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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호무역은 예고하고 온다…통상도 먼저 움직여야 한다
[경제일보] 세계 철강시장의 문턱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미국은 철강에 50%의 고율 관세를 매기고 있고 유럽연합(EU)은 지난 7월부터 무관세 수입 물량을 대폭 줄였다. 여기에 미국 철강업계가 최근 한국산 철강 수입 증가를 공개적으로 문제 삼고 나섰다. 지난달 28일 미국철강협회(AISI)는 미 상무부와 무역대표부(USTR)에 한국산 철강 수입 증가에 대응해 달라고 요구했다. AISI에 따르면 한국산 장척 철강제품의 미국 수입량은 2024년 7월 2만2100톤(t)에서 올해 7월 14만5300t으로 늘었다. 철근을 포함한 일부 품목의 급증세가 미국 철강산업을 위협할 수 있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아직 미국 정부가 한국산 철강에 추가 규제를 결정한 것은 아니다. 업계가 정부에 조치를 요구한 단계다. 그럼에도 가볍게 볼 사안은 아니다. 미국은 지난해 철강 관세를 25%에서 50%로 올렸고, 한국이 2018년부터 적용받았던 무관세 쿼터도 지난해 3월 폐지됐다. 유럽의 장벽도 높아졌다. EU는 지난 7월 기존 철강 세이프가드를 새로운 관세할당제도(TRQ)로 대체했다. 전체 무관세 물량은 연간 3382만t에서 1835만t으로 약 46% 줄었고 쿼터를 넘어선 물량에는 50%의 관세가 붙는다. 한국은 협상을 통해 전용 쿼터 207만3000t을 확보했다. 이전보다 19.7% 줄었지만 EU 전체 쿼터가 크게 축소된 상황을 고려하면 정부가 시장 접근 기반을 상당 부분 방어했다는 평가도 가능하다. 정부는 지난 5월부터 EU 집행위원회를 상대로 우리 업계의 우려를 전달하고 협상을 벌였다. 이 대목은 분명히 평가해야 한다. 보호무역 장벽이 높아질 때마다 정부가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고 말하는 것은 사실과 다르다. 그러나 문제는 이제부터다. 철강을 둘러싼 세계의 움직임은 개별 국가와 벌이는 관세 협상의 수준을 넘어섰다. 지난달 30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글로벌 철강 공급과잉 포럼에 참여한 28개 시장경제국은 공급과잉에 공동 대응하는 이른바 ‘밀워키 프레임워크’를 내놓았다. 반덤핑과 상계관세, 세이프가드 등 무역구제 수단을 적극 활용하고 공급과잉을 키우는 보조금에 대한 대응을 강화하는 것이 골자다. OECD는 세계 철강 과잉생산능력이 지난해 6억100만t에서 올해 7억4500만t까지 늘어날 것으로 추산했다. 중국을 중심으로 한 공급과잉에 대응하겠다는 명분 아래 미국과 유럽을 비롯한 주요국의 시장 방어가 한층 거세질 가능성이 커졌다는 얘기다. 한국에는 간단하지 않은 문제다. 중국발 저가 철강의 유입을 막아야 하는 동시에 미국과 유럽에서는 한국산 제품이 규제 대상이 되지 않도록 방어해야 한다. 국내에서는 보호가 필요하고 해외에서는 시장 개방을 요구해야 하는 난처한 위치에 놓여 있다. 통상당국의 능력이 시험받는 지점도 바로 여기다. 앞으로 필요한 것은 문제가 터질 때마다 협상단을 보내는 대응을 넘어 주요 시장의 정책 변화를 먼저 읽는 시스템이다. 미국 철강업계와 의회에서 어떤 요구가 나오고 있는지, EU가 탄소와 공급과잉 문제를 어떤 방식으로 무역규제에 연결하는지 상시적으로 추적해야 한다. 특정 품목의 수출이 급증하면 현지에서 어떤 반작용이 생길지도 미리 살펴야 한다. 이번 미국 철강업계의 문제 제기가 좋은 사례다. 7월 한국산 철강의 미국 수입량은 55만6000t으로 전월보다 32% 늘었다. 미국 철강업계가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는 수준의 변화라면 정부와 업계가 수출 증가의 배경과 품목별 영향을 미리 분석해 둘 필요가 있었다. 통상은 상품을 많이 파는 것만으로 끝나지 않는다. 수출이 빠르게 늘 때 상대국 산업과 정치권이 어떻게 움직일지까지 읽어야 한다. 철강 문제를 철강만의 문제로 다뤄서도 안 된다. 한국은 미국에서 자동차와 배터리, 반도체, 조선, 방산에 대규모 투자를 하고 있다. 알래스카 LNG와 에너지 프로젝트를 둘러싼 협력도 논의되고 있다. 미국 역시 한국의 조선과 제조업 역량을 필요로 한다. 철강 협상도 이 큰 판에서 볼 필요가 있다. 한국산 철강이 미국 자동차·조선·에너지 산업의 공급망에 어떤 역할을 하는지 구체적인 숫자로 보여주고, 한국 기업의 대미 투자와 고용 효과까지 협상의 지렛대로 활용해야 한다. 철강 수입량 하나만 놓고 방어하는 협상보다 산업협력 전체의 이해관계 속에서 문제를 푸는 편이 협상력을 높일 수 있다. 유럽에서는 또 다른 전략이 필요하다. EU는 단순한 수입규제를 넘어 탄소배출까지 무역의 조건으로 만들고 있다. 탄소국경조정제도(CBAM)가 대표적이다. 앞으로 유럽 시장에서 철강의 경쟁력은 가격과 품질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얼마나 적은 탄소를 배출해 생산했는지도 상품 경쟁력의 일부가 된다. 결국 통상정책과 산업정책이 한 몸처럼 움직여야 한다. 정부가 기업에 시장 다변화와 고부가가치화를 주문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새로운 시장의 인증과 규제 정보를 제공하고 무역보험과 금융, 현지 투자, 통상법률 지원을 묶어야 한다. 기업도 범용재 중심의 경쟁에서 벗어나 자동차강판과 조선·에너지용 특수강 등 쉽게 대체하기 어려운 제품의 비중을 높여야 한다. 저탄소 철강 기술 역시 수출 경쟁력을 좌우할 요소가 됐다. 정부가 지금부터 준비해야 할 것도 거창한 새 조직보다 이런 변화를 조기에 포착하고 움직이는 체계다. 미국의 관세와 의회 동향, EU의 쿼터와 환경규제, 주요국의 보조금과 무역구제 조치를 상시 분석하고 국내 산업에 미칠 영향을 수치로 보여줄 필요가 있다. 위험 수준에 따라 기업과 관계부처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도 미리 정해두는 것이 좋다. 통상에도 금융시장의 스트레스 테스트와 비슷한 접근이 필요하다. 정부가 그동안 아무것도 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EU 철강 쿼터 협상에서는 정상급과 고위급, 실무 채널을 가동해 한국 전용 물량을 확보했다. 미국 관세에도 정부와 기업이 대응해왔다. 이제 필요한 것은 대응의 속도와 수준을 한 단계 높이는 일이다. 보호무역은 더 이상 예외적인 사건이 아니다. 미국의 관세, EU의 쿼터와 탄소규제, 각국의 보조금 정책이 뒤섞이면서 새로운 통상질서 자체가 되고 있다. 문제가 생길 때마다 해결하는 방식만으로는 따라가기 어렵다. 철강은 그 변화가 가장 먼저 나타난 산업일 뿐이다. 다음은 자동차가 될 수도 있고 배터리와 반도체가 될 수도 있다. <손자병법>은 “승병선승이후구전(勝兵先勝而後求戰)”이라 했다. 이기는 군대는 먼저 이길 조건을 만들어 놓은 뒤 싸움에 나선다는 뜻이다. 통상도 다르지 않다. 협상장에 앉은 뒤 대응책을 찾기 시작해서는 늦다. 상대국 산업과 정치권이 어떤 요구를 꺼낼지 예상하고 우리가 내놓을 카드와 지켜야 할 선을 미리 정해둬야 한다. 한국은 수출로 성장한 나라다. 보호무역의 파고를 피할 수 없다면 적어도 파도가 어디에서 얼마나 높게 올지는 먼저 읽어야 한다. 정부의 통상 역량도 이제 ‘얼마나 잘 수습했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먼저 알고 움직였느냐’로 평가받아야 한다.
2026-10-06 14:4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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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포스코, 美에 8조원 '철강 전진기지'…50% 관세 넘어 모빌리티 공급망 완성
[경제일보] 현대자동차그룹과 포스코가 미국 루이지애나에 총 58억 달러(한화 약 8조원)을 투입하는 대형 전기로 제철소 건설에 들어갔다. 미국의 수입 철강 50% 관세 장벽을 현지 생산으로 넘고, 자동차강판부터 로봇·로켓 등 첨단산업용 특수강까지 공급하는 북미 생산거점을 확보한다는 구상이다. 현대제철, 현대차·기아, 포스코는 4일(현지시간) 미국 루이지애나주 도널드슨빌에서 ‘현대제철-포스코 루이지애나 전기로 제철소(HPLS)’ 기공식을 열었다. HPLS 부지는 약 223만평, 737만㎡ 규모다. 과거 사탕수수밭이었던 이곳에는 2029년까지 연산 270만톤 규모의 전기로 기반 일관제철소가 들어설 예정이다. 현대차그룹은 HPLS를 통해 북미에서 원료와 철강 생산부터 완성차 제조·판매까지 연결되는 현지 공급망을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이날 “이곳에서 생산되는 철강은 차세대 모빌리티를 만들어가는 현대차그룹은 물론 현지 다른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업체들을 지원하는 튼튼한 기반이 될 것”이라고 했다. 50% 철강관세 ‘현지 생산’으로 대응…美 특수강 수요 직접 겨냥 HPLS 투자의 가장 직접적인 배경 중 하나는 미국의 강화된 철강 무역장벽이다. 미국은 세계 최대 철강 수입시장 중 하나지만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들어 수입 철강에 50% 관세를 부과하고 반덤핑 조치도 강화하고 있다. 한국에서 생산한 철강을 미국에 들여오는 방식의 가격 경쟁력이 크게 떨어진 상황이다. 현대차그룹과 현대제철은 아예 미국 현지에서 자동차용 특수강을 생산해 관세 영향을 낮추고 완성차 공급망의 안정성을 높이는 방식을 택했다. 정 회장은 “미국은 매년 1000만 톤의 고부가 특수강을 수입하는데 현지에서 이를 커버할 수 있게 됐다”고 강조했다. 현대차·기아뿐 아니라 미국 내 다른 자동차 제조사에 철강을 공급하는 방안도 추진되고 있다. 호세 무뇨스 현대차 사장은 “HPLS 철강을 모든 차종에 적용하는 방안을 추진할 것”이라며 “다른 완성차 업체들과도 실제 (철강 공급) 논의를 진행 중”이라고 했다. HPLS가 자리 잡는 도널드슨빌은 미국 남부 자동차 산업벨트와 연결하기에도 유리한 입지로 평가된다. 현대차 앨라배마 공장과 기아 조지아 공장은 물론 GM의 텍사스, 폭스바겐의 테네시, 혼다의 앨라배마 생산거점과 접근성이 높다. 대형 철도망이 인접해 있는 데다 미시시피강을 통해 약 7만톤급 파나막스 선박의 접안이 가능해 원료 반입과 제품 출하에도 유리하다. 미국의 상대적으로 낮은 천연가스와 전력 비용도 전기로 생산의 원가경쟁력을 높이는 요인으로 꼽힌다. 자동차강판 넘어 로봇·로켓까지…‘첨단소재 생산기지’로 확장 현대차그룹이 HPLS에 기대하는 역할은 자동차강판 생산에만 머물지 않는다. 정 회장은 “HPLS는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부터 발전 분야까지 주요 산업의 기초를 지지하고 한미 양국의 미래 세대를 위한 새 기회를 창출하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했다. 향후 HPLS에서 생산하는 고부가 특수강의 사용처를 자동차뿐 아니라 로봇과 로켓 등 첨단산업으로 확대하겠다는 의미다. 현대차그룹이 최근 자동차 제조업을 넘어 로봇·AI·미래 모빌리티 등으로 사업영역을 넓히는 전략과도 맞닿아 있다. 철강 생산부터 첨단 모빌리티에 필요한 소재까지 현지 공급망 안에 포함시키겠다는 것이다. HPLS는 탄소저감형 자동차강판 생산거점 역할도 맡게 된다. 업계에서는 현지에서 생산한 특수강판을 현대차·기아 차량에 직접 적용할 경우 물류와 통상 리스크를 낮추는 동시에 소재 단계의 품질 경쟁력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현대제철과 포스코의 협업도 주목할 대목이다. HPLS의 지분구조는 현대제철이 50%로 가장 많고 포스코가 20%, 현대차와 기아가 각각 15%를 보유한다. 국내 철강시장에서 경쟁해 온 현대제철과 포스코가 미국 대형 프로젝트에서는 공동 투자자로 손을 잡은 것이다. 두 회사는 앞서 수소환원제철을 비롯한 친환경 철강기술 분야에서도 장기적인 협력 가능성을 논의해왔다. 장인화 포스코그룹 회장은 “포스코와 현대제철은 국내에서는 경쟁자의 입장이지만 글로벌로 보면 둘 다 한국의 기업”이라며 “(HPLS 구축은) 한국 기업이 세계로 나가 서로 협력하고 우리 기업의 위상을 높이는 데 목적이 있다”고 했다. HPLS는 양사의 차세대 제철기술을 실제 생산현장에 적용하는 공동 실증무대 역할도 할 전망이다. 5400명 고용 효과…한미 제조업 협력의 새 상징 대규모 고용과 지역경제 효과도 예상된다. 현대차그룹은 HPLS 가동을 통해 직접 고용 약 1300명, 간접 고용 약 4100명 등 총 5400여명의 고용 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 지방정부 역시 한국 기업의 대형 제조업 투자에 기대를 나타냈다. 제프 랜드리 루이지애나 주지사는 “현대차그룹의 투자로 루이지애나 지역 사회는 일하고 배우고, 가지고 있는 모든 것을 활용할 기회를 얻게 됐다”고 평가했다. 한국 정부도 이번 투자를 한미 산업협력의 대표 사례로 보고 있다.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은 “이번 프로젝트는 단순 제철소 건설이 아닌 한미 협력의 상징”이라며 “미 주정부와 연방 정부에 이 같은 모멘텀을 계속 유지하기 위한 지속적인 지원을 요청드린다”고 했다. 현대차그룹은 미국 자동차시장에서 GM과 도요타그룹, 포드에 이어 점유율 4위에 올라 있다. HPLS가 본격 가동되면 자동차 생산에 필요한 핵심 소재까지 미국 현지에서 조달할 수 있게 돼 북미 사업의 수직계열화 수준은 한층 높아질 전망이다. 특히 이번 프로젝트는 미국의 보호무역 강화에 한국 기업이 단순한 수출 축소가 아니라 현지 생산·투자 확대로 대응한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58억 달러 규모의 HPLS가 계획대로 2029년 생산을 시작하면 현대차그룹의 미국 사업은 완성차 현지생산을 넘어 철강과 첨단소재까지 품는 구조로 확장된다. 동시에 현대제철과 포스코 역시 자동차강판을 넘어 미국의 로봇·우주·AI·에너지 산업을 겨냥한 고부가 특수강 시장에 직접 진입할 수 있는 교두보를 확보하게 된다.
2026-09-06 18:1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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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UAE, 원유 공급망 협약…호르무즈 리스크 대응 넓힌다
[경제일보] 한국과 아랍에미리트(UAE)가 원유 공급망 안정화를 위한 전략적 협력 체계를 강화한다. 중동 정세 불안으로 호르무즈 해협 리스크가 다시 부각되는 가운데 안정적 원유 공급, 비상 상황 대응, 공동 비축 등을 포괄한 협약을 맺고 에너지 안보 협력 범위를 산업·인공지능(AI) 분야로 넓히는 흐름이다. 8일 산업통상부에 따르면 김정관 산업부 장관은 이날 오전 방한 중인 술탄 알 자베르 UAE 산업첨단기술부 장관 겸 아부다비국영석유회사(ADNOC) 최고경영자와 면담하고 핵심자원 공급망 안정화와 산업협력 확대 방안을 논의했다. 양측은 이 자리에서 원유 공급망 관련 ‘산업부-ADNOC 전략적 협력에 관한 협약’을 체결했다. 협약에는 안정적인 원유 공급, 비상 공급 상황 대응, 공동 비축 등이 포함됐다. 이번 협약은 한-UAE 에너지 협력의 성격이 단순 구매·판매 관계에서 안보형 공급망 협력으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양국은 지난해 11월 우리 정상의 UAE 국빈 방문과 올해 3월 대통령 전략경제협력 특사의 UAE 방문, 6월 김 장관의 UAE 방문 등을 계기로 원유·나프타 등 핵심자원과 원전, 에너지 인프라, 첨단산업 분야 협력을 이어왔다. 이번 알 자베르 장관의 방한은 그간 추진해온 협력 의제를 점검하고 후속 논의를 구체화하는 자리로 마련됐다. 배경에는 중동 항로 불안이 있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에 따르면 2024년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한 석유 흐름은 하루 평균 2000만 배럴로, 전 세계 석유류 소비의 약 20%에 해당한다. 한국처럼 원유 수입 의존도가 높은 국가는 이 해협의 통항 불안이 곧바로 원유 조달 비용과 정유업계 수익성에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최근 중동 정세가 유동적으로 전개되면서 안정적인 원유 공급 체계 구축 필요성도 커지고 있다. 이번 협약은 특정 위기 상황에 대한 단기 대응을 넘어 주요 산유국인 UAE와 평시 공급 협력과 비상시 대응 체계를 함께 마련한다는 데 의미가 있다. 원유 도입선과 비축 체계를 다층화해 에너지 안보의 완충 장치를 넓히겠다는 취지다. 양측은 정유·석유화학 산업의 AI 전환 협력 방안도 논의했다. 김 장관은 울산·미포산업단지에서 추진 중인 석유화학 산업 AI 전환 프로젝트와 국내 정유·석유화학 기업들의 AI 적용 사례를 소개했다. ADNOC이 원유 관련 전 사업 영역에서 추진 중인 AI 적용 전략과 한국의 제조·산업 AI 전환 정책인 M.AX의 방향성이 맞닿아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이를 바탕으로 양국 기업과 기관이 참여하는 실질 협력 프로젝트를 발굴하자고 제안했다. 에너지 인프라 협력도 주요 의제로 다뤄졌다. UAE는 호르무즈 해협 우회 원유·가스 저장 및 운송 설비 확충 등 에너지 인프라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김 장관은 이와 관련해 한국 기업들이 EPC 수주 등 다양한 형태의 참여를 모색하고 있다고 설명하고 UAE 측의 관심과 지원을 요청했다. 정유·석유화학 플랜트, 저장시설, 운송 인프라 분야에서 경험을 쌓아온 국내 기업들에는 중동 에너지 인프라 시장을 넓힐 계기가 될 수 있다. 김 장관은 “최근 중동 정세가 변화의 국면에 들어서고 있으나 핵심자원 공급망 안정성 확보는 여전히 우리 경제 안보의 가장 중요한 과제”라며 “주요 에너지 공급국인 UAE와의 전략적 파트너십을 보다 강화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양국 간 핵심자원 공급망을 넘어 AI 등 첨단산업에서 다양한 가능성과 기회를 모색함으로써 협력의 폭을 넓혀 나갈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번 한-UAE 협력은 원유 수급 불안에 대비한 에너지 안보 장치이면서 동시에 한국 정유·석유화학, 플랜트, 산업 AI 기업의 중동 진출 통로를 넓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 관건은 협약이 선언에 그치지 않고 공동 비축 물량, 비상시 공급 방식, 인프라 프로젝트 참여 범위 등 구체적인 실행 계획으로 이어지는지다.
2026-07-08 17:0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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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에어로, 나토 방산포럼서 '현지생산' 강조…유럽으로 공급망 넓힌다
[경제일보]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방산 협력 무대에서 유럽 현지 생산과 공동개발 확대를 강조했다. K방산의 유럽 전략이 완제품 수출을 넘어 공동생산, 기술협력, 공급망 구축으로 옮겨가고 있다는 분석이다. 8일 한화에어로스페이스에 따르면 회사 대표단은 7일(현지시간) 튀르키예 앙카라에서 열린 NATO 방위산업포럼에 참석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이 자리에서 NATO 회원국과 글로벌 방산기업, 주요 안보 싱크탱크 관계자들과 유럽 방산 생산기반 강화와 공급망 회복력 제고 방안을 논의했다. NATO 방위산업포럼은 NATO 정상회의와 연계해 열리는 방산 분야 행사다. 올해 포럼에서는 유럽 방산 생산능력 확대와 공동조달, 역내 생산 기반 강화가 주요 의제였다. 이번 포럼 패널 세션에 참석한 야첵 치렉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유럽법인장은 NATO 회원국과 인도·태평양 파트너국 간 방산 협력 확대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유럽 방위력 강화를 위해 단순한 장비 확보를 넘어 안정적인 공급망 구축, 현지 생산 역량 강화, 공동개발·공동생산 체계가 중요해지고 있다고 밝혔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내세운 핵심은 ‘현지화’였다. 회사는 폴란드에서 K9 자주포와 천무 사업을 통해 기술협력과 공동생산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미사일 공동생산을 위한 현지 합작법인 설립과 모듈장약 생산기지 구축도 추진 중에 있다. 루마니아에서는 K9 자주포 등 지상방산체계 생산시설을 건립하고 있으며, 북유럽에서도 K9과 천무를 중심으로 협력을 확대하고 있다. 정부 차원의 방산 외교도 같은 흐름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NATO 방위산업포럼 연설에서 기존 무기 거래 중심 협력을 공동 연구개발, 공동생산, 공동운용으로 확대하는 ‘한-NATO 방산협력 파트너십 2.0’을 제안했다. 업계에서는 유럽 방산시장의 평가 기준이 가격과 납기에서 산업협력 능력으로 넓어지고 있다고 보고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유럽 국가들은 무기 재고 보충뿐 아니라 자국 내 생산과 정비, 탄약 공급망 안정성을 중시하고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폴란드와 루마니아를 중심으로 현지 생산 기반을 확대하는 것도 이 같은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다만 아직 과제는 남아 있다. 유럽 방산시장은 NATO 표준, 현지 고용, 기술이전, 정치적 신뢰가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한국 방산기업이 단기 납기 경쟁력을 넘어 장기 파트너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공동개발과 후속지원 역량을 지속적인 입증이 필수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관계자는 “유럽 방위력 강화를 위해 안정적인 공급망과 현지 생산 역량, 공동개발·공동생산 체계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며 “각국의 자주국방 역량 강화와 회복력 있는 NATO 방산 생태계 구축에 기여하겠다”고 했다.
2026-07-08 10:0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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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오션, 60조 캐나다 잠수함서 고배
[경제일보] 한화오션이 최대 60조원 규모로 거론된 캐나다 차세대잠수함도입사업(CPSP)에서 독일 티센크루프마린시스템스(TKMS)에 밀렸다. 기술과 납기 경쟁만으로는 넘기 어려운 나토 동맹과 북극 안보, 캐나다 내 산업 효과가 최종 변수로 작용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는 6일 현지시간 노바스코샤주 핼리팩스 해군기지에서 TKMS를 캐나다 해군 차세대 잠수함 사업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고 발표했다. 캐나다 총리실은 이번 사업이 노후한 빅토리아급 잠수함을 대체하기 위한 것으로 최대 12척의 현대식 잠수함을 도입하는 캐나다 역사상 최대 방위 조달 사업이라고 밝혔다. 한화오션이 완전히 탈락한 것은 아니다. 캐나다 정부는 TKMS와의 협상이 실패할 경우 한화오션을 우선 공급업체로 지정해 협상할 수 있다고 명시했다. 카니 총리도 TKMS와 한화오션 모두 캐나다 해군의 요구 조건을 충족했다고 설명했다. 수주전이 막판까지 경쟁 구도였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캐나다가 TKMS를 택한 핵심 배경은 나토 상호운용성이다. TKMS의 212CD 잠수함은 독일과 노르웨이가 함께 사용하는 플랫폼으로, 캐나다 총리실은 이 잠수함이 북극 작전과 해저 감시, 특수부대 투입이 가능하고 나토와 완전한 상호운용성을 갖췄다고 밝혔다. 러시아 위협과 북극 해역 방어가 커지는 상황에서 캐나다는 동맹 체계 안에서 검증된 플랫폼을 택한 셈이다. 납기도 중요했다. 캐나다 정부는 TKMS와 계약을 2027년 말까지 마무리하고 첫 4척을 2034년에 앞당겨 인도받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화오션은 KSS-III 기반 잠수함과 빠른 건조 역량을 앞세워 공세를 펼쳤지만, 독일·노르웨이 기존 발주 물량과 연계한 조기 인도 제안이 캐나다 판단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경제적 파급효과도 평가 기준이었다. 캐나다 정부는 이번 사업이 자국 공급망 투자와 고임금 일자리, 방위산업 역량 강화로 이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카니 총리는 안보와 경제안보가 함께 가야 한다는 메시지를 냈다. 한화오션도 캐나다 내 산업협력과 경제적 기회를 제시했지만 캐나다는 나토 플랫폼과 자국 산업전략의 결합을 더 높게 본 것으로 풀이된다. 한국 입장에서는 아쉬운 결과다. 한화오션은 도산안창호급 잠수함을 기반으로 빠른 납기와 기술력을 강조했고, 정부와 군도 현지 홍보와 외교 지원에 나섰다. 캐나다 총리가 이재명 대통령과 이 사안을 논의했다고 밝힌 점도 한국 정부가 막판까지 총력전을 펼쳤음을 보여준다. 다만 이번 결과가 한국 방산의 경쟁력 약화를 뜻하지는 않는다. 캐나다 정부가 한화오션을 예비 공급자로 남긴 것은 기술적 적합성 자체를 인정했다는 의미다. 문제는 초대형 방산 조달에서 기술력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점이다. 동맹 구조, 현지 산업기여, 장기 유지·보수, 정치적 신뢰가 모두 묶여야 최종 수주로 이어진다. 한편 한화오션의 고배는 K-방산이 다음 단계로 넘어가기 위해 풀어야 할 숙제를 보여준다. 빠른 납기와 가격 경쟁력은 강점이지만 나토권 대형 조달에서는 동맹 네트워크와 현지 산업 생태계 편입 전략이 더 중요해진다. 캐나다 잠수함 사업은 끝났지만 교훈은 남았다. 한국 방산이 세계 시장에서 주계약자로 서려면 좋은 무기만이 아니라 상대국 안보전략 안에 들어가는 파트너십을 팔아야 한다.
2026-07-07 07:3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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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 잠수함 사업 발표 임박…한화오션, TKMS와 50대 50 승부
[경제일보] 최대 60조원 규모로 추산되는 캐나다 차기 잠수함 사업의 우선협상대상자 발표가 임박했다. 한국의 한화오션과 독일 티센크루프마린시스템스(TKMS)가 양강 구도로 경쟁하는 가운데 국내 조선업계의 역대 최대 잠수함 수주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6일 업계에 따르면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는 오는 7일 캐나다 노바스코샤주 핼리팩스에서 ‘캐나다의 안전과 회복력, 번영을 높이기 위한 새로운 조치’를 발표할 예정이다. 업계는 이날 마크 카니 총리가 캐나다 초계 잠수함 프로젝트(CPSP)의 우선협상대상자를 발표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CPSP는 캐나다 해군이 운용 중인 빅토리아급 잠수함을 대체하는 사업이다. 캐나다 정부는 2024년 7월 최대 12척의 재래식 추진 잠수함을 도입하겠다고 공식화했다. 요구 조건은 단순한 연안 작전용 잠수함이 아니라 북극권 운용이 가능한 수중 감시·억제 전력이다. 캐나다 정부는 자국이 북극·대서양·태평양을 모두 접한 국가라는 점을 들어 신형 잠수함이 해상 접근로 감시와 위협 억제에 필요하다고 설명해 왔다. 캐나다 정부는 지난해 8월 TKMS와 한화오션을 CPSP의 2개 적격 공급업체로 선정했다. 이후 양측과 심층 협의를 진행해 왔다. 캐나다 정부 자료에 따르면 캐나다는 첫 잠수함을 늦어도 2035년까지 인도받는다는 계획이다. 현재 운용 중인 빅토리아급 잠수함은 2030년대 중후반까지 현대화 작업을 거쳐 운용될 예정이다. 국내 정부도 수주 가능성을 신중하게 보고 있다.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은 지난 1일 청와대 뉴미디어 기자단과의 인터뷰에서 “스코어로 물어보면 50대 50인 상황”이라면서도 “캐나다는 한국과 완전히 대칭적 구조를 가진 나라다. 서로 윈윈할 수 있는 게 굉장히 많다. 우리는 첨단산업부터 기간 제조업까지 뒷받침이 잘돼서 협업하면 힘이 되는 나라”라고 말했다. 한화오션은 조기 납기와 실전 운용 경험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로이터에 따르면 한화오션은 캐나다 측에 2035년까지 잠수함 4척을 인도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캐나다가 전력 공백을 피하려면 첫 잠수함 인도 시점이 핵심 변수인 만큼, 이미 한국 해군에서 운용 중인 장보고-Ⅲ 계열 잠수함의 검증된 생산·운용 경험을 강조하는 전략이다. 수주전은 잠수함 성능만의 경쟁이 아니다. 캐나다 정부는 이번 사업을 자국 해양·방산 산업의 일자리와 장기 정비 기반을 키우는 계기로 보고 있다. 한화그룹은 올해 1월 캐나다 기업들과 철강, 우주, 인공지능, 센서 분야 협력을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한화오션은 캐나다 철강사 알고마스틸과 잠수함 건조·유지보수에 활용할 현지 철강 공급 협력도 추진하고 있다. 최대 60조원이라는 사업 규모도 잠수함 건조뿐 아니라 정비, 후속 군수지원, 산업협력 등을 포함한 업계 추산이다. TKMS 역시 만만한 상대가 아니다. 독일과 노르웨이가 함께 내세우는 212CD 잠수함은 NATO 동맹 내 상호운용성을 앞세운다. AP통신은 TKMS 측이 자사 잠수함이 NATO 전력을 강화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고 전했다. 로이터에 따르면 TKMS는 잠수함 외에도 희토류, 광업, 인공지능, 배터리 등으로 이어지는 대규모 투자 패키지를 캐나다 측에 제안하는 방안을 추진해 왔다. 결국 캐나다의 선택은 ‘속도와 실전 운용 경험’이냐, ‘동맹과 기존 NATO 체계’냐의 구도로 요약된다. 한화오션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될 경우 한국 조선·방산 산업은 상선과 지상무기 중심의 수출 포트폴리오를 넘어 잠수함이라는 고부가 특수선 시장에서 의미 있는 전환점을 맞게 된다. 특히 G7 국가이자 NATO 회원국인 캐나다에 한국형 잠수함을 공급하는 길이 열리면 향후 북미·유럽 방산 시장에서 한국 조선사의 신뢰도도 달라질 수 있다. 다만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이 곧바로 최종 계약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 우선협상대상자가 정해진 뒤에도 가격, 기술 이전, 현지 정비, 장기 군수지원, 산업협력 조건을 둘러싼 협상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캐나다 정부가 이번 사업에서 자국 산업 기여와 장기 운용 지원 능력을 중시하는 만큼, 우선협상대상자 발표 이후에도 최종 계약까지는 상당한 협상 과정이 남아 있다는 분석이다. 한화오션으로서는 이번 CPSP가 특수선 사업의 체급을 바꿀 수 있는 전환점이다. 국내 조선업이 LNG운반선과 친환경 선박에서 세계 시장을 주도해 왔다면, 잠수함은 기술 보안과 국가 간 신뢰가 결합된 방산 시장이다. 캐나다가 한국을 선택할 경우 한화오션은 단순 건조사를 넘어 장기 정비·훈련·산업협력까지 묶는 해양 방산 플랫폼 사업자로 도약할 수 있다.
2026-07-06 15:4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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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오션, 캐나다 잠수함 막판 승부…"잠수함 아닌 산업이 변수"
[경제일보] 캐나다 차세대 잠수함 사업(CPSP) 우선협상대상자 발표가 임박하면서 한화오션과 독일 TKMS의 막판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캐나다 당국은 이르면 이달 말 또는 다음 달 초 우선협상대상자를 발표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사업은 잠수함 성능뿐 아니라 캐나다 경제에 얼마나 기여할 수 있는지가 승패를 가를 핵심 변수로 꼽힌다. 25일 캐나다 일간지 토론토 스타 등에 따르면 지난 23일(현지시간) 스티븐 푸어 캐나다 국방조달청장은 양측 후보의 제안 모두 해군의 요구사항을 충족한다며, 정부는 각 제안이 가져올 경제적 혜택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밝혔다. 캐나다는 노후한 빅토리아급 잠수함을 교체하는 동시에 자국 방산 기반을 육성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에 따라 사업자는 계약 규모에 상응하는 경제효과를 캐나다 내에서 창출해야 한다. 단순히 잠수함을 건조하는 것을 넘어 현지 생산과 기술 이전, 공급망 참여, 인력 양성, 유지보수(MRO) 체계까지 제시해야 하는 이유다. 이를 겨냥해 한화오션은 최근 캐나다 현지 산업계와 협력 범위를 빠르게 확대했다. 조선과 방산은 물론 자동차, 첨단 제조, 에너지, 우주항공, 인프라, 첨단기술 분야까지 100개 이상의 캐나다 기업 및 기관과 협력 관계를 구축했다. 최근에는 캐나다 에너지 기업 카나타와 부유식 액화천연가스 생산설비(FLNG) 협력 양해각서(MOU)를 체결하며 에너지 분야 협력도 강화했다. 한화오션은 이 같은 산업협력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사업자로 선정될 경우 연간 2만2500개 이상의 일자리와 약 940억달러 규모의 국내총생산(GDP) 유발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한화오션은 발표를 앞둔 현재 구체적인 평가 전망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다만 "이번 사업은 단순한 잠수함 획득이 아니라 캐나다 제조업과 방산 생태계 전반에 장기적인 성장동력을 제공하는 국가적 산업 프로젝트"라며 산업협력 전략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현지 생산과 기술 이전, 공급망 참여, 인력 양성, 유지보수 역량 확보를 통해 캐나다 산업 기반 강화에 기여하겠다는 포부로 해석된다. 독일 TKMS 역시 산업협력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독일은 노르웨이가 공동 개발 중인 212CD 프로그램을 캐나다에 편입해 공동 운용과 군수지원 체계를 구축하겠다는 전략을 펼쳤다. 기존 NATO 운용 경험과 상호운용성, 장기 유지보수 체계를 경쟁력으로 내세운 것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CPSP를 한국 방산의 북미 시장 진출 여부를 가를 중요한 분기점으로 보고 있다. 수주에 성공할 경우 국내 방산 역사상 최대 규모의 단일 수출인 동시에 북미 잠수함 시장과 장기 유지보수(MRO) 시장 진출의 교두보를 확보하게 된다. 반대로 결과와 관계없이 한화오션이 구축한 캐나다 현지 산업협력 네트워크는 향후 조선·방산뿐 아니라 에너지와 첨단 제조 분야 협력으로도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는 평가다. 최종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결과는 이달 말 또는 7월 초 발표될 것으로 예상된다.
2026-06-25 19:3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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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분과 국익, 그 사이에서 한국이 읽어야 할 새 질서
대의명분(大義名分). 난세일수록 먼저 물어야 할 것은 힘이 아니라 그 힘이 기대는 질서의 정당성이다. 전쟁에는 명분이 있어야 하고, 동맹에는 신뢰가 있어야 하며, 국익에는 계산이 있어야 한다. 셋 중 하나만 앞세우면 판단은 기울어진다. 지금 호르무즈 해협의 긴장, 주독미군 5,000명 감축, 유럽산 자동차 25% 관세 인상, 그리고 한국을 향한 미국의 해상안보 기여 압박은 따로 흩어진 사건이 아니다. 트럼프 정부가 군사와 통상, 에너지와 동맹을 한 바구니에 담아 새로운 질서의 규칙을 다시 쓰고 있다는 신호로 읽어야 한다. 이는 단순한 외교 마찰이 아니라, 안보의 대가와 경제의 부담을 동시에 묻는 시대가 본격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실제 움직임은 노골적이다. 미 국방부는 독일 주둔 미군 5,000명 감축을 발표했고, 로이터는 이 조치가 이란 전쟁을 둘러싼 유럽과의 갈등 속에서 나왔다고 전했다. 같은 기사에서 익명의 미 국방부 고위 당국자는 독일의 최근 발언이 “부적절하고 도움이 되지 않았다”고 말하며, 대통령이 그 반응을 보인 것이라고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어 유럽연합 자동차에 대한 관세를 다시 25%로 올리겠다고 했고, 로이터는 이 조치 역시 이란 전쟁과 호르무즈 해협 문제를 둘러싼 긴장, 그리고 유럽이 해군을 보내는 데 소극적이었던 상황 속에서 나왔다고 전했다. 공식 문서에 “보복”이라고 적힌 것은 아니지만, 병력과 관세가 동맹의 협조 수준을 압박하는 수단으로 쓰이고 있다는 해석은 충분히 가능하다. 더 중요한 것은 이것이 우발적 대응이 아니라 전략 문서의 언어와도 맞물린다는 점이다. 미국의 2026 국방전략서는 유럽, 중동, 한반도에서 동맹과 파트너가 자국 방위의 1차 책임을 지고 미국은 “중요하지만 더 제한된 지원”을 제공하는 방향을 적시했다. 동시에 미국은 방위비를 충분히 쓰고 지역 위협에 “눈에 보이게 더 많이” 기여하는 이른바 “모범 동맹”과의 협력을 우선하겠다고 밝혔다. 무기 판매, 방산 협력, 정보 공유 같은 보상도 여기에 묶였다. 이를 종합하면, 트럼프 정부가 그리고 있는 질서는 가치동맹의 외피 위에 비용·기여·보상의 서열을 분명히 새기는 구조라고 볼 수 있다. 이것은 제가 자료를 종합해 내린 해석이지만, 문서와 최근 조치들이 같은 방향을 가리키고 있다는 점은 분명하다. 그렇다고 이 현실을 냉소적으로만 볼 일도 아니다. 국제적 도의와 명분은 여전히 중요하다. 민간 선박의 항행의 자유를 보장하고 국제 해협의 안전을 지키는 일은 국제사회의 공공선에 속한다. 어떤 국가가 해상교통로를 위협하고 에너지를 무기화한다면, 이를 문제 삼는 것은 패권의 언어이기 전에 질서의 언어다. 한국처럼 무역과 해상 운송에 의존하는 국가는 더더욱 그렇다. 명분은 허울이 아니다. 힘의 사용을 정당화하는 최소한의 울타리이고, 동맹을 단순한 거래와 구별해 주는 마지막 기준이다. 유럽 국가들이 국내 여론 때문에 이란 전쟁에 비판적이면서도, 동시에 전후 호르무즈 항행안전 임무나 기뢰제거 준비에는 나서는 이유도 그 지점에 있다. 동맹의식 역시 가볍게 다룰 수 없다. 트럼프 대통령은 5월 4일 이란이 한국 화물선을 향해 사격했다며 이제 한국이 호르무즈 임무에 합류할 때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같은 날 로이터는 한국 외교부가 선박에서 폭발과 화재가 발생했지만 원인은 조사 중이라고 밝혔고, HMM도 엔진룸 화재 원인이 불분명하다고 설명했다고 전했다. 즉 미국 대통령은 공격으로 규정하며 동참을 촉구했지만, 한국 정부와 선사는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있었다. 이 차이가 중요하다. 동맹은 사실을 건너뛰는 면허가 아니다. 오히려 신뢰할 수 있는 동맹일수록 더 냉정하게 사실을 확인하고, 더 엄격하게 법적 절차를 밟아야 한다. 함께한다는 말과 성급히 뛰어든다는 말은 다르다. 경제안보의 현실은 또 다른 층위다. 한국은 호르무즈 해협을 지나는 에너지 흐름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는 2025년 이 해협을 통과한 원유가 하루 약 1,500만 배럴로 세계 해상 원유 교역의 약 3분의 1에 해당한다고 설명했고, 한국과 일본을 이 항로에 특히 민감한 국가로 지목했다. 해협이 흔들리면 한국이 먼저 받는 충격은 전함의 위협이 아니라 유가, 보험료, 운임, 원가, 환율이다. 그러니 호르무즈를 두고 “우리 전쟁이 아니다”라고만 말하는 것은 현실을 외면하는 일이고, 반대로 “동맹이니 자동으로 가야 한다”고 말하는 것도 국가의 절차를 무시하는 일이다. 안보와 경제는 이미 하나의 계산서 위에 올라와 있다. 결국 한국이 취해야 할 태도는 세 가지를 함께 붙드는 균형이어야 한다. 첫째, 항행의 자유와 민간 선박 보호라는 국제적 명분에는 분명히 서야 한다. 둘째, 한미동맹의 책임도 가볍게 여겨서는 안 된다. 미국이 요구한다고 무조건 따를 일은 아니지만, 동맹의 공동 부담이라는 큰 틀 자체를 부정하는 것은 현명하지 않다. 셋째, 그 모든 판단은 한국 경제의 취약성과 법적 절차를 기준으로 다시 걸러져야 한다. 국회 동의, 임무 범위, 종료 조건, 비전투성 지원 여부, 에너지 수입선 다변화와 전략비축 확대가 함께 논의돼야 한다. 동맹도 필요하고 명분도 필요하지만, 국익의 문장으로 정리되지 않은 명분은 오래가지 못한다. 맹자는 “왕하필왈리(王何必曰利), 역유인의이이(亦有仁義而已矣)”라고 했다. 어찌 이익만 말하느냐, 인과 의가 있을 뿐이라는 뜻이다. 그러나 오늘의 국제정치에서 이 말을 거꾸로만 읽어서도 안 된다. 인의만 말하고 이익을 외면해도 국가는 흔들린다. 지금 트럼프 정부가 만드는 질서는 바로 그 둘을 분리하지 않는 질서다. 협조하는 동맹에는 지원과 산업협력을, 비협조적 동맹에는 병력 축소와 통상 압박을 동시에 구사하는 방식이다. 그렇다면 한국의 답도 분명해야 한다. 도의적 명분은 놓치지 않되, 동맹은 냉정하게 관리하고, 경제안보의 방파제는 더 높게 쌓아야 한다. 그래야 감정이 아니라 기준으로 움직이는 나라가 된다. 새 질서는 이미 오고 있다. 문제는 우리가 그것을 도덕만으로도, 거래만으로도 읽지 않는 성숙한 균형감을 갖추고 있느냐는 데 있다.
2026-05-05 10:02: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