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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종 유배지 청령포의 봄, '이벤트 행정' 아닌 '신뢰 행정'이 지킨다
[경제일보] 영화 한 편이 지방 도시의 운명을 바꿔놓는 일은 드물지 않다. 그러나 그것이 ‘유배의 땅’을 ‘희망의 땅’으로 되살리는 경우라면 더욱 뜻깊다. 최근 영화 ‘왕과 사는 남자’의 흥행으로 단종의 유배지였던 강원도 영월 청령포에 인파가 몰리고 있다. 매표소 일대는 연일 장사진이고, 배를 타기 위한 대기 시간이 두 시간을 넘긴다는 소식도 들린다. 한때 적막하던 강변이 다시 살아 숨 쉰다. 그런데 이 반가운 소식 한켠에 씁쓸한 그림자가 드리운다. 식품의약품안전처와 지자체가 청령포 일대 음식점 100여 곳을 상대로 대대적인 위생 점검에 나선다는 발표다. 식중독 예방과 가격표시 준수 여부를 집중적으로 살피고, 일정 비율 이상을 ‘식품안심업소’로 지정해 ‘식품안심구역’으로 묶겠다는 계획이다. 표면적으로는 소비자 보호를 위한 조치다. 그러나 시점과 방식은 고개를 갸웃하게 한다. 묻지 않을 수 없다. 관광객이 몰리기 전에는 무엇을 하고 있었는가. 평소 위생 관리와 가격 점검을 충실히 했다면, 방문객이 늘었다고 해서 갑자기 특별 점검에 나설 이유가 있었겠는가. 평일에는 느슨하다가 인파가 몰리자 서둘러 칼을 빼 드는 모습은 행정이 상시적 관리 대신 ‘이벤트 대응형’으로 움직여 왔음을 스스로 고백하는 셈이다. 공자는 논어에서 “정치는 바름이다(政者正也)”라고 했다. 행정의 기본은 일관성과 공평성이다. 사람이 많을 때만 엄격하고, 한산할 때는 관대한 것은 ‘정’이 아니라 ‘편의’다. 상인들 역시 주민이다. 그들이 호황을 맞았다고 해서 일시에 집중 단속의 대상으로 삼는다면, 이는 보호가 아니라 위축을 낳을 수 있다. 모처럼 찾아온 손님을 반기기도 전에 ‘점검 대상’이라는 긴장감부터 안긴다면, 지역 상권은 숨을 고를 틈도 없다. 물론 위생 관리와 바가지요금 근절은 필요하다. 관광지의 흥망은 신뢰에 달려 있다. 조선 후기 한양의 육의전 상인들이 난전을 단속하며 상도의(商道義)를 지키려 했던 것도 결국 신뢰를 지키기 위해서였다. 신뢰를 잃으면 사람은 떠난다. 1990년대 일부 관광지에서의 폭리 논란이 지역 이미지를 훼손하고 긴 침체를 불러왔던 전례를 우리는 알고 있다. 그러나 방법이 문제다. 행정은 ‘단속’보다 ‘동행’이어야 한다. 갑작스러운 점검보다 사전 교육과 자율 개선을 유도하고, 위반 업소는 계도 후 개선 기회를 충분히 부여하는 방식이 바람직하다. 식품안심업소 지정도 서둘러 비율을 맞추기보다, 상인들과 협력해 기준을 공유하고 단계적으로 확대하는 것이 옳다. 무엇보다 점검이 관광객 동선과 겹쳐 불필요한 불편을 초래하지 않도록 세심히 배려해야 한다. 영월은 단종의 눈물이 서린 곳이다. 권력의 변덕 속에 어린 임금이 유배됐던 역사는 우리에게 ‘권력의 자의성’이 얼마나 큰 상처를 남기는지 일깨운다. 행정 역시 다르지 않다. 권한은 있지만, 그 행사는 절제되어야 한다. 법과 원칙은 냉정하되, 적용은 따뜻해야 한다. 지금 영월이 필요한 것은 ‘엄포’가 아니라 ‘신뢰의 관리’다. 관광객이 급증한 것은 지역에 찾아온 기회다. 이를 일시적 특수로 끝낼 것인지, 지속 가능한 관광 자산으로 키울 것인지는 행정의 태도에 달려 있다. 상인들에게는 위생과 가격의 자율 준수를 촉구하되, 당국은 상시 관리 체계를 강화하고 위기 대응 매뉴얼을 미리 갖춰야 한다. 성수기 이전에 점검을 마치고, 성수기에는 지원과 안내에 집중하는 ‘사전 예방형 행정’이 답이다. 기회는 준비된 자의 몫이라고 한다. 영월에 찾아온 이 손님들을 다시 돌려보낼지, 단골로 만들지는 지금의 선택에 달려 있다. 행정이 공평과 상식을 되찾고, 상인과 손잡고 신뢰를 쌓아간다면 청령포의 봄은 길어질 것이다. 그러나 보여주기식 점검과 뒷북 대응이 반복된다면, 영화의 흥행이 끝나는 날 사람들의 발길도 함께 끊길지 모른다. 정치는 바름이고, 행정은 책임이다. 모처럼 찾아온 기회를 스스로 걷어차는 우를 범하지 않기를 바란다.
2026-03-03 10:4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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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 확보 최우선"…삼성전자, 이란 사태에 현지 임직원 대피
[경제일보] 삼성전자를 비롯한 국내 기업들이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과 이란 최고지도자 사망 등으로 중동 지역 긴장이 고조되면서 현지 임직원 안전 확보에 나섰다. 2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이란과 이스라엘에 근무 중이던 직원들을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와 이집트, 요르단 등 인근 국가로 대피시켰다. UAE, 카타르, 이라크 지역 직원들은 재택근무 체제로 전환했고 사우디아라비아와 요르단의 경우 정상 근무를 유지하는 중이다. 삼성전자는 중동 지역에서 스마트폰, TV, 가전 등 소비자 제품 판매를 중심으로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사우디 리야드에 중동·북아프리카(SEMENA) 법인을 두고 네옴시티 등 스마트시티 사업에 참여하고 있으며, 이스라엘에서는 반도체 연구소를 운영 중이다. 다만 삼성전자는 이란 내에서 직접적인 생산시설을 운영하고 있지는 않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향후 상황 변화에 따라 재택근무, 제3국 대피, 귀국 조치 등 임직원들의 안전을 위해 최선의 조치를 다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 밖에 LG전자도 중동에서 근무하는 직원들의 안전을 확인하고, 이동을 자제하도록 권고 중이다. 이란에 파견돼 근무하던 한국인 직원 1명은 지난주 출국했고, 이스라엘 지점에 근무하는 한국인 직원 및 가족들은 대사관 가이드에 맞춰 대피한다. 한화그룹은 현지와 실시간 소통 체계를 구축해 임직원 및 가족들의 이동과 안전 여부를 챙기고 있다. 또 현지 공관 및 한인회와 소통해 교민 등 현지 한인들의 안전 확보에 협조 중이다.
2026-03-02 17:2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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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클 안트 폭스바겐 신임 사장, BMW·MINI 무상점검 시행 外
[이코노믹데일리] 폭스바겐그룹코리아가 2026년 4월 1일부로 마이클 안트를 폭스바겐 부문 사장으로 임명한다. 안트 신임 사장은 폭스바겐그룹에서 약 30년의 경력을 보유했다. 1998년 입사 이후 독일, 중국 등 주요 시장에서 핵심 보직을 역임하며 폭스바겐과 스코다, 아우디 등 다양한 브랜드를 거쳤다. 안트 신임 사장은 폭스바겐 브랜드의 운영 전반을 책임지게 되며, 전략적 방향성의 연속성을 유지하는 동시에 브랜드 실행력을 강화하는 데 집중할 예정이다. 또한 한국 내 그룹 브랜드들의 운영 방침에 따라 틸 셰어 폭스바겐그룹코리아 대표이사 사장에게 직보하게 된다. ◆ BMW코리아, BMW·MINI 전 모델 대상 무상점검 진행 BMW 그룹 코리아가 다음 달 3일부터 4월 11일까지 BMW 및 MINI 고객을 대상으로 '스프링업 위크 2026' 캠페인을 진행한다. 행사 기간 동안 전 모델을 대상으로 차량 연식에 관계없이 무상점검 서비스를 제공한다. 차량 점검 내용은 '서비스 라이브'를 통한 원격 확인이 가능하다. 또한 차량 유지보수에 필수적인 오일류, 필터류, 브레이크 패드 및 디스크, 와이퍼, 배터리, 냉각수 등 주요 소모성 부품 및 공임을 20% 할인 가격으로 제공한다. BMW·MINI 차량 액세서리 또는 라이프스타일 제품을 구매하는 고객에게는 부품 및 공임을 20% 할인 가격으로 제공한다. 결제금액 100만원 당 10만원씩 최대 50만원의 액세서리·라이프스타일 쿠폰을 추가로 지급한다. 이외에도 신차 보증기간 연장 프로그램인 '워런티 플러스 프리미엄' 및 '워런티 플러스 라이트' 가입 고객에게는 10% 할인 혜택을, 구독형 차량관리 프로그램 '서비스케어 플러스' 가입 고객에게는 모바일 주유권 1만원권을 제공한다. ◆ 르노 세닉 E-테크, 한국자동차기자협회 '올해의 수입차' 선정 르노코리아는 프랑스에서 생산해 국내 시장에 수입 판매하는 준중형 전기 SUV 세닉 E-Tech가 한국자동차기자협회(KAJA) 주최 '2026 대한민국 올해의 차' 시상에서 올해의 수입차에 선정됐다. 르노코리아는 올해의 수입차 수상으로 비(非) 독일 브랜드들 중 처음으로 국내 시장에서 올해의 수입차를 수상한 브랜드라는 기록을 세웠다. 지난 2016년 해당 부문이 신설된 이래 지난해까지 올해의 수입차는 모두 양대 독일 프리미엄 브랜드의 모델들이 수상해왔다. 르노코리아는 2024년 사명 및 로고 변경과 함께 국내 시장에서 재도약을 선언했으며, '본 인 프랑스, 메이드 인 코리아(born in France, made in Korea)'라는 모토 아래 부산에 뿌리를 둔 국내 완성차 기업으로서 지역 경제에 기여하고 있다. 또한 부산공장에서 생산하는 국산 모델들을 중심에 두면서도 제품 다변화를 위한 수입 모델들도 소비자들에게 함께 선보이고 있다.
2026-02-27 15:5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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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년 만에 빗장 풀린 '한국 지도'…구글에 조건부 반출 허가, 네이버·카카오 '비상'
[이코노믹데일리] 정부가 장고 끝에 구글의 고정밀 지도 데이터(1:5000 축척) 국외 반출을 조건부로 허용했다. 2007년 구글의 첫 요청 이후 무려 19년 만의 결정이다. '안보'를 이유로 굳게 닫혀있던 공간정보의 빗장이 풀리면서, 국내 지도 플랫폼 시장을 독점해 온 네이버와 카카오 등 토종 빅테크들은 무한 경쟁의 파도 앞에 서게 됐다. 27일 국토교통부와 관련 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이날 '측량성과 국외반출 협의체'를 열고 구글의 지도 데이터 반출 신청을 승인했다. 단, 군사·보안 시설에 대한 영상 보안 처리(블러링), 국내 서버를 통한 데이터 가공, 비상시 서비스 중단(레드버튼) 시스템 구축 등 엄격한 조건을 달았다. 정부의 이번 결정은 급변하는 기술 패권 경쟁과 통상 압박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풀이된다. 그동안 정부는 남북 대치라는 특수성을 들어 구글의 요청을 거절해왔다. 위성 사진에 정밀 지도 데이터가 결합될 경우 주요 군사 시설이 노출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었다. 하지만 AI(인공지능), 자율주행, UAM(도심항공교통) 등 미래 모빌리티 산업의 핵심 인프라인 정밀 지도를 계속 틀어쥐고 있는 것이 오히려 국내 산업의 글로벌 경쟁력을 저해한다는 '데이터 쇄국(갈라파고스)' 비판이 거셌다. 외국인 관광객들이 구글지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겪는 불편함도 국가적 손해로 지적돼 왔다. 정부는 결국 구글이 국내 보안 요구사항을 대폭 수용하는 선에서 타협점을 찾으며 실리를 챙기는 쪽으로 선회했다. ◆ '방패' 사라진 네이버·카카오…지도 주권 흔들리나 직격탄을 맞은 것은 네이버와 카카오다. 그동안 두 기업은 정부의 지도 데이터 반출 규제 덕분에 글로벌 공룡 구글의 진입을 막고 내수 시장을 과점해 왔다. 구글지도는 한국에서만 유독 '반쪽짜리' 서비스에 머물렀기 때문에 길 찾기나 내비게이션 시장은 토종 기업의 독무대였다. 하지만 1:5000 정밀 지도가 반출되면 상황은 달라진다. 구글은 이를 바탕으로 도보 길 찾기, 3D 지도, 정밀 내비게이션 등 고도화된 서비스를 한국에서도 완벽하게 구현할 수 있게 된다. 안드로이드 OS(운영체제)와 유튜브 등 막강한 플랫폼 영향력을 가진 구글이 지도 서비스까지 결합할 경우 사용자의 이탈은 시간문제라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네이버와 카카오가 그동안 누려온 '규제에 의한 점유율'은 끝났다"며 "이제는 서비스 품질과 디테일로 구글과 진검승부를 벌여야 하는데 자본력과 데이터 분석 능력에서 구글을 당해낼 수 있을지 우려된다"고 진단했다. 특히 지도 데이터가 구글의 AI 학습에 활용될 경우 장기적으로 '공간 정보 주권'이 약화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 자율주행·커머스 산업 지각변동 예고 산업계 전반에도 파장이 예상된다. 자율주행차와 로봇 배송 등 미래 산업은 cm 단위의 오차도 허용하지 않는 고정밀 지도가 필수적이다. 구글이 한국의 정밀 지도를 확보하게 되면 웨이모(Waymo) 등 구글의 자율주행 기술이 국내에 직접 진출할 수 있는 길이 열린다. 이는 현대차그룹 등 국내 모빌리티 기업들에게 강력한 경쟁자가 등장함을 의미한다. 반면, 긍정적인 전망도 있다. 글로벌 표준 플랫폼인 구글지도가 활성화되면 국내 스타트업이나 O2O(온·오프라인 연계) 기업들이 해외 이용자를 유치하기가 수월해질 수 있다. 또한 구글과의 경쟁이 국내 지도 플랫폼 서비스의 고도화를 촉발해 소비자 혜택이 늘어날 것이라는 시각도 존재한다. 정부는 구글에 '한국 지도 전담관' 상주와 보안 사고 대응 프레임워크 수립을 의무화하며 안전장치를 마련했다. 하지만 데이터 국경이 무너진 상황에서 이번 결정이 한국 ICT 생태계에 '메기'가 될지 아니면 생태계를 교란하는 '황소개구리'가 될지는 지켜볼 일이다.
2026-02-27 14:2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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