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일보] 이재명 대통령이 김승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법무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했다. 청와대는 김 후보자가 형사사법체계 개편을 깊이 이해하고 있고 새 제도를 안정적으로 정착시킬 적임자라고 설명했다. 판사 출신이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검찰개혁 입법을 주도한 경력만 놓고 보면 인선 배경은 충분히 설명된다.
그러나 김 후보자에게는 이번 인사와 떼어놓기 어려운 또 다른 이력이 있다. 올해 1월 경기지역 민주당 의원들과 기자회견을 열어 이 대통령 사건을 검찰의 조작기소라고 규정하고 공소를 취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후 ‘이재명 대통령 사건 공소취소와 국정조사 추진을 위한 의원모임’ 공동대표도 맡았다.
더 직접적인 발언은 지난 3월 나왔다. 김 후보자는 쌍방울 대북송금 사건을 이 대통령을 겨냥한 기획 수사라는 취지로 비판했다. 법무부 장관이 지휘해 공소를 취소할 수 있지 않느냐는 질문에는 “해야 된다고 본다”고 답했다.
다섯 달 뒤 김 후보자는 바로 그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됐다. 국회의원이 “공소를 취소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과 법무부 장관이 같은 판단을 내리는 것은 전혀 다르다. 전자는 정치적 주장에 그칠 수 있지만 후자는 국가권력의 행사로 이어질 수 있다.
현행 검찰청법은 법무부 장관을 검찰사무의 최고 감독자로 두고 구체적 사건에서는 검찰총장을 지휘·감독할 수 있도록 한다. 오는 10월 공소청 체제가 출범한 뒤에도 장관의 구체적 사건 지휘권은 유지된다. 국회의원 시절의 정치적 주장이 장관 취임 뒤에는 실제 권한 행사 문제로 바뀌는 것이다.
공소 취소의 법적 효과도 가볍지 않다. 형사소송법상 검사는 1심 판결 선고 전까지 공소를 취소할 수 있고, 공소취소에 따른 공소기각 결정이 확정되면 같은 범죄사실을 다시 기소하는 데 제한이 따른다. 새로운 중요한 증거가 발견돼야 재기소할 수 있어 공소 취소는 재판을 잠시 멈추는 조치와는 다르다.
전임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이 대통령 사건의 공소 취소 문제에 선을 그었다. 정 전 장관은 특정 사건의 공소 취소를 지휘할 의도도 없고 그런 생각 자체가 없다고 공개적으로 밝혔고, 국회에서도 공소 취소를 검토한 적이 없다고 했다. 전임 장관은 선을 그었고 후임 후보자는 장관이 지휘해서라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차이가 이번 인사의 핵심이다. 민주당은 검찰이 정치적 목적으로 진술을 회유하거나 사건을 짜 맞추고 기소했다면 잘못된 공소를 그대로 유지하는 것 역시 검찰권 남용이라고 주장한다. 형사소송법이 공소취소제도를 둔 이상 검사가 잘못된 기소를 바로잡는 것 자체를 문제 삼기는 어렵다.
쟁점은 공소 취소라는 제도의 존재가 아니다. 대통령 자신의 형사사건에서 대통령이 임명한 법무부 장관이 그 권한 행사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 적절하냐는 것이다. 법률상 권한이 있다는 것과 그 권한을 특정 사건에서 행사하는 것이 정당하다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더구나 김 후보자는 장관으로서 사건 기록을 검토하기 전부터 이 대통령 사건을 조작기소라고 규정했고 공소를 취소해야 한다는 결론도 공개적으로 밝혔다. 이런 상태에서 장관 취임 뒤 같은 사건을 지휘한다면 결론을 먼저 내려놓고 권한을 행사한다는 논란을 피하기 어렵다. 실제 편향이 있었는지와 별개로 국가기관의 판단이 외관상 공정하게 보이느냐도 형사사법 절차에서는 중요하다.
검찰이 실제로 위법한 수사를 했다면 그 위법성부터 사법절차에서 판단받는 것이 순서다. 오는 10월 시행되는 개정 형사소송법은 중대한 위법수사에 따라 공소가 제기됐거나 소추재량권을 현저히 일탈한 경우 법원이 공소기각 판결을 할 수 있도록 한다. 잘못된 기소를 바로잡는 길이 장관의 지휘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공소 취소는 검사의 소송행위이고 공소기각은 법원의 판단이다. 대통령 자신의 사건이라면 이 차이는 더 중요해진다. 행정부가 먼저 사건을 거둬들이는 것과 법원이 수사와 기소의 위법성을 심리해 판단하는 것은 절차의 무게가 다르다.
김 후보자가 맡게 될 가장 큰 과제는 오는 10월 출범하는 새 형사사법체계를 안착시키는 일이다. 검찰개혁의 명분은 수사와 기소를 정치권력으로부터 떼어내는 데 있었다. 그런데 새 체제의 첫 장면이 대통령 자신의 형사사건 공소 취소 논란으로 채워진다면 출범부터 정치적 의심을 안고 갈 수밖에 없다.
법무부 장관에게 필요한 것은 대통령과 여당의 확신을 대신 말하는 일이 아니다. 자신이 지지하는 대통령의 사건에서도 같은 법과 같은 절차를 적용할 것이라는 신뢰다. 그 신뢰를 확보하지 못하면 검찰개혁의 명분도 흔들린다.
인사청문회에서 물어야 할 것은 두 가지다. 김 후보자가 지금도 법무부 장관이 이 대통령 사건의 공소 취소를 지휘해야 한다고 생각하는지, 장관이 된다면 해당 사건의 지휘에서 스스로 손을 뗄 생각이 있는지다. 공소 취소를 요구하던 정치인이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됐다는 사실부터 따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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