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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베 관계, 투자 협력을 넘어 미래를 함께 만들어야
[경제일보] 한국과 베트남 관계가 역사적 전환점에 서 있다. 2022년 양국 관계가 ‘포괄적 전략 동반자 관계’로 격상된 이후, 이제 양국 협력의 성과를 교역액이나 외국인직접투자(FDI), 관광객 수만으로 평가해서는 부족하다. 숫자 뒤에는 이미 서로의 삶 속으로 깊숙이 들어온 두 사회가 있다. 한국에 거주하는 베트남인은 35만명을 넘고, 베트남에 거주하는 한국인은 20만명에 이른다. 다문화가정도 약 10만 가구에 달한다. 두 나라는 더 이상 정상 간 회담이나 정부 간 협정으로만 연결된 관계가 아니다. 서로의 가정과 학교, 일터와 지역사회 속에 이미 깊게 자리 잡았다. 수교 30년을 넘어선 지금, 전략적으로 던져야 할 질문은 하나다. 한·베 관계는 앞으로 어디로 가야 하는가. 답은 양해각서(MOU)를 몇 건 더 체결하느냐에 있지 않다. 중요한 것은 이미 맺은 합의와 약속을 얼마나 현실의 성과로 만들고, 그것을 양국 국민에게 새로운 부가가치로 돌려줄 수 있느냐다. ◆‘베트남에 투자’에서 ‘베트남과 함께 성장’으로 지난 수십 년간 한·베 경제협력은 비교적 분명한 공식 위에서 움직였다. 한국 기업은 자본과 기술을 들고 베트남에 공장을 세웠고, 베트남은 토지와 노동력, 인프라를 제공했다. 이 모델은 자신의 역할을 충분히 했다. 베트남에는 산업화와 성장의 동력을 제공했고, 한국 기업에는 생산기지와 시장 확대의 기회를 열었다. 하지만 지금의 베트남은 더 이상 저임금 노동력을 앞세운 생산기지에 머물고 싶어 하지 않는다. 기술 이전과 연구개발(R&D) 역량 확보, 청정에너지 전환, 글로벌 가치사슬의 상위 단계 진입을 원한다. 최근 양국이 반도체와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첨단기술 인력 양성 등을 주요 협력 의제로 올리고 있는 것도 이런 변화와 맞닿아 있다. 하나의 가공공장은 일자리를 만들 수 있다. 그러나 기술 생태계는 사람을 키우고 기업을 바꾸며 산업 전체의 생산성을 높인다. 현지 인재를 길러내고, 혁신기업을 촉진하며, 지속적인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더 중요하다. 이제 질문도 달라져야 한다. “한국이 베트남에 얼마나 투자할 것인가”가 아니라 “한국과 베트남이 세계시장에 내놓을 어떤 기술과 제품을 함께 만들어낼 것인가”를 물어야 한다. ◆AI와 반도체, 협력의 질을 가르는 시험대 AI와 반도체 같은 첨단산업 협력은 한·베 포괄적 전략 동반자 관계의 질을 가늠하는 시험대다. 베트남은 고급 기술인력의 질을 높이고 반도체 생태계를 구축하려 한다. 한국은 글로벌 첨단산업 경쟁 속에서 기술 인력 부족과 공급망 재편이라는 과제를 안고 있다. 양국의 전략적 이해가 만나는 지점이다. 그러나 협력 방식까지 과거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한국이 연구와 설계를 맡고 베트남은 조립과 패키징만 담당하는 구조라면 한계가 분명하다. 베트남 엔지니어가 설계와 연구, 소프트웨어, 데이터 분석 등 지식집약적 가치사슬에 단계적으로 참여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협력은 ‘첨단기술 하청’ 수준을 벗어나기 어렵다. 진정한 전략적 동반자 관계라면 한국은 베트남을 단순한 생산기지가 아니라 공동 R&D 거점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 베트남 역시 기술을 받아들이고 함께 혁신할 수 있도록 제도와 인프라, 교육과 인재 기반을 준비해야 한다. 협력의 평등성은 선언에서 만들어지지 않는다. 가치사슬의 어느 단계까지 함께 들어가느냐에서 드러난다. ◆ODA와 지방협력도 ‘규모’보다 ‘실질’ 양국 지방정부 간 직접 협력이 확대되고 있는 것도 긍정적인 변화다. 인프라와 물류, 스마트시티, 첨단농업 등 협력 분야도 넓어지고 있다. 다만 이런 확대일수록 현실적이고 냉정한 접근이 필요하다. 공적개발원조(ODA)나 지방정부 차원의 민관협력(PPP) 사업은 투입된 자금의 규모나 시설의 첨단성으로 평가해서는 안 된다. 지역 주민이 실제로 접근할 수 있는지, 비용을 감당할 수 있는지, 삶의 질 개선으로 연결되는지를 봐야 한다. 국제수준의 병원이나 학교도 현지 주민이 이용하지 못한다면 사회적 가치는 제한적이다. 따라서 지역개발 협력은 가장 기본적인 질문에서 시작해야 한다. “이 지역에 정말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 이 질문에 답한 뒤 금융과 기술을 붙여야 한다. 순서가 바뀌면 협력은 성과보다 외형을 좇게 된다. ◆민간외교, 제도보다 빠르게 움직인다 한·베 관계에는 흥미로운 특징이 있다. 사회의 실제 움직임이 공식 외교보다 빠르다는 점이다. 한국 기업에서 일하는 베트남 노동자, 한국 대학에서 공부하는 베트남 학생, 다문화가정의 구성원, 베트남에 진출한 한국 중소기업과 현지 협력업체 관계자들이 이미 양국을 잇는 ‘현장 외교관’ 역할을 하고 있다. 판 아인 선 베트남우호친선단체연합(VUFO) 회장의 문제의식도 이와 맞닿아 있다. 민간교류가 단순한 문화행사와 친선방문을 넘어 경제·사회적 가치를 함께 만들어내는 단계로 발전해야 한다는 것이다. 국가외교는 길을 열고 제도를 만든다. 그러나 그 길을 실제로 움직이는 주체는 기업과 대학, 지방정부와 시민이다. 정부 간 합의가 아무리 많아도 기업이 움직이지 않고 연구자가 연결되지 않으며 지역사회가 체감하지 못하면 관계는 오래가기 어렵다. 반대로 민간의 교류와 신뢰가 쌓이면 제도는 그것을 따라 움직인다. ◆다음 30년의 설계자는 청년 세대 앞으로 한·베 관계의 가장 큰 변화를 만들어낼 주체는 양국의 젊은 세대다. 수많은 유학생과 엔지니어, 기자, 청년 기업가들이 두 나라를 오가고 있다. 이들은 단순히 두 언어를 구사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양국의 기업문화와 사회심리, 생활방식까지 함께 이해한다. 이보다 강한 연결망은 만들기 어렵다. 한국에서 베트남어 교육을 확대하고, 베트남에서 한국어 교육을 강화하는 것, 공동 연구 프로그램을 늘리고 청년 창업과 혁신을 위한 공간을 만드는 것은 부수적인 교류사업이 아니다. 그것은 앞으로 30년의 한·베 관계를 떠받칠 인적 인프라에 대한 투자다. 무역협정과 투자협정은 정치·경제 환경에 따라 수정될 수 있다. 그러나 함께 공부하고 일하며 쌓은 사람과 사람 사이의 신뢰는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포괄적 전략 동반자’의 의미를 다시 세울 때 30여 년간 이어진 ‘한국이 투자하고 베트남이 받아들이는’ 협력 모델은 이미 충분한 역할을 했다. 다음 단계는 달라야 한다. 함께 투자하고, 함께 연구하며, 함께 인재를 키우고, 함께 세계시장으로 나아가는 구조다. 베트남에는 한국의 산업화 경험과 자본, 기술, 글로벌 네트워크가 필요하다. 한국에는 베트남의 성장하는 시장과 전략적 지리, 젊고 역동적인 인적자원이 필요하다. 서로에게 필요한 것이 이렇게 분명한 관계라면 한쪽은 투자자, 다른 한쪽은 수용자라는 오래된 구도에 머물 이유가 없다. 포괄적 전략 동반자 관계의 진짜 성적표는 ‘우리가 얼마나 많이 협력했는가’에 있지 않다. “두 나라가 함께했기 때문에 비로소 만들어낼 수 있었던 새로운 가치가 무엇인가.” 앞으로 한·베 관계의 30년은 바로 그 질문에 답하는 시간이 돼야 한다.
2026-09-10 17:1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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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엔지니어링, '힐스테이트 거제시그니처' 분양 예정 外
[경제일보] 현대엔지니어링은 경상남도 거제시 옥포동 일원에 조성되는 ‘힐스테이트 거제시그니처’의 견본주택을 다음달 열고 분양에 나설 예정이라고 10일 밝혔다. 힐스테이트 거제시그니처는 지하7층~최고 36층, 전용면적 84㎡~165㎡P, 총 1963세대 규모로 조성된다. 전용면적 138㎡-165㎡P 펜트하우스 6세대를 포함한 중대형 중심의 주택형으로 구성되는 것이 특징이다. 단지가 들어서는 옥포동은 한화오션 거제사업장과 인접한 대표적인 배후 주거지다. 직장과 주거지가 가까워 조선소와 협력업체 종사자들의 안정적인 실거주 요를 기대할 수 있어 보인다. 거제대로를 통해서는 거제 주요 지역과 통영 방면으로 이동 가능하다. 거가대교를 이용하면 부산으로도 이동할 수 있다. 올해 2월에는 경북 김천과 거제를 연결하는 총연장 174.6km의 남부내륙철도가 착공해 향후 수도권과 거제를 잇는 광역교통 환경도 개선될 전망이다. 바로 앞에는 옥포초등학교 이전이 예정돼 있으며 옥포초 이전 부지 조성공사는 지난 4월 착공계가 접수된 상황이다. 오는 2029년 개교를 목표로 추진 중이고 옥포성지중학교 역시 도보권에 들어서 있다. 여기에 애서튼 국제외국인학교 및 메가스터디교육과 업무협약(MOU)을 맺고 입주민 자녀를 위한 교육특화 프로그램을 제공할 예정이다. 학교가 가까운 입지적 장점에 단지 차원의 교육 서비스를 더해 차별화된 교육환경을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이와 함께 롯데마트와 하나로마트, 옥포국제시장, 옥포1동 주민센터 등이 주변에 자리하며 옥포운동장과 옥포중앙공원 등 여가시설도 가깝다. 분양 관계자는 “힐스테이트 거제시그니처라는 이름에는 거제의 주거 기준을 새롭게 세우고 오랜 시간 지역을 대표하는 상징적인 단지를 선보이겠다는 의미를 담았다”며 “조선업 수주 성과가 중장기적으로 고용과 지역경제에 반영될 것으로 기대되는 가운데 규모와 브랜드는 물론 교육과 커뮤니티까지 차별화한 거제의 시그니처 단지로 조성하겠다”고 말했다. 한화 건설부문, ‘한화포레나 지제역’ 내달 분양 ㈜한화 건설부문은 경기도 평택시 세교동 일원에 대단지 아파트 ‘한화포레나 지제역’을 분양할 예정이라고 10일 밝혔다. 한화포레나 지제역은 지하 2층~지상 최고 27층, 12개 동, 전용면적 84·116㎡ 총 1098가구 규모로 조성된다. 전용면적별로는 △84㎡A 452가구 △84㎡B 208가구 △84㎡C 168가구 △84㎡D 122가구 △116㎡A 148가구로 구성된다. 입주는 2029년 9월 예정이다. 지제역세권은 고덕국제신도시, 브레인시티, 평택 구도심 등 평택 핵심 입지의 중심에 자리한다. 특히 삼성전자 평택캠퍼스가 반경 약 5km 내에 위치해 있다. 평택지제역을 통해 동탄신도시, 수원, 오산 등 경기 남부와 천안, 아산 등 충청권 주요 지역으로 빠르게 이동할 수 있어 직주근접을 원하는 수요자들의 관심이 높을 것으로 보인다. 송탄IC와 안성JC 등을 통해 평택제천고속도로와 경부고속도로를 이용하기 수월해 평택은 물론 수도권과 충청권 주요 지역으로도 이동할 수 있다. 단지 인근에는 이마트 평택점, 더마트 평택점 등 일상적인 장보기가 가능한 유통시설이 자리한다. 여기에 지난해 문을 연 코스트코 평택점과 트레이더스 홀세일 클럽, 스타필드 안성점 등 대형 창고형 할인점도 차량으로 이용할 수 있어 쇼핑의 선택 폭이 넓다. 비전동 중심상권을 비롯해 의료시설과 지제초, 세교중, 비전동 학원가도 생활권 내에서 이용 가능하다. ㈜한화 건설부문 장영기 분양소장은 “한화포레나 지제역은 평택 내 최상인 지제역 생활권을 누리는 막바지 단지”라며 “평택 내 실수요자뿐 아니라 동탄·수원·오산 지역에서도 많은 관심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쌍용건설, 현장에 AI CCTV·스피커 도입…중대재해 제로 이어가 쌍용건설은 AI를 활용한 스마트 안전에 적극 도입하는 등 안전경영을 이어간다고 10일 밝혔다. 회사는 기존에 안전관리자의 눈으로 관리하던 CCTV 안전관리를 넘어 AI를 활용한 지능형 AI CCTV를 현장에 도입했다. 지능형 AI CCTV는 AI가 현장 CCTV를 통한 영상을 실시간으로 분석해 위험 요인을 사전 경고하는 시스템이다. 사전 대응과 실시간 대응을 통한 사고 위험을 줄이는 효과가 있다. 특히 본사 안전부서에서도 관제실을 만들어 동시에 관리 가능하도록 했다. 이와 함께 늘어나는 외국인 근로자를 대상으로 하는 안전관리에 만전을 기하기 위해 AI 번역 블루투스 스피커와 위험지역 외국어 자동 음성 경고 스피커도 도입했다. AI 번역 스피커는 건설 현장에 증가하는 외국인 근로자를 대상으로 각 공종에서의 작업 지시 및 안전 수칙 당부 등을 국가별 언어로 작업장에서 직접 전달해 미숙련 외국근로자의 사고를 줄이는 역할을 한다. 또한 사고 가능성이 큰 위치마다 외국어 음성 경고 스피커를 설치해 작업자가 접근할 때 마다 경고 안내를 반복함으로써 작업자의 주의 환기와 사고를 예방하고 있다. 이를 통해 쌍용건설은 안전경영 슬로건인 “현장 중심의 안전한 일터 실현으로 중대재해 Zero”를 실천하며 2년 연속 중대재해 Zero를 달성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2026-09-10 13:2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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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영그룹, 중복 앞두고 임직원·협력업체에 삼계탕 지원…폭염·장마 안전관리 병행
[경제일보] 부영그룹이 임직원과 현장 근로자, 협력업체 직원에게 삼계탕을 지급하고 전국 사업장 안전점검을 진행했다. 폭염과 장마가 겹치며 건설현장 안전관리 중요성이 커진 가운데 직원 복지와 현장 안전을 동시에 챙기는 행보다. 부영그룹은 중복을 앞두고 그룹 임직원과 전국 현장 근로자, 관리소, 협력업체 직원들에게 삼계탕 5920세트를 전달했다고 22일 밝혔다. 지급 규모는 약 6600만원 상당이다. 부영그룹의 삼계탕 지급은 지난 2006년부터 이어온 사내 복지제도다. 올해도 현장 근로자와 관리소 직원, 계열사 임직원뿐 아니라 5000여명에 이르는 협력업체 직원까지 지급 대상에 포함했다. 임직원 복지 확대에도 힘을 쏟고 있다. 회사는 지난 2024부터 직원 자녀 1명당 출산장려금 1억원을 지급하는 제도를 도입했다. 저출생 문제 해결에 동참하기 위한 사내 복지 정책이다. 이 밖에도 주택 할인, 자녀 학자금 전액 지원, 직계가족 의료비 지원, 자녀수당 등 생애주기별 복지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직원 건강과 자기계발 지원도 이어가고 있다. 식사와 간식 지원, 어학 비용 지원, 리조트·골프장 지원 등을 통해 임직원의 근무 만족도를 높이고 일과 가정의 양립을 돕겠다는 방침이다. 이와 함께 현장 근로자의 체감도가 높은 복지와 생활 지원을 병행해 일하기 좋은 기업문화를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여름철 현장 안전관리도 강화했다. 폭염과 집중호우가 반복되는 장마철을 맞아 ‘용산 한강로3가 신축현장’을 포함한 전국 건설현장과 사업장을 대상으로 장마철 대비 안전관리 특별점검을 실시했다. 점검 대상에는 용산 한강로3가 신축현장, 뚝섬부영복합빌딩, 소공동 부영호텔 등 건설현장과 영업·관리소, 레저사업장이 포함됐다. 회사는 장마철 재해예방계획 수립 여부와 취약 요인, 안전보건경영시스템 이행 상황, 안전보건관리 기술 사항, 중대재해처벌법 관련 이행 사항 등을 살폈다. 특히 올해 장마는 국지성 폭우와 폭염이 번갈아 나타날 가능성이 큰 만큼 온열질환, 지반 약화, 감전, 자재 낙하 등 현장 위험 요인을 사전에 점검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집중호우 이후에는 지반 침하와 가시설물 변형, 전기 설비 이상 여부 등을 즉시 확인해야 하는 만큼 현장별 대응 체계도 점검했다. 부영그룹은 전문 안전관리부서를 중심으로 전 임직원 대상 안전 교육도 정기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부영그룹 관계자는 “이번 여름철 장마기는 기후변화로 인해 예측하기 어려운 집중호우와 폭염이 빈번하게 발생해 철저한 사전 대비가 필요하다”며 “사전 점검을 통해 근로자의 안전을 선제적으로 확보하고, 중대재해 없는 안전하고 건강한 일터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2026-07-23 09:1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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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은 쉬고, 노인은 일한다… 뒤집힌 노동시장의 경고
한 사회의 미래는 노동시장을 보면 알 수 있다고 한다. 일할 사람은 일하지 못하고, 쉬어야 할 사람은 생계를 위해 일터를 떠나지 못한다면 그 사회는 이미 구조적 병에 걸린 것이다. 지금 대한민국이 바로 그 갈림길에 서 있다. 대학을 졸업한 청년들은 취업 문턱 앞에서 좌절한 채 구직을 포기하고, 환갑과 칠순을 넘긴 노년층은 생활비를 마련하기 위해 새벽부터 경비실과 청소 현장, 배달과 단순노무 일자리로 향하고 있다. 청년은 쉬고 노인은 일하는 기이한 풍경은 우리 노동시장이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고 있음을 보여주는 가장 적나라한 증거다. 표면적으로는 고용률이 유지되고 실업률도 안정된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통계의 이면을 들여다보면 사정은 전혀 다르다. 청년층에서는 '쉬었음' 인구와 니트(NEET)족이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취업을 준비하다 지쳐 아예 노동시장을 떠나는 청년들이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반면 고령층 고용은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생산성이 높은 양질의 일자리가 늘어난 결과가 아니다. 부족한 연금과 불안한 노후를 메우기 위한 생계형 노동이 대부분이다. 숫자는 좋아졌지만 내용은 오히려 악화된 셈이다. 이 같은 현상은 경기 침체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우리 노동시장에 뿌리 깊게 자리 잡은 이중구조와 산업구조의 변화가 맞물린 결과다. 청년들이 원하는 대기업과 공공기관, 정보기술(IT)·첨단산업 분야의 일자리는 제한적인 반면, 중소기업과 서비스업의 처우는 여전히 열악하다. 임금과 복지, 승진 기회에서 큰 격차가 존재하는 상황에서 청년들이 중소기업 취업을 쉽게 선택하기 어려운 것은 어쩌면 자연스러운 결과다. 문제는 이러한 격차가 시간이 갈수록 더욱 고착되고 있다는 점이다. 우리 청년들은 세계 최고 수준의 교육을 받고도 자신의 역량을 펼칠 무대를 찾지 못하고 있다. 반대로 기업들은 사람을 구하지 못한다고 호소한다. 사람은 넘치는데 일할 사람은 없다는 모순은 노동시장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의미다. 결국 청년들은 취업 준비 기간만 길어지고, 사회 진출은 늦어지며, 결혼과 출산까지 미루게 된다. 노동시장의 문제가 인구 감소와 저출산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것이다. 반면 고령층의 현실은 더욱 절박하다. 기대수명은 길어졌지만 노후 준비는 충분하지 못하다. 국민연금만으로는 생활이 어렵고 퇴직금도 오래 버티지 못한다. 은퇴 이후에도 다시 노동시장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러나 이들에게 주어지는 일자리는 대부분 저임금 단순노무직이다. 경비원, 청소원, 공공근로 등 이른바 생계형 일자리가 고령층 고용 증가를 떠받치고 있다. 이는 고령자의 경험과 전문성을 충분히 활용하지 못하는 사회적 낭비이기도 하다. 이제 노동시장 개혁은 더 이상 선택이 아니라 생존의 문제다. 무엇보다 청년들이 도전할 수 있는 양질의 일자리를 늘려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신산업에 대한 과감한 규제 혁신과 기업 투자 활성화가 선행되어야 한다. 인공지능(AI), 반도체, 바이오, 미래 모빌리티 등 성장 산업에서 새로운 일자리를 지속적으로 만들어야 한다. 동시에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과도한 임금과 복지 격차를 줄이고, 직무와 성과 중심의 임금체계를 확대해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높여야 한다. 첫 직장의 선택이 평생의 소득과 계층을 결정하는 구조를 그대로 둔 채 청년들에게 도전만 요구하는 것은 무책임하다. 정년 연장 논의 역시 새로운 시각에서 접근해야 한다. 고령화 시대에 일정한 정년 연장은 불가피한 흐름이다. 그러나 단순히 정년만 늘리는 방식은 청년 고용을 위축시킬 가능성이 있다. 해법은 세대 간 일자리 나누기에 있다. 정년 연장과 임금피크제, 직무급제를 함께 도입하고 고령 근로자의 숙련과 경험을 활용할 수 있는 적합 직무를 확대해야 한다. 절감된 인건비는 청년 신규 채용으로 연결되는 구조를 제도화해야 한다. 고령자의 안정적인 고용과 청년의 새로운 기회는 상충하는 가치가 아니라 함께 추구해야 할 과제다. 공자는 "정치는 백성이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하는 데서 시작된다"고 했고, 맹자는 "항산(恒産)이 있어야 항심(恒心)이 생긴다"고 했다. 안정된 일자리는 개인의 생계를 넘어 공동체의 질서를 지탱하는 기반이다. 지금처럼 청년은 미래를 잃고 노인은 노후를 잃는 노동시장을 방치한다면 우리 사회의 지속 가능성은 심각한 위협을 받을 수밖에 없다. 정부와 정치권, 노동계와 경영계는 더 이상 기득권 수호와 이해관계만을 앞세워서는 안 된다. 청년에게는 희망을, 장년에게는 존엄을 보장하는 새로운 사회적 계약을 만들어야 한다. 세대가 서로의 일자리를 빼앗는 구조가 아니라 경험과 혁신이 공존하는 노동시장을 구축하는 것, 그것이 초고령 사회를 앞둔 대한민국이 반드시 넘어야 할 시대적 과제다. 노동개혁의 골든타임은 결코 길지 않다.
2026-07-19 1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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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L이앤씨, 양천구 어린이 대상 창의융합교육 진행 外
[경제일보] DL이앤씨는 강서양천교육지원청과 협력해 서울시 양천구 양동초등학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창의융합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했다고 22일 밝혔다. 이번 프로그램은 어린이들이 자신만의 취향과 생각을 집이라는 공간에 담아 표현하며 창의력과 예술적 감수성을 키울 수 있도록 마련됐다. 교육은 대림문화재단에서 현재 진행 중인 디뮤지엄 ‘취향가옥 2: Art in Life, Life in Art 2’ 전시 연계 프로그램 ‘찾아가는 키즈워크룸: 컬렉터의 집’을 바탕으로 진행됐다. 학생들은 다양한 예술 작품을 감상하고 직접 공간 디자이너가 돼 자신만의 ‘컬렉터의 집’을 꾸미는 활동에 참여했다. 교과서 속 미술 작품과 전시 작품을 살펴본 뒤 창작 키트를 활용해 공간을 구상하고 표현했으며 완성된 작품을 서로 공유하는 시간도 가졌다. DL이앤씨 관계자는 “어린이들이 자신만의 생각과 취향을 집이라는 공간에 담아 표현하며 창의력과 자신감을 키울 수 있었던 뜻깊은 시간이었다”며 “지역사회와 협력하며 다양한 경험을 제공할 수 있는 교육 사회공헌 활동을 지속적으로 확대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IPARK현대산업개발, 혹서기 온열질환 예방을 위한 경영진 현장점검 실시 IPARK현대산업개발은 여름철 온열질환 예방과 안전, 보건 관리 강화를 위해 김해 부원 스마트 도시개발사업 현장에서 경영진 현장점검을 진행했다고 22일 밝혔다. 지난 19일에 진행된 이번 경영진 점검에는 IPARK현대산업개발의 정경구 대표이사를 비롯해 박희윤 개발본부장, 조기훈 경영본부장, 배치성 영업본부장, 조흥봉 인프라본부장, 강민석 건축본부장을 비롯한 임직원들이 참여했다. 경영진은 현장에서 주요 공정 현황에 대한 안전 관리 상황을 확인하며 고위험 작업구간을 중심으로 작업 상태 등을 살폈다. 특히 혹서기를 앞두고 근로자들의 온열질환을 예방하기 위한 대책과 옥외 근로자들에 대한 보건 관리 현황도 점검했다. 정 대표이사는 김해 부원 스마트 도시개발사업 현장과 함께 김해, 부산 일대 주요 사업장들을 찾아 현장 상황을 점검했다. 정경구 대표이사는 “혹서기에는 옥외작업에 대한 더욱 철저한 예방 대책을 바탕으로 근로자들의 건강과 안전을 확보해야 한다”며 “안전 최우선 경영을 최우선 목표로 선제적인 리스크 관리에 힘쓰고 중대재해 예방과 안전한 일터 조성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말했다. LH, 코엑스에서 ‘2026 LHRI 동행 콘서트’ 개최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서울 코엑스에서 ‘2026 LHRI(토지주택연구원) 동행 콘서트’를 개최한다고 22일 밝혔다. 오는 25일에 개최될 이번 콘서트는 LHRI이 지난해 진행한 주요 연구를 학계·연구기관·정부·민간 전문가와 함께 공유하고 정책적 해법을 모색하고자 마련됐다. 콘서트 주제는 ‘모두의 집, 도시, 에너지’로 집값·청년 주거·초고령사회·탄소중립 등 국민의 삶과 가장 밀접한 국토·주택 분야 현안을 폭넓게 다룬다. 행사는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까지 △시장·전략 △주택·주거 △국토·지역 △기술·ESG 등 4개 세션으로 구성된다. 총 9개 연구 주제가 발표된다. 첫 번째 세션 ‘시장·전략, 시장을 읽고 국민의 마음을 보다’ 에서는 시공간을 함께 고려한 집값 예측 방법론과 내 집 마련과 금융투자 사이 국민의 선택에 관한 연구 결과를 공유한다. 두 번째 세션 ‘주택·주거, 청년의 출발을 돕고 도심 안에 공급하다’ 에서는 생애주기를 반영한 청년 주거지원 방안과 공공부지 복합개발을 통한 도심 주택공급의 새로운 방향을 논의한다. 세 번째 세션 ‘국토·지역, 오래 머물고 싶고 어제보다 나은 도시를 짓다’ 에서는 초고령사회의 새로운 주거 모델인 은퇴자 마을과 노후 영구임대주택의 재정비 방안을 다룬다. 네 번째 세션 ‘기술·ESG, 더 빠르게 짓고 더 푸르게 살다’ 에서는 모듈러주택의 다음 단계, 탄소를 흡수하는 도시로의 전환, 에너지 자립으로 관리비 0원을 실현하는 아파트 등을 선보인다. 행사는 누구나 참석할 수 있으며 별도 사전 신청 없이 행사 당일 현장을 방문하면 참여할 수 있다. 정창무 LH 토지주택연구원장은 “이번 콘서트는 국민이 일상에서 체감하는 현안을 중심으로 LHRI의 연구 성과를 공유하는 자리다”라며 “연구 성과를 국민과 정책 현장에 더 가까이 전달하고 학계·정부·민간과 함께 국토·주택 정책의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해 나갈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2026-06-22 13:2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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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년 연장과 청년 고용의 정면충돌, 사회적 대타협이 시급하다
[경제일보] 정년 65세 논의가 다시 국회와 노사정의 의제로 올라왔다. 더불어민주당 정년연장특별위원회는 현행 60세인 법정 정년을 2029년부터 단계적으로 올려 2037년 65세에 이르게 하는 방안과 퇴직 후 재고용 제도를 함께 검토하고 있다. 아직 최종 합의안은 아니다. 그러나 정년과 연금 수급 연령의 간극을 더는 방치하기 어렵다는 문제의식에는 사회적 공감대가 넓어지고 있다. 현행 법정 정년은 60세 이상이다. 반면 1969년 이후 출생자는 65세부터 국민연금 노령연금을 받는다. 직장을 떠난 뒤 연금이 나오기까지 5년을 견뎌야 하는 세대가 생겼다는 뜻이다. 퇴직금과 개인연금으로 메우라는 식으로 넘길 수 있는 간격이 아니다. 주택담보대출과 자녀 지원, 부모 부양을 거친 뒤 노후를 준비해야 하는 세대에게 60세 이후의 소득 단절은 생활 자체를 흔드는 변수다. 정년 연장을 요구하는 노동자들을 기존 일자리의 혜택을 더 누리려는 집단으로만 볼 수 없는 이유다. 생산현장과 기술직, 영업과 관리 업무에는 오랜 경험에서 나오는 숙련이 있다. 인구 감소로 일할 사람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건강과 능력이 있는 근로자를 나이만으로 노동시장 밖으로 밀어내는 방식도 한계에 닿고 있다. 고령층의 계속고용은 노후소득 보장과 인력 활용이라는 두 과제를 함께 안고 있다. 청년층이 바라보는 현실은 다르다. 대기업과 공공기관, 금융회사 등 안정된 일자리의 채용문은 좁아졌다. 공개채용은 줄고 경력직 중심 채용은 늘었다. 학업을 마친 뒤 첫 직장을 구하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길어지고, 취업준비와 단기 일자리를 오가는 청년도 많다. 지난 5월 청년층 고용률은 43.8%로 1년 전보다 2.4%포인트 낮아졌고, 실업률은 7.2%로 0.6%포인트 높아졌다. 청년에게 정년 연장은 자신의 취업 순서가 더 뒤로 밀릴 수 있다는 소식으로 들릴 만하다. 세대 갈등으로만 치부할 일이 아니다. 60세 정년 의무화의 영향을 분석한 한국개발연구원 연구는 민간기업에서 정년 연장의 혜택을 받는 고령 근로자가 1명 늘 때 청년 고용이 약 0.2명 감소한 것으로 추정했다. 대규모 사업장과 고용보호가 강한 업종, 기존 정년이 낮았던 사업체에서 그 영향이 더 크게 나타났다. 기업이 인건비와 정원을 조정할 때 해고 대신 신규 채용을 줄이는 선택을 한다면, 정년 연장은 청년에게 채용 감소로 돌아갈 수 있다. 그렇다고 고령층의 일자리를 줄여 청년 채용을 늘리자는 결론도 현실성이 없다. 업종에 따라 고령 근로자의 경험과 청년의 기술 적응력이 결합할 때 생산성이 높아질 수 있다. 인력난을 겪는 중소기업에는 숙련 인력의 계속고용이 경영의 숨통을 틔울 수도 있다. 공공부문에서 청년 의무고용과 임금 조정을 병행한 경우에는 고령층 고용 증가가 청년 고용 감소로 이어지지 않았다는 분석도 있다. 정년 연장 자체보다 이를 어떤 조건 아래 시행하느냐가 관건이라는 뜻이다. 정년 65세를 추진하려면 청년 채용을 함께 보장하는 약속이 필요하다. 정년 연장의 혜택이 큰 대기업과 공공기관은 단계별 청년 신규채용 계획을 노사 협의에 담고, 그 이행 결과를 공개해야 한다. 고령 근로자의 계속고용을 지원하는 세제와 재정 지원도 청년 채용 유지, 직무훈련 확대, 인턴의 정규직 전환과 연동할 필요가 있다. 정년은 연장됐는데 청년 채용은 줄어드는 상황을 막을 장치가 있어야 한다. 임금체계 개편도 피할 수 없다. 근속연수에 따라 임금이 가파르게 오르는 연공급 체계를 그대로 둔 채 정년만 늘리면 기업은 신규 채용보다 기존 인력 유지에 더 많은 비용을 쓰게 된다. 그렇다고 나이를 이유로 임금을 일방적으로 깎는 방식은 갈등만 키운다. 맡은 일의 난도와 책임, 숙련도와 성과를 반영하는 보상체계로 옮겨 가야 한다. 고령 근로자에게는 기술 전수와 품질 관리, 현장 교육처럼 경험을 살릴 수 있는 업무를 맡기고, 청년에게는 새 업무와 승진의 기회를 넓히는 방식이 바람직하다. 중소기업에는 대기업과 같은 처방을 들이밀 수 없다. 인력과 자금 여력이 부족한 사업장에 획일적 정년 연장을 요구하면 조기퇴직과 외주화, 비정규직 확대를 부를 우려가 있다. 정부는 중소기업의 임금 부담과 직무 전환 비용을 지원하되, 청년 채용과 숙련 전수 프로그램을 함께 설계해야 한다. 고령 근로자의 계속고용이 인력난 해소로 이어지는 곳도 있고, 경영 부담으로 작용하는 곳도 있다는 점을 제도에 반영해야 한다. 과도기 대책도 서둘러야 한다. 2037년 65세라는 장기 목표만 내세우고 그 사이 60세 정년을 맞는 세대의 소득 공백을 외면하면 또 다른 불공정이 생긴다. 정년 상향 속도와 재고용 의무 시점, 국민연금 수급 개시 연령을 함께 맞춰야 한다. 제도 전환기에 태어났다는 이유만으로 누군가는 5년의 소득 공백을 떠안고, 누군가는 그 부담을 피하는 일이 반복돼서는 안 된다. 청년에게 기다리라고만 할 수도 없고, 고령층에게 일터를 비우라고만 할 수도 없다. 정년 연장 논의는 한 세대의 고용을 지키기 위한 법률 개정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고령층의 소득 공백을 줄이고 청년의 첫 일자리 기회를 지키며, 기업이 감당할 수 있는 임금과 직무 체계를 만드는 일까지 함께 풀어야 한다. 정년 65세를 둘러싼 논쟁의 기준은 퇴직 연령을 몇 살로 높였느냐가 되어서는 안 된다. 고령 근로자가 안정적으로 일할 수 있는 길을 열면서도 청년의 출발선이 더 뒤로 밀리지 않았는지를 따져야 한다. 그 조건을 갖춘 합의라야 세대 갈등을 줄이는 제도 개편으로 남을 수 있다.
2026-06-22 09:2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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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C 꺼져도 일은 계속됐다"… 신한銀 '공짜 노동' 논란 재점화
신한은행 내부의 ‘공짜노동’ 논란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 2019년 주52시간제가 본격화되면서 장시간 노동을 막기 위한 PC관리시스템이 도입됐지만, 현장에서는 올해 초까지 시스템을 우회해 야근을 이어가는 관행이 지속됐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일은 했지만 노동시간으로 기록되지 않고 기록되지 않았기 때문에 수당도 지급되지 않는 구조가 반복됐다는 지적이다. 금융노조 신한은행지부가 문제 삼는 핵심은 단순한 전산 편법이 아니다. 은행권 전반에 남아 있는 ‘눈치 야근’과 ‘무임금 초과근무’의 조직문화다. PC가 꺼지면 퇴근한 것으로 기록되지만 실제 업무는 다른 방식으로 계속되는 구조가 굳어졌다는 게 노조의 주장이다. 신한은행 노조는 지난해부터 PC 우회 사용 문제를 사측에 제기했고 올해 들어서는 사례 수집과 노사협의회 의제화를 통해 공짜노동 근절을 전면에 내걸었다. 노조가 장시간 노동과 대가 없는 노동 문제 해결을 위해 PC 우회 사용 실태 파악을 요구했고 회사의 태도 변화가 더디자 직접 사례 수집에 나서기도 했다. ◆PC관리시스템 도입 뒤에도 계속된 ‘기록 없는 노동’ 신한은행은 주52시간제 시행 이후 PC관리시스템을 운영해왔다. 표면상으로는 정해진 시간 이후 PC 사용을 제한해 초과근무를 막는 장치였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시스템을 피하는 방식이 다수 등장했다. 본지의 취재 결과 우회 방식은 십수 개에 달했고, 이 가운데 하나가 현장에서 ‘정리하기·돌려쓰기’로 불린 방식이었다. 10일 신한은행 노조에 따르면 정상적인 시간외근무 신청과 승인 절차를 밟으면 초과근무 시간이 기록되고 수당 지급 근거가 남는다. 그러나 실제 현장에서는 업무량이 많고 관리자 눈치를 봐야 하는 분위기 때문에 직원들이 정당한 야근 신청을 주저했다. 그 결과 PC 사용 기록을 남기지 않거나 다른 방식으로 시스템을 우회해 업무를 이어가는 관행이 생겼다. 실제 지난 3월 신한은행 본부 부서 24곳에 대한 노조의 불시 점검 결과, 근무시간 관리 시스템을 우회해 초과근무를 이어가는 사례가 확인됐다. 노조는 이른바 ‘알트+탭’ 방식 등 계정 전환을 통한 PC 사용시간 우회 사례를 지적했다. 또 자율출퇴근제 등록 시간을 반복 수정하거나 보상휴가를 실제로 쓰지 않고 전산상으로만 소진 처리하는 사례 등도 거론됐다. 문제는 이런 편법이 직원 개인의 일탈로만 보기 어렵다는 점이다. 업무는 줄지 않았고 인력은 부족했으며 정식 초과근무 신청에는 눈치가 보였던 것이다. PC는 꺼졌지만 일은 끝나지 않았다. 제도는 노동시간을 줄이기 위해 만들어졌지만 현장에서는 노동을 보이지 않게 만드는 장치로 변질됐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노조 “노동시간 문제는 노동 주권 문제” 신한은행 노조는 올해 ‘공짜노동 근절’을 핵심 사업으로 내세웠다. 김용환 금융노조 신한은행지부 위원장은 지난 3월 제67년차 정기전국대의원대회에서 “절대 인력이 부족한 현장의 장시간 노동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인력 충원, 공짜노동 근절을 목표로 달려가겠다”며 “노동시간의 문제는 노동 주권의 문제”라고 밝혔다. 노조는 지난해부터 사측에 PC 우회 사용 문제를 제기하고, PC를 사용하면 자동으로 시간외근무가 등록되는 시스템 구축을 요구해왔다. 핵심은 간단하다. 퇴근 시간 이후 PC를 켜고 업무를 했다면 그 시간은 노동시간으로 기록돼야 한다는 것이다. 노조는 이를 통해 직원 개인이 관리자 눈치를 보며 초과근무 신청을 해야 하는 구조를 없애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사측은 자동등록 방식에 동의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대신 노사는 지난 3월 말 1분기 노사협의회를 통해 오전 8시 50분부터 오후 5시 50분까지를 기준 근무시간으로 정하고, 그 외 시간의 노동은 시간외근무로 등록하는 내용에 합의했다. 또 금요일 1시간 조기퇴근제 시행에도 합의했다. 신한은행지부는 이 합의를 “왜곡된 노동시간 구조를 정상 상태로 되돌리는 첫걸음”이라고 평가했다. ◆문제 제기 뒤 차단 나섰지만 쟁점은 남았다 신한은행 노조에 따르면 지속적인 문제 제기 후 사측은 올해 들어 PC 우회 사용 차단에 나섰다. 현재 상당수 편법 사용 방식은 막힌 상태라는 게 노조 측 설명이다. 다만 노조는 이것만으로 공짜노동 문제가 끝났다고 보지 않는다. 전산상 우회 수단을 막더라도 정당한 야근을 신청하기 어려운 조직문화가 남아 있다면 공짜노동은 다른 형태로 되살아날 수 있기 때문이다. 노조가 계속해서 요구하는 것도 ‘PC 사용 시 시간외근무 자동등록’이다. 초과노동을 직원 개인의 신청과 관리자의 승인에만 맡기지 말고 실제 PC 사용 기록을 기준으로 노동시간을 객관적으로 남기자는 주장이다. 노조는 특히 시간외근무가 회의나 교육 명목으로 편법 운용되거나, 제도의 취지를 흐리는 사례가 확인될 경우 적극 대응하겠다는 방침이다. 본부부서, 지역본부, 영업점 어디든 예외가 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신한은행 노조는 “모든 초과노동에 대한 정당한 시간외근무 보상”을 강조하며 제도 정착 여부를 지속 점검하겠다고 밝혔다. ◆“단기성과주의가 공짜노동 부른다” 노조는 공짜노동의 배경에 단기성과주의도 있다고 본다. 김 위원장은 경영진을 향해 “임기 연장을 위한 보여주기식 실적 쥐어짜기로 현장 직원들은 고통스럽다”고 비판했다. 직원들이 자괴감이 아니라 성취감을 느낄 수 있는 일터가 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신한은행은 △디지털 전환 △내부통제 강화 △금융소비자보호 △비대면 영업 확대 △고령층 창구 수요 대응 등으로 업무가 복합화되고 있다. 그러나 인력 운용과 영업시간, 성과평가 체계가 이를 따라가지 못하면 노동시간 단축 제도는 현장에서 형식화될 수밖에 없다. 국회 정무위원회 한 관계자는 “신한은행 공짜노동 논란은 ‘PC를 몇 시까지 켰느냐’의 문제가 아니다. 실제로 일한 시간이 기록되고 기록된 노동에 정당한 대가가 지급되는가의 문제다”며 “주52시간제의 취지는 노동을 숨기는 것이 아니라 노동을 줄이는 데 있다”고 지적했다. PC관리시스템이 노동시간 관리 장치라면 그 시스템은 노동을 지우는 방식이 아니라 노동을 정확히 드러내는 방식으로 작동해야 한다는 것이다. 관계자는 또 “정당한 초과근무 신청을 막는 눈치 문화, 부족한 인력, 과도한 업무량, 단기성과 압박이 그대로라면 공짜노동은 이름만 바꿔 반복될 가능성이 크다”며 “노조의 투쟁이 단순한 임금 보전 요구를 넘어 노동시간의 정상화, 지속가능한 일터 만들기로 확장되는 이유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아주경제 2026년 06월 11일자 15면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2026-06-11 08:5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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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표용지 부족한 선거, 정신 나간 선관위
민주주의는 선거로 시작해 선거로 완성된다. 주권을 가진 국민이 자신의 의사를 평화적으로 표출하고, 국가의 진짜 주인이 누구인지를 엄숙하게 확인하는 성스러운 과정이 바로 선거다. 그렇기에 선거는 단순한 정치적 이벤트나 행정 절차가 아니다. 국가의 정당성을 담보하고 민주주의에 대한 국민적 신뢰를 떠받치는 가장 견고한 기둥이어야 한다. 그런데 이번 6·3 지방선거에서 도저히 눈으로 보고도 믿기 어려운, 있어서는 안 될 대형 참사가 벌어졌다. 서울 송파구와 광진구를 비롯한 일부 수도권 핵심 투표소에서 투표용지가 바닥나 투표가 중단되거나 무한정 지연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한 것이다. 세계 최고 수준의 행정 시스템과 정보통신 기술을 자랑하는 대한민국 선거 역사에서 이처럼 황당하고 부끄러운 오점이 언제 있었던가. 소식을 접한 많은 국민은 처음엔 제 귀를 의심했다. 선거 당일 흉흉하게 떠도는 가짜뉴스가 아닐까 생각했을 정도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이는 엄연한 사실이었다. 신성한 권리를 행사하기 위해 일터와 가정에서 시간을 쪼개 투표소를 찾은 유권자들은 투표용지가 없다는 황당한 안내를 받으며 수십 분, 길게는 몇 시간씩 줄을 서서 대기해야 했다. 참다못한 일부 유권자들은 결국 소중한 한 표를 포기한 채 분통을 터뜨리며 발길을 돌렸다. 국가가 국민의 참정권을 폭력이나 강압이 아닌, ‘준비 부족’이라는 한심한 행정 무능으로 박탈한 셈이다. 도대체 21세기 대한민국에서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한가. 사태가 커지자 선거관리위원회(선관위)가 내놓은 해명은 더욱 가관이다. 선관위 측은 “예상보다 투표율이 너무 높게 나와 현장에서 수요를 맞추지 못했다”고 고개를 숙였다. 하지만 이 해명은 법치국가의 기본 상식은 물론이고 보통의 일반 국민이 가진 보편적 이성으로도 도저히 납득하기 어렵다. 투표율이 예상보다 높아지거나 낮아지는 것은 선거 행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가장 기본적이고 본질적인 변수다. 더욱이 선거관리라는 고유의 목적을 지닌 헌법기관의 핵심 업무는 바로 그러한 모든 예외적 상황과 최악의 시나리오에 완벽하게 대비하는 것이다. 비가 올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있으면 우산을 준비하는 것이 상식이듯, 투표율이 100%에 육박하더라도 모든 유권자가 표를 던질 수 있도록 충분한 투표용지를 선제적으로 확보하는 것은 선거 행정의 초보적인 의무다. 더구나 우리에게는 이미 확정된 유권자 명부가 존재한다. 어느 동네, 어느 투표소에 몇 명의 유권자가 적을 두고 있는지 선관위는 시스템을 통해 누구보다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다. 그럼에도 특정 지역 투표소에 유권자 수의 절반 수준에 불과한 투표용지만 공급했다는 사실은 어떤 핑계로도 용서받을 수 없는 명백한 직무유기다. 일각에서 나오는 “남아서 폐기되는 투표용지의 예산을 아끼려다 벌어진 일”이라는 식의 변명은 실소를 자아내게 한다. 단언컨대, 투표지 몇 장을 폐기하는 비용보다 단 한 명의 국민이 가진 참정권의 가치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훨씬 무겁고 소중하기 때문이다. 이번 사태의 본질은 단순히 현장 공무원 몇 명의 행정 착오나 실수가 아니다. 국민의 기본권 중의 기본권인 헌법상 참정권이 국가기관에 의해 침해당한 중대한 민주주의 훼손 사건이다. 민주주의 체제 아래서 투표권은 주권자가 국가 권력을 통제하고 참여하는 유일무이한 열쇠다. 한 표의 가치는 곧 국민주권의 크기와 같다. 그런데 국가 권력의 정당성을 감시해야 할 선관위가 오히려 부실한 준비로 국민의 투표권 행사를 가로막고 방해했다면, 이는 결코 가볍게 웃어넘길 해프닝이 아니다. 더 심각한 문제는 이런 반복되는 부실 관리가 선거라는 제도 자체에 대한 신뢰를 근본적으로 송두리째 흔들고 있다는 점이다. 선거는 결과의 공정함보다 과정의 투명성과 절차적 신뢰가 선행되어야 한다. 아무리 완벽하고 공정한 개표 결과가 도출된다 한들, 국민이 그 과정을 믿지 못하고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는다면 민주주의의 기초는 모래성처럼 무너져 내릴 수밖에 없다. 실제로 최근 몇 년간 선관위가 보여준 행보는 실망의 연속이었다. 지난 선거에서의 이른바 '소쿠리 투표' 논란부터 시작해 투표지가 외부로 반출되는 인재가 발생했고, 조직 내부적으로는 고위직 자녀들의 특혜 채용 비리 의혹까지 터져 나오며 국민적 신뢰를 이미 바닥까지 잃은 상태였다. 이런 비정상적인 상황 속에서 또다시 투표용지 부족이라는 상상조차 하기 힘든 대형 사고가 터지니, 사회 일각에서 기다렸다는 듯이 부정선거 음모론과 각종 의혹을 제기하는 것도 어찌 보면 자업자득이다. 물론 필자는 아무런 근거도 없이 제기되는 맹목적인 부정선거 음모론에는 절대 동의하지 않는다. 건강한 민주주의는 차가운 사실과 객관적인 증거 위에서만 올바르게 작동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분명하게 짚고 넘어갈 점은, 선관위가 보여준 연속적인 실책과 안일함이 불필요한 사회적 비용을 유발하는 의혹의 가짜뉴스들이 자라날 비옥한 토양을 지속적으로 제공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근거 없는 의혹을 양산하는 세력도 문제지만, 그 의혹에 땔감을 던져주며 빌미를 제공한 국가기관의 책임 역시 결코 가볍지 않다. 노자는 『도덕경』에서 “천하의 어려운 일은 반드시 쉬운 일에서 시작된다(天下難事 必作於易)”고 역설했다. 거대한 댐이 무너지는 것은 정밀한 균열이 아니라 사소한 틈새 하나를 방치했을 때다. 투표용지를 인쇄하고 수량을 맞춰 현장에 배부하는 일은 거창한 고도의 정치적 판단이나 첨단 인공지능 기술을 요하는 작업이 아니다. 선거 행정의 가장 밑바닥에 존재하는 기본 중의 기본이다. 그런데 그 가장 기초적인 기본이 허망하게 무너져 내렸다. 『논어』에서도 공자는 “그 자리에 있으면서 그 책임을 다하지 않으면 그 직분에 있지 않은 것과 같다”고 꾸짖었다. 막강한 권한과 독립성에는 그에 상응하는 무거운 책임과 의무가 따르는 법이다. 선관위는 선거의 공정성을 위해 헌법이 엄격하게 독립성을 보장해 준 초연적 기관이다. 권한이 강한 만큼 그들이 가져야 할 책임 의식은 일반 행정 부처보다 몇 배는 더 무겁고 철저해야 마땅하다. 이번 사태는 선관위가 관례대로 사과문 한 장 발표하고 적당히 구렁이 담 넘어가듯 뭉개고 끝낼 사안이 결코 아니다. 독립적인 외부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철저한 진상조사가 반드시 선행되어야 한다. 도대체 어느 선에서 어떤 기준으로 투표용지 발행 수량을 제한했는지, 현장에서 용지가 부족하다는 비명이 터져 나왔을 때 왜 제때 보고와 추가 보급이 이루어지지 않았는지, 비상 대응 매뉴얼은 작동했는지 전 과정을 국민 앞에 한 치의 의혹도 없이 낱낱이 밝혀야 한다. 아울러 이번 기회에 선관위의 운영 시스템 전반을 완전히 뜯어고치는 구조적 개혁을 단행해야 한다. ‘헌법상 독립기관’이라는 견고한 방패 뒤에 숨어, 감사원의 감사를 거부하거나 외부의 정당한 비판을 무력화하면서 책임은 지지 않는 지금의 비대하고 비효율적인 관료주의 구조를 전면 점검해야 한다. 국민의 신뢰를 상실한 독립기관은 더 이상 존재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민주주의의 진짜 적은 한 번의 실수가 아니다. 그 실수를 대수롭지 않게 여기며 반성하지 않고, 결국 같은 실수를 부끄러움 없이 반복하는 나태함이다. 신뢰라는 탑은 수십 년의 세월 동안 눈물겹게 쌓아 올려야 하지만, 무너져 내리는 것은 단 하루, 한순간의 방심으로 족하다. 이번 6·3 지방선거에서 울린 투표용지 부족 사태는 순진한 행정 착오가 아니라,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근간이 썩어가고 있다는 엄중한 경고음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선관위는 이번 참사를 계기 삼아 조직의 명운을 걸고 뼈를 깎는 자기 혁신과 인적 쇄신에 나서야 한다. 그것만이 유권자의 소중한 참정권을 지키고 부서진 선거의 신뢰를 간신히 회복하는 유일한 길이다. 민주주의는 정치인들의 거창한 구호나 헌법 조문만으로 유지되지 않는다.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줄을 서서 내 표를 기다리는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의 소중한 참정권을 단 하나도 흘리지 않고 빈틈없이 받아내 지켜내는 현장의 땀방울에서 시작된다. 선관위는 이번 사태의 치욕을 결코 잊지 말아야 한다. 위대한 대한민국 유권자들 역시 선관위의 향후 행보를 두 눈 부릅뜨고 똑똑히 지켜볼 것이다.
2026-06-04 07:53: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