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결과 총 81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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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관 인선 '밀실 합의', 사법독립 위해서라도 끝내야
[경제일보] 대법관을 뽑는 절차는 법에 정해져 있다. 후보를 천거받아 대법관후보추천위원회가 심사하고, 대법원장이 그 가운데 한 사람을 대통령에게 제청한다. 국회가 동의하면 대통령이 임명한다. 그런데 법에는 없는 절차 하나가 마지막 관문처럼 작동해 왔다. 대법원과 대통령실이 최종 후보를 놓고 사전에 의견을 맞추는 물밑 협의다. 조희대 대법원장은 지난 18일 노태악 전 대법관 후임으로 손봉기 대구지법 부장판사를, 다음 달 퇴임하는 이흥구 대법관 후임으로 김성수 서울고법 부장판사를 이재명 대통령에게 서면 제청했다. 그동안 대법원장이 대통령실과 후보를 조율한 뒤 대통령을 만나 제청해 온 관행과 달랐다. 청와대는 “협의를 건너뛴 유례없는 일방 통보”라며 반발했고, 손 후보 제청을 어떻게 처리할지를 놓고 고심하고 있다. 이번 일을 조희대 대법원장과 이재명 대통령 가운데 누가 맞느냐는 싸움으로 보면 본질을 놓친다. 헌법 제104조는 대법관을 대법원장이 제청하고 국회의 동의를 거쳐 대통령이 임명하도록 했다. 제청권과 동의권, 임명권을 세 기관에 나눠 놓은 것이다. 대통령과 대법원장이 후보를 미리 합의해야 한다는 절차는 헌법에도 법률에도 없다. 오래됐다는 이유만으로 관행이 헌법상 절차가 될 수는 없다. 법에 없는 관행이 실제 인선에서는 법정 절차만큼이나 강하게 작동해 왔다. 양측이 뜻을 맞추면 문제가 드러나지 않는다. 합의가 깨지면 지금처럼 제청과 임명 절차가 멈춘다. 누가 언제까지 양보해야 하는지, 대통령이 제청된 후보를 돌려보낼 수 있는지, 대법원장이 다시 후보를 골라야 하는지 정해진 기준도 없다. 관행은 합의가 될 때 편리하다. 갈등이 생겼을 때 작동하는 것이 제도다. 앞단의 절차는 오히려 꽤 공개돼 있다. 후보자를 천거받고 심사 대상자의 학력과 주요 경력, 재산 관계를 공개한다. 국민 의견도 받는다. 후보추천위가 검증 자료를 살펴 후보를 압축한다. 대법원도 이런 절차를 공정성과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한 장치라고 설명해 왔다. 그렇게 공개 검증을 거친 후보들이 마지막 단계에 들어가면 문이 닫힌다. 대통령실이 누구를 반대했는지, 대법원은 왜 특정 후보를 고집했는지, 어떤 기준에서 이견이 생겼는지는 국민이 알기 어렵다. 앞에서는 후보자의 재산까지 내놓고 검증받으면서 정작 마지막 한 사람을 고를 때만 물밑 협의에 맡겨 온 셈이다. 그 결과 노태악 전 대법관 후임 자리는 다섯 달 넘게 비었다. 후보추천위는 지난 1월 후보 4명을 추천했다. 그런데도 대법원과 대통령실의 의견 조율은 끝나지 않았다. 그러다 지난 18일 조 대법원장이 손 후보를 서면 제청하면서 갈등이 밖으로 터져 나왔다. 법에 없는 협의가 풀리지 않으면서 헌법기관 구성원의 공석이 길어진 것이다. 노경필 법원행정처장은 제청이 이뤄지기 전 기존 후보들을 상대로 후보추천 절차를 다시 진행하는 방안까지 타진했다. 대통령실과 대법원의 협의가 풀리지 않자 이미 끝난 추천 절차를 처음부터 되돌리는 방안이 검토된 것이다. 일부 후보가 반대하면서 현실화되지는 않았다. 법에 따라 후보추천위가 후보를 골랐는데 물밑 협의가 막혔다는 이유로 법정 절차를 다시 돌리려 했다면 본말이 뒤집힌다. 후보추천위보다 대통령실과 대법원의 비공식 합의가 더 높은 단계에 놓였다는 얘기가 된다. 법에 정해진 절차가 관행에 밀려서는 안 된다. 청와대도 대법원도 이 관행에 기대 왔다. 청와대가 오랜 관행을 근거로 사전 협의를 당연한 권한처럼 요구하면 대통령의 임명권이 대법원장의 제청 단계까지 뻗게 된다. 대법원도 대통령실과 협의를 이어오다가 합의가 깨진 뒤에야 독립된 제청권을 내세운다면 그동안 왜 법에 없는 절차에 기대 왔는지 설명해야 한다. 지금의 충돌은 바로 그 모순에서 시작됐다. 사법독립은 대통령의 개입을 막는 동시에 대법원장의 권한도 절차 안에 묶어 두는 일이다. 대법관은 대통령의 사람도, 대법원장의 사람도 아니다. 법률과 헌법을 최종적으로 해석하고 국민의 권리를 판단하는 자리다. 그런 사람을 뽑는 절차라면 누가 어떤 권한을 행사하는지부터 분명해야 한다. 사전 협의가 반드시 필요하다면 법에 넣으면 된다. 누가 의견을 낼 수 있는지, 어느 범위까지 협의할 수 있는지, 언제까지 제청과 임명 절차를 끝내야 하는지 정하면 된다. 헌법상 제청권과 임명권을 침해할 소지가 있는 절차라면 없애야 한다. 지금처럼 법 밖에 둔 채 합의가 될 때는 관행이라고 따르고, 틀어지면 서로 헌법상 권한을 들고나오는 방식은 더 두고 볼 일이 아니다. 앞으로 대법관 인선은 더 잦아진다. 대법관 정원이 단계적으로 26명까지 늘어나면서 현 대통령 임기 동안 새로 임명되는 대법관 수도 크게 늘어난다. 현행 일정대로라면 이재명 대통령이 임기 중 최대 22명의 대법관 임명에 관여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대법원의 구성이 크게 바뀌는 시기에 최종 인선 방식을 비공식 합의에 계속 맡겨 둘 수는 없다. 대통령과 대법원장이 바뀔 때마다 인선 방식까지 달라져서는 안 된다. 두 기관장이 뜻을 맞출 때만 굴러가는 절차라면 제도라고 하기 어렵다. 사법독립을 사람의 선의나 두 사람의 관계에 맡길 수는 없다. 헌법은 대법원장에게 제청권을 주고 국회에 동의권을, 대통령에게 임명권을 줬다. 각자 자신의 권한을 행사하고 그 결과에 책임지라는 뜻이다. 헌법이 나눠 놓은 권한을 밀실에서 다시 합칠 이유는 없다.
2026-08-24 09:1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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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K-황금시대'·정 '개혁 정체성'·송 '분단 극복'…민주 당권주자, 경기서 막판 표몰이
[경제일보] 더불어민주당 당권 주자들이 16일 경기 지역 합동연설회에서 막판 수도권 표심 공략에 나섰다. 김민석 후보는 반도체와 지역화폐, 경기북부 정상화를 앞세워 ‘K-황금시대’를 강조했고, 정청래 후보는 단결과 개혁을 당의 정체성으로 내세웠다. 송영길 후보는 접경지역인 경기도의 특성을 부각하며 한반도 평화와 분단 극복을 전면에 내걸었다. 민주당은 이날 오전 경기 수원종합운동장 실내체육관에서 경기 지역 순회경선 합동연설회를 열었다. 당대표 후보 3명과 최고위원 후보 8명이 정견 발표에 나섰고, 오후에는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서울 지역 합동연설회를 이어간 뒤 경기·서울 권리당원 투표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김민석 “경기 3대 과제 전폭 지원”…선두 굳히기 시도 김민석 후보는 경기도의 핵심 과제로 반도체 산업 육성, 기본소득·지역화폐 등 개혁정책 확산, 경기북부 접경지역 정상화를 제시했다. 그는 “당 대표가 되면 이 과제에 대해 경기도와 추미애 지사를 전폭 지원하겠다”며 경기도 재정 압박과 수익 배분 구조 개선도 약속했다. 김 후보는 “인프라는 경기도가 만드는데 수익은 특정 시·군만 가져가는 편중된 제도를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호남권에서 추진되는 3대 메가프로젝트에 대해서도 “처음에는 수도권이 아니라 지방을 살리는 것처럼 보이겠지만 결국은 반도체를 시작한 경기도도 살릴 것”이라며 “이미 달리고 있는 경기도의 반도체 기관차가 늦어지지 않도록 챙기겠다”고 말했다. 김 후보는 경기북부 접경지역 문제와 관련해서도 “비정상을 정상화하는 시대를 김민석과 새로운 민주당이 열겠다”고 했다. 이어 이재명 대통령이 언급한 ‘K-황금시대’를 거론하며 “당과 정부의 운명을 걸고 반드시 이겨내겠다”고 강조했다. 관련 보도에 따르면 김 후보는 당 대표가 되면 ‘메가 지방성장특별위원회’를 1호 기구로 만들겠다는 구상도 밝혔다. ◆정청래 “개혁이 민주당 정체성”…호남 패배 뒤 추격전 정청래 후보는 전날 호남권 경선에서 김 후보에게 큰 표 차로 뒤진 데 대해 “농부는 밭을 탓하지 않는다”며 “동지들의 눈물을 짚신 삼아서 뚜벅뚜벅 길을 가겠다”고 말했다. 호남 경선 이후 벌어진 격차를 인정하면서도 수도권에서 추격의 불씨를 살리겠다는 메시지로 풀이된다. 정 후보는 단결과 개혁을 핵심 메시지로 내세웠다. 그는 “우리는 단결하면 승리했고, 분열하면 패배했다”며 “민주당은 개혁이 정체성이고 개혁하면 승리했고 개혁에 실패하면 외면받았다”고 강조했다. 이는 당정 안정과 통합을 앞세우는 김 후보와 달리, 당의 선명성과 개혁 동력을 부각하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정 후보는 경기도 현안과 관련해 수도권 부동산 공급 대책도 언급했다. 그는 “수도권 부동산 시장 안정을 위해 공급 대책을 시급하게 마련하고 LH부터 정상화하겠다”고 밝혔다. 또 호남권 반도체 클러스터에 대해서는 “추진력, 돌파력, 속도전으로 반드시 성공시키겠다”고 약속했다. ◆송영길 “접경지 경기서 평화 메시지”…분단 극복 호소 송영길 후보는 경기도가 접경지역을 포함하고 있다는 점을 부각하며 남북관계와 한반도 평화를 강조했다. 그는 “아무리 경제 발전을 하고 AI 강국을 만들어도 남북 관계가 흔들리면 어떻게 되겠느냐”며 “민족의 분단을 극복하는 뜨거운 열정으로 김대중·노무현·문재인이 못다 이룬 역할을 이재명 대통령과 함께 만들어보겠다”고 말했다. 송 후보는 북미정상회담 추진도 언급했다. 그는 “북미정상회담을 성공시켜 한반도 냉전 문제를 바꾸는 선봉장이 되겠다”며 “한반도 평화 구조를 만드는 데 이재명 대통령과 함께 가는 HBM 송영길에 한 표를 부탁한다”고 호소했다. 송 후보의 메시지는 경제·개혁 경쟁으로 압축되는 김민석·정청래 양강 구도 속에서 외교·안보 의제를 부각하려는 차별화 전략으로 풀이된다. 다만 현재까지 누적 득표율에서는 김 후보와 정 후보가 선두권을 형성하고 있어, 송 후보가 남은 수도권 경선에서 얼마나 반등할지가 관건이다. ◆김민석 누적 52.21% 선두…수도권 결과가 최종 변수 경기 합동연설회는 전당대회를 하루 앞두고 열린 수도권 막판 승부처다. 현재까지 당대표 경선에서는 김민석 후보가 누적 득표율 52.21%, 23만5128표로 선두를 달리고 있다. 정청래 후보는 38.14%, 17만1768표, 송영길 후보는 9.65%, 4만3464표를 기록 중이다. 호남 경선 전까지만 해도 김 후보와 정 후보의 누적 득표율 차이는 1.48%포인트에 불과했다. 그러나 전남·광주와 전북 권리당원 투표에서 김 후보가 57.54%를 얻어 정 후보 32.65%를 크게 앞서면서 누적 격차가 14.07%포인트까지 벌어졌다. 표 차이도 6만3360표로 확대됐다. 정 후보 입장에서는 경기·서울 등 수도권 권리당원 투표가 마지막 반전 카드다. 반대로 김 후보는 호남 압승 흐름을 수도권까지 이어가며 대표직을 굳히려는 상황이다. 당내에서는 경기·서울 투표 결과가 김 후보의 대세론을 확정할지, 정 후보의 추격 여지를 남길지를 가를 분수령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최고위원 후보들도 계파 대리전 양상 최고위원 후보들의 연설도 계파 간 신경전으로 이어졌다. 친명계로 분류되는 박선원 후보는 “2024년 총선과 2025년 대선 연승 불패의 신화에도 낡은 지도부가 우리를 위태롭고 불안하게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서미화 후보는 “민주당 지도부는 눈빛만 봐도 정부가 무엇을 하려는지 알아차리는 빠르고 유능한 지도부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친청계로 분류되는 한민수 후보는 김민석 후보 측을 겨냥해 “반명과 분열주의, 신천지를 주장하는 자들을 심판해 달라”고 호소했다. 최민희 후보도 “이재명 대통령 만들기에 누구보다 앞장선 정청래 후보가 어느 순간 반명으로 낙인찍혔다”며 “이게 같은 당에 있는 동지들의 도리인가”라고 반문했다. 앞서 민주당 최고위원 경선은 최민희 후보가 누적 1위를 달리는 가운데 박선원·한민수·서미화·김용 후보 등이 당선권 경쟁을 벌이는 흐름으로 전개돼 왔다. 지난 9일 기준 최고위원 경선 누적 득표율은 최민희 20.28%, 박선원 16.74%, 한민수 14.39%, 서미화 14.24%, 김용 12.65% 순으로 집계됐다.
2026-08-16 14:3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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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 광복절 경축사서 남북·한일 청사진…최준례 여사에 애족장
[경제일보] 이재명 대통령이 15일 오전 김혜경 여사와 함께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제81주년 광복절 경축식에 참석했다. 애국지사와 독립유공자 유족, 국가 주요 인사, 정당·종단 대표, 주한외교단, 시민과 학생 등 3000여명이 함께했다. 청와대에 따르면 이 대통령은 경축사에서 남북 간 평화 공존과 미래지향적 한일 관계를 위한 청사진을 밝히고 '대체불가 대한민국'을 만들겠다는 의지를 강조할 예정이다. 이번 경축식 주제도 '내일이 더 빛나는 대체불가 대한민국'이다. 여권에서는 취임 후 첫 광복절이던 지난해 주권 회복의 역사에 무게를 뒀던 것과 달리, 올해는 인공지능(AI) 시대 국가 경쟁력을 겨냥한 미래 구상에 방점이 찍힐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경축사에서 이 대통령은 북측 체제를 존중하고 어떠한 형태의 흡수통일도 추구하지 않겠다고 밝히면서 9·19 군사합의를 선제적·단계적으로 복원하겠다고 선언했다. 대일 메시지는 과거사를 외면하지 않되 미래 관계 정립에 방점을 뒀다. 올해 대일 메시지가 놓이는 자리는 지난해와 다르다. 같은 날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는 야스쿠니 신사를 직접 참배하지 않고 자민당 총재 자격으로 공물 대금을 봉납했다. 반면 고이즈미 신지로 방위상 등 현직 각료 2명과 자민당 핵심 간부들은 신사를 찾았다. 총리가 참배를 접은 자리를 당과 각료가 메운 구도다. 이 대통령은 이날 행사에서 독립유공자 5명의 후손에게 직접 포상을 수여했다. 백범 김구 선생의 부인인 고 최준례 여사에게 건국훈장 애족장이 추서됐다. 최 여사는 1904년 김구 선생과 결혼한 뒤 1911년 조선총독부가 안악사건을 날조해 남편을 체포하자 4년간 옥바라지에 나섰고, 황해도 안악군 안신여학교 교사로 여성 계몽 활동을 폈다. 1920년 상하이 망명 이후에는 임시정부 요인이던 남편의 활동을 지원하다 일본으로부터 '불온한 조선인'으로 지목돼 감시를 받았다. 이 밖에 안종익 선생에게 건국훈장 애국장, 이면응 선생에게 건국포장, 강정신·정대림 선생에게 대통령표창이 각각 수여됐다. 이번 광복절 포상 대상 독립유공자는 283명으로, 훈격별로는 △건국훈장 65명 △건국포장 29명 △대통령표창 189명이다. 정부 수립 이후 포상된 독립유공자는 1만9059명으로 늘었다. 경축 공연에서는 가수 최유정이 40인 국민합창단과 함께 '원 드림(ONE Dream)'을 불렀다. 이 대통령 부부는 이종찬 광복회장과 독립유공자 후손, 패럴림픽 국가대표 등 국민 대표들과 무대에 올라 만세삼창을 했다.
2026-08-15 10:2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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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전대, 선명성보다 절제가 필요한 이유
[경제일보] 전당대회는 목소리가 커지는 자리다. 후보는 차이를 보여야 하고, 당원은 더 선명한 주장을 원한다. 평소라면 한 걸음 물러설 정치인도 경선장에서는 두 걸음 앞으로 나간다. 문제는 그 두 걸음 앞에 헌법기관이 서 있을 때다.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가 막판으로 가면서 조희대 대법원장 탄핵과 이재명 대통령 관련 사건의 공소취소 주장이 정치권의 쟁점으로 떠올랐다. 김민석 당대표 후보는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잘못된 기소라면 공소취소가 원칙이라는 취지로 말했고, 전대 과정에서는 조 대법원장 탄핵 주장도 제기됐다. 국민의힘은 12일 이를 두고 “선을 넘지 말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야당의 표현에는 정치적 과장이 섞여 있다. 공소취소 주장을 했다고 곧바로 대통령 탄핵사유가 된다고 단정하거나, 대법원장 탄핵 논의를 곧장 헌정질서 파괴와 동일시하는 것도 신중할 필요가 있다. 탄핵은 헌법이 명시적으로 인정하는 제도다. 헌법 제65조는 법관이 직무집행 과정에서 헌법이나 법률을 위반했을 때 국회가 탄핵소추를 의결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형사소송법에도 제1심 판결 선고 전까지 공소를 취소할 수 있는 절차가 있다. 제도 자체를 입에 올리는 것까지 금기시할 이유는 없다. 다만 할 수 있는 것과 해도 되는 방식은 다른 문제다. 대법원장도 비판받아야 한다. 사법부 독립이 사법부 무오류를 뜻하는 것은 아니다. 판결이 사회적 상식과 동떨어졌다면 정치권과 시민사회가 비판할 수 있고, 사법제도에 구조적인 문제가 있다면 국회가 법을 고쳐야 한다. 명백한 헌법·법률 위반이 있다면 탄핵 절차도 밟을 수 있다. 하지만 탄핵에는 ‘마음에 들지 않는 판결’보다 훨씬 무거운 근거가 필요하다. 헌법은 법관에게 헌법과 법률, 양심에 따라 독립해 심판할 것을 요구한다. 역으로 정치도 그 독립을 존중할 의무가 있다. 판결 결과에 대한 불만이나 당내 정치적 필요가 탄핵의 동력처럼 비쳐지는 순간, 사법개혁은 제도개혁이 아니라 사법부 길들이기라는 의심을 피하기 어렵다. 특히 집권당의 말은 야당의 말과 무게가 다르다. 야당 정치인이 집회 연단에서 던진 구호는 대개 정치적 주장으로 끝난다. 국회 다수 의석과 행정부를 함께 움직일 수 있는 집권당의 대표 후보가 한 말은 다르다. 당선되는 순간 법안이 되고, 당론이 되고, 정부 정책을 압박하는 힘이 될 수 있다. 민주당 당대표 후보들이 12일 마지막 TV토론회에서 검찰·사법개혁 성과, 총선 승리, 당정 화합 등을 각각 강조했다는 점에서도 이번 전대가 단순한 당내 행사가 아니라 향후 국정 운영과 직결된다는 사실은 분명하다. 공소취소 문제는 더 조심스럽다. 법에 존재하는 제도라고 해서 특정 사건에 적용하는 것이 자동으로 정당해지는 것은 아니다. 더욱이 그 사건의 당사자가 현직 대통령이라면 기준은 오히려 더 엄격해야 한다. 정치권이 먼저 “조작 기소”라고 결론을 내리고 공소취소를 요구하면, 수사와 재판의 옳고 그름을 법정이 아니라 정당이 판정한다는 인상을 줄 수 있다. 억울한 기소가 있다면 바로잡아야 한다. 정치적 수사나 표적 기소도 민주주의가 경계해야 할 폐해다. 그렇기 때문에 더욱 절차가 중요하다. 누가 대통령이든, 어느 당이 집권하든 같은 원칙이 적용돼야 한다. ‘우리 편이어서 취소하고 상대편이면 끝까지 재판한다’는 의심을 받는 순간 법치의 권위는 무너진다. 민주당은 사법개혁을 말할 자격이 있다. 실제로 12일 마지막 전대 TV토론에서도 검찰청 폐지, 공소청·중대범죄수사청법, 대법관 증원, 재판소원제 등 지난 사법·검찰개혁 조치가 주요 성과로 거론됐다. 개혁의 필요성에 동의하는 국민도 적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제도를 고치는 것과 사람을 겨냥하는 것은 구분해야 한다. 사법제도를 바꾸겠다면 왜 바꿔야 하는지 법과 원칙으로 설명해야 한다. 특정 판결과 특정 재판을 먼저 놓고 제도를 그에 맞춰 움직이면 개혁의 정당성마저 훼손된다. 경선의 속성도 이해할 필요가 있다. 당원 투표가 중요한 선거일수록 후보들은 핵심 지지층이 듣고 싶어 하는 말을 하게 된다. 이번 민주당 전대에서도 후보 간 네거티브와 과거사 공방이 이어지면서 민생과 정책 비전이 뒤로 밀렸다는 비판이 당 안팎에서 제기됐다. 그러나 집권당의 대표를 뽑는 선거라면 당원의 박수 못지않게 그 말을 듣고 있는 국민을 의식해야 한다. 정치는 선명해야 할 때가 있다. 잘못된 권력과 싸울 때 어정쩡한 태도는 비겁함이 될 수 있다. 그러나 민주주의에서 진짜 용기는 목소리를 가장 크게 내는 데 있지 않다. 자기편이 원하는 것에도 넘지 말아야 할 선을 긋는 데 있다. ‘서경’ 홍범편에는 ‘무편무당 왕도탕탕(無偏無黨 王道蕩蕩)’이라는 구절이 있다. 치우침도 없고 사사로운 편당도 없어야 바른 정치의 길이 넓어진다는 뜻이다. 여당이든 야당이든 법과 제도를 자기편의 필요에 맞춰 다루기 시작하면 정치는 좁아지고 국가는 흔들린다. 지금 민주당에 필요한 것은 사법개혁을 멈추는 일이 아니다. 오히려 개혁의 원칙을 더 분명히 세우는 일이다. 법관의 책임을 묻되 판결에 대한 보복처럼 보여서는 안 되고, 잘못된 기소를 바로잡되 대통령 개인을 위한 제도처럼 비쳐서는 안 된다. 사법부 독립을 존중하면서도 민주적 통제와 책임성을 높일 길을 찾아야 한다. 대법원장 탄핵은 당원들의 박수를 받기 위한 구호로 소비하기에는 너무 무거운 헌법적 수단이다. 대통령 관련 공소취소 역시 경선장에서 충성심을 겨루듯 다룰 사안이 아니다. 집권당의 말은 실제 권력이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더 절제돼야 한다. 전당대회는 17일 끝난다. 하지만 그 자리에서 던진 말의 파장은 그 뒤에도 남는다. 민주당 후보들이 기억해야 할 것도 그것이다. 경선에서는 표를 얻기 위해 말할 수 있다. 집권당은 그 말이 국가의 제도가 될 때까지 책임져야 한다.
2026-08-13 09: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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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 국토위서 부동산 책임 공방…"吳 시장 탓"vs"李 정부 탓"
여야는 11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를 열고 부동산 문제를 두고 서로 "오세훈 서울시장 탓", "이재명 정부 탓"이라며 책임 공방을 벌였다. 강대식 국민의힘 의원은 "각 정부 집권 1년 차에 수도권 주택 매매가 누적 변동률을 보면 현 정부 들어 상승률이 제일 높다"고 포문을 열었다. 강 의원은 "지난 대선 때 이재명 대통령 후보자가 세금으로 집값 안정화하는 일은 절대 하지 않겠다고 했는데 임기 1년 만에 뒤집어 버렸다. 부동산 정책에 대해 국민이 우리 정부를 믿고 따라가야 하겠다고 누가 생각하겠나"라고 따졌다. 엄태영 의원은 "이재명 정부 부동산 정책을 두고 시중에 회자하는 말이 있다. 사자니 취득세, 팔자니 양도세, 살자니 종부세, 보유하자니 보유세, 주자니 증여세, 죽자니 상속세, 안 사자니 전월세값 급등세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난주 부동산 세제 개편안이 발표되자 국민을 옥죄는 가렴주구다, 또 집값 잡겠다고 집 가진 국민 잡는다는 성토가 들끓고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김남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최근 서울 주거 전월세난 심각하다. 어디부터 시작됐나 추적했는데 오세훈 시장 전임 4년간 주택공급을 착공 기준으로 확인해 보니 10년 평균에 비해 58%밖에 안 된다"고 역공에 나섰다. 김 의원은 "비아파트 공급도 10년 평균에 비해 32%밖에 안 된다. 주거난, 전월세난의 원인이 오세훈 시장 전임 4년 동안 이미 제공이 돼 있었다"고 목소리를 냈다. 안태준 의원은 "정부가 공급 대책만 발표하고 정작 집은 짓지 않는다는 비판을 받지 않나. 실제 정부가 2030년까지 수도권에서 총 136.9만 호 연평균 27.4만 호 착공을 계획하고 있다. 올해도 수도권에 26.8만 호, 서울에 6.6만 호 착공이 목표"라며 "최근 3년 대비해 높은 수준인데 정부가 더 적극적으로 설명해야 한다"고 했다. 이날 국토위에선 세제 개편안 관련해 정부의 검토와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과 이 대통령이 해소를 주문한 '결혼 페널티'에 대한 지적도 나왔다. 또 최근 논란이 된 '폐버스 청년주택' 아이디어를 겨냥해서는 "국민 염장 지르는 검토할 가치도 없는 제안"이라는 비판이 나오기도 했다. 국토위 소속으로 해당 아이디어를 제안했다가 철회한 황희 민주당 의원은 회의에 불출석했다.
2026-08-11 17:4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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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 "한-아르헨 새 협력시대"…22년 만의 공식방문
[경제일보] 아르헨티나를 공식 방문 중인 이재명 대통령은 31일(현지시간) "아르헨티나와 대한민국 간의 새로운 협력의 시대가 완전히 새롭게 열릴 수 있다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오후 현지 동포들과의 만찬 간담회에서 "인공지능 혁명과 공급망 재편까지, 격변하는 국제질서 속에서 양국의 전략적 협력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 대통령은 이어 "오늘 점심 하비에르 밀레이 아르헨티나 대통령과 양국 정상회담이 있었는데, 밀레이 대통령의 생각도 똑같다"고 설명했다. 한국 대통령의 아르헨티나 공식 방문은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 이후 22년 만이다. 이 대통령은 브라질·칠레에 이어 남미 순방의 마지막 방문지로 아르헨티나를 찾았으며, 지난 30일 밤늦게 부에노스아이레스에 도착해 2박 3일간의 일정을 시작했다. 이 대통령은 "아르헨티나와 대한민국의 경제 협력은 가능성을 논하는 단계를 넘어 실질적인 성과를 논의하는 단계에 이르렀다"며 "리튬 개발을 비롯해 핵심광물과 에너지, 인프라 분야까지 양국의 협력은 꾸준히 확대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이날 오전 열린 정상회담에서 양국은 구체적인 성과를 도출했다. 위성락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정상회담 결과 브리핑에서 "미래산업에 필요한 핵심광물 공급망 협력체계를 마련했다"며 "이번 방문을 계기로 양국은 '핵심광물 협력 양해각서(MOU)'를 체결해 핵심광물 관련 정책과 투자제도에 관한 정보를 공유하고, 리튬의 탐사·채굴 등 밸류체인 전반에서 양국 기업의 투자와 공동 프로젝트를 추진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리튬 사업과 더불어 구리 등 새로운 핵심광물 분야로 우리 기업의 투자 기회 확대도 모색할 방침이다. 에너지 분야 협력도 구체화됐다. 위 실장은 "원유 공급선을 남미로 확대할 수 있는 실질적인 전기를 마련했다"며 "우리 기업은 올해 아르헨티나산 원유를 시범 도입했으며, 이를 바탕으로 내년부터 수입을 개시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양국 정상은 한·메르코수르(남미공동시장) 무역협정 협상의 조속한 재개도 추진하기로 했다. 아르헨티나는 브라질과 함께 메르코수르의 핵심 회원국으로, 이번 협의는 인구 3억명, 국내총생산(GDP) 3조달러 규모의 거대 남미 시장 진출을 위한 발판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 밖에도 방산, 과학기술, 남극, 문화, 교육 등 양국 국민과 기업이 체감할 수 있는 실질 분야의 협력을 강화하고,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고위급 교류와 정부 간 협의체도 본격적으로 재가동하기로 했다. 양국 간 문화 교류 협력도 강조됐다. 이 대통령은 아르헨티나가 매년 11월 22일을 국가기념일인 '김치의 날'로 제정한 것을 언급하며 "문화를 통해 양국 간 우정과 신뢰는 점점 깊어지고 있다. 모두 지난 60년간 양국 관계에 든든한 가교 역할을 해주신 여러분이 계셔서 가능했던 성취"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동포들을 향해 "국민주권 정부는 가장 멀리 계신 동포들의 목소리에 더욱 귀 기울이고 어려움에 가장 먼저 손 내밀겠다"며 "다음 세대가 한국인으로서 뿌리를 자랑스럽게 여기고 더 큰 꿈을 펼칠 세계 시민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뒷받침하겠다"고 약속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동포 간담회에 앞서서는 호르헤 마크리 부에노스아이레스 시장을 만나 한국 교민을 위한 배려에 사의를 표했다. 시내 한 호텔에서 이뤄진 접견에서 이 대통령은 "부에노스아이레스에 우리 교민이 2만명 넘게 거주하고 있는데, 시장님께서 문화공연장 확보 등 여러 측면으로 배려해주신다고 들었다"며 "감사하다"고 말했다. 마크리 시장은 "저 역시 기쁘게 생각한다"며 "부에노스아이레스는 다양성을 특징으로 하는 도시로, 각 문화가 역동적으로 융합하고 있다. 한인 사회 역시 적극적으로 통합되면서 하나가 됐다고 생각한다"고 화답했다. 마크리 시장은 이어 "한국 문화가 거리에 넘쳐나고, 한국 음식을 찾는 사람도 많아지고 있다"며 "젊은 층의 'K팝'에 대한 관심도 늘어나고 있다. 한국의 소프트파워가 강화되는 것이 놀랍다"고 말했다. 이번 아르헨티나 방문으로 이 대통령은 브라질-칠레-아르헨티나로 이어진 남미 3개국 순방 일정을 모두 마무리했다. 앞서 지난 27일 브라질리아에서는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브라질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고 메르코수르 관련 협력 방안을 논의한 바 있으며, 30일에는 칠레 산티아고에서 호세 안토니오 카스트 칠레 대통령과 '광물자원 파트너십 MOU'를 체결하기도 했다.
2026-08-01 10:3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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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개혁의 비용을 국민에게 떠넘긴 국회
[경제일보] 국회가 검사의 보완수사권을 없앴다. 검찰개혁이라는 이름을 붙였지만 보완해야 할 수사까지 사라진 것은 아니다. 경찰이 다시 맡고 사건 당사자는 더 오래 기다리게 됐다. 권한을 없애는 데만 서두른 입법이 국민에게 그 비용을 청구하고 있다. 경찰이 수사를 마쳐 검찰에 넘긴 사건이라고 해서 모두 기소할 수 있는 상태인 것은 아니다. 계좌 추적이 빠지기도 하고 핵심 참고인을 조사하지 않은 채 송치되기도 한다. 범죄 혐의는 포착했지만 적용할 죄명을 잘못 판단한 사건도 있다. 지금까지 검사는 기록을 검토한 뒤 필요한 조사를 직접 해 빈틈을 메울 수 있었다. 앞으로는 경찰에 다시 수사를 요구해야 한다. 보완수사는 검찰의 권력을 지키기 위한 장치가 아니다. 경찰 수사의 미진한 부분을 보충해 기소 여부를 가리는 실무 절차다. 검사가 하지 않으면 누군가는 해야 한다. 그 일을 맡을 경찰 인력과 전문성을 먼저 갖춘 뒤 제도를 바꾸는 것이 순서였다. 국회는 거꾸로 갔다. 권한부터 없애고 대책은 시행 뒤에 마련하겠다는 식이다. 올해 상반기에만 검찰이 경찰에 보완수사를 요구한 사건이 6만5913건이다. 경찰 수사관 한 명에게 접수되는 사건은 지난해 평균 133.8건에 달했다. 사건은 이미 쌓여 있고 처리 기간도 길어지고 있다. 이런 경찰에 연간 10만건이 넘는 보완수사를 더 맡겼다. 인력을 얼마나 늘릴지, 법률 전문성을 어떻게 보강할지, 처리 기간이 얼마나 더 늘어날지에 대한 설명은 없다. 검사의 보완수사가 없어진다고 사건 처리가 빨라지는 것도 아니다. 경찰 수사가 부족하면 공소청은 보완수사를 요구하고 경찰은 사건을 다시 조사해야 한다. 돌아온 기록이 여전히 미흡하면 같은 절차가 반복된다. 검사가 직접 확인하면 끝날 일을 두 기관이 기록을 주고받으며 처리하게 된다. 수사와 기소를 나눴다는 정치적 성과 뒤에서 사건 당사자의 시간은 속절없이 흘러간다. 형사사건에서 시간은 단순한 지연이 아니다. 폐쇄회로TV 영상은 지워지고 통신·금융 자료의 확보는 어려워진다. 참고인의 기억도 흐려진다. 사기와 횡령 피해자는 형사사건 결과를 기다리느라 손해배상과 재산 환수에 필요한 대응을 미루게 된다. 피의자도 결론 없이 수사 대상에 묶이면 직업과 영업, 사회생활에서 손실을 입는다. 입법자가 잃는 것은 없지만 사건 당사자는 되돌릴 수 없는 시간을 잃는다. 경찰의 첫 판단을 다른 법률가가 다시 살피는 절차가 필요했던 이유도 여기에 있다. 강화도 유기 사건은 검찰의 보완수사를 거쳐 유기 혐의가 유기치상으로 바뀌었다. 부산 돌려차기 사건에서도 보완수사를 통해 성폭행 목적이 확인됐다. 처음 수사한 기관이 놓친 증거와 법리를 다시 검토하면서 사건의 실체가 드러난 사례다. 국회는 이 검증 절차를 없애면서 이를 대신할 수단을 내놓지 못했다. 검사에게 새로 준 ‘사실관계 확인’ 권한은 대안이 되기 어렵다. 검사가 사건 관계인의 말을 듣고 자료를 받을 수는 있지만 그 과정에서 확보한 진술과 자료는 재판에서 증거로 쓸 수 없다. 검사가 중요한 진술을 확인해도 경찰이 같은 사람을 다시 조사해야 한다. 피해자는 경찰과 검찰을 오가며 같은 말을 되풀이하고 사건 기록도 다시 움직인다. 보완수사의 이름만 없앴을 뿐 필요한 일과 시간은 고스란히 남겼다. 검찰청은 10월 2일 문을 닫고 공소청과 중대범죄수사청이 출범한다. 중수청의 직급과 인사, 검찰 수사관 6000여명의 배치, 경찰과 중수청의 관할, 공소청과 경찰의 업무 절차를 정해야 한다. 손질해야 할 하위 법령도 900여개에 이른다. 72년간 이어진 형사사법 체계를 뒤엎으면서 현장에서 사건을 맡을 사람과 업무 기준조차 정하지 못한 채 시행일을 못 박았다. 수사기관의 간판을 바꾸고 관할을 나누는 일은 어렵지 않다. 사건이 어느 기관 소관인지 다툼이 생겼을 때 누가 신속히 결론을 내릴지, 잘못 이첩된 사건을 어떻게 되돌릴지, 보완수사 요구가 지연될 때 누가 책임질지를 정하는 일이 훨씬 어렵다. 정부와 국회는 가장 어려운 일은 뒤로 미룬 채 법률 통과를 개혁의 완성처럼 내세웠다. 경찰의 부실 수사를 통제할 장치도 허술하다. 개정법은 경찰이 정당한 이유 없이 보완수사 요구를 따르지 않으면 공소청장이 징계나 직무배제를 요구할 수 있도록 했다. 비슷한 제도는 2021년부터 있었지만 실제 직무배제 요구는 한 건에 그쳤다.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제도를 다시 법전에 적어놓고 책임 통제가 가능하다고 할 수는 없다. 이런 법안에 국회는 ‘중대한 위법 수사’와 ‘소추재량권의 현저한 일탈’을 공소기각 사유로 추가했다. 무엇이 중대한 위법이고 어느 정도가 현저한 일탈인지 기준도 두지 않았다. 앞으로 정치인과 대형 형사사건 피고인들은 수사 위법과 공소권 남용을 내세워 공소기각을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 법원은 유무죄에 앞서 수사와 기소 과정부터 따로 심리해야 한다. 공소기각 판단이 상급심에서 뒤집히면 사건은 다시 하급심으로 돌아간다. 공소기각 사유 확대는 수사와 기소를 분리한다는 법안의 취지와도 맞닿아 있지 않다. 그런데도 법사위 심사 막판에 들어갔다. 왜 별도 공론화 없이 끼워 넣었는지, 현재 중단된 이재명 대통령 관련 재판에는 어떻게 적용되는지 국회는 설명하지 않았다. 여당은 기존 대법원 판례를 법률에 옮겼다고 하지만 판례로 처리할 수 있었던 사안이라면 굳이 지금 조항을 신설한 이유부터 밝혀야 한다. 방탄 입법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것은 입법 과정이 그 의심을 키웠기 때문이다. 검찰개혁은 검찰청 간판을 내렸다는 사실만으로 평가할 일이 아니다. 수사가 더 정확해지고 사건 처리가 빨라졌는지가 기준이 돼야 한다. 경찰의 업무는 늘고 사건은 늦어지며 잘못된 수사를 바로잡을 수단마저 약해진다면 그것을 개혁의 성과로 내세울 수 없다. 국민이 형사사법에 요구하는 것은 제대로 된 수사와 제때 나오는 결론이다. 수사권을 옮기려면 그 업무를 맡을 인력과 예산을 확보하고 부실 수사를 바로잡을 절차부터 마련했어야 한다. 국회는 경찰을 얼마나 보강할지, 사건이 얼마나 늦어질지, 그 책임을 누가 질지 답하지 않은 채 법부터 통과시켰다. 검찰청을 없앤 날짜는 정치권의 기록에 남을 것이다. 그러나 사건이 늦어져 피해 회복의 기회를 놓친 국민에게는 그 날짜가 아무 의미도 없다. 국회가 없앤 것은 검사의 권한이지만 국민이 잃는 것은 권리를 구제받을 시간이다. 그 시간을 되돌려줄 방법부터 마련하지 않았다면 이번 입법은 개혁이 아니라 책임의 전가다.
2026-08-01 06: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