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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만에 손보는 스튜어드십 코드, 감시자도 감시받아야 한다
[경제일보] 한국 자본시장에서 오래된 질문이 하나 있다. “주인은 누구인가.” 상장기업의 주인은 주주라고 말하지만, 현실의 이사회와 경영진은 때로 오너 일가의 뜻을 더 무겁게 받아들였다. 국민의 노후자금을 굴리는 연기금과 자산운용사도 기업의 주인이라기보다 조용한 손님처럼 주주총회장 한쪽에 앉아 있었다. 기업가치를 훼손하는 결정에도 침묵했고, 일반 주주가 손해를 보는 합병이나 배당정책에도 뒤늦게 반대표를 던지는 정도에 머문 경우가 적지 않았다. 그 침묵을 깨기 위해 도입된 것이 스튜어드십 코드다. 기관투자자가 고객과 수익자의 돈을 맡은 수탁자로서 투자대상 기업을 점검하고 필요하면 의결권과 주주권을 행사하라는 행동지침이다. 한국형 스튜어드십 코드는 2016년 12월 도입됐다. 이후 국민연금, 공무원연금, 사학연금, 우정사업본부 등 4대 연기금과 자산운용사, 사모펀드 운용사, 벤처캐피털 등 수백 개 기관이 참여했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참여기관은 249곳이었다. 기관투자자의 반대 의결권 행사와 주주제안이 늘어나는 등 일정한 변화가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지난 10년의 성적표는 절반의 성공에 가깝다. 가입 기관은 늘었지만 실제 무엇을 했는지 알기 어려웠다. 코드에 참여한다고 선언해도 이행보고서를 제대로 쓰지 않거나, 써도 각 기관 홈페이지에 흩어져 비교와 검증이 어려웠다. 금융위에 따르면 과거 이행보고서를 공시한 기관은 전체의 10%에도 미치지 못했다. ‘책임투자’라는 간판은 걸었지만 책임의 내용을 시장이 확인하기 어려웠던 셈이다. 정부와 한국ESG기준원이 추진하는 이번 개정안은 바로 그 약한 고리를 겨냥한다. 핵심은 수탁자 책임 활동 보고서를 매년 한국ESG기준원에 제출하도록 하고, 이행 여부를 점검해 공시하는 것이다. 기관투자자는 고객과 수익자에게 수탁자 책임 정책과 이행 현황을 주기적으로 보고해야 한다. 원칙을 지키지 않았다면 왜 지키지 않았는지 설명해야 한다. 기존 국내 상장주식 중심이던 적용 대상도 채권, 인프라, 부동산, 비상장주식 등으로 넓어질 전망이다. 수탁자 책임 활동의 고려 요소도 지배구조를 넘어 환경·사회·지배구조, 즉 ESG 전반으로 확대된다. 방향은 옳다. 한국 증시는 오랫동안 ‘코리아 디스카운트’라는 구조적 저평가에 갇혀 있었다. 낮은 배당, 불투명한 지배구조, 지배주주와 일반주주 사이의 이해충돌, 이사회 독립성 부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정부가 말하는 밸류업도 결국 기업이 벌어들인 이익을 주주와 시장이 신뢰할 수 있는 방식으로 나누고, 경영진이 자본비용을 의식하도록 만드는 일이다. 그 과정에서 기관투자자의 역할은 작지 않다. 기관이 침묵하면 기업은 변하지 않는다. 기관이 원칙 있게 묻고 따지면 이사회는 긴장한다. 특히 연기금과 자산운용사는 단순한 투자자가 아니다. 국민의 노후자금, 직장인의 퇴직연금, 개인투자자의 펀드 자금을 맡은 관리자다. 이들이 기업의 사업모델, 재무상황, 자본배분, 지배구조를 살피는 것은 정치적 개입이 아니라 수탁자의 기본 책무다. 기업이 현금을 쌓아두고도 투자를 하지 않는지, 대주주에게 유리한 거래가 일반주주에게 불리하지 않은지 따지는 것은 시장경제의 정상 작동에 속한다. 주주권 행사를 ‘기업 때리기’로만 보는 낡은 인식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 하지만 밝은 면만 볼 수는 없다. 스튜어드십 코드의 칼날은 기업을 향하지만, 그 칼을 쥔 기관투자자도 감시받아야 한다. 문제는 누가 감시하느냐다. 이번 개정안에서 이행점검의 실무는 한국ESG기준원이 맡고, 스튜어드십 코드 발전위원회가 최종 검토·의결하는 구조다. 그런데 시장 일각에서는 이 점검 체계의 독립성을 우려한다. 발전위원회에 자산운용업계 인사가 참여하고, ESG기준원이 의결권 자문이나 의안분석 서비스 등 금융투자업계와 거래 관계를 맺고 있다는 지적이다. 피점검 대상과 점검 주체 사이에 이해상충 가능성이 있다면 제도의 신뢰는 출발선에서 흔들릴 수밖에 없다. 물론 ESG기준원은 스튜어드십 코드 지원 조직을 별도로 운영하고, 의결권 자문 등 다른 업무와 공간·인력·정보교류를 차단하겠다는 입장이다. 금융위도 내부정보 교류 차단장치를 통해 이해상충 가능성을 최소화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시장의 신뢰는 선언만으로 생기지 않는다. 중요한 것은 외부에서 보아도 이해상충이 없다고 믿을 수 있는 구조다. 감시자는 실제로 독립적이어야 하고, 동시에 독립적으로 보여야 한다. 영국의 사례는 참고할 만하다. 스튜어드십 코드의 원류는 2010년 영국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기관투자자의 무관심과 단기주의가 위기를 키웠다는 반성에서 출발했다. 영국은 재무보고위원회(FRC)를 중심으로 코드의 이행력을 높여왔다. 한국도 같은 모델을 그대로 베낄 필요는 없지만, 적어도 ‘업계가 업계를 점검한다’는 의심을 줄일 장치는 필요하다. 자율규범이라는 이름 아래 점검이 느슨하면 시장은 냉소하고, 정부 입김이 과도하면 기업과 기관투자자는 정치적 압박으로 받아들인다. 반민반관형 독립기구, 외부 전문가 중심의 평가위원회, 이해상충 공개 의무 같은 보완장치가 필요한 이유다. ESG와 공동관여 활동도 신중해야 한다. ESG 요소를 고려하는 것은 세계적 흐름이지만, 기업의 본질적 경쟁력과 무관한 정치적 구호로 흐르면 책임투자는 방향을 잃는다. 여러 기관투자자가 함께 기업과 대화하는 공동관여도 영향력을 키울 수 있지만, 특정 기업을 압박하는 집단행동처럼 비치면 시장의 자율성과 경영 판단을 위축시킬 수 있다. 주주권 행사는 강해야 하지만 무리해서는 안 된다. 자본시장 개혁은 칼보다 저울에 가까워야 한다. 스튜어드십 코드 개정은 한국 자본시장에 필요한 수술이다. 기업가치를 높이고, 주주권을 정상화하며, 기관투자자의 책임을 실질화하는 방향은 맞다. 특히 PBR(주가순자산비율) 1배 미만 기업이 여전히 절반 안팎에 이르는 현실에서 기관투자자의 침묵은 더 이상 미덕이 아니다. 시장은 이제 ‘착한 기관’이 아니라 ‘책임 있는 기관’을 요구한다. 다만 제도의 성패는 문구가 아니라 집행에 달려 있다. 보고서를 의무화해도 내용이 부실하면 또 하나의 서류 행정이 된다. ESG를 넣어도 평가 기준이 모호하면 ESG 워싱만 키운다. 점검 체계를 만들어도 감시자가 독립적이지 않으면 시장은 믿지 않는다. 기관투자자에게 책임을 묻겠다면 그 책임을 점검하는 사람에게도 책임을 물어야 한다. 스튜어드십 코드 10년의 과제는 분명하다. 침묵하는 기관을 깨우는 것, 그리고 그 기관을 감시하는 눈까지 투명하게 만드는 것이다. 이 둘이 함께 갈 때 한국 증시는 숫자의 상승을 넘어 신뢰의 상승을 말할 수 있을 것이다.
2026-06-22 14:4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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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AI·삼성 협력, 반도체서 업무 AX로 확대…챗GPT 전사 도입
[경제일보] 오픈AI와 삼성전자의 협력이 AI 인프라에서 임직원 업무 혁신으로 확대된다. 삼성전자가 국내 전 임직원과 디바이스경험(DX)부문 전 세계 임직원에게 챗GPT 엔터프라이즈와 코덱스를 제공하기로 하면서 양사의 협력 범위가 반도체 공급을 넘어 전사적 인공지능 전환(AX)으로 넓어지고 있다. 오픈AI는 22일 삼성전자가 임직원의 업무 혁신과 전사적 AI 전환을 위해 챗GPT 엔터프라이즈와 코덱스를 도입한다고 밝혔다. 적용 대상은 삼성전자 국내 전 임직원과 DX부문 글로벌 임직원이다. 오픈AI는 이번 도입을 자사 엔터프라이즈 계약 가운데 최대 규모 사례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이번 발표는 양사의 기존 협력의 연장선에 있다. 삼성은 지난해 오픈AI와 글로벌 AI 인프라 협력 방안을 발표한 바 있다. 당시 삼성전자는 오픈AI의 차세대 AI 인프라 구축에 필요한 고성능 메모리 반도체 공급 협력을 맡았고 삼성SDS는 AI 데이터센터 개발·운영과 국내 기업 대상 오픈AI 서비스 도입 지원 역할을 제시했다. 삼성물산과 삼성중공업도 차세대 데이터센터 인프라 협력 가능성을 검토했다. 이번 챗GPT 엔터프라이즈 도입은 그 협력이 삼성전자 내부의 일하는 방식으로 확장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양사가 AI 인프라를 함께 논의하던 단계에서 이제는 삼성전자 임직원의 업무 생산성과 조직 운영 방식까지 오픈AI 기술을 활용하는 단계로 넘어간 것이다. 삼성전자는 챗GPT와 코덱스를 소프트웨어 개발, 마케팅, 제품 개발, 제조, 경영지원 등 업무 전반에 활용할 계획이다. 챗GPT 엔터프라이즈는 정보 탐색과 분석, 문서 작성, 아이디어 구체화, 데이터 해석 등 지식 기반 업무를 지원한다. 기업용 서비스인 만큼 데이터 보호, 접근 권한 관리, 보안 통제 등 대규모 조직에 필요한 관리 기능도 제공한다. 코덱스는 개발자 생산성을 높이는 도구에서 일반 업무 플랫폼으로 활용 범위가 넓어지고 있다. 코드 작성과 리뷰, 디버깅뿐 아니라 비개발 직군이 아이디어를 내부 도구나 자동화 프로세스로 구현하는 데도 쓰일 수 있다. 오픈AI에 따르면 코덱스는 매주 500만명 이상이 기술·비기술 업무에 사용하고 있으며 한국 내 주간 활성 이용자는 올해 2월 1일 이후 800% 가까이 증가했다. 김경훈 오픈AI코리아 총괄대표는 “삼성전자가 AI를 일부 조직이 아닌 전 세계 임직원의 업무 방식과 혁신 역량을 높이는 핵심 플랫폼으로 활용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며 “삼성전자 임직원들이 챗GPT와 코덱스로 아이디어를 더 빠르게 실행하고 복잡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협력하겠다”고 말했다. 오픈AI 서비스의 국내 확산은 삼성전자에 그치지 않는다. 서울대는 교수, 학생, 직원 등 전 구성원에게 챗GPT 에듀를 제공하고 있다. 카카오는 카카오톡 채팅방에서 챗GPT를 호출해 실시간 답변과 이미지 생성을 이용할 수 있는 기능을 도입했다. 오픈AI는 LG전자, LG유플러스, LG CNS, GS건설, 삼성SDS, 티빙, 크래프톤, 토스, 무신사 등도 챗GPT 엔터프라이즈와 오픈AI API, 코덱스를 활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흐름은 국내 AI 도입의 초점이 개인 생산성 도구에서 조직 단위 AX로 옮겨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초기에는 직원 개인이 챗봇으로 문서를 쓰거나 자료를 찾는 수준이었다면 이제는 기업이 보안과 권한 관리, 내부 시스템 연동, 업무 프로세스 재설계까지 포함해 AI를 공식 업무 플랫폼으로 들여오는 단계다. 삼성전자의 이번 도입은 상징성이 크다. 삼성은 오픈AI의 AI 인프라 수요를 뒷받침하는 메모리 공급 파트너이면서 동시에 오픈AI 도구를 사내 업무 혁신에 적용하는 대형 고객이 됐다. 공급자이자 사용자로서 AI 생태계 양쪽에 서게 된 셈이다. AI 경쟁은 모델 성능만의 싸움이 아니다. 누가 AI를 조직 안에 안전하게 넣고 실제 업무 성과로 연결하느냐가 중요해지고 있다. 삼성전자의 챗GPT 엔터프라이즈 도입은 국내 대기업의 AX가 실험 단계를 지나 전사 적용 단계로 들어섰다는 신호다. 성패는 도입 규모가 아니라 챗GPT와 코덱스가 제조, 개발, 마케팅, 제품 기획의 속도와 품질을 실제로 얼마나 바꾸느냐에서 갈릴 것이다.
2026-06-22 10:5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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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년 연장과 청년 고용의 정면충돌, 사회적 대타협이 시급하다
[경제일보] 정년 65세 논의가 다시 국회와 노사정의 의제로 올라왔다. 더불어민주당 정년연장특별위원회는 현행 60세인 법정 정년을 2029년부터 단계적으로 올려 2037년 65세에 이르게 하는 방안과 퇴직 후 재고용 제도를 함께 검토하고 있다. 아직 최종 합의안은 아니다. 그러나 정년과 연금 수급 연령의 간극을 더는 방치하기 어렵다는 문제의식에는 사회적 공감대가 넓어지고 있다. 현행 법정 정년은 60세 이상이다. 반면 1969년 이후 출생자는 65세부터 국민연금 노령연금을 받는다. 직장을 떠난 뒤 연금이 나오기까지 5년을 견뎌야 하는 세대가 생겼다는 뜻이다. 퇴직금과 개인연금으로 메우라는 식으로 넘길 수 있는 간격이 아니다. 주택담보대출과 자녀 지원, 부모 부양을 거친 뒤 노후를 준비해야 하는 세대에게 60세 이후의 소득 단절은 생활 자체를 흔드는 변수다. 정년 연장을 요구하는 노동자들을 기존 일자리의 혜택을 더 누리려는 집단으로만 볼 수 없는 이유다. 생산현장과 기술직, 영업과 관리 업무에는 오랜 경험에서 나오는 숙련이 있다. 인구 감소로 일할 사람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건강과 능력이 있는 근로자를 나이만으로 노동시장 밖으로 밀어내는 방식도 한계에 닿고 있다. 고령층의 계속고용은 노후소득 보장과 인력 활용이라는 두 과제를 함께 안고 있다. 청년층이 바라보는 현실은 다르다. 대기업과 공공기관, 금융회사 등 안정된 일자리의 채용문은 좁아졌다. 공개채용은 줄고 경력직 중심 채용은 늘었다. 학업을 마친 뒤 첫 직장을 구하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길어지고, 취업준비와 단기 일자리를 오가는 청년도 많다. 지난 5월 청년층 고용률은 43.8%로 1년 전보다 2.4%포인트 낮아졌고, 실업률은 7.2%로 0.6%포인트 높아졌다. 청년에게 정년 연장은 자신의 취업 순서가 더 뒤로 밀릴 수 있다는 소식으로 들릴 만하다. 세대 갈등으로만 치부할 일이 아니다. 60세 정년 의무화의 영향을 분석한 한국개발연구원 연구는 민간기업에서 정년 연장의 혜택을 받는 고령 근로자가 1명 늘 때 청년 고용이 약 0.2명 감소한 것으로 추정했다. 대규모 사업장과 고용보호가 강한 업종, 기존 정년이 낮았던 사업체에서 그 영향이 더 크게 나타났다. 기업이 인건비와 정원을 조정할 때 해고 대신 신규 채용을 줄이는 선택을 한다면, 정년 연장은 청년에게 채용 감소로 돌아갈 수 있다. 그렇다고 고령층의 일자리를 줄여 청년 채용을 늘리자는 결론도 현실성이 없다. 업종에 따라 고령 근로자의 경험과 청년의 기술 적응력이 결합할 때 생산성이 높아질 수 있다. 인력난을 겪는 중소기업에는 숙련 인력의 계속고용이 경영의 숨통을 틔울 수도 있다. 공공부문에서 청년 의무고용과 임금 조정을 병행한 경우에는 고령층 고용 증가가 청년 고용 감소로 이어지지 않았다는 분석도 있다. 정년 연장 자체보다 이를 어떤 조건 아래 시행하느냐가 관건이라는 뜻이다. 정년 65세를 추진하려면 청년 채용을 함께 보장하는 약속이 필요하다. 정년 연장의 혜택이 큰 대기업과 공공기관은 단계별 청년 신규채용 계획을 노사 협의에 담고, 그 이행 결과를 공개해야 한다. 고령 근로자의 계속고용을 지원하는 세제와 재정 지원도 청년 채용 유지, 직무훈련 확대, 인턴의 정규직 전환과 연동할 필요가 있다. 정년은 연장됐는데 청년 채용은 줄어드는 상황을 막을 장치가 있어야 한다. 임금체계 개편도 피할 수 없다. 근속연수에 따라 임금이 가파르게 오르는 연공급 체계를 그대로 둔 채 정년만 늘리면 기업은 신규 채용보다 기존 인력 유지에 더 많은 비용을 쓰게 된다. 그렇다고 나이를 이유로 임금을 일방적으로 깎는 방식은 갈등만 키운다. 맡은 일의 난도와 책임, 숙련도와 성과를 반영하는 보상체계로 옮겨 가야 한다. 고령 근로자에게는 기술 전수와 품질 관리, 현장 교육처럼 경험을 살릴 수 있는 업무를 맡기고, 청년에게는 새 업무와 승진의 기회를 넓히는 방식이 바람직하다. 중소기업에는 대기업과 같은 처방을 들이밀 수 없다. 인력과 자금 여력이 부족한 사업장에 획일적 정년 연장을 요구하면 조기퇴직과 외주화, 비정규직 확대를 부를 우려가 있다. 정부는 중소기업의 임금 부담과 직무 전환 비용을 지원하되, 청년 채용과 숙련 전수 프로그램을 함께 설계해야 한다. 고령 근로자의 계속고용이 인력난 해소로 이어지는 곳도 있고, 경영 부담으로 작용하는 곳도 있다는 점을 제도에 반영해야 한다. 과도기 대책도 서둘러야 한다. 2037년 65세라는 장기 목표만 내세우고 그 사이 60세 정년을 맞는 세대의 소득 공백을 외면하면 또 다른 불공정이 생긴다. 정년 상향 속도와 재고용 의무 시점, 국민연금 수급 개시 연령을 함께 맞춰야 한다. 제도 전환기에 태어났다는 이유만으로 누군가는 5년의 소득 공백을 떠안고, 누군가는 그 부담을 피하는 일이 반복돼서는 안 된다. 청년에게 기다리라고만 할 수도 없고, 고령층에게 일터를 비우라고만 할 수도 없다. 정년 연장 논의는 한 세대의 고용을 지키기 위한 법률 개정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고령층의 소득 공백을 줄이고 청년의 첫 일자리 기회를 지키며, 기업이 감당할 수 있는 임금과 직무 체계를 만드는 일까지 함께 풀어야 한다. 정년 65세를 둘러싼 논쟁의 기준은 퇴직 연령을 몇 살로 높였느냐가 되어서는 안 된다. 고령 근로자가 안정적으로 일할 수 있는 길을 열면서도 청년의 출발선이 더 뒤로 밀리지 않았는지를 따져야 한다. 그 조건을 갖춘 합의라야 세대 갈등을 줄이는 제도 개편으로 남을 수 있다.
2026-06-22 09:2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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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정비사업 동의서부터 총회까지 전자화…사업기간 단축 추진
[경제일보] 서울시가 재개발·재건축 사업 절차를 디지털 방식으로 전환해 정비사업 기간 단축에 나선다. 그동안 현장에서 직접 진행하거나 서면으로 처리하던 동의서 징구와 총회 의결 절차를 전자서명, 전자투표, 온라인총회로 확대해 조합의 비용 부담과 사업 지연 요인을 줄이겠다는 취지다. 서울시는 올해 재개발·재건축 조합의 전자투표·온라인총회 비용 지원을 확대하고 사업 초기 단계에서 동의서를 전자방식으로 받는 ‘전자서명동의 지원사업’을 새롭게 추진한다고 22일 밝혔다. 시는 이날부터 ‘2026 정비사업 전자투표·온라인총회 활성화 사업’에 참여할 조합을 모집한다. 이 사업은 재개발·재건축 조합이 총회 과정에서 전자투표와 온라인총회를 도입할 수 있도록 시행 비용을 지원하는 제도다. 지난해에는 시행 비용의 최대 50%, 구역당 최대 1000만원을 지원했다. 올해는 3년 내 착공이 가능한 사업장을 중심으로 지원 범위를 넓힌다. 서울시가 선정한 핵심공급 전략사업 85곳 가운데 조합이 구성된 70곳과 시·구 공정촉진회의를 통해 2026~2028년 사이 착공이 가능한 곳으로 관리 중인 조합에는 전자총회 보조금을 전액 지원할 예정이다. 앞서 시는 2031년까지 31만호 착공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지난 2월 3년 내 착공 가능한 85개 구역, 8만5000호 규모를 핵심공급 전략사업지로 선정해 관리하고 있다. 전자총회 지원을 이들 사업장에 집중해 공급 효과가 큰 구역의 절차 지연을 줄이겠다는 의도다. 핵심공급 전략사업이 아닌 조합도 기본적으로 시행 비용의 50%를 지원받을 수 있다. 전자방식을 처음 활용하거나 중요 안건을 처리하는 경우, 참석수당을 지급하지 않거나 홍보요원(OS)을 활용하지 않는 등 비용 절감 노력이 인정되면 지원 비율은 최대 100%까지 올라간다. 전자투표와 온라인총회를 함께 활용하면 조합원 1000명 기준 최대 1760만원까지 지원받을 수 있다. 서울시는 지난해 전자투표·온라인총회 지원사업에 참여한 조합에서 비용 절감 효과가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총회 비용이 최대 53% 줄었고 총회 사전투표 기간은 기존 약 4주에서 평균 13일로 단축됐다는 것이다. 전자투표 참여율은 평균 56.3%를 기록해 조합원 절반 이상이 전자방식을 선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면결의서 제출 비율도 크게 낮아졌다. 기존 평균 64.5%였던 서면결의서 제출 비율은 15.8%로 떨어졌다. 이에 따라 등기우편 발송과 서류 접수, 개표 등에 필요한 인력과 시간이 줄어 조합 운영 부담도 낮아진 것으로 분석된다. 사업 초기 단계의 동의서 징구 절차도 전자화된다. 서울시는 ‘정비사업 전자서명동의 지원사업’을 새로 추진해 추진주체가 입안요청 또는 입안제안 동의서를 전자서명 방식으로 받을 수 있도록 추진한다. 선정된 대상지는 전자서명동의 시스템 구축과 운영, 토지등소유자 전자명부 구축, 동의서 제출·집계·보관, 실시간 동의율 모니터링 서비스를 제공 받는다. 지원 대상은 신속통합기획 재개발·재건축과 공공재개발·재건축 추진 지역이다. 서울시는 자치구 추천을 받은 대상지 가운데 총 8개 구역을 선착순으로 선정할 계획이다. 추진주체가 별도로 신청하는 방식은 아니며 자치구가 추진주체의 참여 의사를 확인한 뒤 선정기준을 충족하는 대상지를 시에 추천한다. 최진석 서울시 주택실장은 “올해 전자서명동의와 전자투표·온라인총회 지원을 확대하겠다”며 “전자방식으로 동의서 확보부터 총회 의결까지 소요되는 기간을 단축하고 3년 내 착공 가능 조합을 중심으로 사업 추진 속도를 높여 안정적인 주택 공급을 추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2026-06-22 09:14: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