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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호무역은 예고하고 온다…통상도 먼저 움직여야 한다
[경제일보] 세계 철강시장의 문턱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미국은 철강에 50%의 고율 관세를 매기고 있고 유럽연합(EU)은 지난 7월부터 무관세 수입 물량을 대폭 줄였다. 여기에 미국 철강업계가 최근 한국산 철강 수입 증가를 공개적으로 문제 삼고 나섰다. 지난달 28일 미국철강협회(AISI)는 미 상무부와 무역대표부(USTR)에 한국산 철강 수입 증가에 대응해 달라고 요구했다. AISI에 따르면 한국산 장척 철강제품의 미국 수입량은 2024년 7월 2만2100톤(t)에서 올해 7월 14만5300t으로 늘었다. 철근을 포함한 일부 품목의 급증세가 미국 철강산업을 위협할 수 있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아직 미국 정부가 한국산 철강에 추가 규제를 결정한 것은 아니다. 업계가 정부에 조치를 요구한 단계다. 그럼에도 가볍게 볼 사안은 아니다. 미국은 지난해 철강 관세를 25%에서 50%로 올렸고, 한국이 2018년부터 적용받았던 무관세 쿼터도 지난해 3월 폐지됐다. 유럽의 장벽도 높아졌다. EU는 지난 7월 기존 철강 세이프가드를 새로운 관세할당제도(TRQ)로 대체했다. 전체 무관세 물량은 연간 3382만t에서 1835만t으로 약 46% 줄었고 쿼터를 넘어선 물량에는 50%의 관세가 붙는다. 한국은 협상을 통해 전용 쿼터 207만3000t을 확보했다. 이전보다 19.7% 줄었지만 EU 전체 쿼터가 크게 축소된 상황을 고려하면 정부가 시장 접근 기반을 상당 부분 방어했다는 평가도 가능하다. 정부는 지난 5월부터 EU 집행위원회를 상대로 우리 업계의 우려를 전달하고 협상을 벌였다. 이 대목은 분명히 평가해야 한다. 보호무역 장벽이 높아질 때마다 정부가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고 말하는 것은 사실과 다르다. 그러나 문제는 이제부터다. 철강을 둘러싼 세계의 움직임은 개별 국가와 벌이는 관세 협상의 수준을 넘어섰다. 지난달 30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글로벌 철강 공급과잉 포럼에 참여한 28개 시장경제국은 공급과잉에 공동 대응하는 이른바 ‘밀워키 프레임워크’를 내놓았다. 반덤핑과 상계관세, 세이프가드 등 무역구제 수단을 적극 활용하고 공급과잉을 키우는 보조금에 대한 대응을 강화하는 것이 골자다. OECD는 세계 철강 과잉생산능력이 지난해 6억100만t에서 올해 7억4500만t까지 늘어날 것으로 추산했다. 중국을 중심으로 한 공급과잉에 대응하겠다는 명분 아래 미국과 유럽을 비롯한 주요국의 시장 방어가 한층 거세질 가능성이 커졌다는 얘기다. 한국에는 간단하지 않은 문제다. 중국발 저가 철강의 유입을 막아야 하는 동시에 미국과 유럽에서는 한국산 제품이 규제 대상이 되지 않도록 방어해야 한다. 국내에서는 보호가 필요하고 해외에서는 시장 개방을 요구해야 하는 난처한 위치에 놓여 있다. 통상당국의 능력이 시험받는 지점도 바로 여기다. 앞으로 필요한 것은 문제가 터질 때마다 협상단을 보내는 대응을 넘어 주요 시장의 정책 변화를 먼저 읽는 시스템이다. 미국 철강업계와 의회에서 어떤 요구가 나오고 있는지, EU가 탄소와 공급과잉 문제를 어떤 방식으로 무역규제에 연결하는지 상시적으로 추적해야 한다. 특정 품목의 수출이 급증하면 현지에서 어떤 반작용이 생길지도 미리 살펴야 한다. 이번 미국 철강업계의 문제 제기가 좋은 사례다. 7월 한국산 철강의 미국 수입량은 55만6000t으로 전월보다 32% 늘었다. 미국 철강업계가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는 수준의 변화라면 정부와 업계가 수출 증가의 배경과 품목별 영향을 미리 분석해 둘 필요가 있었다. 통상은 상품을 많이 파는 것만으로 끝나지 않는다. 수출이 빠르게 늘 때 상대국 산업과 정치권이 어떻게 움직일지까지 읽어야 한다. 철강 문제를 철강만의 문제로 다뤄서도 안 된다. 한국은 미국에서 자동차와 배터리, 반도체, 조선, 방산에 대규모 투자를 하고 있다. 알래스카 LNG와 에너지 프로젝트를 둘러싼 협력도 논의되고 있다. 미국 역시 한국의 조선과 제조업 역량을 필요로 한다. 철강 협상도 이 큰 판에서 볼 필요가 있다. 한국산 철강이 미국 자동차·조선·에너지 산업의 공급망에 어떤 역할을 하는지 구체적인 숫자로 보여주고, 한국 기업의 대미 투자와 고용 효과까지 협상의 지렛대로 활용해야 한다. 철강 수입량 하나만 놓고 방어하는 협상보다 산업협력 전체의 이해관계 속에서 문제를 푸는 편이 협상력을 높일 수 있다. 유럽에서는 또 다른 전략이 필요하다. EU는 단순한 수입규제를 넘어 탄소배출까지 무역의 조건으로 만들고 있다. 탄소국경조정제도(CBAM)가 대표적이다. 앞으로 유럽 시장에서 철강의 경쟁력은 가격과 품질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얼마나 적은 탄소를 배출해 생산했는지도 상품 경쟁력의 일부가 된다. 결국 통상정책과 산업정책이 한 몸처럼 움직여야 한다. 정부가 기업에 시장 다변화와 고부가가치화를 주문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새로운 시장의 인증과 규제 정보를 제공하고 무역보험과 금융, 현지 투자, 통상법률 지원을 묶어야 한다. 기업도 범용재 중심의 경쟁에서 벗어나 자동차강판과 조선·에너지용 특수강 등 쉽게 대체하기 어려운 제품의 비중을 높여야 한다. 저탄소 철강 기술 역시 수출 경쟁력을 좌우할 요소가 됐다. 정부가 지금부터 준비해야 할 것도 거창한 새 조직보다 이런 변화를 조기에 포착하고 움직이는 체계다. 미국의 관세와 의회 동향, EU의 쿼터와 환경규제, 주요국의 보조금과 무역구제 조치를 상시 분석하고 국내 산업에 미칠 영향을 수치로 보여줄 필요가 있다. 위험 수준에 따라 기업과 관계부처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도 미리 정해두는 것이 좋다. 통상에도 금융시장의 스트레스 테스트와 비슷한 접근이 필요하다. 정부가 그동안 아무것도 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EU 철강 쿼터 협상에서는 정상급과 고위급, 실무 채널을 가동해 한국 전용 물량을 확보했다. 미국 관세에도 정부와 기업이 대응해왔다. 이제 필요한 것은 대응의 속도와 수준을 한 단계 높이는 일이다. 보호무역은 더 이상 예외적인 사건이 아니다. 미국의 관세, EU의 쿼터와 탄소규제, 각국의 보조금 정책이 뒤섞이면서 새로운 통상질서 자체가 되고 있다. 문제가 생길 때마다 해결하는 방식만으로는 따라가기 어렵다. 철강은 그 변화가 가장 먼저 나타난 산업일 뿐이다. 다음은 자동차가 될 수도 있고 배터리와 반도체가 될 수도 있다. <손자병법>은 “승병선승이후구전(勝兵先勝而後求戰)”이라 했다. 이기는 군대는 먼저 이길 조건을 만들어 놓은 뒤 싸움에 나선다는 뜻이다. 통상도 다르지 않다. 협상장에 앉은 뒤 대응책을 찾기 시작해서는 늦다. 상대국 산업과 정치권이 어떤 요구를 꺼낼지 예상하고 우리가 내놓을 카드와 지켜야 할 선을 미리 정해둬야 한다. 한국은 수출로 성장한 나라다. 보호무역의 파고를 피할 수 없다면 적어도 파도가 어디에서 얼마나 높게 올지는 먼저 읽어야 한다. 정부의 통상 역량도 이제 ‘얼마나 잘 수습했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먼저 알고 움직였느냐’로 평가받아야 한다.
2026-10-06 14:4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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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코, 美정부 상대 국제무역법원 제소…상계관세 판정 법정공방
[경제일보] 미국 정부로부터 3.64%의 상계가능 보조금률을 산정받은 포스코가 미국 정부를 상대로 법적 대응에 나선 것으로 확인됐다. 미국 상무부가 한국산 냉연강판 상계관세 행정재심에서 포스코의 보조금률을 현대제철의 약 2.8배 수준으로 확정한 지 한 달 만이다. 6일 경제일보가 미국 국제무역법원(U.S. Court of International Trade·CIT)과 미 상무부 자료를 확인한 결과 포스코는 지난달 29일 미국 정부를 피고로 소송을 제기했다. 사건번호는 1:26-cv-04229다. 법원 기록에는 원고가 포스코(POSCO), 피고가 미국 정부(United States)로 기재돼 있다. 포스코 측은 소송 제기 당일 소환장(Summons)과 기업정보공개서(Corporate Disclosure Statement), 영업비밀정보 관련 서류 등을 제출했다. 미국 무역·규제 전문매체 MLex도 5일 포스코가 한국산 냉연강판에 대한 미 상무부의 상계관세 행정재심 결과와 관련해 소송을 제기했다고 보도했다. 포스코의 3.64% 상계가능 보조금률 확정 사실은 앞서 국내에 알려졌지만, 이번에 새로 확인된 것은 포스코가 해당 행정재심 결과를 놓고 미국 정부를 상대로 국제무역법원 소송에 나섰다는 점이다. ◆포스코 3.64%·현대제철 1.28%…2.8배 차이 미 상무부 국제무역청(ITA)은 지난달 1일 2023년을 조사기간으로 하는 한국산 냉연강판 상계관세 행정재심 최종 결과를 공개했다. 상무부가 산정한 상계가능 보조금률은 포스코 3.64%, 현대제철 1.28%다. 포스코는 지난 3월 예비판정 당시 3.67%에서 0.03%포인트 낮아졌고 현대제철은 1.28%가 유지됐다. 이에 따라 9월 1일 이후 미국으로 수입되는 해당 냉연강판에는 포스코 3.64%, 현대제철 1.28%의 현금예치율(cash deposit rate)이 적용된다. 다만 3.64%가 포스코의 모든 대미 수출품에 적용되는 것은 아니며 이번 상계관세 명령 대상인 특정 냉연강판에 한정된다. 같은 한국산 냉연강판을 대상으로 한 반덤핑 조사에서는 다른 결과가 나왔다. 미 상무부는 지난 7월 별도의 반덤핑 행정재심에서 포스코와 현대제철이 조사기간 대상 제품을 정상가격보다 낮게 판매하지 않았다고 최종 판단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이번 사건은 냉연강판의 덤핑 여부가 아니라 한국 정부 등의 지원 가운데 미국 상계관세법상 상계 가능한 보조금으로 판단된 부분과 행정재심 결과를 둘러싼 별개의 절차"라고 설명했다. ◆홀딩스·퓨처엠 등 그룹 계열사까지 조사 이번 행정재심에서는 미국 정부가 조사 범위를 포스코 한 회사에 한정하지 않았다는 점도 눈에 띈다. 미 상무부는 포스코홀딩스와 포스코퓨처엠, 포스코엠텍, POSCO Nippon Steel RHF Joint Venture, 포스코모빌리티솔루션 등 5개사를 포스코와 'cross-owned(교차소유)' 관계에 있는 기업으로 판단했다. 미국 상계관세 제도에서는 일정 요건을 충족하는 관계기업을 cross-owned로 판단할 경우 해당 기업과 관련된 보조금이 조사대상 회사의 보조금률 산정에 영향을 줄 수 있다. 다만 이들 5개사가 받은 모든 지원이 포스코의 3.64% 산정에 일괄 합산됐다는 의미는 아니다. 포스코인터내셔널도 조사 대상에 포함됐다. 미 상무부는 포스코가 포스코인터내셔널을 통해 일부 대상 제품을 수출한 사실을 확인하고 포스코인터내셔널의 보조금을 포스코의 전체 보조금률에 반영했다고 밝혔다. 결국 미국 정부의 조사 범위가 냉연강판 생산법인을 넘어 지주회사와 소재·가공·무역 계열사와의 관계까지 확대된 셈이다. 다만 포스코홀딩스나 포스코퓨처엠 등에 각각 3.64%의 상계관세가 부과됐다는 의미는 아니다. ◆소송 세부쟁점 아직 공개 안돼 향후 관심은 포스코가 미 상무부의 행정재심 결과 가운데 어떤 부분을 법적으로 다툴지에 쏠린다. 상무부의 행정재심에서는 한국 정부의 전력 공급과 배출권거래제(K-ETS), 수출금융 등을 포함한 여러 프로그램이 검토됐다. 하지만 현재 공개된 국제무역법원 사건기록만으로는 포스코가 이 가운데 어떤 프로그램이나 산정방식을 문제 삼고 있는지는 확인되지 않는다. 포스코홀딩스·포스코퓨처엠 등에 대한 cross-owned 판단 자체를 다투고 있다고 단정할 근거도 아직 없다. 현재 확인되는 것은 소환장과 기업정보공개서 등 소송 초기 서류다. 향후 구체적인 청구내용이 공개되면 양측의 법적 쟁점도 보다 분명해질 전망이다. 이번 행정재심 결과는 과거 수입분에 대한 관세 정산뿐 아니라 향후 대상 냉연강판의 현금예치금에도 영향을 준다. 포스코에는 미국 시장에서 관련 제품을 판매하는 과정의 비용·자금 부담 요인이 될 수 있다. 다만 3.64%의 비율이 포스코 전체 대미 수출과 실적에 미칠 영향을 현재 공개자료만으로 산정하기는 어렵다. 포스코가 미국 정부를 상대로 법적 대응에 나서면서 한국산 냉연강판 상계관세를 둘러싼 공방은 행정절차에서 법정으로 옮겨가게 됐다.
2026-10-06 09:5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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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억 달러 美제철소 첫삽 뜬 날…현대제철·포스코, 워싱턴선 '관세 재심'
[경제일보] 현대제철과 포스코가 58억 달러를 투자하는 미국 루이지애나 전기로 제철소 기공식을 연 날, 워싱턴에서는 두 기업이 한국에서 생산해 미국에 수출하는 부식방지강판(Corrosion-Resistant Steel Products·CORE)을 다시 관세 심사대에 올리는 절차가 시작된 것으로 확인됐다. 미국에서 직접 철강을 생산해 관세와 공급망 위험을 줄이려는 양사의 현지화 전략이 본격적인 실행 단계에 들어간 가운데 기존 한국산 제품은 반덤핑(AD)과 상계관세(CVD)라는 미국의 무역구제 장벽을 계속 넘어야 하는 셈이다. 7일 본지가 미국 상무부 국제무역청(ITA)의 연방관보를 확인한 결과, 미 상무부는 지난 4일 한국산 부식방지강판에 대한 새로운 AD·CVD 행정재심 개시를 공식화했다. 사건번호는 각각 A-580-878(반덤핑)과 C-580-879(상계관세)다. 미 상무부는 이번 행정재심의 최종 결과를 늦어도 2027년 7월 31일까지 발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반덤핑 재심 대상 기간은 2025년 7월 1일부터 2026년 6월 30일까지다. 조사대상 명단에는 현대제철(Hyundai Steel Company)과 POSCO뿐 아니라 POSCO International Corporation, POSCO STEELEON 등 포스코 계열사가 포함됐다. KG스틸과 동국씨엠, 세아 계열사 등 국내 다른 철강업체들도 이름을 올렸다. 상계관세 재심의 조사대상 기간은 2025년 1월 1일부터 12월 31일까지다. 여기에도 현대제철과 POSCO, POSCO International, POSCO Steeleon 등이 나란히 포함됐다. 현대제철과 포스코가 동일 품목을 놓고 AD와 CVD 두 종류의 재심 절차에 동시에 들어간 것이다. AD 직전 확정치는 ‘0%’…새 조사기간 다시 계산한다 다만 이번 행정재심 개시를 현대제철과 포스코에 대한 새로운 ‘덤핑 적발’이나 ‘보조금 위반 판정’으로 단정할 수는 없다. 행정재심은 이미 내려져 있는 AD·CVD 명령을 토대로 일정 기간 실제 미국 수입물량에 어느 정도의 관세를 부과해야 하는지를 다시 계산하는 연례 절차다. 미 상무부는 행정재심 결과를 통해 과거 수입분에 실제로 부과할 관세와 앞으로 수입되는 제품에 적용할 새로운 현금예치율(cash deposit rate)을 산정한다고 설명한다. 새 관세율은 예비 결과가 아니라 최종 결과가 연방관보에 발표된 이후 적용된다. 때문에 이번 재심에서 주목할 대목은 직전 확정 결과와 얼마나 달라지느냐다. 미 상무부가 지난 5월 14일 확정한 2023년 7월~2024년 6월 한국산 CORE 반덤핑 행정재심에서는 현대제철의 가중평균 덤핑마진이 0.00%였다. 당시 의무조사 대상은 현대제철과 동국씨엠이었으며 양사 모두 0%가 나오면서 개별 심사를 받지 않은 POSCO, POSCO International, POSCO Steeleon 등에도 0.00%가 적용됐다. 상무부는 해당 조사기간 한국산 CORE가 미국에서 정상가격보다 낮게 판매되지 않았다고 결론냈다. 이는 포스코의 0%가 현대제철과 동일한 방식으로 개별 조사돼 산출됐다는 의미는 아니다. 현대제철은 의무응답기업으로 직접 조사받아 0%를 받았고, POSCO는 비선정기업으로 의무응답기업의 결과를 토대로 0%가 적용됐다. 이 구분은 이번 행정재심에서 상무부가 어떤 회사를 의무응답기업으로 선정하느냐에 따라 결과의 성격이 달라질 수 있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CVD 쪽에서는 다른 숫자가 나온다. 가장 최근 확정된 2023년분 한국산 CORE 상계관세 행정재심에서 미 상무부는 현대제철에 1.28%의 순상계가능 보조금률을 확정했다. POSCO와 POSCO International, POSCO Steeleon 등 개별 심사를 받지 않은 업체에는 2.88%가 적용됐다. 당시 상무부는 현대제철과 KG동부제철을 의무응답기업으로 조사하고 두 기업의 결과를 토대로 비선정업체의 적용률을 계산했다. 이번에는 조사기간 자체가 달라진다. AD는 2025년 7월~2026년 6월, CVD는 2025년 한 해 전체의 거래가격과 지원 프로그램 등이 심사 대상이다. 따라서 직전 CORE AD 재심에서 나왔던 현대제철·포스코 0%가 유지될지, 최근 확정된 CVD의 현대제철 1.28%·POSCO 2.88%가 어떻게 달라질지는 이번 재심 절차를 거쳐야 알 수 있다. 재심 개시만으로 추가 관세가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결과에 따라 향후 미국 수출물량의 비용 구조가 달라질 수 있는 만큼 양사에는 무시하기 어려운 변수다. 워싱턴선 관세 재심, 루이지애나선 58억 달러 현지화 공교로운 것은 미 상무부가 재심 개시를 연방관보에 게재한 4일 루이지애나주 어센션 패리시에서는 현대제철과 포스코 등이 공동 투자하는 HPLS(Hyundai-POSCO Louisiana Steel) 전기로 제철소 기공식이 열렸다는 점이다. HPLS에는 총 58억 달러가 투입된다. 지분구조는 현대제철 50%, 포스코 20%, 현대차와 기아가 각각 15%다. 생산능력은 연간 270만t으로 자동차용 180만t, 일반용 90만t을 생산한다. 제품군에는 열연강판과 냉연강판뿐 아니라 이번 미 상무부 행정재심의 대상 품목과 맞닿아 있는 도금강판도 포함된다. 2029년 상업생산이 목표다. 다만 4일 행사는 기공식으로 현대제철의 공식 계획상 실제 공사는 올해 4분기 착수할 예정이다. HPLS는 철광석과 천연가스로 직접환원철(DRI)을 생산한 뒤 전기로와 연속주조, 열연·냉연 공정까지 하나의 생산기지에서 연결하는 일관 생산체제를 구축한다. 현대제철은 이를 미국 최초의 전기로 기반 자동차강판 전문 일관제철소로 육성할 계획이다. 현지화의 목적도 분명하다. 미국은 지난해 6월 철강·알루미늄 제품에 대한 무역확장법 232조 관세를 50%로 인상했다. POSCO 역시 2025년도 연결재무제표에서 미국의 50% 철강·알루미늄 관세가 회사의 재무 추정에 불확실성을 높이는 요인이라고 명시했다. HPLS 기공식을 전후해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이 루이지애나 주정부에 미국에서 조달하기 어려운 제철설비의 관세 완화를 요청한 것 역시 이런 통상환경을 반영한다. 한국 철강업체가 미국에 공장을 짓는 과정에서조차 수입설비에 붙는 관세가 사업비 변수가 되고 있다는 의미다. 현대제철과 포스코 입장에서는 HPLS가 완공되면 미국 자동차강판 시장의 접근 방식 자체가 달라진다. 한국에서 생산한 철강을 배에 실어 미국으로 보내는 구조에서 벗어나 미국에서 쇳물부터 완성 강판까지 생산해 현대차·기아는 물론 미국 완성차업체에 공급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류비와 환율 위험을 줄이는 효과에 더해 수입 제품을 겨냥한 관세와 무역구제 조치에 대한 노출도 상당 부분 낮출 수 있다. 현대제철은 HPLS를 통해 2029년부터 현대차·기아뿐 아니라 미국 완성차업체의 자동차강판 공급망에도 진입한다는 계획이다. 현대차그룹 차원에서는 철강에서 완성차까지 이어지는 미국 내 공급망을 구축하는 효과가 있다. ‘수출해서 파는 미국’에서 ‘미국에서 만드는 미국’으로 4일 미국에서 동시에 벌어진 두 장면은 한국 철강업계가 맞닥뜨린 통상환경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이번 행정재심이 곧 관세 인상을 의미하지 않는다. 특히 직전 확정된 CORE 반덤핑 재심에서는 현대제철과 POSCO 모두 결과적으로 0%를 적용받았다. 그렇다고 행정재심 자체가 기업에 의미 없는 절차인 것도 아니다. 자료 제출과 검증, 법률 대응이 반복되고 최종 결과에 따라 관세율과 현금예치율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HPLS가 실제 제품을 생산하는 시점은 2029년이다. 그때까지 현대제철과 포스코는 미국 현지공장을 건설하는 동시에 한국에서 생산한 철강재를 수출해야 한다. 미국 현지화가 완성되기 전까지는 ‘미국에서 생산할 물량’과 ‘한국에서 수출할 물량’이 서로 다른 통상환경에 놓이는 과도기를 통과해야 하는 셈이다. 현대제철과 포스코가 국내에서 경쟁 관계임에도 미국 제철소에 함께 투자한 것도 이런 산업환경과 무관하지 않다. 포스코는 미국 제철소 투자를 북미 철강시장 경쟁력을 강화하고 친환경 자동차강판 생산기반을 확보하기 위한 전략적 투자라고 설명해 왔다. 결국 미국 시장의 문법이 달라지고 있다. 과거에는 경쟁력 있는 제품을 한국에서 만들어 미국에 수출하는 것이 핵심이었다면, 보호무역 장벽이 높아진 지금은 생산설비와 공급망 자체를 미국 안에 두는 능력이 시장 접근성을 좌우하는 또 하나의 경쟁력이 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58억 달러짜리 HPLS는 현대제철과 포스코가 그 변화에 내놓은 답”이라면서도 “공장이 가동되는 2029년까지 한국산 철강은 여전히 워싱턴의 관세 심사대를 지나야 한다”고 했다. 이어 “루이지애나에서 미국산 철강 공급망을 새로 세우는 동안 워싱턴에서는 기존 한국산 물량의 통상 리스크를 관리해야 하는 ‘두 개의 싸움’이 동시에 시작된 것”이라고 덧붙였다.
2026-09-07 11: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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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측에 200만달러 낸 베이스…美 반덤핑 재심 한국알미늄 모회사 최대주주
[경제일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측 회사에 200만달러를 지급한 국내 ㈜베이스가 미국 상무부의 반덤핑 관세 재심을 받고 있는 한국알미늄의 모회사 까뮤이앤씨 최대주주인 것으로 확인됐다. 베이스와 트럼프 측의 거래, 한국알미늄의 미국 관세 절차가 각각 진행되는 가운데 두 회사가 지분관계로 연결돼 있다는 사실이 국내외 공개자료를 통해 드러난 것이다. 1일 한국거래소 공시와 미국 정부·의회 자료를 종합하면 베이스는 유가증권시장 상장사 까뮤이앤씨의 최대주주다. 까뮤이앤씨는 한국알미늄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 현재 공개된 자료만으로 베이스의 200만달러 지급과 한국알미늄의 관세 문제 사이에 청탁이나 대가관계가 있었다고 볼 근거는 확인되지 않았다. 베이스와 트럼프 측은 해당 자금이 골프장 사업과 관련한 정상적인 계약에 따라 지급된 돈이라는 입장이다. ◆ 美 재산공개서에 등장한 베이스 200만달러 거래는 트럼프 대통령의 재산공개 자료에서 확인된다. 미국 정부윤리청에 제출된 연례 재산공개서에는 트럼프 대통령 측 회사가 베이스와 의향서를 체결했고, 이 계약과 관련해 200만달러의 ‘환불되지 않는 개발수수료’를 받은 것으로 기재돼 있다. 트럼프오거니제이션은 이후 이 의향서가 지난해 8월 베이스와 체결한 골프장 관련 계약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정확한 지급 날짜와 금액 산정 근거, 양측이 체결한 의향서 전문은 공개되지 않았다. ◆ 베이스 최대주주는 까뮤이앤씨…한국알미늄까지 이어져 베이스는 공시상 경영·재무컨설팅업체다. 지난 7월 24일 공시 기준 까뮤이앤씨 지분 44.21%를 직접 보유하고 있으며, 최대주주와 관계인 지분을 합하면 54.67%다. 까뮤이앤씨는 다시 한국알미늄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 한국알미늄은 알루미늄 호일과 식품·의약품 포장재 등을 생산하는 업체다. 한국알미늄의 미국 관세 문제는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전부터 이어져 왔다. 미 상무부는 2022년 중국산 알루미늄 원재료를 한국에서 가공한 뒤 미국으로 수출한 제품이 기존 반덤핑·상계관세 명령을 우회한 것인지 조사에 착수했다. 상무부는 이듬해 11월 한국에서 생산된 일부 알루미늄 제품을 기존 관세명령의 우회 대상으로 판단했다. 당시 공개된 기업 명단에는 한국알미늄을 비롯한 국내 업체들이 포함됐다. ◆ 28.01% 적용받던 한국알미늄…다음 재심선 105.80% 가능성 이후 한국알미늄에 대해서는 실제 반덤핑률을 정하기 위한 행정재심이 진행됐다. 앞선 재심에서는 별도세율 적용 업체로 인정돼 올해 5월 수정 최종결과에서 28.01%의 가중평균 덤핑마진을 적용받았다. 하지만 지난 7월 공개된 다음 행정재심 예비결과에서는 상황이 달라졌다. 미 상무부는 한국알미늄을 비롯한 일부 업체가 별도세율 신청서나 인증서를 제출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별도세율 자격을 인정하지 않았다. 이에 따라 한국알미늄은 예비적으로 중국 전체에 적용되는 단일세율 대상에 포함됐다. 최종 결과에서도 같은 판단이 유지될 경우 적용되는 반덤핑률은 105.80%다. 현재까지 공개된 상무부 결정만 놓고 보면 베이스가 트럼프 측에 200만달러를 지급한 뒤 한국알미늄이 관세상 혜택을 받은 정황은 확인되지 않는다. ◆ 골프장 사업비라는데…하남서 사업 구체화 베이스와 트럼프 측이 200만달러의 지급 근거로 밝힌 골프장 사업은 올해 들어 국내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하남시에 따르면 에릭 트럼프 트럼프오거니제이션 총괄부사장은 지난 2월 경기 하남시 위례 성남골프장 부지를 둘러봤다. 그로부터 6개월 뒤 트럼프오거니제이션은 베이스와 함께 하남시 학암동에 ‘트럼프 인터내셔널 골프클럽 코리아’를 개발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트럼프 측은 앞서 받은 200만달러가 골프장 사업과 관련한 개발수수료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지난해 체결된 의향서에 담긴 사업과 올해 발표된 하남 골프장 사업이 같은 사업인지는 아직 공개자료만으로 확인되지 않는다. ◆ 美 상원, 베이스 이어 상무부에도 자료 요구 미국 정치권도 두 사안을 함께 들여다보기 시작했다. 엘리자베스 워런, 리처드 블루먼솔, 앤디 김 민주당 상원의원은 지난달 김성집 베이스그룹 회장에게 200만달러의 지급 시점과 방식, 계약 내용, 트럼프 측과의 접촉 자료 등을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의원들은 한국알미늄의 관세 문제를 트럼프 측이나 미국 정부 관계자와 논의한 적이 있는지도 물었다. 이어 론 와이든 미 상원 재무위원회 민주당 간사는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에게 베이스·한국알미늄 관계자와 상무부 사이의 접촉 자료를 요구했다. 와이든 의원은 미 행정부가 200만달러 지급 사실을 언제 알았는지, 백악관과 상무부가 두 회사의 관세 문제를 놓고 연락을 주고받았는지도 확인해 달라고 했다. 상무부에 제시된 답변 시한은 9월 1일이다. 미 상원이 들여다보는 대목은 결국 하나다. 200만달러가 오간 전후 베이스와 한국알미늄 관계자들이 미 행정부와 접촉했는지, 접촉했다면 그 자리에서 무엇이 오갔는지다.
2026-09-01 10:05: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