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결과 총 33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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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사만 옮겨선 '수도권 공화국' 끝낼 수 없다
[경제일보] 대통령이 세종으로 간다. 국회도 뒤따른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11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며 임기 안에 대통령 세종집무실 시대를 열고, 마지막 국무회의도 세종집무실에서 열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국회 세종의사당 건립에도 속도를 내고 행정수도 완성을 위한 법·제도적 뒷받침을 계속하라고 주문했다. 세종을 명실상부한 국정의 중심축으로 만들겠다는 것이다. 정부 부처 상당수가 세종에 내려가 있는데 대통령실과 국회는 서울에 남아 있는 지금의 구조는 비효율적이다. 장관과 공무원이 회의 하나 때문에 서울과 세종을 오가는 일이 반복되고, 행정부와 국회의 물리적 거리는 정책 결정의 비용을 높인다. 대통령 집무실과 국회 세종의사당이 자리 잡으면 행정수도의 마지막 퍼즐 하나가 맞춰지는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이것만으로 수도권 집중까지 끝날 것이라고 기대해서는 안 된다. 대한민국은 이미 오랫동안 ‘서울공화국’을 넘어 ‘수도권공화국’으로 움직여 왔다. 산업연구원 분석에 따르면 국토 면적의 11.8%인 수도권에 전국 인구의 50.8%, 지역내총생산의 52.5%가 집중돼 있다. 사람만 서울로 몰린 것이 아니다. 생산과 소비, 좋은 일자리와 인재, 기업과 자본이 함께 수도권으로 모였다. 행정기관을 옮기는 것만으로 이 흐름을 거꾸로 돌리기 어려운 이유도 이미 확인됐다. 산업연구원이 지난 7일 공개한 공공기관 지방이전 분석을 보면 공공기관 이전이 집중됐던 2010년대 중반 수도권에서 혁신도시로의 인구 이동은 한동안 늘었지만 2017년 이후 사실상 사라졌다. 2023년부터는 혁신도시 인구가 순유출로 돌아섰다. 공공기관 이전으로 늘어난 고용도 상당 부분 음식·숙박·의료·교육 등 지역 내부 수요에 의존하는 서비스업에 집중됐다. 무엇보다 직업을 이유로 혁신도시를 떠나는 흐름이 이어졌다는 점을 연구진은 주목했다. 사람은 청사를 따라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기회를 따라 움직인다. 공무원 수천 명이 내려가면 아파트가 들어서고 음식점과 학원이 생긴다. 그것만으로 도시 하나의 외형은 갖출 수 있다. 그러나 대학을 졸업한 자녀가 취업을 위해 서울로 떠나고, 배우자가 원하는 직장을 지역에서 구하지 못하며, 기업의 연구소와 본사가 수도권에 남아 있다면 도시의 성장에는 한계가 있다. 행정기관 이전으로 사람을 옮기는 데는 성공해도 다음 세대까지 붙잡는 데 실패할 수 있다. 떄문에 세종 행정수도의 다음 단계는 ‘무엇을 더 옮길 것인가’가 아니라 ‘무엇이 스스로 오게 만들 것인가’여야 한다. 먼저 기업이 와야 한다. 세종과 대전·청주·천안·오송을 하나의 경제권으로 묶고 AI·반도체·바이오·양자·국방산업 등 충청권이 경쟁력을 갖춘 산업을 집중적으로 키울 필요가 있다. 기업 본사와 연구개발센터가 들어오고 스타트업이 생기며, 그 기업을 지원하는 금융과 법률·회계 서비스가 따라오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정부도 이 방향을 일부 제시하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올해 업무계획에서 세종의 자족기능을 강화하기 위해 AI·바이오 등을 중심으로 산학연 기업혁신허브를 조성하고 기업과 대학을 유치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대통령 역시 11일 세종 국무회의에서 균형발전과 함께 SMR·재생에너지·양자컴퓨터·우주항공·첨단바이오 등에 전략적으로 투자하겠다고 강조했다. 행정수도와 첨단산업 거점을 연결하겠다는 방향은 맞다. 대학도 달라져야 한다. 지역 대학을 중앙정부가 보조금으로 연명시키는 대상으로만 보는 정책으로는 청년을 붙잡기 어렵다. 기업 연구소와 대학 연구실이 연결되고, 학생이 지역 기업에서 인턴을 거쳐 취업하며, 교수가 창업하고 그 기업이 다시 지역 대학의 인재를 채용하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미국 보스턴이나 실리콘밸리, 독일 뮌헨 같은 혁신도시는 관공서가 많아서 만들어진 도시가 아니다. 대학과 기업, 연구소와 자본이 서로 사람을 주고받으며 만들어졌다. 의료와 문화도 산업정책만큼 중요하다. 좋은 연봉을 주는 기업을 데려와 놓고 아이를 보낼 학교와 가족이 이용할 병원, 공연장과 문화시설이 부족하다면 핵심 인재는 장기간 머물지 않는다. 특히 고급 연구인력과 기업 경영진의 이동은 월급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배우자의 직장과 자녀 교육, 의료와 문화까지 가족 전체의 삶을 계산한다. 균형발전이 산업부와 국토부만의 정책일 수 없는 이유다. 기업 이전 정책도 바뀌어야 한다. 수도권 공장을 지방으로 옮기면 세금을 깎아주는 식의 일회성 유인책만으로는 부족하다. 연구개발 인력 확보와 대학 협력, 벤처투자, 공급망까지 묶어 기업이 지방에 있을수록 오히려 사업하기 좋은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수도권 기업에 불이익을 줘 억지로 내려보내기보다 세종·충청에 있을 때 더 큰 경제적 이익을 얻도록 하는 것이 시장경제에도 맞다. 무엇보다 세종을 또 하나의 서울로 만들겠다는 욕심도 경계해야 한다. 균형발전의 목적은 수도권의 모든 것을 세종으로 옮겨 새로운 집중을 만드는 데 있지 않다. 세종은 행정과 정책, 대전은 연구개발과 과학기술, 청주는 반도체·바이오, 천안·아산은 첨단 제조업처럼 각 도시의 강점을 광역교통망으로 연결해야 한다. 하나의 거대한 충청 경제권이 서울과 경쟁할 수 있어야 한다. ‘맹자’에는 “항산이 있는 자에게 항심이 있다(有恒産者有恒心)”는 말이 나온다. 안정된 삶의 기반이 있어야 마음도 안정된다는 뜻이다. 오늘의 균형발전에 적용한다면 사람에게 지역에 남으라고 요구하기 전에, 그곳에서 살아갈 수 있는 경제적 기반부터 만들어야 한다는 얘기다. 정부 부처를 옮긴다고 청년에게 일자리가 생기는 것은 아니다. 대통령이 세종에서 근무한다고 대기업 본사가 따라 내려오는 것도 아니다. 국회의사당이 들어선다고 서울의 대학과 병원, 문화와 자본이 저절로 분산되는 것도 아니다. 대통령 세종집무실과 국회 세종의사당은 필요하다. 국가의 최고 의사결정기관이 공간적으로 이동한다는 것은 강한 상징이며, 행정 효율을 높이는 실질적인 효과도 있다. 이 첫걸음을 평가절하할 이유는 없다. 다만 여기서 멈추면 안 된다. 세종 행정수도의 성공 여부는 몇 개 부처와 기관이 내려왔는지가 아니라 세종과 충청에서 얼마나 많은 민간 일자리가 새로 생겼는지, 지역 대학을 나온 청년이 서울행 열차를 타지 않아도 되는지, 기업이 정부 권유가 없어도 스스로 내려가겠다고 판단하는지를 보고 평가해야 한다. 균형발전의 단위를 ‘기관’에서 ‘생태계’로 바꿔야 한다. 대통령실과 국회를 옮기는 것은 행정수도를 만드는 일이다. 기업과 대학, 연구소와 병원, 문화와 자본이 함께 움직여야 경제수도가 만들어진다. 행정수도 하나를 만드는 것으로 수도권공화국은 끝나지 않는다. 서울에 가지 않아도 기회를 얻을 수 있는 또 하나의 강한 경제권을 만드는 것. 그것이 세종 행정수도 완성의 진짜 목적이어야 한다.
2026-08-12 17:0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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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저기 사장님'…자영업 과잉의 한국경제
[경제일보] 한국 경제의 특징 중 하나는 자영업자가 많다는 점이다. 골목마다 음식점과 카페, 편의점, 미용실, 학원, 배달·운송 사업자가 몰려 있다. 외형상으로는 창업 열기가 강한 사회처럼 보인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양질의 일자리 부족, 조기 퇴직, 재취업 시장의 한계, 사회안전망의 빈틈이 함께 자리 잡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통계청의 2025년 8월 경제활동인구조사 비임금근로 및 비경제활동인구 부가조사에 따르면 한국의 비임금근로자는 655만4000명으로 전체 취업자의 22.6%를 차지했다. 이 가운데 고용원이 있는 자영업자는 143만5000명, 고용원이 없는 자영업자는 424만1000명이었다. 비임금근로자는 자영업자와 무급가족종사자를 함께 포함하는 개념이다. 국제 비교에서도 한국의 자영업 비중은 주요 선진국보다 높은 편으로 분류된다. 다만 국가별 통계는 단순 비교에 주의가 필요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자영업률은 전체 취업자 중 자영업자가 차지하는 비중을 뜻하지만, 국가마다 법인화된 자영업자와 무급가족종사자 처리 방식이 다를 수 있다. 세계은행의 국제노동기구(ILO) 모델 추정치도 고용주, 자기계정근로자, 생산자협동조합원, 무급가족종사자 등을 자영업 범주에 포함한다. 그럼에도 큰 흐름은 분명하다. 한국은 자영업자만 따로 봐도 20% 안팎, 무급가족종사자를 포함한 비임금근로자 기준으로는 20%대 초반 수준이다. 반면 미국은 기준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한 자릿수 중후반에서 10% 안팎으로 집계되고, 독일과 일본도 대체로 10% 안팎으로 한국보다 낮은 수준으로 평가된다. 한국의 높은 자영업 비중은 단순한 개인 선택의 결과라기보다 노동시장 구조가 만들어낸 현상에 가깝다. 경제가 고도화될수록 영세 자영업 비중은 줄어드는 것이 일반적이다. 대기업과 프랜차이즈, 전문 서비스 기업이 구매력과 물류, 마케팅, 디지털 시스템을 앞세워 개인 점포를 대체하거나 흡수하기 때문이다. 소비자는 더 낮은 가격과 표준화된 서비스를 선택하고 근로자는 사업 위험을 직접 부담하는 자영업보다 안정적인 임금근로를 선호하게 된다. 미국과 유럽 주요국에서 자영업 비중이 상대적으로 낮은 것도 이와 관련이 있다. 임금근로자가 의료보험, 연금, 유급휴가, 실업보험 등 각종 제도 혜택을 받을 수 있고 실직하더라도 실업급여와 재취업 지원을 통해 일정 기간 버틸 수 있다. 약국, 슈퍼마켓, 식당, 자동차 정비, 요양 서비스 등 생활 서비스의 상당 부분도 대형 체인과 기업 중심으로 운영된다. 개인이 점포를 열어 생계를 해결해야 할 압력이 한국보다 낮은 셈이다. 창업과 유지 비용도 차이가 있다. 미국과 유럽은 건축·소방·위생 규정, 장애인 편의시설 기준, 노동법 준수 부담이 크다. 진입 장벽이 높은 만큼 무리한 생계형 창업이 상대적으로 줄어드는 효과도 있다. 다만 유럽도 국가별 차이는 크다. 그리스, 이탈리아, 포르투갈 등 남유럽 국가는 가족 사업과 관광·소매 서비스 비중이 커 북유럽이나 독일보다 자영업 비중이 높은 편이다. 한국의 경우 사정이 다르다. 압축 산업화 과정에서 농촌 인구가 도시로 빠르게 이동했지만 기업 일자리가 이를 모두 흡수하지 못했다. 제조업과 대기업은 성장했지만 직접 고용의 폭은 제한적이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임금·복지 격차도 커졌다. 안정적인 일자리에 진입하지 못한 인력은 소규모 도소매업, 음식·숙박업, 개인서비스업으로 흘러갔다. 조기 퇴직과 늦은 실질 은퇴도 한국 자영업 구조를 키운 요인이다. 50대 전후로 주된 일자리에서 밀려나는 경우가 많지만 경력을 살릴 재취업 시장은 충분하지 않다. 국민연금 수령 전까지 소득 공백이 발생하고 퇴직금은 생계형 창업의 초기 자금으로 쓰인다. 음식점, 카페, 편의점, 프랜차이즈, 배달·운송업 등은 비교적 진입이 쉽지만, 같은 업종에 창업자가 몰리면서 과당경쟁이 반복된다. 자영업은 한국 경제에서 일종의 완충지대 역할을 해왔다. 기업과 노동시장이 충분히 흡수하지 못한 인력을 받아들이고, 퇴직 이후 소득 공백을 메우는 제2의 노동시장 기능을 해온 것이다. 문제는 이 완충지대가 갈수록 좁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소비 증가보다 점포 수가 빠르게 늘면 매출은 나뉘고, 임대료와 인건비, 원재료비, 플랫폼 수수료 부담은 커진다. 결국 상당수 자영업자는 ‘사장’이라는 이름과 달리 장시간 노동과 낮은 수익성에 노출된다. 동아시아 국가와 비교해도 한국의 구조는 독특하다. 일본은 장기고용 문화와 정년 후 재고용 제도, 대형 유통망 발달로 한국보다 자영업 비중이 낮은 편이다. 중국은 농업 인구와 비공식 경제, 플랫폼 노동 비중이 커 자영업률이 높게 나타날 수 있지만, 이는 OECD 회원국 중심의 선진국 비교와는 별도로 봐야 한다. 대만은 중소기업과 소규모 제조업 생태계가 발달해 자영업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은 편으로 평가되지만, 공식 통계 기준을 따로 확인해 비교해야 한다. 전문가들은 한국의 자영업 문제를 창업 지원만으로 풀기는 어렵다고 지적한다. 창업 교육과 금융 지원이 필요하더라도 이미 포화된 업종에 더 많은 창업자를 밀어 넣는 방식은 한계가 크다는 것이다. 핵심은 양질의 임금 일자리 확대, 중장년 재취업 시장 개선, 직업훈련 강화, 실업·연금 안전망 보완으로 꼽힌다. 한 노동시장 전문가는 “한국의 높은 자영업 비중은 창업 정신이 강해서라기보다 노동시장이 충분한 선택지를 제공하지 못한 결과에 가깝다”며 “자영업자는 경제 활력의 한 축이지만, 동시에 임금 노동시장이 흡수하지 못한 인력이 스스로 위험을 떠안는 구조의 반영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자영업 대책은 소상공인 지원 정책인 동시에 고용·복지·은퇴 정책이어야 한다”며 “창업하지 않아도 버틸 수 있는 양질의 일자리와 재취업 기회, 실업·연금 안전망을 넓히는 것이 근본 대책”이라고 강조했다.
2026-08-08 0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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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를 집 안으로…동서식품이 설계한 한국의 커피생활
[경제일보] 커피 한 잔을 마시는 방식은 시대마다 달라졌다. 다방에서 주문하던 커피는 가정과 사무실에서 직접 타 마시는 인스턴트커피가 됐고, 커피와 설탕·크리머를 각각 덜어 넣던 과정은 한 봉의 커피믹스로 단순해졌다. 카페에서 마시던 아메리카노는 스틱형 인스턴트 원두커피로 옮겨왔고, 이제는 캡슐과 머신을 이용해 집에서도 추출 커피를 즐기는 시대가 열렸다. 이 변화의 중심에는 동서식품이 있었다. 동서식품은 1968년 설립 이후 맥심과 맥심 모카골드, 카누를 차례로 내놓으며 소비자가 커피를 마시는 장소와 방식을 바꿔왔다. 새로운 음료 종류를 계속 추가하기보다 시대마다 달라진 커피 취향과 음용 방식을 더 간편한 제품으로 구현하는 전략이었다. 동서식품의 성장 DNA는 '일상화'와 '재설계'로 요약된다. 다방 중심이던 커피를 가정과 사무실로 가져왔고, 카페의 아메리카노를 스틱 한 봉에 담았다. 최근에는 카누 바리스타를 앞세워 캡슐과 머신으로 사업 영역을 넓히며 소비자가 커피를 추출하는 방식까지 직접 설계하려 하고 있다. 다만 커피믹스로 구축한 시장 지배력이 다음 성장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국내 커피믹스 시장은 성숙기에 접어들었고 국제 원두 가격과 환율 변동에 따른 원가 부담도 커졌다. 머신을 보급한 뒤 캡슐의 반복 구매로 이어지는 홈카페 생태계를 구축할 수 있느냐가 동서식품의 새로운 시험대가 됐다. 카페를 나온 커피, 한 봉에 담기다 동서식품이 한국 커피시장에 미친 가장 큰 변화는 커피를 특별한 기호품에서 일상적인 음료로 바꾼 것이다. 인스턴트커피가 보급되기 전 커피는 주로 다방이나 음식점에서 누군가 타주는 음료였다. 가정이나 사무실에서 직접 마시더라도 커피와 설탕, 크리머의 양을 각각 조절해야 했다. 동서식품은 이를 한 봉에 담아 물만 부으면 마실 수 있는 커피믹스 형태로 단순화했다. 커피믹스의 경쟁력은 세 가지 재료를 합친 데만 있지 않았다. 누가 어디서 타더라도 비슷한 맛을 낼 수 있도록 커피 한 잔의 제조법을 표준화했다. 소비자는 별도의 계량이나 기구 없이 컵과 뜨거운 물만으로 일정한 맛을 구현할 수 있게 됐다. 1980년 출시된 맥심은 동서식품을 대표하는 커피 브랜드로 성장했다. 이후 맥심 모카골드는 달고 부드러운 맛을 앞세워 가정과 사무실, 식당과 사업장 등 생활 곳곳에 자리 잡았다. 커피믹스는 접객용 음료이자 식사 후의 습관, 잠깐의 휴식을 상징하는 제품으로 정착했다. 동서식품은 성공한 제품을 그대로 유지하는 데 그치지 않았다. 소비자 입맛과 음용 습관 변화에 맞춰 원두 배합과 향, 당도, 패키지를 조정하고 제품 용량과 구성을 세분화했다. 신제품을 빠르게 교체하기보다 장수 브랜드의 기본적인 맛을 유지하면서 조금씩 개선하는 방식이었다. 이 같은 전략은 동서식품에 국내 커피믹스 시장의 절대적인 입지를 안겼다. 맥심 모카골드를 앞세운 동서식품은 현재도 국내 커피믹스 시장에서 80% 이상의 점유율을 차지하는 압도적인 1위 사업자로 평가된다. 오랜 기간 축적한 브랜드 인지도와 전국 유통망, ‘커피믹스=맥심’이라는 소비자 인식은 경쟁사가 쉽게 넘보기 어려운 진입장벽이 됐다. 하지만 시장을 장악한 성공은 새로운 과제도 남겼다. 2010년대 이후 커피전문점이 일상화되고 소비자 취향이 믹스커피에서 아메리카노와 스페셜티 커피, 디카페인, 캡슐커피 등으로 다양해지면서 국내 커피시장의 성장축이 이동하기 시작했다. 편의점 RTD 커피와 저가 커피 프랜차이즈까지 빠르게 성장하며 소비자의 선택지도 넓어졌다. 동서식품에는 견고한 커피믹스 시장을 유지하는 동시에 성장성이 높은 블랙커피와 홈카페 시장에서 새로운 수요를 확보해야 하는 과제가 주어졌다. 압도적인 1위라는 지위가 강점인 동시에 변화 속도를 늦출 수 있는 부담으로 작용하기 시작한 것이다. 카페 한 잔을 스틱에 담다 2000년대 들어 커피전문점이 빠르게 늘면서 국내 커피 소비의 기준도 바뀌었다. 소비자들은 달고 부드러운 커피믹스뿐 아니라 원두의 향과 산미, 로스팅을 따지기 시작했다. 설탕과 크리머가 없는 블랙커피와 아메리카노가 대중화되면서 인스턴트커피는 저렴하지만 품질이 낮은 제품이라는 인식과도 맞서야 했다. 동서식품은 커피전문점 문화와 아메리카노 소비가 확산하던 2011년 인스턴트 원두커피 브랜드 ‘카누’를 출시했다. 기존 커피믹스가 커피와 설탕, 크리머를 한 봉에 담아 달고 부드러운 맛을 구현했다면 카누는 설탕과 크리머를 빼고 원두커피의 맛과 향을 간편하게 즐기려는 수요를 겨냥했다. 에스프레소 방식으로 추출한 커피 파우더에 미세하게 분쇄한 원두를 배합해 뜨거운 물만 부어도 아메리카노에 가까운 맛을 내도록 설계했다. 카누는 커피전문점까지 이동해 주문하고 기다려야 했던 아메리카노를 사무실과 가정에서 스틱 한 봉으로 마실 수 있게 만들었다. 상대적으로 낮은 비용과 짧은 제조 시간, 휴대성을 앞세우면서도 기존 인스턴트커피와는 다른 프리미엄 이미지를 구축했다. ‘세상에서 가장 작은 카페’라는 브랜드 메시지는 카페에서 경험하던 커피와 휴식의 순간을 개인의 책상과 집 안으로 옮기겠다는 전략을 압축해 보여줬다. 카누의 의미는 새로운 브랜드 하나를 추가했다는 데 그치지 않는다. 커피믹스 중심이던 스틱커피 시장을 설탕과 크리머가 없는 블랙커피 영역으로 넓히고, 커피전문점으로 이동하던 일부 수요를 다시 가정용 인스턴트커피 시장으로 끌어들였다는 데 있다. 맥심 모카골드가 달고 부드러운 믹스커피 수요를 지키는 동안 카누는 아메리카노와 원두커피를 선호하는 소비자를 맡았다. 동서식품은 두 브랜드를 통해 서로 다른 취향과 음용 장면을 포괄하며 고객 기반을 넓혔다. 이후 카누는 디카페인과 라떼, 아이스, 프리미엄 제품에 이어 캡슐과 머신으로 영역을 확장했다. 다만 카누가 블랙커피와 라떼, 원두, 캡슐, 머신까지 아우르면서 브랜드의 역할도 복잡해졌다. 맥심과 카누의 소비층과 음용 장면을 구분하고, 카누 안에서도 스틱과 캡슐 제품의 차별성을 분명히 해야 하는 과제가 생겼다. 제품군 확대가 브랜드 외연 확장에 그치지 않고 실제 신규 수요와 재구매로 이어지는지가 중요해졌다. 커피가 아닌 경험을 팔다…홈카페의 시작 동서식품의 최근 변화는 캡슐커피에서 가장 뚜렷하게 나타난다. 회사는 2023년 2월 카누 바리스타 전용 머신과 캡슐을 출시하며 캡슐커피 시장에 본격 진입했다. 같은 해 원두커피와 에티오피아·콜롬비아·인도네시아 싱글오리진 캡슐을 추가했고, 2024년에는 소형 머신 ‘카누 바리스타 페블’을 출시했다. 타사 머신에서 사용할 수 있는 호환 캡슐도 내놓으며 전용 머신 구매자뿐 아니라 기존 캡슐커피 이용자까지 고객층을 넓혔다. 2025년에는 카누 공식 온라인 스토어를 열어 머신과 캡슐 판매 채널을 강화했다. 2026년 6월에는 아이스 커피 수요를 겨냥한 전용 캡슐 ‘카누 라이블리 브리즈’와 ‘카누 인피니트 피크’를 출시했다. 로스팅 강도와 디카페인, 싱글오리진, 라떼·아이스 전용 등 취향과 음용 상황에 맞춘 캡슐 제품군을 늘리며 홈카페 시장 공략을 강화하고 있다. 카누 바리스타는 기존 스틱커피와 사업 구조가 다르다. 커피믹스와 카누 스틱은 컵과 뜨거운 물만 있으면 바로 마실 수 있어 개별 제품 판매가 곧 소비로 이어진다. 반면 캡슐커피는 소비자가 먼저 전용 머신이나 호환 기기를 갖춰야 한다. 초기 기기 구매라는 진입 장벽을 넘어야 캡슐의 반복 구매가 가능하다. 사업의 성패도 머신 판매량 자체보다 설치된 머신이 실제 캡슐 소비로 이어지는지에 달려 있다. 소비자가 머신을 구매한 뒤 다양한 캡슐을 지속적으로 선택하도록 제품군과 유통 채널, 가격 경쟁력을 함께 갖춰야 한다. 전용 캡슐뿐 아니라 호환 캡슐까지 확대한 것도 머신 보급 속도의 한계를 보완하고 잠재 고객층을 넓히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이는 한 봉의 커피를 반복 판매하던 사업에서 기기와 소모품, 브랜드 경험을 연결하는 사업으로의 전환을 뜻한다. 동서식품이 커피믹스에서 쌓은 높은 브랜드 충성도를 캡슐 재구매로 옮길 수 있느냐가 카누 바리스타의 성장성을 가를 핵심 변수다. 매출 1조8000억원에도 커진 원가 압박 동서식품은 커피믹스와 카누를 기반으로 안정적인 실적을 이어가고 있다. 2025년 연결 기준 매출과 영업이익은 전년보다 소폭 증가한 반면 순이익은 감소했다. 그러나 외형 성장의 이면에서는 원가 부담이 크게 확대됐다. 2025년 매출원가는 전년보다 9.3% 증가했고 매출원가율도 66%에서 71.4%로 높아졌다. 반면 판매관리비는 전년보다 21.4% 감소했다. 특히 광고선전비와 판매촉진비가 큰 폭으로 줄면서 원가 상승에도 영업이익을 방어하는 데 일정 부분 기여한 것으로 풀이된다. 원가 부담의 중심에는 커피 원두와 환율이 있다. 커피 원두 대부분을 해외에서 조달하는 만큼 국제 원두 가격과 원·달러 환율이 동시에 상승하면 매입 부담이 커진다. 제품 가격 인상으로 비용 일부를 반영할 수 있지만 잦은 가격 인상은 소비 위축이나 저가 제품으로의 이동을 불러올 수 있다. 국제 원두 가격은 2025년 높은 수준을 기록한 뒤 2026년 상반기에는 다소 진정됐다. 국제커피기구 종합 커피가격 지표는 2026년 1월 파운드당 296.89센트에서 6월 248.90센트로 낮아졌다. 다만 원두 매입과 재고 투입 사이에는 시차가 있어 국제 시세 하락이 곧바로 제조원가 개선으로 이어진다고 보기는 어렵다. 비용 절감만으로 수익성을 방어하는 데도 한계가 있다. 광고와 판촉을 지나치게 줄이면 장기적으로 브랜드 노출과 신제품 확산에 부담이 될 수 있다. 특히 머신 보급과 캡슐 재구매를 동시에 늘려야 하는 카누 바리스타 사업은 초기 시장 확대를 위한 마케팅과 판매 채널 투자가 필요한 영역이다. '한 봉의 성공' 다음 시대에도 이어질까 동서식품의 역사는 복잡한 커피 경험을 더 간편한 방식으로 바꿔온 과정이었다. 커피와 설탕, 크리머를 한 봉에 담았고 카페의 아메리카노를 스틱커피로 옮겼다. 이제는 머신과 캡슐을 통해 소비자가 집에서 커피를 추출하는 과정까지 사업 영역에 포함시키고 있다. 하지만 한 봉을 잘 만드는 능력과 기기·소모품 생태계를 운영하는 능력은 다르다. 커피믹스에서는 제품 자체의 맛과 유통망, 브랜드 인지도가 시장 지위를 결정했다면 캡슐커피에서는 머신 보급, 캡슐 호환성, 제품 다양성, 반복 구매를 함께 관리해야 한다. 글로벌 브랜드와 기존 캡슐커피 사업자들이 자리 잡은 시장에서 후발주자로 경쟁해야 한다는 점도 부담이다. 기존 사업의 기반도 지켜야 한다. 커피믹스는 여전히 동서식품의 핵심 시장이지만 젊은 소비자의 선택지는 원두커피와 캡슐, 저가 카페, RTD 음료 등으로 넓어졌다. 국제 원두 가격과 환율 변동이 반복되는 상황에서는 가격 인상과 비용 절감만으로 수익성을 유지하기도 어렵다. 관건은 맥심의 고객을 지키면서 카누가 새로운 소비자를 얼마나 확보하느냐다. 카누 바리스타 머신 구매자를 캡슐의 충성 고객으로 전환하고, 전용 머신이 없는 소비자에게도 호환 캡슐을 선택하게 만들어야 한다. 동시에 스틱커피와 캡슐커피 사이의 가격과 브랜드 역할을 분명히 해 서로의 시장을 잠식하지 않는 구조도 필요하다. 동서식품은 지난 반세기 동안 커피를 마시는 번거로움을 줄이며 성장했다. 하지만 다음 성장은 단순히 더 간편한 제품을 내놓는 것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소비자가 어떤 기기를 선택하고 어떤 캡슐을 반복 구매할지까지 설계해야 한다. 커피 한 봉으로 한국인의 일상을 바꿨던 동서식품이 머신과 캡슐의 시대에도 다시 소비 습관을 바꿀 수 있을지, 카누 바리스타는 그 가능성을 가늠할 첫 시험대다. 동서식품 관계자는 "커피믹스와 카누, 카누 바리스타는 모두 한국인의 입맛에 맞는 커피를 만들기 위해 오랜 기간 연구개발을 거쳐 선보인 제품"이라며 "앞으로도 맛있는 커피를 누구나 편리하고 합리적인 가격에 즐길 수 있도록 하는 데 중점을 두고 제품 경쟁력을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2026-07-30 16:5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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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년 이상 버틴 생존본능…하이트진로, 글로벌 술자리 넘본다
[경제일보] 모양과 알코올 도수는 달라졌고 광 고모델도 수없이 바뀌었지만, 진로라는 이름과 두꺼비는 한 세기를 넘어 살아 남았다. 하이트진로가 올해로 창립 102년을 맞았다. 국내 기업의 평균수명이 좀처럼 수십 년을 넘기기 어려운 현실에서 하이트진로는 일제강점기와 전쟁, 산업화, 외환위기와 기업 인수합병을 모두 통과했다. 하이트진로의 생존법은 오래됐다는 이유로 브랜드를 버리지 않는 데 있다. 이름과 기억은 남기되 맛과 도수, 디자인과 마케팅은 시대에 맞춰 고쳤다. 하이트진로의 100년은 새로운 술을 끊임없이 발명한 역사라기보다 오래된 술을 새로운 세대에게 다시 파는 방법을 찾아온 역사에 가깝다. 진천양조상회·조선맥주, 두 술 집안의 결합 하이트진로의 뿌리는 하나가 아니다. 소주의 진로와 맥주의 하이트가 서로 다른 길을 걷다 한 회사 안에서 만났다. 진로는 1924년 평안남도 용강에서 설립된 진천양조상회에서 출발했다. 전쟁 이후 서울에 자리를 잡았고, 1970년 소주시장 정상에 올랐다. 이후 진로와 참이슬로 이어지는 국내 대표 소주 계보를 만들었다. 맥주의 뿌리는 1933년 설립된 조선맥주다. 크라운맥주를 생산하던 조선맥주는 1990년대 ‘하이트’를 앞세워 시장 판도를 바꿨다. 제품 브랜드의 성공에 힘입어 1998년 회사 이름도 하이트맥주로 바꿨다. 두 회사의 결합은 위기에서 시작됐다. 진로는 무리한 사업 확장과 외환위기의 충격으로 법정관리를 거쳤다. 하이트맥주는 2005년 진로를 인수했고, 두 회사는 2011년 통합법인 하이트진로로 출범했다. 하이트진로는 인수한 회사의 이름과 상징을 지우지 않았다. 기업명에 ‘진로’를 남겼고 참이슬과 두꺼비를 핵심 자산으로 활용했다. 공장과 설비뿐 아니라 소비자의 기억까지 인수한 셈이다. 주류시장에서 브랜드는 단순한 상표가 아니라 ‘어느 식당에서 누구와 잔을 기울였는지’에 대한 경험과 기억이 쌓인 자산이다. 하이트진로는 이 기억을 폐기하지 않고 새 포장에 담아 다시 시장에 내놨다. 맛은 바꾸고 기억은 남겼다 하이트진로의 브랜드 경영은 무조건적인 보존보다 ‘미세 조정’에 가깝다. 이름과 상징은 유지하되 소비자의 기호에 맞춰 제품을 계속 손본다. 1998년 출시된 참이슬은 대나무 숯 정제와 깨끗한 이미지를 앞세워 소주 시장의 기준을 바꿨다. 하지만 과거의 성공 방식을 그대로 고집하지 않았다. 하이트진로는 올해 참이슬 후레쉬의 알코올 도수를 16도에서 15.7도로 낮췄다. 저도주와 부드러운 음용감을 선호하는 흐름을 반영한 것이다. 하이트진로에 따르면, 참이슬은 출시 이후 올해 5월까지 360㎖ 기준 약 413억병이 판매됐다. 거대한 브랜드도 시장 변화 앞에서는 0.3도의 변화를 택했다. 강한 브랜드는 변하지 않는 브랜드가 아니라 정체성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에서 계속 변하는 브랜드라는 판단이다. 2019년 부활한 ‘진로’도 같은 방식으로 생명력을 되찾았다. 과거의 두꺼비와 하늘색 병을 복고 감성으로 되살리면서 제품은 저도수·제로슈거 흐름에 맞췄다. 두꺼비는 캐릭터 상품과 팝업스토어, 협업 마케팅을 통해 젊은 소비자와 다시 만났다. 과거를 보존하되 과거의 방식으로 팔지는 않은 것이다. 다만 소주와 맥주의 처지는 다르다. 하이트진로는 소주시장에서 참이슬과 진로라는 강력한 방어선을 갖고 있지만, 맥주에서는 오비맥주와 장기간 힘겨운 경쟁을 벌이고 있다. 하이트의 뒤를 이어 테라와 켈리를 내놓았지만 신제품의 화제성을 안정적인 점유율과 이익으로 연결하는 일은 여전히 과제다. 실적에도 내수 침체의 그림자가 드리웠다. 하이트진로의 2025년 연결 매출은 2조4996억원, 영업이익은 1723억원으로 전년보다 감소했다. 올해 1분기에도 매출 5908억원, 영업이익 559억원을 기록해 전년 동기보다 각각 3.6%, 10.8% 줄었다. 소주보다 맥주의 매출 감소 폭이 컸다. 회식문화 축소, 외식경기 부진, 절주와 건강관리 문화가 동시에 확산되면서 과거와 같은 대량 음용 중심의 성장 공식은 흔들리고 있다. 하이트진로가 저도수와 무알코올, 프리미엄 제품을 늘리는 이유다. 하이트진로가 찾은 해법, ‘진로의 대중화’ 글로벌 비전 제시 내수시장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하이트진로가 꺼내든 해법은 해외다. 회사는 창립 100주년을 맞아 ‘진로의 대중화’를 글로벌 비전으로 제시했다. 소주를 한식당이나 한국 문화 체험 때 마시는 술에서 벗어나 세계인이 일상적으로 선택하는 주류로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출발점은 나쁘지 않다. 영국 주류전문매체 드링크 인터내셔널 집계에서 진로는 25년 연속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린 증류주 브랜드에 올랐다. 2025년 판매량은 9리터 상자 기준 9450만 상자로 집계됐고, 하이트진로는 약 91개국에 소주 제품을 수출하고 있다. 하지만 ‘세계 판매 1위’와 ‘글로벌 기업’은 같은 뜻이 아니다. 판매량에는 거대한 국내시장 물량이 포함된다. 올해 1분기 국내 매출은 전체 매출의 약 90%를 차지했다. 세계적인 판매 기록을 갖고도 회사의 실적은 여전히 국내 소비와 경기, 음식점 영업에 크게 좌우된다. 이 간극을 좁힐 시험대가 베트남 공장이다. 하이트진로는 베트남 타이빈성에 첫 해외 생산기지를 건설하고 있으며 올해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생산능력은 연간 최대 약 500만 상자다. 공장이 가동되면 국내에서 생산해 수출하던 구조에서 벗어나 동남아 현지 생산·공급 체제로 전환할 수 있다. 물류비를 낮추고 국가별로 용량과 맛, 용기를 달리한 제품을 생산할 여지도 커진다. 물론 공장을 짓는 것과 현지 소비자가 소주를 일상적으로 마시는 것은 다른 문제다. 한류는 제품을 한 번 맛보게 할 수 있지만 반복 구매까지 보장하지는 않는다. 현지 음식과의 궁합, 가격, 유통망, 음주문화에 맞는 접근이 뒤따라야 한다. 공장 가동률과 해외사업의 실제 수익성도 입증해야 한다. 업계 관계자는 “하이트진로는 지난 100년 동안 한국인의 술자리가 바뀔 때마다 살아남았다. 독한 소주는 순해졌고, 회식은 가벼운 모임과 혼술로 흩어졌다. 낡은 상징으로 보였던 두꺼비는 다시 젊은 캐릭터가 됐다”며 “하이트진로의 경쟁력은 오래됐다는 사실 자체가 아니다. 오래된 것 가운데 무엇을 남기고 무엇을 바꿔야 하는지 아는 감각에 있다”고 했다. 이어 “국내 술자리에서 증명한 브랜드 생존 본능이 해외 소비자의 일상에서도 통할 때 하이트진로는 비로소 100년 기업을 넘어 글로벌 영속기업으로 갈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아주경제 2026년 07월 30일자 13면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2026-07-30 08:0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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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 AI '카나나', 여행 추천부터 예약까지…카톡·지도 연결
[경제일보] 카카오의 인공지능(AI) 서비스 ‘카나나’가 여름 휴가철을 맞아 여행지 추천부터 일정 구성, 장소 탐색과 예약까지 지원한다. 카카오톡의 대화 데이터와 카카오맵의 장소 정보를 연결해 여행 계획 전반을 하나의 서비스 흐름으로 묶는 방식이다. 카카오는 ‘카나나 인 카카오맵’과 ‘카나나 인 카카오톡’의 여행 관련 기능을 업데이트했다고 30일 밝혔다. 카카오맵 상단 ‘AI 추천’ 메뉴에서 이용할 수 있는 카나나 인 카카오맵은 자연어 요청에 맞춰 여행지와 관광 명소, 숙소, 음식점 등을 종합적으로 추천한다. 이용자가 “1박2일 여행지와 숙소, 맛집을 추천해 달라”고 입력하면 부산이나 경주 등 후보 지역과 주요 장소를 제안한다. 특정 지역과 여행 기간을 정한 뒤 세부 일정을 요청하면 숙소를 중심으로 관광지와 맛집 위치, 이동 거리와 동선을 고려한 코스를 구성해준다. 추천 장소는 카카오맵에서 위치와 거리를 비교할 수 있다. 카카오톡 예약하기와 연동된 숙소·식당은 다른 앱으로 이동하지 않고 예약할 수 있다. 장소별 리뷰와 정보를 AI가 분석해 핵심 키워드, 주차 가능 여부와 편의시설, 추천 메뉴도 보여준다. 추천 결과에 추가 질문을 이어갈 수 있으며 완성된 일정은 카카오톡으로 동행자에게 공유할 수 있다. 동행자도 후보 장소를 확인하고 추가 탐색이나 예약에 참여할 수 있다. 카나나 인 카카오톡은 채팅방의 대화 맥락을 활용한다. 친구나 가족이 휴가 일정을 논의하면 여행 기간과 인원, 출발 지역, 선호 활동 등을 바탕으로 여행지를 제안한다. 목적지가 정해진 뒤에는 호캉스, 전통문화 체험, 전시 등 주변 활동과 날씨·예약 정보를 제공한다. 카카오가 여행 기능을 강화한 배경에는 범용 질문에 답하는 챗봇보다 실제 행동으로 이어지는 AI 에이전트를 확보하려는 전략이 있다. 카카오톡에서 여행 의사를 파악하고 카카오맵에서 장소를 탐색한 뒤 예약하기로 거래를 연결하면 이용자의 서비스 이탈을 줄이는 동시에 지도·예약 사업의 이용률도 높일 수 있다. 다만 추천 장소의 최신성과 이동시간 정확도, 광고·제휴 상품과 일반 추천의 구분은 서비스 신뢰를 좌우할 요소다. 대화 맥락을 활용하는 만큼 이용자가 AI 개입 범위와 개인정보 처리 방식을 쉽게 확인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필요하다. 카카오 관계자는 “다양한 서비스에서 여행과 나들이 일정을 간편하게 계획하고 장소 예약과 결제까지 이용할 수 있도록 서비스를 지속해서 고도화하겠다”고 말했다.
2026-07-30 07:2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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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곱 별로 시작해 세계로…롯데칠성의 76년 확장사
[경제일보] 1950년 5월 9일 서울 용산의 작은 공장에서 '칠성사이다'가 세상에 나왔다. 롯데칠성음료의 전신인 동방청량음료가 내놓은 첫 제품이었다. 탄산음료 한 병으로 출발한 회사는 76년이 지난 현재 사이다와 콜라, 커피, 생수, 주스는 물론 소주·맥주·청주·와인·RTD(즉석음용주류)까지 아우르는 국내 대표 종합음료기업으로 성장했다. 음료 넘어 주류까지…76년간 넓힌 사업영역 롯데칠성의 역사는 단순히 제품 수를 늘린 과정이 아니다. 소비자의 음용 습관 변화에 맞춰 사업영역을 넓히고, 시장이 성숙하면 새로운 카테고리와 해외 시장으로 무대를 옮겨온 역사다. 하나의 브랜드를 오래 지키면서도 끊임없이 새로운 시장을 개척한 것이 롯데칠성 성장의 핵심 동력이었다. '칠성'이라는 이름에도 이런 철학이 담겨 있다. 창립 당시 주주 7명의 성씨가 모두 달랐지만 단순히 '칠성(七姓)'이 아닌 북두칠성처럼 오래 빛나는 기업이 되자는 의미를 담아 '칠성(七星)'을 선택했다. 이후 회사는 하나의 제품이나 시장에 머무르지 않고 소비자가 무언가를 마시는 거의 모든 순간으로 사업을 확장해 왔다. 국내 음료시장은 이미 성숙기에 접어들었다. 인구 감소와 내수 둔화로 성장 여력이 제한된 가운데 주요 식음료기업들은 제품 다변화와 해외시장 확대를 새로운 성장축으로 삼고 있다. 롯데칠성은 이러한 흐름을 가장 적극적으로 실행한 기업 가운데 하나다. 칠성사이다는 지금도 롯데칠성을 상징하는 대표 브랜드다. 롯데칠성음료에 따르면 칠성사이다는 2024년 10월 기준 250㎖ 캔 환산 누적 판매량 375억캔을 돌파했다. 레몬·라임 향과 청량감이라는 제품의 정체성은 유지하면서도 용기와 용량을 다양화하고 제로슈거 제품을 출시하며 소비층을 꾸준히 넓혔다. 하지만 롯데칠성의 경쟁력은 장수 브랜드 하나에 머물지 않았다. 회사는 소비자가 무엇을 마시는지에 맞춰 사업 포트폴리오를 꾸준히 넓혀왔다. 1976년 미국 펩시콜라와 생산·판매 계약을 체결했고, 1982년에는 미국 델몬트와 기술 제휴를 맺어 주스 사업에 진출했다. 자체 브랜드만 고집하기보다 글로벌 브랜드와 협업하며 탄산과 과즙음료 시장을 빠르게 확대했다. 이후 레쓰비와 칸타타로 커피 시장을, 아이시스로 생수를, 핫식스와 게토레이로 기능성 음료 시장을 공략했다. 특정 품목의 성장세가 둔화되더라도 다른 제품군이 이를 보완하는 구조를 만들면서 사업 안정성을 높였다. 이와 같은 전략은 경쟁사와도 차별화된다. 코카콜라음료가 탄산 중심, 동아오츠카가 기능성 음료 중심의 사업구조를 갖고 있다면 롯데칠성은 탄산·커피·생수·주스·기능성 음료를 모두 아우르는 국내 최대 수준의 포트폴리오를 구축했다. '사이다 회사'에서 소비자의 갈증과 휴식, 건강관리까지 아우르는 종합음료기업으로 변모한 것이다. 제품보다 강한 유통망…음료 넘어 주류로 사업 확장의 또 다른 축은 유통망이었다. 롯데칠성은 1974년 롯데그룹 편입 이후 생산시설과 물류 인프라를 지속적으로 확대했다. 다만 성장의 배경을 그룹 유통망만으로 설명하기는 어렵다. 롯데백화점과 롯데마트, 세븐일레븐뿐 아니라 음식점, 슈퍼마켓, 자판기, 온라인몰 등 판매 채널을 촘촘하게 구축하고 채널별 소비 특성에 맞춘 제품과 용량을 공급한 것이 경쟁력으로 작용했다. 소비자는 아침에는 커피를, 점심에는 탄산음료를, 운동 후에는 스포츠음료를, 저녁에는 주류를 찾는다. 롯데칠성은 이러한 서로 다른 소비 순간을 하나의 사업영역으로 연결하며 포트폴리오를 구축했다. 결국 롯데칠성의 경쟁력은 히트상품 하나보다 다양한 제품군과 이를 소비자에게 연결하는 유통망에 있다. '마시는 모든 순간'을 사업영역으로 만든 전략이 76년 동안 이어진 성장의 기반이었다. 롯데칠성의 두 번째 변곡점은 주류사업 진출이었다. 회사는 2009년 두산주류 사업부문을 인수하며 처음처럼과 청하, 백화수복 등을 확보했고, 2011년 롯데주류를 합병하면서 음료와 주류를 하나의 사업 포트폴리오로 통합했다. 칠성사이다에서 출발한 기업이 소주와 맥주, 청주, 와인, 위스키, RTD까지 아우르는 종합 주류·음료기업으로 체질을 바꾼 순간이었다. 주류사업에서도 전략은 같았다. 특정 브랜드 하나에 의존하기보다 시장을 세분화해 다양한 소비층을 공략했다. 처음처럼과 새로로 소주 시장을, 클라우드로 맥주를, 청하와 백화수복으로 청주를, 마주앙으로 와인을 공략하며 카테고리별 브랜드를 구축했다. 국내 음료기업 가운데 음료와 주류를 모두 핵심 사업으로 육성하는 곳은 사실상 롯데칠성이 유일하다. 경기 변동이나 소비 트렌드 변화에 따라 특정 사업이 부진하더라도 다른 사업군이 이를 보완할 수 있는 구조를 갖췄다는 점이 강점으로 꼽힌다. 소비 트렌드를 가장 먼저 상품으로 최근 롯데칠성의 성장 전략은 '무엇을 더 만들 것인가'보다 '소비자가 어떻게 마시는가'에 맞춰져 있다. 대표 사례가 '새로'다. 2022년 출시한 새로는 설탕을 넣지 않은 제로슈거 소주와 투명병, 구미호 캐릭터를 앞세워 기존 소주 브랜드와 차별화했다. 회사와 경향신문에 따르면 새로는 출시 약 3년 만인 2025년 말 누적 판매량 8억병을 돌파했다. 올해에는 알코올 도수를 15.7도로 낮추고 국산 쌀 증류주를 적용하는 리뉴얼도 단행했다. 음료에서는 제로슈거가 새로운 성장축이 됐다. 칠성사이다 제로를 시작으로 펩시 제로슈거, 밀키스 제로 등으로 제품군을 확대하며 건강과 저당 소비 트렌드에 대응했다. 최근에는 RTD 시장이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떠오르고 있다. 롯데칠성에 따르면 과실탄산주 '순하리 진'은 올해 상반기 매출 170억원을 기록하며 지난해 연간 매출(162억원)을 이미 넘어섰다. 레몬과 자몽, 유자, 상그리아 등 맛을 다양화하고 알코올 도수도 4.5도부터 9도까지 세분화하면서 소비자의 취향을 공략했다. 과거 회식 중심이던 음주문화가 홈술과 혼술, 가벼운 모임 중심으로 바뀌면서 술을 고르는 기준도 다양해지고 있다. 롯데칠성은 소비량 증가보다 소비 방식 변화에 맞춰 제품을 세분화하는 전략을 택하고 있다. 다만 사업영역 확대가 항상 경쟁력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제품군이 늘어날수록 생산과 재고, 물류 운영은 복잡해지고 브랜드 간 판매 잠식 가능성도 커진다. 신제품을 빠르게 출시하는 것보다 어떤 브랜드를 오래 키울 것인지에 대한 선택과 집중이 중요해지는 이유다. 실제로 제로슈거 제품군 확대 이후 브랜드 간 역할을 어떻게 구분할 것인지, 새로와 처음처럼의 시장 포지셔닝을 어떻게 가져갈 것인지도 향후 과제로 꼽힌다. 맥주사업 역시 브랜드 경쟁력 회복과 수익성 개선이라는 숙제를 안고 있다. 업계에서는 국내 음료시장이 성숙기에 접어든 만큼 앞으로는 신제품 출시 자체보다 브랜드 운영 효율과 수익성이 기업 경쟁력을 좌우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롯데칠성 역시 '많이 만드는 기업'보다 '잘 운영하는 기업'으로의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지난 76년간 다양한 제품군을 구축했다면 앞으로는 그 포트폴리오를 얼마나 효율적으로 관리하느냐가 새로운 경쟁력이 될 전망이다. 글로벌 46% 시대…필리핀에서 증명할 다음 성장 롯데칠성의 세 번째 성장축은 해외사업이다. 과거 해외사업이 국내에서 생산한 밀키스와 레쓰비, 소주 등을 수출하는 방식이었다면 지금은 현지 기업을 인수해 직접 생산하고 판매하는 구조로 무게중심이 옮겨갔다. 단순 수출기업에서 현지 생산과 유통망을 갖춘 글로벌 음료기업으로 사업 모델을 바꾸고 있는 것이다. 대표 사례가 필리핀펩시다. 롯데칠성은 2010년 필리핀펩시 지분을 처음 취득한 뒤 추가 매수와 공개매수를 거쳐 2023년 지분율을 73.6%까지 높이며 경영권을 확보했다. 필리핀 전역의 생산시설과 영업망을 갖춘 현지 보틀링 기업을 연결 자회사로 편입하면서 해외사업의 외형도 크게 확대됐다. 미얀마와 파키스탄에서도 현지 생산·판매 법인을 운영하고 있다. 국내에서 완제품을 수출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현지 공장과 원료, 인력, 유통망을 기반으로 시장에 대응하는 체제로 전환한 것이다. 국내 음료업계가 수출 확대에 집중해온 것과 달리 롯데칠성은 현지 기업 인수와 생산기지 확보를 통해 시장에 직접 진입하는 전략을 선택했다. 해외사업의 무게중심이 '수출'에서 '현지화'로 이동하고 있다는 점이 가장 큰 변화다. 성과도 나타나기 시작했다. 롯데칠성의 올해 1분기 연결 기준 매출은 952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6%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478억원으로 91% 늘었다. 해외 자회사와 수출을 포함한 글로벌 매출은 3783억원으로 11.1% 증가하며 전체 매출의 약 46%를 차지했다. 필리핀 법인은 매출 2589억원, 영업이익 54억원을 기록하며 흑자 전환했고 미얀마 법인 역시 흑자로 돌아섰다. 국내 음료와 주류 시장이 성숙기에 접어든 상황에서 해외 자회사의 실적 개선이 전체 수익성 회복을 이끌고 있다는 평가다. 다만 해외사업의 성패는 외형보다 수익성에서 갈릴 가능성이 크다. 해외 법인은 환율과 원재료 가격, 현지 경쟁, 정치·경제 환경 변화에 직접 노출된다. 특히 필리핀은 수천 개의 섬으로 이뤄진 지리적 특성상 물류와 재고 관리가 쉽지 않은 시장이다. 롯데칠성은 디지털 영업관리와 자동화 설비, 물류 효율화 등을 추진하고 있지만, 한 분기 실적만으로 구조적인 경쟁력을 판단하기에는 이르다는 분석도 나온다. 국내 사업 역시 과제를 안고 있다. 제로슈거 음료와 RTD 시장은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지만 내수 소비 둔화와 고환율, 원부자재 가격 부담은 여전히 변수다. 새로의 성장세를 어떻게 이어갈 것인지, 처음처럼과의 브랜드 역할을 어떻게 정립할 것인지도 풀어야 할 숙제다. 맥주사업 역시 브랜드 경쟁력과 수익성 회복이 요구된다. 해외사업 비중이 커질수록 본사와 현지 법인의 품질관리와 재무관리, 공급망 운영 역시 한층 복잡해질 수밖에 없다.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할수록 관리해야 할 영역도 함께 넓어지는 셈이다. 확장의 시대를 넘어 '운영의 시대' 롯데칠성의 76년은 하나의 제품에 머물지 않고 소비 변화에 맞춰 사업영역을 넓혀온 역사였다. 칠성사이다에서 시작해 탄산과 커피, 생수로 포트폴리오를 확대했고, 이후 주류를 더했다. 국내 시장이 성숙기에 접어들자 다시 해외시장으로 무대를 옮겼다. 지금까지의 성장을 이끈 키워드가 '확장'이었다면 앞으로의 경쟁력은 '운영'이 될 가능성이 크다. 제품을 추가하고 회사를 인수하면 외형은 커질 수 있다. 그러나 글로벌 기업의 경쟁력은 넓어진 사업영역을 얼마나 안정적인 이익과 현금흐름으로 연결하느냐에 달려 있다. 롯데칠성은 이미 국내 소비자의 '마시는 대부분의 순간'에 자리 잡았다. 앞으로의 과제는 더 많은 제품을 추가하는 것이 아니라, 구축한 포트폴리오와 해외사업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운영하느냐다. 일곱 개 별에서 시작한 76년의 역사는 이제 '얼마나 더 넓힐 것인가'보다 '넓어진 영토를 얼마나 수익성 있게 관리할 것인가'를 증명하는 단계에 들어섰다. 롯데칠성 관계자는 "해외에서는 필리핀과 미얀마 법인의 수익성 개선 흐름을 이어가는 동시에 신흥시장을 중심으로 생산능력을 확대하고 글로벌 브랜드 경쟁력을 강화해 안정적인 성장 기반을 구축할 계획"이라며 "'밀키스', '레쓰비', '새로', '순하리' 등 글로벌 브랜드 육성에도 속도를 낼 것"이라고 했다. 이어 "국내에서는 제로 음료와 에너지·스포츠음료, 리뉴얼한 '새로'와 RTD 브랜드 '순하리진' 등을 중심으로 소비자 트렌드에 대응하는 제품 혁신을 지속하는 한편 수익성 중심 경영을 통해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이어가겠다"고 덧붙였다.
2026-07-29 15:4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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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1784 로봇 기술, 도쿄 45층 빌딩 달린다…첫 외부 상용화
[경제일보] 네이버가 경기 성남 사옥 ‘1784’에서 축적한 스마트빌딩 기술을 일본 도쿄의 45층 복합빌딩에 적용한다. 로봇 한 대를 공급하는 데 그치지 않고 자율주행과 로봇 관제, 디지털트윈, 실내 측위 기술을 하나로 묶어 외부 건물에 상용화하는 첫 사례다. 팀네이버는 NTT동일본, 미쓰이부동산과 함께 일본 도쿄역에 연결된 복합시설 ‘도쿄 미드타운 야에스’에서 자율주행 로봇 배송 서비스를 시작한다고 23일 밝혔다. 도쿄 미드타운 야에스는 지상 45층·지하 4층 규모로 오피스와 상업시설, 호텔, 버스터미널, 초등학교 등이 입주해 있다. 네이버는 복잡한 보안 체계와 유동 인구를 갖춘 대형 복합시설에서 로봇 서비스의 안정성을 검증하게 된다. ◆ 지하 음식점서 주문하면 로봇이 사무실로 배달 일본 미쓰이부동산 발표에 따르면 첫 단계에서는 지하 1층과 지상 5층 음식점의 식음료를 7층 공유오피스 ‘워크스타일링’까지 배달한다. 이용자가 라인으로 상품을 주문하면 실내 자율주행 로봇 ‘루키’가 음식을 받아 승강기와 보안문을 통과해 지정된 장소로 운반한다. 건물 전체 45개 층에서 서비스를 시작하는 것은 아니다. 우선 특정 음식점과 오피스를 연결하는 경로에서 운영한 뒤 이용량과 안정성, 장애 대응 결과를 바탕으로 적용 구간과 로봇 수를 확대할 예정이다. 핵심은 로봇 전용 승강기를 새로 설치하지 않고 기존 승강기와 보안문을 연동한다는 점이다. 도쿄 미드타운 야에스는 앞서 다양한 서비스 로봇을 도입하며 설비 연동 기반을 구축했다. 여기에 네이버의 클라우드 로봇 시스템을 연결해 여러 층을 이동하는 배송을 구현했다. 네이버가 1784에서 약 4년간 축적한 로봇 센서와 공간·서비스 수행 데이터도 활용된다. 사람이 몰리는 시간대의 이동 경로와 승강기 대기, 장애물 출현, 주문 취소 등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예외 상황을 반영해 로봇의 판단과 관제 능력을 높인다는 설명이다. ◆ 아크브레인이 관제하고 디지털트윈이 길 안내 프로젝트에는 네이버의 멀티 로봇 관제 플랫폼 ‘아크브레인’과 비전 기반 측위 기술 ‘아크아이’, 디지털트윈이 적용됐다. 아크브레인은 여러 로봇의 위치와 배터리, 수행 업무를 실시간으로 관리하고 배송 순서와 이동 경로를 조정한다. 승강기와 스피드게이트 등 건물 설비에도 이동 명령을 전달해 로봇이 사람의 도움 없이 층을 오갈 수 있도록 지원한다. 아크아이는 로봇의 카메라 영상과 건물 공간 데이터를 비교해 위성항법장치(GPS)를 사용할 수 없는 실내에서 위치를 파악한다. 디지털트윈은 건물 구조와 이동 경로를 가상 공간에 재현해 로봇이 공유하는 정밀 지도로 활용된다. 역할도 나눴다. 네이버클라우드는 네이버랩스의 로보틱스·비전 기술을 바탕으로 자율주행과 관제 인프라를 제공한다. 미쓰이부동산은 배송 서비스와 빌딩 설비 연계를 관리하며, NTT동일본은 디지털트윈 환경 구축과 로봇 유지보수·운영을 담당한다. ◆ 사옥 실험 넘어 스마트빌딩 수출 시험대 이번 사업의 의미는 네이버가 1784를 기술 전시장에 머물게 하지 않고 외부 판매가 가능한 스마트빌딩 솔루션으로 전환했다는 데 있다. 고객 건물마다 구조와 승강기, 보안 시스템이 다른 만큼 현장별 맞춤 구축 비용을 낮추고 표준화된 연동 방식을 확보하는 것이 사업 확장의 관건이다. 도쿄 미드타운 야에스에는 이미 다른 배송·청소·운반 로봇이 도입된 경험이 있다. 네이버 기술의 경쟁력도 기존 시스템과 얼마나 원활하게 연동되고 다수의 로봇을 안정적으로 운영하느냐에 따라 평가될 전망이다. 3사는 향후 배송 구간을 확대하고 실내 증강현실(AR) 내비게이션과 디지털트윈 기반 시설 관리로 협력 범위를 넓힐 계획이다. 배송을 넘어 순찰과 안내, 설비 점검 등으로 적용 업무가 확대되면 네이버가 추진하는 피지컬 AI 사업도 새로운 수익원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있다. 네이버 관계자는 “설비 환경에 관계없이 다양한 빌딩에서 로봇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원천 기술을 고도화하고 국내외 현장에 1784 모델을 확산하겠다”고 말했다.
2026-07-23 11:1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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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 1만700원, 이제는 인상률보다 제도 개혁을 논할 때다
[경제일보] 내년도 최저임금이 올해보다 3.7% 오른 시간당 1만700원으로 결정됐다. 최저임금 제도 시행 이후 처음으로 1만 원대 중반 시대를 눈앞에 두게 됐다는 상징성은 있지만, 정작 결정 과정과 결과는 또다시 우리 사회의 깊은 갈등만 확인시켰다. 법정 시한을 넘긴 밤샘 협상과 막판 표결, 노사 양측의 극한 대립은 해마다 되풀이되는 풍경이 됐다. 사용자 측은 "더는 버틸 수 없다"고 호소하고, 노동계는 "실질임금 삭감"이라며 반발한다. 누구도 결과를 수용하지 못하는 현실은 현행 최저임금 결정 시스템이 이미 한계에 도달했음을 웅변한다. 최저임금은 저임금 근로자의 인간다운 삶을 보장하기 위한 최소한의 사회안전망이다. 그러나 아무리 선한 제도라도 시장이 감당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설 경우 부작용은 불가피하다. 지금 우리 경제는 고금리와 내수 부진, 소비 위축이라는 복합 불황 속에 놓여 있다. 특히 골목상권의 편의점과 음식점, 숙박업, 미용업 등 영세 서비스업은 인건비 부담과 임대료, 원자재 가격 상승을 동시에 떠안으며 생존 자체를 걱정하는 처지다. 현실적으로 최저임금조차 지급하지 못하는 사업장이 적지 않은 것은 제도의 실효성과 시장의 수용 능력 사이에 심각한 괴리가 존재한다는 방증이다. 실제로 취약 업종에서는 최저임금 미만율이 30%를 웃도는 것으로 나타난다. 법을 준수하고 싶어도 지급 능력이 뒷받침되지 않는 영세 사업주를 잠재적 범법자로 만드는 제도는 지속 가능하지 않다. 최저임금의 목적이 근로자를 보호하는 데 있다면, 그 제도가 오히려 일자리 축소와 폐업 증가를 초래하는 상황 또한 외면해서는 안 된다. 시장이 감당하지 못하는 임금은 결국 고용 감소와 근로시간 축소, 무인화 투자 확대라는 형태로 되돌아오기 마련이다. 피해는 결국 가장 보호받아야 할 취약계층 근로자에게 집중된다. 이제는 정치적 금기처럼 여겨졌던 업종별·지역별 최저임금 차등 적용을 진지하게 검토할 시점이다. 현행 법률 역시 사업의 종류별로 최저임금을 달리 정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수십 년 동안 이 조항은 사실상 사문화됐다. 수도권 대기업과 지방 영세기업의 생산성은 물론 물가와 임금 수준, 지불 능력은 현격한 차이를 보인다. 동일한 기준을 전국 모든 업종에 일률적으로 적용하는 것은 형평성보다 불균형을 키울 가능성이 크다. 주요 선진국들도 지역이나 산업별 특성을 반영한 다양한 임금 체계를 운영하고 있다. 차등 적용이 곧 노동자 차별이라는 단순한 이분법에서 벗어나야 한다. 영세 서비스업과 농림어업, 지방 중소기업의 현실을 고려한 유연한 제도 설계가 오히려 취약계층의 일자리를 지키고 지역경제를 살리는 현실적 대안이 될 수 있다. 획일적 평등보다 지속 가능한 공정이 더 중요하다. 최저임금위원회의 운영 방식 역시 근본적인 혁신이 필요하다. 지금의 결정 구조는 노·사·공익위원이 이해관계를 앞세워 줄다리기를 벌이는 정치적 협상 테이블에 가깝다. 객관적인 경제지표보다 협상력과 여론전이 결과를 좌우하는 구조에서는 사회적 신뢰를 얻기 어렵다. 이제는 물가상승률과 경제성장률, 노동생산성, 고용 여건, 중소기업의 지급 능력 등을 종합적으로 반영한 객관적인 산식을 마련하고, 전문가 중심의 독립적인 심의체계로 전환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 정치적 흥정이 아닌 과학적 근거에 기반한 결정 시스템만이 반복되는 사회적 갈등을 줄일 수 있다. 최저임금 논쟁의 본질은 숫자 자체가 아니다. 중요한 것은 근로자의 삶을 보호하면서도 기업이 지속적으로 일자리를 유지할 수 있는 균형점을 찾는 일이다. 노동자 없는 기업도 없지만 기업 없는 일자리 역시 존재할 수 없다. 어느 한쪽의 희생만 강요하는 정책은 결국 모두를 어렵게 만든다. 최저임금 제도가 시행된 지 어느덧 40년에 가까워지고 있다. 그동안 우리 경제의 산업구조와 노동시장은 크게 달라졌지만 제도는 과거의 틀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했다. 이제는 해마다 반복되는 인상률 논쟁을 넘어 시장 현실과 경제 여건을 반영한 제도 개혁에 나설 때다. 업종별·지역별 차등 적용, 객관적 산식에 기반한 결정 구조, 생산성과 지급 능력을 함께 고려하는 합리적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그것이야말로 노동자의 삶을 지키고 자영업자의 생존을 보호하며 우리 경제의 지속 가능한 성장을 담보하는 길이다. 최저임금의 미래는 인상률이 아니라 제도의 신뢰에서 결정된다는 사실을 정부와 정치권은 더 이상 외면해서는 안 된다.
2026-07-19 10:3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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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글랜드-멕시코 16강 성사…축구장 밖 항공·숙박·치안 전쟁
[경제일보] 잉글랜드와 멕시코의 16강전이 성사되면서 2026 북중미 월드컵은 경기장 밖에서도 또 하나의 승부를 맞게 됐다. 승부의 무대는 멕시코시티 아스테카다. 2일 잉글랜드는 콩고민주공화국에 2대1 역전승을 거두고 16강에 올랐다. 글로벌 축구 스타이자 영국 대표팀 주전 공격수인 해리 케인은 후반 막판 2골을 넣어 잉글랜드를 구했다. 이에 따라 영국과 개최국 멕시코의 16강 '빅매치'가 성사됐다. 앞서 멕시코는 전날 에콰도르를 2대0으로 꺾고 1986년 이후 40년 만에 월드컵 토너먼트 승리를 거두며, 잉글랜드보다 먼저 16강 고지에 올랐다. 훌리안 키뇨네스와 라울 히메네스가 득점했고, 8만명이 넘는 관중이 아스테카를 채웠다. 오는 6일 예정된 멕시코와 잉글랜드의 16강전은 경기 자체를 넘어 도시 전체의 이벤트가 됐다. 경제적 파장은 여러 방향으로 번질 수 있다. 우선 이동 수요다. 잉글랜드 팬들은 콩고민주공화국전이 열렸던 미국 애틀랜타에서 멕시코시티로 이동해야 한다. 이미 북미 3개국을 오가는 월드컵 일정은 항공권, 숙박, 현지 교통, 보험, 비자·입국 절차 문제를 복잡하게 만들었다. 영국 외무부는 월드컵 기간 멕시코의 팬존과 퍼블릭뷰잉 장소를 방문할 때 현지 제한 사항을 확인하고, 이동 지연 가능성에 대비하라고 안내하고 있다. 숙박과 항공만의 문제가 아니다. 멕시코시티는 고지대 도시다. 잉글랜드는 멕시코시티의 고도 약 2200m 환경에 적응해야 한다. 실제 토마스 투헬 잉글랜드 감독도 멕시코가 어려운 상대이고, 아스테카 원정이 쉽지 않은 과제임을 인정한 바 있다. 고도는 선수의 체력 문제이지만, 동시에 팀 운영 비용의 문제다. 훈련장, 회복 프로그램, 의료진, 산소 적응, 이동 일정까지 모두 더 세밀하게 설계해야 한다. 치안 비용도 커진다. 멕시코의 에콰도르전 승리 뒤 멕시코시티에는 약 100만명의 팬이 몰렸고, 축하 인파 속에서 4명이 숨진 것으로 전해졌다. 대형 스크린이 설치된 거리와 광장에 인파가 급격히 몰리면서 군중 밀집 사고가 발생한 것이다. 당국은 주류 판매 제한과 스크린 간격 확대 등 안전 대책을 시행했지만, 인파 규모가 시스템을 압도하며 안타까운 사고가 났다. 잉글랜드전은 원정 팬까지 더해져 경찰, 소방, 응급의료, 교통 통제 부담이 더 커질 수 있다. 도시경제에는 기회이자 부담이다. 홈팀이 16강까지 살아남으면 호텔, 음식점, 주류·음료, 굿즈, 택시·공유차, 관광지, 팬존 상권이 살아난다. 방송사와 광고주에게도 잉글랜드-멕시코전은 매력적인 카드다. 잉글랜드는 글로벌 팬덤과 높은 중계 수요를 가진 팀이고, 멕시코는 개최국 프리미엄과 홈 관중을 안고 있다. 한 경기의 승패가 지역 상권과 미디어 시장을 동시에 움직이는 구조다. 하지만 교통 혼잡, 쓰레기 처리, 치안 인력, 응급의료, 가격 급등, 주민 불편은 모두 개최도시의 부담이다. 팬들이 몰릴수록 소비는 늘지만 사고 위험도 커진다. 특히 잉글랜드-멕시코전처럼 경기 자체의 관심도가 높은 조합은 도심 팬존과 경기장 주변에 인파가 집중될 가능성이 크다. 도시가 축제를 흡수할 수 있는 능력, 즉 운영 역량이 흥행의 한계를 결정한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잉글랜드-멕시코 16강전은 월드컵이 왜 거대한 경제 이벤트인지를 보여준다"며 "경기 일정이 발표되는 순간 항공권과 호텔, 팬존, 경찰력, 방송 편성, 광고 상품이 동시에 움직이고 있다"고 했다. 이어 "축구는 90분 동안 치러지지만, 돈과 사람은 그보다 훨씬 넓은 범위에서 움직인다"며 "아스테카의 다음 밤은 승부의 밤이면서, 개최도시가 월드컵 흥행을 감당할 수 있는지를 시험하는 경제의 밤이 될 전망"이라고 덧붙였다.
2026-07-02 11:28: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