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일보] 정부가 토지거래허가구역에서 세입자가 거주 중인 주택을 팔 수 있도록 실거주 의무 유예 범위를 다시 넓히기로 했다. 초고가·비거주 주택 보유자의 세 부담을 높여 매물을 유도하겠다는 세제개편안을 발표한 데 따른 후속 조치다.
집을 계속 보유하기 어렵도록 세금은 올려놓고, 정작 팔려고 하면 토지거래허가제가 매수자를 가로막는 문제가 불거졌다. 정부가 실거주 예외를 추가로 손질하는 것은 세제와 거래 규제가 서로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잇따랐기 때문이다.
이형일 재정경제부 1차관은 지난 6일 청와대 유튜브 프로그램 ‘팩트방앗간’에서 “보유세 부담 때문에 집을 팔려고 해도 토지거래허가제에 묶이고 세입자가 살고 있어 팔기 어렵다는 분들이 있다”며 실거주 의무 유예 확대 방안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국토교통부도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하는 대로 공개할 계획이다.
정부가 발표한 2026년 세제개편안은 실제 거주하지 않는 주택과 다주택 보유자의 세 부담을 높이는 내용을 담고 있다.
비거주 1주택자의 종합부동산세 기본공제는 12억원에서 9억원으로 낮아진다. 3주택 이상 보유자에게 적용하는 종부세 과세 기준도 강화된다. 집을 오래 보유했다는 이유로 주던 세제 혜택은 줄이고 실제 거주 기간을 더 많이 반영하는 방향으로 바뀐다.
정부가 집주인에게 보내는 신호는 집에 살지 않으면서 계속 보유하려면 더 많은 세금을 내라는 것이다.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를 한시적으로 낮추겠다고 한 것도 집을 정리할 시간을 주기 위해서다.
그러나 서울 아파트 상당수는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여 있다. 이 지역에서 주택을 사려면 관할 구청의 허가를 받아야 하고 허가받은 사람은 정해진 기간 안에 입주해 2년간 직접 살아야 한다. 전세를 끼고 집을 사는 갭투자를 막기 위한 제도다.
세입자의 계약 기간이 1년 남은 집을 내놓아도 매수자가 몇 달 안에 입주해야 한다면 거래가 성사되기 어렵다. 집주인은 세입자에게 이사비를 지급하고 계약을 조기에 끝내거나 계약 만료 때까지 매각을 미뤄야 한다.
보유세 부담은 커지는데 집을 팔 수 있는 길은 좁아지는 셈이다. 세금을 올리면 매물이 늘어날 것이라는 정부의 계산이 토허제의 실거주 요건에 막힌 것이다.
정부는 올해 들어 토허제 실거주 의무 예외를 두 차례 확대했다. 지난 2월에는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 종료를 앞두고 임대 중인 다주택자의 집을 무주택자가 사는 경우 입주를 미룰 수 있도록 했다. 다주택자에게 집을 팔라고 하면서 세입자가 있다는 이유로 거래가 막히는 문제를 줄이려는 조치였다.
곧바로 형평성 논란이 제기됐다. 세입자가 거주 중인 집을 팔기 어렵다는 사정은 다주택자와 비거주 1주택자가 다르지 않은데 다주택자가 내놓은 집에만 예외를 적용했기 때문이다.
국토부는 지난 5월 12일 매도인의 주택 수와 관계없이 세입자가 거주 중이거나 전세권이 설정된 주택 전체로 유예 대상을 넓혔다.
현재는 매수자가 5월 12일부터 주택을 취득할 때까지 무주택 상태를 유지해야 한다. 올해 12월 31일까지 토지거래허가를 신청하고 허가일부터 4개월 안에 취득과 등기도 마쳐야 한다. 기존 임대차계약이 끝날 때까지 입주를 늦출 수 있지만 늦어도 2028년 5월 11일까지는 입주해야 한다. 입주 후 2년간 직접 거주해야 하는 의무는 그대로 유지된다.
정부가 이번 방안까지 시행하면 2월 이후 반년 동안 관련 규정을 세 차례 고치게 된다. 정부 안팎에서는 우선 올해 말로 정해진 토지거래허가 신청 기한을 연장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실거주 유예를 넓히면 세입자가 사는 집도 매물로 나올 수 있다. 집주인이 세입자를 내보내기 위해 이사비나 퇴거 위로금을 지급해야 하는 부담도 줄어든다.
다만 매물이 늘어난다고 거래까지 바로 늘어나는 것은 아니다. 유예 대상 매수자는 무주택자로 제한돼 있고 대출 규제도 적용된다. 서울의 고가 주택을 살 수 있는 무주택 실수요자가 많지 않다면 매물만 늘고 거래는 기대만큼 따라오지 않을 수 있다.
정책이 잇달아 바뀌면서 정부 지침에 먼저 맞춘 사람만 손해를 보는 문제도 생겼다. 실거주 예외가 확대되기 전 세입자에게 이사비를 주고 집을 비운 뒤 매각한 집주인은 뒤늦게 바뀐 규정을 적용받을 수 없다.
정부가 세제개편안을 준비하면서 이런 문제를 예상하지 못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임대차계약이 남은 주택은 실거주 매수자에게 팔기 어렵다는 사실은 토허제 시행 이후 계속 지적돼 왔다.
보유세를 강화해 매도를 유도하려 했다면 토허제 지역의 임대주택을 어떤 조건으로 팔 수 있게 할지도 함께 내놓았어야 한다. 세금부터 올리겠다고 발표한 뒤 거래가 막힌다는 지적이 나오자 예외를 덧붙이는 방식으로는 시장의 예측 가능성을 높이기 어렵다.
갭투자를 막는 규제와 기존 주택의 거래를 열어주는 정책은 함께 설계해야 한다. 집을 팔라고 할 것인지 거래를 막을 것인지 정부 안에서부터 답을 맞추는 것이 먼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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