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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웹툰, 알아이게임즈홀딩스 지분 60% 확보…웹툰 IP '게임화' 본격화
[경제일보] 네이버웹툰이 글로벌 팬덤을 확보한 웹툰 지식재산권(IP)을 게임으로 확장하기 위해 게임 개발사에 대한 지배력 확보에 나섰다. 단순히 인기 웹툰 IP를 게임사에 제공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개발사 지분을 직접 확보하고 게임 개발부터 글로벌 출시까지 사업 영향력을 확대하는 전략이다. 웹툰을 애니메이션과 영화, 드라마에 이어 게임으로 확장하면서 IP 하나를 여러 콘텐츠로 활용하는 프랜차이즈 사업도 본격화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10일(현지시간) 네이버웹툰의 모회사 웹툰 엔터테인먼트는 최근 알아이게임즈홀딩스에 대한 전략적 투자를 위한 최종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계약이 종결되면 웹툰 엔터테인먼트는 알아이게임즈홀딩스 지분 60%를 확보하게 된다. 이번 투자의 핵심은 네이버웹툰이 웹툰 IP뿐 아니라 게임 개발 역량까지 직접 확보한다는 점이다. 알아이게임즈홀딩스는 그레이게임즈와 오프비트 등 2개 게임 개발 스튜디오를 산하에 두고 있다. 웹툰 엔터테인먼트는 이들 개발 조직과 협력해 향후 4년간 글로벌 팬덤을 보유한 웹툰 IP를 기반으로 여러 신작 게임을 개발하고 출시할 계획이다. 그동안 웹툰 IP의 게임화는 외부 게임사에 IP를 제공하거나 공동 개발·퍼블리싱을 진행하는 방식이 주를 이뤘다. 네이버웹툰 입장에서는 원작 IP를 활용할 수 있는 게임사가 중요했지만 실제 개발 과정에서 게임의 방향성과 서비스 전략을 직접 통제하는 데는 한계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웹툰 엔터테인먼트는 게임 개발사를 직접 지배할 수 있는 지분을 확보하면서 자체 IP를 게임으로 전환하는 과정에 대한 영향력을 높인 것으로 평가된다. 웹툰의 흥행 여부에 따라 새로운 게임을 발굴하는 수준을 넘어 글로벌 팬덤이 검증된 IP를 직접 게임 라인업으로 연결할 수 있는 기반도 마련했다. 첫 번째 게임은 글로벌 인기 웹툰 '템빨'을 원작으로 한 액션 MMORPG이다. 그레이게임즈가 개발하고 넥슨이 퍼블리싱을 맡아 올해 글로벌 출시를 목표로 하고 있다. '템빨'은 글로벌 조회수 13억회를 기록한 웹툰이다. 특히 오는 10월 예정된 애니메이션 방영과 연내 게임 출시가 맞물리면서 하나의 IP를 서로 다른 콘텐츠로 동시에 확장하는 구조가 만들어진다. 웹툰을 통해 확보한 기존 팬덤을 애니메이션과 게임으로 연결하고, 각 콘텐츠를 통해 새로운 이용자를 원작으로 유입시키는 방식이다. 네이버웹툰은 '템빨' 외에도 '투신전생기'와 '전지적 독자 시점' 등 글로벌 팬덤을 확보한 IP를 게임화할 계획이다. '투신전생기'는 글로벌 조회수 5억9000만회, '전지적 독자 시점'은 30억5000만회의 글로벌 조회수를 기록한 대형 IP다. 특히 '전지적 독자 시점'은 웹툰을 넘어 애니메이션 등으로 콘텐츠 영역을 확대하고 있는 작품이다. 여기에 게임까지 추가되면 하나의 원천 IP를 기반으로 웹툰과 애니메이션, 게임을 연속적으로 선보이는 프랜차이즈 구조가 강화된다. 네이버웹툰의 이번 투자는 게임을 새로운 IP 확장 축으로 활용해 수익 구조를 다각화하기 위한 것으로 분석된다. 웹툰은 유료 콘텐츠와 광고 등을 중심으로 수익을 창출하지만 게임은 이용자의 장기간 접속을 기반으로 확률형 아이템이나 인앱 결제, 콘텐츠 판매 등 다양한 방식으로 매출을 만들어낼 수 있다. 특히 게임은 이용자가 원작의 세계관과 캐릭터를 직접 경험할 수 있다는 점에서 단순히 콘텐츠를 소비하는 영상 매체와 차이가 있다. 웹툰 팬덤을 게임 이용자로 전환할 수 있다면 IP의 활용 기간과 이용자 접점도 함께 늘어날 수 있다. 글로벌 팬덤을 확보한 IP를 여러 콘텐츠로 확장해 IP 하나의 생명주기를 길게 가져가고 수익원을 다변화하는 전략이다. 앞서 네이버웹툰은 애니메이션과 TV, 영화, 출판 등으로 IP 확장을 추진해왔다. 넷플릭스와 디즈니+, 프라임 비디오, 크런치롤 등 글로벌 콘텐츠 플랫폼을 통해 웹툰 원작 영상 콘텐츠를 선보이며 해외 이용자 접점을 넓혀왔다. '닭강정', '사냥개들', '클레바테스' 등 영상화 사례도 이어졌다. 여기에 게임이 본격적으로 추가되면서 웹툰을 원작으로 한 콘텐츠를 여러 플랫폼에서 동시에 확장하는 전략이 한층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애니메이션과 게임의 출시 시점을 맞추는 방식으로 하나의 IP에 대한 관심을 집중시키고 콘텐츠 간 이용자 유입을 유도하는 전략도 가능해질 전망이다. 김준구 네이버웹툰 및 웹툰 엔터테인먼트 창업자 겸 CEO는 "웹툰은 글로벌 팬덤이 시작되는 공간이며, 이번 투자는 우수한 이야기를 글로벌 프랜차이즈로 성장시키는 과정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며 "게임은 팬들에게 강력한 몰입감을 선사하는 방식 중 하나로, 팬들이 이미 애정하는 이야기를 게임화하는 것은 전 세계의 새로운 이용자에게 다가가는 강력한 방법이며 이를 통해 원작을 애니메이션, TV, 영화, 출판을 넘어 이제 게임에 이르기까지 성공적인 글로벌 프랜차이즈로 만드는 웹툰의 성과를 더욱 견고하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2026-08-11 16: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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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를 집 안으로…동서식품이 설계한 한국의 커피생활
[경제일보] 커피 한 잔을 마시는 방식은 시대마다 달라졌다. 다방에서 주문하던 커피는 가정과 사무실에서 직접 타 마시는 인스턴트커피가 됐고, 커피와 설탕·크리머를 각각 덜어 넣던 과정은 한 봉의 커피믹스로 단순해졌다. 카페에서 마시던 아메리카노는 스틱형 인스턴트 원두커피로 옮겨왔고, 이제는 캡슐과 머신을 이용해 집에서도 추출 커피를 즐기는 시대가 열렸다. 이 변화의 중심에는 동서식품이 있었다. 동서식품은 1968년 설립 이후 맥심과 맥심 모카골드, 카누를 차례로 내놓으며 소비자가 커피를 마시는 장소와 방식을 바꿔왔다. 새로운 음료 종류를 계속 추가하기보다 시대마다 달라진 커피 취향과 음용 방식을 더 간편한 제품으로 구현하는 전략이었다. 동서식품의 성장 DNA는 '일상화'와 '재설계'로 요약된다. 다방 중심이던 커피를 가정과 사무실로 가져왔고, 카페의 아메리카노를 스틱 한 봉에 담았다. 최근에는 카누 바리스타를 앞세워 캡슐과 머신으로 사업 영역을 넓히며 소비자가 커피를 추출하는 방식까지 직접 설계하려 하고 있다. 다만 커피믹스로 구축한 시장 지배력이 다음 성장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국내 커피믹스 시장은 성숙기에 접어들었고 국제 원두 가격과 환율 변동에 따른 원가 부담도 커졌다. 머신을 보급한 뒤 캡슐의 반복 구매로 이어지는 홈카페 생태계를 구축할 수 있느냐가 동서식품의 새로운 시험대가 됐다. 카페를 나온 커피, 한 봉에 담기다 동서식품이 한국 커피시장에 미친 가장 큰 변화는 커피를 특별한 기호품에서 일상적인 음료로 바꾼 것이다. 인스턴트커피가 보급되기 전 커피는 주로 다방이나 음식점에서 누군가 타주는 음료였다. 가정이나 사무실에서 직접 마시더라도 커피와 설탕, 크리머의 양을 각각 조절해야 했다. 동서식품은 이를 한 봉에 담아 물만 부으면 마실 수 있는 커피믹스 형태로 단순화했다. 커피믹스의 경쟁력은 세 가지 재료를 합친 데만 있지 않았다. 누가 어디서 타더라도 비슷한 맛을 낼 수 있도록 커피 한 잔의 제조법을 표준화했다. 소비자는 별도의 계량이나 기구 없이 컵과 뜨거운 물만으로 일정한 맛을 구현할 수 있게 됐다. 1980년 출시된 맥심은 동서식품을 대표하는 커피 브랜드로 성장했다. 이후 맥심 모카골드는 달고 부드러운 맛을 앞세워 가정과 사무실, 식당과 사업장 등 생활 곳곳에 자리 잡았다. 커피믹스는 접객용 음료이자 식사 후의 습관, 잠깐의 휴식을 상징하는 제품으로 정착했다. 동서식품은 성공한 제품을 그대로 유지하는 데 그치지 않았다. 소비자 입맛과 음용 습관 변화에 맞춰 원두 배합과 향, 당도, 패키지를 조정하고 제품 용량과 구성을 세분화했다. 신제품을 빠르게 교체하기보다 장수 브랜드의 기본적인 맛을 유지하면서 조금씩 개선하는 방식이었다. 이 같은 전략은 동서식품에 국내 커피믹스 시장의 절대적인 입지를 안겼다. 맥심 모카골드를 앞세운 동서식품은 현재도 국내 커피믹스 시장에서 80% 이상의 점유율을 차지하는 압도적인 1위 사업자로 평가된다. 오랜 기간 축적한 브랜드 인지도와 전국 유통망, ‘커피믹스=맥심’이라는 소비자 인식은 경쟁사가 쉽게 넘보기 어려운 진입장벽이 됐다. 하지만 시장을 장악한 성공은 새로운 과제도 남겼다. 2010년대 이후 커피전문점이 일상화되고 소비자 취향이 믹스커피에서 아메리카노와 스페셜티 커피, 디카페인, 캡슐커피 등으로 다양해지면서 국내 커피시장의 성장축이 이동하기 시작했다. 편의점 RTD 커피와 저가 커피 프랜차이즈까지 빠르게 성장하며 소비자의 선택지도 넓어졌다. 동서식품에는 견고한 커피믹스 시장을 유지하는 동시에 성장성이 높은 블랙커피와 홈카페 시장에서 새로운 수요를 확보해야 하는 과제가 주어졌다. 압도적인 1위라는 지위가 강점인 동시에 변화 속도를 늦출 수 있는 부담으로 작용하기 시작한 것이다. 카페 한 잔을 스틱에 담다 2000년대 들어 커피전문점이 빠르게 늘면서 국내 커피 소비의 기준도 바뀌었다. 소비자들은 달고 부드러운 커피믹스뿐 아니라 원두의 향과 산미, 로스팅을 따지기 시작했다. 설탕과 크리머가 없는 블랙커피와 아메리카노가 대중화되면서 인스턴트커피는 저렴하지만 품질이 낮은 제품이라는 인식과도 맞서야 했다. 동서식품은 커피전문점 문화와 아메리카노 소비가 확산하던 2011년 인스턴트 원두커피 브랜드 ‘카누’를 출시했다. 기존 커피믹스가 커피와 설탕, 크리머를 한 봉에 담아 달고 부드러운 맛을 구현했다면 카누는 설탕과 크리머를 빼고 원두커피의 맛과 향을 간편하게 즐기려는 수요를 겨냥했다. 에스프레소 방식으로 추출한 커피 파우더에 미세하게 분쇄한 원두를 배합해 뜨거운 물만 부어도 아메리카노에 가까운 맛을 내도록 설계했다. 카누는 커피전문점까지 이동해 주문하고 기다려야 했던 아메리카노를 사무실과 가정에서 스틱 한 봉으로 마실 수 있게 만들었다. 상대적으로 낮은 비용과 짧은 제조 시간, 휴대성을 앞세우면서도 기존 인스턴트커피와는 다른 프리미엄 이미지를 구축했다. ‘세상에서 가장 작은 카페’라는 브랜드 메시지는 카페에서 경험하던 커피와 휴식의 순간을 개인의 책상과 집 안으로 옮기겠다는 전략을 압축해 보여줬다. 카누의 의미는 새로운 브랜드 하나를 추가했다는 데 그치지 않는다. 커피믹스 중심이던 스틱커피 시장을 설탕과 크리머가 없는 블랙커피 영역으로 넓히고, 커피전문점으로 이동하던 일부 수요를 다시 가정용 인스턴트커피 시장으로 끌어들였다는 데 있다. 맥심 모카골드가 달고 부드러운 믹스커피 수요를 지키는 동안 카누는 아메리카노와 원두커피를 선호하는 소비자를 맡았다. 동서식품은 두 브랜드를 통해 서로 다른 취향과 음용 장면을 포괄하며 고객 기반을 넓혔다. 이후 카누는 디카페인과 라떼, 아이스, 프리미엄 제품에 이어 캡슐과 머신으로 영역을 확장했다. 다만 카누가 블랙커피와 라떼, 원두, 캡슐, 머신까지 아우르면서 브랜드의 역할도 복잡해졌다. 맥심과 카누의 소비층과 음용 장면을 구분하고, 카누 안에서도 스틱과 캡슐 제품의 차별성을 분명히 해야 하는 과제가 생겼다. 제품군 확대가 브랜드 외연 확장에 그치지 않고 실제 신규 수요와 재구매로 이어지는지가 중요해졌다. 커피가 아닌 경험을 팔다…홈카페의 시작 동서식품의 최근 변화는 캡슐커피에서 가장 뚜렷하게 나타난다. 회사는 2023년 2월 카누 바리스타 전용 머신과 캡슐을 출시하며 캡슐커피 시장에 본격 진입했다. 같은 해 원두커피와 에티오피아·콜롬비아·인도네시아 싱글오리진 캡슐을 추가했고, 2024년에는 소형 머신 ‘카누 바리스타 페블’을 출시했다. 타사 머신에서 사용할 수 있는 호환 캡슐도 내놓으며 전용 머신 구매자뿐 아니라 기존 캡슐커피 이용자까지 고객층을 넓혔다. 2025년에는 카누 공식 온라인 스토어를 열어 머신과 캡슐 판매 채널을 강화했다. 2026년 6월에는 아이스 커피 수요를 겨냥한 전용 캡슐 ‘카누 라이블리 브리즈’와 ‘카누 인피니트 피크’를 출시했다. 로스팅 강도와 디카페인, 싱글오리진, 라떼·아이스 전용 등 취향과 음용 상황에 맞춘 캡슐 제품군을 늘리며 홈카페 시장 공략을 강화하고 있다. 카누 바리스타는 기존 스틱커피와 사업 구조가 다르다. 커피믹스와 카누 스틱은 컵과 뜨거운 물만 있으면 바로 마실 수 있어 개별 제품 판매가 곧 소비로 이어진다. 반면 캡슐커피는 소비자가 먼저 전용 머신이나 호환 기기를 갖춰야 한다. 초기 기기 구매라는 진입 장벽을 넘어야 캡슐의 반복 구매가 가능하다. 사업의 성패도 머신 판매량 자체보다 설치된 머신이 실제 캡슐 소비로 이어지는지에 달려 있다. 소비자가 머신을 구매한 뒤 다양한 캡슐을 지속적으로 선택하도록 제품군과 유통 채널, 가격 경쟁력을 함께 갖춰야 한다. 전용 캡슐뿐 아니라 호환 캡슐까지 확대한 것도 머신 보급 속도의 한계를 보완하고 잠재 고객층을 넓히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이는 한 봉의 커피를 반복 판매하던 사업에서 기기와 소모품, 브랜드 경험을 연결하는 사업으로의 전환을 뜻한다. 동서식품이 커피믹스에서 쌓은 높은 브랜드 충성도를 캡슐 재구매로 옮길 수 있느냐가 카누 바리스타의 성장성을 가를 핵심 변수다. 매출 1조8000억원에도 커진 원가 압박 동서식품은 커피믹스와 카누를 기반으로 안정적인 실적을 이어가고 있다. 2025년 연결 기준 매출과 영업이익은 전년보다 소폭 증가한 반면 순이익은 감소했다. 그러나 외형 성장의 이면에서는 원가 부담이 크게 확대됐다. 2025년 매출원가는 전년보다 9.3% 증가했고 매출원가율도 66%에서 71.4%로 높아졌다. 반면 판매관리비는 전년보다 21.4% 감소했다. 특히 광고선전비와 판매촉진비가 큰 폭으로 줄면서 원가 상승에도 영업이익을 방어하는 데 일정 부분 기여한 것으로 풀이된다. 원가 부담의 중심에는 커피 원두와 환율이 있다. 커피 원두 대부분을 해외에서 조달하는 만큼 국제 원두 가격과 원·달러 환율이 동시에 상승하면 매입 부담이 커진다. 제품 가격 인상으로 비용 일부를 반영할 수 있지만 잦은 가격 인상은 소비 위축이나 저가 제품으로의 이동을 불러올 수 있다. 국제 원두 가격은 2025년 높은 수준을 기록한 뒤 2026년 상반기에는 다소 진정됐다. 국제커피기구 종합 커피가격 지표는 2026년 1월 파운드당 296.89센트에서 6월 248.90센트로 낮아졌다. 다만 원두 매입과 재고 투입 사이에는 시차가 있어 국제 시세 하락이 곧바로 제조원가 개선으로 이어진다고 보기는 어렵다. 비용 절감만으로 수익성을 방어하는 데도 한계가 있다. 광고와 판촉을 지나치게 줄이면 장기적으로 브랜드 노출과 신제품 확산에 부담이 될 수 있다. 특히 머신 보급과 캡슐 재구매를 동시에 늘려야 하는 카누 바리스타 사업은 초기 시장 확대를 위한 마케팅과 판매 채널 투자가 필요한 영역이다. '한 봉의 성공' 다음 시대에도 이어질까 동서식품의 역사는 복잡한 커피 경험을 더 간편한 방식으로 바꿔온 과정이었다. 커피와 설탕, 크리머를 한 봉에 담았고 카페의 아메리카노를 스틱커피로 옮겼다. 이제는 머신과 캡슐을 통해 소비자가 집에서 커피를 추출하는 과정까지 사업 영역에 포함시키고 있다. 하지만 한 봉을 잘 만드는 능력과 기기·소모품 생태계를 운영하는 능력은 다르다. 커피믹스에서는 제품 자체의 맛과 유통망, 브랜드 인지도가 시장 지위를 결정했다면 캡슐커피에서는 머신 보급, 캡슐 호환성, 제품 다양성, 반복 구매를 함께 관리해야 한다. 글로벌 브랜드와 기존 캡슐커피 사업자들이 자리 잡은 시장에서 후발주자로 경쟁해야 한다는 점도 부담이다. 기존 사업의 기반도 지켜야 한다. 커피믹스는 여전히 동서식품의 핵심 시장이지만 젊은 소비자의 선택지는 원두커피와 캡슐, 저가 카페, RTD 음료 등으로 넓어졌다. 국제 원두 가격과 환율 변동이 반복되는 상황에서는 가격 인상과 비용 절감만으로 수익성을 유지하기도 어렵다. 관건은 맥심의 고객을 지키면서 카누가 새로운 소비자를 얼마나 확보하느냐다. 카누 바리스타 머신 구매자를 캡슐의 충성 고객으로 전환하고, 전용 머신이 없는 소비자에게도 호환 캡슐을 선택하게 만들어야 한다. 동시에 스틱커피와 캡슐커피 사이의 가격과 브랜드 역할을 분명히 해 서로의 시장을 잠식하지 않는 구조도 필요하다. 동서식품은 지난 반세기 동안 커피를 마시는 번거로움을 줄이며 성장했다. 하지만 다음 성장은 단순히 더 간편한 제품을 내놓는 것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소비자가 어떤 기기를 선택하고 어떤 캡슐을 반복 구매할지까지 설계해야 한다. 커피 한 봉으로 한국인의 일상을 바꿨던 동서식품이 머신과 캡슐의 시대에도 다시 소비 습관을 바꿀 수 있을지, 카누 바리스타는 그 가능성을 가늠할 첫 시험대다. 동서식품 관계자는 "커피믹스와 카누, 카누 바리스타는 모두 한국인의 입맛에 맞는 커피를 만들기 위해 오랜 기간 연구개발을 거쳐 선보인 제품"이라며 "앞으로도 맛있는 커피를 누구나 편리하고 합리적인 가격에 즐길 수 있도록 하는 데 중점을 두고 제품 경쟁력을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2026-07-30 16:5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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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대짜리 혁명'의 진실…중국 DUV, ASML 성벽에 첫 균열
[경제일보] 중국이 올해 생산한다는 액침형 심자외선(DUV) 노광장비는 5대다. 네덜란드 ASML이 올해 출하할 것으로 예상되는 액침형 DUV 장비 약 130대와 비교하면 4%에도 미치지 못한다. 최첨단 반도체 공장 한 곳에 필요한 장비 수를 감안하면 생산라인을 바꾸기에도 턱없이 부족한 규모다. 그런데 세계 증시는 이 5대에 크게 흔들렸다. 중국이 자체 개발한 액침형 DUV 장비 생산에 들어갔다는 보도가 나오자 ASML 주가는 장중 8% 넘게 떨어졌다가 5.8% 하락 마감했다. 국내에서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가 각각 13%, 14% 넘게 급락했다. 중국 메모리 업체 창신메모리(CXMT)의 증시 상장과 AI 산업의 투자 수익성 논란, 외국인 매도와 레버리지 청산이 겹쳤지만 중국산 DUV 소식이 불안을 증폭한 것은 분명하다. 시장의 반응만 보면 중국이 당장 ASML을 대체하고 한국 메모리 산업을 추월할 것처럼 보인다. 이는 과장이다. 반대로 장비 5대를 만들어낸 일을 선전용 행사로만 치부하는 것도 위험하다. 중국산 DUV의 현재 사업 가치는 작지만 그것이 가리키는 산업의 방향은 가볍지 않다. ◆ 노광장비 한 대가 아니라 산업 생태계의 문제 노광은 반도체 회로가 그려진 마스크에 빛을 쏘아 웨이퍼 위 감광액에 회로를 새기는 공정이다. 반도체 제조에서 사진 인화와 비슷한 역할을 하지만 요구되는 정밀도는 전혀 다르다. 머리카락 굵기의 수만분의 1에 해당하는 회로를 웨이퍼 위 수십 개 층에 반복해 정확히 포개야 한다. DUV는 193나노미터 파장의 불화아르곤 레이저를 사용한다. 액침형 DUV는 렌즈와 웨이퍼 사이에 초순수를 채워 빛의 굴절률과 렌즈의 개구수를 높인다. 같은 파장의 빛으로 더 미세한 회로를 그릴 수 있도록 만든 기술이다. ASML의 최신 액침형 DUV 장비는 시간당 300장 이상의 웨이퍼를 처리하면서 1나노미터 이하 수준의 오버레이 정밀도를 목표로 한다. 오버레이는 여러 차례 노광한 회로가 얼마나 정확하게 겹치는지를 나타내는 지표다. 해상도가 좋아도 위아래 회로가 어긋나면 칩은 작동하지 않는다. 노광장비의 경쟁력은 ‘몇 나노를 찍었느냐’만으로 판정할 수 없다. 시간당 웨이퍼 처리량, 장비 가동률, 오버레이 오차, 초점 제어, 결함 밀도, 장비 간 편차, 유지보수 시간과 소모품 수명까지 모두 맞아야 한다. 연구실에서 회로 하나를 그리는 것과 매일 수천 장의 웨이퍼를 같은 품질로 생산하는 것은 다른 문제다. ASML의 진입장벽도 장비 설계도 한 장에 있지 않다. 독일 자이스가 공급하는 초정밀 광학계, 레이저 광원과 웨이퍼 스테이지, 계측 장비, 보정 소프트웨어, 수십 년간 축적한 공정 데이터와 글로벌 유지보수망이 하나의 시스템으로 묶여 있다. 장비가 고장 났을 때 몇 시간 안에 복구할 수 있는 현장 인력과 부품 공급망도 경쟁력이다. ASML의 시장 지위는 기계 한 대가 아니라 거대한 산업 생태계가 만든 결과다. ◆ 863계획에서 아이성나까지 이어진 20년 중국의 노광장비 개발은 최근 시작된 프로젝트가 아니다. 중국 정부는 2000년대 초 국가 첨단기술 개발계획인 ‘863계획’을 통해 노광장비 국산화에 착수했다. 2002년 설립된 상하이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SMEE)는 건식 DUV 장비를 개발한 뒤 액침형 장비로 영역을 넓혀왔다. 초기 중국 장비는 90나노급 공정에 머물렀다. 해상도를 높이더라도 처리량과 오버레이, 장시간 안정성이 부족해 글로벌 반도체 기업의 주력 생산라인에 투입하기 어려웠다. 중국은 이후 광학, 정밀 스테이지, 광원, 계측과 제어 소프트웨어를 담당하는 기업과 연구기관을 나눠 육성했다. 이번에 주목받은 아이성나는 2023년 상하이에 설립된 국유자본 지원 기업으로 알려졌다. 설립된 지 2∼3년에 불과한 회사가 갑자기 액침형 DUV를 만들어낸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SMEE와 별도 장비업체, 연구기관에 축적된 인력과 기술을 결집한 프로젝트에 가깝다. 기업의 나이는 짧아도 기술 계보는 20년 이상 이어진 셈이다. 보도에 따르면 아이성나는 올해 5대, 2027년 20대의 액침형 DUV 장비를 생산할 계획이다. 초기 공급 대상으로는 중국 최대 파운드리 SMIC와 화훙반도체, D램 업체 CXMT가 거론된다. 다만 장비의 공식 성능표와 고객사 양산 인증 결과는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생산을 시작했다’는 표현과 ‘상업적 대량생산에 사용할 수 있다’는 평가는 구분해야 한다. ◆ 28나노 장비를 7나노 장비로 부를 수 없는 이유 중국 장비의 목표는 단일 노광 기준 28나노급으로 알려졌다. 28나노는 액침형 DUV가 한 번의 노광으로 경제성을 확보할 수 있는 대표적인 공정 구간이다. DUV로 더 미세한 회로를 그리는 방법도 있다. 한 장의 복잡한 회로를 두 개나 네 개의 단순한 패턴으로 나눈 뒤 노광과 식각을 반복하는 다중 패터닝이다. 이 방법을 사용하면 14나노와 10나노 이하 회로도 구현할 수 있다. 중국이 수입산 DUV를 활용해 7나노급 반도체를 생산한 것도 이러한 공정 기술과 관련돼 있다. 그러나 28나노 장비로 7나노급 회로를 구현할 수 있다는 설명과 7나노 전용 장비를 확보했다는 말은 같지 않다. 노광 횟수가 늘면 마스크와 식각·증착 공정도 증가한다. 생산시간이 길어지고 장비 사용량과 전력, 소재 비용이 커진다. 매번 회로를 정밀하게 포개야 하므로 오버레이 오차가 누적되고 수율도 떨어질 수 있다. 반도체 생산비는 노광장비 가격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한 장의 웨이퍼가 생산라인을 통과하는 데 걸리는 시간과 양품 칩의 비율이 더 중요하다. 동일한 7나노급 칩을 만들더라도 EUV를 활용한 공정과 DUV 다중 패터닝 공정의 원가와 생산성은 크게 달라질 수 있다. 중국산 DUV가 28나노 회로를 한 번 찍는 데 성공했다는 사실만으로 최첨단 반도체 양산이 가능해졌다고 평가해서는 안 되는 이유다. ◆ 장비 출하 뒤에 기다리는 ‘죽음의 계곡’ 새 장비가 반도체 공장에 들어가면 설치 직후 생산에 투입되지 않는다. 우선 장비가 제시된 해상도와 오버레이 성능을 반복해 구현하는지 확인해야 한다. 다른 장비에서 생산한 웨이퍼와 결과가 일치하는지도 검증한다. 특정 장비만 다른 결과를 내면 전체 공정을 따로 설계해야 해 생산성이 급격히 떨어진다. 결함 검증은 더 까다롭다. 미세한 입자나 온도 변화, 진동, 렌즈 왜곡과 광원 불안정이 웨이퍼 수율에 영향을 미친다. 하루나 일주일 동안 정상 작동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수개월 이상 연속 가동하면서 성능과 부품 수명, 고장 빈도와 복구 시간을 입증해야 한다. 고객사의 공정 레시피와 연결하는 작업도 필요하다. 노광장비는 식각·증착·세정·검사 장비와 맞물려 작동한다. 노광 결과가 달라지면 전후 공정의 조건도 다시 조정해야 한다. 장비 인증에는 제조사뿐 아니라 팹의 공정 엔지니어, 소재 업체, 마스크와 계측 기업이 함께 참여한다. 중국산 장비가 넘어야 할 벽은 최초의 5대를 조립하는 일이 아니라 이 장비를 고객 생산라인에서 장기간 안정적으로 가동하는 일이다. 이 과정을 통과하지 못하면 5대는 연구·시험 장비에 머문다. 반대로 초기 장비에서 발생한 오류와 수율 데이터를 축적해 20대, 50대로 개선한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 왜 하필 5대인가 중국이 올해 5대만 생산하는 이유는 수요가 없어서라기보다 공급망과 조립 역량이 아직 제한됐기 때문일 가능성이 크다. 노광장비에는 수만 개의 정밀 부품이 들어간다. 렌즈와 광원, 스테이지, 모터, 센서, 진동 제어장치와 정밀 계측 부품 가운데 하나만 공급이 늦어져도 완제품을 만들 수 없다. 보도에 따르면 중국산 장비에는 아직 일본 등 해외에서 들여오는 일부 핵심 부품이 사용되고 있으며 중국 내 부품업체의 납기와 품질 문제도 생산 확대를 제약하고 있다. ‘국산 장비’라는 표현이 모든 부품의 100% 중국산화를 뜻하는 것은 아니다. 반도체 장비는 부품만 있다고 대량 조립할 수도 없다. 완성된 장비마다 광학계와 스테이지를 정밀하게 보정해야 한다. 생산량을 늘릴수록 장비 간 편차를 일정 수준 이하로 관리하는 능력이 중요해진다. 이 단계에서 제조 노하우와 숙련 인력의 차이가 드러난다. ASML이 장기간에 걸쳐 공급망과 생산설비를 확충하고도 연간 액침형 DUV 출하량을 100여 대 수준으로 관리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중국의 목표가 2026년 5대에서 2027년 20대로 늘어난다는 것은 생산능력이 네 배로 커진다는 의미이지만 ASML과의 규모 차이는 여전히 크다. ◆ ‘낡은 28나노’가 중국에는 중요한 까닭 28나노를 최첨단 기술과 비교해 낡은 공정으로 보는 시각도 바로잡아야 한다. 스마트폰의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와 AI 가속기는 3나노·5나노 공정에서 생산되지만 자동차와 산업기기, 통신장비, 가전에는 28나노 이상 성숙 공정 반도체가 대량으로 사용된다. 전력관리반도체, 디스플레이 구동칩, 마이크로컨트롤러, 네트워크칩과 각종 센서는 최신 공정을 사용할 필요가 없거나 최신 공정을 적용했을 때 오히려 비용이 증가한다. 세계 반도체 수요의 상당 부분은 여전히 성숙 공정에서 발생한다. 중국이 28나노급 장비를 안정적으로 양산하면 가장 먼저 달라지는 곳도 이 시장이다. 중국 팹은 수입 장비의 추가 공급과 유지보수가 제한되더라도 국내 장비로 생산설비를 늘릴 수 있다. 중국 정부와 국유기업은 성능이 다소 떨어지더라도 국산 장비를 의무적으로 구매해 초기 시장을 만들어줄 수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통하지 않을 장비가 중국 내수에서는 살아남을 수 있다. 장비업체는 확보한 매출과 생산 데이터를 다시 연구개발에 투입할 수 있다. 중국의 거대한 내수시장이 기술 격차를 줄이는 시험장이 되는 구조다. ◆ 한국을 먼저 압박할 곳은 HBM이 아닌 범용 D램 중국산 DUV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HBM 사업을 단기간에 위협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 HBM은 미세공정에서 D램 셀을 만드는 것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여러 개의 D램 다이를 얇게 가공해 수직으로 쌓고 TSV로 연결해야 한다. 적층·접합, 발열 제어와 신호 무결성, 패키징 수율, 고객사의 GPU·가속기 인증이 모두 필요하다. HBM4 이후에는 로직 베이스 다이와 파운드리 공정, 첨단 패키징 기술의 결합이 더욱 중요해진다. DUV 한 종류를 확보했다고 한꺼번에 해결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다. 미국의 대중국 HBM 수출통제까지 고려하면 중국이 한국 기업을 곧바로 따라잡기는 쉽지 않다. 한국이 주의 깊게 볼 곳은 일반 D램이다. CXMT는 이미 세계 D램 출하량의 약 8%를 차지하는 4위 업체로 성장했다. 아직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마이크론과 기술 및 수익성 격차가 있지만 DDR4와 DDR5, 모바일용 LPDDR 시장에서 생산량을 늘리고 있다. 중국산 DUV가 양산 인증을 통과하면 CXMT는 수입 장비에 대한 불확실성을 낮추고 증설을 지속할 수 있다. 중국 스마트폰과 PC, 서버업체가 자국산 메모리 채택을 늘리면 CXMT는 세계 시장에 진출하기 전에 중국 내수만으로도 규모의 경제를 확보할 수 있다. 이 경우 한국 기업에 나타날 첫 충격은 시장점유율 상실보다 가격 하락일 가능성이 높다. CXMT가 범용 D램 공급을 늘리면 국제 가격의 하단이 낮아진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HBM에서 높은 수익을 거두더라도 일반 D램의 수익성이 악화하면 전체 실적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 중국산 DUV는 HBM 왕좌를 빼앗는 무기라기보다 범용 메모리 시장의 가격 질서를 바꾸는 기반시설로 보는 편이 현실적이다. 미국은 2022년 이후 중국의 첨단 반도체 생산을 제한하기 위해 노광과 식각·증착·계측 장비, 설계 소프트웨어와 첨단 AI 반도체에 대한 통제를 강화했다. 네덜란드와 일본도 일부 장비 수출 제한에 동참했다. 2024년에는 HBM과 장비 생산에 필요한 소프트웨어까지 통제 범위가 확대됐다. 수출통제는 효과가 있었다. 중국은 최첨단 장비를 제때 확보하기 어려워졌고 기존 수입 장비의 유지보수와 부품 공급에도 불확실성이 커졌다. 중국이 EUV를 활용한 대규모 첨단공정을 구축하는 시점도 늦어졌다. 하지만 통제에는 반대 방향의 힘도 작용한다. 해외 장비를 살 수 없게 되면 중국 팹은 성능이 부족해도 국산 장비를 시험해야 한다. 정부는 투자 실패를 감수하면서 자금을 공급하고, 고객사는 초기 제품의 결함을 함께 고친다. 정상적인 시장이라면 선택받기 어려운 장비가 보호된 시장 안에서 성장할 수 있다. 수출통제가 중국의 개발 비용과 시간을 늘릴 수는 있어도 기술 개발 의지 자체를 없애지는 못한다. 오히려 노광장비 국산화를 경제성의 문제가 아닌 국가안보 과제로 바꿨다. 중국 기업은 손익분기점을 넘지 못해도 투자를 지속할 수 있다. 미국과 동맹국도 통제를 강화하는 것만으로는 우위를 지킬 수 없다. 중국의 기술 진전을 늦추는 동안 차세대 기술과 공급망, 고객 생태계의 격차를 더 벌려야 한다. 통제가 시간을 벌어주는 정책이라면 혁신은 그 시간을 가치 있게 만드는 정책이다. ◆ 한국 반도체주 급락, 공포와 현실을 구분해야 중국산 DUV 5대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기업가치를 하루아침에 10% 이상 떨어뜨릴 만큼 직접적인 실적 충격을 주는 것은 아니다. 올해와 내년 생산량만 놓고 보면 한국 반도체 공장의 생산능력이나 HBM 수주에 미칠 영향은 제한적이다. 지난 28일 주가 급락은 여러 불안이 한꺼번에 반영된 결과에 가깝다. AI 데이터센터 투자 확대에 비해 빅테크 기업의 수익 창출이 더디다는 우려, CXMT의 자금 조달과 증설 가능성, 중국 장비 국산화, 외국인 대규모 매도와 레버리지 포지션 청산이 겹쳤다. 그럼에도 시장의 과민 반응에는 읽어야 할 메시지가 있다. 투자자들은 장비 5대의 매출 효과가 아니라 ASML 독점과 한국 메모리 지배력이 영구적이지 않을 가능성을 가격에 반영했다. 지금까지 거의 0으로 보던 중국 장비의 성공 가능성을 아주 낮은 확률이나마 계산에 넣기 시작한 것이다. 따라서 이번 급락을 전적으로 비이성적 공포라고 단정하는 것도, 중국이 곧 한국을 추월한다는 신호로 받아들이는 것도 적절하지 않다. 단기 주가는 과도하게 움직였을 수 있지만 중국 공급망 자립이라는 장기 변수가 현실로 다가온 것은 사실이다.
2026-07-29 16:16: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