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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비사업 시공사 교체의 역풍…조합원 부담 키우는 부메랑 되나
[경제일보] 조합이 공사비를 낮추거나 브랜드·금융 조건을 개선하기 위해 선택한 시공사 교체가 오히려 더 큰 비용으로 돌아오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기존 시공사와의 법적 다툼으로 착공이 늦어지는 사이 공사비와 금융비용이 불어나고 계약 해지에 따른 손해배상 책임까지 발생할 수 있어서다. 정비업계에서는 새 시공사의 제안 조건뿐 아니라 계약 해지 이후 부담해야 할 비용까지 따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6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법원은 최근 경기 성남시 상대원2구역 재개발조합이 DL이앤씨에 통보한 공사도급계약 해지의 효력을 정지했다. 가처분 결정에 따라 DL이앤씨는 시공사 지위를 유지하게 됐으며 계약 해지의 적법성은 본안 소송에서 다시 다뤄질 예정이다. 상대원2구역 조합은 공사비와 하이엔드 브랜드 적용 등을 놓고 DL이앤씨와 갈등을 빚은 끝에 계약 해지를 의결했다. 이후 지난 5월 총회에서 GS건설을 새 시공사로 선정했지만 DL이앤씨가 해지 사유와 총회 절차를 문제 삼아 법적 대응에 나서면서 사업은 다시 법정 공방 국면으로 들어갔다. 상대원2구역은 성남시 중원구 상대원동 일대에 지하 12층~지상 29층, 43개 동, 4885가구를 조성하는 대형 재개발 사업이다. 총공사비는 약 1조9000억원 규모다. 이주와 철거를 마치고 착공을 준비하던 단계에서 시공사 교체가 추진된 만큼 분쟁 장기화에 따른 비용도 커질 수밖에 없다. 회사는 지난 3월 박상신 대표이사 부회장이 직접 현장을 찾아 3.3㎡당 682만원의 확정 공사비와 6월 착공을 제안했다. 착공이 이뤄지지 않으면 조합원당 3000만원을 보상하겠다는 조건도 제시했지만 시공사 교체를 둘러싼 분쟁으로 시한을 넘기면서 당시 조건을 그대로 적용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해졌다. 시공사 교체에 들어가는 비용은 새 계약의 공사비 차액에 그치지 않는다. 기존 업체가 해지에 반발하면 시공사 지위와 손해배상 책임을 둘러싼 소송이 이어진다. 새 업체를 선정하고 설계와 계약 조건을 다시 조정하는 동안 사업비와 이주비 이자도 늘어난다. 서울 노원구 상계주공5단지는 이런 부담이 실제로 드러난 사례다. 사업시행자인 한국자산신탁은 2023년 GS건설과 3.3㎡당 650만원에 계약했지만 높은 분담금 등을 이유로 같은 해 계약을 해지했다. 이후 한화 건설부문을 새 시공사로 선정해 지난 4월 기존 계약보다 약 70만원 오른 3.3㎡당 720만원에 도급계약을 맺었다. 물론 두 계약은 공사 시점과 세부 조건이 달라 인상분 모두를 시공사 교체의 결과로만 보기는 어렵다. 그러나 계약 해지에 따른 손해배상 책임은 별도 부담으로 남았다. 서울중앙지법은 GS건설이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일부 승소 판결을 내리며 청구액 146억원 가운데 22억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지연이자 3억4000만원을 더해 지급한 금액은 총 25억4000만원이다. 시공사를 다시 정하는 동안 오른 공사비에 손해배상금까지 더해진 것이다. 과거 정비사업에서도 비슷한 비용은 여럿 발생해 왔다. 반포주공1단지 3주구 조합은 기존 IPARK현대산업개발(당시 HDC현대산업개발) 대신 삼성물산을 새 시공사로 선정한 뒤 손해배상 소송 항소심에서 130억원을 지급하라는 판결을 받았다. 방배5구역도 GS건설·포스코이앤씨·롯데건설 컨소시엄과 계약을 해지하고 현대건설로 교체하는 과정에서 약 7년에 걸친 소송 끝에 이전 시공단에 525억원을 지급했다. 서울 서초구 강남원효성빌라 재건축은 비슷한 갈등의 출발점에 서 있다. 조합이 지난해 선정한 대우건설의 시공사 지위를 최근 취소하자 회사는 소송 제기 등 법적 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공시했다. 분쟁이 소송으로 이어지면 새 시공사를 뽑는 일정과 사업비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총회에서 교체 여부를 결정하기 전에 해지 사유와 경제적 실익을 함께 검증하는 일이다. 새 시공사의 제안만 비교할 것이 아니라 소송 가능성과 예상 배상액, 재선정 기간, 그사이 늘어날 공사비와 금융비용까지 계산해야 한다. 공사비가 계속 오르는 시기에는 시공사를 바꾸는 데 걸리는 시간 자체가 조합원이 부담할 사업비가 된다는 점에서다. 정비업계 한 관계자는 “시공사 교체는 사업 조건을 개선하기 위한 수단이지 갈등을 해결하는 만능카드는 아니다”며 “계약 해지에 따른 책임과 재선정 기간, 추가 공사비까지 따져 실익이 있는지 먼저 확인하지 않으면 사업만 늦어지고 부담은 조합원에게 돌아갈 수 있다”고 말했다.
2026-08-06 09:21:14
화재 이력 배터리 숨기고 판매했나…벤츠 '전기차 정보 은폐' 적발
[경제일보] 메르세데스 벤츠(이하 '벤츠')가 화재 위험 이력이 있는 배터리 셀 사용 사실을 숨긴 채 전기차를 판매한 것으로 드러났다. 실제 탑재된 배터리와 다른 제조사 제품이 들어간 것처럼 안내하며 영업한 행위가 공정거래위원회 조사에서 적발됐다. 10일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벤츠 독일 본사인 메르세데스-벤츠 악티엔게젤샤프트와 국내 총판매업자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에 과징금 112억3900만원을 부과하기로 전원회의에서 의결했다. 공정위는 두 법인을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하기로 했다. 공정위 조사 결과 벤츠는 전기차 모델 EQE와 EQS에 중국 배터리 업체 파라시스(Farasis)의 배터리 셀이 탑재됐다는 사실을 판매 과정에서 제대로 알리지 않았다. 대신 판매 지침과 안내 자료에는 중국 배터리 기업 CATL(닝더스다이)의 배터리가 사용된 것처럼 기재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 과정에서 딜러사에는 CATL 배터리의 기술력과 시장 지위를 강조하는 설명 자료가 전달됐다. 판매 현장에서는 해당 자료를 기반으로 차량 설명이 이뤄졌으며 딜러사 상당수는 실제 탑재 배터리 제조사가 파라시스라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한 채 소비자에게 CATL 배터리가 사용된 것으로 안내한 것으로 조사됐다. 공정위는 이런 행위가 소비자를 속여 거래를 유도한 '위계에 의한 고객 유인'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이는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에서 금지하는 불공정거래 행위다. 문제가 된 배터리 업체 파라시스는 과거 화재 위험과 관련한 리콜 이력이 있다. 2021년 중국에서 파라시스 배터리를 탑재한 차량에서 화재 위험 문제가 제기되며 대규모 리콜이 진행된 바 있다. 공정위는 배터리 제조사 정보가 전기차 안전과 직결되는 핵심 요소라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관련 매출액 대비 법률상 최고 수준의 부과 기준율을 적용해 과징금을 산정했다. 현행 공정거래법은 부당한 고객 유인 등 불공정거래 행위에 대해 관련 매출액의 최대 4%까지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공정위는 이번 사건에서 소비자 안전과 직결된 정보 은폐라는 점을 고려해 최고 수준 기준율을 적용했다고 설명했다. 공정위 집계에 따르면 파라시스 배터리 셀이 장착된 EQE와 EQS 판매량은 약 3000대 규모다. 해당 차량 판매 금액은 약 281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 같은 행위는 2024년 8월 배터리 제조사 정보가 공개되기 전까지 이어진 것으로 조사됐다. 같은 해 8월 인천 청라 지역 아파트 지하 주차장에서 파라시스 배터리가 탑재된 벤츠 전기차 화재 사건이 발생한 이후 배터리 제조사 공개 요구가 확산되면서 정보 공개가 이뤄졌다. 공정위는 조사 과정에서 소비자 민원도 다수 확인했다. CATL 배터리가 탑재된 것으로 알고 차량을 구매했다는 소비자 민원이 90건 이상 접수된 것으로 나타났다. 또 벤츠 내부 조사에서도 배터리 제조사 정보가 구매 결정에 중요한 요소라는 점이 확인됐다. 딜러사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는 응답자의 약 3분의 1이 배터리 셀 제조사를 차량 구매 시 가장 중요한 정보로 꼽았다. 실제로 벤츠가 배터리 제조사 정보를 공개한 이후 판매 흐름에도 변화가 나타난 것으로 공정위는 분석했다. 파라시스 셀이 탑재된 차량의 판매량은 CATL 배터리 차량에 비해 크게 줄어든 것으로 파악됐다. 공정위 관계자는 "전기차 배터리 제조사 정보는 소비자의 안전과 직접적으로 연결되는 중요한 정보"라며 "이를 은폐하거나 왜곡해 판매한 행위에 대해 엄정하게 제재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제재는 자동차 제조사가 배터리 제조사 정보를 숨겨 소비자를 기만한 행위를 공정거래법 위반으로 판단한 첫 사례다. 제조사와 판매업자가 딜러사를 통해 소비자를 오인하게 한 경우에도 책임이 제조사 측에 있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는 의미가 있다는 것이 공정위 설명이다. 향후 소비자 손해배상 소송 가능성도 제기된다. 배터리 제조사 정보를 오인해 차량을 구매했다는 소비자들이 민사 소송을 제기할 경우 공정위 판단이 주요 근거로 활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한편 벤츠코리아는 공정위 결정에 대해 행정소송 등 법적 대응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벤츠코리아는 입장문을 통해 "조사 초기 단계부터 관계 당국에 성실히 협조해 왔다"며 "전원회의 의결 내용을 존중하지만 판단에는 동의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벤츠코리아는 고객과 언론에 정확한 정보를 제공해 왔으며 높은 수준의 기업 윤리와 법규 준수 원칙을 기반으로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며 "향후 법적 절차를 통해 회사의 입장을 설명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2026-03-10 17:4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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