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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이란 '평화 담론 전쟁'… 휴전 연장인가, 파국인가
[경제일보] 미국과 이란의 2차 평화 협상을 앞두고 양국이 ‘호르무즈 해협 개방’과 ‘고농축 우라늄 처리’라는 핵심 쟁점을 두고 치열한 담론 전쟁을 벌이고 있다. 이란이 미국의 레바논 휴전 성과에 화답하며 ‘제한적 해협 개방’을 선언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완전한 굴복’으로 포장하며 ‘하루 이틀 내 합의’를 공언했다. 양측의 발언 수위는 극과 극을 달리지만 그 이면에는 2주 휴전 만료를 앞두고 협상 주도권을 쥐려는 치밀한 기싸움이 숨어 있다.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무장관이 17일(현지시간) “레바논 휴전에 따라 상업용 선박의 호르무즈 해협 운항을 완전히 개방한다”고 밝힌 것은 분명한 유화 제스처다. 트럼프 행정부가 이례적으로 이스라엘을 압박해 레바논 전선의 긴장을 완화한 것에 대한 화답이다. 그러나 이 ‘완전한 개방’의 실체는 다르다. 이란은 자국이 지정한 대체 항로를 이용하는 ‘비적대국 상선’에 한해서만 그것도 이슬람혁명수비대(IRGC)와 사전 조율을 거쳐 통과를 허용하겠다는 조건을 달았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이란이 다시는 해협을 봉쇄하지 않는다는 데 동의했다”며 ‘완전한 승리’로 해석했다. 이란이 내민 ‘제한적 당근’을 ‘무조건적 항복’으로 확대 해석하며 자국 내 보수층과 금융 시장을 안심시키려는 정치적 수사다. 실제로 이란은 미국의 대이란 해상 봉쇄가 지속될 경우 해협 개방을 즉각 철회할 수 있다는 ‘역공 카드’를 쥐고 있다. 핵심 쟁점인 이란 내 고농축 우라늄 처리 문제도 물밑에서는 진전을 보이고 있다. 미국 매체 액시오스는 “이란이 고농축 우라늄 비축분을 포기하는 대가로 미국이 이란의 동결 자산 200억 달러를 해제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는 1차 협상 당시 미국의 제안(60억 달러)과 이란의 요구(270억 달러) 사이에서 현실적인 절충점을 찾아가고 있음을 시사한다. 이란은 우라늄 일부를 제3국으로 반출하고 나머지는 국제사회 감시하에 희석하는 방안에 동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이 보도를 즉각 부인하며 “이란이 모든 핵 프로그램을 무기한 중단하고 동결 자금은 전혀 받지 않을 것”이라고 강경한 입장을 고수했다. 이란 역시 “농축 우라늄은 땅만큼 신성한 것”이라며 맞받아쳤다. 알자지라는 이를 두고 “양국이 추가 협상을 앞두고 내부 여론을 의식한 담론 전쟁을 벌이고 있다”고 평가했다. 양국의 팽팽한 줄다리기에도 불구하고 2차 협상에서는 결국 ‘휴전 연장’이라는 결론에 도달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양국은 이미 3쪽 분량의 양해각서(MOU) 초안을 논의 중이다. 여기에는 △모든 핵시설의 지상 설치 △기존 핵시설 가동 중단 유지 △이란의 10년간 자발적 농축 유예 등의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주목할 점은 세부 사항 논의를 위해 ‘60일의 추가 기간’을 두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양측 모두 전면전을 피하고 외교적 해결을 원하고 있음을 방증한다. ‘하루 이틀 내 합의’를 외친 트럼프 대통령과 달리, 이란 측 관계자는 “며칠 내 ‘예비 합의’에 도달하기를 기대한다”며 휴전 연장 가능성에 힘을 실었다. 결국 트럼프와 이란의 거친 설전은 ‘명분’을 잃지 않으려는 국내 정치용 발언에 가깝다. 양국 모두 장기전이 가져올 경제적·정치적 부담을 감당하기 어렵다는 현실을 인지하고 있다. 2차 협상에서 MOU 서명이 이루어지고 60일간의 휴전 연장이 공식화된다면 중동 전쟁은 일단 최악의 파국은 피하게 된다. 그러나 우라늄 처리와 제재 완화의 세부 조건을 둘러싼 진짜 협상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이란의 탄도미사일 문제와 역내 대리세력(저항의 축) 단절 문제가 포함될 경우 협상은 다시 원점으로 돌아갈 수도 있다. 결국 미국과 이란은 서로를 향해 총부리를 겨누면서도 물밑에서는 필사적으로 출구를 찾고 있다. 19일로 예정된 2차 협상은 양국이 ‘명분 있는 후퇴’를 통해 평화의 길로 나아갈지 아니면 다시 한번 파국의 문턱을 넘게 될지를 결정짓는 중대한 분수령이 될 것이다.
2026-04-18 13:31:44
중동을 잇는 반미 네트워크…이란 '저항의 축'의 실체
[경제일보] 이란이 공습을 받는 동안 레바논에서는 로켓이 날아왔고 예멘에서는 드론이 출격했다. 이라크에서는 미군 기지가 공격을 받았다. 중동 여러 지역에서 동시에 움직인 세력은 ‘저항의 축(Axis of Resistance)’으로 불린다. 이란이 수십 년에 걸쳐 형성해 온 반미·반이스라엘 네트워크다. ◆ 저항의 축은 어떻게 형성됐나 저항의 축은 1979년 이슬람 혁명 이후 이란이 중동 전역에서 구축해 온 동맹망이다. 이란을 중심으로 레바논의 헤즈볼라, 팔레스타인의 하마스, 예멘의 후티 반군, 이라크의 친이란 민병대(PMF)가 연결돼 있다. 시리아의 바샤르 알아사드 정권도 2024년 붕괴 전까지 이 네트워크의 한 축이었다. 이란이 추구해 온 전략은 자국 영토 밖에서 충돌을 관리하는 방식이었다. 중동 각지의 동맹 세력을 통해 미국과 이스라엘을 압박하는 형태다. 군사 전략에서는 이를 ‘전략적 종심 확보’라고 부른다. 이란에서 멀리 떨어진 지역을 사실상의 전선으로 활용하는 방식이다. 테헤란에서 약 1500km 떨어진 레바논 남부가 이스라엘과 맞닿은 충돌 지점이 되고 예멘 홍해 연안은 해상 교통로를 압박하는 거점으로 활용돼 왔다. 이 네트워크를 관리해 온 조직은 이란 혁명수비대(IRGC) 산하 쿠드스군이다. 쿠드스군은 중동 각지의 무장 세력에 자금과 무기, 군사 훈련을 지원하는 역할을 맡아 왔다. 가셈 솔레이마니 전 쿠드스군 사령관은 이 네트워크를 연결하는 핵심 인물이었다. 그는 2020년 1월 미국 드론 공격으로 바그다드 공항 인근에서 사망하기 전까지 중동 민병대와 직접 접촉하며 활동했다. 중동에서는 그를 ‘그림자 사령관’이라고 부르기도 했다. ◆ 헤즈볼라 — 저항의 축 중심 세력 저항의 축에서 가장 영향력이 큰 조직은 레바논의 헤즈볼라다. 헤즈볼라는 1982년 이스라엘의 레바논 침공 당시 이란 지원을 받아 조직됐다. 이후 레바논 남부를 기반으로 세력을 확대하며 정치 조직과 군사 조직을 동시에 갖춘 단체로 성장했다. 전성기에는 병력 10만 명 규모에 15만 발 이상의 미사일을 보유한 것으로 추정됐다. 이 때문에 군사 전문가들은 헤즈볼라를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비정규 무장 조직 가운데 하나로 평가해 왔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 상황이 크게 달라졌다. 2023년 10월 가자 전쟁 이후 이스라엘은 헤즈볼라 지도부를 집중적으로 타격했다. 2024년에는 사무총장 하산 나스랄라를 포함한 주요 지휘부가 제거됐다. 2026년 이란을 둘러싼 군사 충돌이 시작되자 헤즈볼라는 이스라엘 북부 갈릴리 지역을 향해 로켓과 미사일 공격을 이어갔다. 다만 군사력은 과거에 비해 크게 약화된 상태라는 분석이 많다. 이스라엘은 이번 충돌을 계기로 레바논 남부에 지상군을 투입하며 헤즈볼라 잔존 세력 제거 작전을 진행하고 있다. ◆ 후티와 이라크 민병대의 동시 움직임 예멘의 후티 반군도 저항의 축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다. 후티는 전쟁이 시작되자 홍해 선박 공격을 재개했고 미군 함정과 이스라엘을 향해 미사일과 드론을 발사했다. 이라크의 친이란 민병대 역시 움직였다. 카타이브 헤즈볼라 등 PMF 조직은 개전 초기 바그다드 공항 인근 미군 기지를 공격했다. 중동 각지의 미군 시설이 동시에 공격 대상이 된 것이다. 팔레스타인의 하마스는 2024부터 2025년까지 이어진 가자 전쟁 이후 군사력이 크게 약화돼 이번 충돌에서는 제한적인 역할만 수행한 것으로 보인다. ◆ 전쟁 이전부터 나타난 균열 저항의 축은 이미 전쟁 이전부터 균열 조짐이 나타나고 있었다. 2024년 말 시리아 아사드 정권이 붕괴하면서 이란은 레바논으로 이어지는 육상 보급로를 잃었다. 시리아에 투입한 막대한 지원 역시 상당 부분 회수하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 헤즈볼라와 하마스도 최근 몇 년 사이 큰 타격을 입었다. 중동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저항의 축이 과거 전성기와 같은 영향력을 유지하기 어렵다는 관측이 이어지고 있다. 여기에 중동 정세도 빠르게 변하고 있다. 3월 4일 이란의 미사일 공격 이후 아랍에미리트(UAE)와 사우디아라비아가 군사 대응에 나섰다. 지난 5일 이란이 제3국을 통해 미국과 협상 가능성을 타진했다는 보도도 나왔다. 중동 전쟁이 예상보다 넓은 외교적 파장을 낳고 있다는 분석이 뒤따른다. 이란이 오랫동안 구축해 온 저항의 축은 지금도 중동 여러 지역에서 움직이고 있다. 다만 그 영향력이 이전과 같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지는 여전히 논쟁적인 문제로 남아 있다.
2026-03-09 15: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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