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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헌은 사람 아닌 제도를 보고 해야 한다
[경제일보] 헌법에는 권력을 주는 조항만 있는 것이 아니다. 권력을 가진 사람이 그 권력을 자신을 위해 고치지 못하도록 막는 조항도 있다. 대한민국 헌법 제128조 2항이 그렇다. “대통령의 임기연장 또는 중임변경을 위한 헌법개정은 그 헌법개정 제안 당시의 대통령에 대하여는 효력이 없다.” 짧은 한 문장이다. 그러나 이 조항에는 권력과 헌법의 관계에 대한 무거운 원칙이 들어 있다. 헌법을 고칠 수는 있어도 자신을 위해 고쳐서는 안 된다는 원칙이다. 프랑스를 국빈 방문 중인 이재명 대통령이 9일 파리 동포간담회에서 자신의 임기를 직접 언급했다. 취임 초 정상외교 일정을 많이 잡은 이유를 설명하면서 “저의 임기는 헌법상 명확하게 제한돼 있기 때문에” 정상외교를 빨리 시작해야 효과를 오래 누릴 수 있다는 취지로 말했다. 정상외교에 관한 설명이었지만 정치권에서 대통령 4년 중임·연임제 개헌과 현직 대통령의 향후 거취를 둘러싼 논란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나온 발언이라 주목받았다. 대통령의 말은 원칙적으로 옳다. 현행 헌법은 대통령 임기를 5년으로 하고 중임할 수 없도록 규정한다. 더 중요한 것은 앞서 말한 제128조다. 대통령 임기 연장이나 중임 변경을 위한 개헌은 개헌 제안 당시 대통령에게 효력이 없도록 못 박았다. 대통령제 국가에서 개헌이 현직 권력자의 집권 연장 수단으로 변질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한 안전장치다. 그런데 최근 개헌 논의는 이 단순한 원칙에서 자꾸 벗어난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대통령 임기를 4년 중임 또는 연임제로 바꾸는 권력구조 개편을 언급하면서 개헌을 위해 필요하다면 자신의 임기를 단축할 수 있다는 기존 입장도 재확인했다. 야권에서는 중임제와 임기 단축이 결합할 경우 현직 대통령의 향후 재출마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주장을 내놓았다. 반대편에서는 연임제 개헌의 경우 현직 대통령에게 적용되지 않는다는 반론이 나온다. 개헌의 필요성보다 ‘이재명 대통령이 다시 출마할 수 있느냐’가 정치적 관심사가 돼버린 셈이다. 이는 바람직하지 않다. 개헌은 대통령 한 사람의 임기를 정하는 작업이 아니다. 앞으로 수십 년 동안 대통령과 국회, 정부와 사법부가 어떤 관계를 맺고 국가 권력을 어떻게 나눌 것인지를 결정하는 국가의 기본설계다. 지금 개헌한다면 그 기준은 이재명 대통령에게 유리한가 불리한가가 아니라 2030년, 2040년의 대한민국에 어떤 권력구조가 필요한가여야 한다. 1987년 헌법이 만들어진 지 거의 40년이 흘렀다. 그동안 대한민국은 크게 변했다. 경제 규모도, 인구 구조도, 지방의 현실도 달라졌다. 대통령과 국회의 관계 역시 1987년과 같지 않다. 5년 단임 대통령제의 장단점도 충분히 경험했다. 대통령이 취임하자마자 다음 선거를 의식해야 하고 임기 후반에는 급격한 레임덕이 나타나는 문제, 국회의원 임기와 대통령 임기가 엇갈리면서 선거가 사실상 상시화되는 문제도 있다. 반대로 4년 중임제는 국민에게 대통령을 한 번 더 평가할 기회를 준다는 장점이 있지만 권력 집중이 장기화할 위험도 있다. 그러니 논의할 것은 많다. 대통령 임기만 고칠 일도 아니다. 대통령의 권한을 어디까지 조정할 것인지, 국회의 견제 기능은 어떻게 강화할 것인지, 국무총리의 역할은 어떻게 할 것인지, 감사원과 검찰·경찰 등 권력기관의 독립성을 어떻게 보장할 것인지까지 함께 살펴야 한다. 지방분권과 기본권, 국민투표와 개헌 절차도 논의 대상이다. 대통령 임기를 5년에서 4년으로 바꾸는 것만으로 대한민국의 권력구조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는다. 무엇보다 개헌에서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은 사람을 먼저 놓고 제도를 설계하는 일이다. 동양 고전 <한비자>에는 “법불아귀(法不阿貴)”라는 말이 나온다. 법은 귀한 사람에게 아첨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권력을 가진 사람이라고 법의 적용이 달라져서는 안 된다는 원칙이다. 2000여 년 전의 말이지만 헌법 논쟁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좋은 헌법은 좋은 지도자를 전제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누가 대통령이 되더라도 권력이 일정한 범위 안에서 작동하도록 만드는 것이 좋은 헌법이다. 그래서 헌법 제128조 2항의 정신은 중요하다. 헌법을 고치는 사람이 그 결과의 직접적인 수혜자가 되지 못하도록 한 것이다. 개헌의 정당성을 지키는 일종의 ‘이해충돌 방지장치’다. 헌법을 바꾸는 정치세력과 그 헌법의 혜택을 받는 정치세력을 분리해야 개헌에 대한 국민적 신뢰가 생긴다. 여야 모두 이 원칙 앞에서는 한발 물러서야 한다. 여권은 개헌 논의를 현직 대통령의 정치 일정과 연결할 여지를 스스로 차단해야 한다. 야권 역시 모든 개헌 논의를 ‘집권 연장 시도’라고 규정하며 정치적 의심부터 앞세우는 태도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 실제 현행 헌법에는 현직 대통령의 임기 연장과 중임 변경을 제한하는 조항이 존재한다. 개헌 논쟁은 그 사실에서 출발해야 한다. 이 대통령도 이번 발언을 한 걸음 더 분명하게 만들 필요가 있다. “임기는 헌법상 제한돼 있다”는 언급에서 그칠 게 아니라 개헌으로 만들어지는 새로운 권력구조가 자신의 정치적 거취와 연결되지 않는다는 원칙을 명확히 하는 것이다. 그래야 불필요한 논란을 줄이고 개헌 논의를 제도의 문제로 되돌릴 수 있다. 개헌에는 더 중요한 관문도 있다. 헌법 제130조에 따르면 개헌안은 국회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을 얻어야 하고, 이후 국민투표에서 국회의원 선거권자 과반수가 투표해 투표자 과반수가 찬성해야 확정된다. 어느 한 정당이나 대통령 혼자 밀어붙일 수 없는 구조다. 헌법 자체가 개헌을 ‘합의의 정치’로 설계해 놓은 것이다. 그렇다면 지금 정치권이 해야 할 일은 명확하다. ‘누가 다음 대통령 선거에 나갈 수 있느냐’를 따질 것이 아니라 ‘어떤 대통령제를 다음 세대에 물려줄 것인가’를 논의해야 한다. 4년 연임제와 중임제의 장단점을 공개적으로 비교하고 대통령·국회·사법부 사이의 권력 배분 방안을 국민 앞에 내놓아야 한다. 필요하다면 여야와 헌법학자, 시민사회가 참여하는 독립적인 개헌 논의기구를 만들어 쟁점을 정리할 수도 있다. 개헌은 정치공학이 되는 순간 실패한다. 현직 대통령에게 유리하도록 설계해도 안 되고, 현직 대통령에게 불리하게 만들기 위해 설계해서도 안 된다. 헌법은 특정 정치인을 위한 계약서가 아니라 아직 태어나지 않은 세대까지 적용받을 국가의 약속이기 때문이다. 이 대통령이 파리에서 말한 대로 대통령의 임기는 헌법에 의해 제한된다. 그렇다면 이제 정치권도 그 헌법의 정신을 받아들일 차례다. 사람은 임기가 끝나면 떠난다. 헌법은 남는다. 개헌의 출발점은 바로 그 단순한 사실이어야 한다.
2026-09-10 13:4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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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원일 때는 공소취소, 장관 후보 되니 '권한 없다'
[경제일보] 법무부 장관은 대통령이 임명한다. 그러나 임명권자에게만 책임지는 자리는 아니다. 검찰과 교정, 출입국, 인권과 형사사법 행정을 총괄하고 법치주의에 대한 국민의 신뢰까지 떠맡는 자리다. 그래서 법무부 장관에게 가장 필요한 덕목 가운데 하나는 대통령과의 적절한 거리다. 김승원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3일 이재명 대통령 관련 사건의 공소취소 논란에 선을 그었다. 김 후보자는 “법무부 장관으로서 공소취소를 할 직접적인 권한도 없고 검찰총장을 통해 지휘할 생각도 지금 없다”고 밝혔다. 개별 사건의 공소유지는 공판검사의 권한이며 이를 존중하겠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문제는 과거 발언과의 간극이다. 김 후보자는 의원 시절 이 대통령 사건의 공소취소 필요성을 공개적으로 주장해왔다. 관련 의원 모임의 공동대표를 맡았고, 이 대통령 사건은 국가가 바로잡아야 한다는 취지의 주장도 폈다. 장관 후보자로 지명된 뒤에는 “법과 원칙에 따라 하겠다”며 한발 물러섰다. 정치인의 입장이 공직에 따라 달라지는 것 자체를 문제 삼을 일은 아니다. 국회의원과 법무부 장관은 역할과 책임이 다르다. 의원은 정치적 주장을 펼치는 자리지만 장관은 법과 절차를 집행하는 자리다. 오히려 장관 후보자로서 과거 정치적 주장과 거리를 두는 것은 자연스러운 변화로 볼 수 있다. 그렇다고 말 한마디로 우려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핵심은 권한의 유무보다 신뢰의 문제다. 법무부 장관에게 직접 공소를 취소할 권한이 없다는 설명은 맞다. 현행 체계에서 개별 사건의 공소유지와 취소는 검사가 판단한다. 다만 법무부 장관은 검찰총장을 지휘·감독하며, 구체적 사건에 대해서는 검찰총장만을 지휘한다. 이 때문에 장관의 과거 정치적 입장과 현재의 태도는 형사사법 시스템의 신뢰와 직결된다. 더욱이 대상이 현직 대통령의 형사사건이라면 기준은 한층 엄격해진다. 법무부 장관이 과거 대통령 사건의 공소취소를 주장했다면 국민은 자연스럽게 묻게 된다. 장관이 된 뒤에도 같은 판단을 유지하는가. 검찰이 다른 결정을 내릴 경우 이를 그대로 존중할 것인가. 대통령과 여권의 정치적 이해보다 형사사법 절차를 앞세울 수 있는가. 김 후보자가 답해야 할 대목도 여기에 있다. 공소취소가 법적으로 가능하냐는 논쟁만으로는 부족하다. 장관으로 취임한 뒤 대통령 사건과 관련해 어떤 원칙을 적용할지, 이해충돌 우려가 생길 경우 어떤 방식으로 스스로를 절제할지 분명히 밝혀야 한다. 법치주의는 법 조문만으로 유지되지 않는다. 과정이 공정하다는 믿음이 함께 작동해야 한다. 검찰이 대통령 사건의 공소를 유지하든 취소하든 국민이 그 결정을 정치적 압력의 결과로 받아들이면 형사사법의 신뢰는 흔들린다. 장관이 실제로 지휘권을 행사하지 않았더라도 과거의 정치적 발언이 결정 과정 전체에 의심을 덧씌울 수 있다. 그래서 권력기관의 장에게는 법에 적힌 권한보다 더 넓은 자기 절제가 요구된다. 로마 공화정 시기 법과 권력의 관계를 설명할 때 자주 인용되는 원칙 가운데 하나가 ‘법은 사람보다 오래가야 한다’는 사고다. 통치자의 이해에 따라 법이 흔들리는 순간 공화정의 토대도 함께 흔들린다고 봤다. 오늘날 법무부 장관에게 요구되는 원칙 역시 크게 다르지 않다. 대통령과 정치권의 사정이 바뀌어도 형사사법의 기준은 같은 자리에 있어야 한다. 장관은 대통령의 참모이면서 동시에 법치의 관리자다. 두 역할이 충돌할 때 어느 쪽을 앞세우느냐가 중요하다. 대통령의 정치적 부담을 덜어주는 일이 법무행정의 목표로 읽히는 순간 장관의 독립성은 약해진다. 반대로 대통령과 가까운 인물이라도 법과 절차 앞에서는 거리를 둘 수 있다면 신뢰는 유지된다. 우리 정치에서 법무부 장관과 검찰을 둘러싼 논란이 반복된 이유도 이 경계가 자주 흐려졌기 때문이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검찰 인사와 수사 방향을 둘러싼 공방이 이어졌고, 여권은 검찰개혁을, 야권은 권력수사를 강조했다. 그 과정에서 검찰과 법무부는 정치의 중심으로 끌려 들어갔다. 정치적 사건이 생길 때마다 장관의 말과 검찰의 판단이 정쟁의 소재로 소비되는 구조가 굳어진 셈이다. 이제는 이 악순환을 줄여야 한다.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과거 정치적 발언을 문제 삼는 데서 멈출 일도 아니다. 더 중요한 것은 취임 이후 대통령 사건을 비롯한 정치적 사건에서 어떤 원칙을 적용하느냐다. 구체적 사건에 대한 불필요한 발언을 자제하고 검찰의 법적 판단을 존중하며, 지휘권 행사 기준을 투명하게 관리하는 태도가 관건이다. 국회 인사청문회도 같은 기준에서 접근하는 편이 낫다. “공소취소를 할 것이냐, 말 것이냐”는 단답형 공방보다 대통령 사건에서 장관의 이해충돌을 어떻게 관리할지, 수사지휘권 행사의 기준은 무엇인지,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을 어떻게 보장할지를 묻는 편이 생산적이다. 김 후보자가 “지휘할 생각이 없다”고 밝힌 것은 방향 자체로는 타당하다. 하지만 국민이 궁금한 것은 현재의 말보다 취임 이후의 행동이다. 의원 시절의 정치적 주장을 장관이 된 뒤에도 법과 원칙보다 앞세운다면 우려는 현실이 된다. 반대로 정치적 이해와 거리를 두고 형사사법 절차를 존중한다면 과거 발언과의 간극도 설명력을 얻는다. 법무부 장관은 대통령이 임명하지만 대통령의 법률대리인이 아니다. 정권의 이해를 지키는 자리도 아니다. 누구에게나 같은 기준으로 형사사법 시스템이 작동하도록 관리하는 것이 본래의 책무다. 이번 인사청문회에서 봐야 할 것도 결국 그 점이다. 과거의 발언 자체보다 앞으로 어떤 기준을 지킬 것인지가 더 중요하다. 대통령과의 정치적 거리를 스스로 확보하고, 법과 절차를 흔들지 않는 태도로 국민에게 답해야 한다. 법무부 장관에게 요구되는 신뢰는 강한 권한 행사에서 나오지 않는다. 대통령과 가까울수록 법 앞에서는 더 멀리 서는 절제에서 나온다.
2026-09-04 16:1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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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반자"…李 대통령, 與 전대 후 갈등 치유 메시지
이재명 대통령은 18일 "국민의 삶을 외면하고 서로를 적대시하는 백해무익한 정쟁보다 '대체 불가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해 다 함께 손을 맞잡을 때"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국민 삶의 개선, 불공정과 비정상의 중단 없는 개혁, 글로벌 초격차 강국의 실현을 위해 국민의 권리를 대신 행사하는 정치권 모두가 긴밀하게 협력하자"며 이같이 밝혔다. 이 대통령은 "철통같은 국가 안보도, 빈틈없는 재난 대비도, 지속적인 경제 성장도 국민의 마음을 하나로 모으지 않으면 쉽지 않다"며 "이를 위해서는 주권자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작은 차이보다 큰 공통점을 찾아 국민의 뜻을 받들려는 노력을 꾸준히 기울여야 한다"고 했다. 이어 "사람들의 의견은 다를 수 있고 갈등도 있을 수 있지만, 크게 보면 우리는 모두 국민의 더 나은 삶과 국가의 나은 미래를 위해 힘을 모아야 할 운명 공동체"라며 "당이 달라도, 진영이 달라도, 그리고 서로 치열하게 경쟁을 벌인 상대라 하더라도 국민과 나라를 위한 공동의 책임을 짊어진 동반자로서 책임은 다르지 않다"고 강조했다. 또 "사람들 사이에는 동질성과 이질성이 병존한다"며 "다른 점들을 찾기 시작하면 끊임없이 벌어지고, 같은 점을 찾기 시작하면 끊임없이 가까워진다"고 덧붙였다.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가 전날 종료된 것을 계기로 그간 고조됐던 당내 갈등의 치유를 당부하는 한편, 야권을 향해서도 민생과 관련한 협조를 요구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 대통령은 주말 남부지방에 쏟아진 폭우와 관련해서는 "거제를 포함해 피해가 큰 지역의 피해 복구 대책을 잘 챙겨달라"고 지시했다. 그러면서 "기록적인 폭염, 가뭄, 폭우가 동시에 나타나는 기상 재난이 일상이 되고 있다"며 "이제는 기후 문제도 국가 안보 측면에서 접근해야 할 때"라고 언급했다. 이어 "과거의 기후에 맞춰졌던 시스템의 현대화가 시급하다"며 "댐, 저수지, 하천 제방, 하수관로 등 인프라를 극한적인 기후 재난까지 대비할 수 있는 수준으로 충분히 보강하고, 인공지능 기술 활용과 기상 위성 추가 확보를 통해 기후 예측 모델을 정교화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아울러 "재난 발생을 예측하고 선제 대비하는 국가 체계를 갖추는 데에도 주력해야 한다"며 관련 예산·인력 확충과 제도 개선에 나설 것을 주문했다.
2026-08-18 13:5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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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 대통령 "형소법, 사법 정상화 단초"…거부권 행사 안 할 듯
이재명 대통령은 4일 검사의 직접 수사 권한을 폐지하는 형사소송법 개정안이 국무회의에 상정된 것과 관련해 "많은 논란이 있으나 이 법률안이 위헌이라거나 행정부의 고유한 권한을 침해하는 등 해당 법으로 인한 부작용이 국회 입법권을 부정할 만큼의 심각한 상황이라고 보기는 힘들다"고 말했다. 야권 일각에서는 이 대통령이 해당 법안에 대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으나 사실상 거부권을 쓰지 않는 것으로 방향을 정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거부권 행사라는 것은 의견이 다르다고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삼권분립의 원칙에 위협이 되거나 헌정 질서에 위반이 될 때 하는 것"이라며 지금 법안은 그 단계에 이르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특히 이 대통령은 이번 법안에 대해 "사법 체계 정상화의 실마리"라며 오히려 시행이 바람직하다는 점을 부각했다. 이 대통령은 "수십 년 동안 검찰은 수사부터 기소, 영장 청구 등 형사·사법 체계 전반에 걸쳐 매우 과대한 권한을 행사해 왔다"며 "비정상적 시스템 아래 검찰은 무소불위로 권한을 악용하며, 있는 사건을 덮거나 누군가를 정해놓고 처벌하기 위한 별건 수사, 먼지떨이 표적 수사를 관행처럼 되풀이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 과정에서 무고한 국민이 감내하기 어려운 피해를 보았고, 심지어 스스로 삶을 저버리는 일도 자주 발생했다. 또 묵묵히 자신의 직무를 충실히 수행한 대다수 검사까지 정치 검찰이라는 오명을 뒤집어써야 했다"고 돌아봤다. 이어 "수사와 기소 분리는 이런 비정상적 시스템을 정상화하는 첫 출발이자, 모든 권력 기관은 예외 없이 국민의 통제 아래 두겠다는 사필귀정의 필연적 조치"라고 평가했다. 다만 이 대통령은 "또 한편으로 보면 경찰의 수사권 독점과 비대화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한 제도 정비 등의 후속 조치가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이 대통령은 "특히 새로운 수사 시스템의 정착 과정에서 국민이 억울한 피해를 보지 않도록 수사 공정성, 수사 역량 제고에 작은 빈틈도 없어야겠다"고 당부했다. 검찰을 향해서도 "국민과 법치를 수호하는 검찰의 책무는 조금도 가벼워지지 않는다"며 "검찰은 대표적인 공익의 대표자인 만큼, 인권 수호자의 책임을 보다 충실히 수행해 국민 모두의 검찰로 거듭나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경찰에도 "민중의 지팡이인 경찰 역시 뼈를 깎는 자세로 내부 비리 근절과 피해자의 실질적 보호, 민주적 통제 강화에 매진함으로써 믿음직한 국민의 경찰로 거듭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개혁은 가죽을 벗긴다는 의미다. 한 번의 제도 변경으로 쉽게 종결되는 개혁은 없다"며 "국민의 눈높이에서 원래 취지대로 변경된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는지 세심하게 점검하고, 부족하거나 잘못된 부분이 있다면 신속하고 과감하게, 그리고 철저히 보완하겠다"고 약속했다.
2026-08-04 11:0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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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완수사권부터 없앤 국회…경찰 인력·통제 장치는 미완
[경제일보] 검사가 경찰 수사의 빈틈을 직접 보완할 수 없도록 한 형사소송법 개정안이 31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앞으로 경찰이 송치한 사건의 증거나 법리가 부족하면 검사는 직접 조사하지 못하고 경찰에 보완수사를 요구해야 한다. 지난해 경찰 수사관 한 명에게 접수된 사건은 평균 133.8건, 검찰의 보완수사 요구는 11만623건이었다. 수사 인력과 기관 간 업무 절차가 정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보완수사권부터 폐지돼 사건 처리가 더 늦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법조계와 경찰 안팎에서 나온다. 현재 검사는 경찰이 송치한 기록을 검토한 뒤 필요한 증거를 직접 확보하거나 경찰에 추가 수사를 요구할 수 있다. 계좌 추적이 덜 됐거나 참고인 조사가 빠진 사건은 검사가 보완해 기소 여부를 결정한다. 개정법이 시행되면 검사는 의견을 내고 사건 관계인에게 자료를 받을 수 있을 뿐 수사는 할 수 없다. 부족한 부분을 발견할 때마다 경찰에 다시 수사를 요구해야 한다. 경찰 사건 처리 이미 56일 넘어 보완수사 요구는 이미 빠르게 늘고 있다. 2021년 8만6916건이던 보완수사 요구 사건은 지난해 11만623건으로 27.2% 증가했다. 올해 상반기에는 6만5913건이 경찰로 돌아갔다. 지금 추세라면 연간 보완수사 요구 건수는 지난해보다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경찰 수사관이 맡는 사건도 2020년 평균 108.4건에서 지난해 133.8건으로 23.4% 증가했다. 경찰이 자체적으로 해결하지 못해 미제로 분류한 사건은 지난해 22만241건, 올해 상반기 10만2567건이었다. 검찰이 처리하던 보완수사까지 경찰 업무에 더해지면 수사관 한 명이 같은 사건을 여러 차례 다시 들여다보는 일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사건 처리 기간은 벌써 길어지고 있다. 경찰이 사건을 접수해 송치 또는 불송치 결정을 내리기까지 걸린 기간은 지난해 평균 54.5일에서 올해 상반기 56.4일로 늘었다. 불송치 사건은 평균 61.1일이 걸렸다. 여기에 검찰의 기록 검토와 보완수사 요구, 경찰의 추가 조사, 검찰의 재검토가 이어지면 고소부터 기소까지 필요한 시간은 훨씬 길어진다. 피해자에게 수사 지연은 달력에 며칠이 더해지는 문제가 아니다. 범행을 입증할 자료가 사라지고 참고인의 기억이 흐려질 수 있다. 민사소송이나 피해 회복 절차도 형사사건 처분을 기다리느라 늦어진다. 피의자 역시 수사가 끝날 때까지 취업과 영업, 금융 거래에서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 검찰의 보완수사를 거쳐 혐의가 달라진 사건도 적지 않다. 강화도 유기 사건에서는 검찰의 추가 수사를 거쳐 유기 혐의가 유기치상으로 변경됐다. 부산 돌려차기 사건도 검찰 보완수사 과정에서 성폭행 목적이 확인됐다. 처음 수사한 기관과 다른 법률가가 증거를 다시 살피는 과정에서 놓친 범죄가 드러난 사례들이다. 검사가 확인해도 증거로 못 쓴다 개정법은 보완수사를 없애는 대신 검사에게 ‘사실관계 확인’ 권한을 줬다. 검사가 피의자와 피해자 등 사건 관계인의 의견을 듣고 자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한 제도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얻은 진술과 자료는 재판에서 증거로 사용할 수 없다. 검사가 피해자를 만나 중요한 진술을 확인해도 증거로 제출하려면 경찰이 같은 사람을 다시 조사해야 한다. 피해자는 검사실에서 한 말을 경찰서에 가서 되풀이해야 한다. 경찰이 다시 작성한 조서가 검찰로 넘어온 뒤에야 기소 판단이 가능하다. 보완수사를 없애면서 만든 대체 절차가 출석 횟수와 처리 기간을 늘릴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정부·여당은 아동학대와 가정폭력, 성범죄, 스토킹, 장애인·노인 학대 등 7개 범죄에 전건송치를 도입할 방침이다. 경찰이 불송치한 사건까지 모두 공소청에 보내 한 번 더 살피게 하겠다는 것이다. 보완수사 폐지로 피해자 보호가 약해질 수 있다는 우려를 반영한 조치다. 전세사기와 보이스피싱 같은 다중 피해 범죄는 전건송치 대상에서 빠졌다. 같은 피해라도 경찰이 어떤 죄명을 적용하느냐에 따라 공소청의 재검토를 받을 수 있는지가 달라질 수 있다. 피해자 보호가 필요해 예외를 두면서도 범죄 유형을 제한해 또 다른 사각지대를 만들었다. 수사 책임은 커졌지만 통제 수단은 약해 경찰 수사가 부실하거나 검찰의 보완수사 요구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을 때 책임을 묻는 방법도 문제다. 개정법은 경찰이 정당한 이유 없이 보완수사 요구를 이행하지 않으면 공소청장이 해당 경찰관의 징계나 직무배제를 요구할 수 있도록 했다. 비슷한 제도는 2021년 검경 수사권 조정 때부터 시행됐다. 이후 검사가 경찰관의 직무배제를 요구한 사례는 한 건에 그쳤다. 징계와 직무배제 요구권을 법에 적어두더라도 실제로 작동하지 않으면 부실 수사를 막기 어렵다. 검찰에서는 경찰이 보완수사를 늦게 하거나 부실하게 처리한 경우 인사평가에 반영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경찰은 검찰의 처분 결과를 경찰 인사에 반영하면 수사 독립성이 훼손된다고 맞서고 있다. 검찰의 직접 개입은 차단하면서 경찰 수사의 오류를 누가 확인하고 책임을 물을지에 대한 답은 아직 나오지 않았다. 새 기관 출범 두 달 앞두고 하위 법령 900개 손질 검찰청은 오는 10월 2일 폐지된다. 공소청이 기소와 공소 유지를 맡고 중대범죄수사청은 부패·경제·방위산업·마약·내란·외환·사이버범죄 등 6대 중대범죄를 수사한다. 1954년 형사소송법 제정 이후 72년 만에 형사사법체계가 전면 개편된다. 출범까지 남은 시간은 두 달 남짓이다. 중수청은 2000∼3000명 규모로 꾸릴 예정이지만 수사관 직급과 임용 방식은 확정되지 않았다. 기존 검찰 수사관 6000여명을 공소청과 중수청에 어떻게 나눠 배치할지도 남아 있다. 경찰과 중수청 가운데 어느 기관이 사건을 맡을지, 관할이 겹칠 때 누가 먼저 수사할지에 관한 실무 기준도 마련해야 한다. 정부가 개정해야 할 하위 법령은 900여개에 이른다. 경찰과 중수청, 공소청,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사건을 나누고 넘기는 절차도 새로 정해야 한다. 수사기관이 늘면 관할을 판단하고 사건을 이첩하는 데 드는 행정 절차도 늘어난다. 그동안 수사는 멈추거나 담당 기관을 찾아 오갈 수 있다. 검사의 직접 영장 청구를 막은 조항도 논란을 낳고 있다. 개정법에 따르면 체포·구속·압수수색 영장은 경찰이 신청해야 검사가 법원에 청구할 수 있다. 헌법은 체포·구속·압수·수색 영장을 ‘검사의 신청에 의해’ 법관이 발부하도록 규정한다. 대검은 헌법이 경찰 신청을 거치지 않은 검사의 직접 영장 청구까지 보장한다며 위헌 소지를 제기했다. 공소기각 기준까지 넓혀 재판 장기화 우려 개정법은 공소기각 사유도 기존 6개에서 8개로 늘렸다. ‘중대한 위법수사를 근거로 공소가 제기된 경우’와 ‘소추재량권을 현저히 일탈한 경우’ 법원이 혐의에 대한 판단 없이 재판을 끝낼 수 있도록 했다. ‘중대한 위법’과 ‘현저한 일탈’을 가르는 기준은 법에 적혀 있지 않다. 정치인과 특검 사건 피고인들이 표적 수사나 공소권 남용을 주장하며 공소기각을 요구하면 재판부는 수사 과정의 위법성부터 별도로 심리해야 한다. 1심의 공소기각 판단이 상급심에서 뒤집히면 사건은 파기환송돼 다시 재판을 받아야 한다. 야권은 이 조항이 이재명 대통령의 재판을 끝내기 위한 우회로라고 주장하고 있다. 여당은 기존 대법원 판례를 법률에 옮긴 것이라고 설명한다. 기존 판례로 해결하던 사안을 별도 조항으로 만들면서 적용 기준을 두지 않은 탓에 형사재판에 새로운 다툼을 더했다. 국회는 검사의 수사권을 폐지하는 데 속도를 냈다. 그러나 보완수사를 넘겨받을 경찰의 사건은 이미 쌓여 있고 공소청과 중수청의 인력과 업무 기준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경찰 수사가 잘못됐을 때 이를 바로잡을 제도도 실효성이 검증되지 않았다. 형사사법 절차에서 한 기관의 업무를 없애면 그 일을 맡을 사람과 필요한 시간을 먼저 계산해야 한다. 이번 개정은 검사에게서 보완수사권을 떼어냈지만 그 업무가 사라진 것은 아니다. 경찰이 떠안고 사건 당사자가 기다려야 할 시간이 늘어났다.
2026-07-31 17:2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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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도 우려한 '가짜뉴스법' 오늘 시행…플랫폼, 허위정보 판단대 오른다
[경제일보] 온라인 허위조작정보에 대응하기 위한 개정 정보통신망법이 7일부터 시행됐다. 생성형 인공지능(AI)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확산으로 가짜 이미지와 조작 영상 유통 우려가 커진 가운데, 대형 플랫폼은 이제 허위조작정보 신고와 처리, 이의신청, 투명성 보고서 공개 체계를 갖춰야 한다. 이번 법은 지난해 12월 24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당시 재석 177명 중 찬성 170명, 반대 3명, 기권 4명으로 가결됐다. 여권은 허위조작정보 피해를 줄이기 위한 제도라고 설명했지만 야권은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키는 ‘입틀막법’이라고 비판해왔다. 개정법은 허위정보를 내용의 전부 또는 일부가 사실이 아닌 정보로, 조작정보를 사실로 오인하도록 변형된 정보로 규정했다. 다만 내용이 틀렸다고 모두 제재 대상이 되는 것은 아니다. 허위·조작정보임을 알면서 타인에게 손해를 입히거나 부당한 이익을 얻을 목적이 있고, 인격권·재산권 또는 공공의 이익을 침해하는 경우에 한해 유통 금지 대상이 된다. 풍자와 패러디, 단순 의견 표명이나 비판은 원칙적으로 제외된다. 처벌의 초점은 수익형 게재자다. 법원에서 불법 또는 허위조작정보로 확정된 내용을 2회 이상 반복 유통하고 광고·후원 수익을 얻으면 최대 10억원의 과징금이 부과될 수 있다. 고의성이 인정되면 손해액의 최대 5배까지 배상하는 가중 손해배상도 적용된다. 손해액 산정이 어려운 경우 법원이 5000만원 범위에서 손해액을 정할 수 있는 근거도 마련됐다. 시행령은 가중 손해배상 대상을 직전 3개월간 3회 이상 정보를 게시해 수익을 얻고, 구독자 10만명 이상이거나 월평균 조회수 10만회 이상인 경우로 구체화했다. 정부는 일반 이용자의 일상적 게시글이나 카카오톡 같은 사적 대화는 적용 대상이 아니라고 설명한다. 전년도 말 기준 직전 3개월 하루 평균 이용자 수가 100만명 이상인 플랫폼도 새 의무를 진다. 허위조작정보 대응 운영정책을 마련하고 신고 접수·처리 절차, 이용자 통지, 이의신청 절차를 운영해야 한다. 운영 현황을 담은 투명성 보고서도 정기적으로 공개해야 한다. 유튜브, 인스타그램, 엑스(X), 페이스북, 디시인사이드 등이 적용 대상에 포함될 가능성이 크다. 주요 플랫폼은 대응 체계를 정비하고 있다. 네이버와 카카오 등이 참여하는 한국인터넷자율정책기구(KISO)는 허위조작정보 자율정책 가이드라인을 마련했다. 카카오는 개정법 시행에 맞춰 신고 기능과 운영정책 변경을 공지했다. 글로벌 플랫폼은 즉각 삭제보다 노출 제한과 경고 라벨 방식에 무게를 둘 가능성이 크다. 논란은 여전히 남아 있다. 허위정보와 의혹 제기, 정치적 비판의 경계가 항상 분명한 것은 아니다. 플랫폼이 법적 위험을 피하기 위해 게시물을 선제적으로 삭제하면 표현의 자유 위축 논란이 커질 수 있다. 반대로 기준이 느슨하면 AI 딥페이크와 허위정보 수익화를 막기 어렵다. 미국 국무부가 한국의 정보통신망법 개정에 대해 표현의 자유와 미국 기반 플랫폼 사업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를 표명한 점도 부담이다. 정부는 특정 국가나 기업을 겨냥한 법이 아니라 디지털 환경 변화에 따른 이용자 보호 장치라는 입장이다. 한편 새 제도의 성패는 투명성에 달려 있다. 어떤 게시물이 왜 조치됐는지, 이의신청은 어떻게 처리됐는지, 신고 남용은 어떻게 막을 것인지 이용자가 납득할 수 있어야 한다. 거짓을 팔아 돈을 버는 구조는 막아야 한다. 그러나 정당한 비판까지 얼어붙게 한다면 법은 신뢰를 잃는다. 허위정보 대응과 표현 자유 사이의 균형이 오늘부터 플랫폼 위에서 시험대에 올랐다.
2026-07-07 07:5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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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 "메가프로젝트, 지지율용이면 지방선거 전 했을 것"
[경제일보] 이재명 대통령이 4일 대규모 지역투자 사업인 ‘3대 메가프로젝트’를 둘러싼 야권 비판에 대해 “지지율 관리를 위한 정치적 수단이었다면 지방선거 전에 시작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이날 엑스(X·옛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천지개벽을 위한 상전벽해 수준의 국토 대전환은 취임하기 전 아주 오래전부터 꿈꿔왔던 일”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이 대통령은 “지지율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국민의 삶을 개선할 성과와 실적”이라며 “지지율은 바람 같은 것이어서 오기도 가기도 하지만 실적과 성과는 산 같은 것이어서 쉽게 변하지 않는다”고 했다. 이어 “지지율은 성과와 실적을 자연스럽게 따라온다는 게 오래된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정부는 지난달 29일 청와대에서 ‘대한민국 대도약 3대 메가프로젝트 국민보고회’를 열고 반도체, AI 데이터센터, 피지컬AI를 중심으로 한 대규모 투자·육성 방안을 발표했다. 산업통상부 자료에 따르면 정부는 서남권에 800조원 규모 반도체 팹과 협력사·인력 생태계를 구축하고, 충청권은 HBM 등 첨단 패키징 거점으로 육성한다는 계획을 제시했다. AI 데이터센터 분야에서는 SK, GS, 네이버와 협력해 1단계로 8.4GW 규모 인프라를 구축하는 방안이 담겼다. 피지컬AI 분야에서는 제조업 AI 전환, 로봇 핵심부품 경쟁력 확보, 지역 중심 양산 체계 구축 등이 주요 과제로 제시됐다. 야권은 이번 사업을 두고 정치적 고려가 반영된 관치경제라고 비판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논평에서 과학적 근거와 인프라 검증이 부족하다며 기업 투자가 자발적 결정인지, 전력·용수·부지 등 기반 여건이 충분한지 따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대통령은 이에 대해 “균형발전, 포용적 지속성장, 대체불가 대한민국 건설을 위한 3대 메가프로젝트는 국민과 대한민국에 새로운 희망과 미래를 만들 것”이라며 “기회를 잃고 좌절하는 청년들에게 희망과 활력을 되찾아주기 위해 총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2026-07-04 17:4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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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관학교 통합, 개혁보다 먼저 설득이 필요하다
[경제일보] 군 개혁은 필요하다. 병역자원은 줄고 전쟁의 양상은 인공지능·무인체계·우주·사이버 전장으로 빠르게 옮겨가고 있다. 육·해·공군이 따로 움직이는 시대도 지났다. 합동성은 더 이상 구호가 아니라 생존 조건이다. 그러나 군 개혁이 필요하다는 말과 육·해·공군 사관학교를 통합해야 한다는 결론은 같은 말이 아니다. 더구나 그 결론을 입시를 앞둔 수험생에게 갑자기 들이밀 수 있다는 뜻은 더더욱 아니다. 정부가 이르면 2028학년도부터 육·해·공군 사관생도를 통합 선발하는 방안을 검토하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국방부는 ‘국군사관학교’를 신설해 생도를 함께 뽑고 1·2학년에는 공통교육을 실시한 뒤 3·4학년에는 군별 특화 교육을 받게 하는 구상을 추진 중이다. 이르면 기본계획 발표, 공청회, 법령 정비, 국군사관학교 설치법 제정 절차를 거쳐 현재 고등학교 2학년 학생들이 첫 적용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국방부는 선발 시기가 확정된 것은 아니라고 설명하지만 입시 현장은 이미 흔들리고 있다. 사관학교 입시는 일반 대학 입시와 다르다. 필기시험, 체력검정, 면접, 신체검사, 군별 적성 준비가 함께 맞물린다. 학생들은 고교 1~2학년 때부터 육사·해사·공사 중 어느 학교에 지원할지 정하고 준비한다. 그런데 고3을 앞두고 선발 구조 자체가 바뀔 수 있다면 이는 단순한 제도 변경이 아니라 진로 경로의 재설계다. 대입 사전예고제 취지와도 충돌한다. 국방부는 사관학교가 특수대학이어서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취지로 설명하지만 법적 예외가 곧 정책적 정당성은 아니다. 입시는 조문만으로 굴러가지 않는다. 예측 가능성과 신뢰로 굴러간다. 안규백 국방부 장관은 사관학교 통합 필요성을 설명하며 “사관학교 입학 성적이 계속 낮아지고 있다”는 취지로 말했다. 학교 규모를 키워 인재 양성의 그릇을 키워야 한다는 논리다. 또 군 합동성은 사관학교 시절부터 함께 배우고 훈련하는 과정에서 체질화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 설명은 충분하지 않다. 사관학교 인기가 예전 같지 않다면 먼저 물어야 할 것은 학교의 간판이 아니다. 왜 청년들이 장교의 길을 덜 선택하느냐다. 초급간부 처우, 장기복무 전망, 군 조직문화, 잦은 전출과 생활 여건, 민간 일자리와의 기회비용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그 원인을 놔둔 채 학교를 합치면 우수 인재가 더 모인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약하다. 그릇을 키운다고 물이 저절로 차는 것은 아니다. 샘을 살려야 물이 고인다. 합동성 논리도 더 정교해야 한다. 현대전에서 육·해·공군의 합동작전 능력이 중요하다는 데 이견은 없다. 문제는 합동성을 어디에서, 어떤 방식으로 키우느냐다. 육군 장교는 지상작전과 부대운용을, 해군 장교는 함정과 해양작전을, 공군 장교는 항공작전과 공중우세 개념을 깊이 익혀야 한다. 합동성은 전문성을 없애는 데서 나오는 것이 아니다. 전문성을 가진 각 군이 공동의 작전개념 아래 결합할 때 생긴다. 세계 최강의 합동전력을 운용하는 미국도 육·해·공군 사관학교를 분리해 유지한다. 반대로 통합형 체계를 둔 나라들도 있지만 병력 규모와 역사적 배경이 한국과 다르다. 해외 사례는 이름표가 아니라 조건을 비교해야 한다. 정치적 의심도 논란을 키우고 있다. 사관학교 통합은 이재명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었다. 12·3 계엄 사태 이후 군 통제와 정치적 중립, 특정 출신 중심의 군 인사 구조를 재검토해야 한다는 요구도 커졌다. 군이 민주적 통제를 벗어나거나 특정 인맥과 출신 문화에 갇힌다면 반드시 고쳐야 한다. 그러나 제도개혁이 특정 학교 지우기, 특정 출신 배제, 정치적 상징 조치로 비치면 개혁의 정당성은 오히려 약해진다. 최근 육·해·공군사관학교 총동창회가 ‘졸속 통합 반대’ 집단행동에 나선 것도 이런 불신의 연장선에 있다. 국방부의 소통 방식도 문제다. 사관학교 통합은 교육제도이자 군 인사제도이며 지역 문제이자 청년 진로 문제다. 육사의 서울 노원, 해사의 진해, 공사의 청주, 거론되는 대전 자운대와 전남 장성까지 모두 지역사회와 연결돼 있다. 학교가 어디로 가느냐, 1·2학년 공통교육을 어디서 하느냐, 기존 학교의 역사와 시설은 어떻게 할 것이냐, 각 군 정체성은 어떻게 보존할 것이냐가 모두 쟁점이다. 그런데 당국의 설명은 ‘합동성 강화’와 ‘인재 양성의 그릇’에 머문다. 국민이 묻는 것은 원론이 아니라 설계도다. 향후 파장도 작지 않다. 첫째, 입시 현장의 혼란이다. 2028학년도 적용 가능성이 열려 있는 한 현재 고2 학생들은 불확실성 속에서 준비해야 한다. 둘째, 군 내부 갈등이다. 육·해·공군의 교육철학과 이해관계가 충돌할 수 있다. 셋째, 정치권 공방이다. 여권은 군 개혁과 합동성 강화를 말하고, 야권은 졸속 추진과 ‘육사 지우기’를 공격할 가능성이 크다. 넷째, 지역 갈등이다. 통합 사관학교 위치와 기존 학교 활용 방안은 지역경제와 상징성 문제로 번질 수 있다. 다섯째, 장교 충원 구조 전반의 재검토 요구다. 사관학교 출신 장교가 전체 장교 양성의 일부에 그친다는 점을 고려하면, 학군장교·학사장교·3사관학교 등 더 넓은 초급장교 양성체계까지 함께 봐야 한다. <손자병법>은 ‘병자, 국지대사’라고 했다. 군사란 나라의 큰일이라는 뜻이다. 큰일은 큰 절차를 필요로 한다. 국가 안보를 다루는 일일수록 속도보다 신뢰가 중요하다. 전장에서 빠른 결심은 미덕일 수 있지만 제도를 바꾸는 국정에서는 빠른 결심만으로 부족하다. 더 많이 설명하고 더 많이 듣고 더 정확히 설계해야 한다. 사관학교 통합을 무조건 금기시할 필요는 없다. 병역자원 감소와 전장환경 변화 속에서 장교 양성체계 개편은 피할 수 없는 과제다. 각 군 사관학교의 중복 교육을 줄이고 공통 안보·과학기술·AI·우주·사이버 교육을 강화하는 방향도 검토할 수 있다. 합동성 교육 확대도 필요하다. 다만 그 방식이 반드시 학교 통합이어야 하는지는 별개의 문제다. 공동 교과 확대, 3군 생도 합동훈련 정례화, 합참·연합작전 중심 교육 강화 등 대안은 많다. 정부가 정말 사관학교 개혁을 성공시키고 싶다면 순서를 바꿔야 한다. 먼저 장교 양성체계 전반의 진단 자료를 공개해야 한다. 사관학교 지원율과 합격선 변화, 중도 이탈률, 장기복무율, 초급장교 충원난, 교육성과를 국민 앞에 내놓아야 한다. 그다음 통합안과 대안을 비교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적용 시기를 정해야 한다. 특히 2028학년도 적용은 신중해야 한다. 현재 준비 중인 수험생 세대가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충분한 유예기간을 두는 것이 상식이다. 개혁은 명분으로 시작하지만 절차로 완성된다. 사관학교는 단순한 대학이 아니다. 장교를 길러내는 국가의 공적 장치다. 그 문을 어떻게 열고, 어디에서 가르치며, 어떤 정신과 전문성을 심을 것인지는 대한민국 안보의 다음 세대를 결정하는 문제다. 국방부가 먼저 해야 할 일은 통합 선발 일정표를 내미는 것이 아니라 수험생과 군,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설명서를 내놓는 것이다. 나라의 장교를 뽑는 제도라면 그 출발도 장교답게 정직하고 신중해야 한다.
2026-07-02 11:03:3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