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결과 총 313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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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당은 누구의 것인가
대한민국 민주주의가 병들고 있다. 국회와 정당이 국민의 삶을 논의하는 공론의 장이 아니라 진영의 결속을 확인하고 상대를 공격하는 전쟁터로 변질되고 있기 때문이다. 정치권의 말은 거칠어졌고 타협은 배신으로 취급된다. 당내에서 다른 목소리를 내는 정치인은 어느 진영을 막론하고 ‘내부 총질’이라는 낙인이 찍힌다. 국민을 대표해야 할 정치가 오히려 국민을 진영으로 갈라놓는 역설이 반복되고 있다. 양대 정당의 가장 심각한 병폐는 사당화와 팬덤 정치다. 정당은 본래 다양한 국민의 이해와 요구를 수렴해 정책으로 만들어 내는 민주주의의 핵심 조직이다. 그런데 특정 지도자를 중심으로 권력이 집중되고 열성 지지층의 목소리가 당의 의사결정을 좌우한다면 정당은 공적 조직으로서의 본분을 잃는다. 당원은 주인이 아니라 지도자를 지키는 동원 세력이 되고, 국회의원은 국민보다 공천권을 가진 당 지도부와 강성 지지층의 눈치를 살피게 된다. ‘우리 편이면 무엇이든 옳고, 상대편이면 무엇이든 틀렸다’는 진영 논리가 정치의 기준이 되는 순간 양심과 소신, 타협이 설 자리는 사라진다. 정책의 옳고 그름보다 누가 주장했는지가 중요해지고 법과 원칙보다 우리 진영에 유리한지가 판단의 기준이 된다. 같은 사안을 놓고도 정권이 바뀌면 평가가 뒤집히는 일이 반복되는 이유다. 국민이 정치에 등을 돌리는 것은 정치인들이 싸우기 때문만이 아니다. 싸움의 기준마저 공익이 아니라 진영의 유불리에 있기 때문이다. 강성 팬덤은 이런 구조를 더욱 악화시킨다. 정치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시민의 열정 자체가 문제는 아니다. 건강한 민주주의는 시민의 적극적인 참여를 필요로 한다. 문제는 비판과 토론이 사라진 자리를 맹목적 추종이 차지하는 데 있다. 지도자에 대한 합리적인 비판을 배신으로 규정하고 다른 의견을 가진 사람을 적으로 몰아붙이는 순간 팬덤은 민주적 참여가 아니라 정치적 압력이 된다. 공천을 둘러싼 당내 권력 구조가 팬덤과 결합하면 문제는 더욱 심각해진다. 정치인이 다음 선거를 위해 국민보다 당원, 당원보다 강성 지지층을 바라보게 된다면 대의민주주의의 기본 구조가 흔들릴 수밖에 없다. 국회의원은 국민의 대표이지 특정 정당 지도자의 대리인이 아니다. 정당의 공천권 역시 특정 개인의 정치적 생존을 보장하는 수단이 되어서는 안 된다. 쓴소리를 배척하는 문화도 경계해야 한다. 민주주의에서 가장 위험한 정치는 반대가 없는 정치다. 지도자의 주변에 찬성하는 사람만 남고 비판하는 사람은 하나둘 밀려난다면 그 조직은 겉으로는 강해 보여도 내부에서는 이미 무너지고 있는 것이다. 정치 지도자에게 필요한 것은 박수 부대가 아니라 불편한 진실을 말해 주는 동료다. 당내 소수 의견을 보호하고 공개적인 토론을 보장하는 것이 정당 민주주의를 살리는 출발점이다. 중도와 무당층을 외면하는 정치도 바뀌어야 한다. 선거 때마다 정치권은 국민 통합을 말하지만 선거가 끝나면 자기 진영의 결속부터 챙긴다. 상대 진영의 유권자를 설득하기보다 자극적인 언어로 자기 편의 분노를 키우는 것이 더 손쉬운 정치가 됐다. 하지만 민주주의는 자기 지지자들의 박수를 받는 것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나를 지지하지 않았던 국민까지 설득할 수 있어야 국가를 경영할 수 있다. 보수와 진보 모두 이 원칙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보수는 과거의 영광과 진영적 향수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시장경제의 활력과 개인의 자유를 지키면서도 사회적 약자를 보듬고 변화의 비용을 분담하는 책임 있는 보수로 거듭나야 한다. 진보 역시 과거의 이념과 진영 논리에 갇혀서는 안 된다. 공정과 정의라는 보편적 가치를 바탕으로 성장과 혁신, 노동과 복지를 함께 고민하는 현실적인 대안을 내놓아야 한다. 결국 정치가 회복해야 할 것은 거창한 구호가 아니다. 상식이다. 국민이 원하는 것은 정치인들이 서로 사랑하라는 것이 아니다. 서로 다른 생각을 인정하고 국가에 도움이 되는 일이라면 상대의 정책이라도 받아들일 수 있는 성숙함이다. 잘못했으면 사과하고 옳은 주장이면 상대편의 것이라도 인정하는 최소한의 정치적 양식이 필요하다. 정당은 지도자의 것도, 팬덤의 것도, 국회의원의 것도 아니다. 국민의 것이다. 정당의 존재 이유는 권력 획득 그 자체가 아니라 국민의 다양한 목소리를 제도권 안에서 조정하고 국가의 미래를 설계하는 데 있다. 정치권은 상대 진영을 향해 손가락질하기 전에 자신부터 돌아봐야 한다. 우리 당의 지도자가 아니라 상대 당의 지도자가 같은 행동을 했다면 우리는 어떻게 평가했을 것인가. 우리 편의 팬덤이 상대편 팬덤과 똑같은 행동을 했다면 우리는 과연 침묵했을 것인가. 이 질문에 정직하게 답하는 것에서 정치 개혁은 시작된다. 여의도의 위기는 단순히 정치인의 위기가 아니다. 민주주의의 작동 방식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무너지고 있다는 것이 진짜 위기다. 정치가 국민보다 진영을 먼저 생각하는 순간 민주주의는 껍데기만 남는다. 정치권이 지금 버려야 할 것은 상대방이 아니다. 자기편이면 무조건 옳다는 아집과 지도자에게 맹종하는 팬덤, 쓴소리를 배척하는 패거리 정치, 중도와 상식을 가볍게 여기는 오만이다. 국민은 정치의 승패보다 나라의 미래를 보고 있다. 이제 여의도가 그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정치가 다시 국민의 걱정을 덜어주는 자리로 돌아갈 것인지, 아니면 국민이 정치를 걱정하는 시대를 계속 이어갈 것인지 선택해야 할 때다.
2026-08-27 14:0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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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연속 정규 시즌 1위 젠지…LCK 포스트시즌 생존 경쟁 시작
[경제일보] 2026 LCK 정규 시즌이 막을 내리면서 순위 경쟁이 포스트시즌 생존 경쟁으로 전환됐다. 젠지가 3년 연속 정규 시즌 1위를 차지한 가운데 한화생명e스포츠가 승패 동률까지 따라붙으며 양강 구도를 형성했고, T1과 디플러스 기아도 플레이오프에 직행했다. 반면 KT 롤스터는 막판 6연패로 플레이-인까지 밀려나면서 상위권과 하위권의 희비가 엇갈렸다. 24일 라이엇 게임즈는 2026 LCK 정규 시즌이 지난 23일 일정을 끝으로 종료됐다고 밝혔다. 젠지는 19승 7패, 세트 득실 +22를 기록하며 최종 1위에 올랐다. 한화생명e스포츠 역시 19승 7패, 세트 득실 +22로 시즌을 마쳤지만 정규 시즌 상대 전적에서 젠지에 1승 3패로 뒤지면서 2위가 됐다. 이번 정규 시즌 종료로 젠지의 정규 시즌 1위 기록은 3년 연속으로 이어졌다. 지난 2024년에는 스프링과 서머 모두 17승 1패로 정규 시즌 정상에 올랐고, 단일 시즌으로 진행된 지난해에는 29승 1패라는 압도적인 성적으로 1위를 차지했다. 올해는 지난해보다 승수와 승률에서 다소 내려왔지만 한화생명과 마지막까지 경쟁한 끝에 다시 정상에 올랐다. 올해 정규 시즌은 젠지의 독주 속에서도 한화생명이 끝까지 추격했다는 것이 특징이다. 한화생명은 마지막 주차에서 디플러스 기아와 T1을 연달아 2대0으로 꺾으며 네 세트를 모두 가져갔다. 정규 시즌 마지막 경기에서 T1을 잡으면서 19승째를 확보했지만 젠지와 승패와 세트 득실까지 같아지면서 상대 전적에 따라 2위가 결정됐다. 상대 전적에 순위가 갈려 2위를 기록한 한화생명은 포스트시즌을 앞두고 경기력을 끌어올린 것으로 평가된다. 특히 정규 시즌 막판 젠지와의 선두 경쟁에 이어 T1과 디플러스 기아까지 연달아 제압하면서 상위권 경쟁팀을 상대로 경쟁력을 확인했다. 한화생명은 플레이오프 2라운드로 직행한다. T1과 디플러스 기아는 각각 17승 9패로 정규 시즌을 마쳤다. 세트 득실에서 앞선 T1이 3위, 디플러스 기아가 4위에 자리하면서 두 팀 모두 플레이오프 1라운드에 진출했다. 정규 시즌 2위 경쟁에 참여했던 T1은 마지막 경기에서 한화생명에 0대2로 패하면서 순위가 내려갔다. 반면 KT 롤스터는 정규 시즌 막판 분위기가 급격히 악화됐다. KT는 마지막 주차를 포함해 6연패를 기록하면서 레전드 그룹 5위로 내려갔고, 플레이오프 직행 대신 플레이-인부터 포스트시즌을 시작하게 됐다. 라이즈 그룹에서는 한진 브리온과 농심 레드포스, BNK 피어엑스가 플레이-인 진출권을 확보했다. 세 팀은 모두 10승 16패로 정규 시즌을 마쳤다. 한진 브리온이 세트 득실에서 앞서 라이즈 그룹 1위를 차지했고, 농심 레드포스와 BNK 피어엑스는 세트 득실이 같아 상대 전적에 따라 각각 2위와 3위가 됐다. 정규 시즌은 전날 끝났지만 포스트시즌 경쟁은 오히려 더 치열해질 전망이다. 오는 26일부터 시작되는 플레이-인에는 KT 롤스터와 라이즈 그룹의 한진 브리온, 농심 레드포스, BNK 피어엑스가 참가하며 이 가운데 두 팀이 플레이오프에 합류한다. 플레이오프에서는 정규 시즌 상위권 팀들의 맞대결이 본격화된다. 젠지와 한화생명은 플레이오프 2라운드에 직행했고 T1과 디플러스 기아는 1라운드부터 경기를 치른다. 정규 시즌에서 젠지와 한화생명이 19승을 기록하며 양강 구도를 만들었지만, 포스트시즌은 다전제 경기인 만큼 정규 시즌 성적만으로 결과를 예측하기 어렵다는 평가다. 정규 시즌에서는 젠지가 다시 한 번 가장 높은 곳에 섰지만 포스트시즌부터는 모든 팀이 새로운 출발선에 선다. 정규 시즌 순위와 승패가 아닌 다전제 대응력과 경기력이 우승 경쟁의 핵심 변수로 떠오르는 가운데 2026 LCK의 최종 승자를 가리는 경쟁이 본격적으로 시작될 예정이다. 라이엇 관계자는 "정규 시즌을 마친 LCK는 곧바로 포스트시즌에 돌입한다"며 "레전드 그룹 5위 KT 롤스터와 라이즈 그룹 상위 세 팀이 참가하는 플레이-인은 네 팀 가운데 두 팀이 살아남아 플레이오프에 합류한다"고 말했다.
2026-08-24 15: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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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강 살리고 사람 잃는 전환은 안 된다
[경제일보] 철강의 위기가 공장 담장을 넘어 일자리로 번지고 있다. 충남 당진이 지난 21일부터 ‘고용위기 선제대응지역’이 됐다. 현대제철을 비롯한 철강기업들이 밀집한 이 도시에서 철강업과 금속제품 제조업을 중심으로 고용 감소가 나타나자 정부가 고용 충격이 더 커지기 전에 안전망을 가동한 것이다. 23일 충남도는 정부 지원과 자체 일자리 정책을 연계해 고용 유지부터 직업훈련, 전직·재취업, 생계 지원까지 대응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지정은 단순한 지역 고용대책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대한민국 철강산업의 구조적 위기가 기업 손익계산서를 넘어 지역사회에 청구서를 보내기 시작했다는 신호이기 때문이다. 당진은 포항·광양과 함께 한국을 대표하는 철강도시다. 공장 하나가 철강만 만드는 것이 아니다. 협력업체와 운송업체, 정비업체가 붙고 식당과 상점이 생긴다. 공장이 벌어들인 돈으로 지방세가 걷히고, 그 돈이 다시 지역의 학교와 도로, 복지에 쓰인다. 주력기업의 생산이 줄면 협력업체 매출이 먼저 꺾이고 채용이 줄며, 그 여파는 골목상권과 지방재정까지 이어진다. 당진은 이미 그 징후를 겪고 있다. 지역 주요 철강기업 5개사의 영업이익은 2023년 2623억원 흑자에서 지난해 444억원 적자로 돌아섰다. 당진의 국세 납부액 역시 2022년 5063억원에서 2024년 1228억원으로 급감했고 법인 지방소득세는 같은 기간 317억원에서 28억원으로 쪼그라들었다. 철강기업의 실적 악화가 지역경제의 체력을 얼마나 빠르게 떨어뜨릴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숫자다. 원인은 하나가 아니다. 산업연구원은 국내 철강시장이 건설수요 감소와 글로벌 공급과잉, 수출 부진이 겹치며 20년 만의 최저 수준의 수요를 경험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일부 설비의 폐쇄와 가동 중단, 인력 조정 압력에 더해 산업용 전기요금 상승과 탄소중립 비용도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철강산업의 체질을 바꿔야 한다는 결론을 피할 수 없는 이유다. 값싼 범용재를 대량 생산해 중국산 철강과 가격으로 경쟁하는 방식에는 한계가 분명하다. 자동차·조선·방산·에너지용 고부가 강재로 올라가고, 수소환원제철과 전기로 확대 등 탄소배출을 줄이는 생산체제로 전환해야 한다. 제조공정에는 인공지능과 자동화를 더 깊이 넣어야 한다. 유럽의 탄소규제와 각국의 보호무역 장벽을 생각하면 선택이라기보다 생존에 가까운 문제다. 정부가 경쟁력이 떨어진 모든 설비와 일자리를 세금으로 영원히 붙들어둘 수도 없다. 시장에서 수요를 잃은 생산시설까지 고용을 이유로 계속 유지하면 기업 경쟁력을 떨어뜨리고 결국 더 큰 구조조정을 부를 수 있다. 문제는 산업 전환이 필요하다는 사실이 아니라 그 비용을 누가 부담하느냐다. 기업은 오래된 설비를 닫으면 재무구조가 좋아질 수 있다. 국가는 산업 전체의 생산성을 높일 수 있다. 친환경 설비를 도입하면 탄소배출도 줄어든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일자리를 잃은 노동자와 공장 주변의 협력업체, 지역 상인에게는 ‘산업 고도화’라는 말이 당장의 생계 문제로 돌아온다. 국가와 기업이 전환의 편익을 얻으면서 비용은 노동자와 지역에만 남기는 구조라면 공정하지도, 지속 가능하지도 않다. 이번 당진 고용위기 선제대응지역 지정이 의미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지원 대상 노동자의 국민내일배움카드 한도는 300만원에서 500만원으로 늘어나고 생활안정자금 융자 한도도 2000만원에서 2500만원으로 확대된다. 기업의 고용유지지원금 지원 비율은 66.7%에서 80%로 높아진다. 충남도는 내년 최대 60억원 규모의 ‘당진 철강산업 버팀이음프로젝트’ 국비 확보도 추진한다. 필요한 조치다. 다만 생계자금과 훈련비를 늘리는 것만으로 산업 전환이 완성되는 것은 아니다. 핵심은 숙련을 버리지 않는 전환이다. 철강공장에서 20년을 일한 노동자에게 새로운 직업을 찾으라며 몇 달짜리 일반 직업훈련을 제공하는 것으로 책임을 다했다고 할 수 없다. 제철소의 설비와 공정, 품질관리, 안전관리 경험은 산업의 자산이다. 이를 수소환원제철과 전기로, 친환경 설비, 산업용 로봇과 스마트팩토리 운영 역량으로 전환시키는 교육이 필요하다. 재교육의 출발점도 실업 이후가 아니라 재직 중이어야 한다. 구조조정 대상자가 확정된 뒤 교육기관을 찾는 것은 너무 늦다. 기업의 설비 전환 계획과 함께 향후 줄어드는 직무와 새로 필요한 직무를 예측하고, 노동자가 기존 일자리에서 일하는 동안 새로운 기술을 익히도록 해야 한다. 기업에도 책임을 요구해야 한다. 국가가 탄소중립 설비에 세액공제와 정책금융을 제공한다면 해당 기업은 고용 전환 계획을 함께 내놓아야 한다. 어떤 일자리가 줄어들고 어떤 직무가 새로 생기는지, 기존 노동자를 얼마나 재배치하고 협력업체 고용에는 어떤 영향이 있는지를 사전에 제시해야 한다. 친환경 설비 투자계획은 수십 년 뒤까지 세우면서 사람에 대한 계획은 구조조정 직전에 만드는 식이어서는 곤란하다. 지역 정책은 더 크게 봐야 한다. 당진의 철강 노동자를 모두 다른 철강회사로 옮기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결국 철강산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정책과 함께 지역의 산업구조 자체를 넓혀야 한다. 당진을 저탄소 철강의 거점으로 만들면서 수소·에너지, 철강 자원순환, 친환경 소재, 산업자동화와 같은 연관 산업을 끌어들일 필요가 있다. 산업연구원도 철강 집적지역의 대응 방안으로 수소환원제철과 탈탄소 설비·부품 산업, 제조 AX, 자원순환 분야로의 다각화를 제시했다. 그래야 전환 과정에서 사라지는 일자리와 새로 생기는 일자리가 같은 지역 안에서 연결될 수 있다. 과거 제조업 구조조정의 실패에서 배울 것도 있다. 주력기업이 떠난 뒤에야 도시재생과 창업지원 사업을 시작하면 이미 숙련인력과 젊은 가족은 지역을 떠난 뒤다. 사람과 기업이 빠져나간 도시를 다시 일으키는 데 들어가는 비용은 일자리를 지키고 새로운 산업으로 연결하는 비용보다 훨씬 크다. 정부가 고용 충격이 통계에 완전히 나타나기 전에 당진을 선제대응지역으로 지정한 것은 그래서 평가할 대목이다. 이 제도 자체도 기존 고용위기지역이 실업과 고용 감소가 상당 부분 진행된 뒤에야 작동한다는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지난해 도입됐다. 이제 ‘선제’라는 말을 정책의 시간표 전체에 적용해야 한다. 실직하기 전에 훈련하고, 협력업체가 폐업하기 전에 사업 전환을 돕고, 지역의 청년이 떠나기 전에 새로운 기업을 불러들여야 한다. 정부도 최근 산업위기 선제대응지역의 상황이 급격히 나빠지면 산업위기대응특별지역으로 신속하게 넘어갈 수 있도록 패스트트랙을 도입하는 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위기가 현실이 된 뒤 지원하던 방식에서 위험이 보일 때 움직이는 방식으로 바꾸겠다는 취지다. ‘중용’에는 ‘범사예즉립 불예즉폐(凡事豫則立 不豫則廢)’라는 말이 있다. ‘모든 일은 미리 준비하면 서고, 준비하지 않으면 무너진다’는 의미다. 산업 전환도 그렇다. 철강의 구조조정을 막을 수 있다는 환상을 가져서는 안 된다. 기술도 바뀌고 시장도 바뀐다. 탄소를 많이 배출하는 생산방식은 결국 새로운 방식으로 대체될 것이다. 중요한 것은 변화를 거부하는 것이 아니라 변화가 누구의 희생 위에서 이뤄질 것인지를 미리 결정하는 일이다. 기업에는 친환경 설비와 고부가 제품 전환을 지원하고, 노동자에게는 숙련을 이어갈 직업과 교육을 제공하며, 지역에는 다음 산업을 심어야 한다. 세 정책이 따로 움직여서는 안 된다. 산업정책의 성공을 공장의 생산성만으로 평가하던 시대도 지나야 한다. 수소환원제철 공장을 지었는데 숙련 노동자가 일자리를 잃고, 기업은 살아났는데 지역 상권과 인구가 무너졌다면 그것을 온전한 산업 전환이라고 부르기는 어렵다. 철강은 한국 산업화를 떠받친 산업이다. 당진과 포항, 광양의 노동자와 지역사회 역시 그 성장의 비용과 과실을 함께 감당했다. 새로운 철강으로 넘어가는 비용 역시 함께 나눠야 한다. 산업을 살리기 위해 사람을 버리는 전환은 오래갈 수 없다. 공장을 바꾸는 것과 사람의 삶을 이어주는 것, 그 둘을 함께 해내야 진짜 산업 전환이다.
2026-08-24 14: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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