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결과 총 6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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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체를 결정처럼 줄 세웠다…KAIST, AI로 다공성 소재 역설계
[경제일보] KAIST 연구진이 다공성 물질 안에서 기체 분자를 결정처럼 규칙적으로 배열하고, 원하는 배열을 만들어내는 소재를 인공지능(AI)으로 거꾸로 설계하는 기술을 내놨다. 생명화학공학과 김지한 교수 연구팀의 성과로, KAIST는 11일 이같이 밝혔다. 연구에 쓰인 금속-유기 골격체(MOF)는 금속과 유기물이 결합해 만들어진 결정성 물질로, 나노미터 크기의 구멍이 무수히 뚫려 있다. 스펀지가 물을 머금듯 미세 기공에 기체를 담는다. 그동안 이 분야 연구는 얼마나 많은 기체를 붙잡아 두느냐에 집중돼 있었고, 기공 안에 들어간 기체 분자는 무질서하게 흩어져 붙는다고 여겨졌다. 연구팀은 기공 구조를 정교하게 설계하면 기체가 자리 잡는 위치까지 조절할 수 있다고 봤다. 단일 원소 기체인 제논(Xe)으로 확인 작업을 했다. 방대한 MOF 구조를 탐색한 끝에 코발트 기반 물질 Co-CAU-36에서 제논이 규칙적인 격자를 이루는 현상을 찾아냈다. 컴퓨터 시뮬레이션(GCMC) 결과 제논 원자들은 기공 안에 흩어지는 대신 체심 입방 격자(BCC) 형태로 정렬됐다. 기공이 일종의 틀 역할을 해 원자가 앉을 자리를 유도한 것이다. 기체에 극저온이나 고압 같은 극한 조건을 걸어 결정화하는 방식과는 접근이 다르다. 제논과 크립톤(Kr)을 함께 넣었을 때는 두 기체가 공간적으로 갈라졌다. 제논이 먼저 껍질 형태의 격자를 만들고 크립톤이 그 중심부에 자리 잡았다. 기존 분리 기술이 소재에 더 잘 달라붙는 기체를 골라내는 방식이었다면, 배열 차이로 기체가 나뉘는 경로를 확인한 셈이다. 제논과 크립톤은 대기 중 함유량이 각각 0.1ppm 안팎에 그쳐 지금은 공기를 극저온에서 증류해 뽑아낸다. 에너지 비용이 크고 공급도 불안정하다. 반도체 식각 공정과 위성 추진, 의료용 마취에 쓰이는 산업 가스여서 분리 방식이 바뀌면 파급이 작지 않다. 연구팀은 여기서 방향을 뒤집었다. 좋은 소재를 먼저 찾고 그 안에서 기체 거동을 확인하는 대신, 원하는 기체 배열을 먼저 정하고 그에 맞는 다공성 구조를 찾아가는 역설계를 시도했다. 기계학습과 유전 알고리즘을 결합한 방식으로 체심 입방(BCC)과 면심 입방(FCC) 형태의 배열을 만들어내는 새로운 구조를 설계했다. 김 교수 연구팀은 챗GPT 계열 언어모델을 활용해 MOF를 다루는 '챗MOF'와 트랜스포머 기반 다공성 소재 물성 예측 모델을 내놓는 등 AI를 소재 설계에 붙이는 연구를 이어왔다. 이번 성과는 그 흐름 위에서 예측을 넘어 구조 생성으로 넘어간 사례다. 다만 확인은 계산과 시뮬레이션 단계에서 이뤄졌다. 향후 이산화탄소와 수소로 적용 범위가 넓어지면 탄소 포집·분리와 수소 저장 소재 설계에 쓰일 수 있다. 분자의 위치와 배열에 따라 반응이 달라지는 촉매 분야로도 확장 가능성이 있다. 이번 연구에는 김영훈·김도훈 박사과정이 공동 제1저자로, 김승우 석사과정과 임윤성 박사가 제2저자로 참여했다. 논문은 국제 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에 6월 23일 온라인 게재됐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한국연구재단의 이종소재지원사업과 탑-티어 연구기관 간 협력 플랫폼 구축·공동연구 지원사업의 지원을 받았다. 김지한 교수는 "이번 연구는 기체를 다공성 물질 안에서 결정처럼 줄 세운 첫 사례"라며 "기체를 얼마나 많이 담을지만 고민하던 데서 나아가, 원하는 배열까지 설계할 수 있는 새로운 가능성을 열었다"고 말했다.
2026-08-11 10:0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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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IST, ESS 전해질 생산 67% 단축…흐름전지 원가 병목 풀었다
[경제일보] 대용량 에너지저장장치(ESS)용 바나듐 전해질의 생산 시간을 67% 줄이는 공정이 나왔다. 흐름전지는 전해질 자체가 전기를 저장하는 매질이어서 전지 가격의 30~50%가 전해질에서 나온다. 생산 공정을 줄이는 일이 곧 시스템 가격을 건드리는 구조다. KAIST는 김희탁 생명화학공학과 교수 연구팀이 바나듐 레독스 흐름전지(VRFB)의 초기 구동용 전해질인 'V3.5+'를 빠르게 생산하는 공정을 개발했다고 5일 밝혔다. VRFB는 바나듐이 녹은 액체 전해질을 외부 탱크에 담아 순환시키며 충·방전한다. 탱크를 키우면 저장 용량이 늘어 출력과 용량을 따로 설계할 수 있고, 물을 기반으로 한 전해질이라 발화 위험이 낮다. 24시간 멈출 수 없는 AI 데이터센터의 보조 전원이나 태양광·풍력의 출력 변동을 받아내는 장주기 저장 용도로 거론되는 이유다. 문제는 그 전해질을 만드는 데 걸리는 시간이었다. 기존 공정은 5가 바나듐 전구체를 환원제로 4가까지 낮춘 뒤, 전기를 흘려 3.5가로 맞추는 2단계를 거친다. 마지막 전기분해 단계가 설비값과 전력비를 동시에 잡아먹으면서 대량 생산의 발목을 잡아왔다. 연구팀이 짚어낸 것은 병목의 위치다. 화학 환원은 평균 산화수가 약 +4.1에 이르는 지점부터 반응 속도가 급격히 떨어졌다. 연구팀은 바로 이 지점에서 전기분해 대신 백금-탄소(Pt/C) 촉매를 투입하도록 전환 시점을 다시 잡았다. 공정 전체를 바꾸는 대신 가장 느린 구간만 갈아 끼운 셈이다. 전환 시점을 앞당길 수 있었던 근거는 촉매 수명 분석에 있다. 강한 산화성 전해액 안에서 Pt/C 촉매는 탄소 지지체가 부식되고 백금 입자가 뭉치며 성능이 떨어진다. 연구팀은 촉매가 안정적으로 버티는 산화수 범위를 열역학적으로 규명하고, 촉매가 열화되면 반응 속도 상수가 줄어 생산 시간이 늘어난다는 점에 착안해 속도론 기반 가속 수명 평가법을 새로 만들었다. 이를 통해 2500회 이상 반복 생산에도 성능이 유지되는 것을 확인했다. 생산 시간은 기존의 3분의 1 수준으로 줄었고, 환원제로 쓴 옥살산 잔류물도 함께 제거됐다. 이번 성과는 김 교수팀이 7년 가까이 이어온 작업의 연장선에 있다. 연구팀은 2019년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과 함께 전기분해를 촉매 반응으로 대체하는 공정을 내놓아 생산 비용을 40% 낮췄고, 2021년에는 대용량 촉매 반응기로 연속 생산을 실증했다. 당시 남아 있던 과제가 화학 환원과 촉매 환원 사이의 전환 지점을 어디로 잡느냐였고, 이번 연구가 그 답을 산화수 수준에서 제시했다. 산업 적용을 좌우하는 대목은 설비 교체가 필요 없다는 점이다. 이미 상용화된 촉매를 쓰기 때문에 현재 가동 중인 바나듐 전해질 라인에 그대로 얹을 수 있다. 이번 연구는 롯데케미칼 지원으로 수행됐고, 관련 공정 기술은 롯데케미칼과 공동으로 국내 특허 등록을 마쳤다. 해외 특허도 출원 상태다. 롯데케미칼은 2019년부터 바나듐 전해액 사업을 준비해 왔고 2022년 바나듐 배터리 기업 스탠다드에너지에 650억원을 투입해 2대 주주에 올랐다. 전해액 국산화 측면에서도 의미가 있다. 국내 바나듐 전해액은 그동안 수입 의존도가 높았고, 중국 업체들이 수직계열화를 앞세워 저가 공급에 나서면서 가격 격차가 벌어져 있다. 국내 ESS 보급의 주된 통로인 전력거래소 중앙계약시장 물량은 리튬인산철(LFP) 배터리가 대부분 가져갔다. 흐름전지가 이 판에 끼려면 안전성 논리만으로는 부족하고 전해질 원가부터 낮춰야 한다. 김희탁 교수는 "이번 연구는 대용량 배터리 상용화의 가장 큰 숙제였던 전해질 생산 과정을 반응공학적으로 정밀 분석해 새롭게 설계한 성과"라며 "촉매가 전해액 환경에서 손상되지 않고 안정적으로 작동하는 조건을 과학적으로 규명해 산업 현장의 생산 병목을 해결한 만큼 대용량 에너지저장 기술의 상용화를 크게 앞당길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연구는 석경화 박사과정이 제1저자로 주도했다. 결과는 국제학술지 어드밴스드 에너지 머티리얼즈에 지난 5월 7일 온라인 게재됐고, 9월 초 공개되는 34호 표지논문으로 선정됐다.
2026-08-05 14: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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