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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서버가 바다로 간다…K조선이 '데이터센터'를 띄우는 이유
[경제일보] 대형 선박과 해양플랜트를 만들던 국내 조선사들이 인공지능(AI) 시대를 맞아 데이터센터를 바다 위에 띄우기 시작했다. AI 확산으로 데이터센터 수요가 급증하면서 부지와 전력 공급, 냉각 문제가 새로운 병목으로 떠오르자 조선업계가 부유식 구조물 설계·건조 기술을 앞세워 새로운 먹거리 찾기에 나선 것이다. 6일 업계에 따르면 HD한국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 한화오션 등 국내 조선 3사는 부유식 데이터센터(FDC)와 관련 전력 인프라 기술 개발을 확대하고 있다. FDC는 육상 건물 대신 바다나 강 위에 부유식 구조물을 띄우고 내부에 서버와 전력·냉각 설비를 설치하는 방식이다. 한화오션은 지난달 태국 방콕에서 열린 ‘가스텍 2026’에서 자체 개발한 60MW급 FDC 모델을 글로벌 시장에 처음 공개했다. 해상에서 필요한 전력을 생산하고 바닷물을 냉각에 활용하는 방식으로, 미국선급협회(ABS)로부터 60MW급 설계에 대한 기본인증(AiP)도 확보했다. 특히 발전 방식과 서버 종류, 데이터센터 용량을 고객 요구와 설치 환경에 맞게 구성할 수 있도록 모듈화 설계를 적용했다. 다만 구체적인 상용화 시점은 정하지 않았다. 한화오션 관계자는 “현재 협의가 진행 중인 사항에 대해서는 밝히기 어렵다”며 “FDC는 시장 수요와 고객사 요구에 맞춰 상용화할 예정”이라고 했다. 삼성중공업은 상용화 시점을 보다 구체적으로 잡았다. 지난 4월 ABS와 영국 로이드선급(LR)으로부터 자체 개발한 50MW급 FDC에 대한 기본인증을 받았으며, 미국 현지 데이터센터 사업자와 전력·자동화 기업 등과 사업 협력도 확대하고 있다. 회사는 조선소에서 설계와 제작, 주요 장비 통합을 동시에 진행하는 방식을 활용해 기존 육상 데이터센터보다 구축 기간을 줄일 수 있다는 점을 강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지난 6월에는 그리스 선사와 영국 로이드선급, 미국 AI 서버 전문기업 등으로 협력 범위를 넓혔다. 협력 분야에는 신규 프로젝트 발굴과 경제성 검토, 해상 환경에서의 AI 서버 운용 검증 등이 포함됐다. 삼성중공업 관계자는 “50MW급 FDC의 상용화 목표는 2028년 2분기”라고 했다. 다만 현재 진행 중인 해상 AI 서버 운용 검증의 구체적인 단계와 실제 기술 검증 과정에서 확인된 난제에 대해서는 공식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HD한국조선해양도 지난 7월 글로벌 데이터센터 인프라 기업 슈나이더일렉트릭과 FDC 인프라 기술 공동개발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양사는 데이터센터의 전력·냉각 인프라와 HD한국조선해양의 해상 플랫폼 기술을 결합해 FDC 통합 설계 역량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HD한국조선해양 관계자는 “AI 시대가 되면서 데이터센터 확보 수요가 커지고 해상 데이터센터에 대한 수요도 늘어나고 있다”며 “선박 건조 역량을 기반으로 FDC 개발에 나선 것”이라고 했다. 조선사가 FDC 사업에 뛰어들 수 있는 배경에는 기존 사업과의 기술적 연관성이 있다. 해상 구조물을 안정적으로 띄우는 선체 설계부터 전력설비 통합, 복원성 확보와 안전관리까지 상당 부분이 조선·해양플랜트 분야에서 이미 축적해온 기술과 맞닿아 있다. 반면 실제 상용화를 위해서는 해결해야 할 과제도 적지 않다. 업계에 따르면 악천후에서도 안정적으로 전력을 공급할 수 있는 해상 전력망을 구축해야 하고, 파도와 진동, 염분과 습도로부터 고가의 IT 서버를 장기간 보호할 수 있는 기술도 필요하다. 해저 통신망 연결과 유지보수 비용, 국가별 해상 인허가 등도 넘어야 할 과제로 꼽힌다. HD현대는 데이터센터 자체뿐 아니라 전력을 공급하는 ‘바다 위 발전소’까지 사업 범위를 넓히고 있다. HD한국조선해양은 지난달 자체 힘센엔진을 활용한 100MW급 부유식 발전설비(BMPP)에 대해 ABS 기본인증을 확보했다. BMPP는 발전엔진을 해상 구조물에 설치해 전력을 생산한 뒤 대규모 데이터센터나 산업단지 등에 공급하는 설비다. FDC가 주목받는 이유는 기존 육상 데이터센터가 안고 있는 전력과 부지, 냉각 문제를 일부 보완할 수 있어서다. 대규모 육상 부지를 새로 확보하지 않아도 되고, 해수를 냉각원으로 활용할 수 있다. 발전설비까지 함께 구축할 경우 육상 전력망에 대한 의존도를 줄일 수 있다는 점도 장점으로 거론된다. 다만 아직 국내 조선사들의 FDC 사업은 기본인증과 기술개발, 사업화 검토 단계에 있다. 한화오션은 시장 수요에 맞춰 상용화를 추진한다는 입장인 반면 삼성중공업은 2028년 2분기를 상용화 목표 시점으로 제시하는 등 업체별 사업 추진 속도에도 차이가 나타난다. 실제 수주와 상업운전을 통해 구축비와 운영비, 유지보수 비용까지 포함한 경제성이 확인돼야 본격적인 시장 확대 여부도 판가름날 전망이다. 선박을 만들던 조선사의 사업 영역이 AI 시대를 맞아 데이터센터와 전력 인프라까지 넓어지는 가운데 ‘바다 위 데이터센터’가 실제 차세대 먹거리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2026-10-06 14:2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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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 짓는 데이터센터도 75% 수도권…지방 확충, 전기료·수요가 관건
[경제일보] 국내 데이터센터의 수도권 집중을 완화하려면 시설 유형에 따라 전력비를 낮추거나 지역 내 수요를 먼저 창출하는 맞춤형 정책이 필요하다는 제언이 나왔다. 운영 중인 데이터센터뿐 아니라 운영 예정 시설도 수도권에 집중된 만큼, 입지 선택을 좌우하는 비용과 수요 여건을 함께 바꿔야 한다는 지적이다. 29일 서울 여의도 FKI타워에서 열린 ‘AI 시대, 데이터센터의 현재와 미래’ 세미나에서 이제훈 한국경제인협회 뉴K-산업팀 박사는 이 같은 확충 방안을 제시했다. 이 박사가 국내 데이터센터 97곳을 분석한 결과, 운영 중인 69곳의 78%가 수도권에 있었다. 운영 예정인 28곳도 75%가 수도권에 분포해 신규 시설이 들어서더라도 수도권 중심의 집적 구조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됐다. 수도권 집중의 배경에는 고객과의 거리, 구축·운영 비용, 부동산 투자 논리가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시설을 고객에게 임대하는 코로케이션 데이터센터는 금융기관과 유통기업 등 주요 수요자가 수도권에 몰려 있다. 클라우드 사업자와 임대형 데이터센터 사업자가 협업하는 ‘하이퍼 코로케이션’은 부동산 자본의 참여 확대도 수도권 입지를 뒷받침하는 요인으로 제시됐다. 확충 해법은 데이터센터의 용도에 따라 달라진다. 이 박사는 클라우드와 AI 학습형을 ‘비용 최적화형’, 코로케이션과 AI 추론형을 ‘수요 지향형’으로 구분했다. AI 모델을 학습시키는 시설은 이용자와의 통신 지연에 상대적으로 덜 민감하지만, 실시간 서비스를 지원하는 추론형은 수요지와 가까운 입지가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비용 최적화형의 비수도권 확충을 위해서는 전력요금과 부지 비용을 실질적으로 낮추는 접근이 필요하다고 봤다. 지역별 전기요금 차등화 논의를 실제 비용 절감으로 연결하고, 기업도 산업단지나 발전원 인근 유휴부지를 활용해 구축·운영비를 줄여야 한다는 것이다. 기존 산업시설과의 연계도 대안으로 꼽혔다. 산업단지의 부지와 전력설비를 활용하고 데이터센터에서 발생하는 폐열을 생산공장에 공급하는 방식이다. 시설을 새로 조성하는 부담을 낮추면서 주변 산업과 협력할 여지를 넓힐 수 있다. 수요 지향형은 지방에 데이터센터를 유치하기에 앞서 데이터를 활용할 산업과 서비스를 조성하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고객이 수도권에 집중된 상황에서는 지방 입지를 선택할 유인이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수도권에 남는 시설에 대해서는 전력망 병목에 대응할 수 있도록 자가발전 등 전력 조달 수단을 다변화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주민 수용성을 높이는 방안도 주요 과제로 제시됐다. 데이터센터 건설 단계의 일자리 창출 효과가 운영 단계까지 같은 규모로 이어지기 어려운 만큼, 지역경제에 지속적으로 기여할 협력 구조를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 박사는 마이크로소프트와 미국 위스콘신주의 협력을 사례로 들었다. 데이터센터 구축과 함께 지역 제조업의 AI 전환, 인재 교육, 에너지·환경 대응을 연계했다는 설명이다. 국내에서도 인허가와 세제 지원을 기업·지역 간 협력으로 연결해 지역 산업의 AI 활용 수요를 키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책 효과를 평가할 통계 체계 구축도 주문했다. 전력·용수 사용량과 폐열 재활용 등 운영 지표에 더해 고용·투자·세수 효과를 지속적으로 파악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박사는 지역·규모·유형별 집계 자료와 정책 지표를 공개해 지원 정책의 근거를 마련하고 정책 예측 가능성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2026-09-29 18:2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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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에 20조 선납 제안…전력망 책임은 누구 몫인가
[경제일보] 수백조원을 들여 반도체 공장을 지어도 전기가 들어오지 않으면 첨단 팹은 거대한 빈 껍데기에 불과하다. 반도체 경쟁이 기술과 자본의 싸움인 동시에 전력망 경쟁인 이유다. 하지만 그 전력망을 깔 돈이 부족해지자 한국전력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5년치 전기요금을 먼저 내달라는 카드를 꺼냈다. 한전이 제안한 규모는 삼성전자 20조원, SK하이닉스 5조원이다. 지난해 두 회사가 낸 전기요금 약 4조1000억원과 9000억원을 기준으로 2027년부터 2031년까지 5년치를 계산했다. 선납금은 용인·호남 반도체 클러스터의 송전선로와 변전소 건설 등에 투입하고, 기업에는 국고채 금리보다 높은 수준의 이자를 제공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다만 참여 여부와 금리, 금액과 기간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한전도 ‘제안’ 단계임을 분명히 했다. 전기요금 선납제 자체도 새로운 제도는 아니다. 지난해 선납액은 약 3900억원이었고, 대부분 공공기관이 이용했다. 기업이 미래에 낼 전기료를 먼저 내고 한전은 그 돈을 필요한 설비에 투자하며 기업은 이자를 받는 구조라면 금융거래로서 성립할 여지는 있다. 적기에 전력망이 완공되지 못해 수십조원짜리 공장이 서는 위험을 줄일 수 있다는 점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도 이해관계가 있다. 문제는 규모와 목적이다. 3900억원 수준이던 선납제도를 단숨에 25조원짜리 전력망 조달수단으로 바꾸면 제도의 성격 자체가 달라진다. 25조원은 한전 연간 매출의 4분의 1에 가까운 돈이다. 전기요금 납부 편의를 위한 제도가 사실상 국가 핵심 인프라를 조달하는 금융수단으로 변하는 셈이다. 한전이 이 방안을 고민하는 사정은 이해할 만하다. 반도체 클러스터 조기 가동과 호남 클러스터 건설 등에 따른 추가 전력수요는 20.6GW로 추산되고, AI 데이터센터까지 더하면 필요한 전력이 더 늘어난다. 한전은 당초 2038년까지 전력망에 72조8000억원을 투자할 계획이었지만 투자 수요는 더 커졌다. 반면 한전의 연결 기준 부채는 지난 6월 말 210조7000억원에 달한다. 올해 상반기에만 이자비용으로 2조1000억원을 썼다. 공기업의 재무제표와 국가 산업정책의 시간표가 정면으로 충돌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고 여기서 곧바로 “삼성과 하이닉스가 쓰는 전기니 두 회사가 망을 깔면 된다”는 결론으로 가서는 안 된다. 전력망은 공장 안의 생산설비가 아니다. 발전소에서 만든 전기를 산업단지와 도시로 실어 나르는 국가 기간시설이다. 지난 7월 시행된 ‘국가기간 전력망 확충 특별법’도 국가첨단전략산업 특화단지에 전기를 공급하는 주요 송·변전설비를 ‘국가기간 전력망 설비’로 규정하고 있다. 법의 목적부터 전기에너지의 안정적 공급과 국가 주요 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전력망을 조기에 확충하는 데 있다. 국가가 스스로 ‘기간망’이라고 이름 붙인 인프라의 책임을 특정 기업의 현금 여력에 의존해 해결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물론 반대편 원칙도 분명하다. 막대한 전기를 사용하는 대기업이 자신 때문에 추가로 발생하는 인프라 비용을 한 푼도 부담하지 않겠다는 논리 역시 설득력이 없다. 10GW, 20GW의 새로운 수요가 생기면 발전설비뿐 아니라 송전선과 변전소, 계통보강 비용이 따라온다. 그 비용을 일반 가정과 중소기업을 포함한 모든 전기 소비자에게 똑같이 떠넘기는 것도 공정하지 않다. 애덤 스미스는 ‘국부론’ 제5편에서 개인이나 소수에게 맡길 수 없는 공공사업을 세우고 유지하는 일을 국가의 책무로 봤다. 동시에 도로와 교량 같은 시설의 비용은 이용자에게 받는 통행료로 충당할 수 있다고 했다. 250년 전에도 공공 인프라의 책임과 이용자의 비용부담은 서로 모순되는 개념이 아니었던 셈이다. 지금 필요한 것도 ‘국가가 전부 낼 것이냐, 기업이 전부 낼 것이냐’는 양자택일이 아니다. 누가 어느 비용을 왜 부담하는지에 대한 원칙이다. 국가 전체가 이용하는 기간 송전망과 장거리 간선망은 국가와 한전이 책임지는 것이 맞다. 반면 특정 산업단지나 초대형 수요처 때문에 추가로 필요한 전용선로와 변전소, 접속설비에는 원인자·수익자 부담 원칙을 적용할 수 있다. 여러 기업과 지역이 함께 혜택을 보는 계통보강 비용이라면 수익 범위에 따라 분담하는 방식도 가능하다. 이 선이 먼저 그어져야 한다. 지금처럼 한전이 재무적으로 어려워졌을 때 현금이 많은 기업을 찾아가 몇 년 뒤 받을 전기료를 미리 달라고 하는 방식이 관행이 되면 문제가 생긴다. 오늘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지만 내일은 데이터센터, 배터리, 철강·석유화학 기업이 대상이 될 수 있다. 국가 인프라 투자비가 전력 수요자의 현금 보유액이나 협상력에 따라 결정되는 구조는 산업정책도, 요금정책도 아니다. 더구나 한전은 독점적인 송·배전망 사업자다. 기업 입장에서는 “싫으면 참여하지 않아도 된다”는 말만으로 거래의 자발성이 완전히 확보됐다고 보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새 공장에 제때 전기를 공급받아야 하는 기업과 그 전력을 공급할 사실상의 유일한 사업자가 20조원 규모의 선납을 협상한다면 일반적인 금융거래보다 훨씬 엄격한 절차와 기준이 필요하다. 따라서 선납제를 확대하려면 세 가지 안전장치가 먼저다. 선납금은 해당 전력망 건설에만 쓰도록 별도 관리해야 한다. 기업별 부담액은 전력 사용량과 추가 계통투자 비용 등에 따른 객관적 산식으로 정하고 동일한 조건의 대규모 수요자에게 같은 기준을 적용해야 한다. 공사가 늦어지거나 전력 공급 일정이 어긋났을 때 선납기업이 부담할 위험과 보상 원칙도 계약 단계에서 명확히 해야 한다. 한전의 재무문제와 전력망 투자 문제도 구분할 필요가 있다. 선납금으로 한전채 발행을 줄이는 효과가 생길 수는 있다. 하지만 과거 전기요금 정책과 연료비 급등으로 쌓인 210조원대 부채를 반도체 기업의 미래 전기료로 메우는 것이 목적이 돼서는 곤란하다. 반도체 전력망에 들어갈 돈과 한전의 누적 재무부담을 한 통장에 넣는 순간 비용 부담의 원칙은 흐려진다. 정부의 책임도 가볍지 않다. 정부는 반도체를 국가전략산업으로 지정하고 용인과 호남에 대규모 클러스터를 추진하고 있다. 기업에는 수십조원, 수백조원 규모의 투자를 주문하면서 정작 공장을 돌릴 전력망은 한전과 기업이 돈을 마련해 알아서 깔라는 식이어서는 산업정책이라 하기 어렵다. 공장 유치는 국가전략이고 송전망은 기업 사정이라는 식의 역할 분담은 성립하지 않는다. 반도체 산업의 속도는 전력망의 속도를 넘어설 수 없다. 주민 수용성 문제와 송전선로 인허가를 풀고 장기 전력수요를 예측해 기간망을 미리 확보하는 일은 개별 기업이 대신할 수 없는 국가의 몫이다. 올해 시행된 국가기간전력망법이 5년마다 30년 단위의 장기 전망을 담은 전력망 기본계획을 만들도록 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수혜자가 되는 전력설비 비용을 일정 부분 부담하는 방안은 검토할 수 있다. 조건이 합리적이고 기업이 자발적으로 참여한다면 전기료 선납도 하나의 재원조달 방식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순서는 분명해야 한다. 먼저 국가가 어떤 전력망을 언제까지 책임질 것인지 정하고, 그 다음 특정 수요자가 추가로 발생시킨 비용의 몫을 투명하게 계산해야 한다. 한전의 재무사정이 어렵다는 이유로 그 순서를 거꾸로 세워서는 안 된다. 전기는 기업이 돈을 내고 사는 상품이지만, 그 전기가 흐르는 국가기간망은 대한민국 산업의 기반이다. 상품의 값을 기업에 받을 수는 있다. 더 많이 쓰는 기업에 더 많은 인프라 비용을 부담시킬 수도 있다. 하지만 국가가 제때 준비하지 못한 기간망의 책임까지 ‘5년치 전기료 선납’이라는 이름으로 기업에 청구해서는 안 된다. 25조원을 어떻게 마련할 것인가보다 먼저 답해야 할 질문은 그것이다. “한국의 전력망은 누구의 책임인가.”
2026-09-04 13: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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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전력망 선점"…HD현대일렉·효성重, 420kV 친환경 기술 경쟁
[경제일보] 유럽 전력망 시장을 둘러싼 HD현대일렉트릭과 효성중공업의 경쟁이 프랑스 파리에서 맞붙었다. 두 회사는 ‘CIGRE 파리 세션 2026’에서 나란히 420kV급 SF₆-Free 가스절연개폐장치(GIS)를 전면에 세웠다. 같은 전압대의 친환경 제품을 꺼냈지만 공략법은 다르다. HD현대일렉트릭이 인증과 공급 실적을 바탕으로 빠른 상용화에 무게를 둔다면, 효성중공업은 초고압 송전부터 데이터센터용 배전까지 묶은 ‘토털 솔루션’으로 시장을 넓히고 있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CIGRE 파리 세션은 지난 23일부터 오는 28일까지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다. 2024년 행사에는 99개국에서 1만1200명 이상의 전력산업 관계자가 참여할 예정이다. 양사가 유럽을 겨냥한 배경에는 대규모 전력망 투자가 있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2030년까지 전력망에 5840억 유로의 투자가 필요하다고 추산한다. 유럽 배전망의 약 40%가 가동 40년을 넘긴 데다 재생에너지 확대와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의 전력 수요 증가도 설비 교체·증설을 재촉하고 있다. 환경 규제도 시장을 바꾸고 있다. EU F-gas 규정은 2028년부터 52kV 초과 145kV 이하 고압 개폐장치에, 2032년부터는 145kV 초과 제품에 지구온난화지수(GWP) 1 이상인 절연·차단 매질 사용을 원칙적으로 제한한다. 일부 예외는 있지만 유럽 초고압 전력기기 시장에서 친환경 기술의 중요성이 커지는 이유다. HD현대일렉, PQ 통과 후 첫 수주 HD현대일렉트릭은 이번 전시에서 72.5kV와 145kV급 제품에 최근 시험을 마친 420kV급 ‘GREENTRIC 550SRE’를 추가했다. 현재 72.5·145·170·420 kV급 SF₆-Free GIS를 확보했으며, 앞으로 3년 안에 300·362 kV급까지 개발할 계획이다. 주요 전압대별로 친환경 GIS 라인업을 촘촘하게 구축하겠다는 전략이다. 유럽에서 먼저 쌓은 공급 경험도 앞세운다. 지난해 스웨덴 전력청으로부터 145kV SF₆-Free GIS를 국내 업체 최초로 수주한 뒤 핀란드에서도 14대를 추가로 수주했다. 영국 내셔널그리드와는 400kV·275kV급 초고압 변압기 13대 공급계약을 체결했다. 이번 420kV 제품도 개발 단계에서 유럽 송전망 운영사의 사전적격심사(PQ)를 통과한 상태다. HD현대일렉트릭 관계자는 “420kV급은 유럽 주요 송전망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핵심 전압대로, 국내 최초로 해당 제품을 개발해 친환경 전력기기 수요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경쟁력을 확보했다”며 “유럽 송전망 운영사의 PQ를 통과했고 현재 영국 주요 전력회사와 장기공급계약을 추진하고 있으며 연내 또는 내년 초 첫 수주가 목표”라고 했다. 이어 “향후 3년 내 300kV와 362kV급 제품까지 개발하고 친환경 절연유 변압기, 해상풍력용 특수 변압기 등 폭넓은 포트폴리오와 유럽 공급 레퍼런스를 바탕으로 경쟁력을 높일 것”이라고 했다. 효성중공업, GIS 넘어 HVDC·SST ‘토털 솔루션’ 효성중공업은 CIGRE에서 독자 기술로 개발한 420kV급 SF₆-Free GIS를 처음 공개했다. 여기에 전압형 초고압직류송전(HVDC), STATCOM, 데이터센터용 반도체변압기(SST), 친환경 절연유 변압기, AI 기반 전력설비 자산관리 플랫폼 ‘ARMOUR+’까지 함께 전시했다. 개별 기기보다 송·배전과 설비 관리를 아우르는 사업 역량을 보여주는 데 방점을 찍었다. 효성중공업도 기존 초고압 전력기기를 기반으로 유럽 시장에서 입지를 넓혀왔다. 지난해 12월 영국·스웨덴·스페인에서 초고압 변압기와 리액터 등 2300억원이 넘는 전력기기를 수주했다. 올해 상반기 신규 수주는 7조4987억원으로 지난해 연간 수주액에 육박했고, 연간 수주 목표도 기존 8조4000억원에서 12조원으로 높였다. 효성중공업 관계자는 “420kV급 초고압 GIS를 탄소 저감형으로 독자 개발했다는 점이 강점으로, 탄소중립을 중시하는 유럽 시장 수요에 대응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며 “구체적인 상용화 일정과 수주 목표는 아직 공개하기 어렵지만 현지 고객과의 협의와 시장 반응을 바탕으로 사업 기회를 확대할 계획”이라고 했다. 이어 “이번 전시는 개별 전력기기 공급을 넘어 GIS와 HVDC·STATCOM·SST, AI 기반 자산관리 플랫폼까지 아우르는 토털 솔루션 역량을 보여주는 데 의미가 있다”고 했다. 먼저 수주하는 HD, 넓게 묶는 효성 현재 공개된 내용만 놓고 보면 420kV GIS의 유럽 사업화 속도에서는 HD현대일렉트릭이 한 발 앞선 모습이다. PQ를 통과한 데 이어 영국 전력회사와 장기 계약을 논의하고 첫 수주 목표 시점까지 제시했다. 효성중공업은 제품을 이번 행사에서 처음 공개한 단계로, 구체적인 상용화 일정은 밝히지 않았다. 다만 이는 기술 자체의 우열보다는 현재 사업화 진척도의 차이로 보는 것이 적절하다. 반면 경쟁이 전력망 전체로 확대되면 구도는 달라진다. 재생에너지 비중이 높아지고 데이터센터가 늘어날수록 장거리 대용량 송전과 계통 안정화, 디지털 설비 관리 기술의 중요성도 커질 수밖에 없다. GIS뿐 아니라 HVDC·STATCOM·SST까지 한꺼번에 제시한 효성중공업이 ‘토털 솔루션’을 강조하는 이유다. 결국 승부는 전시장보다 실제 설치 현장에서 갈릴 전망이다. HD현대일렉트릭은 앞선 사업화 속도를 장기 공급 계약으로 연결해야 하고, 효성중공업은 폭넓은 기술 포트폴리오를 실제 패키지 수주로 증명해야 한다. EU의 환경 규제 강화와 대규모 전력망 투자가 이어지는 가운데 유럽 송전망 운영사의 검증을 넘어 반복 수주와 장기 운전 레퍼런스를 먼저 쌓는 회사가 유럽 시장 선점 경쟁에서 우위를 점할 것으로 보인다.
2026-08-26 17:1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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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SK 뒤에 숨은 진짜 수혜주…AI 인프라 밸류체인 다시 짠다
[경제일보] 정부가 추진하는 '3대 메가 프로젝트'의 최대 수혜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대기업보다 AI 인프라를 떠받치는 소부장(소재·부품·장비)과 전력기기, 냉각, 로봇 부품, 산업용 소프트웨어(SW) 기업으로 확산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반도체와 피지컬 AI, AI 데이터센터를 국가 미래 성장동력으로 육성하는 이번 프로젝트는 반도체 생산을 넘어 데이터센터 구축과 제조업 AI 전환까지 하나의 산업 생태계로 연결하는 것이 핵심이다. 이에 따라 산업계의 관심도 대기업 투자 규모보다 실제 발주가 이뤄질 후방 밸류체인으로 옮겨가고 있다. 반도체에서 AI 인프라로…산업정책 무게중심 이동 지난달 29일 정부가 발표한 3대 메가 프로젝트는 단순히 반도체 공장을 늘리는 기존 산업정책과 결이 다르다. AI 반도체를 생산하고 이를 학습시킬 AI 데이터센터를 구축한 뒤 제조 현장에 피지컬 AI를 확산하는 전 과정을 하나의 산업 생태계로 연결하는 것이 핵심이다. 이에 따라 기업들의 투자도 반도체 생산시설을 넘어 데이터센터, 전력망, 스마트팩토리, 로봇 등 후방 산업 전반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이번 프로젝트는 단순한 반도체 투자 확대를 넘어 'AI 시대 국가 인프라 구축'으로 산업정책의 무게중심이 옮겨가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과거 반도체 투자가 메모리 생산능력 확대에 집중됐다면 앞으로는 AI를 실제 서비스하고 산업 현장에 적용하기 위한 데이터센터와 전력망, 냉각 설비 등 기반 인프라 구축이 새로운 성장축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AI 반도체를 충분히 확보하더라도 이를 운영할 데이터센터와 전력 인프라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산업 경쟁력을 확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실제로 정부가 제시한 세 가지 축도 각각 독립된 산업이 아니다. 반도체는 AI 연산을 담당하는 핵심 부품이고 AI 데이터센터는 이를 학습·추론하는 공간이며 피지컬 AI는 산업 현장에서 AI를 실제 활용하는 단계다. 세 분야가 하나의 가치사슬로 연결되는 구조인 만큼 투자 효과 역시 특정 기업이 아니라 관련 산업 전반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높다. 소부장 넘어 전력·냉각까지…AI 밸류체인 전반 수혜 가장 먼저 주목받는 분야는 반도체 소부장이다. 정부는 기존 용인·평택 생산거점과 함께 서남권 신규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을 추진하며 생산능력 확대를 예고했다. 신규 팹이 들어서면 가장 먼저 움직이는 곳은 반도체 장비와 소재 시장이다. 노광과 식각, 증착, 검사, 패키징 등 공정 전반에서 장비 발주가 늘어나고 웨이퍼와 특수가스, 화학소재 등 핵심 소재 수요도 함께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AI 반도체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면서 고대역폭메모리(HBM)와 첨단 패키징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점도 긍정적이다. HBM 생산에는 기존 D램보다 훨씬 높은 수준의 적층·패키징 공정이 요구되는 만큼 후공정 장비와 검사 장비 시장도 함께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프로젝트의 더 큰 특징은 반도체 장비기업에서 끝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AI 데이터센터와 피지컬 AI까지 동시에 추진되면서 기존 반도체 생태계 밖에 있던 산업들도 새로운 수혜 업종으로 떠오르고 있다. 대표적인 분야가 전력 인프라다. AI 데이터센터는 일반 데이터센터보다 훨씬 많은 전력을 소비한다. 생성형 AI 확산으로 GPU 수천~수만 장이 동시에 가동되면서 변압기와 배전반, 차단기, 초고압 케이블, 에너지저장장치(ESS) 등 전력 설비 수요도 함께 증가한다. 데이터센터 구축이 늘어날수록 전력기기와 전선 업체들이 직접적인 수혜를 받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전력기기 업계 관계자는 "AI 데이터센터는 GPU 등 고성능 장비가 24시간 가동되는 만큼 과거보다 훨씬 높은 전력 사용량과 전력 밀도를 요구한다"며 "전력 인프라는 더 이상 단순한 부대 설비가 아니라 데이터센터의 성능과 운영 효율을 좌우하는 핵심 요소로 자리 잡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직류(DC) 배전과 고효율 전력변환장치, 에너지관리시스템(EMS) 등 차세대 전력 솔루션 수요도 확대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부 역시 전국 단위 AI 데이터센터 구축을 추진하면서 지역별 전력 인프라 확충을 주요 과제로 제시했다. 이는 데이터센터 건설이 단순 건축 사업이 아니라 전력 설비와 송배전망 구축까지 포함하는 대규모 인프라 사업으로 확대될 가능성을 보여준다. 전력과 함께 AI 데이터센터의 또 다른 핵심 요소는 냉각 기술이다. 생성형 AI 서비스 확산으로 고성능 GPU가 대량 집적되면서 데이터센터 내부 발열은 기존 서버보다 훨씬 커지고 있다. 냉각 효율이 떨어질 경우 성능 저하와 전력 손실은 물론 장비 수명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어 냉각 시스템은 AI 데이터센터의 핵심 경쟁력으로 꼽힌다. 이에 따라 공랭식 중심이던 기존 시장도 액침냉각과 수랭식 등 고효율 냉각 기술 중심으로 빠르게 전환되고 있다. 서버 냉각장치와 공조 시스템, 열관리 솔루션 등 관련 시장도 AI 데이터센터 투자 확대와 함께 성장세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피지컬AI가 키울 로봇 생태계…"공급망 경쟁력이 성패" 정부가 이번 프로젝트의 또 다른 축으로 제시한 피지컬 AI 역시 새로운 소부장 시장을 만들어낼 것으로 보인다. 피지컬 AI는 AI가 로봇과 제조설비, 물류장비 등 실제 산업 현장에서 자율적으로 판단하고 움직이는 기술을 의미한다. 단순한 로봇 보급을 넘어 제조 현장의 자동화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리는 개념이다. 이를 위해서는 AI 반도체뿐 아니라 센서와 카메라, 액추에이터, 감속기, 모터, 제어기 등 다양한 핵심 부품이 필요하다. 정부도 대경권 자동차·가전 부품기업의 로봇 부품기업 전환을 지원하겠다고 밝힌 만큼 기존 제조업 기반을 AI·로봇 산업으로 연결하는 정책도 속도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국내 부품업계에도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 자동차와 산업기계 중심으로 성장해온 기업들이 휴머노이드와 산업용 로봇, 스마트팩토리 시장으로 사업 영역을 확대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어서다. AI를 제조 현장에 적용하기 위한 산업용 소프트웨어 시장도 함께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AI 데이터센터에서 학습된 인공지능 모델이 산업 현장으로 확산되기 위해서는 설비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수집하고 분석하는 플랫폼이 필요하다. 생산 공정을 최적화하는 스마트팩토리, 디지털 트윈, 설비 예지보전, 공장 자동화 솔루션 등이 대표적이다. 업계에서는 결국 이번 프로젝트의 성패가 대기업의 투자 규모보다 얼마나 많은 국내 중견·중소기업이 밸류체인에 참여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보고 있다. AI 인프라 구축 과정에서 국내 공급망이 충분한 경쟁력을 확보한다면 기술 자립은 물론 지역 산업 육성과 제조업 경쟁력 강화라는 정책 목표도 함께 달성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대기업 중심의 투자 구조가 반복될 경우 중소·중견기업의 실질적인 참여 기회가 제한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대규모 프로젝트가 실제 발주로 이어지는 과정에서 국내 공급망 확대와 기술 검증 기회가 함께 마련돼야 메가프로젝트의 정책 효과도 극대화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AI 데이터센터 시대에는 전력 인프라가 더 이상 부대 설비가 아니라 데이터센터의 성능과 운영 효율을 결정하는 핵심 인프라"라며 "데이터센터의 대형화와 피지컬 AI 확산이 맞물리면서 고효율 전력기기와 냉각, 센서, 자동화 솔루션 등 국내 소부장 기업들의 역할도 한층 커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2026-07-05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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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성중공업, 호주 송전망 3100억 장기 계약…전력기기 수주 확대
[경제일보] 효성중공업이 호주 전력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호주 주요 송전망 운영사와 향후 5년간 3100억원 규모의 장기 공급계약을 체결하며 초고압 전력기기 공급을 확대한다.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와 재생에너지 확산으로 세계 각국이 전력망 투자에 나서는 가운데 글로벌 전력기기 시장에서 입지를 더욱 강화하는 모습이다. 2일 효성중공업은 호주 빅토리아주 송전망 운영사인 오스넷(AusNet)과 초고압변압기와 리액터 등을 공급하는 장기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계약 규모는 향후 5년간 누적 기준 약 3100억원이다. 이번 계약으로 효성중공업은 빅토리아주 송전망 구축에 필요한 주요 전력기기를 공급하게 된다. 이번 계약은 지난 3월 호주 퀸즐랜드주에서 수주한 1425억원 규모 에너지저장장치(ESS) 프로젝트에 이은 대형 계약이다. 전력기기 공급을 기반으로 ESS와 전력계통 안정화 사업까지 사업 영역을 넓히며 호주 시장 공략을 강화하고 있다는 평가다. 호주는 태양광과 풍력 등 재생에너지 비중이 빠르게 높아지면서 송전망 확충이 국가적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재생에너지 발전단지와 대도시 수요처가 멀리 떨어져 있어 장거리 송전 인프라 구축이 필수적이며, 계통 안정화를 위한 초고압변압기와 HVDC(초고압직류송전), STATCOM(정지형 무효전력 보상장치) 등의 수요도 함께 증가하고 있다. 이에 따라 호주 정부는 약 200억 호주달러(약 20조원)를 투입하는 'Rewiring the Nation'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빅토리아주와 뉴사우스웨일스주 등을 연결하는 송전망을 확대하고 신재생에너지 구역의 전력 인프라를 구축하는 국가 프로젝트다. 효성중공업은 지난 10여 년간 현지 법인을 중심으로 고객 맞춤형 영업과 유지보수 서비스를 확대하며 호주 시장에서 사업 기반을 넓혀왔다. 회사 측에 따르면 현재 호주 송전용 초고압변압기 시장에서 점유율 1위를 기록하고 있으며, 이번 계약으로 빅토리아주를 비롯해 퀸즐랜드와 뉴사우스웨일스, 남호주 등 주요 지역으로 공급 범위를 확대하게 된다. 전력기기 업계는 AI 데이터센터와 전기화, 노후 전력망 교체가 동시에 진행되면서 세계 전력 인프라 시장이 장기 성장 국면에 진입한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과 유럽, 호주를 중심으로 송전망 투자 확대가 이어지면서 초고압변압기와 차단기, HVDC 등 전력기기 수요도 빠르게 증가하는 추세다. 효성중공업은 호주뿐 아니라 북미 시장에서도 수주를 확대하고 있다. 올해 초 북미에서만 약 7870억원 규모의 전력기기를 수주했으며, 상반기 누적 수주액은 약 2조5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회사는 전망했다. 지난달에는 미국 자회사 효성HICO와 미국 인프라 솔루션 기업 콴타(Quanta) 자회사 간 합작법인을 설립하며 북미 초고압차단기 시장 공략에도 나섰다. 효성 관계자는 "이번 계약 규모는 단일 수주가 아니라 향후 5년간 장기 공급계약의 누적 예상 금액"이라며 "공급 제품의 구체적인 사양과 수량은 향후 논의에 따라 달라질 수 있어 공개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도 HVDC와 STATCOM 등 차세대 전력망 솔루션까지 협력을 확대하고자 한다"며 "미국과 창원 등 글로벌 생산사이트 증설 프로젝트가 이미 진행되고 있는 만큼 글로벌 공급 대응에는 차질이 없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효성 조현준 회장은 "호주는 풍부한 재생에너지 자원과 넓은 국토를 바탕으로 장거리 송전망과 전력계통 안정화 기술에 대한 수요가 지속적으로 확대되는 전략적 시장"이라며 “단순 전력설비 공급업체가 아니라, 호주의 에너지정책에 솔루션을 제공할 수 있는 파트너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2026-07-02 13:5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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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력 심장 변압기서 배전반까지"…AI 혁명, 숨은 주인공은 K-전력 3사
[경제일보] AI 산업의 주인공은 GPU와 HBM처럼 보인다. 하지만 그 주인공을 무대 위에 세우는 것은 전기다. 글로벌 빅테크의 AI 데이터센터 경쟁이 빨라지면서, HD현대일렉트릭, 효성중공업, LS일렉트릭 등 국내 전력기기 3사가 ‘뜻밖의 주전’으로 떠올랐다. 승부는 더 이상 초고압 변압기 하나에 머물지 않고, 변압기에서 차단기, 배전반, 마이크로그리드, ESS 연계 솔루션까지 전장이 넓어지고 있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국제에너지기구는 데이터센터 전력소비가 2024년 415TWh에서 2030년 945TWh로 두 배 이상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AI가 가장 중요한 증가 요인이라는 분석이다. 전력기기는 이제 낡은 인프라 교체산업이 아니라 AI 시대의 핵심 공급망이 됐다. 초고압의 HD현대, 배전으로 2막을 열다 HD현대일렉트릭은 초고압 변압기에서 먼저 판을 키웠다. 지난 3월 HD현대일렉트릭은 미국 앨라배마주 몽고메리에 있는 북미 생산법인 부지에서 제2공장 착공식을 열었다. 투자 규모는 약 2억 달러다. 내년 4월 완공을 목표로 하며, 공장이 가동되면 초고압 변압기 생산능력은 50퍼센트 늘어난다. 765kV급 변압기 제조와 시험 역량까지 갖추겠다는 구상이다. HD현대일렉트릭은 공장 완공 이후 연간 약 2000억원의 추가 매출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최근 승부처는 배전기기로 옮겨가고 있다. HD현대일렉트릭은 전날 청주 배전캠퍼스를 공개하며 AI 데이터센터발 수요가 초고압 변압기를 넘어 중저압 차단기와 배전설비로 확산하고 있다고 밝혔다. 청주 배전캠퍼스는 약 1161억원을 투입해 조성한 배전기기 생산 거점이다. 이를 통해 연간 생산능력은 기존 500만대에서 850만대 수준으로 확대됐다. 저압기기 생산라인 자동화율도 95퍼센트까지 높아진 것으로 전해졌다. 초고압 변압기가 먼 거리의 전기를 받아들이는 송전망의 심장이라면, 배전설비는 데이터센터 안에서 전기를 실제로 쓰이게 만드는 혈관에 가깝다. 발전과 송전의 병목이 풀려도 마지막 구간의 배전설비가 부족하면 데이터센터는 제때 가동되기 어렵다. HD현대일렉트릭이 청주 배전캠퍼스를 전면에 내세운 것은 전력기기 호황의 2막이 ‘초고압’에서 ‘배전’으로 번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HD현대일렉트릭의 강점은 납기와 현지 대응력이다. 미국 앨라배마 초고압 변압기 공장, 울산 생산기지, 청주 배전캠퍼스를 연결하면 초고압과 중저압 제품을 함께 제안할 수 있다. 조선업에서 쌓아온 대형 프로젝트 관리 경험도 자산이다. 전력시장 관계자는 “여러 측면에서 볼 때 경쟁력은 충분하다”면서도, “배전기기 시장에는 LS일렉트릭이라는 기존 강자가 버티고 있는 만큼 배전 영역으로 보폭을 넓히려면 초고압 변압기에서 입증한 수익성과 품질 신뢰를 중저압 제품에서도 다시 증명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효성, 765kV와 북미 수주잔액의 힘 효성중공업은 초고압 변압기의 전통 강자다. 154kV, 345kV, 765kV 초고압 변압기 개발과 공급 경험을 쌓아왔고, 미국 테네시주 멤피스에 초고압 변압기 생산거점도 보유하고 있다. 또한 HVDC, ESS, 전력설비 자산관리 솔루션으로 사업 범위를 넓히고 있다. 올해 1분기 수주 흐름도 효성 쪽에 힘을 싣는다. 효성중공업 중공업 부문 1분기 신규 수주는 4조1745억원, 수주잔고는 15조1000억원 수준으로 집계됐다. 특히 북미 물량 비중이 절반 이상으로 전해졌다. 지난 2월 미국 대형 송전망 운영사와 체결한 7871억원 규모 초고압 변압기 장기 공급계약은 국내 전력기기업계 단일 계약 기준 최대 규모다. 효성중공업의 강점은 ‘큰 전기’를 다루는 기술이다. 미국의 최상위 전력망인 765kV급 시장은 누구나 들어갈 수 있는 시장이 아니다. 대형 전력망 장비는 한 번 사고가 나면 고객사의 피해가 막대하다. 가격보다 품질, 납기보다 신뢰, 단품보다 장기 실적이 중요하다. 효성중공업은 이 분야에서 오랜 레퍼런스를 갖고 있다. 북미 수주잔고가 두터운 것도 이 때문이다. 다만, 효성중공업의 과제는 사업 포트폴리오의 확장성이다. 효성중공업이 HVDC, ESS, 디지털 전력관리 솔루션을 강조하고 있는 것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 초고압 변압기 분야에서 강점을 지닌 것은 분명하지만, AI 데이터센터 내부 전력 솔루션까지 한꺼번에 공급하는 역량은 확인이 필요한 단계인 만큼 향후 ‘단품 강자’에서 ‘시스템 공급자’로 진화할 필요가 있다. LS, 데이터센터 안쪽을 파고드는 배전 강자 LS일렉트릭은 앞선 두 기업과는 출발점이 다르다. HD현대와 효성이 초고압 변압기에서 강한 이미지를 갖고 있다면, LS일렉트릭은 배전·차단기·스위치기어·자동화 솔루션에서 강하다. AI 데이터센터 전쟁이 송전망에서 데이터센터 내부 전력망으로 들어갈수록 LS의 존재감이 커지는 이유다. LS일렉트릭은 지난 4월 북미 데이터센터 전력기기 공급 프로젝트로 1억1497만 달러 규모 계약을 체결했다. 또 5월에는 미국 빅테크 데이터센터에 약 7000만 달러 규모 배전기기를 공급하는 계약을 따냈고, 전날에는 미국 유타주 시더시티의 ‘LS일렉트릭 유타’ 생산기지 확장에 2500억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이번 투자를 통해 기존 1만3223㎡ 규모 시설을 7만9338㎡로 키우고, 2027년 초 가동하겠다는 계획이다. LS일렉트릭의 1분기 실적자료에 따르면, 연결 매출은 1조3770억원, 영업이익은 1270억원 수준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33.4%, 45% 증가했다. 주요 데이터센터, 반도체, 재생에너지 프로젝트가 실적을 견인한 결과다. 초고압 변압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83% 증가했고, 전체 수주잔고도 5조6430억원 수준으로 확대됐다. LS의 승부처는 데이터센터 내부다. 순간적인 전력 이상은 서버 장애와 데이터 손실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진공차단기, 배전반, 저압·중압 변압기, ESS 연계 시스템의 중요성이 커진다. LS는 이 영역에서 제품군과 자동화 솔루션을 함께 갖고 있다. 전력망의 ‘마지막 구간’을 장악할 가능성이 가장 큰 기업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AI 전력망 승부처는 ‘종합 대응력’ 이들 세 기업은 전력기기 호황을 타고 공격적인 전략을 확대하고 있지만, 경쟁의 핵심은 수주액 자체보다 납기, 품질, 원가 관리, 현지 대응력으로 옮겨가고 있다. 아울러 AI 전력망을 실제로 움직이는 것은 변압기 한 대가 아닌 데이터센터 안쪽까지 안정적으로 책임지는 종합 역량이라는 점에서 복잡해진 전력망을 감당하는 기업이 AI 인프라 시대의 또 다른 주전으로 올라설 가능성이 크다. 업계 관계자는 “AI 인프라 시대의 승자는 수주액이 가장 큰 기업이 아니라 약속한 날짜에 납품하고 데이터센터 안쪽까지 안정적으로 책임지는 기업이 될 것”이라며 “HD현대·효성·LS의 격돌은 단순한 장비 경쟁이 아니라 AI 인프라 시대 한국 제조업의 새 시험대”라고 했다. [아주경제 2026년 06월 30일자 13면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2026-06-30 09: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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