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럭키크림서 배터리까지…'79년 전환 DNA' LG화학, 3대 엔진 가동
[경제일보] LG화학의 출발점은 거대한 석유화학 공장이 아니었다. 1947년 부산에서 만든 화장품 ‘럭키크림’이었다. 잘 팔리던 크림의 뚜껑이 쉽게 깨지자 창업주 구인회는 플라스틱에서 해법을 찾았다. 고객의 불편을 새로운 소재와 기술로 해결하려던 시도가 오늘날 LG화학으로 이어지는 시발점이 됐다. 락희화학공업사는 이후 플라스틱 빗과 비눗갑을 생산하며 소재기업으로 영역을 넓혔다. 생활용품을 팔던 회사가 제품을 구성하는 원료와 소재로 거슬러 올라가기 시작한 것이다. 이 같은 변화는 이후 79년 동안 되풀이됐다. 생활화학에서 플라스틱과 석유화학으로, 다시 전지와 정보전자소재·첨단소재·바이오로 주력 사업을 끊임없이 옮겼다. 석유화학 키우고, 배터리 준비한다 산업화가 본격화되면서 성장의 중심은 석유화학으로 이동했다. PVC와 ABS 등 합성수지 사업을 확대했고 여수 석유화학 단지를 중심으로 생산체계를 구축했다. 2000년대에는 LG대산유화와 LG석유화학을 잇달아 합병하며 석유화학의 수직계열화도 강화했다. 하지만 석유화학이 성장하는 동안 이미 다음 먹거리도 준비하고 있었다. LG화학은 1995년 2차전지 연구를 시작해 1997년 리튬이온전지 시제품을 만들었고, 1999년 국내 최초로 대량생산 체제를 구축했다. 외환위기로 상당수 기업이 투자를 접던 시기에도 연구를 이어간 결과였다. 이후 2009년에는 GM의 양산형 전기차 볼트에 배터리를 단독 공급하며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서 입지를 넓혔다. 배터리가 독자적인 대형 사업으로 성장하자 회사는 다시 구조를 바꿨다. 2020년 전지사업을 분할해 LG에너지솔루션을 출범시켰다. 완제품 배터리는 떨어져 나갔지만 LG화학은 양극재 등 핵심 소재를 남겼다. 2024년에는 GM과 2035년까지 50만톤 이상의 양극재를 공급하는 24조7000억원 규모 장기계약을 체결했다. 배터리를 직접 만드는 회사에서 배터리 성능을 좌우하는 소재를 공급하는 회사로 역할을 다시 바꾼 셈이다. 바이오도 새로운 축으로 편입했다. LG생명과학을 합병한 데 이어 2023년 미국 항암제 기업 AVEO를 인수하며 글로벌 항암 신약 시장으로 사업 영역을 넓혔다. 석유화학에 뿌리를 두면서도 성장산업이 등장할 때마다 축적한 기술과 자본을 새로운 시장으로 옮겨온 것이다. ‘전환의 DNA’가 이끈 컨버팅 LG화학은 올해 이 같은 사업 방식을 ‘기술이 강한 컨버팅(Converting) 회사’라는 비전으로 구체화했다. 다만 회사가 말하는 컨버팅은 단순히 업종을 바꾸거나 기존 사업을 신사업으로 대체한다는 의미와는 다르다. LG화학 관계자는 “고객과 시장, 기술이 변화하는 영역에서 회사가 보유한 모든 기술과 역량을 결집해 사업을 가장 빠르게 변화시키는 활동”이라며 “단순한 소재 공급자를 넘어 고객의 제품 성능과 제조 공정까지 함께 설계하는 ‘통합 솔루션 기업’으로 진화하겠다는 의미”라고 했다. 이어 “오랜 시간 축적한 원천 기술과 공정 노하우, 제품 기획·설계 단계부터 고객과 함께 맞춤형 기술과 공정 솔루션을 제안하는 역량이 경쟁력”이라며 “축적된 기술을 새로운 산업과 시장으로 빠르게 연결하는 기반이 된다”고 덧붙였다. 과거 럭키크림의 깨지는 뚜껑을 플라스틱으로 해결했던 방식과 맞닿아 있다. 고객이 원하는 제품을 단순히 공급하는 데서 멈추지 않고 문제를 기술로 해결한 뒤 그 기술을 새로운 시장으로 연결한다는 것이다. LG화학이 79년 동안 반복해 온 사업 방식에 ‘컨버팅’이라는 이름을 붙인 셈이다. LG화학 역시 공식적으로 컨버팅을 단순 사업 전환이 아닌 고객의 제품 성능과 제조 공정까지 함께 설계하는 전략으로 설명하고 있다. 석화의 LG에서 반도체·로봇·항암으로 다음 전환의 목적지도 구체화됐다. LG화학은 2035년까지 연구개발(R&D)에 15조원을 투입하고 이 가운데 70%를 반도체·인프라, 모빌리티·로봇, 항암 신약 등 3대 핵심 사업에 집중할 계획이다. 전통 화학사업 의존도를 낮추면서 기술 장벽과 성장성이 높은 사업으로 자원을 옮기겠다는 구상이다. 반도체·인프라에서는 AI 반도체 성장에 맞춰 첨단 패키징 소재를 집중 육성한다. 패키징용 접착제와 저유전·열관리 소재, 유리기판 등이 대상이다. 기존 PID·DAF·CCL 등 전자소재 경쟁력을 토대로 2030년 관련 사업을 매출 2조원 규모로 키우겠다는 목표다. 모빌리티는 전기차에서 로봇으로 영역을 넓힌다. 로봇 구조 소재와 정밀 구동·접합 소재를 개발하고 고객사와 공동개발을 통해 진입장벽을 높인다는 구상이다. 항암 신약에서는 글로벌 임상과 파트너십을 확대하는 동시에 기술이전과 인수합병(M&A)을 활용해 파이프라인의 사업화를 앞당긴다는 전략이다. 문제는 다음 사업을 키우는 동시에 회사를 성장시킨 석유화학의 체질도 바꿔야 한다는 점이다. 국내 석유화학 산업은 중국을 중심으로 한 대규모 증설과 수요 부진이 겹치면서 장기간 공급과잉에 시달리고 있다. 정부와 업계는 국내 NCC 생산능력을 연간 270만~370만톤, 전체의 최대 25%가량 줄이는 사업재편을 추진하고 있다. LG화학도 지난해 12월 정부에 석유화학 사업재편안을 제출했지만 세부 내용은 공개하지 않았다. LG화학은 국내 최대 에틸렌·프로필렌 생산업체인 만큼 석유화학 구조조정의 한복판에 있다. 결국 범용제품의 규모 경쟁보다 자동차·전자·반도체 등 고객 산업과 밀착된 고부가 제품으로 얼마나 빠르게 이동하느냐가 향후 경쟁력을 가를 가능성이 크다. LG화학은 한 가지 사업을 79년간 지켜온 회사라기보다 기술을 들고 성장하는 산업으로 계속 이동해 온 회사에 가깝다. 화장품에서 출발한 플라스틱 기술은 석유화학으로 이어졌고, 화학과 소재 기술은 배터리와 전자소재로 뻗었다. 이제 그 끝은 AI 반도체와 로봇, 항암 신약을 향하고 있다. 과거의 성공이 다음 전환까지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중국발 석유화학 공급과잉과 전기차 시장 변화 속에서 기존 사업을 재편하는 동시에 새로운 사업의 수익성을 증명해야 한다. LG화학이 말하는 ‘컨버팅’의 진짜 시험대도 여기다. 79년간 회사를 키운 전환의 DNA가 또 한 번 LG화학의 주력 사업을 바꿀 수 있을지가 승부처다. [아주경제 2026년 08월 20일자 13면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2026-08-20 09:1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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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코프로, 리튬·환경이 지킨 흑자…인니 폭우에 영업익 42% 감소
[경제일보] 에코프로가 리튬과 환경사업의 선전에 힘입어 2분기에도 흑자를 이어갔다. 다만 인도네시아 니켈 제련소의 일시적인 가동 차질과 양극재·전구체 수익성 둔화로 영업이익은 전 분기보다 40% 넘게 줄었다. 4일 업계에 따르면 에코프로는 올해 2분기 연결 기준 매출 8208억원, 영업이익 329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 분기보다 0.3% 늘었지만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는 11.9% 감소했다.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보다 103.1% 증가했으나 전 분기 대비로는 41.7% 줄었다. 영업이익률도 6.9%에서 4.0%로 낮아졌다. 실적의 버팀목으로는 리튬과 리사이클, 환경사업을 꼽을 수 있다. 리튬 판매량은 전 분기 선수요의 기저효과로 감소했지만 가격 상승분이 판가에 반영되면서 이익이 늘었다. 폐배터리 리사이클 부문도 메탈 가격과 환율 상승에 힘입어 매출이 전 분기보다 32% 증가했다. 에코프로에이치엔은 반도체 업황 회복에 따른 케미컬필터 수주와 해외 LNG 발전소 공급 확대로 매출 515억원, 영업이익 58억원을 거뒀다. 반면 주력인 배터리 소재 사업은 다소 주춤했다. 에코프로비엠은 2분기 매출 5767억원, 영업이익 180억원을 기록했다. 유럽 전기차 시장의 수요 정체가 실적에 부담을 줬지만, AI 데이터센터와 파워 애플리케이션용 수요가 늘면서 감소 폭을 일부 상쇄했다. 에코프로머티리얼즈는 외부 고객 판매 증가로 매출이 1788억원으로 늘었지만, 인도네시아 그린에코니켈(GEN) 제련소가 폭우와 토사 붕괴로 가동률이 떨어지면서 106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회사는 복구 작업을 마치고 생산을 재개하고 있어 하반기에는 가동률이 점차 회복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전기차 시장의 회복 속도도 지역별로 엇갈린다. 올해 상반기 세계 전기차 판매가 2% 증가하는 데 그친 반면 6월 유럽 판매는 31% 늘고 중국과 북미는 각각 11%, 13% 감소했다. 유럽 전체 시장의 성장에도 에코프로비엠 실적이 둔화한 것은 고객사와 제품군별 수요 회복이 고르지 않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에코프로는 인도네시아 제련소의 가동률 회복과 북미 신규 고객 출하를 통해 하반기 수익성을 끌어올리는 한편, 네바다 리튬 프로젝트와 도시광산, 전고체 배터리·반도체 소재로 사업 영역을 넓힐 계획이다. 송호준 에코프로 대표는 “사업 환경의 불확실성이 이어지고 있지만 공급망 경쟁력 강화와 미래 성장 사업에 대한 투자는 예정대로 추진하고 있다”며 “기존 사업의 안정적인 운영과 신규 사업 성과 창출을 통해 지속 가능한 성장 기반을 마련해 나가겠다”고 했다.
2026-08-04 17: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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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화학, 2분기 영업익 5996억원… 석유화학 반등에 흑자전환
[경제일보] LG화학이 석유화학 사업의 반등에 힘입어 한 분기 만에 흑자로 돌아섰다. 자회사 LG에너지솔루션의 이익이 전년보다 크게 줄었지만, 지난해 적자를 냈던 석유화학이 4000억원대 영업이익을 거두며 빈자리를 메웠다. 다만 원료가격 상승기에 발생한 재고 래깅 효과가 실적 개선의 상당 부분을 차지해 구조적인 업황 회복으로 보기는 이르다. 3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DART)에 따르면 LG화학이 올해 2분기 영업실적이 공시했다. 2분기 연결 기준 매출 14조1759억원, 영업이익 5996억원을 기록했으며 전년 동기보다 매출은 19.0%, 영업이익은 25.8% 늘었다. 전 분기와 비교하면 매출은 15.8% 증가했고, 497억원의 영업손실에서 흑자로 전환했다. 실적 반등을 이끈 것은 석유화학이다. 석유화학부문은 매출 5조3289억원, 영업이익 4265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2분기 904억원의 영업손실에서 5169억원 개선된 수치다. 여수 2NCC 가동 중단으로 판매량은 줄었지만, 원료가격이 오르는 동안 상대적으로 낮은 가격에 확보한 재고가 투입된 데다 제품 스프레드가 확대되면서 수익성이 높아졌다. 그러나 3분기에는 정반대의 흐름이 예상된다. 원료가격이 떨어진 뒤에도 앞서 비싸게 들여온 원료가 원가로 반영되는 부정적 래깅 효과가 발생할 수 있어서다. 중동 전쟁에 따른 물류비 상승도 부담이다. 여수 2NCC는 나프타 조달 차질로 지난 3월 가동이 중단됐으며 연간 에틸렌 생산능력은 80만톤이다. 첨단소재부문은 매출 9990억원, 영업이익 199억원으로 전 분기 적자에서 벗어났다. 양극재 판가 상승과 분리막 출하 확대, 전자소재 신제품 양산이 실적을 끌어올렸다. 다만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709억원보다 71.9% 감소했다. 3분기에는 신규 고객사 대상 양극재 출하와 ESS용 분리막 판매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생명과학부문은 수출 선적 증가로 매출 3690억원, 영업이익 600억원을 기록했다. 팜한농은 작물보호제 판매와 비료 선구매 수요 증가에 힘입어 매출 2741억원, 영업이익 254억원을 냈다. LG화학은 범용 석유화학 비중을 줄이고 반도체·자동차 소재로 수익원을 넓힌다는 구상이다. 전자소재 매출을 2025년 1조원에서 2030년 2조원 이상으로 키우고, 고대역폭메모리용 비도전성필름과 차세대 반도체 패키징 소재의 양산을 추진한다. 2분기 흑자 전환을 고부가 소재 중심의 체질 개선으로 이어가는 것이 관건이다. LG화학 CFO 차동석 사장은 “원재료 가격의 변동성 심화 속에서도 석유화학부문의 긍정적인 재고 래깅 영향에 따른 주요 제품 스프레드 개선, 첨단소재와 생명과학 부문의 주요 제품 판매 확대 등에 힘입어 견조한 성과를 창출했다”며 “기존 사업의 고부가 전환을 지속 추진하고 반도체, 모빌리티 소재 등 미래 성장 사업의 육성을 통해 안정적인 수익 창출 기반을 구축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2026-07-31 16:4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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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년 철강 성장방식 진화…포스코, '트리플 코어'로 자원영토 확장
[경제일보] 산업화 시대 대한민국이 포스코에 기대한 것은 철이었다. 자동차와 선박, 공장과 도시를 건설하려면 철강의 안정적인 공급이 필요했다. 1968년 설립된 포스코는 1973년 포항제철소 1고로에서 첫 쇳물을 뽑아내며 한국 중화학공업 성장의 기반을 놨다. 반세기가 지난 지금 산업이 요구하는 자원은 철에 머물지 않는다. 전기차와 에너지저장장치에는 리튬이 필요하고, 첨단 제조업에는 희토류와 흑연이 쓰인다. 산업을 안정적으로 운영하려면 액화천연가스(LNG)와 재생에너지 공급망도 확보해야 한다. 장인화 포스코그룹 회장은 최근 ‘CEO 인베스터데이’에서 철강을 산업자원, 리튬·양극재·음극재·희토류를 전략자원, LNG·재생에너지를 에너지자원으로 묶는 ‘트리플 코어’ 전략을 제시했다. 철강회사를 넘어 ‘국가대표 핵심자원 공급자’가 되겠다는 구상이다. 바뀐 것은 철학보다 시대다. 과거에는 철을 공급하는 것이 국가 산업에 기여하는 길이었다면, 공급망 경쟁이 격화된 지금은 리튬과 희토류, 에너지까지 확보해야 한다. 포스코홀딩스는 ‘제철보국’의 대상을 핵심자원 전반으로 넓히고 있다. 철강회사 넘어 그룹의 방향키로 포스코는 철강 생산을 담당하는 사업회사이고, 포스코홀딩스는 그룹의 사업 포트폴리오와 투자를 총괄하는 지주회사다. 2022년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면서 기존 포스코는 포스코홀딩스로 존속했고, 철강사업은 비상장 자회사 포스코로 분리됐다. 포스코의 본질은 여전히 철강회사다. 그러나 포스코홀딩스가 이끄는 그룹은 철강만으로 설명하기 어렵다. 철강과 이차전지소재, 에너지를 함께 키우고 각 사업의 자원과 기술, 투자 경험을 연결하는 역할이 중요해졌다. 포스코홀딩스가 ‘트리플 코어’를 내세운 이유도 여기에 있다. 기존 철강과 이차전지소재의 양대 축에 에너지사업을 세 번째 핵심축으로 격상했다. 세 사업을 별도로 키우는 데 그치지 않고 서로의 역량을 공유하겠다는 의미다. 포스코그룹의 DNA는 철 자체보다 대규모 자원을 확보하고 생산설비를 구축해 산업에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능력에 가깝다. 철강에서 축적한 성장 방식이 리튬과 에너지로 옮겨가고 있다. 포스코홀딩스가 리튬 사업에 먼저 활용한 것은 수십 년간 철광석과 원료탄 광산에 투자하며 쌓은 자원개발 경험이었다. 철강은 원료 확보가 수익성을 좌우한다. 포스코가 장기 계약과 광산 지분투자를 통해 쌓은 광산 평가와 투자, 인허가, 현지 네트워크 운영 능력은 아르헨티나 염호와 호주 광산의 리튬 자원을 확보하는 기반이 됐다. 포스코그룹은 2033년까지 연간 17만3000톤 규모의 리튬 생산능력을 구축해 글로벌 톱5 기업으로 올라선다는 목표다. 아르헨티나 염수리튬과 호주 광석리튬을 양축으로 공급망을 구축하고 추가 자원 확보도 검토하고 있다. 원료 확보만으로 경쟁력이 완성되는 것은 아니다. 포스코홀딩스는 아르헨티나와 광양 생산시설에 자체 추출 기술을 적용하고, 미국에서는 직접리튬추출 기술 실증을 추진하고 있다. 생산시설의 가동률을 높이는 동시에 원가도 낮춰야 한다. 리튬 사업의 성패는 원료와 기술, 원가의 ‘3박자’에 달렸다. 철광석 공급망을 구축해 제철소 경쟁력을 높였던 포스코의 방식이 리튬에서 다시 반복되는 셈이다. 철강과 리튬, 에너지는 서로 다른 사업처럼 보이지만 그룹 안에서는 기술과 소재, 투자 경험이 맞물린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은 미얀마와 호주 등에서 천연가스를 생산하고 광양 LNG터미널을 통해 저장·공급하는 가치사슬을 운영한다. LNG는 영하 162도의 극저온에서 저장되기 때문에 탱크와 설비에 극저온을 견디는 특수강이 필요하다. 여기에 포스코의 고망간강 등을 적용할 수 있다. 에너지사업은 철강 제품의 수요처가 되고, 철강 기술은 에너지 인프라의 경쟁력을 높인다. 리튬 사업에서도 철강에서 축적한 광산 투자 노하우가 활용된다. 트리플 코어는 세 사업의 덩치를 키우는 전략을 넘어 자원과 기술을 연결해 개별 사업 이상의 가치를 만드는 구상이다. 트리플 코어 전략에서도 철강은 출발점이다. 포스코그룹은 국내 철강 수요 정체와 통상 장벽에 대응해 인도와 미국 등 성장시장에 생산 기반을 확대하고, 국내에서는 저탄소 전환에 투자를 집중할 계획이다. 인도에서는 현지 기업과 일관제철소 사업을 추진하고, 미국에서는 현대제철의 루이지애나 전기로 제철소 프로젝트에 참여한다. 해외 조강 생산능력을 2031년까지 연간 1000만톤으로 확대하고, 여기서 얻은 수익을 국내 저탄소 철강 투자에 활용한다는 구상이다. 국내에서는 광양 전기로와 수소환원제철 기술인 하이렉스(HyREX)가 핵심이다. 하이렉스는 석탄 대신 수소로 철광석을 환원해 탄소 배출을 줄이는 기술이다. 이는 국내 철강사업을 축소하겠다는 의미가 아니다. 해외 성장시장에서 수익원을 확보하고, 국내에서는 비용이 많이 드는 저탄소 기술을 검증해 미래 경쟁력을 지키려는 전략이다. 과거 대형 고로가 포스코의 성장을 이끌었다면 앞으로는 저탄소 공정 전환 능력이 생존을 좌우한다. 제철보국에서 ‘핵심자원보국’으로 포스코홀딩스의 전략은 철강을 버리고 다른 회사가 되겠다는 선언이 아니다. 철강에서 축적한 원료 확보와 대형 설비 운영 경험을 리튬에 적용하고, 철강 기술을 에너지 인프라에 공급하며, 해외 철강에서 얻은 수익을 국내 저탄소 전환에 재투자하는 구조다. 철강과 전략자원, 에너지가 하나의 순환고리로 연결된다. 포스코홀딩스가 스스로를 ‘국가대표 핵심자원 공급자’로 정의한 배경도 여기에 있다. 공급망 위기와 산업안보 경쟁 속에서 국가에 필요한 자원을 선제적으로 확보해 안정적으로 공급하겠다는 것이다. 과거 철로 산업화를 뒷받침했던 제철보국의 현대적 확장이다. 포스코의 58년은 철을 만든 역사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쌓은 자원 확보와 투자, 생산기술, 공급망 운영 역량은 철강에만 머물지 않았다. 산업화 시대에는 철이 필요했다면 전기차와 AI, 에너지 전환 시대에는 리튬과 희토류, LNG가 필요하다. 업계 관계자는 “포스코홀딩스의 DNA는 철 그 자체가 아니다”라며 “시대가 요구하는 핵심 자원을 먼저 확보하고, 산업이 사용할 수 있는 규모로 생산해 공급하는 능력”이라고 했다. 이어 “철은 포스코홀딩스의 과거가 아니라 리튬과 에너지를 키우는 토대”라며 “포스코홀딩스는 철강에서 벗어나는 것이 아니라 ‘제철보국’의 범위를 핵심자원 전체로 넓히고 있다”고 덧붙였다. [아주경제 2026년 07월 21일자 13면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2026-07-21 10:5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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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코, 철강 넘어 리튬·에너지로…'트리플 코어' 미래전략 공개
[경제일보] 포스코그룹이 철강 중심 사업 구조를 리튬과 에너지까지 확장하는 '트리플 코어(Triple Core)' 전략을 발표하며 미래 성장 전략을 전면 개편했다. 철강을 기반으로 리튬과 희토류 등 전략자원, LNG와 신재생에너지로 대표되는 에너지자원을 새로운 성장축으로 육성해 공급망 재편 시대의 핵심 자원 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구상이다. 2일 포스코그룹은 서울에서 'CEO 인베스터데이'를 열고 ▲산업자원(철강) ▲전략자원(리튬·양·음극재·희토류 등) ▲에너지자원(LNG·신재생에너지)을 중심으로 한 '트리플 코어' 체제를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통해 2035년까지 매출 187조원, 영업이익 13조1000억원을 달성하고, 2026년부터 2028년까지 미래 성장 분야에 총 16조7000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장인화 포스코그룹 회장은 "공급망 불안정과 저탄소 전환 가속화로 대외 불확실성이 심화되는 지금이야말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과감히 혁신해야 할 시기"라며 "철강과 소재에 이어 자원으로 업의 영역을 확장해 국가 산업 안보와 공급망 강화를 선도하겠다"고 했다. 이번 전략에서 가장 눈길을 끈 분야는 전략자원이다. 포스코그룹은 2033년까지 연간 17만3000톤 규모의 리튬 생산 체제를 구축해 글로벌 리튬 톱5 기업으로 도약하고, 2035년에는 리튬 사업에서 연간 1조8000억원 이상의 영업이익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염수 리튬은 최근 수익성이 본격적으로 개선되고 있다. 포스코아르헨티나는 올해 3월 영업 흑자로 전환했으며, 최근 아르헨티나 정부의 대규모 투자유치 제도(RIGI) 승인도 획득했다. 포스코그룹은 이를 기반으로 염수 리튬 3·4단계 투자를 앞당겨 2033년까지 연간 10만톤 생산 체제를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광석 리튬 사업도 확대한다. 호주 미네랄리소스(Mineral Resources)와의 협력을 통해 연간 18만7000톤 이상의 리튬 정광을 확보했으며, 이를 통해 매년 약 2000억원 규모의 안정적인 수익 창출을 기대하고 있다. 포스코그룹은 염수와 광석 리튬을 동시에 확보하는 투트랙 전략으로 리튬 공급망 경쟁력을 강화할 방침이다. 리튬 외에도 양극재와 음극재, 희토류, 희귀·특수가스 등 전략자원 사업도 확대한다. 전기차와 로봇 산업에 필요한 희토류 공급망을 구축하고, 반도체와 우주항공 산업에 사용되는 희귀·특수가스 국산화도 추진한다. 핵심 광물 공급망을 다변화해 국가 전략산업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구상이다. 철강 사업은 해외 성장시장 공략에 속도를 낸다. 포스코그룹은 인도와 미국, 인도네시아 등 성장성과 수익성이 높은 시장을 중심으로 2031년까지 해외 조강 생산능력을 1000만톤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해외 사업에서 확보한 수익은 국내 저탄소 전환 투자에 재투자하는 선순환 구조를 구축한다는 방침이다. 실제로 포스코는 국내 제철소 경쟁력 강화에도 투자를 이어간다. 포항제철소는 에너지 강재 중심 생산기지로, 광양제철소는 미래 모빌리티 강재 중심 생산기지로 육성한다. 아울러 HyREX(수소환원제철) 실증 설비 운영과 전기로 고급강 생산 확대, 원가 혁신 등을 추진해 저탄소 철강 체제로의 전환을 본격화할 계획이다. 이번 발표에서 새롭게 비중이 커진 분야는 에너지자원이다. 포스코그룹은 LNG와 신재생에너지를 그룹의 세 번째 핵심 사업으로 육성한다. LNG는 생산부터 트레이딩, 터미널, 발전까지 밸류체인을 확대하고, 신재생에너지는 국내 해상풍력과 해외 태양광 사업을 중심으로 성장 기반을 마련한다. 포스코홀딩스 관계자는 "기존 철강과 소재 중심의 투코어 전략에서 LNG로 대표되는 에너지 사업을 세 번째 핵심축으로 추가한 것이 이번 전략의 가장 큰 변화"라며 "포스코인터내셔널이 에너지 분야의 대표 사업회사로 업스트림부터 트레이딩, 발전까지 밸류체인 전반을 담당하게 된다"고 했다. 이어 "인도 등 고성장 시장과 미국 같은 고부가가치 시장에서 수익을 극대화하고, 이를 기반으로 국내에서는 수소환원제철과 전기로 확대 등 탄소 저감 기술 투자에 집중하는 역할 분담 전략"이라고 덧붙였다. 포스코그룹은 철강 공정에서 축적한 제조 데이터와 자동화 기술을 활용한 피지컬 인공지능(AI) 사업도 추진한다. 공정 최적화와 생산성 향상을 위한 산업용 AI를 중심으로 미래 제조 경쟁력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기업가치 제고 방안도 함께 내놨다. 포스코홀딩스는 지주회사 저평가(디스카운트)를 해소하기 위해 상장 자회사 보유 지분을 50% 수준까지 최적화하기로 했다. 확보한 재원은 전략자원 투자에 활용하고, 매각 대금의 10%는 자사주 매입과 소각에 투입해 주주환원을 확대할 예정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전략이 단순히 리튬 사업 확대를 넘어 철강 중심 기업에서 자원 중심 산업그룹으로 사업 구조를 전환하는 신호탄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철강은 안정적인 현금창출원으로 유지하고, 전략자원과 에너지 사업을 미래 성장동력으로 육성해 공급망 재편과 에너지 전환 시대에 대응하려는 포석으로 해석된다. 포스코그룹은 이번 국내 설명회에 이어 오는 6일 싱가포르, 8일 홍콩에서도 CEO 인베스터데이를 개최해 글로벌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새로운 성장 전략과 기업가치 제고 방안을 설명할 계획이다.
2026-07-02 16:0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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