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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韓 500억달러 투자" 재차 주장…정부 합의는 '조건부 검토'
[경제일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의 알래스카 액화천연가스(LNG) 사업 500억달러 투자를 거듭 기정사실화했다. 대만의 LNG 구매와 일본의 반도체 투자도 관세·무역 협상의 성과로 내세웠다. 그러나 한국 정부가 발표한 합의는 상업성과 국내법 요건을 전제로 한 사업 검토다. 대만 역시 구체적인 투자 조건은 후속 협상으로 정한다는 입장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14일(현지시간) 트루스소셜에 한국의 알래스카 LNG 인프라 투자 500억달러가 양국 무역·투자 합의의 일부라고 주장했다. 전날 알래스카 공화당 후보 지원 유세에서 밝힌 내용을 하루 만에 다시 강조했다. 미국 중간선거는 11월 3일로, 이날 기준 20일 남았다. 한국의 공식 발표와는 차이가 있다. 관계부처는 지난 1일 알래스카 LNG 사업에 대해 한미 전략적 투자 양해각서(MOU)에 따른 상업적 합리성과 관련 국내법상 조건이 충족되는 경우 추진 여부를 판단한다고 밝혔다. 당시 정부 자료에는 한국의 투자액 500억달러가 명시되지 않았다. 알래스카 LNG는 북부 노스슬로프의 천연가스를 약 1300㎞의 가스관으로 남부에 보내 액화한 뒤 수출하는 사업이다. 아시아로 태평양을 건너 직접 운송할 수 있지만, 장거리 가스관과 수출시설에 대규모 자금이 필요하다. 한국의 사업 참여 판단에는 건설비와 LNG 판매가격, 장기 구매계약 등 수익성 조건이 중요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만이 알래스카 LNG를 향후 20년간 700억∼800억달러어치 구매하고, 사업에 44억달러를 지분 투자하기로 했다고도 밝혔다. 구매 물량은 사업 생산량의 30%에 해당한다는 설명이다. LNG 구매대금과 개발사업 지분 투자금은 서로 다른 항목이다. 대만 경제부가 14일 발표한 계획은 생산 개시 후 연간 600만t 구매와 최대 44억달러 투자다. 국영 에너지기업 CPC가 지난해 3월 구매·투자 의향서를 체결한 뒤 협상을 진행해왔다고 밝혔다. 구체적인 투자 구조와 지분율, 조건은 후속 협상과 상업계약 절차로 정한다고 설명했다. 계획대로 진행될 경우 대만 공급은 이르면 2032년부터 가능하다고 제시했다. 일본의 반도체 투자에서는 기업의 구체적인 사업 계획이 함께 나왔다. 글로벌파운드리는 같은 날 미·일 협력에 따른 최대 210억달러의 자금 지원으로 뉴욕주 몰타에 반도체 공장 2곳을 신설한다고 발표했다. 일본이 투자 재원을 제공하고, 회사는 제조기술과 운영 역량을 맡는 구조다. 첫 공장에 약 100억달러를 투입해 올해 말 착공하고 2029년 가동을 목표로 한다. 추가 약 100억달러는 두 번째 공장에 사용할 계획이다. 자동차·산업·통신 인프라용 반도체 공급을 확대하며, 회사는 건설·관련 산업 일자리 약 2만7000개와 제조업 일자리 1000개 이상을 예상했다. 미국 정부의 글로벌파운드리 지분 확보도 추진된다. 회사는 기존 반도체지원법 지원금 가운데 9억5500만달러를 실리콘 포토닉스와 실리콘 게르마늄, 첨단 패키징 투자로 재배분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별도 합의에 따라 미 상무부는 회사 지분 약 4%를 받을 예정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세 나라의 약속을 미국의 대형 건설사업으로 전환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한국은 사업 검토, 대만은 구매·투자 조건 협상, 글로벌파운드리는 공장 건설 계획을 발표한 단계로, 실제 계약과 자금 집행 일정은 각각 구분된다.
2026-10-15 08:0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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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휴 여행지서 렌터카 빌린다면…사고 전 확인할 것은
[경제일보] 10월 연휴를 맞아 국내 여행지에서 렌터카를 이용한다면 차량을 넘겨받기 전 상태와 계약 조건부터 꼼꼼히 살펴야 한다. 기존 파손 상태를 기록하지 않으면 반납 과정에서 책임을 둘러싼 분쟁이 생길 수 있고 보험 상품에 따라 사고 시 운전자가 부담하는 비용도 달라진다. 평소 타던 차량과 조작 방식이 다르거나 전기차를 처음 빌리는 경우에는 출발 전 차량 기능과 충전 방식까지 확인하는 것이 좋다. 9일 렌터카 업계 등에 따르면 차량을 인수할 때는 계약 내용과 실제 차량 상태가 일치하는지 먼저 확인해야 한다. 직원과 함께 차량 외관을 살펴보고 범퍼와 휠, 사이드미러 등 기존에 흠집이나 파손된 부분이 있다면 사진이나 영상으로 남겨두는 편이 좋다. 촬영할 때는 손상 부위뿐 아니라 차량 전체 상태와 번호판 등을 함께 기록하면 차량을 반납할 때 상태를 비교하기 쉽다. 계기판에 경고등이 들어와 있는지, 타이어에 눈에 띄는 손상이 없는지도 출발 전에 확인한다. 전조등과 방향지시등, 와이퍼 등 운전에 필요한 기본 장치가 정상적으로 작동하는지도 살펴볼 수 있다. 이상이 발견됐다면 운행을 시작하기 전에 렌터카 업체에 알리고 필요한 조치를 받는 편이 안전하다. 렌터카 보험은 명칭만 보고 선택하기보다 실제 보장 범위를 확인해야 한다. 대여료에 자동차보험이 포함돼 있더라도 사고로 빌린 차량이 파손됐을 때 발생하는 비용이 모두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차량손해면책제도 가입 여부와 자기부담금, 보상한도 등을 계약 단계에서 확인해야 하는 이유다. 특히 차량손해면책 상품은 렌터카 업체와 상품에 따라 보장 내용이 다를 수 있다. 사고 발생 시 일정 금액을 이용자가 부담하는 자기부담금이 있는지, 차량을 수리하는 동안 발생하는 휴차료가 보장되는지 등을 살펴봐야 한다. 단독사고나 타이어·휠 손상 등 일부 항목이 보장에서 제외되는지도 확인 대상이다. 운전자 등록 조건도 챙겨야 한다. 계약서에 등록되지 않은 사람이 차량을 운전하다 사고가 발생하면 보험이나 면책 적용에 제한이 생길 수 있다. 여행 중 여러 명이 번갈아 운전할 계획이라면 차량을 빌릴 때 추가 운전자 등록 여부와 조건을 확인하는 것이 좋다. 평소 운전하던 차량과 다른 차종을 빌렸다면 출발하기 전에 기본적인 조작법을 익혀둬야 한다. 기어 변속 방식과 주차 브레이크, 전조등, 와이퍼 등 주요 기능의 위치가 차량마다 다르기 때문이다. 차로 유지 보조나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 주차 보조 등 운전자 보조 기능이 탑재됐다면 작동 방식과 해제 방법도 미리 확인한다. 전기차를 렌트한다면 확인할 항목이 더 있다. 차량을 넘겨받을 때 배터리 잔량과 예상 주행 가능 거리를 확인하고 여행 경로 주변에 이용할 수 있는 충전소가 있는지 살펴보는 것이 좋다. 내연기관차와 달리 충전에 시간이 필요한 만큼 장거리 이동이 예정돼 있다면 이동 경로와 충전 계획을 함께 세워야 한다. 반납 조건도 확인해야 한다. 렌터카 업체에 따라 전기차를 일정 수준 이상 충전해 반납하도록 하거나 충전량이 기준에 미달하면 별도 비용을 부과할 수 있다. 충전카드 제공 여부와 충전요금 정산 방식도 업체별로 다를 수 있어 차량 인수 단계에서 확인하는 편이 좋다. 운행 중 사고가 발생했다면 우선 안전을 확보한 뒤 렌터카 업체와 보험사에 사고 사실을 알려야 한다. 상대 차량이 있는 사고라면 상대 운전자와 차량, 보험 관련 정보를 확인하고 사고 위치와 차량 파손 상태, 주변 상황 등을 사진이나 영상으로 남겨두는 것이 좋다. 임의로 사고를 처리하거나 차량을 수리하기보다 계약서에 안내된 사고 처리 절차를 따르는 것이 중요하다.
2026-10-09 13: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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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절 지나자 '리셋' 시작…유통가, 웰니스·식단·레저 수요 공략
[경제일보] 추석 연휴가 끝난 뒤 유통·헬스케어업계가 자기관리 수요 공략에 나서고 있다. 명절 동안 흐트러진 식습관과 생활 리듬을 정비하려는 소비자가 늘면서 식단관리, 웰니스, 뷰티, 스포츠·레저 관련 상품과 서비스가 잇달아 나오고 있는 모습이다. 28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NS홈쇼핑은 이날부터 다음 달 3일까지 명절 준비와 장거리 이동 등으로 쌓인 피로를 관리하고 일상 복귀를 돕는 '힐링템'을 집중 편성한다. 상품군은 피부·체중 관리부터 패션과 헤어스타일링까지 일상에서 활용할 수 있는 품목으로 구성했다. 29일에는 환절기 피부 관리를 위한 '매스티나 앰플'에 이어 체지방 감소와 장 건강 관리에 도움을 줄 수 있는 건강기능식품 '비에날씬 프로'를 방송한다. 이어 30일부터 다음 달 3일까지 율무팩과 미스트, 미백앰플 등 홈케어 제품과 바람막이, 헤어스타일러 등을 순차적으로 선보인다. 명절 직후 피로 회복에 필요한 건강 상품과 가을철 외모·스타일 관리 제품을 함께 편성해 연휴 이후 자기관리 수요를 겨냥한 구성이다. NS홈쇼핑 관계자는 "명절 연휴 동안 가족을 위한 준비와 분주한 일정으로 바빴던 분들을 위해 힐링템을 집중 편성했다"며 "피부 관리부터 패션, 헤어 스타일링, 건강관리까지 일상에서 활용할 수 있는 상품을 다양하게 선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연휴 이후 자기관리 수요는 식생활 전반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11번가는 최근 건강 관련 상품을 찾는 소비자가 늘어난 점을 반영해 식단·영양·비건 등 관리 목적별 상품을 한곳에 모은 전문관 '웰니스'를 열었다. 올해 1~8월 11번가에서 '무첨가', '제로', '다이어트', '비건', '케어' 등 건강 관련 주요 키워드 검색량은 전년 동기 대비 약 2배 증가했고 같은 기간 '저당' 검색량은 5배 이상 늘었다. 11번가는 이에 맞춰 전문관을 '웰니스 푸드', '헬시', '비건' 등으로 나누고 소비 목적에 따라 상품을 찾을 수 있도록 구성했다. 웰니스 푸드에서는 단백질 보충제와 환자용 영양식, 저당·저칼로리 간식 등을 판매하고 헬시 카테고리는 시니어·키즈·여성밸런스·데일리케어·이너뷰티 등으로 세분화했다. 비건 식품도 별도 카테고리로 묶어 식물성 대체육을 활용한 함박스테이크와 비건 베이커리, 두유 기반 마요네즈, 고단백 저당 쿠키 등을 한곳에서 판매하며 식생활 관리와 가치소비 수요를 함께 반영했다. 11번가 관계자는 "건강한 라이프스타일에 관심 있는 다양한 연령층의 고객들이 손쉽게 웰니스를 실천할 수 있는 쇼핑 공간을 마련했다"며 "고객들의 세분화된 수요를 반영한 상품을 지속적으로 선보일 것"이라고 밝혔다. 건강관리 수요가 세분화되면서 한 끼 식사의 구성과 먹는 순서까지 설계한 제품도 등장했다. 쥬비스다이어트는 24년간 축적한 식단 관리 경험과 고객 데이터를 바탕으로 한 끼 식사 솔루션 '쥬비스 세로식'을 다음 달 1일 출시한다. 제품 개발에는 고객 식단일기 약 5만6000건의 분석 결과를 활용했다. 여기에 식단과 식습관, 체중 감량의 관계에 관한 자체 연구를 결합해 약 1년간 제품을 개발했다. 제품 특징은 식이섬유, 단백질, 탄수화물을 순서대로 쌓은 3단 구조다. 위층부터 차례대로 먹을 수 있도록 구성해 식이섬유와 단백질을 먼저 섭취하고 탄수화물을 뒤에 먹는 식사 방식을 제품에 반영했다. 관리 목적에 따라 '고식이섬유', '고단백', '고칼슘' 3종으로 나누고 모든 제품에 저당 설계를 적용했다. 제품별로 20가지 이상의 원재료를 사용했으며 별도 해동 없이 전자레인지로 약 3분간 조리할 수 있도록 해 편의성도 높였다. 쥬비스 관계자는 "세로식은 24년간 고객들의 식단을 관리하며 축적한 경험과 데이터를 실제 식생활에 적용할 수 있는 형태로 구현한 제품"이라며 "데이터를 활용한 식사 솔루션을 지속적으로 확대해 나가겠다"고 설명했다. 식단과 건강상품 중심의 자기관리 수요는 가을철 야외활동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롯데백화점은 다음 달 1일부터 18일까지 백화점과 쇼핑몰·아울렛 전점에서 스포츠·아웃도어를 주제로 한 '롯데 액티브 위크'를 진행한다. 롯데백화점은 지난해 10월 연중 구매 고객 수가 12월에 이어 두 번째로 많았던 점을 고려해 올해 가을 행사의 체험 콘텐츠를 강화했다. 선선한 날씨와 연휴가 맞물리는 10월에 운동과 레저를 즐기려는 수요를 백화점 방문으로 연결한다는 계획이다. 대표 행사는 다음 달 9~10일 롯데몰 김포공항점 야외광장 '스카이파크'에서 열리는 '롯데 액티브 페스티벌'이다. 피클볼과 텐트 피칭, 오르막 트레일, 풀업 등 체험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야외 요가와 나이트 캠핑, 아웃도어 시네마도 운영한다. 인천점·노원점·평촌점·동탄점 등에서는 네파·안다르·젝시믹스·브롬톤 런던 등 레저 브랜드와 연계한 참여형 강좌를 진행한다. 다음 달 18일에는 잠실 일대에서 러닝 행사 '2026 스타일런'을 열고 올해 처음으로 하이브리드 스포츠 챌린지 '데이아웃'도 선보인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본격적인 가을 스포츠 시즌을 맞아 고객들이 직접 참여하고 즐길 수 있는 체험형 테마 행사를 마련했다"며 "백화점을 다양한 경험과 라이프스타일을 만나는 공간으로 만들어 나가겠다"고 전했다.
2026-09-28 15:3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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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례상 대신 여행가방…전통도 시대를 따라야 한다
[경제일보] 형식에 매달려 본질을 놓쳐선 안 돼…조상 공경과 가족애라는 가치는 지키되 시대착오적 관습은 과감히 바꿔야 명절의 풍경이 달라졌다. 불과 몇십 년 전만 해도 추석 연휴가 시작되면 전국의 도로는 고향으로 향하는 차량으로 몸살을 앓았다. 집집마다 차례상을 준비하고 전을 부쳤으며 온 가족이 한자리에 모이는 것이 명절의 당연한 모습이었다. 지금은 어떤가. 공항 출국장은 여행객으로 넘쳐나고 호텔과 리조트는 일찌감치 예약이 끝난다. 차례상을 준비하는 대신 여행가방을 챙겨 가족과 휴식을 떠나는 사람들이 낯설지 않다. ‘민족의 대이동’이 ‘가족의 휴식 여행’으로 바뀌고 있는 것이다. 이를 두고 전통이 무너지고 가족공동체가 해체되고 있다고 걱정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효와 경로의식이 사라지고 젊은 세대가 조상과 고향을 외면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40년 넘게 우리 사회의 변화를 지켜본 필자의 눈에는 이 현상을 단순한 ‘전통의 붕괴’로만 규정하는 것이 오히려 현실을 외면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제 물어야 한다. 전통은 지켜야 하는가가 아니라 무엇을 지켜야 하는가. 전통은 박물관에 보관된 유물이 아니다. 사람들이 살아가는 과정에서 만들어지고 다음 세대로 이어지는 생활문화다. 따라서 사람들의 삶이 달라졌다면 전통의 모습도 달라지는 것이 자연스럽다. 농경사회와 대가족을 바탕으로 형성된 명절 풍습을 핵가족과 맞벌이, 1인 가구가 늘어난 오늘날에도 과거와 똑같이 유지해야 한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약하다. 특히 명절은 오랜 기간 누군가의 희생 위에 유지돼 왔다. 장을 보고 음식을 준비하고 차례상을 차리고 설거지를 하는 일은 주로 여성들의 몫이었다. 장거리 귀성에 따른 교통체증과 비용 부담도 컸다. 오랜만에 만난 친척들이 서로의 안부를 묻기는커녕 결혼, 출산, 취업, 재산 문제를 캐묻다가 상처를 주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가족을 만나 위로받아야 할 명절이 누군가에게는 가장 피하고 싶은 시간이 되어버린 이유다. 여기서 형식과 본질을 구분할 필요가 있다. 조상을 기리는 마음이 중요한가, 아니면 차례상에 몇 가지 음식을 올렸느냐가 중요한가. 부모를 공경하는 마음이 중요한가, 아니면 정해진 날에 반드시 고향을 찾아야 한다는 형식이 중요한가. 답은 어렵지 않다. 형식은 본질을 담는 그릇일 뿐이다. 그릇이 시대에 맞지 않는다면 바꾸면 된다. 차례상을 간소화한다고 조상을 덜 공경하는 것이 아니다. 차례를 생략한다고 효가 사라지는 것도 아니다. 가족이 함께 여행을 떠나 자연을 거닐고 맛있는 음식을 나누며 서로의 삶을 돌아보는 것 역시 가족애를 확인하는 방법이다. 부모와 자녀가 오랜만에 마주 앉아 서로의 고단함을 위로한다면 그것이야말로 명절이 지켜야 할 본질에 가깝다. 물론 변화라는 이름으로 모든 전통을 내던져서는 안 된다. 전통에는 한 세대의 경험과 기억이 축적돼 있다. 조상을 기억하고 부모를 공경하며 가족의 인연을 소중하게 여기는 정신은 지켜야 한다. 다만 그 정신을 표현하는 방식까지 과거와 똑같아야 한다는 법은 없다. 차례를 간소화하고 가족 구성원이 번갈아 준비할 수도 있다. 차례를 지내지 않더라도 가족사진을 펼쳐놓고 조상의 삶을 이야기할 수도 있다. 고향을 찾기 어렵다면 전화나 영상통화로 부모와 친지의 안부를 묻는 것도 방법이다. 중요한 것은 의식의 형태가 아니라 그 의식에 담긴 마음이다. 우리의 전통문화 역시 그렇게 변화해왔다. 한복은 시대에 따라 디자인이 달라졌고 음식은 새로운 식재료와 조리법을 받아들이며 발전했다. 전통음악도 새로운 장르와 결합하면서 생명력을 얻었다. 유독 명절 문화만 수십 년 전의 틀에 묶어둘 이유는 없다. 더욱 중요한 것은 젊은 세대가 전통을 받아들일 수 있도록 만드는 일이다. 전통은 강요한다고 계승되지 않는다. 의미를 느끼고 공감할 때 이어진다. 젊은 세대가 명절을 부담스럽게 생각한다면 “요즘 젊은이들은 전통을 모른다”고 탓하기에 앞서 왜 그렇게 됐는지를 돌아봐야 한다. 명절이 가족에게 의무와 스트레스로 기억된다면 전통은 다음 세대에서 끊길 수밖에 없다. 반대로 명절이 가족과 함께 웃고 쉬며 서로를 격려하는 시간으로 기억된다면 그것 자체가 새로운 전통이 된다. ‘차례상 대신 여행가방’은 그래서 전통의 종말을 의미하는 것만은 아니다. 오히려 형식 중심의 전통에서 가치 중심의 전통으로 이동하는 사회 변화의 한 단면일 수 있다. 물론 고향집에 모여 차례를 지내는 가족도 소중하다. 여행을 떠나는 가족도 나름의 방식으로 명절을 보내는 것이다. 어느 한쪽만 옳다고 할 필요가 없다. 중요한 것은 장소도, 음식도, 의식의 형식도 아니다. 가족이 서로를 얼마나 아끼고 존중하느냐가 핵심이다. 40년 전과 지금의 가족은 다르다. 사는 곳도, 일하는 방식도, 가족의 규모도 달라졌다. 그렇다면 문화 역시 변해야 한다. 과거의 모습을 그대로 복원하는 것만이 전통을 지키는 길이라는 생각에서 벗어날 때가 됐다. 사람을 위해 전통이 존재해야지, 전통을 위해 사람이 희생돼서는 안 된다. 전통은 과거에 머물러 있을 때 박제가 된다. 시대와 함께 변하고 사람들의 삶 속에서 다시 살아날 때 비로소 생명력을 갖는다. 낡은 형식은 과감히 덜어내되 조상 공경과 가족애라는 소중한 가치는 더욱 단단하게 이어가야 한다. 이번 명절에도 누군가는 차례상 앞에 앉고, 누군가는 여행가방을 들고 공항으로 향했다. 어느 쪽도 전통의 배신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 가족이 서로를 생각하고 존중하며 함께하는 시간이 있다면 그것이야말로 명절의 본뜻에 가장 가까운 모습이다. 전통을 지킨다는 것은 과거의 모습을 복사하는 일이 아니다. 과거의 가치가 오늘의 삶에서도 살아 숨 쉬도록 끊임없이 새롭게 만드는 일이다.
2026-09-27 15:2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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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급' 평가받은 나고야 아시안게임…숙박·수송 곳곳서 드러난 운영 구멍
[경제일보]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이 숙박과 수송, 훈련 환경 등 대회 운영 전반에서 잇따른 문제를 드러내면서 일본 조직위원회의 준비와 대응 능력이 도마 위에 올랐다. 비용 절감을 이유로 전통적인 선수촌을 만들지 않고 호텔과 크루즈선, 컨테이너형 숙소를 분산 배치했지만, 이를 뒷받침해야 할 수송과 숙박 관리에서 혼선이 반복되면서 선수들의 훈련과 경기 준비까지 차질을 빚고 있다. 24일 일본 나고야 메인프레스센터에서 유승민 대한체육회장은 이번 대회 운영에 대해 'F급'이라고 평가했다. 유 회장은 "나뿐만 아니라 많은 분이 느낄 것"이라며 "초반보다는 나아지고 있지만, 숙소, 수송 배차, 훈련 환경 등이 선수들의 경기력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다른 국제대회와 비교해) ABC 등급을 매기자면 F급"이라며 "선수 경기력에 지장을 줄 정도라면 쓴소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이런 이슈들이 계속 발생한다면 심각한 무능"이라며 "현재 각 종목 국내 협회와 연맹들은 개별로 선수단을 지원하고 있으며, 대한체육회도 세심하게 지원하겠다"고 덧붙였다. 실제 이번 대회에서는 개막 전부터 숙박과 수송 문제가 잇따라 불거졌다. 조직위원회는 비용 절감 등을 이유로 별도의 대규모 선수촌을 건설하지 않고 약 1만5000명의 선수·임원을 호텔과 크루즈선, 임시 컨테이너형 숙소 등에 분산 배치했다. 이후 객실 부족과 숙박 환경 문제가 발생하면서 한국을 비롯한 여러 국가 선수단이 불만을 제기했다. 특히 컨테이너형 숙소에서는 시설과 공간 문제가 반복됐다. 한국 남자 농구대표팀은 침대가 선수들의 신장에 비해 짧고 폭우 이후 숙소 내부에 물이 새는 문제까지 발생하자 호텔로 이동했다. 객실 배정 과정에서도 문제가 나타났다. 수송 문제는 선수들의 경기 준비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 한국 남자 농구대표팀은 일본과의 결승전을 앞두고 예정된 셔틀버스가 오지 않아 훈련을 취소했다. 남자 축구대표팀 역시 버스가 잘못된 장소로 향해 일정에 차질을 빚었다. 야구대표팀은 셔틀버스 배정이 원활하지 않자 KBO가 자체적으로 외부 셔틀을 확보했다. 한국 선수단만의 문제도 아니다. 베트남 여자 배구대표팀은 셔틀버스가 잘못된 호텔에 선수단을 내려줘 짐을 들고 직접 이동해야 했고, 인도 선수단에서도 객실 배정 지연과 장거리 이동 문제가 제기됐다. 태국 선수단은 숙소와 식사 문제로 자체적으로 대체 숙소와 식사를 마련하기도 했다. 문제는 사고 자체뿐 아니라 조직위의 대응 방식이다. 조직위는 24일 숙박과 수송 문제에 대해 각국 선수단의 요구가 서로 다르고 일부 선수단은 밤늦게 셔틀 운영 변경을 요청해 혼선이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수송 문제와 관련해서는 "버스를 배차했으나 선수들이 나오지 않은 경우도 곳곳에서 있었다"고 말했다. 숙박 문제 역시 일부 책임을 선수단에 돌리는 듯한 설명이 나왔다. 조직위는 크루즈선 탑승 과정에서 일부 선수단이 제출한 서류가 불완전해 확인에 시간이 걸렸다고 주장했다. 각국 선수단의 요구를 듣고 개선하고 있다는 입장도 밝혔다. 하지만 실제 현장에서 발생한 문제는 선수단의 일정 변경이나 협조 부족만으로 설명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예정된 셔틀버스가 나타나지 않거나 선수단을 다른 장소로 이동시키는 사례가 반복됐고, 결승전을 앞둔 농구대표팀이 훈련을 취소하는 상황까지 발생했기 때문이다. 유승민 회장도 조직위의 대응을 비판했다. 그는 "조직위원회가 핑계를 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그동안 외부 이슈에 관해 말을 아꼈던 이유는 부정적인 것들이 우리 선수들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번 대회의 운영 방식 자체가 문제를 키웠다는 분석도 나온다. 선수촌을 건설하지 않고 숙소를 분산할 경우 객실 배정부터 훈련장·경기장 이동까지 보다 정교한 관리가 필요하다. 하지만 실제 대회에서는 각국 선수단이 자체적으로 셔틀이나 숙소, 식사를 마련하는 사례가 이어졌다. 국가 상징과 관련한 실수도 발생했다. 한국 선수단을 북한으로 소개하거나 한국 선수들의 경기에서 애국가 대신 북한 국가가 연주되는 일이 벌어졌다. 유 회장은 "대회 운영뿐만 아니라 대한민국을 북한으로 소개하거나 애국가 대신 북한 국가를 트는 등 여러 가지 문제도 발생하고 있다"며 "이런 돌발적인 상황을 예방하기는 어렵지만, 문제 발생 시 신속하고 정확하고 강력하게 대응하는 것이 중요해 이런 이슈에 관해선 1초도 늦장 대응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국제종합대회에서 숙박과 수송은 단순한 편의시설이 아니라 선수들의 훈련과 경기력을 뒷받침하는 기본 인프라다. 선수들이 제때 훈련장에 도착하지 못하거나 충분한 휴식 공간을 확보하지 못한다면 운영 문제가 경기력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번 아시안게임은 일본이 국제 스포츠 이벤트 운영 역량을 보여줄 기회였지만, 현재까지는 비용 절감을 앞세운 분산형 운영이 현장 혼선으로 이어지는 모습이다. 남은 대회 기간 조직위가 개별 사고를 수습하는 데 그치지 않고 숙박과 수송 체계를 얼마나 빠르게 정상화할지가 관건이다.
2026-09-24 15:31: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