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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B, 지역 청년의 '정착'을 담다…'위대한 삼촌' 시즌2 론칭
[경제일보] SK브로드밴드가 지역에 정착해 새로운 사업을 일군 청년들의 이야기를 담은 ‘위대한 삼촌: 로컬히어로의 탄생’ 시즌2를 선보인다. 지방소멸과 청년 취업난을 단순한 사회문제로 다루는 대신 지역을 직접 선택한 청년들의 창업과 정착 과정을 통해 지역에서 만들어지는 새로운 기회를 보여주는 데 초점을 맞췄다. SK브로드밴드는 베리미디어, 연합뉴스TV JOB과 공동 제작한 ‘위대한 삼촌: 로컬히어로의 탄생’ 시즌2를 24일 첫 방송한다고 밝혔다. 농촌·어촌·산촌을 뜻하는 ‘삼촌(三村)’을 제목에 담은 프로그램으로, 이번 시즌에는 지역을 기반으로 사업을 일군 청년 CEO 6팀의 이야기를 소개한다. 경남 고성에서는 타조를 활용한 체험형 관광을 추진하는 김현희 타조랜드 대표가, 경북 문경에서는 20년간 방치된 고택을 관광·문화공간으로 되살린 도원우·김이린 부부가 등장한다. 경북 상주에서는 K-펫푸드 수출에 도전하는 안은진 애니콩 대표의 사업 여정을 담는다. 제주 애월의 손인준 그린비즈 대표는 200만원으로 시작한 양봉 사업을 체험형 사업으로 키웠고, 경북 구미 김범석 휘록 대표는 엘크 사육을 기반으로 녹용 제품 개발에 나섰다. 제주 구좌에서는 파지 채소를 활용해 그래놀라를 만드는 안주희 열일체인지 대표의 이야기도 소개된다. 이들의 공통점은 지역의 자원이나 문제를 사업 기회로 바꿨다는 점이다. 단순한 성공담보다 창업 과정에서 겪은 고민과 시행착오, 지역에 정착하면서 마주한 현실을 담아 로컬 창업의 실제 모습을 보여준다는 게 프로그램의 특징이다. ◆ 시즌1보다 방송 시간 앞당기고 소재 넓혀 시즌2는 시즌1보다 방송 시간을 앞당겼다. 지난해 시즌1이 오후 3시30분에 방송됐다면 이번 시즌은 평일 오후 5시30분으로 편성했다. 내레이션은 시즌1의 남희석에 이어 아나운서 오영실이 새롭게 합류했다. 소재도 농축산업, 식품, 관광, 공간재생 등으로 넓혔다. 지역을 소개하는 데 그치지 않고 실제 지역에서 경제활동을 하는 사람들을 집중 조명해 지역채널의 콘텐츠 차별화를 꾀했다. SK브로드밴드는 지역채널을 활용한 여행·농촌체험 등 로컬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이번 프로그램 역시 지역의 사람과 사업을 콘텐츠로 보여주며 지역채널의 역할을 ‘지역 정보 전달’에서 지역의 이야기를 발굴하는 플랫폼으로 넓히려는 시도로 풀이된다. ‘위대한 삼촌: 로컬히어로의 탄생’ 시즌2는 10월 2일까지 평일 오후 5시30분 B tv 케이블 채널 1번 ‘ch B tv’와 리빙TV, 연합뉴스TV JOB 등에서 방송된다. 박인서 SK브로드밴드 케이블방송사업담당은 “지역 소멸과 청년 이탈, 취업난이 심화되는 현실 속에서 한줄기 희망을 찾고자 했다”며 “이들의 선택과 여정이 불확실한 미래를 살아가는 현대인에게도 울림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2026-08-24 14:5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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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진국은 국가 대개혁으로 완성된다
[경제일보] 국가의 선진화는 국민소득이나 수출액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경제가 성장하고 인공지능(AI) 기술이 발전하더라도 법이 공정하게 집행되지 않는다면 선진국이라 부르기 어렵다. 교육이 시대 변화에 뒤처지고 정치와 언론이 신뢰를 잃는다면 그 또한 선진국이 아니다. 이재명 정부가 출범 1년을 맞아 성장과 AI 국가전략을 제시했다면, 이제는 그 성과를 지속 가능하게 만들 국가 시스템의 대개혁에 나서야 한다. 대한민국은 산업화와 민주화를 동시에 이룬 나라다. 반도체와 자동차, 조선과 배터리, 문화산업에서 세계적인 경쟁력을 확보했다. 그러나 사회 내부를 들여다보면 법치에 대한 불신과 교육 격차, 저출산과 지방소멸, 정치적 양극화, 언론 신뢰 하락이 국가의 지속 가능성을 위협하고 있다. 경제 규모는 커졌지만 국가 운영의 기본질서는 그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가장 먼저 바로 세워야 할 것은 법치주의다. 법치는 강한 처벌을 뜻하지 않는다. 권력자와 일반 국민, 대기업과 중소기업, 여당과 야당에 같은 기준을 적용하는 것이 법치의 본질이다. 수사와 재판이 정치적 이해에 따라 흔들린다는 인식이 퍼지면 어떤 개혁도 국민적 동의를 얻기 어렵다. 수사기관 개편도 기관의 권한을 나누는 데 그쳐서는 안 된다. 검찰과 경찰, 중대범죄수사기관과 공소기관 사이의 책임선을 분명히 하고 부실 수사를 바로잡을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권한 남용은 통제하되 범죄 피해자가 기관 간 떠넘기기의 희생자가 돼서는 안 된다. 사법개혁의 성적표는 조직을 몇 개 만들고 없앴는지가 아니라 억울한 사람을 줄이고 범죄에 더 정확하게 대응했는지로 평가해야 한다. 법치는 정부와 공공기관에도 엄격하게 적용돼야 한다. 잘못된 정책과 행정 오류를 감추지 않고 기록과 과정을 공개하는 문화가 필요하다. 독립기관의 독립성도 외부 감시를 피할 권리가 아니다. 정치권의 부당한 압력에서 벗어나 법과 절차를 지킬 책임이다. 기본적인 절차와 상식이 무너지면 국민은 결과가 옳더라도 국가를 신뢰하지 않는다. 교육개혁은 국가 대개혁의 두 번째 축이다. AI 시대에는 지식을 얼마나 많이 외웠는가보다 새로운 문제를 정의하고 기술을 활용해 해결하는 능력이 중요하다. 정부는 AI 보편교육과 지방대학 육성을 2026년 교육정책의 주요 과제로 제시했고, 전문대학과 지역 산업을 연결하는 AI·디지털 전환 교육도 확대하고 있다. 모든 대학생을 위한 AI 기본교육과정과 초·중등 AI 중점학교도 늘리고 있다. 방향은 맞지만 숫자 확대만으로 교육혁신이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 AI 교육을 몇 시간 이수했는지, 교육과정을 몇 개 만들었는지가 중요한 게 아니다. 학생이 AI를 비판적으로 활용하고 산업현장에서 실질적인 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 고급 연구자와 현장 엔지니어, 일반 시민의 교육 목표를 구분하고 교사의 역량도 함께 높여야 한다. 교육부가 2029년까지 AI 교육 담당 교원 1만명 연수를 추진하는 것도 이런 점에서 의미가 있다. 교육개혁은 입시제도 몇 가지를 바꾸는 수준을 넘어야 한다. 대학 서열과 수도권 집중, 학령인구 감소, 산업 수요와 교육과정의 불일치를 동시에 풀어야 한다. 지역 대학을 지역 산업·연구기관·기업의 중심으로 키우고 학생이 지역에서 배우고 취업하고 창업하는 경로를 만들어야 한다. 지방대학이 무너지면 지역의 청년과 기업, 의료와 문화도 함께 사라진다. 저출산과 지방소멸 대응도 현금 지원 중심에서 벗어나야 한다. 아이를 낳지 않는 이유는 출산지원금이 부족해서만이 아니다. 안정적인 일자리와 주거, 돌봄과 교육, 경력 단절에 대한 두려움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지방을 떠나는 이유도 애향심 부족이 아니라 일자리와 교육·의료·문화 기회의 격차 때문이다. 정부는 인구감소지역에 대한 세제 지원과 지역 성장거점 조성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지방에 건물과 보조금만 내려보내서는 사람이 남지 않는다. 지역별 주력산업과 대학, 금융, 교통, 의료를 묶어 생활과 일자리가 함께 유지되는 생태계를 만들어야 한다. 저출산 정책 역시 부처별 사업을 나열하는 방식에서 벗어나야 한다. 주거와 고용, 보육과 교육을 하나의 생애주기 정책으로 묶고 정책 효과를 냉정하게 평가해야 한다. 효과가 낮은 사업은 정리하고 일·가정 양립과 주거 안정처럼 실제 출산 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분야에 자원을 집중해야 한다. 언론개혁의 핵심은 통제가 아니라 신뢰 회복이다. 허위정보와 조작 콘텐츠, AI 딥페이크가 빠르게 확산하면서 가짜뉴스 대응의 필요성은 커지고 있다. 그러나 정부나 정치권이 진실과 거짓을 직접 판정하는 방식은 표현의 자유를 훼손하고 비판 언론을 위축시킬 수 있다. 가짜뉴스에 대한 가장 강한 대응은 신속한 팩트체크와 투명한 정보 공개, 정정 보도의 실효성 강화다. 플랫폼에는 조작 콘텐츠의 표시와 확산 경로 공개, 광고 수익 제한 등의 책임을 부과할 수 있다. 언론사도 오보를 작게 정정하고 자극적인 제목으로 클릭만 늘리는 관행에서 벗어나야 한다. 언론의 자유는 오보의 자유가 아니며, 신뢰를 잃은 언론은 권력을 감시할 힘도 잃는다. 정치개혁은 모든 개혁의 출발점이자 종착점이다. 여야가 상대를 국정의 경쟁자가 아니라 제거해야 할 적으로 여기는 정치에서는 장기적인 국가전략이 나올 수 없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교육과 부동산, 에너지와 산업정책이 뒤집히면 기업과 국민은 미래를 계획할 수 없다. 협치는 야당의 요구를 모두 받아들이는 것도, 여당의 국정과제를 무조건 통과시키는 것도 아니다. 국가적 과제에는 최소한의 장기 합의를 만들고 쟁점 법안은 충분한 숙의와 검증을 거치는 것이다. 국회의 속도가 느린 것은 문제지만 다수 의석을 앞세워 토론을 생략하는 것도 민주주의의 효율이라 할 수 없다. 집권당은 야당보다 더 무거운 책임을 져야 한다. 지지층에게 박수받는 선명한 구호보다 실행 가능한 정책과 결과를 보여줘야 한다. 야당도 반대를 위한 반대에서 벗어나 재원과 실행계획을 갖춘 대안을 내놓아야 한다. 협치는 양보의 다른 이름이 아니라 국가적 손실을 줄이는 정치 기술이다. 국가 대개혁의 바탕에는 기본원칙과 상식의 회복이 있어야 한다. 잘못했으면 인정하고, 약속했으면 지키며, 공적 권한을 사익에 사용하지 않는 것은 거창한 개혁이 아니다. 그러나 이런 기본이 무너졌기 때문에 국민은 정치와 행정, 사법과 언론을 불신한다. <논어>에는 “백성의 신뢰가 없으면 나라가 설 수 없다”는 뜻의 ‘무신불립(無信不立)’이 나온다. 국가 경쟁력의 가장 깊은 뿌리는 기술도 자본도 아닌 신뢰다. 법이 공정하다는 신뢰, 노력하면 기회를 얻는다는 신뢰, 정부와 언론이 사실을 숨기지 않는다는 신뢰, 정치가 최소한의 약속은 지킨다는 신뢰가 있어야 국민이 미래를 위해 투자하고 협력한다. 이재명 정부의 남은 임기가 경제성장률 몇 프로 성장만으로 평가돼선 안된다. 법치와 교육, 인구와 지역, 언론과 정치의 낡은 구조를 얼마나 바꿨는지가 더 오래 남는 성적표가 될 것이다. 개혁은 구호가 아니라 이해관계를 조정하고 결과에 책임지는 인고의 과정이다. 이재명 정부의 남은 임기는 경제성장률 몇 퍼센트만으로 평가돼서는 안 된다. 법치와 교육, 인구와 지역, 언론과 정치의 낡은 구조를 얼마나 바꿨는지가 더 오래 남는 성적표가 될 것이다. 개혁은 구호를 외치는 일이 아니라 저항을 설득하고 이해관계를 조정하며 결과에 책임지는 일이다. 선진국은 잘사는 나라를 넘어 시스템을 믿을 수 있는 나라다. 교육이 미래의 기회를 만들고 법이 누구에게나 공정하며, 언론이 사실을 지키고 정치가 차이를 조정할 때 대한민국은 비로소 완성된 선진국으로 나아갈 수 있다. 이재명 정부는 이제 국가 대개혁의 청사진과 우선순위, 실행 일정을 국민 앞에 제시해야 한다. 성장과 AI 전략의 성공도 결국 기본과 원칙, 상식이 살아 있는 국가에서만 가능하다.
2026-08-06 15:5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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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 셈법만 바꾸는 개헌, 국민은 왜 찬성해야 하나
[경제일보] 개헌 논의가 다시 출발선에 섰다. 조정식 국회의장은 28일 여야가 참여하는 국회 개헌특별위원회를 구성해 2027년 개헌 논의를 본궤도에 올리고, 22대 국회 임기 안에 제10차 개헌을 마무리하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1987년 헌법 이후 39년 만에 국가의 기본 설계도를 다시 그리자는 제안이다. 하지만 개헌의 첫 장면부터 국민의 삶은 보이지 않았다. 국회의장이 현직 대통령의 연임 가능성을 “국민 선택의 문제”라고 언급하자 정치권의 관심은 순식간에 대통령 임기로 쏠렸다. 논란이 커지자 조 의장은 29일 “현직 대통령의 연임은 개헌 논의 대상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현행 헌법 제128조 2항은 대통령의 임기 연장이나 중임 변경을 위한 개헌이 제안 당시 대통령에게는 효력이 없다고 명시하고 있다. 법문이 분명한 문제를 둘러싸고 하루 동안 정치권 전체가 소모전을 벌인 셈이다. 이 장면은 앞으로 개헌 논의가 어디에서 실패할지를 미리 보여준다. 대통령을 5년 단임으로 둘지, 4년 연임으로 바꿀지, 총리에게 얼마나 권한을 나눌지는 물론 중요하다. 대통령의 계엄 선포권을 어떻게 통제하고 국회·정부·사법기관 사이의 견제 장치를 어떻게 보완할지도 더 미룰 수 없는 과제다. 조 의장도 권력구조 개편과 계엄권 제한, 선거관리 개혁 등을 주요 의제로 제시했다. 다만 그것이 개헌의 전부라면 국민은 다시 묻게 된다. 대통령 임기와 국회의 권한을 조정하는 일이 내 월급과 집값, 아이의 미래와 지역의 소멸, 플랫폼 노동과 개인정보 침해를 어떻게 바꾸느냐고 말이다. 이 질문에 답하지 못하는 개헌은 정치인들끼리 권력의 방 크기를 다시 재는 공사로 보일 수밖에 없다. 1987년 헌법은 위대한 민주화의 성취였다. 대통령 직선제를 되찾고 헌법재판소를 설치했고, 국가권력에 맞서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지키는 토대를 세웠다. 하지만 그 헌법이 만들어진 시절에는 스마트폰도, 생성형 인공지능도, 플랫폼 노동도 없었다. 기후위기는 먼 미래의 환경문제로 여겨졌고, 지방소멸과 초고령사회라는 말도 익숙하지 않았다. 헌법은 낡았기 때문에 고쳐야 하는 것이 아니다. 국민의 삶이 헌법의 언어보다 훨씬 앞으로 나아갔기 때문에 보완해야 한다. 먼저 디지털 시대의 기본권을 논의해야 한다. 인공지능이 채용과 대출, 보험과 행정처분에 영향을 미치고, 개인의 행동과 취향이 데이터로 축적되는 사회에서 인간의 존엄과 사생활의 자유를 과거의 문장만으로 충분히 지키기 어렵다. 현행 헌법에는 개인정보 자기결정권과 알고리즘에 의한 차별, 자동화된 결정에 대한 설명 요구권을 직접 규정한 조항이 없다. 학계에서도 디지털 정보의 활용과 개인의 결정권 사이에 새로운 헌법적 기준이 필요하다는 논의가 이어지고 있다. 기후위기와 미래세대의 권리도 헌법의 중심 의제가 돼야 한다. 헌법재판소는 2024년 정부가 2031년 이후 온실가스 감축 경로를 제대로 제시하지 않은 것은 국민의 기본권 보호 의무에 어긋난다며 탄소중립기본법에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현재 세대가 편익을 누리고 미래세대에 위험과 비용을 넘겨서는 안 된다는 원칙이 헌법적 판단으로 확인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헌 논의가 대통령 임기에만 머문다면 정치는 이미 헌법재판소가 던진 질문보다 뒤처지는 셈이다. 환경권을 국가의 추상적 노력 의무로 남겨둘 것인지, 기후위기로부터 안전하게 살아갈 권리와 미래세대에 대한 국가의 책임을 더 구체적으로 담을 것인지 논의해야 한다. 국가의 백년대계를 말하면서 다음 선거의 권력 배분만 따지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지방분권도 더 이상 부속 의제가 아니다. 현행 헌법의 지방자치 장은 제117조와 제118조 두 조문으로 구성돼 있고, 자치의 구체적인 범위를 대부분 법률에 맡기고 있다. 국회와 지방자치 분야의 연구에서는 주민자치권의 기본권화, 보충성 원칙, 자치입법권과 자치재정권의 강화를 개헌 과제로 제시한다. 지역이 스스로 산업과 교육, 의료와 교통정책을 설계하지 못한 채 중앙정부의 예산 배분만 기다리는 구조로는 지방소멸을 막기 어렵다. 수도권 집중을 걱정하면서 모든 결정권과 세원을 중앙에 붙들어 두는 것은 병의 원인을 그대로 둔 채 해마다 진통제만 처방하는 것과 같다. 지방분권 개헌은 지방 정치인을 위한 권한 확대가 아니라, 국민이 사는 곳에 따라 삶의 기회를 차별받지 않게 하는 기본권의 문제다. 노동과 돌봄의 변화도 담아야 한다. 현행 헌법이 상정한 노동자는 일정한 사업장에서 사용자와 근로계약을 맺는 전통적인 노동자에 가깝다. 하지만 오늘의 국민은 플랫폼을 통해 일하고, 여러 직업을 오가며, 가족의 돌봄과 생계를 동시에 감당한다. 고용 형태가 달라졌다는 이유로 사회보험과 노동권의 바깥으로 밀려나지 않도록 새로운 사회권의 원칙을 세울 필요가 있다. 초고령사회에서 돌봄을 가족만의 책임으로 남길 것인지도 헌법적 토론의 대상이다. 개헌 과정도 달라져야 한다. 헌법개정안은 국회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을 거친 뒤 국민투표에서 선거권자 과반수가 투표하고, 투표자 과반수가 찬성해야 확정된다. 결국 정치권의 합의만으로는 한 글자도 바꿀 수 없다. 국민이 개헌의 필요성을 자기 삶의 문제로 받아들여야만 문턱을 넘을 수 있다. 조 의장이 국민 참여용 디지털 플랫폼을 구축하겠다고 밝힌 것은 그래서 의미가 있다. 다만 국민 참여가 정치권이 만든 초안을 설명하고 찬반을 묻는 절차에 그쳐서는 안 된다. 개헌 의제를 정하는 단계부터 시민과 전문가, 청년과 노동자, 장애인과 지역 주민, 미래세대의 목소리가 들어가야 한다. 숙의 없는 국민투표는 선택처럼 보이지만 사실상 승인 절차에 불과하다. 맹자 ‘진심 하’에는 “백성이 가장 귀하고, 사직이 그다음이며, 임금은 가볍다(民爲貴 社稷次之 君爲輕)”는 말이 나온다. 헌법 역시 대통령과 국회의 권한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국민의 존엄과 자유, 안전과 행복을 지키기 위해 권력이 어디까지 행사될 수 있는지를 정한 약속이다. 권력구조 개편을 피하자는 이야기가 아니다.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를 줄이고, 행정부와 국회가 협력하면서도 서로 견제할 수 있는 체제를 찾아야 한다. 비상권한이 민주주의를 무너뜨리는 도구로 악용되지 않도록 안전장치도 강화해야 한다. 다만 권력구조는 개헌의 한 장이지 표지와 본문 전체가 아니다. 정치권이 대통령의 임기와 권한 배분부터 앞세우는 순간 국민은 개헌을 현직 권력과 차기 권력 사이의 거래로 의심한다. 그 의심을 탓할 수 없다. 대한민국의 개헌사는 권력을 연장하거나 통치구조를 바꾸려는 정치적 계산과 자주 얽혀 있었다. 이번 개헌이 다르다는 것을 증명하려면 정치가 먼저 권력의 셈법에서 벗어나야 한다. 국민이 찬성할 개헌은 대통령이 한 번 더 출마할 수 있는지를 정하는 헌법이 아니다. 내 정보가 인공지능에 함부로 이용되지 않고, 어느 지역에 살든 교육과 의료의 기회를 누리며, 기후재난의 비용을 아이들에게 떠넘기지 않고, 어떤 형태로 일하든 인간다운 삶을 보장받는 헌법이다. 대통령 임기만 고치기 위해 국민을 투표장으로 부르는 개헌은 성공하기 어렵다. 국민의 삶을 고치는 개헌이어야 국민이 움직인다. 권력의 자리를 다시 배치하는 데 그치지 않고, 앞으로 40년을 살아갈 시민의 권리와 국가의 책임을 새로 쓰는 것. 그것이 10차 개헌이 국민을 설득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
2026-07-29 10:4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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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H농협금융 65년 역사…농업은행 뿌리서 600조 종합금융그룹으로
NH농협금융그룹의 역사는 한국 농업금융과 지역금융의 성장사와 맞닿아 있다. 법인으로서의 NH농협금융지주는 2012년 3월 농협중앙회의 신용사업과 경제사업이 분리되면서 출범했다. 그러나 뿌리는 1961년 8월 농업은행과 구 농업협동조합이 통합되며 만들어진 종합농협 체제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1960년대 한국 경제에서 농업은 국민 생계와 식량안보를 떠받치는 기반이었다. 그러나 제도권 금융은 도시와 기업에 가까웠고, 농민의 금융 접근성은 제한적이었다. 농협 신용사업은 이 빈틈에서 시작됐다. 영농자금과 생활자금을 공급하고, 농민의 저축을 모으고, 농산물 유통과 구매사업을 금융으로 뒷받침하는 것이 초기 농협 금융의 역할이었다. 농협금융의 DNA는 그래서 일반 금융그룹과 다르다. 수익성만으로 설명되지 않는 공공성, 대도시보다 농촌과 지역에 먼저 뿌리내린 현장성, 고객을 단순한 예금자나 차주가 아니라 조합원과 지역 공동체의 일원으로 보는 협동조합 정신이 출발점이었다. ◆농업금융에서 생활금융으로…전국망이 만든 기초체력 1961년 농업은행과 구 농협이 통합되면서 농협은 단순한 금융기관을 넘어 농업 생산, 유통, 구매, 지도, 공제 기능을 함께 수행하는 조직으로 성장했다. 이 시기 농협 금융의 핵심은 접근성이었다. 도시의 대형 은행 점포가 닿지 않는 곳에서도 농협은 예금, 대출, 송금, 공제 업무를 맡았다. 봄에는 영농자금, 가을에는 수확과 출하대금, 겨울에는 생활자금과 다음 해 준비자금이 농협 창구를 거쳐 갔다. 2000년 통합농협 출범은 또 하나의 변곡점이었다. 농협중앙회, 축협중앙회, 인삼협중앙회가 통합되면서 농업·축산·인삼 부문을 아우르는 통합 조직이 만들어졌다. 이는 농협 금융의 고객 기반과 사업 영역을 넓히는 계기가 됐다. 농업금융이라는 뿌리는 유지하되 축산, 식품, 유통, 지역경제와 연결된 종합 금융 수요를 흡수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된 것이다. ◆2012년 금융지주 출범…순익 4514억에서 시작한 그룹화 결정적 전환점은 2012년이었다. 농협중앙회의 신용사업과 경제사업이 분리되면서 NH농협금융지주가 공식 출범했다. 협동조합 금융이 본격적인 금융그룹 체제로 들어선 사건이었다. 과거 종합농협 체제에서 금융은 농업·경제사업을 뒷받침하는 축이었다면, 2012년 이후 농협금융은 은행·증권·보험·자산운용을 아우르는 독립 금융그룹으로 경쟁력을 증명해야 했다. 출범 당시 체급은 지금과 달랐다. 2012년 농협금융의 총자산은 약 240조원, 연결 당기순이익은 4514억원 수준이었다. 농협은행과 보험 계열이 중심이었고, 자본시장과 비은행 포트폴리오는 지금처럼 두텁지 않았다. 이후 NH농협금융은 NH농협은행을 중심으로 NH투자증권, NH농협생명, NH농협손해보험, NH-Amundi자산운용, NH농협캐피탈, NH저축은행, NH벤처투자 등으로 포트폴리오를 넓혔다. 특히 2014년 우리투자증권 인수는 체질을 바꾼 사건이었다. 은행·보험 중심이던 포트폴리오에 대형 증권사가 더해지면서 농협금융은 자본시장 역량을 확보했다. ◆순익 5.6배·자산 2.5배 성장…숫자로 드러난 변화 농협금융의 성장은 숫자로 보면 더 분명하다. 2012년 출범 직후 4514억원이던 연결 당기순이익은 2025년 2조5112억원으로 늘었다. 단순 비교하면 13년 만에 약 5.6배 성장한 셈이다. 총자산도 출범 당시 약 240조원에서 2025년 말 602조8000억원으로 불어났다. 규모는 약 2.5배 커졌다. 이는 단순한 외형 성장만은 아니다. 출범 초기 농협금융은 은행과 보험 의존도가 컸다. 현재는 은행이 중심을 잡되 증권, 보험, 캐피탈, 자산운용이 그룹 실적을 함께 떠받치는 구조로 바뀌고 있다. 2025년 실적은 이 변화를 잘 보여준다. NH농협금융은 연결 기준 당기순이익 2조5112억원을 기록했다. 계열사별로는 NH농협은행이 1조8140억원의 순이익을 내며 여전히 그룹의 중심축 역할을 했다. NH투자증권은 1조316억원의 순이익을 올리며 연간 순이익 1조원대에 올라섰다. 은행이 기초체력을 맡고, 증권이 성장성을 보태는 구조가 강화된 것이다. 수익 구조도 달라지고 있다. 2025년 농협금융의 비이자이익은 전년보다 26.4% 증가했다. 시장금리 하락과 순이자마진 압박 속에서 유가증권 운용손익, 인수자문, 위탁중개수수료 등 비은행·비이자 부문이 실적을 방어했다. 농협금융을 다른 금융지주와 구별하는 대목은 농업·농촌에 대한 환원 구조다. NH농협금융은 2025년 농업지원사업비 6503억원을 부담했고, 사회공헌금액도 2762억원을 집행했다. 일반 금융지주의 사회공헌이 선택적 활동에 가깝다면, 농협금융의 농업지원은 정체성의 문제다. 농협금융의 이익은 주주와 고객만이 아니라 농업·농촌과도 연결돼 있다. ◆생산적 금융·AI·지역금융이 다음 성장판 농협금융의 다음 성장전략은 세 갈래로 압축된다. 먼저 생산적 금융이다. 농협금융은 농업·농식품 산업, 지역 중소기업, 신성장 산업, 청년 창업, 지역 인프라에 자금을 공급하는 방향으로 무게중심을 옮기고 있다. 둘째는 디지털·AI 전환이다. 금융 경쟁은 점포망의 싸움에서 데이터와 플랫폼의 싸움으로 이동했다. 농협금융도 은행의 모바일 플랫폼, 증권의 디지털 자산관리, 보험의 비대면 보장분석, 캐피탈의 자동심사, 자산운용의 투자 솔루션을 하나의 고객 경험으로 묶어야 한다. 셋째는 지역금융의 재정의다. 지방소멸과 농촌 고령화는 농협금융에 위기이자 기회다. 전통적 고객 기반은 약해질 수 있지만 지역 재생, 스마트농업, 농식품 수출, 귀농·귀촌, 로컬 창업, 에너지 전환과 결합한 금융 수요는 새롭게 생긴다. 농협금융이 지역을 단순한 영업권역이 아니라 성장 생태계로 바라본다면 지방금융의 새 모델을 만들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농협금융은 농업과 지역, 협동조합의 DNA를 갖고 있다”며 “과거 농촌의 금융 울타리였던 농협금융이 앞으로 대한민국 지역경제와 미래 산업의 성장판을 여는 금융 플랫폼으로 진화할 수 있느냐가 NH농협금융 앞에 놓인 과제다”라고 말했다. [아주경제 2026년 06월 16일자 15면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2026-06-16 08:5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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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협, 포용금융 15조+α 확대…'농업금융 DNA'로 이재명 정부 금융기조 화답
[경제일보] 농협이 이재명 정부의 포용금융·생산적금융 확대 기조에 발맞춰 대규모 금융지원에 나선다. 올해 총 8876억원 규모의 장기연체채권을 소각·감면하고, 향후 5년간 15조원 이상을 서민·농업인·취약계층에 공급하기로 했다. 단순한 일회성 채무조정이 아니라 은행, 증권, 캐피탈, 저축은행, 전국 농축협, 농협자산관리까지 참여하는 ‘범농협 포용금융’ 체제로 확대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작지 않다. 농협중앙회가 이번에 내놓은 방안은 크게 두 갈래다. 하나는 오랜 기간 채무 부담에 묶여 있던 취약계층의 재기를 돕는 장기연체채권 소각·감면이다. 다른 하나는 앞으로 5년간 서민금융과 농업인 금융지원을 대폭 늘리는 포용금융 공급 확대다. 농협은 이를 통해 금융의 사회적 책임을 강화하는 동시에, 농협금융의 다음 성장동력으로 포용금융과 생산적금융을 키우겠다는 구상이다. 강호동 농협중앙회장은 15일 “장기연체채권 소각과 감면을 통해 오랜 기간 경제적 어려움을 겪어온 취약계층에게 재기의 희망을 전하는 포용금융을 실천하겠다”며 “앞으로도 범농협 차원의 포용금융을 지속적으로 확대해 농협의 공익적 역할을 강화하고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데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8876억 연체채권 정리…취약계층 9만명 재기 지원 이날 업계에 따르면 농협은 올해 총 8876억원 규모의 장기연체채권을 소각하거나 감면한다. 이를 통해 약 9만명의 취약계층이 추심 부담을 덜고 정상적인 금융 활동을 다시 시작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우선 장기연체채권 6870억원을 소각한다. 대상자는 약 6만4000명이다. 채권 소각은 단순한 회계상 정리가 아니다. 장기간 상환 능력을 잃은 차주에게 계속 추심이 이어질 경우 경제적 재기는 더 어려워진다. 농협은 회수 가능성이 낮은 장기연체채권을 정리해 취약계층의 추심 부담을 면제하고 신용회복을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계열별 소각 규모도 구체화했다. NH농협은행이 2870억원, 농축협 상호금융이 1500억원, 농협자산관리가 2500억원 규모의 연체채권을 소각한다. 중앙회와 금융지주 계열사, 지역 농축협이 함께 움직인다는 점에서 이번 조치는 농협 특유의 조직망을 활용한 포용금융 모델로 볼 수 있다. 이와 별도로 고령자, 기초생활수급자 등 사회적 배려 대상자가 보유한 3년 경과 연체채권에 대해서는 2006억원 규모의 원금과 이자를 감면한다. 원금은 최대 90%까지 감면하고, 미수이자는 전액 면제한다. 감면 프로그램은 오는 7월부터 1년간 운영된다. 농협은 약 2만6000명의 취약계층이 금융 부담을 덜 것으로 보고 있다. ◆5년간 15조3000억 공급…서민·농업인 금융지원 확대 이와 함께 농협은 향후 5년간 15조3000억원 규모의 포용금융 지원계획도 추진한다. 은행, 캐피탈, 저축은행 등 농협금융 계열사를 중심으로 소상공인·자영업자 대출 8조5000억원, 서민금융·취약계층 대출 6조8000억원을 공급하는 내용이다. 이 대목은 이재명 정부가 강조하는 포용금융 기조와 맞닿아 있다. 고금리와 내수 부진, 자영업 경기 침체가 겹치면서 서민과 취약차주의 금융 부담은 커졌다. 특히 제2금융권과 대부업권으로 밀려난 차주, 코로나19 이후 매출 회복이 더딘 자영업자, 고령층과 저신용자에게 금융 안전망은 생계의 문제다. 금융회사가 건전성만 앞세워 문턱을 높이면 취약차주는 더 비싼 금리의 사금융으로 밀려날 수 있다. 농협의 포용금융 확대는 이런 악순환을 끊는 데 목적이 있다. 소상공인·자영업자에게 필요한 운영자금과 재기자금을 공급하고, 저신용·취약계층에는 정책서민금융과 연계한 금융 접근성을 넓히는 방식이다. 농업인과 농촌 지역 차주에게는 농협이 가진 현장 정보와 지역 네트워크가 강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 농협금융 입장에서도 포용금융은 단순한 비용이 아니다. 농협의 뿌리인 농업금융과 지역금융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는 전략이다. 과거 농협이 영농자금과 생활자금을 통해 농촌 경제를 지탱했다면, 앞으로는 서민·자영업자·농업인·지역기업의 재기를 돕는 금융 플랫폼으로 역할을 넓히겠다는 의미다. ◆포용금융 넘어 생산적금융으로…농협금융 새 성장판 주목할 부분은 농협의 전략이 포용금융에만 머물지 않는다는 점이다. 농협금융은 최근 금융권 전반의 생산적금융 확대 흐름 속에서 농업·농식품 산업, 지역 중소기업, 신성장 산업, 청년 창업, 지역 인프라 투자를 새로운 성장판으로 삼으려 하고 있다. 생산적금융은 단순히 대출을 많이 늘리는 것이 아니다. 부동산 담보와 가계대출에 쏠렸던 금융 자금을 산업, 기술, 지역, 일자리로 돌리는 일이다. 이재명 정부가 금융권에 요구하는 방향도 여기에 있다. 금융이 이자 장사에 머물지 말고 기업의 투자와 산업 전환, 서민의 재기와 지역경제 회복을 뒷받침해야 한다는 것이다. 농협금융은 이 분야에서 다른 금융그룹과 다른 위치에 있다. 전국 농축협과 농협은행 점포망, 농협경제지주와 연결된 농식품 밸류체인, 농업인과 지역 중소기업에 대한 현장 접근성은 농협만의 자산이다. 스마트팜, 푸드테크, 농식품 수출, 농촌 관광, 로컬 브랜드, 지역 에너지 전환 등은 농협금융이 생산적금융을 접목할 수 있는 대표 영역이다. NH투자증권과 NH-Amundi자산운용, NH벤처투자 등 비은행 계열사의 역할도 커질 수 있다. 은행이 대출과 보증, 정책자금 연계를 맡는다면 증권과 운용사는 펀드, 채권, 프로젝트금융, 벤처투자를 통해 자본시장 방식의 생산적금융을 설계할 수 있다. 캐피탈과 저축은행은 은행권 문턱을 넘기 어려운 소상공인과 중소사업자 금융을 보완하는 역할을 맡을 수 있다. ◆공익성과 수익성의 균형이 관건 다만 포용금융과 생산적금융 확대가 성공하려면 두 가지 균형이 필요하다. 먼저 공익성과 건전성의 균형이다. 취약계층 지원은 필요하지만, 무분별한 대출 확대는 금융회사 건전성을 훼손할 수 있다. 장기연체채권 소각·감면 역시 도덕적 해이 논란을 피하려면 대상 선정, 상환 능력 평가, 성실상환 유도 장치가 정교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주문이다. 또 하나는 정책 호응과 독자 전략의 균형이다. 이재명 정부의 금융정책 기조에 발맞추는 것은 필요하지만, 농협금융의 포용·생산금융은 정부 방침에 대한 단순한 ‘화답’에 그쳐서는 안 된다. 농협이 가장 잘 아는 농업, 농촌, 지역경제, 서민금융 영역에서 지속 가능한 수익모델을 만들어야 한다. 그래야 포용금융이 비용이 아니라 성장동력이 될 수 있다. 농협금융은 이미 2012년 금융지주 출범 이후 은행·증권·보험·캐피탈·자산운용을 아우르는 종합금융그룹으로 성장했다. 이제 다음 과제는 외형 확장이 아니라 금융의 방향 전환이다. 고령화와 지방소멸, 자영업 위기, 농업의 산업화, 기후위기와 식량안보라는 구조적 변화 속에서 농협금융이 어디에 자금을 공급할 것인지가 중요해졌다. 농협의 이번 포용금융 확대는 그래서 단순한 취약계층 지원책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장기연체채권 8876억원 소각·감면은 과거의 부실을 정리하는 일이다. 5년간 15조3000억원 규모의 포용금융 공급은 현재의 금융 안전망을 넓히는 일이다. 여기에 생산적금융을 결합하는 것은 미래의 성장 기반을 만드는 일이다. 농협금융의 역사는 농업과 지역에서 시작됐다. 앞으로의 경쟁력도 그곳에서 나올 가능성이 크다. 이재명 정부의 포용금융·생산적금융 기조는 농협금융에 부담이면서 동시에 기회다. 금융의 공공성을 요구받는 압박이지만, 농협의 정체성을 새로운 성장전략으로 전환할 수 있는 계기이기도 하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농협의 채무조정은 재기로 이어져야 하고 서민금융은 자립으로 연결돼야 하며, 생산적금융은 산업과 일자리로 증명돼야 한다”며 “농협이 농업금융의 DNA를 바탕으로 포용과 생산의 두 축을 제대로 세운다면 농협금융은 단순한 5대 금융그룹의 한 축을 넘어 지역경제와 미래 산업을 잇는 독자적 금융모델을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2026-06-15 13:2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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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 지방선거, 한 표의 기준은 생활과 책임이다
[경제일보] 오늘 유권자는 다시 투표소 앞에 선다.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는 단순한 지방 권력 교체의 절차가 아니다. 이재명 정부 출범 1년 만에 치러지는 첫 전국 단위 선거이고, 국정 안정과 정권 견제라는 두 구호가 정면으로 맞붙는 정치적 시험대다. 여야는 저마다 심판을 말한다. 여당은 국정 동력을 위해 지방 권력의 교체를 호소하고, 야당은 거대 여당을 견제할 최소한의 힘을 달라고 말한다. 선거에서 심판은 필요하다. 그러나 지방선거의 본질이 심판 구호 하나로 덮여서는 안 된다. 지방선거는 대통령을 다시 뽑는 선거가 아니다. 국회를 새로 구성하는 선거도 아니다. 시장과 도지사, 구청장과 군수, 지방의원과 교육감을 뽑는 선거다. 이들이 다루는 것은 거대한 이념보다 가까운 생활이다. 버스 노선, 주차장, 학교 안전, 돌봄, 병원 접근성, 재난 대응, 쓰레기 처리, 노후 주거 정비, 지역 일자리, 산업단지 규제, 소상공인 지원이 모두 지방 행정의 영역이다. 주민의 하루를 바꾸는 일은 대개 중앙정치의 연설장이 아니라 지방정부의 회의실에서 결정된다. 그래서 오늘의 한 표는 정당에 대한 호불호만으로 행사돼서는 안 된다. 어느 후보가 우리 지역의 재정을 제대로 이해하는가. 누가 선심성 공약과 실제 가능한 정책을 구분할 수 있는가. 누가 예산을 아끼고, 필요한 곳에는 과감히 쓸 수 있는가. 누가 개발 이익과 환경 보전, 성장과 복지, 교통과 주거의 균형을 설명할 수 있는가. 유권자가 물어야 할 기준은 분명하다. 내 삶을 조금이라도 낫게 할 사람인가. 지역의 돈을 자기 정치가 아니라 주민의 삶에 쓸 사람인가. 지금 지방은 위기 앞에 서 있다. 수도권은 과밀과 주거비에 눌려 있고, 비수도권은 인구 감소와 청년 유출에 흔들리고 있다. 지역 대학은 학생을 구하지 못하고, 중소도시는 병원과 학교와 일자리를 동시에 걱정한다. 지방소멸은 더 이상 먼 미래의 말이 아니다. 반대로 일부 지역은 산업 전환의 기회를 맞고 있다. 반도체, 배터리, 인공지능 데이터센터, 바이오, 관광, 물류, 에너지 산업은 지방정부의 판단에 따라 지역의 새 먹거리가 될 수도 있고, 갈등의 씨앗이 될 수도 있다. 지방정부의 실력이 곧 지역의 생존 능력이 되는 시대다. 이런 때일수록 지방선거를 중앙정치의 대리전으로만 소비하는 것은 무책임하다. 여야가 심판론을 외치는 것은 정치의 속성상 피할 수 없다. 그러나 유권자까지 그 언어에 갇힐 필요는 없다. 중앙정치의 분노와 피로가 투표장을 지배하면 정작 지역의 문제는 뒤로 밀린다. 선거가 끝나면 중앙정치의 구호는 사라지지만, 부실한 지자체장과 무능한 지방의회는 4년 동안 주민 곁에 남는다. 그 비용은 고스란히 시민이 치른다. 정당도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다. 지방선거를 정권 안정론이나 정권 견제론의 부속품으로 여기는 태도는 이제 버려야 한다. 공천은 정당의 가장 엄중한 책임이다. 당선 가능성만 보고 후보를 세우고, 지역을 잘 아는 인물보다 계파와 충성도를 앞세운다면 지방자치는 허울만 남는다. 지방의회 역시 마찬가지다. 집행부를 감시하지 못하는 의회, 예산서를 읽지 못하는 의원, 주민보다 정당의 눈치를 보는 지방정치는 민주주의의 하부 구조를 약하게 만든다. 교육감 선거도 가볍게 넘길 수 없다. 교육은 한 지역의 미래를 정하는 가장 긴 호흡의 정책이다. 기초학력, 사교육비, 학교폭력, 교권, 디지털 교육, 지역 간 교육 격차는 모두 현장에서 풀어야 할 문제다. 그러나 교육감 선거는 늘 정보 부족 속에 치러진다. 유권자가 후보를 모른 채 투표장에 들어서면 아이들의 학교는 다시 이념과 구호의 실험장이 될 수 있다. 교육감은 교육 행정가이지 진영의 대리인이 아니다. 오늘 유권자에게 필요한 것은 냉정함이다. 마음에 드는 정당이 있어도 후보를 봐야 한다. 마음에 들지 않는 정당이라도 지역을 위해 일할 사람인지 따져야 한다. 공약집을 읽고, 이력을 보고, 전과와 재산, 납세와 병역, 이해충돌 가능성을 살펴야 한다. 선거는 감정의 배출구가 아니라 책임의 계약이다. 투표용지에 찍는 도장은 분노의 낙인이 아니라 앞으로 4년을 맡기는 위임장이다. 투표하지 않는 것도 선택이지만, 그 선택의 결과는 남이 결정한다. 정치가 싫다고 투표장을 떠나면 조직화된 표가 지역의 미래를 가져간다. 지방선거에서 한 표의 가치는 중앙선거보다 더 직접적이다. 몇 표 차이로 구의원과 군의원이 바뀌고, 그 한 사람이 조례와 예산을 바꾼다. 작은 선거일수록 한 표는 더 무겁다. 민주주의는 거창한 말이 아니다. 정해진 날, 정해진 장소에 가서 자기 판단을 남기는 일이다. 좋은 정치가 저절로 오지 않듯, 좋은 지방정부도 저절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묻는 시민이 있어야 답하는 후보가 나오고, 따지는 유권자가 있어야 책임지는 정치가 가능하다. 오늘의 기준은 상식이어야 한다. 지역을 아는 사람, 예산을 설명할 수 있는 사람, 갈등을 부추기기보다 해결할 사람, 정당의 명령보다 주민의 삶을 먼저 볼 사람을 골라야 한다. 심판도 필요하고 견제도 필요하다. 그러나 그보다 앞서는 것은 생활이고 책임이다. 6.3 지방선거의 한 표는 중앙정치의 함성 속에서도 결국 우리 동네의 내일을 선택하는 일이다.
2026-06-03 13:2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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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에 내걸린 공약 'AI 수도'…전력·물·기업은 어디서 오나
[경제일보] 6·3 지방선거를 앞두고 전국 광역단체장 후보들의 공약집에 ‘AI(인공지능)’가 전면에 등장했다. AI 데이터센터, 반도체 클러스터, 로봇 수도, 양자산업 도시 등 이름은 다르지만 방향은 비슷하다. 지역을 미래산업 거점으로 키우겠다는 것이다. 문제는 실행계획이다. AI 데이터센터와 반도체 공장은 전력망, 용수, 부지, 기업 투자, 인력 공급이 맞물려야 가능한 사업이다. 그러나 일부 공약은 산업 이름만 앞세울 뿐 전력 공급 계획이나 용수 확보 방안, 기업 투자 의향, 중앙정부 협의 절차가 구체적으로 제시되지 않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전국이 AI 수도 경쟁…핵심은 ‘어떻게’다 이번 선거에서 후보들은 앞다퉈 ‘AI 수도’를 내세우고 있다. 대구는 AI·로봇 수도, 경북은 아시아태평양 AI 수도, 충남은 AI 수도, 울산은 AI 산업도시, 전북 새만금은 피지컬 AI 산업수도 등으로 포장됐다. 지역경제 침체와 청년 유출, 제조업 재편에 대응하기 위한 미래산업 전략이라는 점에서 방향 자체는 타당하다는 의견이 많다. 하지만 공약 검증의 기준은 구호가 아니라 실행력이다. “AI 데이터센터를 유치하겠다”는 문장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AI 수도 공약과 관련해 “어느 부지에 짓는지, 전기는 어디서 공급받는지, 냉각수는 어떻게 확보하는지, 어떤 기업이 투자 의향을 보였는지, 지역 인력은 어떻게 양성할 것인지가 함께 제시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정책 공약은 유권자에게 비교 가능한 정보여야 한다”며 “후보가 중앙선관위에 제출한 공약서에 사업명과 기대효과만 있고 재원 조달, 인허가 일정, 정부·기업 협의 단계가 없다면 선거용 청사진에 머물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데이터센터 첫 조건은 전력망과 물 AI 데이터센터의 첫 번째 조건은 전력이다. 데이터센터는 24시간 안정적인 전기를 필요로 한다. 특히 AI 학습과 추론에 쓰이는 고성능 서버는 전력 소비가 크다. 변전소, 송전선로, 전력계통 접속 가능성이 확인되지 않으면 데이터센터 공약은 착공 단계에서부터 막힐 수 있다는 지적이다. 정부의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도 데이터센터 수요가 별도 전력 수요로 반영됐다. 그만큼 데이터센터가 국가 전력망에 부담을 주는 산업이라는 뜻이다. 후보가 데이터센터를 말하려면 한국전력, 산업통상자원부, 지자체 전력계통 계획과 어떻게 연결되는지 설명해야 하는 것이다. 물 문제도 간과할 수 없다. AI 데이터센터는 서버 냉각을 위해 에너지와 냉각 인프라를 필요로 한다. 한 지역개발 전문가는 “지역에 따라 상수도, 공업용수, 재이용수, 해수 활용 가능성이 달라진다. 농업용수나 생활용수와 충돌할 경우 주민 수용성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며 “ 때문에 공약에는 냉각 방식, 용수 조달, 폐열 처리, 환경 영향 관리 방안이 포함돼야 한다”고 말했다. 반도체·로봇 공약도 기업과 인재 없으면 공허 반도체 공장 공약은 더 높은 수준의 검증이 필요하다. 반도체 팹은 △대규모 전력 △초순수 △폐수 처리 △화학물질 관리 △고급 인력 △협력업체 생태계 등이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지방자치단체체장 의지만으로 유치할 수 있는 사업이 아니라는 지적이다. 기업의 중장기 투자 계획, 국가첨단전략산업 정책, 세제 지원, 인허가 일정이 맞아야 한다는 것이다. 검증 기준은 분명하다. 유치 대상 기업이 특정돼 있는지, 투자 의향서나 양해각서가 있는지, 부지와 인허가 일정이 있는지, 전력·용수·폐수 처리 계획이 있는지, 지역 대학과 특성화고를 통한 인력 공급 방안이 있는지를 따져야 한다. 로봇 수도, 양자산업 도시 공약도 마찬가지다. 로봇산업은 기업 몇 곳을 유치한다고 완성되지 않는다. 제조·물류·의료·돌봄 현장의 수요처, 실증공간, 규제 완화, 유지보수 인력이 필요하다. 양자산업은 대학과 연구기관, 대기업 연구개발 투자, 장기 국책사업과 연결돼야 한다. 산업 이름보다 중요한 것은 지역 산업 구조와의 적합성이다. 유권자는 ‘AI 계산서’를 봐야 한다 전국 지자체가 AI와 반도체를 미래 먹거리로 내세우는 것은 자연스러운 흐름이다. 수도권 집중과 지방소멸 위기 속에서 지역이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는 일은 필요하다. 그러나 미래산업 공약일수록 더 구체적인 계산서가 필요하다 게 전문가들의 주문이다. 한 정치컨설팅 관계자는 “유권자는 후보에게 다섯 가지 정도를 물어야 한다”며 “전력망 접속 가능성은 확인했는가. 용수와 냉각 방식은 무엇인가. 기업 투자 의향은 문서로 확보했는가. 부지는 인허가가 가능한가. 지역 인재 양성 계획은 있는가 등이다”라고 말했다.
2026-05-30 08: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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