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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선 전기로·인도선 고로"…포스코, 세계 제철지도 다시 짠다
[경제일보] 미국 루이지애나에서는 전기로, 인도 오디샤에서는 고로. 포스코가 세계 주요 철강시장에서 지역별 여건에 맞춘 생산거점 구축에 나서고 있다. 국내에서는 광양 전기로와 수소환원제철(HyREX)을 앞세워 탈탄소 전환을 추진하는 반면 해외에서는 수요와 원료, 통상환경에 따라 생산 방식과 제품 전략을 달리하고 있다. 배경에는 세계 철강 공급과잉과 보호무역 확산이 있다. 국내에서 생산한 철강을 해외로 수출하는 기존 방식만으로는 성장과 수익성을 동시에 확보하기 어려워졌다는 판단이다. 포스코는 2031년까지 인도·미국·인도네시아 등 고성장·고수익 시장의 생산능력을 1000만t으로 확대하고 해외에서 확보한 수익을 국내 저탄소 전환에 재투자한다는 구상이다. OECD는 세계 철강 초과 생산능력이 2025년 6억4000만t에서 2028년 7억4500만t으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했다. 세계 철강 수요 증가율도 2030년까지 연평균 0.9% 수준에 머물 것으로 내다봤다. 반면 세계철강협회는 인도의 철강 수요가 올해 7.4%, 내년에는 9.2%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세계 시장이 공급과잉과 저성장에 직면한 가운데 인도는 인프라 투자와 자동차산업 성장에 힘입어 주요 수요처로 부상하고 있는 셈이다. 포스코 관계자는 “해외 철강투자는 고수익·고성장 시장을 중심으로 추진하고 있다”며 “인도에서는 자동차강판과 PosMAC 등 고부가 제품 비중을 확대하고, 미국에서는 지분 비례 물량에 추가 물량을 더해 오프테이크한 뒤 현지 완성차 업체와 포스코 멕시코 등에 공급할 계획”이라고 했다. 미국은 현지생산, 인도는 대형 고로 미국 시장 공략의 핵심은 관세 대응과 고객 접근성이다. 현대제철이 주도하는 루이지애나 전기로 일관제철소에는 총 58억달러가 투입된다. 연산 270만t 규모로 2029년 상업생산을 목표로 한다. 지분은 현대제철 측이 50%, 포스코 20%, 현대차와 기아가 각각 15%를 보유한다. 미국이 수입 철강에 50% 관세를 적용하는 상황에서 현지 생산은 관세 부담을 낮추는 동시에 완성차 고객과의 물류거리도 줄일 수 있다. 포스코는 이곳에서 생산되는 자동차강판과 소재 가운데 지분 비례 물량에 추가 물량을 더해 오프테이크(Off-take)할 예정이다. 기존 북미 가공·판매망에 현지 생산 소재를 연결하면서 고객 기반을 넓히는 구조다. 정확한 오프테이크 물량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미국 투자의 의미는 단순한 지분 참여에 그치지 않는다. 국내에서 생산해 미국으로 보내던 기존 공급망에 현지 생산축을 추가하고 투자와 동시에 판매 물량까지 확보한다. 미국의 높은 철강 관세와 완성차 공급망 재편에 대응해 북미 자동차강판 시장을 직접 공략할 기반을 마련할 것으로 전망된다. 인도에서는 미국과 다른 전략을 택했다. 포스코는 JSW스틸과 지분 50대50으로 오디샤주에 연산 600만t 규모의 고로 기반 일관제철소를 건설해 2031년 준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제선·제강부터 열연, 냉연·도금까지 전 공정을 갖추고 초기 건설·인프라 수요에 대응한 뒤 자동차강판과 PosMAC 등 고부가 제품 비중을 점차 높일 계획이다. 오디샤주는 철광석 산지와 가깝다는 것이 강점이다. 포스코는 현지 철광석과 상대적으로 낮은 인건비, JSW그룹의 구매력을 활용해 원료와 설비 조달비를 낮추고 600만t 규모의 일관생산 체제를 통해 규모의 경제를 확보한다는 방침이다. 투자재원은 자기자본 30%, 차입 70%로 조달하고 양사가 같은 비율로 책임을 나눈다. 포스코의 오디샤 도전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포스코는 2005년 오디샤주에 연산 1200만t 규모 제철소 건설을 추진했지만 토지 확보와 주민 반대, 광산 개발권 문제 등에 부딪혀 2017년 사실상 철수했다. 이번에는 사업 규모를 절반으로 낮추고 인도 최대 철강사 중 하나인 JSW와 손잡아 투자와 사업 리스크를 분담하는 방식을 택했다. 과거 단독 진출에 가까웠던 방식에서 현지 유력 기업과 합작하는 구조로 전략을 바꾼 것이다. 빠르게 커지는 인도 철강시장을 놓칠 수 없다는 판단과 동시에 20여 년 전 실패를 반복하지 않겠다는 계산이 함께 깔린 것으로 풀이된다. 한국, 제철방식 전환 국내에서는 생산능력 확대보다 탈탄소 전환에 무게가 실린다. 포스코는 지난 6월 광양제철소에 약 6000억원을 투자한 연산 250만t 규모 전기로를 준공했다. 고로와 비교해 탄소배출을 약 75% 줄이고, 전기로 쇳물과 고로 쇳물을 섞는 ‘합탕’ 기술을 활용해 자동차강판 등 고급강까지 생산한다는 목표다. 포항에서는 연산 30만t 규모 하이렉스(HyREX) 실증설비를 통해 2030년까지 상용화 기술 확보를 추진한다. 석탄 대신 수소를 활용해 철광석을 환원하는 기술로, 포스코가 장기적으로 기존 고로 중심의 생산체제를 저탄소 방식으로 전환하기 위한 핵심 기술이다. 인도 신규 제철소가 고로 방식이라는 점은 국내 전략과 대비된다. 포스코는 인도 공장에 JSW의 재생에너지 인프라와 저탄소 조업기술을 단계적으로 적용하고 수소 기반 기술 검증 이후 추가적인 저탄소 전환을 추진할 계획이다. 인도 정부도 완제품 철강 1t당 배출량이 2.2tCO₂e 미만인 제품을 그린스틸로 분류하며 철강산업의 탄소 감축을 유도하고 있다. 다만 석탄을 사용하는 고로 방식으로 출발하는 만큼 탄소 감축에는 구조적인 한계가 남는다. 포스코의 글로벌 생산전략은 결국 하나의 공법으로 수렴하지 않는다. 한국에서는 전기로와 HyREX를 통해 기존 생산체제를 저탄소 방식으로 전환하고, 미국에서는 관세장벽 안으로 들어가 자동차강판을 현지 생산한다. 인도에서는 저렴한 원료와 빠른 수요 증가를 활용해 고로 기반의 대규모 고부가강 생산체제를 구축한다. 관건은 투자 이후의 수익성이다. 미국과 인도에서 대규모 투자를 진행하는 동시에 국내에서는 전기로와 HyREX 등 탈탄소 전환 비용을 감당해야 한다. 해외 사업이 안정적으로 이익을 내야 포스코가 내세운 ‘해외 성장을 국내 저탄소 투자로 연결하는 선순환 구조’도 힘을 받을 수 있다. 생산량을 얼마나 늘리느냐보다 어느 시장에서 어떤 방식으로 생산해 수익을 남기느냐가 포스코의 글로벌 철강 전략을 가를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2026-09-01 16:4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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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매기업서 국경 없는 글로벌 기업으로…KT&G 140년 '생존 본능'
[경제일보] 1883년 조선 후기 국영 연초제조소 순화국이 문을 열었다. KT&G가 공식 연혁의 시작으로 삼는 해다. 현재 세계 140개국에서 담배를 판매하는 KT&G의 출발점은 경쟁시장이 아니었다. 국가가 담배와 인삼의 생산과 유통을 관리하던 전매사업이었다. 순화국에서 시작된 흐름은 1952년 전매청, 1987년 한국전매공사로 이어졌다. 한 세기 가까이 국가사업의 영역에 있던 기업의 운명을 바꾼 것은 ‘보호막의 소멸’이었다. 1988년 국내 담배시장이 개방되면서 외국계 담배기업이 들어왔다. 국가가 공급을 책임지던 사업자는 소비자의 선택을 받아야 하는 경쟁기업으로 바뀌었다. 1997년 상법상 주식회사 전환, 1999년 증권거래소 상장에 이어 2002년 정부와 정부 출자은행의 민영화 대상 지분 매각도 마무리됐다. 같은 해 한국담배인삼공사라는 이름을 KT&G로 바꿨다. 이후 KT&G의 선택에는 일정한 패턴이 나타난다. 기존 시장을 지키는 데 머물기보다 경쟁 조건이 달라질 때마다 제품, 시장, 사업방식을 바꿨다는 점이다. 외국계 기업이 들어오자 자체 브랜드를 키웠고 내수가 줄자 해외로 나갔다. 궐련형 전자담배가 등장하자 ‘릴(lil)’을 만들었고 최근에는 수출을 넘어 해외 현지 생산체제 구축에 나섰다. KT&G의 140년을 관통하는 기업 DNA를 압축하면 결국 ‘전환’이다. 보호막 사라지자 ‘에쎄’로 승부…내수 한계 넘어 세계시장으로 시장 개방 이후 담배산업의 경쟁 기준은 생산과 공급에서 브랜드와 제품 차별화로 바뀌었다. KT&G가 내놓은 대표적인 답이 1996년 출시한 초슬림 담배 ‘에쎄(ESSE)’였다. 일반형 담배가 시장의 중심이던 당시 초슬림이라는 새로운 영역을 공략했고 이후 에쎄 라이트, 에쎄 원 등으로 제품군을 확대했다. 2013년에는 필터 속 캡슐로 맛을 바꾸는 ‘에쎄 체인지’도 선보였다. 에쎄는 국영 전매사업자가 소비재 브랜드 기업으로 변신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상징이 됐다. 2001년 중동과 러시아를 시작으로 해외 판매를 확대했고 미주와 유럽, 동남아시아까지 시장을 넓혔다. 해외 누적 판매량은 2012년 1000억 개비, 2016년 2000억 개비를 넘어섰다. 국내에서는 시장 축소와 점유율 상승이 동시에 나타났다. 국내 궐련 총수요는 2023년 616억2000만 개비에서 2025년 561억5000만 개비로 줄었지만 KT&G 점유율은 같은 기간 66%에서 67.3%로 높아졌다. 올해 상반기에는 67.9%를 기록했다. 문제는 시장점유율이 높아져도 전체 수요가 줄면 성장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KT&G의 국내 궐련 판매량 역시 2023년 406억6000만 개비에서 2025년 377억6000만 개비로 감소했다. 이에 KT&G는 다시 성장의 무대를 해외로 옮겼다. 2025년 해외 궐련 사업 운영 국가는 140개국까지 늘었다. 제품 변화에도 같은 전략이 적용됐다. KT&G는 2017년 독자 전자담배 플랫폼 ‘릴 솔리드’를 출시했다. 2018년 ‘릴 하이브리드’, 2022년 ‘릴 에이블’에 이어 올해 2월 ‘릴 에이블 3.0’을 선보이며 NGP(차세대 담배) 사업을 확대했다. 해외 유통망 확보에는 글로벌 기업과의 협력을 활용했다. 2020년 필립모리스인터내셔널(PMI)과 릴 해외 판매를 위한 제품 공급계약을 맺었고 2023년에는 한국을 제외한 글로벌 시장에서 PMI가 KT&G NGP 제품을 판매하는 15년 장기계약을 체결했다. 그 결과 NGP 진출 국가는 2025년 34개국으로 늘었다. 올해 상반기 국내 NGP 시장점유율은 48.2%를 기록했고 2분기 NGP 매출은 2427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23.8% 증가했다. KT&G는 궐련형 전자담배에서 베이퍼와 경구용 니코틴으로 영역도 확대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미국 알트리아와 북유럽 니코틴 파우치 업체 ASF(Another Snus Factory)를 공동 인수했다. 과거 초슬림이라는 틈새에서 에쎄를 키웠다면 이제는 달라지는 소비 방식 자체를 새로운 시장으로 만들겠다는 전략이다. [자료=KT&G] 수출기업서 현지 제조기업으로…외형 성장 뒤 ‘얼마나 남기느냐’ 승부 해외 판매가 커지자 KT&G는 또 한 번 사업모델을 바꾸고 있다. 국내에서 생산해 수출하는 구조를 넘어 주요 시장 인근에서 직접 생산하는 방식이다. 2008년 튀르키예에 첫 해외 공장을 세웠고 2010년 러시아로 생산거점을 확대했다. 2011년에는 인도네시아 담배회사 트리삭티를 인수해 동남아시아 생산·판매 기반을 확보했다. 최근에는 해외 생산망 투자가 더욱 빨라졌다. 튀르키예 공장은 2025년 증설을 통해 연간 최대 120억 개비 생산능력을 확보했다. 같은 해 4월 준공된 카자흐스탄 공장은 연간 45억 개비를 생산해 유럽과 CIS 시장에 대응한다. 핵심은 인도네시아다. KT&G는 기존 공장에 2·3공장을 추가해 현지 생산능력을 연간 약 350억 개비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인도네시아를 아시아·태평양과 중동을 잇는 생산·수출 거점으로 만든다는 구상이다. 이는 KT&G가 ‘한국에서 만들어 세계에 파는 회사’에서 ‘세계 각 권역에서 생산해 주변 시장에 공급하는 회사’로 바뀌고 있다는 의미다. 현지 생산을 통해 물류비와 관세, 원재료 조달비용 등을 줄이고 시장 변화에도 빠르게 대응할 수 있다. 실적의 무게중심도 이미 해외로 이동했다. 2025년 해외 궐련 매출은 1조8775억원으로 전년보다 29.4% 늘어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전체 궐련 매출 가운데 해외 비중은 54.1%로 처음 국내를 넘어섰다. 해외 판매량도 652억 개비로 사상 최대였다. 올해 2분기 해외 궐련 매출은 5577억원으로 18.9%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45.6% 늘었다. 같은 기간 연결 매출은 1조7016억원, 영업이익은 4145억원으로 각각 9.9%, 18.5% 증가했다. KT&G는 올해 매출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3~5%에서 5~7%로, 영업이익 성장률 전망치를 6~8%에서 10~13%로 높였다. 이제 시험대는 외형보다 수익성이다. 해외 공장은 대규모 투자 이후 충분한 가동률을 확보해야 고정비 부담을 낮출 수 있다. 환율과 원재료 가격, 담배세와 규제, 현지 유통환경도 수익성을 흔들 수 있는 변수다. KT&G 관계자는 "국내 시장에서 약 68%의 점유율을 유지하면서 해외 사업을 확대할 수 있었던 기반은 제품 품질과 브랜드 경쟁력"이라며 "에쎄는 단일 수출 브랜드로 매출 1조원을 넘어섰고 전자담배 역시 PMI와의 전략적 파트너십을 활용해 릴의 해외 판로를 확대하는 동시에 직접 진출도 모색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중장기적으로 글로벌 생산 포트폴리오를 재편하고 인도네시아 신공장 등 해외 생산거점 물량을 확대하고 있다"며 "현지 생산을 통해 원재료 조달과 인건비, 물류비·관세 등 제조원가를 절감하고 외형 성장과 수익성 개선을 함께 추진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KT&G의 출발은 국가 독점이었다. 하지만 지금의 KT&G를 만든 것은 오히려 독점이 사라진 뒤의 선택이었다. 시장 개방에는 에쎄로, 내수 축소에는 수출로, 흡연 방식 변화에는 릴로 대응했다. 해외 판매가 커지자 이번에는 생산기지까지 세계시장으로 옮기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KT&G의 DNA가 ‘변화에 살아남는 능력’이었다면 앞으로 증명해야 할 것은 ‘변화를 이익으로 만드는 능력’"이라며 "140개국으로 넓힌 영토를 안정적인 현금흐름으로 바꿀 수 있는지 KT&G의 다음 전환은 바로 그 지점에서 평가될 것"이라고 했다. [아주경제 2026년 09월 01일자 13면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2026-09-01 11:1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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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각장치부터 자동차 두뇌까지"…삼성·LG, '가전 밖'에서 다시 붙었다
[경제일보] 국내 가전 시장에서 오랜 경쟁을 이어온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전선이 ‘가전 밖’으로 넓어지고 있다. 냉장고와 세탁기, TV를 넘어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를 식히는 냉난방공조(HVAC)와 자동차 전장으로 무게중심을 옮기면서다. 소비자를 상대로 제품을 판매하는 B2C에서 기업 고객과 장기간 수주·납품 관계를 맺는 B2B로 새로운 수익원을 확보하려는 경쟁이 본격화하고 있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최근 HVAC와 전장 사업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 19일 삼성전자는 광주사업장에 약 2400억원을 투자해 플랙트그룹의 HVAC 생산라인을 구축한다고 밝혔고, LG전자는 차세대 5G 텔레매틱스 솔루션을 유럽 프리미엄 완성차 양산 모델에 공급하기 시작했다. AI 냉각 격돌 가장 뜨거운 경쟁 분야는 데이터센터 냉각이다. 생성형 AI 확산으로 고성능 그래픽처리장치(GPU) 사용이 늘면서 데이터센터의 전력 소비와 발열량이 급증하자 HVAC가 새로운 성장시장으로 떠올랐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11월 유럽 HVAC 업체 플랙트그룹을 15억유로에 인수하며 승부수를 던졌다. 기존 가정용·시스템에어컨 등 개별공조에 플랙트가 보유한 칠러와 공기조화기(AHU), 컴퓨터룸 공기처리장치(CRAH), 냉각수분배장치(CDU) 등 중앙공조 기술을 더해 소형 주거시설부터 초대형 AI 데이터센터까지 아우르는 제품군을 갖췄다. 생산능력 확대에도 나섰다. 삼성전자는 광주사업장 제3캠퍼스에 약 2400억원을 투자해 2만1800㎡ 규모의 HVAC 생산라인을 구축하고 2028년 초 가동할 예정이다. 광주사업장은 플랙트의 글로벌 생산거점이자 아시아 핵심기지 역할을 맡는다. 삼성전자 DA부문 관계자는 “글로벌 시장에서 B2B 에어컨 수주를 이어가고 AI 데이터센터 분야로 사업을 확대해 HVAC를 미래 성장동력으로 적극 육성하고 있다”며 “플랙트의 고정밀 공조 기술과 삼성전자의 AI 기반 빌딩 통합 제어 플랫폼인 스마트싱스 프로와 b.IoT를 결합해 대형 상업·산업시설 등 고부가가치 HVAC 시장에 대응할 계획”이라고 했다. 국내 생산을 통해 데이터센터 프로젝트의 맞춤형 납품과 협력사 밸류체인 구축에도 속도를 낸다는 방침이다. LG전자 역시 실제 수주를 빠르게 늘리고 있다. LG전자 ES사업본부에 따르면 AI 데이터센터향 냉난방공조 솔루션 수주액은 이미 6000억원을 넘어섰으며 연말까지 수조원 수준의 수주 확보를 목표로 하고 있다. LG전자의 강점은 칠러와 팬월유닛(FWU) 등 공랭식 냉각부터 CDU 등 액체냉각까지 아우르는 제품군이다. LG전자 ES부문 관계자는 “제품을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부품 경쟁력인 ‘코어테크’가 강점”이라며 “공랭식과 액체냉각뿐 아니라 소프트웨어와 전력 인프라까지 토털 솔루션을 제공할 수 있다”고 했다. LG전자는 AI 데이터센터와 글로벌 사우스 등 신흥시장을 공략해 2030년 HVAC 매출 20조원을 달성한다는 목표다. 車 두뇌 경쟁 두 번째 전선은 자동차다. 차량이 소프트웨어와 AI 중심으로 진화하면서 전장 역시 양사의 핵심 B2B 사업으로 자리 잡고 있다. 삼성의 중심에는 하만이 있다. 2017년 삼성전자가 인수한 하만은 디지털 콕핏과 텔레매틱스, 카오디오 등을 중심으로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올해 2분기 하만은 매출 4조6000억원, 영업이익 4000억원을 기록했다. 삼성전기는 차량용 적층세라믹커패시터(MLCC)와 카메라모듈, 삼성디스플레이는 차량용 OLED 등으로 전장 사업을 뒷받침하고 있다. LG는 VS사업본부를 중심으로 소프트웨어중심차량(SDV) 시장을 공략한다. 최근 유럽 완성차에 공급을 시작한 5G R16 기반 텔레매틱스는 무선 소프트웨어 업데이트(OTA), 차량·사물통신(V2X), 자율주행 등에 필요한 연결성을 제공한다. LG전자 VS부문 관계자는 “이번 공급은 차량용 통신 분야에서 축적한 기술력과 글로벌 사업 경쟁력을 입증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며 “텔레매틱스를 인포테인먼트와 차량용 소프트웨어 등과 연계해 경쟁력을 강화할 계획”이라고 했다. LG전자는 앞으로 SDV와 AIDV를 중심으로 차량용 소프트웨어와 AI 역량도 키운다. 인포테인먼트와 텔레매틱스를 고도화하면서 AI 기반 인캐빈 센싱과 개인화 기능 등을 확대해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AI를 아우르는 통합 솔루션으로 사업 영역을 넓힌다는 구상이다. 승부는 수익성 양사의 B2B 사업은 이제 외형 확대에서 수익성을 입증하는 단계로 넘어가고 있다. 지난해 LG전자 B2B 매출은 24조1000억원을 기록했고 VS와 ES사업본부 합산 영업이익은 처음 1조원을 넘어섰다. 올해 2분기 VS사업본부는 매출 3조259억원, 영업이익 1912억원, ES사업본부는 매출 2조7261억원, 영업이익 2358억원을 기록했다. 삼성도 하만을 안정적인 수익원으로 키운 데 이어 대형 인수합병(M&A)을 활용해 HVAC 사업 기반을 빠르게 넓히고 있다. 플랙트 인수로 중앙공조 기술과 글로벌 고객 기반을 확보한 데 이어 광주 생산라인을 통해 국내외 공급망까지 강화하는 수순이다. 결국 다음 승부는 누가 B2B 수주를 장기간 안정적인 이익으로 연결하느냐에서 갈릴 전망이다. LG가 먼저 확보한 데이터센터·완성차 고객과 수주를 토대로 수익성을 높이는 전략이라면 삼성은 플랙트와 하만에 기존 AI·플랫폼 기술을 접목해 사업 외연을 빠르게 넓히고 있다. 냉장고와 TV에서 맞붙었던 두 회사의 경쟁이 이제 데이터센터 냉각장치와 자동차의 두뇌로 옮겨가고 있다.
2026-08-28 17:2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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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주 버리고 원전 품었다…130년 두산의 '변신 본능'
[경제일보] 두산의 130년 역사를 관통하는 것은 ‘무엇을 지켰느냐’보다 ‘무엇을 버렸는가’에 더 가깝다. 1896년 서울 종로4가 배오개의 박승직상점에서 출발해 화장품·주류·식음료를 거쳤고, 지금은 발전설비와 건설기계에서 원전·가스터빈·로봇·반도체 소재까지 사업 영역을 넓혔다. 창업의 계보는 이어졌지만 그 안을 채운 사업은 수차례 바뀌었다. 올해 창립 130주년을 맞은 두산은 1915년 화장품 ‘박가분’을 제조했고 1950년대 동양맥주를 세우면서 소비재 기업의 색채가 짙어졌다. 1978년에는 OB그룹에서 두산그룹으로 명칭을 바꿨다. 지금의 원전·가스터빈 사업과는 좀처럼 연결되지 않는 역사다. 팔아서 다시 샀다…소비재에서 중공업으로 몸집을 키워오던 두산은 창업 100주년을 전후해 오히려 사업을 덜어내기 시작했다. 1995년부터 구조조정에 착수해 한국네슬레·한국3M·한국코닥 등 합작기업 지분을 정리했다. 1997년에는 OB맥주 음료사업을 코카콜라에 4322억원에 넘겼다. 부동산 매각 등을 더하면 6100억원 이상의 현금 유입 효과가 예상되는 규모였다. 외환위기가 본격화하기 전이었다. 모태사업인 OB맥주도 예외가 아니었다. 1998년 지분 50%를 벨기에 인터브루에 넘겼다. 박용곤 당시 회장은 “두산은 지속돼야 한다. 하지만 가업이 중요한 게 아니다”라며 알짜기업도 필요하면 팔 수 있다는 뜻을 전했다. 사업을 지키는 것보다 기업을 지속시키는 것이 우선이라는 판단이었다. 같은 해 9개 계열사를 ㈜두산으로 통합했다. 당시 438%였던 ㈜두산 부채비율은 이듬해 말 164%까지 낮아질 것으로 전망될 만큼 재무구조 개선이 빠르게 진행됐다. 외환위기 속에서 두산은 다음 사업으로 이동할 여력을 확보했다. 구조조정은 몸집을 줄이는 데 그치지 않았다. 확보한 자금을 다시 M&A에 투입했다. 2001년 한국중공업, 2005년 대우종합기계를 인수했고 2007년에는 49억달러를 들여 미국 밥캣 등을 품었다. 오늘날 두산에너빌리티와 두산밥캣으로 이어지는 핵심 축이 이때 만들어졌다. 그룹의 정체성도 바뀌었다. 대우종합기계의 2003년 실적을 포함하면 중공업 비중은 1999년 50.2%에서 84.3%까지 높아지는 반면 식품·주류 등 소비재는 40.4%에서 11.5%로 떨어졌다. 단순한 사업 다각화를 넘어 그룹의 중심축 자체를 바꾼 것이다. 다만 빠른 변화에는 값이 따랐다. 밥캣 인수 직후 글로벌 금융위기로 북미 건설경기가 얼어붙으면서 두산은 2008년 밥캣에 10억달러를 추가 투입했다. 공격적 M&A는 성장의 동력이었지만 차입과 재무 부담도 키웠다. 두산의 ‘변신 DNA’가 강점인 동시에 위험요인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 대목이다. 2020년 두산중공업의 유동성 위기가 닥치자 두 번째 구조조정이 현실화했다. 글로벌 석탄화력 발주 감소와 국내 신규 원전 일감 축소, 두산건설 지원 등으로 누적된 재무 부담이 겹쳤다.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등 채권단은 총 3조6000억원을 지원했고 두산은 3조원 이상의 자구안을 추진했다. 이번에도 선택은 과감했다. 클럽모우CC와 두산솔루스, 서울 동대문 두산타워를 매각했고 핵심 계열사 두산인프라코어도 현대중공업그룹에 넘겼다. 1990년대 ‘필요하면 핵심사업도 판다’는 방식이 20여 년 만에 반복된 셈이다. 원전·가스터빈·로봇, 세 번째 변신 현재 두산은 클린에너지·스마트머신·첨단소재를 3대 핵심사업으로 두고 다시 사업 지형을 바꾸고 있다. 중심에는 두산에너빌리티가 있다. 대형 원전 기자재와 가스터빈에서 소형모듈원전(SMR)까지 영역을 넓히고 있다. AI 데이터센터 확대로 안정적인 전력 공급 수요가 커지는 흐름도 기회다. 두산에너빌리티는 2019년 세계 다섯 번째로 대형 가스터빈 독자 기술을 확보한 뒤 지난해 미국 빅테크 기업과 380MW급 가스터빈 5기 공급계약을 맺었다. SMR에서는 미국 X-energy와 Xe-100 16기에 필요한 핵심 소재 생산능력 예약계약을 맺었고, 이달 테라파워의 미국 와이오밍주 나트륨 원자로 핵심 기자재 제작 계약도 확보했다. 과거 한국중공업 인수로 확보한 원전 제조 기반이 20여 년 뒤 글로벌 SMR 공급망으로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두산 관계자는 “시장과 산업 환경이 바뀌면 기존 사업에 머무르기보다 필요한 변화를 빠르게 받아들이고 새로운 성장 기회를 찾아왔다”고 했다. 이어 “앞으로는 원전·가스터빈·SMR의 핵심 기술과 제작 역량을 기반으로 글로벌 시장을 확대하면서 장기 서비스와 유지보수까지 사업 영역을 넓혀가는 방향”이라고 덧붙였다. 실적에도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두산에너빌리티는 올해 2분기 매출 4조7248억원, 영업이익 3143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각각 3.4%, 15.9% 증가했다. ㈜두산 자체사업도 AI 서버와 고성능 반도체용 전자소재 수요를 타고 매출 7652억원, 영업이익 2120억원으로 분기 최대 실적을 냈다. 다만 세 번째 변화의 성공을 단정하기에는 이르다. 두산로보틱스는 2분기 매출이 294% 증가한 176억원이었지만 영업손실 144억원을 냈다. 두산밥캣 역시 미국 관세 환급이라는 일회성 효과를 제외하면 영업이익이 감소했다. 2024년에는 두산밥캣을 두산로보틱스 아래로 옮기려던 사업재편이 주주가치 훼손 논란과 금융당국의 제동 끝에 철회되기도 했다. 두산의 130년은 한 업종을 끈질기게 지킨 역사가 아니다. 1990년대에는 소비재를 덜어내고 중공업을 샀고, 2020년에는 다시 핵심 자산을 팔아 그룹을 재정비했다. 이제 그 중공업 기술을 원전·가스터빈·SMR로 확장하고 로봇과 첨단소재를 새로운 축으로 세우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문제는 변신의 속도가 아니라 비용”이라며 “과거 공격적 M&A가 재무 부담을 남겼다면 이제는 신사업 수익성과 재무 안정성, 주주와 시장의 신뢰까지 함께 증명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두산이 130년간 보여준 것은 ‘바꿀 수 있는 능력’”이라며 “세 번째 변신의 승부는 과거와 같은 비용을 반복하지 않고 다시 한번 바꿀 수 있느냐에 달렸다”고 강조했다. [아주경제 2026년 08월 27일자 13면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2026-08-27 18:1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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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쎄'로 버티고 '릴'로 넓혔다…KT&G, 전매기업서 글로벌 담배기업으로
[경제일보] 1883년 조선 후기 국영 연초제조소 순화국이 문을 열었다. KT&G가 공식 연혁의 시작으로 삼는 해다. 이후 국가가 담배와 인삼을 관리하는 전매사업을 기반으로 성장한 회사는 1952년 전매청, 1987년 한국전매공사를 거쳐 오늘날 KT&G가 됐다. 국가 전매사업을 기반으로 성장한 KT&G는 시장 개방과 민영화를 거치며 국내외 기업과 경쟁하는 회사로 전환했다. 1988년 국내 담배시장이 개방됐고 1997년 상법상 주식회사 전환, 1999년 증권거래소 상장을 거쳐 2002년 정부와 정부 출자은행이 보유한 민영화 대상 지분 매각이 마무리됐다. 같은 해 회사 이름도 한국담배인삼공사에서 KT&G로 바뀌었다. 이후 해외시장 공략을 본격화하며 2025년 기준 해외 궐련 사업 운영 국가를 140개국까지 넓혔다. KT&G가 택한 생존 방식은 바뀐 경쟁 환경에 맞춰 제품과 시장을 재편하는 것이었다. 외국계 담배회사가 국내에 들어오자 에쎄와 레종, 보헴 등 자체 브랜드를 키웠고 국내 담배 수요가 줄자 해외 판매를 확대했다. 담배 소비 방식이 궐련형 전자담배로 분화하자 2017년 '릴(lil)'을 내놓았다. 최근에는 국내에서 만든 제품을 수출하는 방식에서 나아가 해외 현지에서 직접 생산하고 판매하는 구조를 구축하고 있다. KT&G의 역사는 변화하는 소비와 경쟁 환경에 맞춰 사업 방향을 조정해온 기록이다. 시장 개방에는 브랜드로, 내수시장 성숙에는 수출로, 흡연 방식 변화에는 NGP(차세대 담배)로 대응했다. 이제 관건은 해외에서 확대된 외형을 안정적인 수익으로 전환할 수 있느냐다. 전매에서 브랜드 경쟁으로…'에쎄' 앞세운 시장 공략 KT&G 현대사의 첫 번째 변곡점은 1988년 담배시장 개방이다. 이전까지 국내 담배산업은 국가 전매체제 아래 운영됐지만 시장 개방 이후 글로벌 담배기업 제품이 국내에 본격적으로 들어왔다. 경쟁은 생산·공급 능력보다 브랜드와 제품 차별화, 마케팅 역량을 중심으로 전개됐다. KT&G는 제품을 세분화하며 대응했다. 대표적인 결과물이 1996년 출시한 초슬림 담배 '에쎄(ESSE)'다. 일반형 담배가 주류였던 당시 얇은 형태의 초슬림 제품으로 시장을 공략했고 이후 에쎄 라이트와 에쎄 원, 에쎄 체인지 등으로 제품군을 확대했다. 2013년에는 필터 속 캡슐을 이용해 맛을 바꿀 수 있는 초슬림 캡슐 담배 '에쎄 체인지'를 선보였다. 에쎄는 KT&G의 해외시장 공략을 이끈 대표 브랜드로 자리 잡았다. 2001년 중동과 러시아로 첫 수출된 이후 미주와 유럽, 동남아시아 등으로 판매 지역을 넓혔다. 해외 누적 판매량은 2012년 1000억 개비를 넘어선 데 이어 2016년 2000억 개비를 돌파했다. 에쎄를 앞세워 해외 판로를 넓히는 한편 국내에서는 시장 축소에도 점유율을 높이며 기반을 지켰다. KT&G 자료에 따르면 국내 궐련 총수요는 2023년 616억2000만 개비에서 2024년 591억9000만 개비, 2025년 561억5000만 개비로 감소했다. 반면 KT&G의 국내 궐련 점유율은 같은 기간 66%에서 66.7%, 67.3%로 꾸준히 상승했고 올해 상반기에는 67.9%를 기록했다. 시장 자체는 줄어들고 있지만 KT&G가 차지하는 비중은 오히려 커졌다. 국내 궐련에서 확보한 시장 지위를 유지하면서 다음 성장축은 해외와 NGP로 넓혀가는 모습이다. 다만 높은 시장점유율이 국내 사업의 성장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담배 소비 감소가 이어지면 점유율이 높아져도 판매량 자체는 줄어들 수 있다. 실제 KT&G의 국내 궐련 판매량은 2023년 406억6000만 개비에서 2024년 394억8000만 개비, 2025년 377억6000만 개비로 감소했다. 내수에서 확보한 시장 지위를 해외와 NGP 등 새로운 성장축의 성과로 연결하는 것이 중요해진 이유다. 궐련에서 NGP로…'릴' 앞세운 제품 전환 두 번째 시험은 소비 방식의 변화에서 왔다. 궐련형 전자담배가 국내에 등장하면서 기존 궐련 중심의 시장구조에 새로운 카테고리가 생겼다. KT&G는 2017년 독자 전자담배 플랫폼 '릴 솔리드'를 출시했고 1년 만에 누적 판매 100만대를 넘어섰다. 2018년에는 전용 스틱과 액상 카트리지를 함께 사용하는 '릴 하이브리드'를, 2022년에는 하나의 기기에서 여러 종류의 전용 스틱을 사용할 수 있는 '릴 에이블'을 선보였다. 올해 2월에는 예열·충전 시간을 줄인 '릴 에이블 3.0'을 추가했다. 제품 개발과 함께 해외 유통망 확보에도 나섰다. KT&G는 2020년 필립모리스인터내셔널(PMI)과 '릴'의 해외 판매를 위한 제품 공급계약을 체결하고 러시아·우크라이나·일본을 시작으로 해외 진출을 확대했다. 2023년에는 한국을 제외한 세계 시장에서 PMI가 KT&G의 NGP 제품을 판매하는 15년 장기계약을 맺으며 글로벌 유통 기반을 강화했다. 릴을 앞세운 NGP 사업 진출 국가는 2025년 기준 34개국까지 늘었다. 성과는 국내 시장점유율과 매출에서도 나타났다. 올해 상반기 KT&G의 국내 NGP 시장점유율은 48.2%를 기록했고 2분기 NGP 매출은 2427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23.8% 증가했다. KT&G는 지난 2월 출시한 '릴 에이블 3.0' 판매 확대와 고가 스틱 비중 증가가 매출 성장을 이끌었다고 설명했다. KT&G가 공략하는 NGP 영역도 넓어지고 있다. 회사는 궐련형 전자담배(HNB)에 더해 베이퍼와 경구용 니코틴까지 제품 포트폴리오를 확대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미국 알트리아와 함께 북유럽 니코틴 파우치 업체 ASF(Another Snus Factory)를 공동 인수하며 니코틴 파우치를 새로운 NGP 사업축으로 추가했다. 이는 궐련 수요 감소를 되돌리기보다 담배 소비의 제품 전환 흐름에 대응하는 전략에 가깝다. 기존 궐련에서 에쎄라는 세부 카테고리를 키웠던 것처럼 NGP에서도 디바이스와 스틱, 사용 방식에 따라 시장을 나누고 각각의 수요를 확보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NGP 역시 안정적인 성장이 보장된 시장은 아니다. 글로벌 담배업체들이 투자를 확대하며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 데다 국가마다 전자담배와 니코틴 제품에 적용하는 규제와 세금 체계도 다르다. 진출 국가가 늘어날수록 현지 규제에 맞춘 제품 개발과 인증, 생산·판매 방식 조정에 필요한 비용과 관리 부담도 커진다. 제품 경쟁력과 함께 국가별 제도 변화에 대응하는 역량이 NGP 사업의 성과를 좌우할 전망이다. 수출 넘어 현지 생산으로…글로벌 제조망 재편 KT&G의 글로벌 확장은 판매망 확대를 넘어 생산기지 재편으로 이어지고 있다. KT&G의 해외사업은 국내 생산 제품을 해외시장에 공급하는 수출 모델에서 출발했다. 이후 해외 판매가 확대되면서 현지 생산기지 구축에 나섰다. 2008년 튀르키예에 첫 해외 공장을 설립하며 현지 생산에 나섰고 2010년 러시아로 생산거점을 확대했다. 2011년에는 인도네시아 담배회사 트리삭티를 인수하며 현지 생산과 판매 기반을 동남아시아까지 넓혔다. KT&G는 해외 생산거점을 권역별 수요에 맞춰 운영하고 있다. 튀르키예 공장은 2025년 증설을 통해 연간 최대 120억 개비 생산능력을 갖추고 북아프리카와 중남미 시장을 겨냥한 핵심 생산거점으로 확대됐다. 같은 해 4월 준공한 카자흐스탄 신공장은 연간 45억 개비 생산능력을 바탕으로 유럽과 CIS(독립국가연합) 등 유라시아 시장 수요에 대응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인도네시아는 KT&G가 해외 최대 생산거점으로 육성하는 핵심 지역이다. KT&G는 기존 생산시설에 2·3공장을 추가해 연간 약 350억 개비의 생산능력을 갖춘다는 계획이다. 이 가운데 2·3공장의 생산능력은 연간 210억 개비 규모다. 신공장에서 생산되는 제품은 동남아시아 등 해외시장으로 수출해 인도네시아를 아시아·태평양과 중동 지역을 잇는 수출 거점으로 활용할 방침이다. 현지 생산 확대는 비용 효율과 시장 대응력을 높이기 위한 전략이다. 주요 수요처 인근에 생산거점을 두면 물류비와 관세 부담을 줄이고 시장 변화에 맞춰 생산량을 탄력적으로 조정할 수 있다. 현지 생산과 판매를 연계해 원가 경쟁력과 공급 효율을 높이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해외 매출 국내 추월…다음 평가 기준은 '수익성' 해외 궐련 사업은 매출 기준으로 이미 국내를 넘어섰다. 2025년 KT&G의 해외 궐련 매출은 1조8775억원으로 전년 대비 29.4% 증가하며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전체 궐련 매출에서 해외가 차지하는 비중은 54.1%로 처음 국내를 앞질렀다. 해외 궐련 판매량도 652억 개비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올해도 해외사업의 성장세는 이어지고 있다. 2분기 해외 궐련 매출은 557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8.9%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45.6% 늘었다. 해외 궐련과 NGP 성장에 힘입어 같은 기간 KT&G의 연결 매출은 1조7016억원, 영업이익은 4145억원으로 각각 9.9%, 18.5% 증가했다. 실적 개선에 따라 회사는 올해 매출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3~5%에서 5~7%로, 영업이익 성장률 전망치를 6~8%에서 10~13%로 상향 조정했다. 향후 관건은 해외 생산 확대를 안정적인 수익으로 연결하는 데 있다. 신규 공장 건설에는 대규모 투자가 필요한 데다 가동 이후에도 일정 수준 이상의 생산량을 확보해야 고정비 부담을 낮출 수 있다. 환율과 원재료 가격, 국가별 담배세·규제, 현지 유통환경 등 대외 변수도 수익성에 영향을 미친다. 생산거점과 판매 국가가 확대될수록 생산·재고·품질 관리에 필요한 운영 역량도 중요해질 전망이다. 특히 인도네시아와 카자흐스탄 등 신규 생산거점의 가동률과 수익성은 KT&G가 추진해온 글로벌 현지화 전략의 성과를 가늠할 주요 지표가 될 전망이다. 해외 궐련 매출이 국내를 넘어선 만큼 향후에는 판매량 확대뿐 아니라 현지 생산을 통해 안정적인 이익과 현금흐름을 확보하는 것이 더욱 중요해졌다. KT&G는 외형 확대보다 사업의 질을 증명해야 하는 단계에 들어섰다. 해외 생산과 NGP가 안정적인 수익원으로 자리 잡을 수 있는지가 향후 성장성을 좌우할 전망이다. 시장 변화에 맞춰 제품과 사업 방식을 바꿔온 KT&G가 확장의 성과를 이익으로 증명해야 할 시점이다. KT&G 관계자는 "국내 시장에서 약 68%의 점유율을 유지하면서 해외 사업을 확대할 수 있었던 기반은 제품 품질과 브랜드 경쟁력"이라며 "에쎄는 단일 수출 브랜드로 매출 1조원을 넘어섰고 전자담배 역시 PMI와의 전략적 파트너십을 활용해 릴의 해외 판로를 확대하는 동시에 직접 진출도 모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중장기적으로 글로벌 생산 포트폴리오를 재편하고 인도네시아 신공장 등 해외 생산거점 물량을 확대하고 있다"며 "현지 생산을 통해 원재료 조달과 인건비, 물류비·관세 등 제조원가를 절감하고 외형 성장과 수익성 개선을 함께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2026-08-27 18:1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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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2030년 555만대 판매·영업이익률 9% 이상…전동화·원가혁신 승부
[경제일보] 현대자동차가 오는 2030년 글로벌 판매 목표 555만대를 유지하면서 수익성 목표는 영업이익률 9% 이상으로 높였다. 하이브리드·주행거리 연장형 전기차(EREV) 등 전동화 라인업을 확대하고 원가 절감에 속도를 내 판매 성장과 수익성 개선을 동시에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26일 현대차에 따르면 회사는 이날 서울 여의도동 콘래드서울호텔에서 투자자와 애널리스트, 신용평가사 담당자 등을 대상으로 '2026 CEO 인베스터 데이'를 개최하고 중장기 사업 전략과 재무 계획을 공개했다. 현대차는 올해 상반기 하이브리드차(HEV) 판매가 36만3000대로 전년 동기 대비 18% 증가했고, 같은 기간 매출은 95조2000억원으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지정학적 불확실성과 중국 완성차 업체들의 경쟁 심화, 미국 관세 부담에도 HEV를 비롯한 전동화 차량 판매 확대를 통해 사업 기반을 유지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현대차는 2030년까지 완전 변경·부분 변경·파생 모델을 포함해 100개 이상의 신규 차종을 선보일 예정이다. 이 가운데 18개 이상은 기존에 판매 차종이 없었던 새로운 세그먼트에 투입되는 완전 신차가 될 전망이다. 범용 플랫폼을 활용해 글로벌 모델을 확대하고 지역별 수요에 맞춘 파생·특화 모델도 선보인다. 신차 확대에 맞춰 글로벌 생산능력도 2030년까지 127만대 늘린다. 지역별 증설 규모는 북미 50만대, 인도 32만대, 국내 20만대, 반조립(CKD) 생산 25만대다. 전동화 전략에서는 시장별 수요에 맞춰 HEV와 EREV, 전기차를 병행한다. 북미에서는 제네시스 GV80 하이브리드를 시작으로 2030년까지 HEV 신차 10종을 출시하고 HEV 판매 비중 50%를 달성한다. 내년 상반기에는 싼타페 EREV를 미국 시장에 투입한다. 유럽에서는 2030년 EV 판매를 42만대까지 확대한다. 지난해 유럽 EV 판매량 11만6000대의 약 4배 수준이다. 유럽 전용 전기차 아이오닉 3는 다음 달 출시하며 차세대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플레오스 커넥트'를 적용한다. 1회 충전 주행거리는 500㎞ 수준이다. 인도에서는 2030년까지 SUV 판매 비중을 80%로 높이고 현지 전략형 SUV를 추가한다. 같은 기간 부품 현지화율을 90% 이상으로 끌어올리고 수출 비중도 최대 30%까지 확대한다. 국내에서는 울산 EV 신공장을 제조혁신 거점으로 구축한다. AI 기반 품질 관리와 검사를 적용하고 첨단 생산기술 108개를 도입해 소프트웨어중심공장(SDF)으로 운영한다. 현대차의 첫 고유모델 포니를 양산했던 울산 1공장과 첫 모델 코티나를 반조립 생산했던 울산 4공장은 내년부터 재건축에 들어간다. 중국에서는 현지화 전략을 통해 판매 회복에 나선다. 올해 상반기 공개한 아이오닉 V에 이어 내년 소형 SUV EV와 준중형 EV·EREV 겸용 모델 등 2개 신차를 출시한다. 중국 법인은 중국 이외 지역을 포함한 판매량을 2030년까지 50만대 수준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유럽 시장도 확대한다. 올해 4분기 스페인에 진출하고 내년에는 오스트리아·덴마크·폴란드·포르투갈 등 4개국을 추가한다. 이후 인도와 아세안 시장으로 진출 범위를 넓혀 2030년까지 전 세계 40여개국에서 35만대 판매를 목표로 한다. 미래 사업에서는 자율주행과 로보틱스 사업화를 추진한다. 현대차는 올해 4분기 미국 조지아주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에서 생산한 아이오닉 5 기반 로보택시를 자율주행 기업 웨이모에 공급한다. 자율주행 합작법인 모셔널은 올해 말 아이오닉 5 로보택시 상용화를 추진하며 유럽과 아시아·태평양 지역으로 사업을 확대한다. 보스턴 다이내믹스와 진행하는 제조 AI 로보틱스 사업도 생산 현장 적용을 앞두고 있다. 현대차는 올해 6월 미국에 로봇 메타플랜트 응용센터(RMAC)를 열고 연말까지 부지를 현재의 10배 수준으로 확대한다. 이곳에서 제조용 AI 로봇을 실제 사업장과 유사한 환경에서 훈련하고 데이터를 수집해 기술을 검증한다. 2028년부터는 HMGMA에 산업용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를 배치할 계획이다. 자율주행 데이터 확보를 위한 사업도 진행한다. 올해 말 전남·광주특별시에 자율주행 AI '아트리아 AI'를 투입해 돌발 상황 데이터를 수집한다. 2028년에는 엔비디아와의 협업을 기반으로 첫 SDV 양산 모델에 레벨2 플러스 자율주행 기술을 적용한다. 이후 아트리아 AI를 양산차로 확대하고 레벨2 플러스부터 레벨4까지 자율주행 라인업을 구축한다. 2029년부터는 새만금 AI 데이터센터를 가동할 계획이다. 100㎿급 규모로 5만장 이상의 GPU를 수용할 수 있다. 현대차그룹은 양산차에서 축적한 주행 데이터와 자체 AI 기술, 데이터센터 인프라를 결합해 자율주행 기술 개발 속도를 높인다는 계획이다. 수익성 목표는 기존보다 상향했다. 현대차는 올해 영업이익률 가이던스 6.3~7.3%를 유지하는 한편 2030년 연결 기준 영업이익률 목표를 기존 8~9%에서 9% 이상으로 올렸다. 영업이익 총액도 기존 목표보다 11%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원가 경쟁력 확보를 위해 2030년까지 매출원가율을 기존 계획보다 3%포인트 낮춘다. 차량 전 주기 원가혁신으로 1.5%포인트, 재료비 절감으로 1%포인트, 부품 현지화로 0.5%포인트를 각각 줄이는 방식이다. 주주환원 정책도 제시했다. 총주주환원율은 35% 이상으로 유지하고 최소배당금은 1만원 이상으로 설정한다. 기존에 보유한 자사주는 임직원 보상 목적 물량을 제외하고 전량 소각한다. 호세 무뇨스 사장은 "현대차의 펀더멘탈(기초체력)은 그 어느 때보다 튼튼하다"며 "더 많은 모델을 출시하고, 더 많은 파워트레인 선택지를 고객에게 제공하며 신규 차급과 신규 시장에 공격적으로 진출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전략적 파트너십을 기반으로 미래 신기술을 발전시키고, 새로운 기회를 창출하며 로봇과 로보택시를 생산·배치하는 피지컬 인공지능(AI) 기업으로 거듭나겠다"고 했다.
2026-08-26 15:0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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