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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경훈, 中 로봇 현장 투입에 투자 독려…피지컬 AI '실증·사업화' 속도전
[경제일보] 배경훈 부총리 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중국의 휴머노이드 로봇 현장 투입과 데이터 축적을 언급하며 국내 피지컬 인공지능(AI) 투자·연구개발 목표의 재점검을 주문했다. 기술을 개발하는 데 그치지 않고 실제 산업 현장에서 작동하는 사례를 확보해 투자와 사업화로 연결하겠다는 방침이다. 배 부총리는 13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피지컬 AI 테크 위크’의 피지컬 AI 얼라이언스 간담회에서 “우리가 생각하는 피지컬 AI 세계 1강을 달성할 수 있을 정도의 목표를 세우고 실행하는지 확인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그는 중국이 사람을 닮은 휴머노이드 로봇을 산업 현장에 도입해 데이터를 쌓고 있다며 국내 계획의 충분성을 고민해왔다고 설명했다. 이어 “3년 뒤, 5년 뒤, 내년에 ‘이 정도 더 투자했으면 좋았을 텐데’라고 후회하지 않을 정도의 목표를 설정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정부와 기업이 각자 할 수 있는 최대치의 목표를 세워야 한다는 주문이다. 피지컬 AI는 주변 환경을 인식하고 판단한 결과를 로봇·장비의 움직임으로 옮기는 기술이다. 제조 현장에서는 공정 상태를 예측해 장비를 정밀 제어하거나, 서로 다른 로봇과 물류 설비를 연결해 공장 전체를 운영하는 데 활용할 수 있다. 실제 작업 데이터를 확보하고 현장에서 성능을 검증하는 과정이 기술개발과 맞물려야 한다. 정부는 이를 반도체·AI데이터센터와 함께 3대 메가프로젝트로 추진하고 있다. 배 부총리는 국내 AI·정보통신기술 역량과 제조 기반을 결집하면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며, 초기 성공사례를 조기에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내 실증사업도 가동 단계에 들어섰다. 과기정통부가 지난 7월 발표한 경남·전북 피지컬 AI 연구개발사업은 2026~2030년 5년간 총 1조4131억원 규모로 추진된다. 경남에 6763억원, 전북에 7368억원을 투자하는 계획이다. 경남은 제조 공정의 정밀 제어와 인간·AI 협업에, 전북은 공장과 물류 시스템을 연결하는 자율 지능 공장 플랫폼에 초점을 맞춘다. 과기정통부는 지난달 착수보고회에서 데이터·AI 모델·디지털트윈·로봇·공장 운영을 연계하는 5개년 로드맵을 제시했다. 개별 장비의 제어 기술과 공장 전체의 운영 기술을 함께 확보하는 구조다. 민간 협력의 중심은 피지컬 AI 얼라이언스다. 운영사무국에 따르면 참여기업은 지난해 출범 당시 120곳에서 올해 10월 437곳으로 늘었다. 지난 6월 출범한 2기는 기술 풀스택, 산업 브릿지, 거버넌스 등 3개 분과를 통해 기술 확보와 수요기업 연결, 표준화·국제 협력을 추진하고 있다. 이날 기술 풀스택 분과는 국내 AI 모델·반도체·소프트웨어·로봇을 연결하는 기술 확보 방안을 발표했다. 산업 브릿지 분과는 산업별 수요·공급기업을 묶은 실증·사업화 과제를, 거버넌스 분과는 표준화와 글로벌 협력 방안을 제시했다. 현장에서는 실증 기회 확대와 데이터 확보·공동 활용, 전문인력 확보, 투자 연계가 주요 요구로 나왔다. 정부가 지난 7월 발표한 핵심 경쟁력 확보 전략에도 로봇 행동데이터를 모으고 유효성 검증과 상호운용성 표준을 마련하는 내용이 담겼다. 기업별로 확보한 데이터를 기술개발에 활용할 수 있도록 수집·관리 체계를 갖추겠다는 구상이다. 정부와 얼라이언스는 기업이 직접 실행과제를 발굴·기획하고 이를 관계부처 연구개발·실증사업과 투자 프로그램에 연결하는 협력체계를 강화하기로 했다. 배 부총리는 정책금융도 적극 연계해 현장의 어려움을 해결하겠다고 밝혔다. 조준희 한국인공지능·소프트웨어산업협회장은 AI 기반 모델부터 로봇, 온디바이스, 보안까지 공급망이 다양한 만큼 기업 간 연대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배 부총리는 간담회에 앞서 AI반도체·데이터·디지털트윈·로봇 전시를 살펴봤다. 행사는 14일 ‘피지컬 AI 테크 데이’로 이어져 국내외 전문가의 기조강연과 기술발표, 토크 콘서트 등이 진행된다.
2026-10-13 18:0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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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의 투자 압박에 끌려갈 것인가, 국민 돈 지킬 협상력은 있는가
[경제일보] 한미 통상협상이 결국 ‘대미 투자 청구서’로 돌아오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한국의 대미 전략투자 계획을 직접 공개하며 알래스카 액화천연가스(LNG), 텍사스 가스발전소, 미국 내 원전 건설 등을 거론했다. 이 가운데 알래스카 LNG에는 500억 달러 이상이 투입될 것으로 미국 측이 설명했다. 지난해 한미 통상 합의에서 한국이 미국에 3500억 달러 규모의 투자를 약속하고 미국은 한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를 낮추기로 한 데 따른 후속 조치다. 그러나 여기서 분명히 해야 할 것이 있다. 관세를 낮추기 위해 투자하기로 했다는 것과 특정 사업에 국민 돈을 쏟아붓기로 했다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트럼프 행정부의 거래적 통상정책은 이미 동맹과 경제를 하나의 협상 테이블에 올려놓고 있다. 미국이 자국 산업과 일자리, 에너지 안보를 위해 한국의 투자를 요구하는 것은 미국 정부의 국익 관점에서는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한국 정부의 첫 번째 책무는 미국의 국익을 실현하는 것이 아니라 대한민국 국민의 재산과 미래를 지키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우리 정부의 협상력이다. 지난 수개월간 협상을 벌였지만 미국 대통령이 백악관에서 대규모 투자계획을 먼저 발표하고, 정작 한국 정부는 일부 사업을 ‘추후 검토’ 대상으로 설명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미국은 이미 성과를 발표하는데 한국은 뒤늦게 사업의 조건과 상업성을 따지는 모양새다. 이것이 과연 치밀한 협상 전략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특히 알래스카 LNG는 단순한 투자사업이 아니다. 약 1300㎞에 달하는 파이프라인과 액화시설 등을 건설해야 하는 초대형 프로젝트다. 총사업비가 445억~545억 달러 수준으로 추산되는 가운데 비용 초과와 사업 지연, 장기적인 LNG 가격 경쟁력 등에 대한 의문도 제기돼 왔다. 현재까지 확보된 장기 구매 의향 가운데 상당 부분이 구속력이 없는 데다 추가 물량 확보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그런 사업이라면 답은 간단하다. 경제성이 있으면 투자하고, 경제성이 없으면 하지 않는 것이다. 동맹이라는 이유로 경제성 검토의 잣대를 낮춰서는 안 된다. 더욱이 정부가 직접 돈을 넣거나 공기업이 투자하고 정책금융이 뒤를 받친다면 위험은 결국 국민에게 돌아온다. 사업이 성공하면 수익을 누릴 수 있지만 실패하면 손실은 정부 재정과 공공기관의 부실로 이어지고, 궁극적으로 납세자의 부담이 된다. 수십조 원 규모의 해외 프로젝트에서 손실이 발생했을 때 누가 책임질 것인지부터 국민에게 답해야 한다. 미국이 원하는 사업과 한국에 필요한 사업은 다를 수 있다. 미국 입장에서는 알래스카 천연가스 개발이 에너지 생산과 수출 확대, 지역경제 활성화라는 전략적 가치가 있다. 실제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투자를 미국의 에너지 인프라와 에너지 지배력 확대의 성과로 강조했다. 그렇다면 한국이 그 사업에 참여할 경우 그에 상응하는 경제적 권리와 수익, 공급권, 가격 경쟁력, 위험 분담 구조를 확보해야 한다. 미국이 이익을 극대화하는 동안 한국은 투자원금과 위험만 떠안는 구조라면 결코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 정부가 더욱 경계해야 할 것은 ‘약속 이행’이라는 명분에 매몰되는 것이다. 이미 3500억 달러라는 거대한 투자 틀이 합의됐다고 해서 세부 사업까지 자동으로 확정되는 것은 아니다. 한국 정부도 알래스카 LNG와 원전 사업에 대해서는 상업적 타당성을 검토한 뒤 추진 여부를 결정한다는 입장이다. 그렇다면 지금부터가 진짜 협상이다. 정부는 미국에 당당하게 요구해야 한다. 첫째, 사업별 투자수익률과 현금흐름을 공개하라. 둘째, 건설비 상승과 공기 지연, LNG 가격 하락 등 최악의 상황에 대한 위험분담 장치를 마련하라. 셋째, 한국 기업의 지분과 경영권, 장기 LNG 구매권 등 실질적인 반대급부를 확보하라. 넷째, 손실 발생 시 미국 측도 일정 부분 위험을 부담하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돈은 한국이 내고 결정권과 이익은 미국이 갖는 거래라면 그것은 투자가 아니라 국부 이전이다. 대미 투자를 무조건 반대하자는 이야기가 아니다. 오히려 미국 시장은 한국 기업에 중요한 전략적 시장이고, 원전·조선·반도체·AI·배터리 등 양국 기업이 함께 성장할 수 있는 분야에서는 적극적인 협력이 필요하다. 문제는 ‘얼마를 투자했느냐’가 아니라 누구에게 어떤 이익이 돌아가고 누가 위험을 부담하느냐다. 정부와 정치권은 이제 협상 성과를 포장하는 데 급급해서는 안 된다. 국민에게 필요한 것은 화려한 투자 규모가 아니라 손실을 막을 안전장치다. 수십조 원의 국민 자산을 걸고 벌이는 협상이라면 국회와 국민에 대한 투명한 설명과 검증도 필수다. 한미동맹은 반드시 굳건해야 한다. 그러나 동맹은 굴종이 아니다. 관세 인하도 국익이고, 투자도 국익을 위해 하는 것이다. 미국의 압박이 거셀수록 한국 정부는 더 냉정하고 치밀해야 한다. 지금 정부가 보여줘야 할 것은 미국에 대한 무조건적인 ‘예스’가 아니다. 국익에 맞으면 투자하고, 수익성이 없으면 멈추며, 위험이 과도하면 조건을 다시 협상하는 당당한 ‘노’의 능력이다. 협상에서 가장 위험한 것은 상대의 압박이 아니다. 압박을 이겨낼 전략도 없이 서둘러 합의부터 하고 보는 무능한 협상이다. 국민의 세금과 미래 세대의 부담이 걸린 만큼 정부는 이제 숫자가 아니라 원칙으로 협상해야 한다. 알래스카 LNG가 그 시험대다.
2026-10-01 10:2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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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00억달러 대미투자, 밀실 협상으로 결정할 돈 아니다
[경제일보] 정부가 3500억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 패키지 중 첫 투자사업과 관련한 협상 상황을 국회에 보고한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는 22일 오전 산업통상부로부터 관련 내용을 비공개로 보고받을 예정이다. 당초 17일로 예정됐던 보고가 한미 협상이 마무리되지 않아 연기된 지 닷새 만이다. 재정경제기획위원회도 같은 날 보고 일정을 협의하고 있다. 논의되는 사업의 규모부터 예사롭지 않다. 한미가 협의 중인 3500억달러 중 1500억달러는 조선 분야에 배정되고, 나머지 2000억달러 규모의 전략투자를 놓고 세부 협상이 진행되고 있다. 현재 텍사스 엔시날의 6.3GW 가스복합화력발전소, 미국 내 대형 원전 건설, 알래스카 액화천연가스(LNG) 사업 등이 후보로 거론된다. 로이터는 텍사스 발전소 사업비만 약 223억달러 규모이며 원전도 최대 8기가 논의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아직 어느 사업에 얼마를 투자할지는 최종 확정되지 않았다. 대미 투자는 단순한 해외투자가 아니다. 지난해 한미 통상협상에서 미국의 대한국 관세를 15% 수준으로 낮추는 합의와 함께 마련된 경제협력의 핵심 축이다. 미국 시장에 대한 접근성을 지키고 조선·원전·에너지 등 한국 기업의 사업 기회를 넓힐 수 있다는 점에서 전략적 의미도 작지 않다. 그렇다고 외교·통상의 필요성이 투자 판단의 기본원칙까지 대신할 수는 없다. 정부 역시 상업성이 확보되는 사업에 투자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이재명 대통령도 최근 협상 내용 가운데 동의하기 쉽지 않은 부분이 있어 다시 협의하고 있다는 취지로 설명했다. 문제는 이제부터다. 투자 규모가 수백조원에 이르는 만큼 무엇에 투자하느냐뿐 아니라 누가 위험을 부담하고 손실이 발생하면 누가 책임지는지도 따져야 한다. 정부가 정책금융이나 보증 등 공적 수단을 활용한다면 일반 기업의 해외투자보다 오히려 더 엄격한 원칙이 적용돼야 한다. 투자주체와 사업별 투자금액은 물론 예상 수익률, 투자기간, 회수조건, 환율 위험과 손실부담 구조를 따져야 한다. 사업이 실패했을 때 정부와 금융기관, 참여 기업 가운데 누가 어느 정도까지 손실을 부담하는지도 분명해야 한다. 수익은 사업자에게 돌아가면서 위험은 국민이나 공적 금융기관이 떠안는 구조가 된다면 곤란하다. 특히 상업성은 선언으로 보장되지 않는다. 미국에 발전소와 원전을 건설하는 사업은 투자금 회수에 긴 시간이 필요하다. 사업비 증가와 금리, 전력가격, 인허가, 환율 등 변수도 적지 않다. 알래스카 LNG처럼 경제성을 면밀히 따져야 할 사업도 마찬가지다. 동맹이라는 이유로 투자심사표의 숫자가 달라져서는 곤란하다. 실제 한미는 상업적 합리성의 구체적인 조건을 놓고 막판 협상을 이어가고 있다. 국회의 역할도 중요하다. 이번 산자위 보고가 비공개로 예정된 데는 협상이 진행 중이라는 현실적인 이유가 있다. 국가 간 협상에는 상대에게 공개해서는 안 될 전략과 조건이 존재한다. 모든 내용을 실시간으로 공개하라는 것은 현실적이지 않다. 그러나 협상 과정의 비밀과 국민에 대한 설명책임은 다른 문제다. 협상이 끝난 뒤에도 핵심 조건까지 비공개로 남겨서는 안 된다. 영업비밀과 협상전략은 보호하더라도 공적자금이 얼마나 투입되는지, 어떤 기준으로 사업의 상업성을 판단했는지는 국민이 알아야 한다. 정부가 어떤 위험을 부담하는지도 설명해야 한다. 3500억달러라는 경제적 약속이 외교협상이라는 이유로 블랙박스가 돼서는 안 된다. 국회도 보고를 받는 데 그쳐서는 곤란하다. 산자위 관계자는 협상 결과 투자액이 늘거나 한국이 손해를 부담할 부분이 있다면 내용을 따져보고 향후 국회 동의가 필요한지도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미국 측이 검토를 요구한 사업의 규모와 조건을 면밀히 따져 투자 총액과 정부 부담의 범위를 명확히 하는 것이 중요하다. 대규모 해외투자는 외교적 성과와 경제적 수익성이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다. 정부에는 양국 관계와 통상환경을 고려해야 할 책임이 있지만 동시에 국민경제에 과도한 위험이 전가되지 않도록 해야 할 책임도 있다. 이 두 가지가 충돌할 때 무엇을 기준으로 결정했는지를 설명하는 것 역시 정부의 몫이다. 한미 경제협력을 확대하는 것은 필요하다. 한국 기업이 미국의 에너지·원전·조선 시장에 진출할 기회를 넓히는 것도 중요하다. 그러나 투자 규모가 클수록 원칙은 더 엄격해야 한다. 국익이라는 말이 경제성 검토를 대신해서도, 동맹이라는 이름이 투자 위험을 가려서도 안 된다. 3500억달러 대미투자는 한 정부의 임기 안에서 끝나는 사업이 아니다. 사업에 따라 수십 년 동안 국민경제와 기업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정부는 협상할 때는 국익을 지키고 투자할 때는 상업성을 따져야 한다. 이후 협상이 끝난 뒤에는 국민에게 설명해야 한다. 외교에는 비밀이 필요하지만 국민이 위험을 부담하는 투자에는 투명성이 필요하다. 이는 수백조원짜리 국가적 투자를 결정할 때 지켜야 할 최소한의 원칙이다.
2026-09-21 10: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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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정상회담 테이블에 오른 AI·희토류…한국은 어디에 설 것인가
[경제일보] 미국과 중국의 패권 경쟁이 새로운 국면으로 들어가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정상회담이 오는 24일 워싱턴에서 열릴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중국은 아직 정상회담 개최를 공식 확인하지 않았다. 앞서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과 허리펑 중국 국무원 부총리는 이번 주말 만나 정상회담 의제를 조율할 예정이다. 인공지능(AI)과 희토류, 무역·에너지 등 경제안보 현안이 폭넓게 다뤄질 전망이다. 한국에는 남의 나라 정상회담이 아니다. 미중이 협상 테이블에서 다루는 현안 하나하나가 한국의 주력 산업과 연결돼 있어서다. AI의 중심에는 반도체가 있고 희토류와 핵심광물은 배터리·자동차·항공우주·방위산업에 들어간다. 미국과 중국의 합의와 충돌에 따라 한국 기업의 투자와 생산, 공급망 전략까지 영향을 받을 수 있다. AI는 특히 그렇다. 베선트 장관은 미국이 중국과 AI가 초래할 공동의 위험을 논의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미중 AI 경쟁이 첨단 반도체와 기술 수출통제를 넘어 안전과 국제규칙의 영역으로 확장되고 있다는 의미다. 세계 AI 산업에서도 안전 규칙을 누가 만들고 집행할 것인지를 놓고 논쟁이 커지고 있다. 한국은 이 경쟁의 한복판에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세계 메모리 반도체 시장을 이끌고 있고 AI 가속기에 필요한 고대역폭메모리(HBM)에서도 한국 기업의 비중이 크다. 미중 기술 경쟁이 격화될수록 한국 반도체 기업의 기술과 생산시설은 단순한 기업 자산을 넘어 경제안보의 자산이 된다. 미국 중심의 반도체 공급망 재편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로이터는 SK하이닉스가 인텔과 미국에서 메모리 반도체를 생산하는 방안을 협의하고 있다고 지난 16일 보도했다. 인텔의 오하이오 공장 일부를 활용하거나 인텔·클라우드 기업 등이 참여하는 합작법인을 만드는 방안이 거론된다. 아직 초기 협의 단계이고 결정된 것은 없다. 하지만 한국 메모리 기업이 처음으로 미국에서 생산할 가능성이 논의되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반도체 공급망이 얼마나 빠르게 재편되고 있는지 보여준다. 여기에는 한국이 고민해야 할 지점도 있다. 미국의 공급망 현지화와 한국의 이해가 언제나 일치하는 것은 아니다. 생산시설을 미국에 두는 것이 시장 접근과 공급망 안정에는 도움이 될 수 있지만 핵심 제조기술의 해외 이전과 국내 산업 생태계 약화 가능성도 함께 살펴야 한다. 기업의 투자 판단을 존중하되 국가 차원에서는 어떤 기술과 생산기반을 국내에 반드시 남겨야 하는지 원칙을 세울 필요가 있다. 희토류 문제는 더 절박하다. 중국은 미국이 자국 중심의 핵심광물 공급망을 구축하는 데 막대한 자금을 투입하고 있는데도 여전히 주요 핵심광물의 정제 과정에서 압도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 자료를 분석한 로이터 보도에 따르면 중국의 희토류 정제 비중은 2023년 90% 이상에서 2025년 약 85%로 낮아졌지만 여전히 세계 공급망을 좌우할 수준이다. 잘 알려지지 않았던 희토류 원소인 이트륨은 이런 현실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이트륨은 반도체와 항공우주, 제트엔진 코팅 등에 쓰이는 전략 물질이다. 중국은 세계 이트륨 공급에서 압도적인 영향력을 갖고 있고 수출통제를 통해 공급량을 조절해 왔다. 미국 제조업에서도 공급 부족에 따른 생산 차질이 발생했다. 이 때문에 이트륨 문제 역시 미중 정상회담의 주요 현안 가운데 하나로 거론된다. 한국의 취약점도 여기에 있다. 반도체와 배터리, 자동차를 세계에 수출하지만 이를 만드는 핵심광물과 소재 상당 부분은 해외에서 들여온다. 미국이 첨단기술 공급망에서 중국 의존도를 낮추는 속도를 높이면 한국 기업도 대응하지 않을 수 없다. 그렇다고 세계 제조업의 거대한 생산기지이자 시장인 중국과의 공급망을 단기간에 끊는 것도 현실적이지 않다. 따라서 한국의 대응을 단순히 ‘미국이냐 중국이냐’의 문제로 만들어서는 안 된다. 안보와 직결된 첨단기술 분야에서는 동맹국과 협력을 강화하되 핵심 원료와 소재는 특정 국가에 과도하게 의존하지 않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최근 열린 한·중앙아시아 정상회의도 그런 점에서 의미가 있다. 한국과 중앙아시아 5개국은 핵심광물과 에너지, 공급망 협력을 주요 의제로 다뤘고 70건이 넘는 협정과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정부는 단순한 원료 수입을 넘어 탐사와 정제, 소재 가공, 완제품 생산까지 협력 범위를 넓히겠다고 밝혔다. 이제 중요한 것은 실행이다. 공급망 다변화는 양해각서 숫자로 평가할 일이 아니다. 광물 탐사와 개발이 실제 정제·가공과 국내 기업의 장기 구매로 이어져야 한다. 핵심광물 개발은 투자 회수 기간이 길고 가격 변동성도 큰 만큼 정부가 정책금융과 비축제도 등을 활용해 민간의 위험을 분담할 필요가 있다. 공급망은 평상시에는 비용의 문제지만 위기가 닥치면 국가안보의 문제가 된다. AI에서도 마찬가지다. 한국이 메모리 반도체를 잘 만드는 것만으로 미래 경쟁력을 보장받기는 어렵다. AI 반도체와 데이터센터, 전력망, 소프트웨어와 AI 모델로 이어지는 산업 생태계를 함께 키워야 한다. 미중이 AI의 기술표준과 안전 문제까지 논의하기 시작했다면 한국도 이미 만들어진 규칙을 받아들이는 데 머물러서는 안 된다. 국제 AI 거버넌스와 기술표준을 만드는 과정에 적극 참여해야 한다. 미중 경쟁은 이제 관세 몇 퍼센트(%)를 주고받는 무역전쟁을 넘어섰다. 누가 AI의 규칙을 만들고 첨단 반도체를 생산하며 핵심광물을 안정적으로 확보하느냐를 둘러싼 경제안보 경쟁이다. 중국은 핵심광물 공급망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갖고 있고 미국은 첨단 반도체와 AI 생태계를 중심으로 자국 공급망을 강화하고 있다. 한국의 운명을 워싱턴과 베이징의 협상 결과에 맡길 수는 없다. 어느 한쪽을 무조건 선택하는 것도, 양쪽의 눈치를 보며 결정을 미루는 것도 해법이 아니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선택을 강요받았을 때 버틸 수 있는 힘을 먼저 만드는 것이다.
2026-09-17 10:4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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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음악·영화·웹툰 뭉쳤다…K-콘텐츠 11개 단체, 2030년 '220조' 매출 도전
[경제일보] K-콘텐츠산업을 대표하는 11개 협·단체가 오는 2030년 콘텐츠산업 매출 220조원, 수출 270억 달러(약 37조원)라는 공동 목표를 내걸었다. 다만 업계는 현재와 같은 정책·예산 수준으로는 목표 달성이 어렵다고 진단하며 단순한 재정 확대보다 세제·금융·법제를 함께 바꾸는 정책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15일 K-콘텐츠산업협의회는 국회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이재정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위원장 주최로 'K-컬처 400조·K-콘텐츠 220조 비전선포식'을 열고 이 같은 내용을 담은 'K-콘텐츠 220조 2030 비전'을 발표했다고 밝혔다. 협의회가 제시한 오는 2030년 목표는 매출 220조원, 수출 270억 달러, 종사자 75만명, 기업 14만6000개다. 해당 목표는 지난해 콘텐츠산업 매출 161조5000억원에서 연평균 6.4% 성장해야 달성할 수 있는 규모로, 수출은 연평균 12.6% 성장률을 목표로 잡았다. 매출보다 수출을 두 배 빠르게 늘려 해외 시장에서 성장 동력을 확보하겠다는 구상이다. 다만 업계가 내놓은 전망은 낙관적이지만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콘텐츠진흥원 중장기 전망모형에 따르면 현재 수준의 정책과 예산이 유지될 경우 오는 2030년 콘텐츠산업 매출은 205조9000억원에 그칠 것으로 전망됐다. 목표와 13조3000억원의 차이가 발생한다. 정부가 콘텐츠 관련 예산을 매년 10%씩 늘리는 공격적인 상황을 가정해도 오는 2030년 매출은 215조3000억원으로 220조원에 미치지 못한다. 수출의 경우 격차가 더 크다. 예산을 매년 10%씩 증액하더라도 오는 2030년 수출 목표인 270억 달러보다 78억 달러(약 11조원) 부족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날 비전을 발표한 김승욱 대한출판문화협회 정책담당전무는 "매년 10%씩 늘려도 못 간다는 것은 재정 투입 확대만으로는 이 목표를 달성할 수 없다는 뜻"이라며 "격차를 메우는 것은 재정·세제·금융·법제가 결합된 정책 조합의 설계"라고 말했다. 이어 "해법은 지금 하는 사업의 확대가 아니라 프레임의 전환"이라며 "목표는 산업계가 제시했지만, 목표 달성의 조건은 정부와 국회가 함께 만들어야 하고, 이 조건이 갖춰지면 220조(원)는 달성 가능한 목표가 된다"고 강조했다. 협의회가 정책 전환을 강조하는 배경에는 최근 콘텐츠산업의 성장 정체가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협의회는 선언문을 통해 콘텐츠산업의 성장이 최근 3년 연속 2%대에 머물렀다고 진단했다. 세계적으로 K-콘텐츠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지만 산업 규모가 그에 걸맞게 성장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번 협의회 출범에는 대한출판문화협회, 한국게임산업협회, 한국대중음악공연산업협회, 한국대중음악산업협회, 한국드라마제작사협회, 한국모바일게임협회, 한국애니메이션산업협회, 한국영화제작가협회, 한국영화프로듀서조합, 한국웹툰산업협회, 한국음악레이블산업협회 등 11개 단체가 참여한다. 협의회는 지난해 5월 발족한 임의 협의체에서 이날 창립총회를 거쳐 공식 협의체로 전환했다. 김태헌 대한출판문화협회 회장, 조영기 한국게임산업협회 회장, 우승현 한국대중음악산업협회 회장이 공동대표를 맡았다. 업계가 공동으로 내놓은 핵심 요구는 세제·금융·법제의 3대 전환이다. 제작 과정에서 발생하는 위험을 분담할 수 있도록 세제 지원을 확대하고, 기획 단계부터 해외 진출까지 이어지는 금융 지원 체계를 만들며, 규제 중심의 법제를 산업 진흥에 맞게 정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가장 먼저 제시된 과제는 콘텐츠 제작비 세액공제의 전면 확대다. 현재 영상콘텐츠와 웹툰 등을 중심으로 적용되는 제작비 세액공제를 게임·음악·출판 등 문화콘텐츠 전반으로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협의회는 영국·프랑스·캐나다 등 12개국 이상이 게임 등 디지털콘텐츠 제작에 25~40% 수준의 세액공제를 시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국내에서는 콘텐츠 수출에서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게임과 음악 등이 현행 세액공제 대상에서 제외돼 있어 해외 주요국과의 경쟁에서 불리하다는 게 업계의 주장이다. 정책금융 확대도 공통 요구에 포함됐다. 협의회는 장르별 전문계정을 신설하고 기획부터 제작, 유통, 해외 진출까지 단계별로 자금을 공급할 수 있는 '자금 사다리'를 구축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프로젝트 단위로 자금이 필요한 콘텐츠산업의 특성을 금융정책에 반영해야 한다는 취지다. AI 확산에 따른 제도 변화도 주요 의제로 제시됐다. 콘텐츠산업은 AI가 새로운 제작 도구로 활용되는 동시에 기존 창작물이 AI 학습 데이터로 활용되는 산업이기도 하다. 협의회는 AI 전환 지원과 저작권 프레임워크 구축을 공통 과제로 제시하면서 창작자의 권리 보호와 AI 기술 활용을 함께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협의회는 비전 선언문을 통해 "인공지능 시대에 콘텐츠산업은 학습 데이터의 권리자이자 새로운 제작 도구의 이용자"라며 "창작자의 권리를 지키는 일과 기술을 활용하는 일은 대립하는 요구가 아니라 한 산업의 두 얼굴"이라고 설명했다. AI뿐만 아니라 OTT와 글로벌 플랫폼 등으로 콘텐츠가 소비되는 방식이 바뀌고 있는 만큼 기존 제도 역시 변화한 산업 환경에 맞춰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이재정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장은 "서로 다른 현장에서 성장해 온 콘텐츠산업 11개 협·단체가 처음으로 한자리에 모여 콘텐츠산업 전체의 미래를 이야기하는 의미 있는 자리"라며 "중요한 것은 숫자 자체보다 그 성장을 실제로 만들어낼 산업의 기반"이라고 말했다. 이어 "브라운관과 아케이드 게임을 중심으로 만들어진 제도가 AI와 OTT, 글로벌 플랫폼 시대에도 같은 방식으로 작동하기는 어렵다"며 "변화한 환경에서 실효성을 잃었거나 새로운 시도를 불필요하게 가로막는 제도는 없는지 세심하게 점검해야 한다"고 평가했다. 협의회는 정부와 국회에 정책 변화를 요구하는 동시에 자체적으로 목표 달성 여부를 점검할 예정이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의 국가 승인 통계를 기준으로 매년 상반기 전년도 실적을 확인하고 'K-콘텐츠 220조 이행 점검 보고서'를 협의회 명의로 공표한다는 계획이다. 비전 선포식에 앞서 열린 정책 간담회에서는 2027년도 콘텐츠 예산과 AI 전환 및 창작자 보호, 콘텐츠 세제 지원 확대, 2030 비전 달성을 위한 국회 협력 등이 논의됐다. 협의회는 올해 하반기 콘텐츠산업 규제개혁 건의를 비롯해 한중 콘텐츠산업 교류회 개최 등 공동 활동도 이어갈 예정이다. 김영수 문화체육관광부 제1차관은 "하나의 IP가 무한히 확장되는 현재에는 장르 간 경계를 허물고 서로 유기적으로 연결하며 과감하게 결합할 때 새로운 기회를 만들 수 있다"며 "창작자가 마음껏 도전하고 기업이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는 산업환경을 조성해 해외 진출과 신기술 대응을 적극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2026-09-15 12:0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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