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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작권 환수, 정치 일정 아닌 군사적 준비가 기준돼야
[경제일보] 이재명 대통령이 전시작전통제권의 임기 내 환수 방침을 다시 확인했다. 이 대통령은 18일 을지 국무회의에서 한미동맹을 굳건히 유지하면서도 독자적인 국방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며 전작권 전환을 차질 없이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핵추진 잠수함 사업에 속도를 내고 미래 전장에 맞는 통합 지휘 역량도 키워야 한다고 주문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미 연합훈련의 대폭 축소를 지시한 직후 나온 발언이라는 점에서 더욱 주목된다. 전작권 환수는 언젠가 완성해야 할 과제다. 자국 군대의 전시 작전을 자국이 주도하는 것은 주권국가로서 자연스러운 방향이다. 한미동맹에 과도하게 의존하는 구조에서 벗어나 한국군이 한반도 방위를 주도할 능력을 갖추는 것 역시 바람직하다. 그러나 전작권 전환에서 가장 중요한 기준은 대통령 임기가 아니다. 실제 전쟁이 발생했을 때 한국군이 연합전력을 지휘하고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응할 수 있느냐가 기준이어야 한다. 현재 한미가 추진하는 전작권 전환도 원칙적으로는 '시기'가 아니라 '조건'에 기반한다. 이재명 정부 역시 임기인 2030년까지 전환을 마무리한다는 목표를 갖고 있지만, 한미가 합의한 군사적 능력 조건을 충족하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다. 미국 측도 전작권 전환은 위기 상황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능력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그렇다면 정부가 먼저 국민에게 보여줘야 할 것은 날짜가 아니라 준비 수준이다. 첫째는 정보·감시·정찰 능력이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 징후와 핵 위협을 얼마나 신속하고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는지가 현대전의 승패를 좌우한다. 위성과 정찰기, 무인기, 각종 감시체계에서 미국의 정보자산 의존도가 여전히 높다면 한국군이 전시 지휘를 주도하더라도 실질적인 작전 자율성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둘째는 북한 핵·미사일 대응 능력이다. 북한은 핵전력을 계속 확대하고 탄도미사일 능력도 고도화하고 있다. 전작권 전환 이후 한국군이 연합방위를 주도하려면 탐지와 요격, 지휘통제, 정밀타격까지 연결되는 대응체계가 충분히 갖춰져야 한다. 전환 일정에 맞추느라 검증 기준을 낮추는 일은 있어서는 안 된다. 셋째는 연합지휘 능력이다. 전작권 환수는 주한미군이 철수하거나 한미동맹이 끝난다는 뜻이 아니다. 전환 이후에도 한미연합방위체제는 유지된다. 오히려 한국군 장성이 연합전력을 실질적으로 지휘해야 하는 만큼 육·해·공군은 물론 우주와 사이버 영역까지 통합적으로 운용할 역량이 중요하다. 이 대통령이 통합작전 역량을 갖춘 지휘관 육성을 강조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넷째는 독자적인 군사기술과 방위산업 역량이다. 핵추진 잠수함이나 정찰위성, 미사일방어체계 같은 전략자산은 단기간에 확보할 수 없다. 예산을 늘리는 것만으로 끝날 문제도 아니다. 핵심 기술과 운영 인력, 유지·정비 체계를 오랜 기간 축적해야 한다. 이런 점에서 전작권 환수를 '자주 대 동맹'의 구도로 보는 것은 잘못이다. 자주국방과 한미동맹은 서로 반대되는 개념이 아니다. 한국의 독자적인 방위 능력이 강해질수록 동맹에서 한국의 역할과 협상력도 커진다. 이 대통령 역시 강한 동맹과 독자적 국방 역량은 서로 보완하는 관계라는 점을 강조했다. 다만 최근 한미동맹을 둘러싼 환경 변화는 전작권 문제를 더욱 신중하게 다룰 것을 요구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미 연합훈련을 대폭 줄이라고 지시했다. 훈련 비용과 함께 한국이 이란 비핵화 동참 요청에 응하지 않은 점도 이유로 들었다. UFS 훈련도 이미 야외기동훈련 건수를 줄이는 방식으로 규모가 조정됐다. 전작권 전환을 준비하는 시기에 연합훈련이 충분히 이뤄지지 않는다면 한국군의 연합지휘 능력을 검증할 기회도 줄어들 수 있다. 실제 한미 연합훈련은 전작권 전환 준비와 군사능력 검증을 지원하는 중요한 과정으로 활용돼왔다. 올해 봄 실시된 프리덤실드 훈련에서도 한미 양국은 전작권 전환 준비를 주요 훈련 목적 가운데 하나로 제시했다. 이 때문에 한미훈련 축소와 전작권 조기 전환을 동시에 추진할 경우에는 더욱 정교한 보완책이 필요하다. 야외기동훈련 규모가 줄어든다면 지휘소훈련과 시뮬레이션, 다영역 작전 훈련을 강화하는 방식으로 실전능력을 유지해야 한다. 전작권 전환 검증 역시 정치적 상황에 따라 완화해서는 안 된다. 대북 대화와 긴장 완화도 중요하다. 이 대통령은 최근 북한과의 대화를 통해 정전체제를 평화체제로 전환해야 한다는 구상도 제시했다. 한반도에서 전쟁 위험을 낮추려는 노력은 필요하다. 그러나 북한이 핵무기와 미사일 능력을 계속 강화하는 현실을 외면한 채 군사적 대비태세를 먼저 약화시키는 방식으로 평화를 만들 수는 없다. 평화정책과 국방태세는 함께 가야 한다. 대화를 추진할수록 오히려 예측 불가능한 상황에 대비한 군사적 능력은 더 탄탄해야 한다. 정부는 전작권 전환을 정치적 성과로 만들려는 유혹부터 경계해야 한다. 어느 정부가 전작권을 가져왔느냐보다 중요한 것은 그 뒤 대한민국의 안보가 더 강해졌느냐다. 임기 내 환수를 위해 조건을 서두르거나 평가 기준을 낮춘다면 자주국방의 취지 자체가 훼손된다. 반대로 능력이 충분히 갖춰졌는데도 정치적 부담 때문에 전환을 계속 미루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 필요한 것은 객관적인 검증이다. 한국군의 핵심 군사능력이 어느 수준까지 왔는지, 부족한 분야는 무엇인지, 언제까지 보완할 수 있는지를 국민에게 투명하게 설명해야 한다. 전작권 전환은 선언이 아니라 실력의 문제다. 지휘권을 넘겨받는 순간부터 한국군은 전시에 한미 연합전력을 주도할 책임을 진다. 그 책임을 감당할 정보력과 무기체계, 지휘능력과 인재부터 갖춰야 한다. 스스로를 지킬 힘을 갖춘 상태에서 동맹과 협력하는 것이 자주국방의 본뜻이다. 정부는 임기 내 환수라는 시간표보다 '준비가 끝나면 전환한다'는 원칙을 앞세워야 한다. 전작권은 정치 일정에 맞춰 가져오는 상징물이 아니라 국민의 생명과 국가의 존립을 책임질 군사 지휘권이다. 준비된 자주국방이 먼저고, 전환의 날짜는 그다음이다.
2026-08-19 11:0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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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작권 전환, '정치'가 '안보'를 앞설 순 없다
안보는 국가 존립의 최후 보루다. 여기에는 여야가 없고 진보와 보수가 따로 있을 수 없다. 오직 냉철한 현실 진단과 철저한 대비태세만이 국민의 생명을 담보한다. 그러나 최근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전환을 둘러싸고 한미 동맹의 기류가 심상치 않다. 제이비어 브런슨 주한미군사령관이 미 상원 군사위원회에서 던진 "정치적 편의주의(political expediency)가 조건을 앞서면 안 된다"라는 일침은 현재 한미 공조의 현주소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경고등이다. 전작권 환수는 대한민국이 주권 국가로서 마땅히 지향해야 할 과제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군사 주권이라는 명분이 안보의 실체적 공백을 정당화할 수는 없다. 전작권 전환의 대전제는 2014년 양국이 합의한 '조건에 기초한 전환'이다. 한국군의 핵심 군사 능력 확보, 북한 핵·미사일에 대한 초기 대응 능력 구비, 그리고 전환에 부합하는 한반도 안보 환경 조성이라는 세 가지 조건이 그것이다. 브런슨 사령관의 발언이 뼈아픈 이유는 우리 정부가 이 '조건'이라는 본질보다 '임기 내 전환'이라는 '정치적 시간표'에 매몰되어 있다는 의구심을 동맹국에 심어주었기 때문이다. 최근 안규백 국방부 장관이 올해를 '전작권 회복의 원년'으로 선포하며 속도전을 예고했지만, 현장의 시각은 냉정하다. 북한의 핵무력 고도화와 잇따른 미사일 도발로 안보 지형은 더욱 거칠어졌다. 이런 상황에서 실질적인 억지력 확보보다 정치적 선언에 무게를 두는 것은 자칫 동맹의 신뢰를 훼손하고 대북 억제력에 균열을 낼 위험이 크다. 더욱 우려스러운 대목은 전작권 외에도 한미 간 불협화음이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는 점이다. DMZ 방문 권한 확대, 연합훈련 축소, 9·19 군사합의 복원 시도 등 미국 측과 충분히 조율되지 않은 사안들이 잇따라 터져 나오고 있다. 정동영 통일부 장관의 핵시설 관련 발언까지 더해지며 한미 간 대북 정보 공유와 전략적 보조에 틈이 생기고 있다는 지적은 결코 가볍지 않다. 동맹은 상호 신뢰라는 토양 위에서만 건재할 수 있다. 전작권 전환은 단순히 지휘권의 명의를 바꾸는 행정적 절차가 아니라, 한반도 방위의 책임을 재편하는 고도의 군사적 결단이다. 준비되지 않은 서두름은 아군에게는 불안을, 적에게는 오판의 빌미를 줄 뿐이다. 다가올 10월 한미안보협의회(SCM)가 전례 없는 난항을 겪을 것이라는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서라도 정부는 대미 설득과 내부 정비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 군사 안보는 '상식'과 '원칙'의 영역이다. 정치적 성과를 위해 안보의 근간을 흔드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 정부는 브런슨 사령관의 발언을 단순한 견제로 치부할 것이 아니라, 한미 동맹의 견고함을 재확인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독자적 작전 능력을 객관적으로 검증하고, 미국과의 긴밀한 공조를 통해 '조건'을 충실히 채워나가는 것이 진정한 전작권 환수로 가는 가장 빠르고 안전한 길이다. 동맹의 균열은 안보의 붕괴로 이어진다.정치적 편의주의를 걷어내고, 오직 국가 안위라는 본질에 집중할 때 비로소 '더 안전한 대한민국'은 가능해질 것이다.
2026-04-23 10:35: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