등 폭염 노출을 줄이는 조치도 규정하고 있다. 규정을 만들어 놓는 것과 노동자가 실제로 일을 멈추는 것은 별개의 일이다. 공사 기한에 쫓기는 하청업체의 일용직 노동자가 폭염을 이유로 먼저 작업중지를 요구하기는 쉽지 않다. 건당 수입에 기대는 배달노동자에게 휴식은 곧 소득 감소다. 극단적인 고온에서 작업을 중단시킬 것이라면 그 시간의 임금과 소득 문제도 함께 다뤄야 한다. 노동자에게 생계와 안전 가운데 하나를 고르게 하는 제도는 안전대책이 될 수 없다. 고령 농민은 산업안전보건 규정의 보호조차 받기 어렵다. 지방자치단체가 한낮 농작업을 자제하라는 문자메시지를 보내고 마을방송을 한다고 밭일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농번기에는 작업을 미루기도 어렵고 혼자 농사를 짓는 고령층도 적지 않다. 극한 폭염 때 농작업을 중단할 수 있도록 인력을 지원하고 고령자의 안전을 직접 확인하는 체계가 따라붙어야 한다. 경보를 보내는 데서 행정의 일이 끝나서는 안 된다. 집 안이라고 모두 안전한 것도 아니다. 쪽방과 옥탑방은 밤이 돼도 열기가 쉽게 빠지지 않는다. 냉방비가 부담되는 가구에는 에어컨을 켜라는 말부터 현실과 거리가 있다. 열대야가 이어지면 무더위쉼터도 밤까지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 재난대피시설이 가장 필요한 시간에 문을 닫는다면 이름만 쉼터일 뿐이다. 태풍이 다가오는데 국민에게 우산을 잘 쓰라고만 하지는 않는다. 위험한 도로를 통제하고 주민을 대피시키며 필요한 경우 사람의 이동까지 제한한다. 폭염도 자연재난으로 규정했다면 대응 방식 역시 그에 맞아야 한다. 생명에 위험을 주는 온도까지 올라갔는데도 물을 마시고 알아서 쉬라는 안내에 의존할 수는 없다. 국가가 정해야 할 선도 있다. 어느 온도부터 옥외작업을 멈출지, 작업을 중단한 노동자의 소득을 어떻게 보전할지, 혼자 사는 고령자와 농민을 누가 찾아갈지, 냉방비를 감당하기 어려운 가구를 어떻게 보호할지 구체적인 기준이 필요하다. 폭염특보의 단계만 세분화한다고 국민의 생명이 저절로 보호되지는 않는다. 폭염은 냉방된 사무실과 건설현장을 가리지 않고 찾아온다. 피해까지 똑같지는 않다. 38도가 넘는 철근 위에서 일해야 하는 노동자, 한여름 밭에 나가야 하는 고령 농민, 전기료 때문에 에어컨을 마음껏 켜지 못하는 사람이 먼저 위험해진다. 지난해 온열질환자가 어디에서 쓰러졌는지가 이미 보여줬다. 폭염을 당장 멈출 수 없다고 해서 피해까지 개인의 몫으로 돌릴 수는 없다. 사람을 위험한 시간대에 일하지 않게 하고, 일을 멈춰도 생계가 무너지지 않게 하며, 스스로 피하기 어려운 사람에게 피할 곳을 마련하는 일은 정책으로 할 수 있다. “더우면 쉬라”는 말로 끝낼 일이 아니다. 실제로 쉴 수 있게 만들어야 한다. 재해 수준의 폭염에서 그 조건을 만드는 일은 개인의 인내가 아니라 국가의 책임이다.
2026-07-27 09:17:57
-
-
-
-
-
원청을 겨눈 하청 파업…플랜트 현장서 시작된 노란봉투법의 첫 충돌
[경제일보] 정유공장과 석유화학단지, 제철소, 발전소, 반도체 플랜트 현장에서 배관·용접·전기 공정을 맡는 하청 노동자들이 원청을 상대로 파업을 예고했다. 임금을 지급하는 하청업체가 아니라 발주와 공정, 안전관리의 큰 틀을 쥔 원청기업을 교섭 테이블로 끌어내겠다는 것이다. 민주노총 건설산업연맹 전국플랜트건설노조는 1일 서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원청교섭을 요구하는 8월 총파업 방침을 밝혔다. 노조는 지난달 19일부터 26일까지 전국 8개 지역에서 실시한 쟁의행위 찬반투표가 79.2% 찬성으로 가결됐다고 밝혔다. 이달 15일 민주노총 총파업에 맞춘 상경투쟁을 거쳐 8월 총파업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대상은 포스코·에쓰오일·고려아연·SK에너지 등 발주사와 SK에코플랜트, 현대건설, DL이앤씨, 롯데건설, 포스코이앤씨, 삼성물산 등 종합건설사다. 노조는 하청 노동자의 안전보건과 근로조건은 하청업체만의 판단으로 정해지지 않는다며, 실질적 영향력을 가진 원청이 직접 교섭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번 사안이 주목받는 까닭은 3월 10일 시행된 개정 노동조합법, 이른바 노란봉투법 때문이다. 개정법은 근로계약을 직접 맺지 않았더라도 노동자의 근로조건에 대해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자를 그 범위에서 사용자로 본다고 규정했다. 노동쟁의 대상도 임금과 근로시간뿐 아니라 근로조건에 영향을 주는 사업경영상 결정까지 넓어졌다. 그동안 플랜트 현장에서는 원청이 안전 기준과 공정, 출입 절차, 작업 일정에 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면서도 임금과 고용은 하청업체의 영역이라는 이유로 직접 교섭에서는 한발 물러나 있는 경우가 많았다. 노란봉투법은 이 분리를 다시 따져 보겠다는 법이다. 원청이 실제로 통제하는 분야가 있다면 그 문제에 관해서는 교섭 상대가 될 수 있다는 취지다. 노동위원회의 초기 판단도 노조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중앙노동위원회는 지난달 현대엔지니어링이 하청 노조의 교섭요구 사실을 공고해야 한다는 판단을 유지했다. 원청이 하청 노동자에 대해 실질적 지배력을 행사하는 영역이 있다는 취지다. 다만 SK에코플랜트 사건에서는 교섭단위 분리 신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원청 사용자성이 인정되더라도 어느 노동조합과 어떤 단위로 교섭할지는 별도 쟁점이라는 뜻이다. 여기서부터 현장의 갈등은 더 복잡해진다. 사용자성 인정은 원청이 하청 노동자의 모든 요구를 받아들여야 한다는 뜻이 아니다. 법도 원청이 실질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범위에서만 사용자성을 인정한다. 현장 안전수칙, 작업 허가, 공정 변경, 인력 투입 기준처럼 원청의 권한이 뚜렷한 사안과 개별 하청업체의 임금 체계, 인사권, 고용계약을 어디까지 나눌지가 첫 교섭의 핵심이 될 가능성이 크다. 파업의 적법성도 아직 확정된 것은 아니다. 조합원 찬반투표는 쟁의행위 절차의 한 단계일 뿐이다. 노조는 노동위원회 조정을 신청하고, 교섭을 거부하는 원청을 상대로 소송도 제기하겠다는 방침이다. 실제 파업이 이뤄질 경우 원청별 사용자성, 교섭 요구의 범위, 조정 절차 준수, 쟁의행위 대상이 된 요구사항을 놓고 다툼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플랜트노조가 안전 문제를 전면에 내세운 이유도 여기에 있다. 노조는 2022년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뒤 플랜트산업 10대 원청사 현장에서 최소 72명의 노동자가 사망했지만 원청에 법이 적용된 사례는 없었다고 주장한다. 이 수치는 노조 집계이지만, 플랜트 현장에서 안전 책임이 하청업체에만 머물러서는 안 된다는 문제 제기는 가볍게 넘기기 어렵다. 플랜트 공사는 여러 공종이 맞물려 돌아간다. 배관 작업이 늦어지면 용접과 검사, 시운전 일정도 함께 밀릴 수 있다. 정유·석유화학 설비의 정기 보수나 증설 공사, 반도체 생산시설 건설처럼 공정 간 연결이 촘촘한 현장일수록 타격이 클 수 있다. 다만 총파업 예고만으로 공장 가동 중단을 단정하기는 이르다. 파업 참여 규모, 대상 공종, 해당 현장이 신설 공사인지 정기 보수인지에 따라 실제 영향은 크게 달라진다. 건설업계는 원청의 법정 안전관리 의무를 곧바로 사용자성의 근거로 삼아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다. 대한건설협회는 원청이 노조와 교섭해 추가 비용이나 작업 방식 변경을 수용할 경우 그 부담이 전문건설업체에 전가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원청과 노조가 합의한 내용이 실제 고용주인 하청업체의 계약·인사 운영과 충돌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 주장은 원청이 교섭에서 빠져야 한다는 근거가 되기는 어렵다. 원청의 지시와 공정 압박, 계약 단가가 하청 노동자의 작업 여건에 영향을 준다면 그 책임을 하청업체에만 남겨두기도 어렵다. 반대로 원청이 모든 하청 노동자의 임금·인사 문제까지 떠안는 방식으로 흘러간다면 현장 운영은 혼란을 피하기 어렵다. 안전과 공정, 임금과 고용, 비용 부담을 각 사안별로 가르는 교섭 틀이 필요하다. 노란봉투법의 성패는 파업 규모보다 첫 교섭의 내용에서 판가름 날 가능성이 크다. 원청이 책임져야 할 안전·공정 의제와 하청업체가 맡아야 할 고용·임금 의제를 구분하지 못하면, 교섭은 시작부터 책임 떠넘기기 싸움으로 변질될 수 있다. 반대로 현장에서 실제 권한을 가진 주체가 안전과 작업 여건을 논의하는 자리가 마련된다면, 다단계 하도급 아래 가려져 있던 책임의 빈틈을 줄일 계기가 될 수 있다. 플랜트노조의 8월 파업 예고는 노란봉투법이 조문에 머무르지 않고 산업현장으로 들어온 첫 장면이다. 원청과 하청, 발주사와 시공사, 노동조합과 전문건설업체가 어느 선까지 책임을 나눌지에 따라 정유·석유화학·제철·반도체 건설 현장의 노사관계도 달라질 수 있다. 이제 필요한 것은 교섭 자체를 미루는 일도, 원청 책임을 무한정 넓히는 일도 아니다. 각 현장에서 누가 실제로 무엇을 결정하는지부터 따져, 책임과 비용이 맞물린 협상 틀을 만드는 일이다.
2026-07-01 16:04:5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