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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금리 올리자 국채시장 경고등…통화·재정 따로 볼 때 아니다
[경제일보] 미국의 금리가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미 연방준비제도(Fed)는 16일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려 연 3.75~4.00%로 조정했다. 2023년 7월 이후 3년 2개월 만의 인상이다. 연준은 인플레이션이 여전히 높은 수준이라며 이번 조치가 물가를 2% 목표로 되돌리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 금융시장도 즉각 반응했다. 17일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13.6원 오른 1382.2원에 주간 거래를 마쳤다. 국고채 3년물 금리는 장중 연 4.090%까지 올라 연고점을 기록했다. 미국의 금리 인상이 어느 정도 예상됐던 만큼 충격은 제한적이었지만 환율과 채권시장이 동시에 압력을 받고 있다는 점은 가볍게 볼 일이 아니다. 정부도 경계에 들어갔다.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과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 금융당국 수장들은 17일 확대거시경제금융회의를 열어 미국 금리 인상의 국내 영향을 점검했다. 현재까지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평가하면서도 국채시장 변동성이 커지고 있다며 시장의 쏠림이 과도해질 경우 필요한 안정조치를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필요한 대응이다. 하지만 시장이 흔들릴 때마다 유동성을 공급하거나 채권시장을 안정시키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지금의 장기금리에는 미국의 통화정책뿐 아니라 국내 물가와 경기 전망, 국채 수급과 정부의 재정운용에 대한 시장의 판단이 복합적으로 반영돼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은 지난달 기준금리를 연 2.75%에서 3.00%로 올렸다. 예상보다 높은 성장세와 물가 압력, 금융안정 위험 등을 고려한 결정이었다. 미국까지 3년여 만에 금리 인상으로 돌아서면서 한은의 고민도 깊어질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미국이 금리를 올렸으니 한국도 따라 올려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 통화정책은 국내 경제 여건에 맞춰 결정해야 한다. 문제는 기준금리만 바라봐서는 지금의 금리 문제를 제대로 설명하기 어렵다는 데 있다. 국채금리는 기준금리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물가 전망과 국채 공급, 글로벌 금리, 장기간 돈을 빌려주는 데 따른 기간 프리미엄 등이 함께 작용한다. 정부가 앞으로 얼마나 많은 국채를 발행할 것인지에 대한 시장의 예상도 영향을 미친다. 이 때문에 재정과 통화정책의 조합이 중요하다. 정부가 확장적 재정운용을 이어가는 동안 한국은행이 물가를 잡기 위해 긴축 강도를 높인다면 두 정책이 서로 다른 방향으로 작용할 수 있다. 여기에 미국 금리 상승까지 겹치면 국채금리 상승이 회사채와 대출금리 등 민간의 자금조달 비용을 밀어올릴 가능성이 있다. 기업과 가계가 결국 그 비용을 부담한다. 시장금리가 높은 상태가 장기화하면 설비투자가 많은 기업의 금융비용이 커진다. 신용도가 낮은 중소기업과 한계기업은 자금조달 여건이 더 빠르게 악화될 수 있다. 가계 역시 기준금리와 별개로 시장금리가 상승하면 대출 부담을 피하기 어렵다. 따라서 통화·재정·국채정책을 따로 관리해서는 안 된다. 한국은행은 물가뿐 아니라 국채시장을 통해 금융여건이 어떻게 변하는지 면밀히 살펴야 한다. 정부도 재정을 확대할 때 필요한 지출 규모만 계산할 것이 아니라 국채 발행이 시장금리와 민간 자금조달에 미칠 영향까지 고려해야 한다. 시장안정조치도 원인을 구분해서 써야 한다. 일시적인 수급 불균형이나 과도한 시장 쏠림 때문에 금리가 급등한다면 정부와 한국은행의 대응이 필요하다. 하지만 재정 확대와 국채 공급 증가에 대한 우려가 금리에 반영된 것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이때 필요한 것은 단기적인 시장 개입보다 재정운용의 지속 가능성에 대한 신뢰를 높이는 일이다. 정부와 한국은행, 금융당국이 한자리에 모인 것도 그런 점에서 의미가 있다. 문제는 회의를 했다는 사실이 아니라 정책이 실제로 조화를 이루느냐다. 각 기관의 정책 목표는 다르지만 그 결과는 결국 하나의 금융시장에서 만난다. 금융시장의 가격은 정책기관의 업무영역을 구분하지 않는다. 미국의 금리 인상은 이 현실을 다시 보여줬다. 환율과 국채금리가 움직이면 충격은 금융시장을 넘어 기업과 가계로 전달된다. 국채금리는 정부가 돈을 빌리는 가격인 동시에 시장이 경제정책의 지속 가능성을 평가하는 가격이다. 물론 기준금리 전망과 물가, 국채 수급, 글로벌 금리 등 여러 요인이 함께 반영된다. 그렇기 때문에 금리 상승을 단순한 시장의 ‘쏠림’으로만 설명해서도 안 된다. 재정은 재정대로, 통화는 통화대로, 국채는 국채대로 관리하던 방식으로는 복합적인 금리 상승기에 대응하기 어렵다. 정부가 얼마를 지출하고 국채를 얼마나 발행할 것인지, 한국은행이 어떤 통화정책을 펼칠 것인지를 하나의 그림으로 봐야 한다. 미국의 금리 인상이 한국 경제에 던지는 시사점은 분명하다. 재정과 통화가 각자의 역할을 하되 큰 틀에서는 정책의 보조를 맞춰야 한다.
2026-09-18 10:1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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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0.9조 '슈퍼예산' 국회로…성장 투자냐, 재정 재량 확대냐
[경제일보] 정부가 820조9000억원 규모의 2027년도 예산안을 편성하면서 국회 심사의 막이 오른다. 올해 본예산보다 93조원, 12.8% 늘어난 사상 최대 규모다. 총지출이 800조원을 넘어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반도체 호황으로 총수입이 200조원 넘게 늘어나는 특수한 세수 여건을 바탕으로 인공지능(AI), 반도체, 미래산업, 청년, 지방, 민생 분야에 대규모 재정을 투입하겠다는 게 정부 구상이다. 관전 포인트는 분명하다. 정부는 이번 예산안을 잠재성장률 반등과 양극화 완화를 위한 ‘성장 투자 예산’으로 규정하고 있다. 반면 국회 심사 과정에서는 162조원 규모 미래대응기금의 운용 방식, 100조원대 지출 구조조정의 타당성, 지방교육재정교부금과 교부세 개편의 파장, 2030년 총지출 1000조원 시대의 재정 지속 가능성이 쟁점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정부는 1일 청와대에서 이재명 대통령 주재로 국무회의를 열고 ‘2027년 예산안’과 ‘2026~2030년 국가재정운용계획’을 심의·의결했다. 내년도 총수입은 880조8000억원으로 올해보다 205조6000억원, 30.4%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국세수입은 584조4000억원으로 49.8% 늘어날 것으로 봤다. 법인세와 소득세 증가, 반도체 호황에 따른 세입 개선이 수입 확대의 핵심 배경이다. 수입 증가 폭이 지출 증가 폭을 웃돌면서 재정지표는 일시적으로 개선될 전망이다. 정부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관리재정수지 적자 비율이 올해 본예산 기준 3.9%에서 내년 0.1%로 낮아지고, 국가채무비율도 51.6%에서 48.3%로 떨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확장 재정 기조가 이어지면서 2030년 총지출은 1005조2000억원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됐다. ◆첫 쟁점은 162조 미래대응기금 가장 큰 쟁점은 미래대응기금이다. 정부는 최근 10년 내국세 증가 추세선을 웃도는 추가세수를 기금에 적립해 경기 변동과 세수 급감에 대비하는 ‘재정 댐’으로 활용하기로 했다. 내년 추가세수 162조3000억원을 기금에 적립하고, 이 가운데 45조4000억원은 청년, 성장동력, 지방, 교육·인재 등 4대 분야에 투입한다. 또 12조5000억원은 국채 신규 발행 물량을 줄이는 데 활용하고, 104조4000억원은 여유자금으로 비축한다. 정부는 세수가 급격히 줄거나 경기 대응이 필요할 때 추가경정예산 편성 없이 기금 변경으로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하지만 국회 심사에서는 기금 운용의 투명성과 국회 통제 문제가 쟁점이 될 가능성이 크다. 기금은 일반 예산보다 행정부 재량이 크다. 정부가 미래대응기금의 주요 항목 지출 금액을 일정 범위 안에서 대통령령으로 변경할 수 있도록 국가재정법 개정을 추진하는 점도 논란거리다. 야당과 재정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세수 호황기에 여윳돈이 생기면 우선 국가채무를 줄여야 한다”는 주장도 나올 수 있다. ◆AI·반도체에 21조원…미래산업 투자 확대 정부는 잠재성장률 반등을 위해 3대 메가프로젝트와 AI 분야에 21조3000억원을 배정했다. 올해 10조8000억원보다 97.2% 늘어난 규모다. 반도체, 피지컬 AI, AI 데이터센터 등 국가 전략 프로젝트를 집중 지원해 한국 경제의 차세대 성장축을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반도체 분야에서는 2조6000억원 규모의 ‘반도체산업 경쟁력 강화 특별회계’를 신설한다. 용인·평택 반도체 생산기지 조기 가동을 위한 기반시설 투자에 1000억원을 배정하고, 서남권 반도체 클러스터의 신속한 착공을 위해 1조5000억원을 지원한다. 반도체 산업단지 전력 공급을 위한 지중 송전망과 고압 변전소 등 전력 인프라에도 881억원을 투입한다. 서남권·충청권 산업단지 용수 공급과 수자원시설 확충에는 1277억원이 배정됐다. AI 분야에는 4조7000억원을 투입한다. 정부는 그래픽처리장치(GPU) 1만 장과 데이터, 인재를 집중 지원해 독자 AI 모델 고도화에 나선다. 이를 기반으로 ‘모두의 AI’를 개발해 대국민 서비스에 활용한다는 방침이다. 미래 성장엔진 확충 예산은 올해 51조2000억원에서 내년 62조8000억원으로 늘어난다. 정부는 우주항공, 바이오, 모빌리티, 원자력, 방산 등 10대 전략기술 분야에 15조원을 투입하고, 소형모듈원자로(SMR), 핵융합, 양자, 우주항공, 첨단바이오 등 미래선도기술 분야 연구 기반도 강화한다. 재생에너지 보급 예산은 9000억원에서 1조8000억원으로 두 배 늘어난다. ◆청년·지방 예산 급증…양극화 대응 전면에 청년 지원 예산은 올해 28조2000억원에서 내년 43조3000억원으로 53.5% 확대된다. 교육, 일자리, 자산, 주거, 혼인·출산·양육, 생활·문화 등 성장단계별 종합 지원에 나서겠다는 방침이다. 정부는 첨단산업 인재양성 부트캠프를 두 배로 늘리고, 대학생 6만 명에게 졸업 전 현장 경험을 제공하는 인턴학기제를 추진한다. K-뉴딜아카데미 등 첨단 분야 직업훈련도 확대한다. 창업안심보험을 신설해 취업 초기 청년에게 보험료의 최대 80%를 지원하는 방안도 포함됐다. 자산 형성 지원도 강화된다. 출생부터 18세까지 연 최대 120만원을 지원하는 ‘우리아이자립펀드’를 신설하고, 청년미래적금은 소득요건을 없애 모든 청년이 가입할 수 있도록 개편한다. 주거 분야에서는 청년 공공임대주택 10만6000호를 공급하고, 비아파트 구매 시 월세 수준으로 내 집 마련이 가능한 청년미래보금자리론을 도입한다. 혼인지원금, 출산지원금, 아동기본수당을 묶은 저출생 대응 3종 패키지도 신설한다. 지역균형발전 예산도 대폭 늘어난다. 국토 대전환과 지방주도 성장 예산은 올해 16조1000억원에서 내년 33조원으로 확대된다. 정부는 5극3특 성장엔진특별보조금을 신설해 앵커기업이 지방에 대규모 투자를 할 경우 설비투자액의 최대 50%를 지원할 계획이다. 지방 의료공백 해소를 위한 지역 필수의료 지원 예산은 8000억원에서 1조3000억원으로 늘어난다. 2027년 신입생부터 지방 국립대에 전액 장학금을 지원하는 방안도 포함됐다. 소상공인과 취약계층 민생 안정 예산은 10조원에서 15조4000억원으로 늘고, 코로나 피해 소상공인의 장기연체 채무 특별조정에는 7000억원이 투입된다. ◆지출 구조조정 107조…교부금 개편 충돌 가능성 정부는 대규모 확장 재정과 함께 107조6000억원 규모의 지출 구조조정도 병행한다. 소규모·관행적 사업과 불요불급한 경상비, 저성과·유사·중복 사업을 줄여 38조6000억원을 절감하고, 의무지출 조정으로 69조원을 줄인다는 계획이다. 국회 심사에서 특히 논란이 예상되는 부분은 지방교육재정교부금과 교부세 개편이다. 정부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의 내국세 연동제 폐지로 32조5000억원을 줄이고, 교부세 산정 방식 개편으로 30조5000억원을 절감한다는 방침이다. 저출생으로 학령인구가 줄어드는 만큼 교육재정 구조를 조정해야 한다는 게 정부 논리다. 그러나 교육계와 지방자치단체에서는 반발이 나올 수 있다.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은 지역 교육재정의 핵심 재원이고, 교부세는 지방정부의 재정 운영과 직결된다. 정부가 지방 투자 예산을 대폭 늘리면서도 기존 지방·교육 재정 배분 방식을 바꾸겠다고 한 만큼, 국회에서는 재원 배분의 형평성과 지역별 영향이 주요 쟁점이 될 전망이다. ◆국회 심사 본격화…12월 2일 법정 시한 정부는 내년도 예산안을 회계연도 개시 120일 전인 9월 3일까지 국회에 제출한다. 국회는 상임위원회 예비심사와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종합심사, 본회의 심의·의결을 거쳐 예산안을 확정한다. 국회가 예산안을 의결해야 하는 법정 시한은 회계연도 개시 30일 전인 12월 2일이다. 이번 예산안은 반도체 호황이라는 특수한 세수 여건을 바탕으로 성장과 분배, 미래 투자와 재정 안정성을 동시에 추진하겠다는 성격이 강하다. 정부는 적극 재정을 통해 잠재성장률을 끌어올리고 양극화를 완화하겠다는 입장이다. 박홍근 기획예산처 장관은 “내년도 적극적인 재정 투자를 통해 V자형 경제 회복을 보다 공고히 견인하고, 성장주도형 재정 선순환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목표”라고 설명했다. 반면 국회에서는 ‘슈퍼예산’의 방향과 재정 운용 방식에 대한 검증이 불가피하다. 820조9000억원이라는 지출 규모 자체보다 중요한 것은 돈이 어디에, 얼마나 효율적으로 쓰이느냐다. AI·반도체·청년·지방 투자처럼 미래 성장과 사회 구조 개선에 필요한 예산은 힘을 받을 수 있지만, 미래대응기금의 행정부 재량 확대와 지방교육재정·교부세 개편은 치열한 공방의 대상이 될 가능성이 크다. 결국 2027년도 예산안 심사는 정부가 내세운 ‘성장 투자’ 논리가 국회에서 얼마나 설득력을 얻느냐의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반도체 호황이 만들어낸 일시적 세수 여력을 미래 성장의 마중물로 쓸 것인지, 재정 건전성과 국회 통제를 우선해야 하는지를 둘러싼 논쟁이 정기국회의 핵심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2026-09-01 14:0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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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장재정, 많이 쓰는 것보다 무엇을 남기느냐가 중요하다
[경제일보] 이재명 대통령이 내년도 예산 편성을 앞두고 ‘생산적 재정’으로의 전환을 주문했다. 이 대통령은 25일 국무회의에서 “지금은 눈앞의 재정 수치 관리에 매몰되는 우를 범할 때가 아니다”라며 늘어난 재정 여력을 미래에 더 큰 성과를 만드는 분야에 투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동시에 불요불급한 예산은 과감하게 조정해 재정을 건실하게 운영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정부가 재정을 단순한 지출 수단이 아닌 성장 기반을 만드는 투자 수단으로 보겠다는 방향에는 공감할 부분이 있다. 인공지능(AI)과 반도체, 저출생 대응, 지역균형발전, 국방, 인재 육성처럼 장기간 투자가 필요한 분야는 민간에만 맡겨서는 속도를 내기 어렵다. 정부가 마중물을 놓고 민간투자를 끌어내야 할 영역도 분명히 있다. 특히 산업 대전환기에는 적절한 재정투자가 성장잠재력을 높일 수 있다. AI 인프라와 연구개발, 전력망, 인재 양성 같은 분야는 투자 시기를 놓치면 글로벌 경쟁에서 뒤처질 수 있다. 지역 소멸과 저출생 역시 대응을 미룰수록 나중에 더 큰 사회적 비용을 치르게 된다. 다만 ‘생산적 재정’이라는 이름만으로 지출 확대가 정당화되지는 않는다. 핵심은 투입한 재정이 얼마나 큰 생산성과 민간투자, 일자리로 돌아오느냐다. 1조원을 투입해 산업 경쟁력을 끌어올린 사업과 같은 돈을 쓰고도 효과를 검증하지 못한 사업을 같은 선상에서 볼 수는 없다. 재정 확대가 한번 시작되면 되돌리기 어렵다는 점도 경계할 대목이다. 새로운 사업은 조직과 이해관계를 만들고 지원을 받기 시작한 계층과 지역은 사업 축소에 반발한다. 그래서 재정 확대보다 더 어려운 일이 재정 구조조정이다. 이 대통령이 불요불급한 예산을 과감하게 조정하라고 주문한 것도 이런 현실을 의식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말보다 중요한 것은 실제 예산안에서 무엇을 줄이느냐다. 오래됐지만 효과가 떨어지는 보조금, 중복된 연구개발 사업, 성과가 불분명한 지역 사업, 일회성 현금지원부터 손보는 것이 순리다. 정부가 신규 사업만 늘리고 기존 사업을 그대로 유지한다면 ‘생산적 재정’은 결국 지출 총액을 키우는 명분에 그칠 수 있다. 새로운 투자에 얼마를 넣을지 제시하는 동시에 기존 지출에서 무엇을 얼마나 덜어냈는지도 함께 공개할 필요가 있다. 성과평가 체계도 달라져야 한다. 예산 집행률보다 그 돈이 생산성과 성장률, 일자리, 민간투자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를 따져야 한다. AI나 첨단산업 지원이라면 민간투자 유발 효과와 기술 경쟁력, 사업화 성과가 기준이 될 수 있다. 지역 사업이라면 인구 유입과 고용, 기업 투자로 이어졌는지를 보는 것이 관건이다. 성과가 없는 사업을 정리하는 장치도 필요하다. 정부 사업은 한번 시작하면 실패를 인정하지 못하고 예산을 계속 투입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른바 좀비 사업을 정리하지 못하면 아무리 많은 돈을 미래 산업에 투입해도 재정의 생산성은 높아지기 어렵다. 저출생 대책도 마찬가지다. 지금까지 막대한 예산을 투입했지만 출생률 반등 효과는 제한적이었다. 그렇다면 기존 정책을 그대로 늘리기보다 주거·일자리·돌봄·교육비 가운데 실제 출산 결정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분야를 가려 자원을 집중하는 편이 낫다. 지역균형발전 예산 역시 지역별 나눠주기로 흐르면 곤란하다. 모든 지역에 비슷한 사업을 배분하는 방식으로는 경쟁력을 만들기 어렵다. 산업 기반과 대학, 교통, 인재 여건을 따져 성장 가능성이 있는 곳에는 과감하게 집중하고 성과가 낮은 사업은 정리하는 것이 관건이다. 균형발전의 목표는 지역마다 같은 돈을 나누는 데 있지 않고 지역 스스로 성장할 기반을 만드는 데 있다. 국방 예산에도 같은 원칙이 적용된다. 북한 핵·미사일 위협과 첨단전쟁에 대응하려면 국방비 확대는 불가피할 수 있다. 그러나 병력과 조직을 그대로 둔 채 장비와 예산만 늘리는 방식은 생산적 재정과 거리가 멀다. AI·드론·무인체계·정찰위성 등 미래전력에 우선순위를 두고 낡은 전력과 중복 조직을 정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재정 확대를 주장할수록 국가채무에 대한 원칙도 분명해야 한다. 대통령이 말한 대로 단기적인 재정수치에만 매몰돼 미래투자를 포기하는 것도 현명하지 않다. 그렇다고 국가채무 증가를 가볍게 여겨도 된다는 뜻은 아니다. 재정 부담은 결국 미래 세대와 연결된다. 지금의 지출이 미래 성장률을 높여 세수 증가로 돌아온다면 빚을 내서라도 투자할 이유가 있다. 반대로 미래 수익을 만들지 못하는 지출을 국채로 충당한다면 다음 세대는 원금과 이자를 함께 떠안는다. 이런 이유에서 재정준칙의 역할이 중요하다. 경기 침체나 대규모 재난, 미래 전략산업 투자처럼 재정 확대가 필요한 경우에는 일정한 유연성을 허용하고 평상시에는 국가채무와 재정적자를 안정적으로 관리하는 원칙을 세울 필요가 있다. 예외를 인정할 때도 이유와 기간, 정상화 계획을 국민에게 공개하는 것이 순리다. 재정준칙은 정부의 손발을 묶는 장치로만 볼 일이 아니다. 평소 원칙을 지켜 신뢰를 쌓아야 위기 때 더 과감한 재정정책을 펼칠 여지도 생긴다. 재정의 신뢰와 정책의 유연성을 함께 확보하는 장치가 필요한 이유다. 정부가 추진하는 미래대응기금과의 관계도 정리할 필요가 있다. 반도체 호황 등에 따른 세수를 미래 산업과 청년에 투자하는 구상은 장기투자 측면에서 의미가 있다. 다만 일반회계와 기금, 정책금융이 중복되면 전체 재정 규모와 정책 효과를 국민이 파악하기 어려워진다. 어떤 사업을 예산으로 하고 어떤 사업을 기금으로 할지 역할을 명확히 구분하는 것이 관건이다. 생산적 재정의 성패는 결국 선택과 집중에 달려 있다. 모든 정책의 예산을 늘리는 식으로는 지속 가능하지 않다. 미래 성장에 꼭 필요한 분야에는 과감하게 투자하되 효과가 낮은 곳에서는 과감하게 거둬들이는 구조가 필요하다. 정치적으로 인기 있는 사업을 줄이지 못한 채 미래투자만 더하면 재정은 계속 팽창한다. 반대로 국가채무 숫자를 지키는 데만 집중해 필요한 투자를 미루면 성장잠재력이 떨어진다. 이 두 위험 사이에서 균형을 잡는 것이 재정정책의 실력이다. 국회도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정부가 구조조정한 사업을 지역구 이해관계 때문에 다시 살리고 새로운 지출을 얹으면서 재정건전성만 정부 탓으로 돌려서는 곤란하다. 국회 역시 증액 경쟁에서 벗어나 감액과 사업 통폐합에 책임 있게 나서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확장재정은 결국 결과로 평가받는다. AI 경쟁력이 높아졌는지, 청년에게 더 좋은 일자리가 생겼는지, 지역에 기업과 사람이 모였는지, 저출생의 구조적 원인이 완화됐는지가 성적표다. 정부가 내년도 예산안을 내놓을 때는 총지출 규모와 함께 이 성과를 어떻게 측정할지도 제시할 필요가 있다. ‘지금의 1만원을 내일의 10만원, 100만원으로 키우겠다’는 생산적 재정의 취지를 현실로 만들려면 투자 성과를 측정하고 실패한 사업을 정리하는 시스템이 먼저 작동해야 한다. 좋은 사업을 새로 만드는 능력만큼 오래된 사업을 끝낼 수 있는 결단도 중요하다. 재정은 필요한 곳에는 과감해야 하고 효과 없는 곳에는 냉정해야 한다. 지금 한국경제에 필요한 것은 단순한 긴축도, 무조건적인 확장도 아니다. 미래 성장에 필요한 투자를 놓치지 않으면서 국가채무의 지속 가능성까지 지켜내는 정교한 운용이다. 내년도 예산안은 정부가 말하는 생산적 재정이 구호인지 새로운 재정운용 원칙인지 판가름하는 첫 시험대다. 신규 투자 규모만큼 기존 지출을 얼마나 덜어냈는지, 투자의 성과를 어떤 기준으로 검증할지, 늘어난 국가채무를 어떻게 관리할지를 함께 보여줘야 한다. 미래에 투자한다는 명분은 충분하다. 이제 정부가 증명해야 할 것은 그 돈이 정말 미래를 바꾸는가 하는 점이다.
2026-08-26 09:5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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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조 미래대응기금, 미래투자 명분이 '정부 쌈짓돈' 돼선 안 된다
[경제일보] 정부가 반도체 호황으로 늘어난 세수를 미래 산업과 청년 등에 장기 투자하는 '미래대응기금'을 추진한다. 기획예산처가 지난 21일 밝힌 구상에 따르면 내국세가 최근 10년 안팎의 평균 증가율을 웃돌 경우 초과분을 기금에 적립한다. 세수가 부진할 때는 기금을 재정 안전판으로 활용해 변동성을 완화한다는 구상이다. 초과세수와 세계잉여금, 여유자금 운용수익 등도 재원으로 활용한다. 구체적인 규모는 다음 달 예산안과 국가재정운용계획에서 확정되지만 첫해부터 100조원을 넘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정부의 문제의식에는 일리가 있다. 반도체 호황으로 세수가 크게 늘었을 때 이를 단기 소비성 지출에 모두 써버리기보다 인공지능(AI), 첨단산업, 청년, 지방, 인재 등 미래 성장에 투자하자는 방향은 평가할 만하다. 경기 호황기에 세입이 늘었다고 지출을 급격히 확대했다가 불황기에 세수가 줄면서 다시 긴축에 나서는 재정 운용의 반복도 줄어들 수 있다. 정부가 미래대응기금을 일종의 '재정 저수지'로 설명하는 이유다. 문제는 규모가 커질수록 통제장치도 강해져야 한다는 점이다. 100조원 안팎의 자금을 정부가 장기간 운용한다면 사실상 또 하나의 거대한 재정계정이 생기는 셈이다. 미래투자라는 명분만 앞세우고 사용처와 의사결정 과정이 불투명하다면 정부가 필요할 때마다 꺼내 쓰는 '쌈짓돈'이나 '슈퍼 예비비'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무엇보다 국회의 예산심의권을 훼손해서는 안 된다. 정부 설명대로 연간 기금운용계획 자체는 국회의 심사를 받는다. 다만 국가재정법 제70조는 일정 요건 아래 기금운용계획의 주요항목 지출금액을 국회에 변경안을 제출하지 않고 조정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비금융성 기금은 주요항목 지출금액의 20%, 금융성 기금은 30% 범위다. 미래대응기금처럼 대규모 기금이 신설될 경우 이 운용상 재량이 국회의 사전 통제를 약화시키지 않도록 별도의 안전장치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미래대응기금에는 일반 기금보다 강화된 재정통제 장치를 두는 편이 맞다. 일정 규모 이상의 사업 변경이나 신규 사업 편성에는 국회의 사전 동의를 받도록 하고 국회 심의 없이 조정할 수 있는 범위도 일반 기금보다 엄격하게 설정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분야별 투자 한도와 사용 목적도 법률로 명확히 규정해야 한다. 미래라는 이름만 붙이면 무엇이든 투자할 수 있는 구조가 돼서는 안 된다. 사업 평가도 엄격해야 한다. 정부는 청년과 성장동력, 지방, 교육·인재 등에 집중 투자한다는 방침이다. 모두 중요하고 필요한 분야다. 그러나 범위가 넓을수록 각 부처가 기존 사업을 미래투자라는 이름으로 기금에 얹을 가능성도 커진다. 기존 예산에서 충분히 할 수 있는 사업이나 단순 현금성 지원까지 미래대응기금으로 돌린다면 기금 신설의 의미가 없다. 특히 AI와 첨단산업 투자는 성과를 냉정하게 측정하는 일이 관건이다. 투입된 정부 재원이 얼마나 많은 민간투자를 끌어냈는지, 기술 수준과 생산성이 얼마나 높아졌는지, 일자리와 수출에 어떤 효과를 냈는지를 공개할 필요가 있다. 성과가 없는 사업은 과감하게 지원을 끊는 일몰제도 함께 검토할 만하다. 청년 지원 역시 마찬가지다. 청년 주거와 교육, 자산형성은 장기적으로 필요한 정책이지만 일회성 세수 호황을 영구적인 복지 지출의 재원으로 삼아서는 안 된다. 한번 시작한 지원은 중단하기 어렵다. 반도체 경기가 꺾여 기금 적립이 줄었을 때도 계속 지급해야 하는 사업이라면 결국 일반재정의 부담으로 돌아온다. 재원의 지속 가능성은 미래대응기금의 가장 큰 숙제다. 정부 구상은 최근 10년 안팎의 내국세 증가 추세보다 세수가 더 늘었을 때 초과분을 적립하는 방식이다. 현재처럼 반도체 기업의 실적이 좋고 법인세가 크게 늘어날 때는 기금이 빠르게 쌓일 수 있다. 반도체는 대표적인 경기순환 산업이다. 3~5년 주기로 호황과 불황이 반복될 수 있고, 세계 경기나 기술 경쟁에 따라 세수 전망이 급변할 수도 있다. 정부는 호황 때 적립하고 불황 때 꺼내 쓰는 구조이기 때문에 지속 가능성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다만 이 때문에 어느 수준까지 적립하고 어느 상황에서 얼마를 사용할 것인지 명확한 규칙이 필요하다. 세입이 줄었다는 이유만으로 기금을 일반회계 적자 보전에 광범위하게 사용하기 시작하면 미래투자기금이라는 성격도 흐려질 수 있다. 국가채무와의 관계도 따져볼 대목이다. 세수가 예상보다 많이 들어왔을 때 그 돈을 모두 투자에 돌리는 것이 항상 최선은 아니다. 국가채무가 빠르게 늘어난 상황이라면 일부는 빚을 갚아 미래의 이자 부담을 줄이는 편이 나을 수도 있다. 미래투자와 재정건전성은 양자택일의 문제가 아니다. 기금에 들어오는 추가세수 가운데 일정 비율을 국가채무 상환에 우선 배분하거나, 국가채무비율과 재정수지에 따라 적립과 상환 비율이 자동으로 조정되는 준칙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정부가 그때그때 판단하는 방식보다 사전에 정해진 규칙에 따라 움직이는 편이 재정 신뢰를 높인다. 기금 운용의 투명성도 중요하다. 투자 대상과 수익률, 손실, 사업별 집행 내역을 정기적으로 국민에게 공개하는 것이 순리다. 민간 전문가가 참여하는 독립적인 평가기구를 두고 국회와 감사원이 상시적으로 검증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춰야 한다. 수십조원의 돈이 움직이는데 의사결정 과정이 정부 내부에만 머문다면 정치적 사업이나 지역 나눠주기 예산으로 변질될 위험이 있다. 정권이 바뀌어도 원칙이 유지되는 구조가 필요하다. 미래대응기금은 본질적으로 10년, 20년을 내다보는 재정장치다. 특정 정부의 국정과제나 공약사업을 지원하는 계정이 돼서는 곤란하다. 어느 정부가 들어서더라도 기술과 시장성, 국가 경쟁력이라는 동일한 기준이 흔들리지 않아야 기금이 신뢰를 유지한다. 반도체 호황으로 벌어들인 세수를 미래에 재투자한다는 발상 자체는 나쁘지 않다. 오히려 저출생과 생산성 하락, 잠재성장률 둔화에 직면한 한국경제에는 이런 장기 투자가 필요하다. 재정도 단기 경기 대응을 넘어 성장의 토대를 만드는 역할을 해야 한다. 다만 좋은 목적이 좋은 제도를 자동으로 보장하지는 않는다. 100조원 규모의 기금을 만들면서 통제장치가 약하다면 미래투자보다 재정 낭비의 통로가 될 위험이 더 크다. 반대로 국회 통제와 성과 평가, 재정준칙을 지나치게 경직되게 설계하면 정부가 강조하는 신속한 미래투자의 장점이 사라질 수도 있다. 결국 필요한 것은 유연성과 통제의 균형이다. 정부가 신속하게 미래 산업에 투자할 수 있는 길은 열어주되 큰 돈이 움직일 때는 국회의 감시와 국민의 검증을 반드시 거치도록 해야 한다. 미래대응기금은 이름 그대로 미래를 위한 돈이어야 한다. 정부가 쓰기 편한 돈이 돼선 안 된다. 반도체 호황이 가져온 세수를 청년과 AI, 지역과 인재에 투자하겠다면 그만큼 더 엄격한 회계와 평가, 국회 통제를 받아야 한다. 미래를 위한 100조원이 정부의 쌈짓돈이 되지 않도록 만드는 것이 기금 조성보다 먼저 해야 할 일이다.
2026-08-24 12:0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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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포럼 2026, 김광석 연구실장 "반도체 초과세수 계속 이어가야"
[경제일보] “가장 중요한 것은 이번 초과세수가 계속 달성되는 내년, 내후년을 맞이해야 한다” 27일 김광석 한양대학교 겸임교수 겸 한국경제산업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서울 여의도 국회본관에서 열린 ‘경제일보 정책 간담회 2026’에서 삼성전자 노사 갈등과 반도체 호황을 둘러싼 구조적 문제를 이렇게 진단했다. 이날 김 실장은 ‘100조 반도체 초과세수 갚을까, 나눌까, 투자할까?’를 주제로 발표를 진행했다. 김광석 실장은 최근 AI 메모리와 고대역폭 메모리(HBM) 수요 확대에 힘입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사상 최대 수준 실적을 기록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그는 현재의 반도체 호황이 영구적으로 지속될 수 없다는 점도 강조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실적 개선이 출하량 증가보다 메모리 가격 상승에 크게 영향을 받고 있다는 것이다. 김 실장은 “삼성전자의 영업이익 확대는 시장 가격 상승 영향이 크다”며 “반도체 가격이 하락하기 시작하면 현재 수준의 초과이익이 계속 유지된다고 보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특히 글로벌 경쟁 심화도 주요 변수로 지목됐다. 그는 미국 마이크론과 중국 CXMT(창신메모리), 대만 업체들이 대규모 투자에 나서고 있으며 미국 역시 반도체 공급망 내재화를 추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AI 반도체와 메모리 시장 경쟁이 심화되는 가운데 한국 반도체 산업의 기술 초격차 유지가 핵심 과제가 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김 실장은 “반도체는 우리나라 전체 수출의 약 24%를 차지하고 있으며 올해 1분기 들어서 그마저도 36%로 급증했다”며 “자동차와 디스플레이, 이차전지, 바이오헬스 등 반도체가 들어가지 않는 품목이 없다”라고 진단했다. 이날 발표에서는 반도체 호황으로 발생한 초과세수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에 대한 정책 방향도 주요 화두로 제시됐다. 김 실장은 초과세수 활용 방안을 크게 △재정 건전성을 위한 국가채무 상환 △양극화 완화를 위한 분배 △미래 산업 투자를 위한 재원 확보 등 세 가지 축으로 나눠 설명했다. 우선 그는 한국 재정 상황에 대해 우려를 나타냈다. 기획예산처 자료에 따르면 한국은 8년 연속 적자재정이 이어지고 있으며 ‘정부 재정운용계획’상 오는 2029년까지도 적자 기조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는 것이다. 국가채무 역시 올해 처음으로 국내총생산(GDP) 대비 50%를 넘어설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김 실장은 “인구 구조 변화를 고려해 재정 건전성을 조금 더 신중하게 고려할 필요가 있다”며 “초과세수의 10~20%는 재정 건전성 확보와 국채 상환에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동시에 그는 심화되는 양극화 문제 역시 외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반도체와 AI 중심 산업 호황이 일부 대기업과 자산 보유층에 집중되면서 산업·자산·소득 양극화가 확대되고 있다는 것이다. 김 실장은 “5분위 고소득층은 소득 증가율이 5.9%로 치솟고 있지만 저소득층은 절대적인 소득 규모가 줄어들고 있다”며 “어려워지고 있는 취약계층이나 저소득층에 대한 안전판을 마련하는 것도 고민의 대상일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그는 가장 중요한 방향으로 미래 투자 필요성을 강조했다. 한국 경제가 저성장 구조에 진입한 상황에서 노동 투입 감소를 보완하기 위해서는 생산성과 자본 투자를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특히 AI 데이터센터 확대와 AI 반도체 시장 성장에 대응하기 위한 시스템 반도체 투자와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 인재 양성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삼성전자가 메모리 분야에서는 높은 수익성을 기록하고 있지만 시스템반도체와 파운드리 분야에서는 여전히 경쟁력 확보가 과제로 남아 있다는 분석도 내놨다. 김 실장은 “기술 산업에서 미래에도 영업이익을 계속 유지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기술 초격차를 유지해야만 한다”며 “열매를 걷었다면 내일 농사를 위한, 내년 농사를 위한 씨앗은 남겨둬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초과세수를 어떻게 써야 한다는 것에 정답은 없다”며 “대화합, 대타협의 과정을 거쳐 이 숙제(초과세수)를 해결하는 논리를 마련할 때”라고 전했다. [아주경제 2026년 05월 21일자 13면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2026-05-28 07:5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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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포럼 2026, 삼성 반도체 초과이익 활용 공방…"미래 투자·사회 환류 함께 가야"
[경제일보] 반도체 슈퍼사이클로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의 실적과 초과세수가 동시에 확대되는 가운데 초과이익 배분 문제를 둘러싼 논쟁도 커지고 있다. 단순 임금·성과급 갈등을 넘어 국가 지원과 사회적 기반 위에서 성장한 반도체 산업의 이익을 어디에, 어떤 방식으로 환류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가 본격화되는 분위기다. 재정 건전성과 미래 산업 투자, 사회적 환류 사이에서 새로운 분배 원칙과 국가 차원의 중장기 전략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경제일보는 2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관 2식당에서 ‘삼성전자 노사 사태, 지금부터 시작이다’를 주제로 ‘경제일보 정책 간담회 2026’을 개최했다. 이번 간담회는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의 임금·성과급 갈등을 단순 노사 문제로 보지 않고 초과수익 분배와 미래 투자, 재정 운용 원칙 등을 함께 논의하는 자리로 마련됐다. 반도체 호황 국면에서 발생한 초과이익을 노동자와 주주, 미래 투자, 사회적 책임 사이에서 어떤 기준으로 배분할 것인지가 핵심 의제로 제시됐다. 조정식 국회의장 후보자는 축사를 통해 “유례없는 반도체 기업들의 초과수익에 대한 밀도 있는 사회적 논의의 장이 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서영교 국회 법제사법위원장과 천하람 개혁신당 원내대표도 정책 간담회의 성공적인 개최를 바라는 축하 메시지를 전해왔다. 양규현 경제일보 사장은 개회사에서 “기업이 기록적인 성과를 냈을 때 그 결실을 어떻게 나눌 것인가에 대한 고민은 이제 삼성전자만의 문제가 아니다”며 “노동의 기여와 자본의 책임, 미래 투자와 사회적 신뢰 사이에서 어떤 균형점을 찾을 것인지 대한민국 산업 생태계 전체가 함께 고민해야 할 과제가 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노사 간 불신과 갈등이 장기화될 경우 기업 경쟁력은 물론 국가 경제에도 부담이 될 수 있다”며 “오늘 간담회가 지속 가능한 성장과 상생의 해법을 찾는 생산적 논의의 장이 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이날 첫 발표를 맡은 김광석 한양대 겸임교수는 반도체 호황으로 늘어난 초과세수 활용 방향을 ‘갚을까·나눌까·투자할까’라는 세 가지 관점으로 설명했다. 이어 발표에 나선 정운영 금융과행복네트워크 이사장은 초과세수를 단순 재정 여유가 아닌 ‘미래세대까지 이어지는 국가 전략 자산’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운영 이사장은 “반도체 호황으로 발생한 세수는 구조적으로 지속되는 고정 수입이 아니라 경기순환적 성격이 강한 자금”이라며 “일회성 현금 지원이나 단기 소비성 지출로 소진하기보다 미래 수익과 사회적 편익을 반복적으로 만들어낼 수 있는 구조로 활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영국처럼 단기 재정 지출로 흘려보낼 것인지, 노르웨이처럼 국부펀드로 축적할 것인지, 알래스카처럼 남기면서 국민과 나눌 것인지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설명했다. 정 이사장은 “반도체 호황의 과실을 다시 AI와 첨단 산업 경쟁력 강화에 재투자하는 선순환 구조가 필요하다”며 “청년과 소상공인 대상 금융 지원, 디지털 교육, 지역 혁신 펀드와 통합돌봄 체계 구축 등 사회 안전망 강화에도 함께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미래 산업 경쟁력과 사회 통합을 동시에 고려하는 구조적 국민환원 체계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손윤 세무법인오늘 대표이사는 삼성전자 노사 갈등을 단순 임금·성과급 문제를 넘어 초과 이익 배분 구조 차원에서 바라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손윤 대표는 “반도체 산업은 세제와 금융, 연구개발, 산업 인프라 등 국가적 지원과 사회적 기반 위에서 성장한 산업”이라며 “초과 이익 역시 기업 내부를 넘어 사회적 환류 관점에서 논의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국가와 노동, 주주 간 균형 있는 배분 구조를 고민해야 한다”며 초과 이익의 3분의 1은 사회적 환류, 3분의 1은 노동자 성과 보상, 나머지 3분의 1은 주주 배당에 활용하는 ‘1대1대1 구조’를 제안했다. 손 대표는 초과 세수를 단순 국채 상환에 우선 투입하는 방식에 대해서도 신중론을 제기했다. 그는 “국가채무 비율만을 기준으로 접근하기보다 미래 산업 경쟁력과 국가 성장 역량을 강화할 수 있는 자산 투자 관점이 필요하다”며 “미래 수익을 만들어내는 자산을 축적하는 것 역시 재정건전성의 중요한 축”이라고 말했다. [아주경제 2026년 05월 28일자 13면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2026-05-28 07:4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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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종된 정책 선거, 피해는 시민에게
[경제일보] 6·3 지방선거가 보름 앞으로 다가왔다. 유권자는 지역의 향후 4년을 맡길 시장·도지사·구청장·군수·지방의원·교육감을 골라야 한다. 그런데 정작 선거판에서 시민이 확인해야 할 것은 잘 보이지 않는다. 일자리, 교통, 주거, 교육, 돌봄, 지방재정, 산업전환 같은 의제는 뒤로 밀리고, 상대를 흠집 내는 말싸움과 진영 결집 구호가 앞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지방선거는 본래 가장 생활에 가까운 선거다. 대통령 선거가 국가의 방향을 묻는 선거라면, 지방선거는 시민의 하루를 묻는 선거다. 출근길 버스 배차 간격을 줄일 사람은 누구인가. 낡은 원도심을 어떻게 살릴 것인가. 아이를 맡길 학교와 돌봄 인프라는 충분한가. 청년이 지역을 떠나지 않고 일할 산업 기반은 있는가. 고령층의 병원 접근성은 어떻게 높일 것인가. 자영업자의 임대료와 골목상권 문제를 누가 풀 수 있는가. 이런 질문이 지방선거의 본질이다. 정책 경쟁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지역별로 교통망 확충, 산업단지 조성, 공항·철도·도청 이전, 지방세 활용 방안 등 크고 작은 공약이 쏟아지고 있다. 문제는 공약의 존재가 아니라 공약의 검증이다. 재원은 어디서 마련할 것인지,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권한은 어떻게 나뉘는지, 이미 추진 중인 사업과 충돌하지 않는지, 임기 안에 실현 가능한지 따지는 장면이 드물다. 선거가 정쟁으로 흐르면 가장 먼저 사라지는 것은 숫자다. 예산 총액, 사업 기간, 지방채 부담, 민간투자 조건, 행정 절차, 법적 근거 같은 숫자와 제도가 뒷전으로 밀린다. 그 빈자리를 구호가 채운다. ‘반드시 해내겠다’, ‘심판해야 한다’, ‘정권을 지켜야 한다’, ‘독주를 막아야 한다’는 말은 귀에 잘 들어오지만 시민의 삶을 바꾸는 설계도는 아니다. 지역 행정은 열정만으로 굴러가지 않는다. 도로 하나, 학교 하나, 병원 하나를 세우는 데도 예산과 인허가, 주민 수용성, 장기 운영비가 따라붙는다. 정쟁은 그 복잡한 문제를 한 줄 구호로 단순화한다. 정쟁 선거의 폐해는 분명하다. 첫째, 행정의 우선순위가 뒤틀린다. 후보는 지역의 구조적 문제보다 상대 후보를 공격하기 쉬운 이슈를 선택한다. 둘째, 공약의 품질이 낮아진다. 재원과 실현 가능성보다 표를 얻기 쉬운 장밋빛 약속이 늘어난다. 셋째, 선거 이후 협치가 어려워진다. 상대를 적으로 규정한 선거는 당선 뒤에도 의회와 집행부,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협력을 가로막는다. 결국 시민은 더 비싼 행정비용을 치른다. 특히 올해 지방선거는 경제 환경이 녹록지 않은 가운데 치러지고 있다. 고물가의 기억은 아직 생활비 곳곳에 남아 있고, 중동발 지정학 리스크와 에너지 가격 불안, 미국의 통상정책 변화, 지역 제조업의 산업전환 압박도 크다. 지방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은 제한적이지만, 할 일이 없는 것은 아니다. 지역 산업 생태계를 어떻게 바꿀지,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을 어떻게 지원할지, 청년층의 주거와 일자리를 어떻게 연결할지, 고령화 지역의 의료·돌봄 공백을 어떻게 메울지에 따라 지역의 생존력이 달라진다. 정당도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다. 지방선거 때마다 중앙당은 지역 일꾼을 말하지만 실제 선거운동은 중앙 정치 구도에 기대는 경우가 많다. 여당은 국정 안정론을, 야당은 견제론을 앞세운다. 물론 지방정부도 중앙정부 정책과 예산의 영향을 받는다. 그러나 중앙 프레임이 지역 의제를 집어삼키는 순간, 지방선거는 시민의 생활 선거가 아니라 정당의 중간평가 이벤트로 전락한다. 후보들도 달라져야 한다. 상대의 약점을 말할 수 있다. 선거는 경쟁이고 검증은 필요하다. 그러나 검증과 네거티브는 다르다. 검증은 공직 수행 능력, 이해충돌, 재정 운용, 정책 실현 가능성을 따지는 일이다. 네거티브는 시민의 판단을 흐리게 하는 감정의 소모전이다. 후보가 상대를 공격하는 데 쓴 시간만큼, 시민은 자신의 삶을 바꿀 정책을 들을 기회를 잃는다. 언론 역시 예외가 아니다. 말싸움은 기사화하기 쉽고 강한 표현은 제목이 된다. 그러나 지역 유권자에게 정말 필요한 것은 공약의 비교표와 재원 검증, 후보의 행정 경험, 기존 사업의 연속성과 수정 가능성에 대한 분석이다. 지방선거 보도는 누가 누구를 비판했는지보다, 그 비판이 사실인지, 대안은 있는지, 비용은 얼마인지까지 물어야 한다. 시민에게도 요구할 권리가 있다. ‘그래서 우리 동네에는 무엇을 하겠다는 것인가’, ‘그 돈은 어디서 마련하겠다는 것인가’, ‘임기 안에 가능한가’, ‘실패하면 무엇을 조정할 것인가’ 등을 물어야 한다. 정쟁의 소음은 큰 목소리로 번지지만 정책의 힘은 구체적인 질문에서 자란다. 유권자가 구호보다 숫자를 요구할 때 후보는 달라진다. 이번 지방선거의 핵심은 어느 정당이 더 크게 이기느냐만이 아니다. 선거 이후 시민의 삶이 조금이라도 나아질 수 있느냐다. 교통난이 줄고, 빈 상가가 채워지고, 지역 병원이 버티고, 학교가 안정되고, 청년이 떠나지 않는 도시를 만들 수 있느냐가 본질이다. 그 일을 하라고 지방권력을 맡기는 것이다. 정책 선거가 실종되면 피해는 추상적인 국민에게 가지 않는다. 버스를 기다리는 시민, 학원비를 걱정하는 부모, 매출 부진에 버티는 자영업자, 일자리를 찾아 떠날지 고민하는 청년, 병원까지 한 시간을 가야 하는 노인에게 간다. 정쟁의 비용은 늘 생활인의 지갑과 시간과 기회로 청구된다. 6·3 지방선거는 아직 늦지 않았다. 남은 기간만이라도 여야와 후보들은 중앙정치의 칼날을 거두고 지역의 장부를 펼쳐야 한다. 누가 더 세게 공격했는지가 아니라 누가 더 정확히 진단하고, 더 현실적인 해법을 내놓고, 더 책임 있게 실행할 수 있는지를 겨뤄야 한다. 지방선거의 주인은 정당이 아니라 시민이다. 선거판의 언어가 다시 시민의 삶으로 돌아와야 한다. 그래야 선거가 끝난 뒤에도 지역이 남고, 행정이 남고, 미래가 남는다.
2026-05-19 16:0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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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형배 '통합 주도론' 굳히기냐, 이정현 '호남 견제론' 반격이냐
[경제일보] 6·3 지방선거 전남광주통합특별시장 선거는 민형배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이정현 국민의힘 후보의 양강 구도로 압축되고 있다. 민 후보는 민주당 경선 승리의 탄력과 호남 변화론을 앞세워 상승 흐름을 타고 있고 이 후보는 민주당 독점 견제와 균형론을 내세워 반격에 나서고 있다. 최근 정치권 분위기는 ‘민형배 우세·이정현 추격’으로 요약된다. 다만 광주·전남 행정통합이라는 초유의 변수와 군공항 이전, 산업 재편, 지역 균형발전 문제가 동시에 얽혀 있는 만큼 선거 막판까지 긴장감이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번 선거는 기존 광주시장이나 전남지사 선거와 성격 자체가 다르다. 국회는 지난 3월 전남·광주 행정통합특별법을 통과시켰고 통합특별시는 오는 7월 1일 공식 출범할 예정이다. 서울특별시에 준하는 위상과 특례가 부여되는 만큼 초대 통합시장은 단순 지방자치단체장을 넘어 새로운 광역 권력의 상징성을 갖게 된다. 정치권이 이번 선거를 호남 권력지형 재편의 출발점으로 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여론조사 흐름은 민주당 후보인 민 후보에게 비교적 우호적이다. KBS광주방송총국이 한국갤럽에 의뢰해 지난 3월 22일부터 23일까지 광주·전남 거주 만 18세 이상 남녀 160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전남광주통합특별시장 선호도는 민형배 25%, 김영록 23%로 나타났다. 조사는 무선전화면접 방식으로 진행됐고 응답률은 14.9%,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2.4%포인트다. 이후 뉴시스 광주전남본부·무등일보·광주MBC가 ㈜코리아리서치인터내셔널에 의뢰해 6~7일 이틀간 광주·전남 18세 이상 남녀 100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민주당 통합특별시장 후보 적합도에서 민형배 42%, 김영록 30% 흐름이 나타났다. 민주당 경선 막판으로 갈수록 민 후보 쪽으로 권리당원과 강성 지지층 결집이 이뤄졌다는 분석이 정치권에서 나왔다. 이 조사의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민 후보는 결국 민주당 경선을 뚫고 후보로 선출됐다. 지난 12일부터 14일까지 진행된 민주당 결선 투표에서 민 후보는 김영록 전남지사를 꺾고 민주당 후보로 확정됐다. 본경선 과정에서는 신정훈 의원과 강기정 광주시장이 신 의원으로 단일화했고 민 후보는 주철현 의원과 단일화했다. 결선 과정에서는 송영길 전 민주당 대표 등이 김 지사 지지를 선언하며 민 후보 견제 흐름이 형성되기도 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민주당 핵심 지지층 표심은 민 후보 쪽으로 움직였다. 정치권에서는 현재 흐름을 ‘민형배 우세·견제론 추격’ 구도로 보는 시각이 많다. 민주당 지지세가 워낙 강한 지역이라는 점에서 민 후보가 유리한 출발선에 섰다는 평가가 우세하지만 통합특별시라는 새로운 체제가 실제 시민 삶에 어떤 영향을 줄지 불확실성이 남아 있다는 것이다. 민형배, 통합 상징성과 변화론은 ‘강점’…통합 후폭풍은 ‘부담’ 민 후보의 가장 큰 강점은 변화 이미지와 민주당 경선 돌파 과정 자체다. 그는 광주 광산구청장을 두 차례 지냈고 문재인 정부 청와대 자치발전비서관과 사회정책비서관을 거쳐 재선 의원이 됐다. 지방행정과 중앙정치 경험을 동시에 갖췄다는 점은 초대 통합시장 선거에서 적지 않은 자산으로 평가된다. 특히 현직 전남지사와 광주시장까지 경쟁했던 민주당 경선을 통과했다는 점은 민 후보에게 정치적 상징성이 크다. 정치권에서는 이를 두고 “호남 권력의 세대교체 흐름이 반영된 결과”라는 해석도 나온다. 민 후보는 통합특별시 출범을 ‘호남 재도약’ 프레임으로 연결하고 있다. AI와 미래차, 에너지, 농생명, 문화산업을 하나의 광역 경제권으로 묶겠다는 구상이다. 향후 4년간 모두 20조원 규모의 지원 재정을 전략산업에 투입하겠다는 청사진도 내놓고 있다. 단순 보조금 지원이 아니라 통합특별시가 직접 전략산업 투자자로 나서겠다는 메시지다. 다만 부담도 적지 않다. 첫 번째는 통합 이후 갈등 관리다. 광주와 전남은 생활권이 연결돼 있지만 이해관계는 다르다. 광주는 도시 인프라와 첨단산업 중심이고 전남은 에너지·농수산·관광 산업 비중이 크다. 예산 배분과 청사 문제, 조직 개편, 인사 문제를 둘러싼 갈등 가능성도 적지 않다. 두 번째는 민주당 내부 후유증이다. 이번 경선은 현직 광주시장과 전남지사까지 뛰어든 고강도 경쟁이었다. 민 후보 입장에서는 김영록·강기정 지지층을 얼마나 빠르게 흡수하느냐가 본선 안정성과 향후 시정 운영 기반까지 좌우할 가능성이 있다. 이정현, 민주당 견제론은 ‘무기’…지역 기반 한계는 ‘과제’ 국민의힘 후보인 이정현 전 의원은 쉽지 않은 싸움에 나서고 있다. 광주와 전남은 전국에서 민주당 지지세가 가장 강한 지역이다. 국민의힘 조직력과 정당 지지율만 놓고 보면 불리한 출발이라는 평가가 많다. 그러나 이 후보 역시 분명한 정치적 자산이 있다. 그는 보수 정당 소속으로 순천·곡성에서 국회의원에 당선된 경험이 있다. 호남에서 보기 드문 보수 정치 성공 사례로 여전히 상징성이 크다. 이 후보는 민주당 독점 견제론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통합특별시는 막대한 재정과 권한이 집중되는 광역 권력이다. 이 후보는 이 지점을 파고들며 “견제 없는 통합 권력은 위험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강화하고 있다. 특히 군공항 이전과 통합 재정 배분 문제는 이 후보가 집중 공략할 가능성이 높은 분야다. 통합 이후 광주 중심 체제로 흐를 경우 전남 지역이 소외될 수 있다는 우려를 자극할 가능성도 있다. 다만 현실적 한계 역시 존재한다. 민주당 강세 지역이라는 점 자체가 높은 장벽이다. 결국 이 후보 입장에서는 단순 정권 견제론을 넘어 통합특별시 운영 청사진과 재정 운용 계획을 얼마나 구체적으로 제시하느냐가 핵심 과제로 꼽힌다. AI·군공항·광역교통…결국 통합 이후 삶이 승부처 이번 선거 핵심 의제는 통합 이후 실제 삶의 변화다. 민 후보는 AI와 미래차, 에너지 산업을 중심으로 한 광역 산업벨트를 강조하고 있다. 광주 AI산업과 전남 에너지 산업을 연결해 호남 전체를 첨단산업 중심지로 바꾸겠다는 구상이다. 반면 이 후보는 “대형 구상보다 현실 검증이 먼저”라는 입장이다. 20조원 재정지원 계획의 실현 가능성과 산업 투자 우선순위를 집중적으로 따질 가능성이 크다. 광주 군공항 이전 문제 역시 최대 변수 가운데 하나다. 광주는 이전 필요성을 강조하지만 전남 일부 지역에서는 수용 부담 우려가 여전히 크다. 통합특별시 출범 이후 이 문제가 본격 충돌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광역교통과 생활권 통합 문제도 중요한 변수다. 행정구역이 합쳐져도 교통망과 산업 인프라가 연결되지 않으면 통합 체감도는 떨어질 수밖에 없다. 광주와 목포·순천·여수·나주를 연결하는 광역교통망 공약 역시 선거 후반으로 갈수록 중요성이 커질 가능성이 있다. 민, ‘통합 실행력’ 부각…이, ‘견제와 균형’ 총력전 아직 선거는 끝나지 않았다. 정치권에서는 초대 통합시장 선거라는 상징성 때문에 막판까지 예상 밖 변수들이 이어질 가능성도 거론한다. 민 후보의 핵심 카드는 민주당 경선 승리의 탄력과 통합 실행력이다. 현직 전남지사와 광주시장을 모두 넘어섰다는 점 자체가 변화와 세대교체 이미지를 강화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민주당 조직이 빠르게 결집할 경우 안정적인 흐름을 이어갈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도 있다. 반면 이 후보는 견제론과 균형론에 집중할 가능성이 크다. 통합 이후 광주와 전남 사이 갈등 가능성과 재정 집중 문제를 생활 문제와 연결해 파고들 것으로 예상된다. 한 호남권 정치권 관계자는 “이번 선거는 누가 시장이 되느냐만의 문제가 아니다”며 “광주·전남 통합 이후 어느 지역이 주도권을 잡고 어떤 방식으로 성장할지를 결정하는 선거”라고 말했다. 광주와 전남 민심은 지금 새로운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 통합특별시라는 거대한 실험에 기대감이 커진 만큼 그 이후 삶이 실제로 어떻게 달라질지에 대한 검증 요구 역시 함께 커지고 있다.
2026-05-09 13: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