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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 대통령, 뉴욕서 한미 정상회담·AI 세일즈 마치고 멕시코행
[경제일보] 이재명 대통령이 유엔총회 참석을 계기로 한 미국 뉴욕 일정을 마치고 멕시코 국빈 방문에 들어갔다. 유엔 무대에서 한반도 평화 공존 구상을 제시한 데 이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고 조선·원자력·전시작전권 등 한미 현안을 논의했다. 호주와는 에너지 공급망과 방산 협력을, 글로벌 투자자들에게는 인공지능(AI)과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한국의 성장 전략을 설명했다. 23일(현지시간) 이 대통령은 미국 뉴욕 존 F. 케네디 국제공항에서 공군 1호기를 타고 멕시코로 출국했다. 지난 21일 서울을 출발한 이 대통령은 2박 3일간 뉴욕에 머물며 제81차 유엔총회 고위급 회의 참석과 주요국 정상회담, 투자자 면담 등의 일정을 소화했다. 뉴욕 일정의 첫 무대는 유엔이었다. 이 대통령은 지난 22일(이하 현지시간)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 한반도의 전쟁을 끝내고 평화 체제로 전환하기 위한 당사자 간 대화의 발판을 마련하겠다고 전했다. 호르무즈 해협발 공급망 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건설적 기여국 연대'와 함께 '글로벌 AI 기본사회', '녹색 대전환'을 제시하며 국제사회에서 한국이 맡을 역할도 설명했다. 유엔총회 참석을 계기로 주요국 정상들과의 양자 외교도 이어졌다. 이 대통령은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와 정상회담을 갖고 에너지 공급망과 방산 협력을 논의했다. 양국은 중동발 에너지 위기 대응 과정에서 LNG와 석유제품 등 주요 에너지자원을 서로 공급하는 핵심 파트너라는 점을 확인하고 안정적인 역내 공급망 구축을 위해 협력한다는 구상이다. 특히 이 대통령은 호주의 AI 데이터센터에서 재생에너지를 활용하는 정책과 에너지 가격 동향 등을 직접 물으며 AI 인프라 분야의 협력 가능성도 모색했다. 호주는 핵심광물과 청정에너지 등 자원을 보유하고 있고 한국은 제조업 역량을 갖춘 만큼 양국의 산업 기반을 결합할 수 있다는 데 양국 정상이 공감했다. 같은 날 밤에는 트럼프 대통령과 약 30분간 한미 정상회담을 가졌다. 당초 예정에 없던 회담으로, 대미 투자 협상이 진전을 보이면서 전격적으로 성사된 것으로 알려졌다. 양 정상은 지난해 11월 발표한 한미 정상 공동설명자료(조인트 팩트시트)를 바탕으로 핵잠수함 연료, 우라늄 농축·사용후핵연료 재처리, 조선업 협력, 전시작전권 전환 등 현안을 놓고 협력을 이어가기로 했다. 양국은 미국 워싱턴 DC에서 후속 협의를 진행하는 방안도 논의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 23일 뉴욕에서 열린 '대한민국 투자서밋 2026'에 참석해 글로벌 투자자들에게 한국의 성장 전략을 설명했다. 이 자리에는 래리 핑크 블랙록 회장과 제인 프레이저 씨티그룹 CEO, 티모시 가이트너 워버그핀커스 회장 등 글로벌 금융계 인사들이 참석했다. 한국 측에서는 삼성바이오로직스, SK, 현대차그룹, LG CNS, 한화오션, 두산에너빌리티 등 주요 기업 관계자들이 자리했다. 이 대통령은 한국의 미래 성장축으로 반도체와 피지컬 AI, AI 데이터센터를 묶은 '3대 메가 프로젝트'를 제시했다. 여기에 소형모듈원전(SMR), 핵융합, 재생에너지, 양자, 우주항공, 바이오, 소재·부품·장비와 핵심광물 등을 포함한 '7대 시드 프로젝트'를 추진하겠다는 구상도 공개했다. AI와 관련해서는 반도체 생산 거점을 확대해 5년 안에 메모리 생산 능력을 두 배로 늘리고 AI 핵심 공급망을 구축하겠다고 설명했다. 정부 차원의 투자 지원을 강화하고 미래대응기금을 통해 미래산업을 지원하겠다는 계획도 소개했다. 한미 산업 협력도 투자자들에게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군함 건조를 포함한 조선 분야 협력을 논의했다며 향후 구체적인 성과를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한화가 투자할 미국 필리조선소에서 미국 전략 함정을 건조할 계획이며, 미국의 차세대 화력 체계 개발에도 참여하고 있다는 점도 소개했다. 이와 함께 삼성전자, SK하이닉스, 현대자동차, 삼성바이오로직스 등 국내 기업들의 미국 내 투자를 언급하며 미국의 원천기술과 자본·시장, 한국의 제조·공급 역량을 결합하는 방식으로 양국 산업과 공급망의 연결이 확대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자본시장 개혁도 투자 유치의 주요 메시지로 제시했다. 이 대통령은 세 차례 상법 개정을 통한 주주가치 강화와 외환시장 24시간 거래체제 전환 등을 언급하며 글로벌 자본이 한국에 투자할 수 있는 환경을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뉴욕에서는 경제·산업 외에도 현지 동포 및 시민들과의 접촉도 이어졌다. 이 대통령은 뉴욕 코리아타운을 찾아 한인 상인들과 시민들을 만났으며 한식당에서 저녁 식사를 했다. 한국 문화에 대한 현지의 관심이 높아진 상황을 직접 확인하고 동포들의 생활 여건 개선 등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이 대통령은 뉴욕 일정을 마무리하고 멕시코 국빈 방문에 들어갔다. 한국 대통령의 멕시코 국빈 방문은 16년 만이다. 멕시코에서는 24일 애국영웅탑 헌화와 공식 환영식에 이어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는다. 정상회담에서는 단독·확대회담과 양해각서(MOU) 교환식, 오찬, 공동언론발표 등이 예정돼 있다. 이후 오는 25일 비즈니스포럼과 K-엑스포 행사장 방문 등의 일정을 소화한 뒤 오는 26일 귀국길에 오른다.
2026-09-24 09:3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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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 파병은 없다, 통항엔 기여'…호르무즈 지원 범위부터 명확히 하라
[경제일보] 이재명 대통령이 호르무즈 해협 파병 논란에 선을 그었다. 지난 18일 기자회견에서 “전쟁에 관여하거나 개입하는 파병은 없다”고 했다. 군사자산을 보내 전쟁에 관여하는 일도 하지 않겠다고 했다. 다만 우리 상선과 원유 수송로, 국민의 안전을 보호하기 위한 활동은 필요하다며 청해부대 활동 강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전쟁에는 들어가지 않되 우리 배와 선원은 지키겠다는 게 정부의 방침이다. 문제는 실제 작전에서 그 선을 어디에 긋느냐다. 청해부대가 호르무즈 해협 안으로 들어가는 것은 기존 상선 보호 임무의 연장인지, 새로운 군사임무인지부터 따져야 한다. 해상초계기나 군수지원함 등 추가 전력이 투입될 경우에는 성격이 더 달라질 수 있다. 대통령도 이런 차이를 언급했다. 호르무즈 안쪽인지 인근 해역인지, 병력을 보내는지 장비를 보내는지, 병력이라면 전투병인지 비전투병인지에 따라 상황이 다르다고 설명했다. 외국군 지휘 아래 우리 장병이 들어가는 경우에 대한 우려도 직접 밝혔다. ‘파병’이라는 한 단어로 묶기에는 서로 다른 선택지가 많다는 얘기다. 외교부는 한발 더 나갔다. 조현 외교부 장관은 18일 워싱턴에서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을 만나 호르무즈 해협의 자유로운 통항 회복을 위해 한국도 미국과 국제사회에 실질적으로 기여할 뜻이 있다고 밝혔다. 미국은 한국의 입장을 이해한다며 계속 협의하자는 반응을 보였고 특정 부대나 전력을 보내 달라는 구체적인 요구는 하지 않았다는 게 정부 설명이다. 그렇다면 ‘실질적 기여’가 무엇을 뜻하는지부터 밝혀야 한다. 전쟁에 참여하지 않으면서 통항을 지원하는 방식은 이미 다른 나라에서도 논의되고 있다. 영국과 프랑스가 주도하는 호르무즈 다국적 임무는 민간 선박 보호와 상선 운항 지원, 기뢰 제거를 임무로 정했다. 다른 군사작전과 분리하고 전투가 계속되는 상황이 아닌 작전 가능한 환경에서 움직인다는 조건도 붙였다. 한국도 이 구상에 정치적 지지를 표시한 국가 가운데 하나다. 영국과 프랑스는 ‘파병’이라는 이름보다 임무의 범위를 먼저 정했다. 무엇을 보호하고 언제 움직이며 다른 군사작전과 어떤 관계를 맺을지를 문서에 담았다. 항행의 자유를 지키는 활동과 전쟁에 참여하는 활동을 구분하려면 임무와 작전 범위부터 나눠야 한다. 군함 한 척을 보내느냐보다 그 군함이 어디서 누구의 지휘를 받아 무슨 일을 하느냐가 더 중요하다. 한국에는 청해부대가 이미 중동 해역에 나가 있다는 변수가 있다. 새 부대를 보내지 않고 청해부대의 작전지역과 임무를 넓히는 방안도 나올 수 있다. 그러나 부대 이름이 그대로라고 해서 맡는 일까지 그대로인 것은 아니다. 해적 퇴치와 우리 선박 보호를 위해 파견된 부대가 무력 충돌 위험이 높은 해역에서 다국적 군사임무를 수행한다면 기존 파견과 같은 성격인지 따져야 한다. 헌법은 국군의 해외 파견을 행정부 판단에만 맡겨두지 않았다. 헌법 제60조 제2항은 국군의 외국 파견에 대해 국회가 동의권을 갖도록 규정한다. 새로운 병력을 보내는 경우에는 국회 동의 문제가 바로 따라온다. 기존 부대의 작전지역이나 임무를 크게 바꾸는 경우에도 종전 동의 범위 안에 있는지 다시 따져봐야 한다. 정부가 설명해야 할 내용은 구체적이다. 청해부대가 호르무즈 해협 안으로 들어가는지, 작전구역은 어디까지인지, 영·프 주도의 다국적 임무에 참여하는지, 독자 지휘를 유지하는지부터 밝혀야 한다. 추가 병력이나 군사자산을 보낼 가능성이 있는지, 무력 사용은 어떤 상황에서 허용되는지, 국회 동의가 필요한 경우 어떤 절차를 밟을지도 함께 설명할 필요가 있다. 호르무즈는 한국과 관계없는 먼바다가 아니다. 원유와 상품을 실은 우리 선박이 오가는 항로이고 통항 차질은 국내 경제에도 영향을 준다. 우리 선박과 선원을 보호하는 것과 다른 나라의 전쟁에 참여하는 것은 같은 일이 아니다. 그래서 둘 사이의 선을 더 분명하게 그어야 한다. “전쟁 파병은 없다”, “통항 회복에는 기여한다” 두 방침을 함께 추진할 수는 있다. 그러나 그 사이의 빈칸을 남겨둔 채 ‘실질적 기여’만 강조하면 파병 논란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 청해부대가 어디까지 가고 누구의 지휘를 받아 어떤 임무를 맡을 것인지부터 분명히 해야 한다. 호르무즈 지원 논의는 그 선부터 정한 뒤 시작해야 한다.
2026-09-21 09:0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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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악관 미중회담,이번주 유엔총회에 세계 정상외교 '슈퍼위크'
[경제일보] 이란전쟁과 우크라이나전쟁, 고유가와 미중 패권 경쟁이 맞물린 가운데 세계 정상들이 미국에 집결한다. 뉴욕에서 열리는 제81차 유엔총회 일반토의에 이어 워싱턴DC에서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정상회담이 예정돼 있다. 제81차 유엔총회 일반토의는 22일(현지시간) 시작된다. 첫날 연단에 오르는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우선주의’와 ‘힘에 의한 평화’를 재확인하고 이란전쟁을 비롯한 주요 현안에 대한 미국의 구상을 밝힐 것으로 보인다. ◆ 트럼프, 이란전쟁 출구 제시할까 최대 관심사는 7개월째 이어지는 이란전쟁의 출구전략이다. 미국과 이스라엘이 지난 2월 28일 이란을 공격하면서 시작된 전쟁은 원유 공급 불안과 국제 유가 상승을 불러왔다. 호르무즈해협에 이어 홍해에서도 긴장이 커지면서 세계 물가와 공급망에 부담을 주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전쟁이 종결 국면으로 향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유엔총회를 계기로 걸프협력회의(GCC) 회원국 정상들과도 만나 전쟁 종식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미국 정부는 마수드 페제시키안 대통령과 압바스 아락치 외무장관 등 이란 핵심 대표단의 유엔총회 참석을 허용했다. 다만 이동 범위를 유엔본부와 이란대표부, 공항 등으로 제한했다. 23일로 예정된 페제시키안 대통령 연설에서 미국의 제안에 대한 이란의 반응이 나올지 주목된다. 트럼프 대통령이 유엔 연설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대화 재개 메시지를 보낼지도 관전 포인트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북미 정상외교를 다시 추진하겠다는 뜻을 여러 차례 밝혀왔다. 유엔총회 연설에서 구체적인 제안이 나오면 교착 상태인 북미 관계에도 변수가 될 수 있다. 북한에서는 김선경 외무성 부상이 고위급 회의에 참석해 연설할 것으로 알려졌다. 김 부상은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과 쿠바·베네수엘라 등 우호국 관계자들을 만날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이 핵보유국 지위를 재차 주장할지, 미국과의 대화 가능성을 열어둘지가 관심이다. ◆ 트럼프, 공항서 시진핑 직접 영접 외교 무대는 곧바로 워싱턴으로 옮겨간다. 시 주석은 23일 미국을 방문하고 24일 백악관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회담할 예정이다. 시 주석의 백악관 방문은 2015년 이후 11년 만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워싱턴 인근 앤드루스 합동기지에서 시 주석을 직접 맞을 것으로 알려졌다. 외국 정상 영접 관례를 넘어선 예우로, 무역과 기술 협상에서 중국의 협조를 끌어내려는 포석으로 읽힌다. 백악관 국빈 만찬에는 미국 주요 빅테크 기업 경영진도 초청됐다. 회담의 핵심은 11월 만료되는 ‘무역 휴전’ 연장이다. 미국은 농산물과 항공기 구매 확대를, 중국에는 희토류와 핵심광물 수출 안정화를 요구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은 비전략 품목에 대한 관세 인하와 첨단기술 수출통제 완화를 원하고 있다. 대만 문제와 이란전쟁, 북미 대화도 의제에 오를 가능성이 크다. 특히 AI 분야에서는 기술 패권 경쟁을 이어가면서도 군사적 오판이나 통제 불능의 위험을 막을 최소한의 안전장치를 마련할지가 관심이다. 이번 외교 슈퍼위크의 성과는 공동성명의 표현보다 실제 합의에서 드러날 전망이다. 이란전쟁 종식을 위한 협상 틀과 미중 무역 휴전 연장, 희토류 공급 안정, AI 대화 채널 구축 가운데 어느 수준까지 결과를 내놓느냐가 향후 국제정세와 세계 경제의 방향을 가를 것으로 보인다.
2026-09-20 07:3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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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통령, 국민 실망에 책임 인정…검찰개혁 완수·집값 안정 약속
[경제일보] 이재명 대통령이 최근 지지율 하락 등으로 나타난 국정 운영에 대한 국민의 실망을 자신의 책임으로 인정하고 민생 개선과 개혁 완수, 국민 통합에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검찰개혁을 추진하면서 경찰에 대한 견제 장치를 강화하고 부동산 시장 안정과 국토 균형발전에도 속도를 내겠다는 방침이다. 또한 개헌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자신의 연임은 추진하지 않겠다는 입장도 명확히 했다. 이 대통령은 18일 오전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대국민 기자회견 모두발언에서 지난 472일간 경제·사회·외교·안보 분야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지만, 지방선거 이후 국민의 실망과 걱정에 직면해 당황했다고 털어놨다. 이어 숙고와 성찰 끝에 내린 결론으로 "언제나 국민이 옳다"는 생각을 제시하며 "모두 저의 부족함 때문"이라고 했다. 이 대통령은 "산적한 국정 과제를 처리하는 데 마음이 앞서 국민 개개인의 마음을 충분히 헤아리지 못했다"고 인정했다. 정책의 당위성을 선언하는 데 그치지 않고 실행을 통해 결과를 증명하려는 과정에서 민생과 개혁, 통합에 수반되는 갈등과 고통에 제대로 공감하지 못했다는 설명이다. 그동안 거둔 성과와 국민의 성원 속에서 대통령에게 필요한 두려움과 겸손함이 줄어들었다는 반성도 내놨다. 그러면서 "앞으로는 국민을 더욱 섬기는 자세로 국정에 임하고 세심하고 치열하게 민생을 챙기겠다"고 했다. 특히 경제지표 개선이 국민의 실제 생활 여건 개선으로 이어지지 못하는 문제를 거론했다. 이 대통령은 "경제위기 극복과 성장 회복에 주력하는 동안 국민이 느끼는 생활의 어려움에 충분히 답하지 못했다"며 "성장을 회복하는 일과 국민의 삶을 개선하는 일 모두 중요한 국정 과제인 만큼, 앞으로는 성장 못지않게 민생 개선에 정책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거시경제 지표의 개선뿐 아니라 성장의 기회와 성과가 국민에게 얼마나 폭넓게 돌아가는지도 중요한 국정 과제로 삼겠다는 의미다. 다만 구체적인 소득 지원이나 재정 확대 방안은 이날 모두발언에서 별도로 제시하지 않았다. 개혁의 가치 유지하면서 추진 방식 재점검…검찰 수사권 분리와 경찰 견제 병행 대통령은 국정 운영 과정에 미흡함이 있었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개혁의 목표와 가치는 변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성남시장과 경기도지사,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거쳐 대통령에 이르기까지 지향해 온 사회 개혁의 목표에는 변화가 없고, 지금은 국가 최고 책임자로서 실제 성과를 만들어야 하는 위치에 있다는 설명이다. 개혁이 어려운 이유로는 기존 이해관계자들의 조직적인 저항을 들었다. 변화를 통해 이익을 얻는 사람들의 지지는 분산돼 있는 반면, 기존 체제를 유지하려는 이해관계자들의 반발은 강하게 결집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이 대통령은 "이 같은 저항을 극복하고 새로운 질서를 만드는 일이 대통령의 역량과 책임에 달려 있다"고 강조했다. 개혁을 추진하는 방식에 대해서도 입장을 설명했다. 강경한 표현과 추진 방식으로 개혁 의지를 부각하다가 오히려 저항을 키우고 정책 실행이 지연되거나 실패할 가능성을 경계해 왔다는 취지다. 이 대통령은 이전 정부의 의료개혁을 사례로 거론하면서 "정책의 실질적인 성과 없이 사회적 혼란만 초래하는 상황을 반복하고 싶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에 반발을 최소화하면서 가급적 조용히 성과를 만들어 국민의 평가를 받는 데 집중해 왔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 과정에서 개혁의 속도와 통합의 범위를 조화시키는 일이 쉽지 않았다"고 인정하면서, "통합을 강조하면 개혁이 흐려진다는 비판을 받았고, 개혁을 추진하면 통합의 진정성을 의심받는 상황도 있었다"고 했다. 앞으로는 개혁에 따른 이해관계자들의 고통과 상실감을 줄이면서 정책 추진 과정에서 소통과 존중을 강화하겠다는 것이 이 대통령의 입장이다. 검찰개혁에 대해서는 수사와 기소의 분리 원칙을 재확인했다. 이 대통령은 "검사를 수사에서 배제하고 공소청과 중대범죄수사청을 분리하는 개혁 과제가 마무리 단계에 이르고 있다"며 "검찰개혁의 목적은 수사·소추 기관의 권한이 정치적 수사와 기소에 악용되는 것을 막고 국민의 인권과 범죄 피해자를 보호하는 데 있다"고 밝혔다. 검찰 보완수사권이 사라지면서 발생할 수 있는 문제는 경찰 수사에 대한 견제·보완 장치를 통해 해소하겠다는 구상이다. 경찰에 수사권이 집중되면서 새로운 권력기관으로 변질될 수 있다는 국민의 우려에 대해서도 강도 높은 경찰개혁으로 대응하겠다고 강조했다. 국민 통합과 관련해서는 "정치적 지향과 개혁의 방법이 조금 다르다는 이유로 서로의 진정성을 의심하지 말아 달라"고 호소하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국민주권정부 출범에 힘을 모았던 사람들이 서로 비난과 혐오의 언어를 주고받는 현실에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김대중·노무현·문재인 전 대통령의 지지자들과 자신의 지지자들이 개혁과 진보라는 공통의 가치를 바탕으로 함께해야 한다는 뜻도 밝혔다. 이 과정에서 발생한 갈등에 대해서는 민주당의 당원이자 국정 최고 책임자인 자신의 책임이 크다며 더 많이 듣고 소통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는 "민생, 개혁, 통합은 결국 하나의 길로 수렴한다"면서, 개혁은 국민의 삶을 개선하기 위한 수단이고, 통합은 개혁을 지속하기 위한 토대라는 인식을 제시했다. 집값 안정·행정수도 완성 약속…개헌 추진 속 연임에는 선 긋기 경제 분야에서는 부동산 시장 안정과 국토 균형발전을 주요 과제로 제시했다. 이 대통령은 "경제 회복과 성장을 지속적으로 추진하면서 성장의 기회와 성과를 국민 모두가 누리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장기적인 경제 침체를 피하기 위해 부동산 시장을 반드시 안정시키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수도권 집값 문제의 구조적인 원인으로 수도권 집중을 지목했다. 수도권에 집중된 성장 동력을 다른 지역으로 분산하고 지역별 성장 거점을 육성하는 국토 균형발전을 흔들림 없이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주택 공급과 규제, 세제 정책을 신속하게 집행하면서 이해관계자들과 충분히 소통해 정책 추진 과정의 혼란과 반발을 최소화하겠다고 설명했다. 행정수도 건설에 대해서는 최대한 신속하게 완성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서울을 경제수도, 세종을 행정수도로 하는 이른바 경제·행정 2수도 체제를 구축해 수도권 과밀을 해소하고 국토 균형발전을 추진하겠다는 구상이다. 미국 뉴욕과 워싱턴의 역할 분담을 사례로 제시했다. 개헌에 대한 입장도 밝혔다. 이 대통령은 "정치적 타협의 결과로 만들어진 1987년 헌법이 변화한 대한민국의 현실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개헌 과제로는 5·18 광주민주화운동과 부마항쟁 정신의 헌법 전문 반영, 국민 기본권 강화, 대통령 권한 일부의 국회·지방정부 분산, 대통령 연임제 도입 등을 제시했다. 개헌은 여야 정치권의 합리적 토론과 국민적 합의를 토대로 추진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자신의 연임을 위한 개헌이라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서는 부인했다. 이 대통령은 현직 대통령의 연임을 가능하게 하는 헌법 개정은 헌법상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재확인하고 "저는 연임할 생각이 전혀 없다"고 밝혔다. 내각책임제나 이원집정부제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는 주장도 부인했다. 인사 논란과 관련해서는 인사권을 포함한 국가권력의 원천이 국민에게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앞으로 인사 행정과 국가권력을 행사할 때 국민의 의사를 최대한 존중하고 인사 시스템도 재점검하겠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이날 모두발언을 마무리하면서 안보와 경제의 지형이 급변하는 상황에서 국민의 단결과 지혜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국민의 신뢰와 기대를 되새기며 민생 개선, 개혁 과제 해결, 국민 통합을 위해 국정에 임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2026-09-18 11:1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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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정상회담 테이블에 오른 AI·희토류…한국은 어디에 설 것인가
[경제일보] 미국과 중국의 패권 경쟁이 새로운 국면으로 들어가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정상회담이 오는 24일 워싱턴에서 열릴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중국은 아직 정상회담 개최를 공식 확인하지 않았다. 앞서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과 허리펑 중국 국무원 부총리는 이번 주말 만나 정상회담 의제를 조율할 예정이다. 인공지능(AI)과 희토류, 무역·에너지 등 경제안보 현안이 폭넓게 다뤄질 전망이다. 한국에는 남의 나라 정상회담이 아니다. 미중이 협상 테이블에서 다루는 현안 하나하나가 한국의 주력 산업과 연결돼 있어서다. AI의 중심에는 반도체가 있고 희토류와 핵심광물은 배터리·자동차·항공우주·방위산업에 들어간다. 미국과 중국의 합의와 충돌에 따라 한국 기업의 투자와 생산, 공급망 전략까지 영향을 받을 수 있다. AI는 특히 그렇다. 베선트 장관은 미국이 중국과 AI가 초래할 공동의 위험을 논의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미중 AI 경쟁이 첨단 반도체와 기술 수출통제를 넘어 안전과 국제규칙의 영역으로 확장되고 있다는 의미다. 세계 AI 산업에서도 안전 규칙을 누가 만들고 집행할 것인지를 놓고 논쟁이 커지고 있다. 한국은 이 경쟁의 한복판에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세계 메모리 반도체 시장을 이끌고 있고 AI 가속기에 필요한 고대역폭메모리(HBM)에서도 한국 기업의 비중이 크다. 미중 기술 경쟁이 격화될수록 한국 반도체 기업의 기술과 생산시설은 단순한 기업 자산을 넘어 경제안보의 자산이 된다. 미국 중심의 반도체 공급망 재편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로이터는 SK하이닉스가 인텔과 미국에서 메모리 반도체를 생산하는 방안을 협의하고 있다고 지난 16일 보도했다. 인텔의 오하이오 공장 일부를 활용하거나 인텔·클라우드 기업 등이 참여하는 합작법인을 만드는 방안이 거론된다. 아직 초기 협의 단계이고 결정된 것은 없다. 하지만 한국 메모리 기업이 처음으로 미국에서 생산할 가능성이 논의되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반도체 공급망이 얼마나 빠르게 재편되고 있는지 보여준다. 여기에는 한국이 고민해야 할 지점도 있다. 미국의 공급망 현지화와 한국의 이해가 언제나 일치하는 것은 아니다. 생산시설을 미국에 두는 것이 시장 접근과 공급망 안정에는 도움이 될 수 있지만 핵심 제조기술의 해외 이전과 국내 산업 생태계 약화 가능성도 함께 살펴야 한다. 기업의 투자 판단을 존중하되 국가 차원에서는 어떤 기술과 생산기반을 국내에 반드시 남겨야 하는지 원칙을 세울 필요가 있다. 희토류 문제는 더 절박하다. 중국은 미국이 자국 중심의 핵심광물 공급망을 구축하는 데 막대한 자금을 투입하고 있는데도 여전히 주요 핵심광물의 정제 과정에서 압도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 자료를 분석한 로이터 보도에 따르면 중국의 희토류 정제 비중은 2023년 90% 이상에서 2025년 약 85%로 낮아졌지만 여전히 세계 공급망을 좌우할 수준이다. 잘 알려지지 않았던 희토류 원소인 이트륨은 이런 현실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이트륨은 반도체와 항공우주, 제트엔진 코팅 등에 쓰이는 전략 물질이다. 중국은 세계 이트륨 공급에서 압도적인 영향력을 갖고 있고 수출통제를 통해 공급량을 조절해 왔다. 미국 제조업에서도 공급 부족에 따른 생산 차질이 발생했다. 이 때문에 이트륨 문제 역시 미중 정상회담의 주요 현안 가운데 하나로 거론된다. 한국의 취약점도 여기에 있다. 반도체와 배터리, 자동차를 세계에 수출하지만 이를 만드는 핵심광물과 소재 상당 부분은 해외에서 들여온다. 미국이 첨단기술 공급망에서 중국 의존도를 낮추는 속도를 높이면 한국 기업도 대응하지 않을 수 없다. 그렇다고 세계 제조업의 거대한 생산기지이자 시장인 중국과의 공급망을 단기간에 끊는 것도 현실적이지 않다. 따라서 한국의 대응을 단순히 ‘미국이냐 중국이냐’의 문제로 만들어서는 안 된다. 안보와 직결된 첨단기술 분야에서는 동맹국과 협력을 강화하되 핵심 원료와 소재는 특정 국가에 과도하게 의존하지 않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최근 열린 한·중앙아시아 정상회의도 그런 점에서 의미가 있다. 한국과 중앙아시아 5개국은 핵심광물과 에너지, 공급망 협력을 주요 의제로 다뤘고 70건이 넘는 협정과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정부는 단순한 원료 수입을 넘어 탐사와 정제, 소재 가공, 완제품 생산까지 협력 범위를 넓히겠다고 밝혔다. 이제 중요한 것은 실행이다. 공급망 다변화는 양해각서 숫자로 평가할 일이 아니다. 광물 탐사와 개발이 실제 정제·가공과 국내 기업의 장기 구매로 이어져야 한다. 핵심광물 개발은 투자 회수 기간이 길고 가격 변동성도 큰 만큼 정부가 정책금융과 비축제도 등을 활용해 민간의 위험을 분담할 필요가 있다. 공급망은 평상시에는 비용의 문제지만 위기가 닥치면 국가안보의 문제가 된다. AI에서도 마찬가지다. 한국이 메모리 반도체를 잘 만드는 것만으로 미래 경쟁력을 보장받기는 어렵다. AI 반도체와 데이터센터, 전력망, 소프트웨어와 AI 모델로 이어지는 산업 생태계를 함께 키워야 한다. 미중이 AI의 기술표준과 안전 문제까지 논의하기 시작했다면 한국도 이미 만들어진 규칙을 받아들이는 데 머물러서는 안 된다. 국제 AI 거버넌스와 기술표준을 만드는 과정에 적극 참여해야 한다. 미중 경쟁은 이제 관세 몇 퍼센트(%)를 주고받는 무역전쟁을 넘어섰다. 누가 AI의 규칙을 만들고 첨단 반도체를 생산하며 핵심광물을 안정적으로 확보하느냐를 둘러싼 경제안보 경쟁이다. 중국은 핵심광물 공급망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갖고 있고 미국은 첨단 반도체와 AI 생태계를 중심으로 자국 공급망을 강화하고 있다. 한국의 운명을 워싱턴과 베이징의 협상 결과에 맡길 수는 없다. 어느 한쪽을 무조건 선택하는 것도, 양쪽의 눈치를 보며 결정을 미루는 것도 해법이 아니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선택을 강요받았을 때 버틸 수 있는 힘을 먼저 만드는 것이다.
2026-09-17 10:4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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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억 달러 美제철소 첫삽 뜬 날…현대제철·포스코, 워싱턴선 '관세 재심'
[경제일보] 현대제철과 포스코가 58억 달러를 투자하는 미국 루이지애나 전기로 제철소 기공식을 연 날, 워싱턴에서는 두 기업이 한국에서 생산해 미국에 수출하는 부식방지강판(Corrosion-Resistant Steel Products·CORE)을 다시 관세 심사대에 올리는 절차가 시작된 것으로 확인됐다. 미국에서 직접 철강을 생산해 관세와 공급망 위험을 줄이려는 양사의 현지화 전략이 본격적인 실행 단계에 들어간 가운데 기존 한국산 제품은 반덤핑(AD)과 상계관세(CVD)라는 미국의 무역구제 장벽을 계속 넘어야 하는 셈이다. 7일 본지가 미국 상무부 국제무역청(ITA)의 연방관보를 확인한 결과, 미 상무부는 지난 4일 한국산 부식방지강판에 대한 새로운 AD·CVD 행정재심 개시를 공식화했다. 사건번호는 각각 A-580-878(반덤핑)과 C-580-879(상계관세)다. 미 상무부는 이번 행정재심의 최종 결과를 늦어도 2027년 7월 31일까지 발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반덤핑 재심 대상 기간은 2025년 7월 1일부터 2026년 6월 30일까지다. 조사대상 명단에는 현대제철(Hyundai Steel Company)과 POSCO뿐 아니라 POSCO International Corporation, POSCO STEELEON 등 포스코 계열사가 포함됐다. KG스틸과 동국씨엠, 세아 계열사 등 국내 다른 철강업체들도 이름을 올렸다. 상계관세 재심의 조사대상 기간은 2025년 1월 1일부터 12월 31일까지다. 여기에도 현대제철과 POSCO, POSCO International, POSCO Steeleon 등이 나란히 포함됐다. 현대제철과 포스코가 동일 품목을 놓고 AD와 CVD 두 종류의 재심 절차에 동시에 들어간 것이다. AD 직전 확정치는 ‘0%’…새 조사기간 다시 계산한다 다만 이번 행정재심 개시를 현대제철과 포스코에 대한 새로운 ‘덤핑 적발’이나 ‘보조금 위반 판정’으로 단정할 수는 없다. 행정재심은 이미 내려져 있는 AD·CVD 명령을 토대로 일정 기간 실제 미국 수입물량에 어느 정도의 관세를 부과해야 하는지를 다시 계산하는 연례 절차다. 미 상무부는 행정재심 결과를 통해 과거 수입분에 실제로 부과할 관세와 앞으로 수입되는 제품에 적용할 새로운 현금예치율(cash deposit rate)을 산정한다고 설명한다. 새 관세율은 예비 결과가 아니라 최종 결과가 연방관보에 발표된 이후 적용된다. 때문에 이번 재심에서 주목할 대목은 직전 확정 결과와 얼마나 달라지느냐다. 미 상무부가 지난 5월 14일 확정한 2023년 7월~2024년 6월 한국산 CORE 반덤핑 행정재심에서는 현대제철의 가중평균 덤핑마진이 0.00%였다. 당시 의무조사 대상은 현대제철과 동국씨엠이었으며 양사 모두 0%가 나오면서 개별 심사를 받지 않은 POSCO, POSCO International, POSCO Steeleon 등에도 0.00%가 적용됐다. 상무부는 해당 조사기간 한국산 CORE가 미국에서 정상가격보다 낮게 판매되지 않았다고 결론냈다. 이는 포스코의 0%가 현대제철과 동일한 방식으로 개별 조사돼 산출됐다는 의미는 아니다. 현대제철은 의무응답기업으로 직접 조사받아 0%를 받았고, POSCO는 비선정기업으로 의무응답기업의 결과를 토대로 0%가 적용됐다. 이 구분은 이번 행정재심에서 상무부가 어떤 회사를 의무응답기업으로 선정하느냐에 따라 결과의 성격이 달라질 수 있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CVD 쪽에서는 다른 숫자가 나온다. 가장 최근 확정된 2023년분 한국산 CORE 상계관세 행정재심에서 미 상무부는 현대제철에 1.28%의 순상계가능 보조금률을 확정했다. POSCO와 POSCO International, POSCO Steeleon 등 개별 심사를 받지 않은 업체에는 2.88%가 적용됐다. 당시 상무부는 현대제철과 KG동부제철을 의무응답기업으로 조사하고 두 기업의 결과를 토대로 비선정업체의 적용률을 계산했다. 이번에는 조사기간 자체가 달라진다. AD는 2025년 7월~2026년 6월, CVD는 2025년 한 해 전체의 거래가격과 지원 프로그램 등이 심사 대상이다. 따라서 직전 CORE AD 재심에서 나왔던 현대제철·포스코 0%가 유지될지, 최근 확정된 CVD의 현대제철 1.28%·POSCO 2.88%가 어떻게 달라질지는 이번 재심 절차를 거쳐야 알 수 있다. 재심 개시만으로 추가 관세가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결과에 따라 향후 미국 수출물량의 비용 구조가 달라질 수 있는 만큼 양사에는 무시하기 어려운 변수다. 워싱턴선 관세 재심, 루이지애나선 58억 달러 현지화 공교로운 것은 미 상무부가 재심 개시를 연방관보에 게재한 4일 루이지애나주 어센션 패리시에서는 현대제철과 포스코 등이 공동 투자하는 HPLS(Hyundai-POSCO Louisiana Steel) 전기로 제철소 기공식이 열렸다는 점이다. HPLS에는 총 58억 달러가 투입된다. 지분구조는 현대제철 50%, 포스코 20%, 현대차와 기아가 각각 15%다. 생산능력은 연간 270만t으로 자동차용 180만t, 일반용 90만t을 생산한다. 제품군에는 열연강판과 냉연강판뿐 아니라 이번 미 상무부 행정재심의 대상 품목과 맞닿아 있는 도금강판도 포함된다. 2029년 상업생산이 목표다. 다만 4일 행사는 기공식으로 현대제철의 공식 계획상 실제 공사는 올해 4분기 착수할 예정이다. HPLS는 철광석과 천연가스로 직접환원철(DRI)을 생산한 뒤 전기로와 연속주조, 열연·냉연 공정까지 하나의 생산기지에서 연결하는 일관 생산체제를 구축한다. 현대제철은 이를 미국 최초의 전기로 기반 자동차강판 전문 일관제철소로 육성할 계획이다. 현지화의 목적도 분명하다. 미국은 지난해 6월 철강·알루미늄 제품에 대한 무역확장법 232조 관세를 50%로 인상했다. POSCO 역시 2025년도 연결재무제표에서 미국의 50% 철강·알루미늄 관세가 회사의 재무 추정에 불확실성을 높이는 요인이라고 명시했다. HPLS 기공식을 전후해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이 루이지애나 주정부에 미국에서 조달하기 어려운 제철설비의 관세 완화를 요청한 것 역시 이런 통상환경을 반영한다. 한국 철강업체가 미국에 공장을 짓는 과정에서조차 수입설비에 붙는 관세가 사업비 변수가 되고 있다는 의미다. 현대제철과 포스코 입장에서는 HPLS가 완공되면 미국 자동차강판 시장의 접근 방식 자체가 달라진다. 한국에서 생산한 철강을 배에 실어 미국으로 보내는 구조에서 벗어나 미국에서 쇳물부터 완성 강판까지 생산해 현대차·기아는 물론 미국 완성차업체에 공급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류비와 환율 위험을 줄이는 효과에 더해 수입 제품을 겨냥한 관세와 무역구제 조치에 대한 노출도 상당 부분 낮출 수 있다. 현대제철은 HPLS를 통해 2029년부터 현대차·기아뿐 아니라 미국 완성차업체의 자동차강판 공급망에도 진입한다는 계획이다. 현대차그룹 차원에서는 철강에서 완성차까지 이어지는 미국 내 공급망을 구축하는 효과가 있다. ‘수출해서 파는 미국’에서 ‘미국에서 만드는 미국’으로 4일 미국에서 동시에 벌어진 두 장면은 한국 철강업계가 맞닥뜨린 통상환경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이번 행정재심이 곧 관세 인상을 의미하지 않는다. 특히 직전 확정된 CORE 반덤핑 재심에서는 현대제철과 POSCO 모두 결과적으로 0%를 적용받았다. 그렇다고 행정재심 자체가 기업에 의미 없는 절차인 것도 아니다. 자료 제출과 검증, 법률 대응이 반복되고 최종 결과에 따라 관세율과 현금예치율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HPLS가 실제 제품을 생산하는 시점은 2029년이다. 그때까지 현대제철과 포스코는 미국 현지공장을 건설하는 동시에 한국에서 생산한 철강재를 수출해야 한다. 미국 현지화가 완성되기 전까지는 ‘미국에서 생산할 물량’과 ‘한국에서 수출할 물량’이 서로 다른 통상환경에 놓이는 과도기를 통과해야 하는 셈이다. 현대제철과 포스코가 국내에서 경쟁 관계임에도 미국 제철소에 함께 투자한 것도 이런 산업환경과 무관하지 않다. 포스코는 미국 제철소 투자를 북미 철강시장 경쟁력을 강화하고 친환경 자동차강판 생산기반을 확보하기 위한 전략적 투자라고 설명해 왔다. 결국 미국 시장의 문법이 달라지고 있다. 과거에는 경쟁력 있는 제품을 한국에서 만들어 미국에 수출하는 것이 핵심이었다면, 보호무역 장벽이 높아진 지금은 생산설비와 공급망 자체를 미국 안에 두는 능력이 시장 접근성을 좌우하는 또 하나의 경쟁력이 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58억 달러짜리 HPLS는 현대제철과 포스코가 그 변화에 내놓은 답”이라면서도 “공장이 가동되는 2029년까지 한국산 철강은 여전히 워싱턴의 관세 심사대를 지나야 한다”고 했다. 이어 “루이지애나에서 미국산 철강 공급망을 새로 세우는 동안 워싱턴에서는 기존 한국산 물량의 통상 리스크를 관리해야 하는 ‘두 개의 싸움’이 동시에 시작된 것”이라고 덧붙였다.
2026-09-07 11: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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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CIA 국장 극비 방러…우크라·이란 '두 전쟁' 놓고 푸틴에 경고했나
[경제일보] 존 랫클리프 미국 중앙정보국(CIA) 국장이 극비리에 러시아 모스크바를 방문한 것으로 확인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미국과 러시아 정부 모두 방문 사실과 회동 상대를 공식 확인하지 않고 있지만, 최근 우크라이나 전쟁과 미국·이스라엘의 대이란 전쟁이 동시에 교착 국면에 들어간 만큼 양국 현안을 비공개로 조율하기 위한 방문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미국 CBS와 월스트리트저널(WSJ), 워싱턴포스트(WP) 등은 25일(현지시간) 랫클리프 국장이 모스크바를 방문했다고 보도했다. 미군 수송기 C-17A가 워싱턴 인근 앤드루스 공군기지를 출발해 라트비아 리가를 거쳐 모스크바 브누코보 공항에 착륙한 사실도 항공기 추적 자료를 통해 확인됐다. CIA와 크렘린궁, 미 국방부는 방문 목적과 회동 대상에 대한 논평을 거부했다. 이번 방문은 랫클리프 국장의 취임 이후 첫 러시아 방문이며, 공개적으로 확인된 CIA 국장의 모스크바 방문으로는 2021년 11월 윌리엄 번스 전 국장 이후 처음이다. 당시 번스 전 국장은 푸틴 대통령에게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준비를 경고했고, 석 달 뒤 러시아는 전면전을 시작했다. 이번에는 상황이 반대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WSJ는 미국 정보당국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쟁을 지속하기 위한 동원 능력을 점검하고 나토의 대응 의지를 시험할 가능성을 주시하고 있다고 전했다. 베스 새너 전 국가정보국(DNI) 부국장은 랫클리프의 방러가 러시아에 행동을 경고하기 위한 것일 가능성을 제기했다. 특히 미국은 랫클리프를 태운 것으로 추정되는 고위급 대표단의 방러를 앞두고 우크라이나에 모스크바와 상트페테르부르크, 러시아 북부 지역에 대한 공격을 자제해 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이번 방문이 단순한 정보 교류를 넘어 일정 수준의 민감한 협의를 동반했을 가능성을 높이는 대목이다. ◆ 이란전까지 얽힌 미·러 협상 가능성 이란 문제도 변수다. 미국은 최근 이란과 거래하는 국가에 대한 제재 압박을 강화하고 있으며, 러시아는 이란과 군사·경제적 협력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이란은 러시아에 우크라이나전용 드론을 공급해왔고, 미국은 러시아가 이란에 군사·정보 지원을 제공하고 있다고 의심하고 있다. 러시아는 관련 지원 의혹을 부인하면서도 미국·이란 분쟁 해결에 관여할 의사를 내비쳐왔다. 우크라이나 평화협상도 사실상 교착 상태다. 러시아는 최근 협상 재개 가능성을 열어두면서도 현재 전선과 영토 상황을 반영해야 한다는 조건을 내걸고 있다. 미국이 양국 간 대화를 중재하는 상황에서 CIA 수장이 직접 모스크바를 찾았다는 점은 공식 외교 채널과 별도로 정보·안보 라인을 통한 협상이 진행되고 있을 가능성을 보여준다. 랫클리프의 방러 목적은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우크라이나전의 추가 확전 억제, 러시아의 대나토 도발 가능성 경고, 이란전 관련 러시아의 역할 조율이라는 세 가지 현안이 동시에 걸려 있다는 점에서 이번 방문의 전략적 무게는 작지 않다. 미·러 관계가 공식 외교 채널만으로 풀기 어려운 국면에서 정보기관 간 비공개 접촉이 새로운 협상 통로가 될 수 있을지도 주목된다. 반대로 별다른 합의 없이 경고 메시지를 전달하는 데 그쳤다면 우크라이나와 이란을 둘러싼 미국의 압박이 더욱 강해질 가능성도 있다.
2026-08-26 07:3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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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중국 사이, 한국 외교의 좌표는 국익이다
[경제일보] 왕이 중국공산당 중앙외사판공실 주임 겸 외교부장이 서울에 왔다. 중국 외교 수장의 단독 방한은 약 5년 만이다. 조현 외교부 장관과 왕 부장은 19일 서울에서 마주 앉아 한중 관계와 한반도 정세, 경제협력을 논의했다. 중국은 오는 11월 선전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한중 정상회담을 개최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서비스·투자 후속협상, 공급망 안정, 인적·문화 교류 확대에도 협력하기로 했다. 양국을 오가는 인적 교류가 올해 1000만명을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얼어붙었던 관계가 정상궤도로 돌아오는 것은 반길 일이다. 중국은 지리적으로 옮길 수 없는 이웃이고, 한국 기업의 거대한 시장이며, 반도체·배터리·핵심광물 공급망에서도 떼어놓고 생각하기 어려운 상대다. 북한 문제에서는 더 말할 것도 없다. 조 장관이 북한의 조속한 대화 복귀를 위해 중국의 건설적 역할을 요청했고, 왕 부장이 한반도 평화와 안정을 위해 역할을 하겠다고 답한 것도 이런 현실을 반영한다. 문제는 한중 관계가 움직일 때마다 되살아나는 질문이다. “한국은 미국과 중국 가운데 어느 쪽에 설 것인가.” 질문부터 잘못됐다. 대한민국이 한미동맹을 외교·안보의 근간으로 삼는 것과 중국과 경제·외교 협력을 확대하는 것은 반드시 양자택일해야 할 일이 아니다. 미국과 중국의 전략경쟁이 거세질수록 선택을 강요받는 영역이 늘어나는 것은 현실이다. 그렇다고 한국 외교가 모든 사안을 ‘친미냐 친중이냐’의 두 칸짜리 표에 넣는 순간 스스로 운신의 폭을 좁히게 된다. 과거 한중 관계를 설명할 때 흔히 쓰던 ‘안미경중(安美經中, 안보는 미국에 의존하고 경제는 중국과 협력한다)’는 공식도 이제는 충분하지 않다. 안보와 경제의 경계가 사라졌기 때문이다. 반도체는 수출상품이면서 안보자산이고, 배터리는 산업이면서 공급망 전략이다. 희토류와 핵심광물은 원자재인 동시에 외교적 지렛대가 됐다. 인공지능과 데이터센터, 첨단 장비와 소프트웨어에는 수출통제와 동맹정책이 얽혀 있다. 경제와 안보를 각각 워싱턴과 베이징이라는 두 서랍에 나눠 담을 수 있었던 시대는 지나가고 있다. 그렇다면 한국 외교에도 새로운 문법이 필요하다. 우선 안보의 축은 분명히 해야 한다. 한미동맹은 지난 수십 년간 대한민국 안보의 기초였고,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이 존재하는 현실에서 그 전략적 가치는 여전히 크다. 이를 미중 사이의 단기적 거래대상처럼 다루는 것은 국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중국과 관계를 개선한다고 한미동맹의 신뢰에 의문을 만들 이유도 없다. 다만 동맹이라고 두 나라의 이해관계가 모든 문제에서 일치하는 것은 아니다. 공교롭게도 왕 부장이 서울에 도착한 19일 조 장관은 국회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한미연합훈련 규모와 기간이 축소되는 과정에서 한국 정부뿐 아니라 미국 정부 관계자들조차 사전에 이를 알지 못했다고 밝혔다. 한국과 미국은 당초 11일 일정이던 연합훈련을 5일로 줄이고, 일부 야외기동훈련도 축소하기로 했다. 동맹도 각자의 국익을 계산한다는 뜻이다. 미국 대통령은 북한과의 대화, 중동 문제, 한국의 대미 투자 등 여러 이해관계를 함께 고려한다. 한국 역시 미국의 정책을 무조건 따라가는 것이 동맹 관리라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동맹은 서로의 국익을 솔직하게 조정할 수 있을 때 오래간다. 중국에는 또 다른 기준이 필요하다. 중국과 경제협력은 확대하되 상호주의와 공급망 안전이라는 선을 분명히 해야 한다. 이번 외교장관회담에서 양국이 FTA 서비스·투자 협상과 공급망 안정에 협력하기로 한 것은 실용적인 접근이다. 우리 기업이 중국 시장에서 불필요한 규제를 덜 받고 서비스와 투자 분야의 문턱을 낮출 수 있다면 협상을 적극적으로 진행할 필요가 있다. 다만 공급망 안정이라는 말이 중국 의존으로 되돌아가는 것을 의미해서는 곤란하다. 반도체 소재 하나, 배터리 원료 하나가 특정 국가의 정책 변화로 막혀 공장이 흔들리는 일은 이미 충분히 경험했다. 중국과 안정적인 공급선을 유지하는 것과 공급원을 중국 하나에 맡기는 것은 정반대의 전략이다. 필요한 것은 탈중국도, 재중국화도 아니다. 중국과 거래하되 중국이 멈춰도 버틸 수 있는 공급망이다. 반도체도 같은 원칙이 적용돼야 한다. 중국은 한국 반도체에 중요한 시장이고 한국 기업 역시 중국에 대규모 생산기반을 갖고 있다. 이와 같은 현실을 무시한 채 정치적 구호만으로 관계를 끊을 수는 없다. 반면 첨단 반도체 기술과 장비가 미중 전략경쟁의 최전선에 놓인 상황에서 안보와 기술유출 문제를 무시한 사업 확대 역시 위험하다. 때문에 분야별 기준이 필요하다. 범용 메모리와 소비재에서는 시장 논리를 최대한 존중하고, 첨단 AI 반도체와 군사적 전용 가능성이 있는 기술에는 보다 엄격한 안보 기준을 적용해야 한다. 배터리는 중국과 거래하면서 원료 조달국을 넓히고, 핵심광물은 구매계약과 동시에 비축·재활용·대체소재 개발을 추진해야 한다. 북한 문제에서도 중국에 ‘기대할 것’과 ‘기대하지 말 것’을 구분해야 한다. 중국은 북한의 중요한 우방이고 한반도 문제의 핵심 당사국이다. 왕 부장은 이번 회담에서 한국과 북한이 평화와 공존의 기회를 찾아가길 바란다며 중국이 건설적 역할을 하겠다고 밝혔다. 한국 정부가 북한의 대화 복귀에 중국의 협조를 구하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중국의 역할을 요청하는 것과 북한 문제를 중국에 맡기는 것은 다르다. 베이징의 대북정책에는 중국 자신의 전략적 이해가 있다. 중국이 원하는 한반도의 안정과 한국이 원하는 비핵화·평화체제가 모든 지점에서 같을 것이라고 기대해서는 안 된다. 중국의 도움을 요청하되, 결과에 대해서는 냉정하게 평가해야 한다. 왕 부장 역시 이번 방한에서 한국이 ‘근본적 이익’에 따라 독립적인 외교정책을 추진하고 다른 국가들과의 관계를 조화롭게 발전시키길 희망한다는 취지의 메시지를 냈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을 통해 공개된 발언이다. 이 말 역시 그대로 받아들일 필요는 없다. 미국이 한국에 선택을 요구해서는 곤란하듯 중국 역시 한미동맹이나 한국의 대외정책에 사실상의 선택지를 제시해서는 안 된다. 한국의 ‘독립적인 외교’가 필요하다면 그 독립성은 워싱턴에 대해서만이 아니라 베이징에 대해서도 똑같이 적용돼야 한다. 국익에 따라 미국에 ‘아니다’라고 말할 수 있어야 하고, 중국에도 ‘안 된다’고 말할 수 있어야 한다. 그것이 자주외교다. ‘논어’ 자로편에는 ‘군자화이부동 소인동이불화(君子和而不同 小人同而不和)’라는 구절이 있다. ‘군자는 조화를 이루되 같아지려 하지 않고, 소인은 같아지려 하지만 조화를 이루지 못한다’는 뜻이다. 지금 한국 외교에 필요한 태도와 크게 다르지 않다. 미국과 동맹이라고 모든 정책이 같을 필요는 없다. 중국과 협력한다고 중국의 전략을 받아들일 이유도 없다. 다른 이해관계를 인정하면서 합의할 수 있는 영역을 넓히는 것이 외교다. 모든 사안에서 같은 편을 증명하라는 요구는 동맹에도, 협력관계에도 건강하지 않다. 오는 11월 선전 APEC은 이를 시험할 무대가 될 가능성이 크다. 중국은 이재명 대통령과 시진핑 국가주석의 정상회담을 적극 검토하고 있고, 왕 부장은 조현 장관의 중국 방문도 제안했다. 관계 복원을 정상회담 사진 한 장으로 끝내지 말고 무엇을 주고 무엇을 얻을 것인지 미리 정리해야 한다. 대중 외교의 성적표는 정상회담 횟수가 아니다. 우리 기업의 시장 접근성이 나아졌는가. 핵심광물과 부품 공급이 더 안정됐는가. 중국 내 한국 기업이 부당한 차별을 덜 받게 됐는가. 북한의 도발을 억제하고 대화를 복원하는 데 중국이 실제로 역할을 했는가. 문화와 관광 분야의 비정상적 장벽이 줄었는가. 이런 구체적인 결과로 평가해야 한다. 한미관계에도 같은 원칙을 적용하면 된다. 주한미군과 확장억제는 얼마나 안정적인가. 첨단기술 협력에서 한국 기업이 어떤 몫을 얻는가. 막대한 대미 투자가 국내 산업과 일자리에 어떤 결과를 남기는가. 미국의 정책 변화가 한국 기업에 과도한 비용을 떠넘길 때 정부가 얼마나 당당하게 문제를 제기하는가를 봐야 한다. 한국 외교에 필요한 것은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절묘하게 가운데 서는 기술이 아니다. 사안마다 어디에 서야 국익이 커지는지를 판단할 기준이다. 안보에서는 동맹의 신뢰를 지키고, 경제에서는 시장을 넓히며, 공급망에서는 의존을 줄이고, 기술에서는 지킬 것을 지켜야 한다. 북핵 문제에서는 미국과 공조하면서 중국의 역할도 끌어내야 한다. 하나의 문장으로 모든 외교 문제를 설명하려는 순간 현실은 그 문장보다 복잡해진다. 왕 부장의 방한을 친중 외교의 신호로 읽을 필요도, 한미동맹의 균열로 볼 이유도 없다. 중국과 관계를 정상화하는 것은 해야 할 외교이고, 한미동맹을 굳건히 관리하는 것 역시 해야 할 외교다. 둘 가운데 하나를 골라야 비로소 외교 노선이 선명해지는 것이 아니다. 대한민국의 편은 미국도 중국도 아닌 대한민국이어야 한다. 원칙이 분명하다면 미국에는 동맹으로 당당할 수 있고 중국에는 이웃으로 실용적일 수 있다. ‘미국이냐 중국이냐’라는 오래된 질문을 버리고, ‘이 선택이 대한민국에 무엇을 남기는가’를 묻는 것. 왕 부장의 5년 만의 방한이 한국 외교에 던진 가장 중요한 숙제다.
2026-08-20 09:0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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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D현대, 美 최대 수상함 조선소에 지능형 용접 시스템 도입
[경제일보] HD현대가 미국 최대 방산 조선사 헌팅턴 잉걸스(HII) 산하 잉걸스 조선소에 자체 개발한 지능형 용접 시스템을 도입한다. 국내 조선소에서 검증한 자동화 기술을 미국 함정 건조 현장에 적용하며 한미 조선 협력을 생산기술 분야로 구체화한다. 6일 HD현대에 따르면 양사는 미국 미시시피주 잉걸스 조선소에서 ‘조선소 생산성 향상을 위한 시범사업’에 착수했다. 잉걸스 조선소는 미 해군 수상함을 건조하는 미국 최대 규모의 수상함 전문 조선소다. 이번 사업은 양사가 지난해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해양항공우주 전시회 ‘SAS 2025’에서 체결한 ‘선박 건조 생산성 향상 및 첨단 조선 기술 협력을 위한 양해각서(MOU)’의 후속 조치다. MOU 단계의 협력을 실제 생산 현장에 적용하는 첫 사업이라는 데 의미가 있다. HD현대는 시범사업의 첫 단계로 자체 개발한 지능형 용접 시스템을 잉걸스 조선소에 적용한다. 이 시스템은 HD현대중공업과 HD현대삼호 등 그룹 내 조선소에서 실제 운영돼 온 현장 검증형 기술이다. 시스템은 작업 대상과 조건을 자동으로 인식해 용접 위치를 실시간으로 보정한다. 작업자는 작업 구역만 설정한 뒤 여러 대의 로봇을 동시에 관리하고 필요한 경우에만 개입하면 된다. 용접 과정에서 생성되는 정보는 실시간으로 저장돼 품질 관리와 공정 개선, 작업 이력 확인에도 활용된다. 인력 의존도가 높은 용접 공정의 생산성과 작업 안전성을 함께 높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양사의 협력 범위는 용접 자동화에 그치지 않는다. 양사는 MOU를 통해 로봇과 인공지능(AI)을 활용한 디지털 조선소 구축, 함정 건조 생산성 개선, 생산인력 교육, 기자재 공급망 참여 등 선박 건조 전반에서 협력을 확대하기로 했다. 이번 시범사업 성과에 따라 HD현대의 생산기술이 잉걸스 조선소의 다른 공정으로 확대 적용될 가능성도 있다. 브라이언 블란쳇 잉걸스 조선소 사장은 “이번 협력을 계기로 자동화 적용 범위를 생산 공정의 더 깊은 단계까지 확장하고, 미 해군 함정을 건조하는 과정에 양사의 모범 사례를 접목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주원호 HD현대중공업 사장은 “이번 협력은 양사의 파트너십을 한층 강화하고 협력을 확대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이를 통해 함정 건조 효율성을 높이고 고객에게 더 큰 가치를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HD현대는 미국과의 조선 협력 범위도 넓히고 있다. 지난 7월 지멘스와 ‘차세대 마린 플랫폼’ 도입 본계약을 체결했으며, 프레이저 인더스트리와는 미국 조선소 현대화를 위한 MOU를 맺었다. 함정 유지·보수부터 연구개발, 조선소 현대화, 첨단 생산기술 적용까지 협력 기반을 확대한다는 구상이다.
2026-08-06 10:02: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