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결과 총 5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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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만 뜨거운 한국경제, 수출 신기록에 취할 때 아니다
[경제일보] 한국 수출이 다시 기록적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7월 1일~20일 수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2.3% 늘었다. 특히 반도체 수출은 인공지능(AI) 투자 확대와 메모리 수요 증가에 힘입어 180.6% 급증했다. 중국 수출은 94.1%, 미국 수출도 39.6% 증가했다.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경제로서는 반가운 소식이다. 다만 같은 기간 자동차 수출은 10.6% 감소했다. 전체 수출의 화려한 숫자 뒤에 반도체 편중과 업종별 양극화가 동시에 드러난 것이다. 수출 호조가 곧바로 경제 전반의 회복을 뜻하는 것도 아니다. 오는 23일 발표될 2분기 국내총생산(GDP)을 앞두고 로이터가 경제전문가 24명을 조사한 결과, 한국경제는 2분기 전 분기보다 0.4% 성장했을 것으로 전망됐다. 1분기 성장률 1.8%에서 크게 낮아진 수치다. 반도체를 중심으로 수출과 투자가 경제를 끌었지만 소비와 내수는 여전히 부진했다는 분석이다. 물론 0.4%는 아직 전망치다. 7월 1일~20일 수출 역시 월 전체 실적이 아닌 잠정치다. 그러나 두 지표가 동시에 보여주는 방향은 분명하다. 반도체 공장과 수출항은 뜨거운데 골목상권과 자영업자의 매출, 청년의 취업시장, 가계의 소비심리는 그만큼 살아나지 못하고 있다. 수출액은 빠르게 늘지만 국민의 살림살이가 비례해 좋아지지 않는 ‘K자형 회복’이 한국경제의 새로운 위험으로 굳어지고 있는 것이다. 반도체 호황은 분명 한국경제의 소중한 기회다. 세계적인 AI 투자 경쟁 속에서 국내 반도체 기업들이 기술력과 생산능력을 인정받고 있다는 뜻이다. 수출 증가와 기업 실적 개선은 세수 회복과 설비투자 확대에도 도움이 된다. 정부와 기업은 이 호기를 놓쳐서는 안 된다. 그러나 반도체가 잘된다는 사실과 경제 전체가 건강하다는 판단은 구분해야 한다. 반도체는 경기 변동이 크고 글로벌 수요와 공급, 미국과 중국의 산업정책, 기술 변화에 민감한 업종이다. 지금은 AI용 메모리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고 있지만 공급 확대나 투자 조정이 시작되면 업황은 예상보다 빠르게 꺾일 수 있다. 한국경제가 반도체 한 품목에 지나치게 의존할수록 업황 반전의 충격도 경제 전체로 커지게 된다. 자동차 수출이 감소했다는 점을 가볍게 봐서는 안 되는 이유다. 철강과 석유화학, 기계, 배터리 등 다른 주력 산업도 관세와 중국의 추격, 공급과잉, 고유가라는 복합적인 압박을 받고 있다. 반도체 수출 증가분이 다른 업종의 부진을 가린다고 해서 산업 경쟁력의 약화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전체 수출 실적이 좋을 때 구조적 취약성을 점검하고 다음 성장동력을 준비해야 한다. 정부의 역할은 반도체 수출 실적을 홍보하는 데서 끝나서는 안 된다. 수출 호황의 온기가 기업 투자와 고용, 임금과 소비로 퍼지도록 연결고리를 만들어야 한다. 반도체 대기업의 실적이 좋아져도 국내 설비투자와 협력업체 발주, 양질의 일자리가 함께 늘지 않는다면 수출 증가가 내수 회복으로 이어지는 효과는 제한적이다. 우선 반도체 기업들이 국내에 연구개발과 첨단 생산시설을 지속적으로 확충할 수 있도록 전력과 용수, 산업용지와 인재 공급 문제를 풀어야 한다. 반도체 클러스터를 발표하는 데 그치지 말고 송전망과 용수시설, 교통망을 제때 구축해 실제 투자가 이뤄지게 해야 한다. 대기업과 중소 협력업체가 공동으로 기술과 인력을 키우는 생태계도 강화해야 한다. 반도체 호황에 따른 세수 증가분의 사용처도 신중하게 정해야 한다. 일회성 현금 지원이나 단기적인 소비 부양에 투입하면 잠시 경기지표를 끌어올릴 수는 있어도 경제의 체질을 바꾸지는 못한다. 재정은 청년 고용과 직업훈련, 중소기업의 자동화·디지털 전환, 연구개발, 산업 전환 과정에서 밀려나는 노동자의 재교육에 우선 투입해야 한다. 소비 부진에 대한 접근도 달라져야 한다. 가계가 지갑을 닫는 것은 단순히 소비할 의지가 없어서가 아니다. 높은 주거비와 교육비, 금리 부담, 불안한 고용과 노후 걱정이 소비를 제약하고 있다. 상품권이나 소비쿠폰을 반복하는 것만으로는 내수가 지속적으로 회복되기 어렵다. 주거·돌봄·교육비 부담을 낮추고 안정적인 일자리를 늘리는 구조적 대책이 필요하다. 중소기업과 자영업자의 생산성을 높이는 것도 중요하다. 반도체 대기업의 수출이 아무리 늘어도 내수 서비스업과 영세 사업장의 경쟁력이 개선되지 않으면 경제의 양극화는 심해진다. 디지털 전환 지원과 공동 물류, 경영 컨설팅, 사업 전환을 돕되 경쟁력을 잃은 기업까지 무조건 연명시키는 방식은 피해야 한다. 정부 지원은 생존 자체보다 생산성 향상과 구조 전환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반도체 수출 호황을 다른 산업으로 확산하는 전략도 서둘러야 한다. AI 반도체가 데이터센터와 로봇, 자율주행차, 조선, 바이오, 방위산업의 경쟁력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수요 산업과 연계해야 한다. 반도체를 많이 수출하는 나라를 넘어 반도체를 활용해 전 산업의 부가가치를 높이는 나라가 돼야 한다. <서경>에는 “편안할 때 위태로움을 생각하고, 잘 다스려질 때 어지러움을 생각하라”는 뜻의 ‘거안사위(居安思危)’가 나온다. 수출 실적이 좋을 때야말로 호황 뒤의 위험을 살펴야 한다. 반도체 수출 증가율에 취해 내수 부진과 산업 편중을 외면한다면 지금의 호황은 다음 불황에 대한 대비 시간을 허비하는 일이 될 수 있다. 수출액이 늘었다고 국민의 살림까지 저절로 나아지는 것은 아니다. 반도체 호황이 기업의 장부에만 머물지 않고 투자와 고용, 임금과 소비로 이어져야 비로소 경제 전체의 회복이라 부를 수 있다. 정부가 해야 할 일은 반도체의 열기를 자랑하는 것이 아니라 그 온기가 골목상권과 일자리, 다른 산업으로 번지도록 길을 놓는 것이다. 한국경제는 지금 반도체라는 강력한 엔진을 달았다. 그러나 자동차가 제대로 달리려면 다른 바퀴와 차체도 함께 움직여야 한다. 반도체만 뜨겁고 내수와 고용이 차갑다면 지속 가능한 성장이라고 할 수 없다. 수출 신기록은 축하할 일이지만 그 숫자에 취할 때는 아니다.
2026-07-22 11:5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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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노사 성과금 갈등, 국가경제에 미치는 영향
[경제일보] 삼성전자 노사 갈등이 가까스로 파국을 피했다. 총파업 예고를 하루 앞둔 지난 20일 노사가 2026년 임금협상 잠정 합의안을 도출하면서 반도체 생산 차질이라는 최악의 시나리오는 일단 멈춰 섰다. 다만 오는 22∼27일 이 합의안에 대한 조합원 투표라는 절차가 남아 있는 만큼 이를 완전한 종결로 단정하기는 이르다. 이번 잠정 합의는 정부의 적극적 중재 속에 이뤄졌고, 투표가 가결되면 협상이 공식 타결된다. 문제는 합의 그 자체보다 그 과정에서 드러난 균열이다. 삼성전자 노사 갈등의 핵심은 성과급이었다. 노조는 성과급 산정 기준과 배분 방식의 제도화를 요구했고 회사는 경영환경과 사업부별 실적, 글로벌 경쟁 상황을 고려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여왔다. 반도체 슈퍼사이클이 돌아왔고, 인공지능(AI) 열풍이 삼성전자의 실적을 밀어올린 것은 사실이다. 삼성전자는 올해 1분기 연결 기준 매출 133조9000억원, 영업이익 57조2000억원을 기록했다. 반도체(DS)부문은 AI 고부가 제품 판매 확대와 메모리 가격 상승으로 역대 최대 분기 실적을 냈고 HBM4와 차세대 저전력 메모리 모듈 양산도 시작했다. 그러나 좋은 실적이 곧 무제한의 성과급 요구를 정당화하지는 않는다. 성과는 나눠야 한다. 하지만 성과 배분은 기업의 미래 투자, 주주 책임, 협력사 생태계, 국가경제에서의 역할까지 함께 고려해야 한다. 삼성전자는 한 기업이지만 동시에 한국 제조업과 수출, 고용, 자본시장 신뢰를 떠받치는 핵심 축이다. 반도체 라인이 멈추면 한 회사의 손익계산서만 흔들리는 것이 아니다. 소재·부품·장비 기업, 물류, 전력, 협력업체, 지역경제, 금융시장까지 연쇄적으로 영향을 받는다. 이 때문에 삼성전자 노사 갈등은 일반적인 임단협 갈등과 차원이 다르다. 삼성전자 구성원들이 더 나은 보상과 투명한 성과급 기준을 요구할 권리는 당연하다. 고성과를 낸 조직이 합당한 보상을 요구하는 것도 시장경제 원리에 어긋나지 않는다. 문제는 요구의 수준과 방식이다. 성과급이 경영 성과와 연동되는 것은 맞지만 그것이 기업의 중장기 투자 여력과 위기 대응 능력을 훼손할 정도가 되어서는 안 된다. 반도체 산업은 오늘 벌어 내일 나누는 장사가 아니다. 수십조 원의 선행 투자가 필요하고 기술 세대가 바뀔 때마다 승자와 패자가 갈린다. 더 우려되는 것은 노노 갈등이다. 성과급 갈등은 같은 회사 안에서도 사업부별 이해관계를 가른다. 반도체 부문이 초과 성과를 냈다고 해서 전사 구성원이 같은 방식으로 나눠야 하는지, 사업부별 기여도와 위험 부담을 어떻게 반영할지, 장기 투자에 필요한 내부 유보를 어느 정도 인정할지에 대한 논쟁은 불가피하다. 하지만 이 논쟁이 공동체의 원칙을 세우는 방향이 아니라 ‘누가 더 가져갈 것인가’의 다툼으로 흐르면 조직 내부 신뢰가 무너진다. 기업의 경쟁력은 기술과 설비만으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구성원 간 신뢰, 경영진에 대한 신뢰, 성과 배분의 예측 가능성이 함께 있어야 한다. 삼성전자의 갈등은 다른 대기업 노사관계에도 파장을 주고 있다. 카카오 노조는 카카오 본사를 포함한 5개 법인에서 파업 찬반 투표가 모두 가결됐다고 밝혔다. 카카오 노조는 경영 쇄신, 책임 경영, 고용 안정, 공정한 성과 보상과 이익 분배 등을 요구하고 있다. 특히 성과급 배분 구조가 갈등의 배경으로 지목된다. 카카오 본사가 실제 파업에 나서면 창사 이래 첫 본사 파업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도 상징성이 작지 않다. 노사 갈등의 확산은 한국경제의 구조적 불안과 맞물려 더 무겁다. 지금 한국경제는 겉으로는 반도체 훈풍을 타고 있지만 속으로는 성장 체력이 빠르게 약해지고 있다. IMF는 올해 한국의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1.9%로 전망하고 있다. 국가데이터처의 100대 지표에서도 2026년 1분기 경제성장률은 1.7%로 제시돼 있다. 단기 경기만의 문제가 아니다. 출산율 저하와 고령화는 노동공급과 내수 기반을 동시에 압박하고 있다. 국가데이터처는 2025년 합계출산율을 0.80명, 출생아 수를 25만4500명으로 집계했다. 65세 이상 인구 비중은 2025년 20.3%에서 2072년 47.7%로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대외 리스크도 크다. IMF는 2026년 세계경제가 중동전쟁의 충격 속에서 다시 시험대에 올랐다고 진단했다. 제한적 충돌을 가정해도 세계 성장률은 2026년 3.1%, 2027년 3.2%로 둔화될 것으로 봤고 원자재 가격 상승과 인플레이션 기대, 금융 여건 긴축이 세계경제의 회복력을 시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미국의 관세정책과 공급망 재편, 기술 패권 경쟁이 겹치면 삼성전자 같은 글로벌 제조기업은 비용과 시장 양쪽에서 압박을 받을 수밖에 없다. 삼성전자 역시 하반기 전망에서 글로벌 관세와 지정학적 불확실성 등 다양한 리스크가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런 상황에서 기업 내부의 성과 배분 갈등이 장기화하면 국가경제의 부담은 커진다. 한국경제는 지금 새로운 성장동력을 충분히 발굴하지 못한 채 반도체 의존도를 다시 키우고 있다. AI 반도체 호황은 분명한 기회지만 이것이 영구적 안전판은 아니다. 메모리 가격은 사이클을 탄다. HBM 경쟁은 기술과 수율, 고객 인증에서 매 분기 승부가 갈린다. 중국의 추격, 미국의 규제, 대만의 파운드리 우위, 일본의 소재·장비 부활까지 감안하면 한국 반도체 산업은 호황기일수록 더 냉정해야 한다. 노조도 이 현실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 노동의 몫을 키우는 일은 중요하다. 그러나 기업의 지속 가능성을 훼손하는 요구는 결국 노동의 기반도 약하게 만든다. 성과급은 권리의 언어만으로 풀 수 없다. 책임의 언어가 함께 있어야 한다. 회사도 마찬가지다. 고성과를 낸 직원들에게 ‘어렵다’는 말만 반복해서는 설득력이 없다. 성과급 산정 기준을 더 투명하게 공개하고, 사업부별 성과와 전사 기여를 어떻게 반영하는지 설명해야 한다. 불투명한 보상 체계는 언제든 불신을 낳고, 불신은 파업보다 더 오래가는 비용을 만든다. 노조와 회사가 같은 생각을 가질 필요는 없다. 노동은 노동의 권리를 말하고, 경영은 경영의 책임을 말해야 한다. 다만 그 다름이 기업의 존속과 국가경제의 기반을 무너뜨리는 충돌로 가서는 안 된다. 삼성전자 노사 합의는 끝이 아니라 시작이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성과급 제도의 투명성, 사업부별 기여도 반영, 장기 투자 재원 확보, 위기 시 고통 분담 원칙을 다시 세워야 한다. 성과가 클수록 배분의 원칙은 더 정교해야 한다. 호황일수록 미래 투자와 위험 대비를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 한국경제는 지금 운 좋게 AI 반도체 슈퍼사이클의 길목에 서 있다. 그러나 저출산, 잠재성장률 하락, 내수 부진, 대외 불확실성이라는 구조적 문제는 그대로다. 삼성전자 노사 갈등이 던지는 질문은 단순하다. 지금의 성과를 오늘 모두 나눌 것인가, 아니면 내일의 경쟁력을 위해 원칙 있게 나눌 것인가. 성과 배분은 필요하다. 하지만 국가경제의 기둥을 흔드는 방식이어서는 안 된다. 삼성전자 노사는 이번 합의를 계기로 ‘더 많이 가져가는 협상’이 아니라 ‘더 오래 살아남는 협상’의 모델을 만들어야 한다. 그것이 삼성전자에도, 노동자에게도, 한국경제에도 이롭다.
2026-05-21 09:0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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