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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쎄'로 버티고 '릴'로 넓혔다…KT&G, 전매기업서 글로벌 담배기업으로
[경제일보] 1883년 조선 후기 국영 연초제조소 순화국이 문을 열었다. KT&G가 공식 연혁의 시작으로 삼는 해다. 이후 국가가 담배와 인삼을 관리하는 전매사업을 기반으로 성장한 회사는 1952년 전매청, 1987년 한국전매공사를 거쳐 오늘날 KT&G가 됐다. 국가 전매사업을 기반으로 성장한 KT&G는 시장 개방과 민영화를 거치며 국내외 기업과 경쟁하는 회사로 전환했다. 1988년 국내 담배시장이 개방됐고 1997년 상법상 주식회사 전환, 1999년 증권거래소 상장을 거쳐 2002년 정부와 정부 출자은행이 보유한 민영화 대상 지분 매각이 마무리됐다. 같은 해 회사 이름도 한국담배인삼공사에서 KT&G로 바뀌었다. 이후 해외시장 공략을 본격화하며 2025년 기준 해외 궐련 사업 운영 국가를 140개국까지 넓혔다. KT&G가 택한 생존 방식은 바뀐 경쟁 환경에 맞춰 제품과 시장을 재편하는 것이었다. 외국계 담배회사가 국내에 들어오자 에쎄와 레종, 보헴 등 자체 브랜드를 키웠고 국내 담배 수요가 줄자 해외 판매를 확대했다. 담배 소비 방식이 궐련형 전자담배로 분화하자 2017년 '릴(lil)'을 내놓았다. 최근에는 국내에서 만든 제품을 수출하는 방식에서 나아가 해외 현지에서 직접 생산하고 판매하는 구조를 구축하고 있다. KT&G의 역사는 변화하는 소비와 경쟁 환경에 맞춰 사업 방향을 조정해온 기록이다. 시장 개방에는 브랜드로, 내수시장 성숙에는 수출로, 흡연 방식 변화에는 NGP(차세대 담배)로 대응했다. 이제 관건은 해외에서 확대된 외형을 안정적인 수익으로 전환할 수 있느냐다. 전매에서 브랜드 경쟁으로…'에쎄' 앞세운 시장 공략 KT&G 현대사의 첫 번째 변곡점은 1988년 담배시장 개방이다. 이전까지 국내 담배산업은 국가 전매체제 아래 운영됐지만 시장 개방 이후 글로벌 담배기업 제품이 국내에 본격적으로 들어왔다. 경쟁은 생산·공급 능력보다 브랜드와 제품 차별화, 마케팅 역량을 중심으로 전개됐다. KT&G는 제품을 세분화하며 대응했다. 대표적인 결과물이 1996년 출시한 초슬림 담배 '에쎄(ESSE)'다. 일반형 담배가 주류였던 당시 얇은 형태의 초슬림 제품으로 시장을 공략했고 이후 에쎄 라이트와 에쎄 원, 에쎄 체인지 등으로 제품군을 확대했다. 2013년에는 필터 속 캡슐을 이용해 맛을 바꿀 수 있는 초슬림 캡슐 담배 '에쎄 체인지'를 선보였다. 에쎄는 KT&G의 해외시장 공략을 이끈 대표 브랜드로 자리 잡았다. 2001년 중동과 러시아로 첫 수출된 이후 미주와 유럽, 동남아시아 등으로 판매 지역을 넓혔다. 해외 누적 판매량은 2012년 1000억 개비를 넘어선 데 이어 2016년 2000억 개비를 돌파했다. 에쎄를 앞세워 해외 판로를 넓히는 한편 국내에서는 시장 축소에도 점유율을 높이며 기반을 지켰다. KT&G 자료에 따르면 국내 궐련 총수요는 2023년 616억2000만 개비에서 2024년 591억9000만 개비, 2025년 561억5000만 개비로 감소했다. 반면 KT&G의 국내 궐련 점유율은 같은 기간 66%에서 66.7%, 67.3%로 꾸준히 상승했고 올해 상반기에는 67.9%를 기록했다. 시장 자체는 줄어들고 있지만 KT&G가 차지하는 비중은 오히려 커졌다. 국내 궐련에서 확보한 시장 지위를 유지하면서 다음 성장축은 해외와 NGP로 넓혀가는 모습이다. 다만 높은 시장점유율이 국내 사업의 성장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담배 소비 감소가 이어지면 점유율이 높아져도 판매량 자체는 줄어들 수 있다. 실제 KT&G의 국내 궐련 판매량은 2023년 406억6000만 개비에서 2024년 394억8000만 개비, 2025년 377억6000만 개비로 감소했다. 내수에서 확보한 시장 지위를 해외와 NGP 등 새로운 성장축의 성과로 연결하는 것이 중요해진 이유다. 궐련에서 NGP로…'릴' 앞세운 제품 전환 두 번째 시험은 소비 방식의 변화에서 왔다. 궐련형 전자담배가 국내에 등장하면서 기존 궐련 중심의 시장구조에 새로운 카테고리가 생겼다. KT&G는 2017년 독자 전자담배 플랫폼 '릴 솔리드'를 출시했고 1년 만에 누적 판매 100만대를 넘어섰다. 2018년에는 전용 스틱과 액상 카트리지를 함께 사용하는 '릴 하이브리드'를, 2022년에는 하나의 기기에서 여러 종류의 전용 스틱을 사용할 수 있는 '릴 에이블'을 선보였다. 올해 2월에는 예열·충전 시간을 줄인 '릴 에이블 3.0'을 추가했다. 제품 개발과 함께 해외 유통망 확보에도 나섰다. KT&G는 2020년 필립모리스인터내셔널(PMI)과 '릴'의 해외 판매를 위한 제품 공급계약을 체결하고 러시아·우크라이나·일본을 시작으로 해외 진출을 확대했다. 2023년에는 한국을 제외한 세계 시장에서 PMI가 KT&G의 NGP 제품을 판매하는 15년 장기계약을 맺으며 글로벌 유통 기반을 강화했다. 릴을 앞세운 NGP 사업 진출 국가는 2025년 기준 34개국까지 늘었다. 성과는 국내 시장점유율과 매출에서도 나타났다. 올해 상반기 KT&G의 국내 NGP 시장점유율은 48.2%를 기록했고 2분기 NGP 매출은 2427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23.8% 증가했다. KT&G는 지난 2월 출시한 '릴 에이블 3.0' 판매 확대와 고가 스틱 비중 증가가 매출 성장을 이끌었다고 설명했다. KT&G가 공략하는 NGP 영역도 넓어지고 있다. 회사는 궐련형 전자담배(HNB)에 더해 베이퍼와 경구용 니코틴까지 제품 포트폴리오를 확대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미국 알트리아와 함께 북유럽 니코틴 파우치 업체 ASF(Another Snus Factory)를 공동 인수하며 니코틴 파우치를 새로운 NGP 사업축으로 추가했다. 이는 궐련 수요 감소를 되돌리기보다 담배 소비의 제품 전환 흐름에 대응하는 전략에 가깝다. 기존 궐련에서 에쎄라는 세부 카테고리를 키웠던 것처럼 NGP에서도 디바이스와 스틱, 사용 방식에 따라 시장을 나누고 각각의 수요를 확보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NGP 역시 안정적인 성장이 보장된 시장은 아니다. 글로벌 담배업체들이 투자를 확대하며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 데다 국가마다 전자담배와 니코틴 제품에 적용하는 규제와 세금 체계도 다르다. 진출 국가가 늘어날수록 현지 규제에 맞춘 제품 개발과 인증, 생산·판매 방식 조정에 필요한 비용과 관리 부담도 커진다. 제품 경쟁력과 함께 국가별 제도 변화에 대응하는 역량이 NGP 사업의 성과를 좌우할 전망이다. 수출 넘어 현지 생산으로…글로벌 제조망 재편 KT&G의 글로벌 확장은 판매망 확대를 넘어 생산기지 재편으로 이어지고 있다. KT&G의 해외사업은 국내 생산 제품을 해외시장에 공급하는 수출 모델에서 출발했다. 이후 해외 판매가 확대되면서 현지 생산기지 구축에 나섰다. 2008년 튀르키예에 첫 해외 공장을 설립하며 현지 생산에 나섰고 2010년 러시아로 생산거점을 확대했다. 2011년에는 인도네시아 담배회사 트리삭티를 인수하며 현지 생산과 판매 기반을 동남아시아까지 넓혔다. KT&G는 해외 생산거점을 권역별 수요에 맞춰 운영하고 있다. 튀르키예 공장은 2025년 증설을 통해 연간 최대 120억 개비 생산능력을 갖추고 북아프리카와 중남미 시장을 겨냥한 핵심 생산거점으로 확대됐다. 같은 해 4월 준공한 카자흐스탄 신공장은 연간 45억 개비 생산능력을 바탕으로 유럽과 CIS(독립국가연합) 등 유라시아 시장 수요에 대응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인도네시아는 KT&G가 해외 최대 생산거점으로 육성하는 핵심 지역이다. KT&G는 기존 생산시설에 2·3공장을 추가해 연간 약 350억 개비의 생산능력을 갖춘다는 계획이다. 이 가운데 2·3공장의 생산능력은 연간 210억 개비 규모다. 신공장에서 생산되는 제품은 동남아시아 등 해외시장으로 수출해 인도네시아를 아시아·태평양과 중동 지역을 잇는 수출 거점으로 활용할 방침이다. 현지 생산 확대는 비용 효율과 시장 대응력을 높이기 위한 전략이다. 주요 수요처 인근에 생산거점을 두면 물류비와 관세 부담을 줄이고 시장 변화에 맞춰 생산량을 탄력적으로 조정할 수 있다. 현지 생산과 판매를 연계해 원가 경쟁력과 공급 효율을 높이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해외 매출 국내 추월…다음 평가 기준은 '수익성' 해외 궐련 사업은 매출 기준으로 이미 국내를 넘어섰다. 2025년 KT&G의 해외 궐련 매출은 1조8775억원으로 전년 대비 29.4% 증가하며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전체 궐련 매출에서 해외가 차지하는 비중은 54.1%로 처음 국내를 앞질렀다. 해외 궐련 판매량도 652억 개비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올해도 해외사업의 성장세는 이어지고 있다. 2분기 해외 궐련 매출은 557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8.9%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45.6% 늘었다. 해외 궐련과 NGP 성장에 힘입어 같은 기간 KT&G의 연결 매출은 1조7016억원, 영업이익은 4145억원으로 각각 9.9%, 18.5% 증가했다. 실적 개선에 따라 회사는 올해 매출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3~5%에서 5~7%로, 영업이익 성장률 전망치를 6~8%에서 10~13%로 상향 조정했다. 향후 관건은 해외 생산 확대를 안정적인 수익으로 연결하는 데 있다. 신규 공장 건설에는 대규모 투자가 필요한 데다 가동 이후에도 일정 수준 이상의 생산량을 확보해야 고정비 부담을 낮출 수 있다. 환율과 원재료 가격, 국가별 담배세·규제, 현지 유통환경 등 대외 변수도 수익성에 영향을 미친다. 생산거점과 판매 국가가 확대될수록 생산·재고·품질 관리에 필요한 운영 역량도 중요해질 전망이다. 특히 인도네시아와 카자흐스탄 등 신규 생산거점의 가동률과 수익성은 KT&G가 추진해온 글로벌 현지화 전략의 성과를 가늠할 주요 지표가 될 전망이다. 해외 궐련 매출이 국내를 넘어선 만큼 향후에는 판매량 확대뿐 아니라 현지 생산을 통해 안정적인 이익과 현금흐름을 확보하는 것이 더욱 중요해졌다. KT&G는 외형 확대보다 사업의 질을 증명해야 하는 단계에 들어섰다. 해외 생산과 NGP가 안정적인 수익원으로 자리 잡을 수 있는지가 향후 성장성을 좌우할 전망이다. 시장 변화에 맞춰 제품과 사업 방식을 바꿔온 KT&G가 확장의 성과를 이익으로 증명해야 할 시점이다. KT&G 관계자는 "국내 시장에서 약 68%의 점유율을 유지하면서 해외 사업을 확대할 수 있었던 기반은 제품 품질과 브랜드 경쟁력"이라며 "에쎄는 단일 수출 브랜드로 매출 1조원을 넘어섰고 전자담배 역시 PMI와의 전략적 파트너십을 활용해 릴의 해외 판로를 확대하는 동시에 직접 진출도 모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중장기적으로 글로벌 생산 포트폴리오를 재편하고 인도네시아 신공장 등 해외 생산거점 물량을 확대하고 있다"며 "현지 생산을 통해 원재료 조달과 인건비, 물류비·관세 등 제조원가를 절감하고 외형 성장과 수익성 개선을 함께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2026-08-27 18:1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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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전력망 선점"…HD현대일렉·효성重, 420kV 친환경 기술 경쟁
[경제일보] 유럽 전력망 시장을 둘러싼 HD현대일렉트릭과 효성중공업의 경쟁이 프랑스 파리에서 맞붙었다. 두 회사는 ‘CIGRE 파리 세션 2026’에서 나란히 420kV급 SF₆-Free 가스절연개폐장치(GIS)를 전면에 세웠다. 같은 전압대의 친환경 제품을 꺼냈지만 공략법은 다르다. HD현대일렉트릭이 인증과 공급 실적을 바탕으로 빠른 상용화에 무게를 둔다면, 효성중공업은 초고압 송전부터 데이터센터용 배전까지 묶은 ‘토털 솔루션’으로 시장을 넓히고 있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CIGRE 파리 세션은 지난 23일부터 오는 28일까지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다. 2024년 행사에는 99개국에서 1만1200명 이상의 전력산업 관계자가 참여할 예정이다. 양사가 유럽을 겨냥한 배경에는 대규모 전력망 투자가 있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2030년까지 전력망에 5840억 유로의 투자가 필요하다고 추산한다. 유럽 배전망의 약 40%가 가동 40년을 넘긴 데다 재생에너지 확대와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의 전력 수요 증가도 설비 교체·증설을 재촉하고 있다. 환경 규제도 시장을 바꾸고 있다. EU F-gas 규정은 2028년부터 52kV 초과 145kV 이하 고압 개폐장치에, 2032년부터는 145kV 초과 제품에 지구온난화지수(GWP) 1 이상인 절연·차단 매질 사용을 원칙적으로 제한한다. 일부 예외는 있지만 유럽 초고압 전력기기 시장에서 친환경 기술의 중요성이 커지는 이유다. HD현대일렉, PQ 통과 후 첫 수주 HD현대일렉트릭은 이번 전시에서 72.5kV와 145kV급 제품에 최근 시험을 마친 420kV급 ‘GREENTRIC 550SRE’를 추가했다. 현재 72.5·145·170·420 kV급 SF₆-Free GIS를 확보했으며, 앞으로 3년 안에 300·362 kV급까지 개발할 계획이다. 주요 전압대별로 친환경 GIS 라인업을 촘촘하게 구축하겠다는 전략이다. 유럽에서 먼저 쌓은 공급 경험도 앞세운다. 지난해 스웨덴 전력청으로부터 145kV SF₆-Free GIS를 국내 업체 최초로 수주한 뒤 핀란드에서도 14대를 추가로 수주했다. 영국 내셔널그리드와는 400kV·275kV급 초고압 변압기 13대 공급계약을 체결했다. 이번 420kV 제품도 개발 단계에서 유럽 송전망 운영사의 사전적격심사(PQ)를 통과한 상태다. HD현대일렉트릭 관계자는 “420kV급은 유럽 주요 송전망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핵심 전압대로, 국내 최초로 해당 제품을 개발해 친환경 전력기기 수요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경쟁력을 확보했다”며 “유럽 송전망 운영사의 PQ를 통과했고 현재 영국 주요 전력회사와 장기공급계약을 추진하고 있으며 연내 또는 내년 초 첫 수주가 목표”라고 했다. 이어 “향후 3년 내 300kV와 362kV급 제품까지 개발하고 친환경 절연유 변압기, 해상풍력용 특수 변압기 등 폭넓은 포트폴리오와 유럽 공급 레퍼런스를 바탕으로 경쟁력을 높일 것”이라고 했다. 효성중공업, GIS 넘어 HVDC·SST ‘토털 솔루션’ 효성중공업은 CIGRE에서 독자 기술로 개발한 420kV급 SF₆-Free GIS를 처음 공개했다. 여기에 전압형 초고압직류송전(HVDC), STATCOM, 데이터센터용 반도체변압기(SST), 친환경 절연유 변압기, AI 기반 전력설비 자산관리 플랫폼 ‘ARMOUR+’까지 함께 전시했다. 개별 기기보다 송·배전과 설비 관리를 아우르는 사업 역량을 보여주는 데 방점을 찍었다. 효성중공업도 기존 초고압 전력기기를 기반으로 유럽 시장에서 입지를 넓혀왔다. 지난해 12월 영국·스웨덴·스페인에서 초고압 변압기와 리액터 등 2300억원이 넘는 전력기기를 수주했다. 올해 상반기 신규 수주는 7조4987억원으로 지난해 연간 수주액에 육박했고, 연간 수주 목표도 기존 8조4000억원에서 12조원으로 높였다. 효성중공업 관계자는 “420kV급 초고압 GIS를 탄소 저감형으로 독자 개발했다는 점이 강점으로, 탄소중립을 중시하는 유럽 시장 수요에 대응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며 “구체적인 상용화 일정과 수주 목표는 아직 공개하기 어렵지만 현지 고객과의 협의와 시장 반응을 바탕으로 사업 기회를 확대할 계획”이라고 했다. 이어 “이번 전시는 개별 전력기기 공급을 넘어 GIS와 HVDC·STATCOM·SST, AI 기반 자산관리 플랫폼까지 아우르는 토털 솔루션 역량을 보여주는 데 의미가 있다”고 했다. 먼저 수주하는 HD, 넓게 묶는 효성 현재 공개된 내용만 놓고 보면 420kV GIS의 유럽 사업화 속도에서는 HD현대일렉트릭이 한 발 앞선 모습이다. PQ를 통과한 데 이어 영국 전력회사와 장기 계약을 논의하고 첫 수주 목표 시점까지 제시했다. 효성중공업은 제품을 이번 행사에서 처음 공개한 단계로, 구체적인 상용화 일정은 밝히지 않았다. 다만 이는 기술 자체의 우열보다는 현재 사업화 진척도의 차이로 보는 것이 적절하다. 반면 경쟁이 전력망 전체로 확대되면 구도는 달라진다. 재생에너지 비중이 높아지고 데이터센터가 늘어날수록 장거리 대용량 송전과 계통 안정화, 디지털 설비 관리 기술의 중요성도 커질 수밖에 없다. GIS뿐 아니라 HVDC·STATCOM·SST까지 한꺼번에 제시한 효성중공업이 ‘토털 솔루션’을 강조하는 이유다. 결국 승부는 전시장보다 실제 설치 현장에서 갈릴 전망이다. HD현대일렉트릭은 앞선 사업화 속도를 장기 공급 계약으로 연결해야 하고, 효성중공업은 폭넓은 기술 포트폴리오를 실제 패키지 수주로 증명해야 한다. EU의 환경 규제 강화와 대규모 전력망 투자가 이어지는 가운데 유럽 송전망 운영사의 검증을 넘어 반복 수주와 장기 운전 레퍼런스를 먼저 쌓는 회사가 유럽 시장 선점 경쟁에서 우위를 점할 것으로 보인다.
2026-08-26 17:1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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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2030년 555만대 판매·영업이익률 9% 이상…전동화·원가혁신 승부
[경제일보] 현대자동차가 오는 2030년 글로벌 판매 목표 555만대를 유지하면서 수익성 목표는 영업이익률 9% 이상으로 높였다. 하이브리드·주행거리 연장형 전기차(EREV) 등 전동화 라인업을 확대하고 원가 절감에 속도를 내 판매 성장과 수익성 개선을 동시에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26일 현대차에 따르면 회사는 이날 서울 여의도동 콘래드서울호텔에서 투자자와 애널리스트, 신용평가사 담당자 등을 대상으로 '2026 CEO 인베스터 데이'를 개최하고 중장기 사업 전략과 재무 계획을 공개했다. 현대차는 올해 상반기 하이브리드차(HEV) 판매가 36만3000대로 전년 동기 대비 18% 증가했고, 같은 기간 매출은 95조2000억원으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지정학적 불확실성과 중국 완성차 업체들의 경쟁 심화, 미국 관세 부담에도 HEV를 비롯한 전동화 차량 판매 확대를 통해 사업 기반을 유지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현대차는 2030년까지 완전 변경·부분 변경·파생 모델을 포함해 100개 이상의 신규 차종을 선보일 예정이다. 이 가운데 18개 이상은 기존에 판매 차종이 없었던 새로운 세그먼트에 투입되는 완전 신차가 될 전망이다. 범용 플랫폼을 활용해 글로벌 모델을 확대하고 지역별 수요에 맞춘 파생·특화 모델도 선보인다. 신차 확대에 맞춰 글로벌 생산능력도 2030년까지 127만대 늘린다. 지역별 증설 규모는 북미 50만대, 인도 32만대, 국내 20만대, 반조립(CKD) 생산 25만대다. 전동화 전략에서는 시장별 수요에 맞춰 HEV와 EREV, 전기차를 병행한다. 북미에서는 제네시스 GV80 하이브리드를 시작으로 2030년까지 HEV 신차 10종을 출시하고 HEV 판매 비중 50%를 달성한다. 내년 상반기에는 싼타페 EREV를 미국 시장에 투입한다. 유럽에서는 2030년 EV 판매를 42만대까지 확대한다. 지난해 유럽 EV 판매량 11만6000대의 약 4배 수준이다. 유럽 전용 전기차 아이오닉 3는 다음 달 출시하며 차세대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플레오스 커넥트'를 적용한다. 1회 충전 주행거리는 500㎞ 수준이다. 인도에서는 2030년까지 SUV 판매 비중을 80%로 높이고 현지 전략형 SUV를 추가한다. 같은 기간 부품 현지화율을 90% 이상으로 끌어올리고 수출 비중도 최대 30%까지 확대한다. 국내에서는 울산 EV 신공장을 제조혁신 거점으로 구축한다. AI 기반 품질 관리와 검사를 적용하고 첨단 생산기술 108개를 도입해 소프트웨어중심공장(SDF)으로 운영한다. 현대차의 첫 고유모델 포니를 양산했던 울산 1공장과 첫 모델 코티나를 반조립 생산했던 울산 4공장은 내년부터 재건축에 들어간다. 중국에서는 현지화 전략을 통해 판매 회복에 나선다. 올해 상반기 공개한 아이오닉 V에 이어 내년 소형 SUV EV와 준중형 EV·EREV 겸용 모델 등 2개 신차를 출시한다. 중국 법인은 중국 이외 지역을 포함한 판매량을 2030년까지 50만대 수준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유럽 시장도 확대한다. 올해 4분기 스페인에 진출하고 내년에는 오스트리아·덴마크·폴란드·포르투갈 등 4개국을 추가한다. 이후 인도와 아세안 시장으로 진출 범위를 넓혀 2030년까지 전 세계 40여개국에서 35만대 판매를 목표로 한다. 미래 사업에서는 자율주행과 로보틱스 사업화를 추진한다. 현대차는 올해 4분기 미국 조지아주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에서 생산한 아이오닉 5 기반 로보택시를 자율주행 기업 웨이모에 공급한다. 자율주행 합작법인 모셔널은 올해 말 아이오닉 5 로보택시 상용화를 추진하며 유럽과 아시아·태평양 지역으로 사업을 확대한다. 보스턴 다이내믹스와 진행하는 제조 AI 로보틱스 사업도 생산 현장 적용을 앞두고 있다. 현대차는 올해 6월 미국에 로봇 메타플랜트 응용센터(RMAC)를 열고 연말까지 부지를 현재의 10배 수준으로 확대한다. 이곳에서 제조용 AI 로봇을 실제 사업장과 유사한 환경에서 훈련하고 데이터를 수집해 기술을 검증한다. 2028년부터는 HMGMA에 산업용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를 배치할 계획이다. 자율주행 데이터 확보를 위한 사업도 진행한다. 올해 말 전남·광주특별시에 자율주행 AI '아트리아 AI'를 투입해 돌발 상황 데이터를 수집한다. 2028년에는 엔비디아와의 협업을 기반으로 첫 SDV 양산 모델에 레벨2 플러스 자율주행 기술을 적용한다. 이후 아트리아 AI를 양산차로 확대하고 레벨2 플러스부터 레벨4까지 자율주행 라인업을 구축한다. 2029년부터는 새만금 AI 데이터센터를 가동할 계획이다. 100㎿급 규모로 5만장 이상의 GPU를 수용할 수 있다. 현대차그룹은 양산차에서 축적한 주행 데이터와 자체 AI 기술, 데이터센터 인프라를 결합해 자율주행 기술 개발 속도를 높인다는 계획이다. 수익성 목표는 기존보다 상향했다. 현대차는 올해 영업이익률 가이던스 6.3~7.3%를 유지하는 한편 2030년 연결 기준 영업이익률 목표를 기존 8~9%에서 9% 이상으로 올렸다. 영업이익 총액도 기존 목표보다 11%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원가 경쟁력 확보를 위해 2030년까지 매출원가율을 기존 계획보다 3%포인트 낮춘다. 차량 전 주기 원가혁신으로 1.5%포인트, 재료비 절감으로 1%포인트, 부품 현지화로 0.5%포인트를 각각 줄이는 방식이다. 주주환원 정책도 제시했다. 총주주환원율은 35% 이상으로 유지하고 최소배당금은 1만원 이상으로 설정한다. 기존에 보유한 자사주는 임직원 보상 목적 물량을 제외하고 전량 소각한다. 호세 무뇨스 사장은 "현대차의 펀더멘탈(기초체력)은 그 어느 때보다 튼튼하다"며 "더 많은 모델을 출시하고, 더 많은 파워트레인 선택지를 고객에게 제공하며 신규 차급과 신규 시장에 공격적으로 진출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전략적 파트너십을 기반으로 미래 신기술을 발전시키고, 새로운 기회를 창출하며 로봇과 로보택시를 생산·배치하는 피지컬 인공지능(AI) 기업으로 거듭나겠다"고 했다.
2026-08-26 15:0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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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 18조원 투자보다 중요한 것…'AI로 얼마나 벌 것인가'
[경제일보] KT가 향후 5년간 18조원을 투입해 통신 중심 사업구조를 인공지능(AI) 중심으로 바꾼다. 정보보안·IT·네트워크 등에 12조원, AI 데이터센터(AIDC)와 해저케이블 등 AX 인프라에 6조원을 투자한다. AIDC 용량도 2031년까지 1GW를 추가 확보한다. 이제 시장이 주목하는 것은 투자액이 아니다. 이 돈을 투입해 얼마나 많은 고객을 확보하고 얼마의 이익을 만들어낼지가 핵심이다. KT는 최근 2028년 AX 매출을 2025년 대비 2배 이상으로 확대하고 연결 영업이익률 9%, 자기자본이익률(ROE) 9~10%를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비핵심·저효율 자산을 유동화하고 누적 1조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소각도 추진한다. 성장 투자와 수익성 개선, 주주환원을 동시에 달성하겠다는 전략이다. ◆ AX, 일단 ‘말’에서 ‘수주’로 넘어갔다 2분기 실적만 보면 KT의 전환 전략을 평가하기는 쉽지 않다. 연결 매출은 6조6799억원, 영업이익은 648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0.1%, 36.1% 감소했다. 지난해 대규모 분양이익에 따른 높은 기저와 고객 보답 프로그램, 개인정보 침해사고 관련 비용 등이 영향을 미쳤다. 다만 1분기와 비교하면 영업이익은 34.3% 증가했다. 눈여겨볼 대목은 AX다. 2분기 AX 매출은 금융권의 AI 도입 확대와 KT클라우드 성장에 힘입어 22.3% 증가했다. 상반기에만 금융권 AX 사업 22건을 수주했고, 국내 5대 시중은행 가운데 4곳의 AI 챗봇·상담봇 구축·운영에도 참여하고 있다. AI 기반 개발·운영체계(AIDLC)까지 사업 영역을 넓히면서 기업 고객의 실제 지출을 끌어내고 있다는 의미다. 다만 매출 증가율만으로는 부족하다. AX 사업이 기존 시스템통합(SI) 사업에 AI를 덧붙이는 수준에 머문다면 높은 성장률이 지속되기 어렵다. 금융권에서 확보한 레퍼런스를 공공·제조 등으로 확대하고 AI 모델, 클라우드, 보안, 데이터센터를 묶어 공급하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그래야 일회성 구축 매출을 반복적인 운영·서비스 매출로 전환할 수 있다. ◆ 1GW보다 중요한 건 ‘가동률’이다 AIDC는 KT 전략의 또 다른 승부처다. KT는 2031년까지 AIDC 용량 1GW와 해저케이블 용량 90Tbps를 추가 확보할 계획이다. 데이터센터를 AI 인프라의 핵심 축으로 삼고 클라우드와 네트워크를 결합해 기업 고객을 끌어들이겠다는 구상이다. 문제는 데이터센터가 대표적인 선투자 사업이라는 점이다. 전력과 냉각설비, GPU, 네트워크 등에 막대한 자본이 들어가지만 고객이 실제 용량을 사용하지 않으면 투자 회수는 늦어진다. 따라서 시장이 앞으로 확인해야 할 숫자는 ‘1GW’라는 총량보다 가동률과 장기 계약 고객, 매출 대비 이익률이다. 특히 KT는 통신망이라는 기존 인프라를 보유하고 있다는 점에서 경쟁사와 차별화할 여지가 있다. AIDC와 클라우드, 네트워크, 보안을 하나의 기업용 패키지로 제공하면 데이터센터 단독 사업보다 고객당 매출을 키울 수 있다. 반대로 데이터센터 증설 속도가 고객 확보보다 앞서면 감가상각과 운영비 부담이 커져 18조원 투자가 오히려 수익성을 압박할 가능성도 있다. ◆ 결국 18조원의 성패는 ‘현금’이다 주주환원 역시 AI 사업의 수익성과 떼어놓고 볼 수 없다. KT는 2028년 영업이익률 9%와 ROE 9~10%를 목표로 하면서 누적 1조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소각을 추진한다. 결국 대규모 투자와 주주환원을 동시에 지속하려면 본업과 AX에서 안정적인 현금창출력을 확보해야 한다. 하반기부터 KT를 평가하는 기준도 달라질 가능성이 높다. 지금까지는 통신 가입자와 배당을 중심으로 기업가치를 바라봤다면 앞으로는 AX 수주가 실제 매출로 얼마나 전환되는지, AIDC 고객이 얼마나 확보되는지, 그리고 AI 사업이 영업이익을 얼마나 끌어올리는지를 함께 봐야 한다. 18조원은 KT의 변화를 설명하는 숫자일 뿐이다. 1GW의 데이터센터를 짓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그 시설을 채울 고객이고, AX 매출을 두 배로 만드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그 매출이 실제 이익과 현금으로 남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다. KT의 하반기는 AI에 얼마나 투자했는지를 설명하는 시간이 아니라, AI로 얼마나 벌 수 있는지를 증명하는 시간이 될 전망이다. [아주경제 2026년 08월 25일자 13면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2026-08-25 09:5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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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S전선 구본규 리더십…'초고압·해저케이블' 날개 달고 2030년 매출 10조 목표
[경제일보] LS전선이 일반 전선 중심 사업에서 초고압·HVDC·해저케이블 등 고부가 전력 인프라 사업으로 영역을 넓히고 있다. 구본규 대표는 기존 전선 사업에서 축적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대형 전력망 프로젝트 수주와 해외 생산거점 확대에 힘을 싣고 있다. AI 데이터센터 확산과 재생에너지 발전 확대에 따라 전력망 투자 수요가 커지면서 북미를 중심으로 사업 기회도 늘고 있다. LS전선은 국내외 생산능력 확대와 해외 거점 확보를 통해 수주 기반을 넓히고 있지만, 대규모 선행 투자로 높아진 부채 부담과 수익성 관리는 풀어야 할 과제로 남았다. 초고압·HVDC 기술력 확보…대형 전력망 수주로 연결 LS전선은 전력·통신 케이블을 생산하며 국내 전선 시장에서 사업 기반을 확대해왔다. 이후 일반 전력케이블에서 초고압케이블로 기술 영역을 넓혔고, 장거리·대용량 송전에 적합한 HVDC 케이블까지 사업 범위를 확장했다. LS전선은 지난 2007년 세계에서 네 번째로 HVDC 케이블 개발에 성공하며 관련 사업에 본격적으로 진입했다. 구본규 대표가 LS전선의 경영 전면에 선 이후에는 이 같은 기술력을 해저케이블과 글로벌 전력 인프라 사업 확대로 연결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구 대표는 2024년 대표 취임 이후 해저케이블과 AI 데이터센터 전력 사업을 주요 성장 분야로 제시하고, 오는 2030년 매출 10조원 달성을 목표로 내걸었다. 해저케이블 생산능력 확대도 구 대표 체제에서 속도를 냈다. LS전선은 2024년 약 1000억원을 추가 투자해 동해 해저케이블 공장 5동 증설에 나섰고, 지난해 7월 준공했다. 이번 증설로 HVDC 해저케이블 생산능력은 기존 대비 4배 이상 확대됐다. LS전선은 해저케이블 제조와 시공을 연결하는 사업 구조도 강화했다. 구 대표는 2024년 LS마린솔루션 대표를 겸임하며 케이블 제조와 해상 시공 부문의 연계를 강화했다. LS마린솔루션의 해저케이블 포설 역량을 활용해 단순 케이블 공급을 넘어 프로젝트 수행 범위를 확대하는 방식이다. 현재 LS전선이 집중하는 분야는 초고압케이블과 HVDC, 해저케이블을 중심으로 한 전력 인프라다. AI 데이터센터 확대와 노후 전력망 교체가 진행되는 북미에서는 대규모 송전망 투자가 예상되는 만큼 고부가 케이블 수주를 확대할 여지가 커지고 있다. 사업 규모도 커지고 있다. LS전선의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은 7조5882억원, 영업이익은 2798억원으로 집계됐다. 2023년 매출 6조2171억원과 비교하면 2년 만에 외형이 약 22% 커졌다. 수주 기반도 확대됐다. 지난해 말 기준 수주잔액은 7조6300억원으로 전년 말보다 약 22% 증가하며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대형 전력망 프로젝트를 중심으로 수주 물량이 늘면서 향후 매출로 전환될 사업 기반도 확대되고 있다. 미국·아시아로 생산망 확대…높아진 재무 부담은 과제 LS전선은 국내에서 키운 고부가 전력케이블 사업을 해외 시장으로 확장하기 위해 현지 생산거점 확보에 나서고 있다. 미국에서는 버지니아주 체서피크시에 약 6억8100만달러를 투자해 해저케이블 공장 LS그린링크를 건설하고 있다. 공장은 2027년 하반기 완공, 2028년 1분기 상업 생산을 목표로 한다. 미국 내 생산기지를 확보해 현지 전력망과 해상풍력 프로젝트 수주에 대응하고 북미 시장에서 공급망 경쟁력을 높인다는 전략이다. 아시아 생산거점 확대도 추진하고 있다. LS전선과 LS에코에너지는 지난해 8월 베트남 국영 에너지기업 페트로베트남과 해저케이블 조인트벤처(JV) 설립을 위한 공동개발협약(JDA)을 체결했다. 양측은 베트남 서남부 푸미항에 해저케이블 공장과 전용 부두 건설을 검토하고 있으며, 인허가 절차와 투자 규모, 지분 구조 등을 협의하고 있다. 해외 생산거점 확대에는 상당한 자금이 필요하다. 해저케이블과 HVDC 사업은 대형 프로젝트 수주가 많은 만큼 생산설비와 관련 인프라를 확보해야 한다. 미국 공장 건설 등 해외 투자가 이어지면서 LS전선의 투자 부담도 커지고 있다. LS전선의 연결 기준 부채총계는 2021년 3조6915억원에서 작년 6조8467억원으로 85.5% 증가했다. 부채비율은 2024년 296.9%에서 2025년 317.5%로 높아졌으며, 올해 1분기 말에는 349.9%까지 상승했다. 총차입금도 작년 말 2조9666억원에서 올해 3월 말 3조6436억원으로 늘었다. 부채비율 상승에는 생산시설 투자에 따른 차입 증가 외에도 계약부채와 파생부채 증가 등이 영향을 미쳤다. LS전선이 대형 전력망 프로젝트를 수주하면서 받은 선수금이 계약부채로 반영됐고, 교환사채 발행 과정에서 발생한 파생부채와 전기동 가격·환율 변동에 따른 파생상품부채도 부채 규모에 영향을 줬다. 대규모 투자가 이어지는 만큼 재무 안정성을 관리하는 것도 과제로 남는다. 업계 관계자는 "해저케이블과 HVDC 사업은 대형 프로젝트를 중심으로 수주가 이뤄지는 만큼 생산설비 확대가 이어질 경우 자금 운용 부담이 추가로 커질 수 있다"며 "수주 규모를 확대하는 데 그치지 않고 고부가 제품 비중을 높여 수익성을 개선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고 했다. [아주경제 2026년 08월 20일자 13면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2026-08-20 09:1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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럭키크림서 배터리까지…'79년 전환 DNA' LG화학, 3대 엔진 가동
[경제일보] LG화학의 출발점은 거대한 석유화학 공장이 아니었다. 1947년 부산에서 만든 화장품 ‘럭키크림’이었다. 잘 팔리던 크림의 뚜껑이 쉽게 깨지자 창업주 구인회는 플라스틱에서 해법을 찾았다. 고객의 불편을 새로운 소재와 기술로 해결하려던 시도가 오늘날 LG화학으로 이어지는 시발점이 됐다. 락희화학공업사는 이후 플라스틱 빗과 비눗갑을 생산하며 소재기업으로 영역을 넓혔다. 생활용품을 팔던 회사가 제품을 구성하는 원료와 소재로 거슬러 올라가기 시작한 것이다. 이 같은 변화는 이후 79년 동안 되풀이됐다. 생활화학에서 플라스틱과 석유화학으로, 다시 전지와 정보전자소재·첨단소재·바이오로 주력 사업을 끊임없이 옮겼다. 석유화학 키우고, 배터리 준비한다 산업화가 본격화되면서 성장의 중심은 석유화학으로 이동했다. PVC와 ABS 등 합성수지 사업을 확대했고 여수 석유화학 단지를 중심으로 생산체계를 구축했다. 2000년대에는 LG대산유화와 LG석유화학을 잇달아 합병하며 석유화학의 수직계열화도 강화했다. 하지만 석유화학이 성장하는 동안 이미 다음 먹거리도 준비하고 있었다. LG화학은 1995년 2차전지 연구를 시작해 1997년 리튬이온전지 시제품을 만들었고, 1999년 국내 최초로 대량생산 체제를 구축했다. 외환위기로 상당수 기업이 투자를 접던 시기에도 연구를 이어간 결과였다. 이후 2009년에는 GM의 양산형 전기차 볼트에 배터리를 단독 공급하며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서 입지를 넓혔다. 배터리가 독자적인 대형 사업으로 성장하자 회사는 다시 구조를 바꿨다. 2020년 전지사업을 분할해 LG에너지솔루션을 출범시켰다. 완제품 배터리는 떨어져 나갔지만 LG화학은 양극재 등 핵심 소재를 남겼다. 2024년에는 GM과 2035년까지 50만톤 이상의 양극재를 공급하는 24조7000억원 규모 장기계약을 체결했다. 배터리를 직접 만드는 회사에서 배터리 성능을 좌우하는 소재를 공급하는 회사로 역할을 다시 바꾼 셈이다. 바이오도 새로운 축으로 편입했다. LG생명과학을 합병한 데 이어 2023년 미국 항암제 기업 AVEO를 인수하며 글로벌 항암 신약 시장으로 사업 영역을 넓혔다. 석유화학에 뿌리를 두면서도 성장산업이 등장할 때마다 축적한 기술과 자본을 새로운 시장으로 옮겨온 것이다. ‘전환의 DNA’가 이끈 컨버팅 LG화학은 올해 이 같은 사업 방식을 ‘기술이 강한 컨버팅(Converting) 회사’라는 비전으로 구체화했다. 다만 회사가 말하는 컨버팅은 단순히 업종을 바꾸거나 기존 사업을 신사업으로 대체한다는 의미와는 다르다. LG화학 관계자는 “고객과 시장, 기술이 변화하는 영역에서 회사가 보유한 모든 기술과 역량을 결집해 사업을 가장 빠르게 변화시키는 활동”이라며 “단순한 소재 공급자를 넘어 고객의 제품 성능과 제조 공정까지 함께 설계하는 ‘통합 솔루션 기업’으로 진화하겠다는 의미”라고 했다. 이어 “오랜 시간 축적한 원천 기술과 공정 노하우, 제품 기획·설계 단계부터 고객과 함께 맞춤형 기술과 공정 솔루션을 제안하는 역량이 경쟁력”이라며 “축적된 기술을 새로운 산업과 시장으로 빠르게 연결하는 기반이 된다”고 덧붙였다. 과거 럭키크림의 깨지는 뚜껑을 플라스틱으로 해결했던 방식과 맞닿아 있다. 고객이 원하는 제품을 단순히 공급하는 데서 멈추지 않고 문제를 기술로 해결한 뒤 그 기술을 새로운 시장으로 연결한다는 것이다. LG화학이 79년 동안 반복해 온 사업 방식에 ‘컨버팅’이라는 이름을 붙인 셈이다. LG화학 역시 공식적으로 컨버팅을 단순 사업 전환이 아닌 고객의 제품 성능과 제조 공정까지 함께 설계하는 전략으로 설명하고 있다. 석화의 LG에서 반도체·로봇·항암으로 다음 전환의 목적지도 구체화됐다. LG화학은 2035년까지 연구개발(R&D)에 15조원을 투입하고 이 가운데 70%를 반도체·인프라, 모빌리티·로봇, 항암 신약 등 3대 핵심 사업에 집중할 계획이다. 전통 화학사업 의존도를 낮추면서 기술 장벽과 성장성이 높은 사업으로 자원을 옮기겠다는 구상이다. 반도체·인프라에서는 AI 반도체 성장에 맞춰 첨단 패키징 소재를 집중 육성한다. 패키징용 접착제와 저유전·열관리 소재, 유리기판 등이 대상이다. 기존 PID·DAF·CCL 등 전자소재 경쟁력을 토대로 2030년 관련 사업을 매출 2조원 규모로 키우겠다는 목표다. 모빌리티는 전기차에서 로봇으로 영역을 넓힌다. 로봇 구조 소재와 정밀 구동·접합 소재를 개발하고 고객사와 공동개발을 통해 진입장벽을 높인다는 구상이다. 항암 신약에서는 글로벌 임상과 파트너십을 확대하는 동시에 기술이전과 인수합병(M&A)을 활용해 파이프라인의 사업화를 앞당긴다는 전략이다. 문제는 다음 사업을 키우는 동시에 회사를 성장시킨 석유화학의 체질도 바꿔야 한다는 점이다. 국내 석유화학 산업은 중국을 중심으로 한 대규모 증설과 수요 부진이 겹치면서 장기간 공급과잉에 시달리고 있다. 정부와 업계는 국내 NCC 생산능력을 연간 270만~370만톤, 전체의 최대 25%가량 줄이는 사업재편을 추진하고 있다. LG화학도 지난해 12월 정부에 석유화학 사업재편안을 제출했지만 세부 내용은 공개하지 않았다. LG화학은 국내 최대 에틸렌·프로필렌 생산업체인 만큼 석유화학 구조조정의 한복판에 있다. 결국 범용제품의 규모 경쟁보다 자동차·전자·반도체 등 고객 산업과 밀착된 고부가 제품으로 얼마나 빠르게 이동하느냐가 향후 경쟁력을 가를 가능성이 크다. LG화학은 한 가지 사업을 79년간 지켜온 회사라기보다 기술을 들고 성장하는 산업으로 계속 이동해 온 회사에 가깝다. 화장품에서 출발한 플라스틱 기술은 석유화학으로 이어졌고, 화학과 소재 기술은 배터리와 전자소재로 뻗었다. 이제 그 끝은 AI 반도체와 로봇, 항암 신약을 향하고 있다. 과거의 성공이 다음 전환까지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중국발 석유화학 공급과잉과 전기차 시장 변화 속에서 기존 사업을 재편하는 동시에 새로운 사업의 수익성을 증명해야 한다. LG화학이 말하는 ‘컨버팅’의 진짜 시험대도 여기다. 79년간 회사를 키운 전환의 DNA가 또 한 번 LG화학의 주력 사업을 바꿀 수 있을지가 승부처다. [아주경제 2026년 08월 20일자 13면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2026-08-20 09:1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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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비디아, 오픈AI 데이터센터에 150조원 보증…'순환금융' 논란 커진다
[경제일보] 엔비디아가 오픈AI의 초대형 데이터센터 구축에 최대 1050억달러(약 149조원) 규모의 보증을 제공한다. 단순한 장비 공급을 넘어 고객의 데이터센터 건설에 필요한 금융 위험까지 떠안는 방식이다. 엔비디아는 이를 ‘순환금융’이 아니라고 선을 그었지만, 고객의 장기 수요를 담보로 자금조달을 지원하고 그 대가로 자사 인공지능(AI) 가속기 공급을 사실상 확보한다는 점에서 시장의 시선은 엇갈리고 있다. 엔비디아는 17일(현지시간) 미국 오하이오주 파이크카운티에서 소프트뱅크 계열사인 SB에너지가 개발하는 ‘포츠파이크’ 데이터센터 캠퍼스와 관련해 최대 1050억달러 규모의 잔존가치 보증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오픈AI는 이 시설을 20년간 임차한다. 1단계는 4.25기가와트(GW) 규모로 2028년부터 2030년까지 단계적으로 가동될 예정이다. 전체 캠퍼스는 최대 8GW 규모로 확대될 수 있다. 구조를 뜯어보면 엔비디아의 역할이 상당히 크다. SB에너지는 데이터센터를 건설하고, 오픈AI는 장기간 임대료를 낸다. 엔비디아는 임대차 계약과 관련한 잔존가치를 보증하고 여기에 15억달러를 SB에너지에 직접 투자한다. 대신 엔비디아는 해당 데이터센터에 AI 가속기를 독점 공급한다. 데이터센터가 실제 가동되고 오픈AI가 임대료를 낼수록 엔비디아가 부담해야 할 잔여 위험도 줄어드는 구조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논란이 불거지자 직접 반박했다. 그는 “이것은 순환금융이 아니다”라며 오픈AI가 임대료를 지급하고 데이터센터 용량이 가동되면 엔비디아의 잔여 위험이 감소한다고 설명했다. 엔비디아 입장에서는 단순히 고객에게 돈을 빌려주는 것이 아니라 장기간 확실한 GPU 수요가 예상되는 곳에 공급망과 생산능력을 선제적으로 배치하는 것이라는 논리다. 하지만 시장이 주목하는 것은 자금의 방향보다 위험의 연결고리 다. 오픈AI가 데이터센터를 임차하고, 데이터센터 사업자는 금융기관에서 자금을 조달하며, 엔비디아는 오픈AI의 임대차 계약을 보증한다. 그리고 오픈AI가 필요로 하는 컴퓨팅 자원은 다시 엔비디아의 GPU로 채워진다. 전통적인 의미에서 돈이 한 바퀴 돌아 공급자에게 되돌아가는 순환금융은 아니더라도, 고객의 미래 수요가 공급자의 금융지원과 매출을 동시에 뒷받침하는 구조 라는 점에서 기존 반도체 사업과는 성격이 다르다. 특히 오픈AI처럼 비상장이고 전통적인 신용평가를 받는 방식이 제한적인 기업에게 엔비디아의 신용도가 금융 조달의 중요한 보강 수단이 될 수 있다는 점이 핵심이다. 엔비디아가 사실상 자신의 대차대조표를 활용해 오픈AI의 대규모 인프라 확장을 가능하게 만드는 셈이다. 반대로 엔비디아가 얻는 경제적 효과는 상당하다. 엔비디아는 오픈AI가 2030년까지 약 12GW 규모의 자사 컴퓨팅 자원을 도입하기로 했으며, 오하이오 프로젝트의 2단계까지 확대될 경우 약 16GW로 늘어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를 금액으로 환산하면 2030년까지 약 6000억달러(약 850조원) 규모의 엔비디아 컴퓨팅 수요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 회사 측 계산이다. 여기서 이번 거래의 본질이 드러난다. 엔비디아는 더 이상 GPU만 파는 기업이 아니다. GPU가 들어갈 데이터센터의 건설과 전력 확보, 자금조달까지 영향력을 확대하면서 AI 인프라 생태계 전체를 장악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실제 엔비디아는 최근 데이터센터와 컴퓨팅 인프라를 지원하기 위해 금융회사들과 5000억달러 이상의 신규 파트너십을 추진하는 등 자본 부담을 외부 투자자와 나누는 방식도 확대하고 있다. 전력도 변수다. 포츠파이크에는 데이터센터에 전력을 공급하기 위해 SB에너지가 최대 10GW 규모의 발전설비를 구축할 계획이며, 이 가운데 9.2GW는 천연가스 발전으로 추진된다. 미국 에너지부도 올해 3월 소프트뱅크와 SB에너지, 현지 전력회사와 함께 오하이오 지역에 10GW 규모의 신규 발전설비와 데이터센터를 구축하는 계획을 공개했다. 데이터센터를 짓는 것보다 전력과 송전망을 확보하는 것이 더 어려워진 AI 시대의 현실을 보여준다. 이 프로젝트가 주목받는 또 다른 이유는 텍사스 애빌린과 대비되기 때문이다. 오픈AI와 오라클은 올해 3월 애빌린 스타게이트 데이터센터의 추가 증설 계획을 철회했다. 자금조달 협상이 길어진 데다 오픈AI의 수요 전망이 바뀐 것이 영향을 미쳤다. 이후 미확보 용량을 메타가 임차하는 방안이 거론됐고, 엔비디아가 이 논의에 관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애빌린 사례가 AI 데이터센터의 수요 예측과 자금조달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보여줬다면, 오하이오는 그 문제를 엔비디아의 신용보강으로 풀어보려는 실험 에 가깝다. 막대한 초기 투자비를 데이터센터 사업자 혼자 감당하는 대신 GPU 공급자가 위험을 일부 나누고, 장기 임차인이 수요를 보장하는 구조다. 다만 이 방식이 AI 인프라 시장의 표준이 될지는 아직 미지수다. 가장 큰 위험은 오픈AI의 장기적인 현금흐름과 AI 컴퓨팅 수요다. 20년 임대계약이 체결됐다고 하더라도 AI 모델의 효율성이 크게 높아지거나 새로운 컴퓨팅 구조가 등장하면 현재 예상한 GPU 수요가 달라질 수 있다. 반대로 AI 수요가 예상보다 빠르게 증가한다면 엔비디아가 선점한 대규모 인프라가 막대한 매출 기반으로 돌아올 수 있다. 결국 이번 거래는 엔비디아가 AI 시대의 가장 중요한 병목인 컴퓨팅·전력·자본 을 동시에 확보하려는 전략으로 볼 수 있다. 과거 반도체 기업의 경쟁이 더 빠르고 비싼 칩을 만드는 데 있었다면, 이제는 그 칩이 들어갈 데이터센터와 전력, 그리고 이를 건설할 자금까지 누가 확보하느냐가 경쟁력이 되고 있다. 엔비디아가 이번 보증으로 실제 부담해야 할 금액은 최대 1050억달러 전체가 아니라 계약상 특정 조건이 발생했을 때의 잔존가치와 임대·전력 관련 위험에 한정된다. 그럼에도 단일 고객의 인프라에 이 정도 규모의 신용을 제공했다는 사실 자체가 AI 산업의 자본 구조가 얼마나 커졌는지를 보여준다. ‘순환금융인가 아닌가’보다 더 중요한 질문은 따로 있다. 오픈AI의 미래 수요를 믿고 엔비디아가 자신의 신용과 자본을 얼마나 더 투입할 것인가다. 이번 오하이오 프로젝트의 성패는 엔비디아가 단순한 GPU 공급자를 넘어 AI 인프라 금융의 핵심 플레이어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를 가늠하는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2026-08-18 14:45: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