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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파마, AI 신약개발에 130조 투자…'실패 리스크' 줄인다
[경제일보] 신약 개발의 패러다임이 ‘인간의 직관’에서 ‘인공지능(AI)의 연산’으로 급격히 이동하고 있다. 글로벌 빅파마(대형 제약사)들이 과거 단일 후보물질 도입에 열을 올리던 방식에서 벗어나 이제는 수조 원의 거액을 들여서라도 AI 신약 개발 플랫폼 기업과 ‘혈맹’을 맺는 추세다. 실패 확률을 획기적으로 낮추고 개발 기간을 단축할 수 있는 AI를 미래 생존의 핵심축으로 삼았기 때문이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의약품 시장조사기관 아이큐비아 자료에서 지난해 전 세계 제약·바이오 기업 간 공동 R&D 계약 시장에서 뚜렷한 ‘체질 변화’가 나타났다. 지난해 체결된 R&D 계약 건수는 2024년 대비 약 8% 감소하며 최근 5년 내 최저치를 기록했다. 하지만 전체 계약 규모는 867억 달러(약 130조원)로 전년 대비 무려 49%나 폭증했다. 건당 평균 계약 규모 역시 약 11억6000만 달러(약 1조7000억원)로 47% 증가했다. 이는 빅파마들이 실현 가능성이 불투명한 중소형 과제 수십 개를 늘어놓는 대신 AI 기반 플랫폼 등 미래 먹거리가 확실한 대형 프로젝트에 ‘올인’하는 ‘선택과 집중’ 전략을 취한 결과로 풀이된다. 실제 지난해와 올해 초에 걸쳐 맺어진 계약들을 살펴보면 가히 ‘천문학적’이라는 수식어가 아깝지 않다. AI가 후보물질 발굴부터 임상 최적화까지 신약 개발 전 주기를 주도하기 시작하면서 글로벌 기업들은 플랫폼 선점에 사활을 걸고 있다. 가장 눈에 띄는 사례는 중국의 AI 신약 개발 강자 크리스탈파이와 미국 소프트웨어 기업 도브트리 메디신스의 협력이다. 양사는 약 60억 달러(약 8조2000억원) 규모의 AI 기반 신약 개발 계약을 체결했다. 크리스탈파이는 계약금으로만 5100만 달러(약 700억원)를 수령하며 기술력을 입증했다. 이들은 AI 플랫폼과 표적 선별 전문성을 결합해 난치성 종양과 신경계 질환 치료제 개발에 나선다. 아스트라제네카 역시 중국 CSPC제약그룹의 AI 약물 발굴 플랫폼을 도입하기 위해 약 53억 달러(약 7조원)를 투자하기로 했다. 면역 질환용 소분자 경구 치료제 개발을 목표로 AI의 ‘초고속 연산’ 능력을 빌리겠다는 전략이다. 머크(MSD) 또한 미국 발로헬스의 AI 플랫폼 도입에 30억 달러를 베팅하며 파킨슨병 치료제 정복에 나섰다. 올해 초 전 세계를 놀라게 한 소식은 비만 치료제 시장의 선두주자 일라이 릴리와 ‘AI 반도체 제왕’ 엔비디아의 동맹이었다. 양사는 향후 5년간 최대 10억 달러를 공동 투자해 AI 신약 개발 연구소를 설립하기로 합의했다. 이 연구소의 심장은 엔비디아의 생성형 AI 플랫폼 ‘바이오 네모’다. 바이오 네모는 단백질 구조 예측부터 분자 결합 모델링까지 신약 개발에 필요한 거대언어모델(LLM)과 파운데이션 모델을 제공한다. 빅파마가 AI를 단순히 보조 수단으로 쓰는 것이 아니라 IT 거대 기업의 인프라를 직접 이식해 신약 개발의 근본을 바꾸려는 시도다. 제약업계는 대형 제약사들이 AI를 자체 연구하기보다는 전문 플랫폼 보유 기업과 손을 잡는 방식을 선호한다고 분석한다. 시행착오를 줄이고 시장 진입 속도를 높이는 데 협력이 가장 효율적이기 때문이다. 글로벌 빅파마들이 AI 플랫폼에 열광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통상 10년 이상 걸리고 수조원이 투입되는 신약 개발의 ‘고비용 저효율’ 구조를 타파할 수 있어서다. AI는 수백만 개의 분자 구조를 순식간에 시뮬레이션해 부작용 가능성을 사전 차단하고 임상 시험에 적합한 환자군을 정밀하게 타격한다. 이러한 흐름은 셀트리온, 종근당, LG화학, 대웅제약 등 국산 신약의 자존심을 지켜온 국내 기업들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최근 셀트리온이 CMO 수주 잔고 1조원을 돌파하고 종근당이 3제 복합제 ‘듀비엠폴’로 세대교체를 선언하며 약진하고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글로벌 AI 동맹’에 합류하지 못할 경우 성장 동력을 잃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아이큐비아 관계자는 “글로벌 빅파마는 이제 AI를 단순한 도구가 아닌 자사의 ‘성장 엔진’ 그 자체로 삼고 있다”며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도 세계적인 파트너십 흐름을 면밀히 읽고 독자적인 AI 플랫폼 역량을 갖추거나 글로벌 플랫폼과의 전략적 제휴를 설계해야 할 골든타임”이라고 말했다.
2026-03-17 10:51:03
삼성바이오에피스, 분할 이후 최대 매출…지주사 체제 안정화 신호
[이코노믹데일리] 삼성바이오에피스가 기업분할 이후에도 견조한 실적 흐름을 이어가며 지주회사 체제 전환의 안정성을 입증했다. 27일 삼성에피스홀딩스에 따르면 핵심 자회사인 삼성바이오에피스 실적은 2025년 연간 매출 1조 6720억원, 영업이익 3759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매출 기준 연간 최대 실적으로 글로벌 바이오시밀러 사업의 경쟁력이 분할 이후에도 흔들림 없이 유지되고 있음을 보여줬다. 전년 대비 매출은 1343억원 증가해 9% 성장했으며 영업이익은 14%(595억원) 감소했다. 다만 이는 전년도에 반영된 일회성 수익인 ‘마일스톤(연구개발 성과에 대한 대가)’의 영향에 따른 기저효과로 이를 제외한 실제 제품 판매 기준 실적은 매출이 28%, 영업이익이 101% 증가하며 본업 경쟁력이 오히려 크게 강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2025년 4분기 실적 역시 같은 흐름을 보였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4분기 매출 4294억원, 영업이익 292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8% 증가했으나 영업이익은 마일스톤 감소 영향으로 60% 줄었다. 그러나 마일스톤을 제외한 제품 판매 실적은 매출 23%, 영업이익 14% 증가하며 안정적인 성장세를 유지했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미국과 유럽 등 주요 글로벌 시장에서 바이오시밀러 판매를 확대하고 있다. 세계 최대 의약품 시장인 미국에서는 현지 마케팅 파트너사와의 협업과 사보험사 PBM(처방약급여관리업체) 공급 채널을 동시에 공략하는 ‘투 트랙(two-track)’ 전략을 통해 시장 점유율을 높이고 있다. 지난해 글로벌 제약사와의 파트너십을 통해 스텔라라, 솔리리스 바이오시밀러 2종을 미국 시장에 새롭게 출시했으며 특히 스텔라라 바이오시밀러는 대형 PBM과의 자체상표(PL) 계약을 통해 안정적인 판로를 확보하며 조기 시장 안착에 성공했다. 전체 매출의 60% 이상을 차지하는 유럽 시장에서도 성과가 이어지고 있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2016년 첫 제품 출시 이후 10년 만에 유럽 내 판매 제품 수를 10개로 확대했으며 이 중 솔리리스·프롤리아·엑스지바·루센티스 바이오시밀러 4종은 직접 판매 체제를 구축해 수익성을 높이고 있다. 한편 지난해 11월 출범한 바이오 지주회사 삼성에피스홀딩스는 이날 기업분할 이후 첫 실적을 발표했다. 출범 후 2개월간 연결 기준 매출 2517억원, 영업손실 636억원을 기록했다. 회사는 분할 과정에서 발생한 회계 조정과 연구개발비 증가 등이 단기 손실의 주요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현금 흐름과는 무관한 회계적 요인으로 핵심 자회사인 삼성바이오에피스의 견조한 실적을 기반으로 지주회사 체제의 사업 구조는 점차 안정화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삼성에피스홀딩스는 올해 자회사들의 주력 사업을 적극 지원하며 지주회사 체제에서의 사업 경쟁력을 본격적으로 강화할 계획이다. 특히 글로벌 시장에서 바이오시밀러 제품 매출을 전년 대비 10% 이상 확대하는 것을 목표로 성장세를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특허 만료를 앞둔 블록버스터 바이오의약품을 중심으로 바이오시밀러 파이프라인 7종을 추가 개발 중이며 2030년까지 제품과 파이프라인을 총 20종으로 확대해 중장기 성장 동력을 확보할 계획이다. 아울러 바이오시밀러 사업을 통해 축적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ADC(항체-약물 접합체) 등 차세대 항암 신약 개발도 병행하고 있다. 신설 자회사 에피스넥스랩 역시 펩타이드 기반 약물 전달 기술 등 요소기술을 중심으로 한 신약 개발 플랫폼 사업을 본격화하며 지주사 체제의 포트폴리오 다각화에 힘을 보태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바이오에피스의 실적은 단순한 숫자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며 “기업분할 이후에도 본업 경쟁력이 강화되고 있다는 점에서 삼성에피스홀딩스 체제의 안착 가능성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말했다.
2026-01-27 15:3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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