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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당은 누구의 것인가
대한민국 민주주의가 병들고 있다. 국회와 정당이 국민의 삶을 논의하는 공론의 장이 아니라 진영의 결속을 확인하고 상대를 공격하는 전쟁터로 변질되고 있기 때문이다. 정치권의 말은 거칠어졌고 타협은 배신으로 취급된다. 당내에서 다른 목소리를 내는 정치인은 어느 진영을 막론하고 ‘내부 총질’이라는 낙인이 찍힌다. 국민을 대표해야 할 정치가 오히려 국민을 진영으로 갈라놓는 역설이 반복되고 있다. 양대 정당의 가장 심각한 병폐는 사당화와 팬덤 정치다. 정당은 본래 다양한 국민의 이해와 요구를 수렴해 정책으로 만들어 내는 민주주의의 핵심 조직이다. 그런데 특정 지도자를 중심으로 권력이 집중되고 열성 지지층의 목소리가 당의 의사결정을 좌우한다면 정당은 공적 조직으로서의 본분을 잃는다. 당원은 주인이 아니라 지도자를 지키는 동원 세력이 되고, 국회의원은 국민보다 공천권을 가진 당 지도부와 강성 지지층의 눈치를 살피게 된다. ‘우리 편이면 무엇이든 옳고, 상대편이면 무엇이든 틀렸다’는 진영 논리가 정치의 기준이 되는 순간 양심과 소신, 타협이 설 자리는 사라진다. 정책의 옳고 그름보다 누가 주장했는지가 중요해지고 법과 원칙보다 우리 진영에 유리한지가 판단의 기준이 된다. 같은 사안을 놓고도 정권이 바뀌면 평가가 뒤집히는 일이 반복되는 이유다. 국민이 정치에 등을 돌리는 것은 정치인들이 싸우기 때문만이 아니다. 싸움의 기준마저 공익이 아니라 진영의 유불리에 있기 때문이다. 강성 팬덤은 이런 구조를 더욱 악화시킨다. 정치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시민의 열정 자체가 문제는 아니다. 건강한 민주주의는 시민의 적극적인 참여를 필요로 한다. 문제는 비판과 토론이 사라진 자리를 맹목적 추종이 차지하는 데 있다. 지도자에 대한 합리적인 비판을 배신으로 규정하고 다른 의견을 가진 사람을 적으로 몰아붙이는 순간 팬덤은 민주적 참여가 아니라 정치적 압력이 된다. 공천을 둘러싼 당내 권력 구조가 팬덤과 결합하면 문제는 더욱 심각해진다. 정치인이 다음 선거를 위해 국민보다 당원, 당원보다 강성 지지층을 바라보게 된다면 대의민주주의의 기본 구조가 흔들릴 수밖에 없다. 국회의원은 국민의 대표이지 특정 정당 지도자의 대리인이 아니다. 정당의 공천권 역시 특정 개인의 정치적 생존을 보장하는 수단이 되어서는 안 된다. 쓴소리를 배척하는 문화도 경계해야 한다. 민주주의에서 가장 위험한 정치는 반대가 없는 정치다. 지도자의 주변에 찬성하는 사람만 남고 비판하는 사람은 하나둘 밀려난다면 그 조직은 겉으로는 강해 보여도 내부에서는 이미 무너지고 있는 것이다. 정치 지도자에게 필요한 것은 박수 부대가 아니라 불편한 진실을 말해 주는 동료다. 당내 소수 의견을 보호하고 공개적인 토론을 보장하는 것이 정당 민주주의를 살리는 출발점이다. 중도와 무당층을 외면하는 정치도 바뀌어야 한다. 선거 때마다 정치권은 국민 통합을 말하지만 선거가 끝나면 자기 진영의 결속부터 챙긴다. 상대 진영의 유권자를 설득하기보다 자극적인 언어로 자기 편의 분노를 키우는 것이 더 손쉬운 정치가 됐다. 하지만 민주주의는 자기 지지자들의 박수를 받는 것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나를 지지하지 않았던 국민까지 설득할 수 있어야 국가를 경영할 수 있다. 보수와 진보 모두 이 원칙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보수는 과거의 영광과 진영적 향수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시장경제의 활력과 개인의 자유를 지키면서도 사회적 약자를 보듬고 변화의 비용을 분담하는 책임 있는 보수로 거듭나야 한다. 진보 역시 과거의 이념과 진영 논리에 갇혀서는 안 된다. 공정과 정의라는 보편적 가치를 바탕으로 성장과 혁신, 노동과 복지를 함께 고민하는 현실적인 대안을 내놓아야 한다. 결국 정치가 회복해야 할 것은 거창한 구호가 아니다. 상식이다. 국민이 원하는 것은 정치인들이 서로 사랑하라는 것이 아니다. 서로 다른 생각을 인정하고 국가에 도움이 되는 일이라면 상대의 정책이라도 받아들일 수 있는 성숙함이다. 잘못했으면 사과하고 옳은 주장이면 상대편의 것이라도 인정하는 최소한의 정치적 양식이 필요하다. 정당은 지도자의 것도, 팬덤의 것도, 국회의원의 것도 아니다. 국민의 것이다. 정당의 존재 이유는 권력 획득 그 자체가 아니라 국민의 다양한 목소리를 제도권 안에서 조정하고 국가의 미래를 설계하는 데 있다. 정치권은 상대 진영을 향해 손가락질하기 전에 자신부터 돌아봐야 한다. 우리 당의 지도자가 아니라 상대 당의 지도자가 같은 행동을 했다면 우리는 어떻게 평가했을 것인가. 우리 편의 팬덤이 상대편 팬덤과 똑같은 행동을 했다면 우리는 과연 침묵했을 것인가. 이 질문에 정직하게 답하는 것에서 정치 개혁은 시작된다. 여의도의 위기는 단순히 정치인의 위기가 아니다. 민주주의의 작동 방식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무너지고 있다는 것이 진짜 위기다. 정치가 국민보다 진영을 먼저 생각하는 순간 민주주의는 껍데기만 남는다. 정치권이 지금 버려야 할 것은 상대방이 아니다. 자기편이면 무조건 옳다는 아집과 지도자에게 맹종하는 팬덤, 쓴소리를 배척하는 패거리 정치, 중도와 상식을 가볍게 여기는 오만이다. 국민은 정치의 승패보다 나라의 미래를 보고 있다. 이제 여의도가 그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정치가 다시 국민의 걱정을 덜어주는 자리로 돌아갈 것인지, 아니면 국민이 정치를 걱정하는 시대를 계속 이어갈 것인지 선택해야 할 때다.
2026-08-27 14:0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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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권 잡은 김민석…'명심·확장·2순위표'가 만든 승리
[경제일보] 김민석 전 국무총리가 더불어민주당의 새 당대표로 선출됐다. 1차 투표에서 과반을 확보하지 못하며 선호투표까지 간 끝에 54.08%를 얻으며 45.92%에 그친 정청래 후보를 꺾었다. 최고위원에는 최민희·박선원·서미화·이성윤·한민수 후보가 선출됐다. 이 가운데 최민희·이성윤·한민수 최고위원은 친정청래계, 박선원·서미화 최고위원은 친이재명계로 분류된다. 전당대회에서 맞붙었던 두 진영이 이제 하나의 지도부 안에서 공존해야 하는 구조가 만들어졌다. 이번 전당대회를 단순한 김 대표 개인의 승리로만 볼 수는 없다. 당정 관계를 둘러싼 노선 경쟁, 이재명 대통령과의 거리, 정청래 전 대표를 둘러싼 평가, 친명·친청 간 계파전, 지역별 당심과 세대별 선호, 선호투표제에서 나타난 ‘2순위 확장성’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였기 때문이다. 김 대표가 당선 직후 수락연설에서 가장 먼저 꺼낸 말 역시 승리보다 ‘정부의 성공’과 ‘통합’이었다. 그는 “당은 이재명 대통령과 국민 주권 정부의 성공을 위해 뛸 것”이라며 “당청의 관계는 국정의 중심인 대통령과 정부를 지원하는 전면 협력의 창조적인 수평 관계가 될 것”이라고 선언했다. ‘김민석 체제’가 어디를 향할지를 가장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이다. ‘명심’만으로 이긴 선거 아니었다…지역서 버티고 2순위까지 넓혔다 김 대표의 선거전략은 비교적 명확했다. 첫 번째 축은 ‘당정 일치’였다. 이재명 정부 초대 국무총리를 지낸 경험을 전면에 내세우면서 자신을 대통령의 국정철학과 정부 운영을 가장 잘 이해하는 후보로 자리매김했다. 단순한 친명 후보가 아니라 정부와 당 사이를 실제로 연결할 수 있는 ‘집권당형 대표’라는 이미지를 구축한 것이다. 반대편에 선 정 후보는 강한 개혁성과 당 정체성을 앞세웠다. 검찰개혁 등 민주당 핵심 지지층이 원하는 선명한 의제를 전면에 배치하면서 ‘강한 민주당’을 강조했다. 결국 두 후보의 대결은 ‘안정적 당정 운영’과 ‘강력한 개혁 드라이브’ 가운데 당원들이 무엇에 더 무게를 둘 것인가의 싸움으로 흘렀다. 김 대표의 두 번째 전략은 지역별 ‘승리’보다 ‘손실 최소화’였다. 초반 순회경선부터 압도적인 선두를 달린 것은 아니었다. 충청권에서는 김 후보 45.05%, 정 후보 44.61%로 불과 0.44%포인트 차였다. 사실상 초접전이었다. 부울경에서는 오히려 정 후보가 46.65%, 김 대표가 43.85%로 앞섰다. 1주차 누적에서도 정 후보 45.51%, 김 대표 44.52%로 정 후보가 근소하게 우세했다. 하지만 김 대표에게 중요한 것은 초반에 승부를 끝내는 것이 아니었다. 전체 권리당원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호남과 수도권까지 경쟁력을 유지하는 것이 핵심이었다. 불리한 지역에서 크게 지지 않고, 우호적인 지역에서 격차를 벌리는 방식이다. 특히 호남에서는 김 대표가 상대적으로 높은 경쟁력을 보여왔다. 김대중 전 대통령 시절부터 민주당 정치에 몸담아 온 경력과 이재명 정부 초대 총리라는 상징성이 동시에 작용할 수 있는 지역이었다. 세대별 흐름에서도 김 대표의 강점은 핵심 민주당 지지층과 중도적 이미지 사이에 있었다. 전당대회 직전 실시된 일부 여론조사에서는 김 대표는 40·50대에서 비교적 높은 선호를 보였다. 반면 20·30대에서는 특정 후보로의 강한 쏠림보다 유보층이 많아 세대별 표심을 한쪽으로 단정하기 어려운 양상이 나타났다. 정치권 관계자는 “이번 선거에서 김 대표의 승리를 단순히 특정 연령층이 만들어냈다고 해석하기보다는 핵심 당원층에서 경쟁력을 확보하면서 상대적으로 넓은 유권자층에서 거부감을 낮춘 전략이 효과를 발휘했다고 보는 편이 타당하다”고 했다. 세 번째 결정적 변수는 선호투표제였다. 이번 당대표 선거에서는 1차 투표에서 과반 득표자가 나오지 않으면서 후보들의 2순위 선호까지 반영하는 방식으로 최종 승자가 결정됐다. 여기서 김 대표의 ‘확장성’이 힘을 발휘했다는 평가가 정치권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송영길 후보를 1순위로 선택한 당원 가운데 상당수가 2순위 후보로 김 대표를 선택할 수 있는 정치적 구조가 형성돼 있었다. 김 대표와 송 후보는 모두 큰 틀에서는 이재명 정부 성공과 당정 협력을 강조했고, 정 후보와는 차별화된 선택지를 형성했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선거는 ‘누가 가장 강한 1순위 지지층을 확보했는가’에서 끝나지 않았다. 탈락한 후보의 지지자를 누가 더 많이 자신의 편으로 끌어들일 수 있었느냐가 최종 승패를 갈랐다. 김 대표의 54.08%라는 최종 득표율에는 이 같은 2순위 확장 전략이 반영돼 있다고 볼 수 있다. ‘명청대전’ 끝낼 수 있나…수락연설부터 통합 메시지 하지만 김 대표 체제의 진짜 승부는 전당대회 이후다. 이번 경선은 정책 경쟁 못지않게 계파 대결이 거칠었다. 김 대표 측은 정청래 대표 체제에서 불거졌던 당정 간 긴장과 ‘자기 정치’ 논란을 부각하며 ‘명청대전’을 끝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대로 정 후보 측에서는 김 대표의 과거 정치 행적과 탈당 전력 등을 집중적으로 문제 삼았다. 후보 간 논쟁은 당대표 선거를 넘어 최고위원 선거로까지 번지면서 친명과 친청의 사실상 ‘팀 대결’ 양상을 보였다. 최고위원 선거 결과는 그 갈등의 흔적을 그대로 보여준다. 최민희·이성윤·한민수 등 친청계로 분류되는 인사 3명이 지도부에 입성했고, 박선원·서미화 등 친명계 2명이 함께 선출됐다. 김 대표가 최고위원회를 일방적으로 장악할 수 없는 구조다. 반대로 보면 계파 통합을 실제로 시험할 수 있는 구성이기도 하다. 김 대표도 이를 의식한 듯 당선 직후부터 경쟁자와의 화합을 강조했다. 그는 수락연설에서 “(낙선한) 정청래·송영길 후보와도 함께 뛸 것”이라며 “제가 그 장을 넓게 열고 함께 열고 함께 모실 것이다”라고 밝혔다. 이어 “우리는 어려운 당내외 상황을 맞이하고 있는데, 이를 동지들과 함께, 신임 지도부와 함께 반드시 돌파해 내겠다”고 강조했다. 경선 과정에서 정 후보를 향해 날을 세웠던 것과는 확연히 달라진 메시지다. 이제 김 대표에게 필요한 것은 상대를 이기는 정치가 아니라 상대를 지도부 운영 안으로 끌어들이는 정치이기 때문이다. 지도부 인선과 의사결정 과정에서 친명계만을 전진 배치한다면 전당대회에서 불거진 갈등이 최고위원회의 내부 갈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 반대로 친청계 최고위원들에게 실질적인 역할을 부여하고 정청래·송영길 후보까지 당 운영에 참여시킨다면 이번 전대를 계파 경쟁의 정점이 아닌 종착점으로 만들 가능성도 있다. 김 대표가 ‘명청대전의 종식’을 주장했던 만큼 이제 그 책임도 고스란히 김 대표에게 돌아왔다. 수락연설에서 제시한 당청관계의 개념 역시 주목된다. 김 대표는 대통령과 정부를 지원하겠다고 하면서도 그 관계를 단순한 수직적 관계가 아닌 “전면 협력의 창조적인 수평 관계”라고 규정했다. 이어 이재명 정부의 성공을 위해 “직언하고, 방패가 되고, 민심의 창구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당정 일치를 주장하면서도 정부의 결정을 그대로 추인하는 정당에 머무르지는 않겠다는 의미로 읽힌다. ‘방패’는 정부를 외부 정치공세로부터 지키겠다는 의미이고, ‘직언’과 ‘민심의 창구’는 국민 여론을 대통령과 정부에 전달하는 집권여당의 기능을 수행하겠다는 의미다. 결국 김민석식 당정관계의 성패는 이 세 가지 기능 사이에서 얼마나 균형을 잡느냐에 달려 있다. 정부를 보호하는 역할만 커지면 여당의 독립성이 약화될 수 있고, 반대로 차별화만 강조하면 다시 당정 갈등이 발생할 수 있다. ‘ABC 플랜’ 즉각 가동…민주당을 ‘생활 책임 정당’으로 김 대표는 수락연설에서 당 운영의 방향도 보다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그는 민주당을 변화시키기 위한 ‘ABC 플랜’을 즉각 가동하겠다고 선언했다. 핵심은 민주당의 정치 의제를 거대 담론에서 국민의 일상으로 더 깊숙이 옮기겠다는 것이다. 김 대표는 “먹고사는 민생 정치, 생활비 정치, 크고 넓은 덧셈 정치, 확장 정치, 유능한 민생 중심 다수 정당인 민주당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오늘부터 민주당은 역사정당, 민주 정당을 넘어 국민의 삶에 대한 책임 정당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전당대회 기간 내세웠던 ‘민생·실용·확장’ 전략을 당대표 취임과 동시에 실제 당 운영 원칙으로 전환하겠다는 의미다. 여기에는 정치적으로 중요한 계산도 깔려 있다. 민주당의 핵심 지지층을 결집하는 것만으로는 향후 전국 단위 선거에서 안정적인 우위를 확보하기 어렵다. 이념이나 계파보다 물가와 주거, 일자리, 생활비처럼 국민의 일상과 맞닿은 문제를 전면에 내세워 중도층까지 지지 기반을 넓히겠다는 것이다. ‘덧셈 정치’와 ‘확장 정치’를 강조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전당대회 과정에서는 상대 진영의 문제점을 공격해 지지층을 결집할 수 있었다. 하지만 대표가 된 순간부터는 자신을 찍지 않은 당원과 중도 유권자까지 끌어들이는 것이 더 중요해진다. 김 대표의 선거전략이 2순위 표까지 확보하는 ‘확장’에 있었다면, 당 운영에서도 같은 전략을 적용하겠다는 선언인 셈이다. 민주당 관계자는 “경선 과정에서 갈라진 친명과 친청을 하나의 지도부로 묶어야 한다”며 “대통령과 긴밀하게 협력하면서도 민심을 가감 없이 전달해야 하고, 민주당의 정치적 의제를 국민의 먹고사는 문제로 이동시켜 외연을 넓혀야 한다”고 했다. 김 대표는 선거에서 ‘당정 일치’를 내세워 승리했다. 수락연설에서는 여기에 직언·방패·민심, 그리고 통합·민생·확장을 더했다. 전당대회에서 승리하는 데 필요했던 것은 경쟁력이었다면, 집권당 대표로 성공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조정력이다. 친명과 친청, 당과 대통령실, 강성 당원과 중도층 사이의 거리를 얼마나 좁힐 수 있느냐가 김민석 체제의 성패를 결정할 전망이다.
2026-08-17 20:0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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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가는 비트코인이 아니라 블록체인을 원한다"…토큰화가 바꾸는 금융 배관
[경제일보] 한때 가상화폐 투기의 기반 기술로 여겨졌던 블록체인이 세계 금융산업의 새 인프라로 부상하고 있다. 월가의 대형 은행과 증권거래소, 글로벌 자산운용사들은 비트코인을 사들이는 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현금과 예금, 채권, 펀드, 주식 등 전통 금융자산을 블록체인 위에서 거래할 수 있는 디지털 토큰으로 바꾸는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최근 “월가가 블록체인 사랑하기를 배우고 있다”고 보도했다. FT에 따르면 금융회사들은 블록체인이 거래 비용을 낮추고 결제 시간을 줄이며, 개인과 기관투자자가 하루 24시간 자산을 거래할 수 있는 시장을 열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자산운용사들이 내놓은 토큰화 머니마켓펀드(MMF) 시장도 2025년 초 40억달러 미만에서 최근 160억달러 이상으로 커졌다고 FT는 전했다. 월가의 관심은 가상화폐 자체보다 ‘토큰화(Tokenisation)’에 쏠려 있다. 토큰화는 현금, 예금, 채권, 주식, 펀드, 원자재, 부동산 등 실물·금융자산의 권리를 블록체인 기반 디지털 토큰으로 표현해 거래하는 방식이다. 기존 금융시장이 은행, 예탁결제기관, 청산소, 거래소, 수탁기관 등 여러 중개기관을 거쳐 움직였다면 토큰화 금융은 거래와 결제, 권리 이전, 이자·배당 지급을 하나의 디지털 장부와 스마트계약으로 자동 처리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실패했던 블록체인 거래소, 10년 뒤 다시 주류로 금융권의 블록체인 실험이 처음부터 순조로웠던 것은 아니다. FT는 2016년 호주증권거래소가 기존 거래 시스템을 블록체인 기반으로 전환하겠다고 발표했지만, 소프트웨어 설계와 대규모 거래 처리 문제 등이 겹치며 결국 프로젝트가 중단됐다고 짚었다. 당시에는 스마트계약, 확장성, 금융규제, 기관투자가 활용 경험이 모두 미성숙한 단계였다. 하지만 10년이 지나면서 환경은 달라졌다. 블록체인 기술은 가상화폐 거래소와 스테이블코인, 디지털자산 수탁, 온체인 결제 등을 거치며 성숙했고, 금융당국도 제도권 금융 인프라로서 분산원장기술(DLT)을 다루기 시작했다. 기업 경영진 입장에서도 규제 불확실성이 줄어들면서 관련 투자를 결정하기 쉬워졌다. 미국 증권시장 청산·결제 인프라를 담당하는 DTCC도 움직이고 있다. DTCC는 올해 5월 토큰화 서비스를 개발 중이며, 2026년 7월 제한적 실거래를 거쳐 10월 서비스를 출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DTCC는 미국 주식과 채권 거래의 청산·결제를 맡는 핵심 기관으로, 금융권에서는 DTCC의 참여를 토큰화가 실험 단계를 넘어 시장 인프라 단계로 이동하는 신호로 받아들이고 있다. ◆은행의 경쟁자는 은행만이 아니다 전통 금융회사가 토큰화에 속도를 내는 배경에는 경쟁 압박도 있다. 가상화폐 거래소와 핀테크 플랫폼은 이미 24시간 거래, 즉시 결제, 낮은 수수료를 앞세워 젊은 투자자를 끌어들이고 있다. 이들은 가상화폐를 넘어 주식, 채권, 원자재, 사모신용 등 기존 금융상품까지 토큰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나스닥도 토큰화 주식의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다. 나스닥은 올해 3월 토큰화가 “항상 열려 있는 금융 생태계”의 이점을 열 수 있다며, 발행회사를 중심에 둔 주식 토큰 설계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나스닥은 이 구상이 규제된 기존 주식시장과 블록체인 네트워크를 연결하는 투명한 시장 구조를 지원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JP모건의 제이미 다이먼 최고경영자(CEO)도 변화의 압박을 인정하고 있다. FT에 따르면 다이먼 CEO는 주주 서한에서 스테이블코인, 스마트계약, 토큰화 플랫폼을 새로운 경쟁자로 거론하며 자체 블록체인 기술 확대 필요성을 밝혔다. 비트코인을 강하게 비판해 온 월가 대표 은행가마저 블록체인 기반 인프라는 외면하기 어려워졌다는 의미다. ◆토큰화된 돈부터 커진다 현재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분야는 ‘토큰화된 돈’이다. 대표적으로 스테이블코인과 토큰화 예금이 있다. 스테이블코인은 달러나 유로 등 법정통화 가치에 1대1로 연동되도록 설계된 디지털자산이다. 토큰화 금융시장에서는 법정통화와 블록체인 자산을 이어주는 결제 매개체 역할을 한다. 은행권도 토큰화 예금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웰스파고가 올가을 기업 고객을 대상으로 토큰화 예금을 출시할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토큰화 예금은 기존 은행 예금을 블록체인에서 이전할 수 있는 형태로 만든 것으로, 은행권이 스테이블코인에 대응하면서도 예금 기반 결제 질서를 유지하려는 시도로 볼 수 있다. 국제결제은행(BIS)도 중앙은행과 상업은행이 함께 쓰는 토큰화 결제 인프라를 실험하고 있다. BIS의 ‘프로젝트 아고라(Project Agorá)’는 토큰화된 중앙은행 준비금과 상업은행 예금을 결합해 도매 국제결제를 더 빠르고 안전하게 처리할 수 있는지 검증하는 공공·민간 공동 프로젝트다. BIS는 이 프로젝트가 기존 자금세탁방지, 결제완결성, 개인정보보호 규칙을 준수하면서도 국제결제의 비효율을 줄일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줬다고 설명했다. ◆효율성 뒤에 새 리스크도 토큰화 지지자들은 거래비용 절감과 결제시간 단축, 담보 활용 효율화, 24시간 거래를 장점으로 든다. 예를 들어 국채를 토큰화해 환매조건부채권, 즉 레포(Repo) 거래의 담보로 활용하면 담보가 묶이는 시간을 줄이고 자금 회전율을 높일 수 있다. 스마트계약을 활용하면 이자나 배당, 권리 행사도 자동 처리할 수 있다. 그러나 금융당국과 국제기구는 속도가 곧 안정성을 뜻하는 것은 아니라고 경고한다. IMF는 지난달 발표한 토큰화 관련 보고서에서 토큰화가 금융시장 구조와 리스크 관리, 금융안정에 중대한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블록체인 기반 금융은 속도, 집중, 분절화 문제를 통해 금융 불안을 증폭시킬 수 있으며, 자동 실행과 연속 결제는 스트레스 상황에서 자금 유출을 더 빠르게 만들 수 있다고 지적했다. 리스크는 여러 갈래다. 첫째는 자동화 리스크다. 스마트계약이 조건 충족 시 즉시 실행되면 평상시에는 효율적이지만, 위기 때는 인간의 재량적 개입이 사라질 수 있다. 마진콜과 담보 청산이 자동으로 이어질 경우 시장 충격이 더 빠르게 확산될 가능성이 있다. 둘째는 인프라 리스크다. 퍼블릭 블록체인은 특정 금융기관이 직접 통제하지 않는 네트워크다. 해킹, 코드 결함, 검증인 구조, 네트워크 장애가 금융시장 인프라의 위험으로 전이될 수 있다. 이 때문에 일부 은행은 공개형 블록체인보다 내부 통제가 가능한 프라이빗 블록체인을 선호하고 있다. 셋째는 상호운용성 문제다. 각 은행과 플랫폼이 서로 다른 토큰화 예금과 자산 네트워크를 만들면 유동성은 커지기보다 쪼개질 수 있다. JP모건 토큰이 다른 은행 시스템에서 곧바로 결제되지 않는다면, 토큰화는 하나의 통합 시장이 아니라 여러 개의 닫힌 시장을 만드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주식 토큰’은 진짜 주식인가 투자자 보호 문제도 남아 있다. 로빈후드는 지난해 유럽 이용자를 대상으로 오픈AI와 스페이스X 관련 주식 토큰을 제공하겠다고 밝혔다가 논란에 휩싸였다. 오픈AI는 해당 토큰이 자사의 실제 지분이 아니며, 회사와 제휴한 상품도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로이터도 오픈AI가 로빈후드의 주식 토큰과 파트너십을 맺지 않았다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이 사례는 토큰화 금융의 핵심 쟁점을 보여준다. 투자자가 토큰을 보유했을 때 실제 주주권을 갖는지, 배당과 의결권은 어떻게 처리되는지, 발행회사가 이를 승인했는지, 문제가 생겼을 때 어느 나라 법과 감독당국이 관할하는지 명확하지 않으면 투자자 혼란이 커질 수 있다. 결국 월가가 원하는 것은 비트코인이 아니라 금융시장의 ‘배관’을 새로 까는 블록체인이다. 토큰화는 낡은 결제·청산 구조를 바꾸고 금융상품의 유통 방식을 혁신할 수 있다. 하지만 금융은 속도만으로 움직이는 산업이 아니다. 신뢰, 규제, 결제 안정성, 투자자 보호가 함께 작동해야 한다. 한 금융시장 전문가는 “토큰화는 금융산업의 인터넷화에 가까운 변화지만, 모든 자산을 24시간 거래하게 만든다고 시장이 자동으로 더 안전해지는 것은 아니다”라며 “금융당국은 혁신을 막기보다 토큰의 권리 구조, 결제 자산, 플랫폼 책임, 위기 시 중단 장치까지 명확히 해야 한다”고 말했다.
2026-08-09 08:2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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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 앞둔 전현직 대통령들의 광폭 행보
[경제일보] 6·3 지방선거가 막판으로 향하면서 선거판의 주어가 바뀌고 있다. 시장·도지사, 구청장·군수, 지방의원과 교육감을 뽑는 선거인데 정작 뉴스의 앞자리는 지역 후보가 아니라 전현직 대통령들이 차지하고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대구·충청권 등에서 국민의힘 후보 지원 행보를 이어갔고, 이명박 전 대통령도 국민의힘 후보 지원 대열에 섰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조국 조국혁신당 후보 게시물에 ‘좋아요’를 누르며 간접 지원 논란의 중심에 섰다. 이재명 대통령도 부산 방문과 지역 현안 발언을 두고 야권으로부터 선거 개입성 행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전직 대통령도 시민이다. 정치적 의사 표현의 자유가 있다. 현직 대통령도 국정을 수행해야 한다. 지역 행사에 참석하고 민생 현장을 찾는 일 자체를 선거 개입으로 단정할 수는 없다. 그러나 법적으로 가능하다는 말과 정치적으로 바람직하다는 말은 다르다. 특히 지방선거는 지역의 삶을 결정하는 선거다. 버스 노선, 재건축, 산업단지, 돌봄, 하수관, 학교 급식, 지역 병원, 청년 일자리 같은 문제가 중심에 서야 한다. 그런데 선거 막판의 장면은 다시 ‘누가 어느 전직 대통령의 손을 잡았는가’, ‘현직 대통령에게 힘을 실을 것인가, 견제할 것인가’로 흘러가고 있다. 지방선거가 대통령 선거의 연장전처럼 변질되면 가장 먼저 사라지는 것은 후보 검증이다. 어느 후보가 지역 재정을 감당할 능력이 있는지, 공약에 필요한 전력·용수·부지·예산 계획이 있는지, 지난 임기 동안 무엇을 했고 무엇을 못했는지 따지는 질문은 뒤로 밀린다. 대신 전직 대통령의 등장, 지지층 결집, 진영 간 감정전이 선거판을 덮는다. 유권자는 지역의 미래를 고르는 것이 아니라 중앙정치의 대리전을 치르는 관객으로 밀려난다. 박근혜·이명박 전 대통령의 행보는 특히 신중했어야 했다. 두 전직 대통령은 국가 최고권력을 맡았던 인물이다. 그러나 동시에 각각 사법적 판단과 정치적 심판의 무게를 안고 있는 인물이기도 하다. 한겨레는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이 5월 31일 국민의힘 후보 지원 유세에 나섰고, 당 안팎에서 중도층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보수 지지층 결집에는 도움이 될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이 지방선거의 품격을 높이는 일인지는 별개의 문제다. 문재인 전 대통령의 행보도 가볍게 볼 수 없다. 직접 마이크를 잡고 유세차에 오른 것은 아니지만, 조국 후보 관련 게시물에 반복적으로 반응한 행위는 정치적 신호로 읽힐 수밖에 없다. 문 전 대통령이 조국 조국혁신당 후보 관련 게시물에 ‘좋아요’를 누른 사실이 도마위에 올랐다. 전직 대통령의 손짓 하나, 클릭 하나는 일반 시민의 그것과 무게가 다르다. 지지자들에게는 메시지가 되고 반대편에는 도발로 받아들여진다. 전직 대통령이 침묵할 자유도 있지만, 말하지 않음으로써 남기는 정치적 공간도 있다. 그 무게를 가볍게 여겨선 안 된다. 현직 대통령의 행보는 더 엄격한 기준 위에 놓인다. 대통령은 특정 정파의 지도자가 되기 전에 국가 전체의 대표다. 이재명 대통령이 부산에서 바다의 날 행사에 참석하고 “부산을 대한민국 해양 수도로 육성하겠다”고 밝힌 행보를 두고 야권과 일부 언론은 선거를 앞둔 지역 방문의 정치성을 문제 삼았다. 물론 대통령은 지역 정책을 말할 수 있다. 국가균형발전과 지역경제는 대통령의 책무다. 그러나 선거 직전, 격전지에서, 후보들의 공약과 맞물리는 메시지가 나올 때는 국정과 선거운동의 경계가 흐려진다. 대통령의 발언은 곧 행정력과 예산의 신호로 읽히기 때문이다. 지방선거는 원래 생활정치의 무대다. 중앙 권력의 찬반투표가 아니라 주민 삶의 관리자를 뽑는 선거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일정에 따르면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 공식 선거운동은 5월 21일부터 6월 2일까지 진행된다. 이 기간 유권자는 후보자 토론, 공약, 지역 현안 대응 능력을 살펴야 한다. 그런데 선거 막판으로 갈수록 지역 공약보다 전직 대통령의 이동 경로가 더 큰 뉴스가 되고 있다. 이것은 지방자치의 후퇴다. 동양 고전 <논어>에는 “군자는 의에 밝고, 소인은 이익에 밝다”는 말이 있다. 정치가 공동체의 의로움보다 진영의 이익에 밝아질 때 선거는 시민의 판단을 돕는 절차가 아니라 감정을 동원하는 기술로 전락한다. 전현직 대통령들의 광폭 행보는 각 진영에는 유리한 계산일 수 있다. 그러나 지방자치의 관점에서는 위험한 유혹이다. 대통령의 이름은 지역 후보의 부족한 정책을 가리는 장막이 되어선 안 된다. 지금 유권자에게 필요한 것은 전직 대통령의 향수가 아니다. 현직 대통령에 대한 찬반 감정만도 아니다. 우리 동네의 낡은 도로를 누가 고칠 것인지, 산업 전환기에 지역 일자리를 누가 지킬 것인지, 청년이 떠나는 도시를 어떻게 붙잡을 것인지, 복지 지출을 감당할 재정 구조를 누가 만들 것인지가 더 중요하다. 지방선거의 주인공은 대통령이 아니라 주민이어야 한다. 선거판의 중심은 청와대나 전직 대통령 사저가 아니라 골목, 시장, 학교, 공장, 병원, 버스정류장이어야 한다. 정당들도 책임을 피할 수 없다. 전직 대통령의 후광에 기대는 정치는 손쉽다. 그러나 손쉬운 정치는 대개 시민에게 비싼 대가를 남긴다. 후보 경쟁력이 부족하면 전직 대통령을 부르고, 공약 검증이 부담스러우면 정권 심판론이나 정권 지원론을 앞세우는 방식은 지방정치를 황폐하게 만든다. 지역 후보가 대통령의 대리인이 되는 순간, 지방자치는 중앙정치의 하청으로 전락한다. 이번 선거에서 전현직 대통령들이 남긴 장면은 한국 정치의 오래된 병을 다시 보여준다. 우리는 여전히 사람보다 제도를, 지역보다 중앙을, 정책보다 진영을 앞세운다. 대통령의 그림자가 너무 길면 지방정치는 그늘에 갇힌다. 유권자가 보아야 할 것은 전직 대통령의 손짓이 아니라 후보의 손에 들린 예산표와 실행계획이다. 선거는 과거의 지도자를 소환하는 의식이 아니다. 앞으로 4년의 생활을 맡길 사람을 고르는 절차다. 전현직 대통령들은 한 걸음 물러서야 한다. 정당은 후보를 앞세워야 한다. 후보는 대통령의 이름 뒤에 숨지 말고 자기 지역의 언어로 말해야 한다. 유권자는 진영의 북소리보다 생활의 질문에 귀 기울여야 한다. 그것이 지방선거를 지방선거답게 만드는 길이다.
2026-06-01 16:2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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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북갑, 하정우·박민식·한동훈 3파전…영남 표심의 축소판 됐다
[경제일보] 6·3 지방선거와 함께 치러지는 부산 북갑 국회의원 보궐선거가 막판 최대 승부처로 떠올랐다. 더불어민주당 하정우 후보, 국민의힘 박민식 후보, 무소속 한동훈 후보가 맞붙으면서 한 지역구 선거를 넘어 여야 정치권의 시선이 쏠리는 대결이 됐다. 부산 북갑은 더불어민주당 전재수 전 의원이 부산시장 선거에 출마하며 의원직을 사퇴해 보궐선거가 치러지는 지역이다. 전 전 의원은 이 지역에서 3선을 지냈다. 부산의 보수 성향 속에서도 지역 밀착형 행보로 기반을 다졌던 곳인 만큼 이번 보궐선거는 단순한 의석 보충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민주당에는 전재수 이후 북갑을 지켜낼 수 있느냐의 문제이고, 국민의힘에는 보수 강세 지역에서 갈라진 표를 다시 모을 수 있느냐의 문제다. 한동훈 후보에게는 당 밖에서 정치적 생존력을 입증해야 하는 첫 승부다. 세 후보의 정치적 색깔도 서로 다르다. 하정우 후보는 전 AI 미래기획수석 출신으로 더불어민주당이 투입한 인물이다. 부산 출신과 AI 전문가 이미지를 앞세워 전재수 전 의원의 지역 기반과 더불어민주당의 정책 공약을 결합하겠다는 구상을 내세우고 있다. 박민식 후보는 재선 의원과 초대 국가보훈부 장관을 지낸 보수 진영의 중량급 인사다. 지역 정치 경험과 정부·국회 경력을 앞세워 보수층 결집을 호소하고 있다. 한동훈 후보는 국민의힘 대표를 지낸 전국적 인지도 높은 정치인으로 이번 선거에는 무소속으로 나섰다. 기존 보수 지지층과 무당층을 향한 독자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부산 북갑이 전국적 관심을 받는 배경에는 3자 구도가 있다. 민주당 후보와 국민의힘 후보의 맞대결이라면 전통적인 여야 대결로 설명할 수 있다. 그러나 한동훈 후보가 무소속으로 뛰어들면서 선거는 민주당 대 국민의힘 구도를 넘어 보수 진영 내부 경쟁까지 겹친 판이 됐다. 하 후보에게는 보수 후보가 둘로 나뉜 상황이 기회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고, 박 후보는 당의 공식 후보라는 정통성을 앞세워 보수표 결집을 노린다. 한 후보에게는 무소속 출마로도 지역구 선거에서 경쟁력을 보일 수 있느냐가 걸려 있다. 전재수의 빈자리, 북갑 판세 흔들었다 부산 북갑은 보수세가 만만치 않은 지역이다. 그러나 전재수 전 의원이 3선을 기록한 곳이기도 하다. 지역 언론과 주요 매체들은 이 지역을 전통적으로 보수세가 강하지만 전 전 의원의 지역 기반이 작동했던 지역으로 보고 있다. 이번 보궐선거가 부산 전체 선거판을 흔드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민주당은 하정우 후보를 통해 전재수의 지역 기반을 이어가려 한다. 하 후보는 AI 분야 전문성을 앞세우면서도 구포시장, 만덕, 덕천 등 생활권을 훑는 선거운동을 이어가고 있다. 민주당 입장에서는 부산시장 선거에 나선 전 전 의원의 확장성과 북갑 보궐선거를 함께 묶어야 한다. 전 전 의원이 부산 전체를 향해 확장성을 보여야 한다면, 하 후보는 전 전 의원이 떠난 지역 기반을 지켜야 한다. 하 후보 역시 넘어야 할 지점이 있다. AI 전문가라는 이력은 신선하지만 지역 정치 경험은 상대적으로 짧다. 북갑 유권자가 원하는 것은 중앙의 큰 구호가 아니라 동네 문제를 풀 사람일 수 있다. 만덕과 구포, 덕천의 주거 환경, 교통, 상권, 고령층 복지, 청년 일자리 문제를 얼마나 구체적으로 말하느냐가 중요하다. 전재수의 후광만으로는 부족하다. 하 후보가 자신의 지역성을 보여줘야 하는 이유다. 박민식 후보는 정반대의 위치에 있다. 그는 부산 북·강서갑에서 재선을 지냈고 초대 국가보훈부 장관을 지냈다. 보수 유권자에게 익숙한 이름이고, 지역 정치 경험도 있다. 국민의힘이 박 후보를 공천한 것은 한동훈 후보의 무소속 출마로 흔들리는 보수표를 조직과 경력으로 묶겠다는 선택에 가깝다. 박 후보가 풀어야 할 문제는 보수층을 다시 한곳으로 모으는 일이다. 국민의힘 공식 후보라는 점은 가장 큰 자산이지만, 한동훈 후보의 무소속 출마로 갈라진 보수표를 되돌리는 과정은 쉽지 않다. 지방선거와 함께 치러지는 보궐선거에서는 정당 조직과 투표 독려가 결과에 큰 영향을 미친다. 박 후보가 국민의힘 지지층을 얼마나 되돌려 세우느냐에 따라 선거 양상은 달라질 수 있다. 박 후보에게 부담으로 작용하는 대목도 있다. 한동훈 후보의 존재다. 보수 진영에서 전국적 인지도와 정치적 상징성은 한 후보가 더 강하다. 박 후보가 아무리 공식 후보라는 점을 강조해도 일부 보수층은 한 후보를 보수 진영의 다른 선택지로 볼 수 있다. 여기에 박 후보가 과거 다른 지역 출마를 시도했던 이력을 두고 지역을 떠났던 인물이라는 비판도 제기돼 왔다. 박 후보가 한 후보와의 차별화를 지나치게 강하게 밀면 보수 분열 책임론이 커질 수 있고, 반대로 충돌을 피하면 존재감이 약해질 수 있다. 박 후보에게 이번 선거는 민주당 후보와의 싸움이면서 동시에 한동훈 후보와의 보수 대표성 경쟁이다. 한동훈의 무소속 승부, 보수 재편의 시험대 한동훈 후보의 출마는 이번 선거를 전국적 관심사로 끌어올린 변수다. 한 후보는 국민의힘 대표를 지낸 뒤 이번 선거에는 무소속으로 나섰다. 부산 북구 만덕동으로 전입신고를 하며 출마 의지를 드러냈고, 이후 독자 행보를 이어갔다. 한 후보에게 부산 북갑은 정치적 복귀와 재기를 가늠하는 무대라는 평가가 나온다. 한 후보의 강점은 전국적 인지도다. 지역 선거임에도 그의 출마 자체가 뉴스가 됐다. 기존 정치권에 대한 피로감, 국민의힘 내부 갈등, 보수 재편 가능성을 모두 끌어안고 있다. 한 후보가 선전할 경우 국민의힘 내부 권력 구도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반대로 패배할 경우 당 밖에서 독자 생존이 쉽지 않다는 현실을 확인하게 된다. 한 후보 앞에도 만만치 않은 과제가 놓여 있다. 보궐선거는 인지도만으로 이기기 어렵다. 지역 조직과 투표 동원, 생활 공약, 골목 민심이 중요하다. 북갑은 만덕과 구포, 덕천의 생활권이 뚜렷하고 고령층 비중도 높은 지역이다. 전국적 메시지만으로는 지역 유권자를 설득하기 어렵다. 한 후보가 부산 북갑 사람이라는 이미지를 얼마나 쌓았느냐가 막판 승부를 가를 수 있다. 또 하나의 변수는 보수 단일화 무산이다. 국민의힘 박민식 후보와 무소속 한동훈 후보 간 단일화 가능성은 여러 차례 거론됐지만, 박 후보는 공개적으로 단일화 가능성을 일축했다. 보수 후보가 둘로 갈라진 상황에서 민주당 후보가 앞서갈 수 있다는 계산이 가능한 반면, 두 후보가 각기 다른 지지층을 끌어낼 경우 표 분산의 효과도 단순하게 계산하기 어렵다. 표 분산이 민주당에 유리하게 작동할지, 보수층의 막판 위기감을 자극해 결집을 부를지는 투표함을 열어봐야 알 수 있다. 선거 막판에는 일부 지지자 관련 논란 등을 둘러싸고 후보 간 책임 공방도 벌어졌다. 박 후보는 보수층 결집을 호소하며 막판 유세에 집중했다. 정책 경쟁에 지지층 결집과 책임 공방까지 겹치면서 북갑 선거는 막판까지 뜨거운 전선을 형성했다. 지역 의제와 전국 정치가 겹친 선거 부산 북갑 보궐선거는 전국 정치의 축소판처럼 보이지만, 지역 의제를 빼고는 설명할 수 없다. 구포·덕천·만덕 생활권을 중심으로 한 북갑은 노후 주거지, 도시철도와 도로망, 전통시장과 골목상권, 고령층 복지 문제가 함께 있는 지역이다. 유권자들은 대통령, 대표, 장관 출신이라는 명함보다 동네의 변화를 묻는다. 하정우 후보는 AI와 미래산업을 말한다. 부산을 AI 강국 실현의 핵심 도시로 만들겠다는 민주당의 구상과 맞닿아 있다. 그러나 AI가 지역 주민의 삶과 연결되려면 교육, 일자리, 창업, 공공서비스 개선으로 내려와야 한다. AI 전문가라는 타이틀이 선거 구호에 그치지 않으려면 북갑의 학교와 기업, 청년 일자리와 연결된 구체적 설계가 필요하다. 박민식 후보는 경험과 안정감을 앞세운다. 재선 의원과 장관 경력은 지역 현안을 중앙정부와 연결할 수 있다는 주장으로 이어진다. 다만 유권자 입장에서는 과거 경력보다 앞으로 무엇을 할 것인지가 중요하다. 보수 결집만으로는 부족하다. 북갑의 주거와 교통, 상권 회복을 어떻게 풀 것인지가 박 후보의 경쟁력을 가를 수 있다. 한동훈 후보는 정치적 상징성이 강하다. 그는 무소속이지만 전국적 인지도가 높다. 그러나 지역구 선거에서 상징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중앙 정치의 메시지를 지역 문제로 번역해야 한다. 만덕과 구포의 교통 불편, 노후 아파트와 주택 정비, 전통시장 활성화, 청년층 정착 문제를 자신의 의제로 만들지 못하면 지지층 확장은 제한될 수 있다. 북갑의 승부는 세 후보 모두에게 물러설 수 없는 시험대다. 하정우 후보는 전재수 전 의원이 남긴 민주당의 지역 기반을 이어받아야 하고, 박민식 후보는 국민의힘 공식 후보로서 갈라진 보수표를 다시 묶어야 한다. 한동훈 후보는 무소속으로도 지역구 선거를 버틸 수 있는 정치적 체력을 보여줘야 한다. 세 후보의 이해가 한곳에서 충돌하면서 부산 북갑은 이번 재보선의 최대 격전지로 떠올랐다. 보궐선거는 투표율에 민감하다. 지방선거와 함께 치러지는 만큼 광역단체장 선거의 열기와 정당 지지층 결집이 함께 작동한다. 사전투표 열기도 높았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국회의원 재보궐선거 최종 사전투표율은 24.12%였고, 부산 북갑은 25.57%를 기록했다. 높은 관심이 실제 본투표까지 이어질지가 막판 관전 포인트다. 부산 북갑의 승부는 단순히 누가 금배지를 달 것인가의 문제가 아니다. 민주당에는 영남 확장 가능성을 확인하는 선거이고, 국민의힘에는 보수 강세 지역의 조직력을 시험하는 선거다. 한동훈 후보에게는 무소속 정치 행보의 지속 가능성을 가늠하는 무대다. 지역 유권자에게는 중앙 정치의 소용돌이 속에서도 북갑의 일꾼을 고르는 선거다. 세 후보 모두 전국 정치의 무게를 등에 지고 있지만, 최종 판단은 지역민이 한다. 북갑 유권자는 유명세와 정당 간판만 보지 않는다. 동네를 알고, 예산을 끌어오고, 지역 문제를 풀 수 있는 사람을 고를 것이다. 부산 북갑 보궐선거가 6·3 재보선 최대 격전지로 불리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2026-06-01 15:4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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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증의 덫과 침묵의 바다, 민주주의는 어디로 가고 있는가
선거는 민주주의의 꽃이라고 한다. 그러나 꽃은 향기로 사람을 모으지만, 오늘날 대한민국 정치가 만들어내는 풍경은 향기보다 적대와 혐오의 냄새가 더 짙다. 6·3 지방선거를 앞둔 정치권은 정책 경쟁보다 진영 결집에 몰두하고 있고, 유권자들은 서로 다른 현실 속에서 각자의 선거를 치르고 있다. 같은 나라, 같은 사건을 바라보면서도 전혀 다른 결론에 도달하는 모습은 마치 하나의 대한민국 안에 두 개의 대한민국이 존재하는 듯한 착각마저 불러일으킨다. 40년 가까이 정치 현장을 취재하며 수많은 선거를 지켜봤지만, 지금처럼 국민이 깊이 갈라지고 정치가 극단적 진영 논리에 포획된 시기는 드물었다. 민주주의의 핵심은 다양성 속의 공존인데, 오늘의 정치 현실은 다양성을 인정하지 않는다. 상대방은 토론의 대상이 아니라 제거해야 할 적으로 규정된다. 여당은 정의를 독점한 듯 행동하고, 야당은 저항의 명분을 독점한 듯 주장한다. 그 사이에서 국민은 편을 강요받는다. 이 같은 현상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인간 심리의 본질을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심리학은 오래전부터 인간이 객관적 존재가 아니라는 사실을 밝혀왔다. 사람은 자신이 믿고 싶은 정보만 받아들이고, 자신의 생각을 강화하는 자료에 더 큰 가치를 부여한다. 이른바 '확증 편향'이다. 문제는 디지털 시대가 이런 인간의 약점을 더욱 증폭시키고 있다는 점이다. 사회관계망서비스와 유튜브 알고리즘은 이용자가 좋아하는 콘텐츠를 반복적으로 제공한다. 보수는 보수의 논리만 듣고, 진보는 진보의 주장만 접한다. 서로 다른 정보 환경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은 결국 같은 현실을 보면서도 전혀 다른 세계를 경험하게 된다. 그 결과는 위험하다. 지지하는 정치인에게 문제가 발생해도 지지층은 쉽게 등을 돌리지 않는다. 오히려 더욱 강하게 결집한다. 자신의 선택이 틀렸음을 인정하는 순간 발생하는 심리적 불편함을 피하기 위해서다. 언론 탓을 하고, 상대 진영을 공격하며, 음모론을 동원해 스스로를 설득한다. 정치적 판단이 이성의 영역에서 감정의 영역으로 이동하는 순간이다. 그러나 민주주의를 더욱 위협하는 것은 확증 편향보다도 '침묵의 나선' 현상이다. 정치권은 늘 여론을 말한다. 하지만 여론이란 과연 무엇인가. 광장의 함성인가, 유튜브 조회 수인가, 댓글 창의 전쟁인가. 결코 그렇지 않다. 진짜 민심은 오히려 조용한 곳에 숨어 있다. 대부분의 시민은 정치에 과도하게 몰입하지 않는다. 직장에서, 가정에서, 시장에서 하루하루 삶을 꾸려간다. 정치적 의견이 다르다는 이유로 관계가 깨지는 것을 원치 않는다. 그래서 침묵한다. 특히 지금처럼 정치적 낙인과 조롱이 일상화된 사회에서는 더욱 그렇다. 큰 목소리가 다수의 의견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침묵하는 다수가 존재할 가능성을 보여준다. 역사적으로도 많은 선거 결과가 전문가들의 예측을 뒤집어 왔다. 이유는 단순하다. 조사에 응답하지 않은 사람들, 의견을 드러내지 않은 사람들, 정치적 소음을 외면한 사람들이 투표소에서 비로소 자신의 뜻을 표현하기 때문이다. 정치권이 가장 경계해야 할 대상은 상대 진영이 아니다. 바로 자신들의 지지자들만 바라보는 착각이다. 강성 지지층의 환호를 국민 전체의 목소리로 오인하는 순간 정치는 현실 감각을 잃는다. 그리고 현실 감각을 잃은 정치는 반드시 국민의 심판을 받게 된다. 인류의 고전은 이런 인간의 오만을 오래전부터 경고해 왔다. 노자는 《도덕경》에서 "알면서도 알지 못하는 듯하는 것이 가장 높은 경지"라고 했다. 자신이 틀릴 수 있다는 겸손, 상대방에게도 일리가 있을 수 있다는 인정이야말로 공동체를 유지하는 최소한의 덕목이라는 의미다. 성경 역시 "남의 눈의 티는 보면서 자신의 눈의 들보는 보지 못한다"고 말한다. 불가에서도 자기 허물을 먼저 돌아보라고 가르친다. 동서양의 모든 지혜가 결국 같은 곳을 향하고 있다는 사실은 의미심장하다. 인간 사회를 위협하는 가장 큰 적은 상대방이 아니라 자신의 오만이라는 점이다. 민주주의는 단순한 승자독식의 게임이 아니다. 서로 다른 생각을 가진 시민들이 공존하는 방법을 배우는 과정이다. 선거는 끝이 아니라 시작이다. 당선된 순간부터는 지지자만이 아니라 반대했던 국민까지 품어야 한다. 그것이 민주주의의 정신이다. 이번 지방선거 역시 마찬가지다. 유권자들은 진영의 구호보다 후보의 자질과 정책을 살펴야 한다. 정치인들은 혐오와 선동 대신 설득과 통합을 말해야 한다. 언론 또한 클릭 수 경쟁을 넘어 공론장의 역할을 회복해야 한다. 대한민국은 지금 중요한 갈림길에 서 있다. 확증 편향의 감옥 속에서 서로를 향해 돌을 던질 것인가, 아니면 침묵하는 다수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공존의 길을 찾을 것인가. 그동안 언론 현장에서 확인한 사실이 하나 있다. 권력은 언제나 자신이 민심을 안다고 믿는 순간부터 몰락하기 시작했다. 반대로 국민을 두려워하고, 스스로를 성찰한 정치만이 오래 살아남았다. 선거의 진정한 승자는 개표 결과로 결정되지 않는다. 선거 이후에도 국민을 하나로 묶을 수 있는 정치가 존재할 때 비로소 민주주의는 승리한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승리의 환호가 아니라 성찰의 침묵이다. 그 침묵 속에서만 진짜 민심의 목소리가 들리기 때문이다.
2026-05-31 13:2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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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내전' 이원택 vs 김관영…막판 초접전
[경제일보] 6·3 전북특별자치도지사 선거가 이원택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김관영 무소속 후보의 정면승부로 달아오르고 있다. 전북은 전통적으로 민주당 강세 지역이지만 이번 선거는 단순한 정당 구도로만 설명되지 않는다. 민주당 공천장을 받은 이 후보는 ‘집권여당 후보론’과 민주당 조직력을 앞세우고 있다. 반면 민주당에서 제명된 뒤 무소속으로 출마한 현직 김 후보는 ‘도정 연속성’과 인물론으로 맞서고 있다. 이번 선거가 민주당계 내전으로 규정되는 이유다. 최근 여론 흐름, 김관영·이원택 오차범위 내 ‘초접전’ 최근 판세의 가장 큰 특징은 ‘민주당 텃밭’으로 불리던 전북에서도 승부를 예단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새전북신문이 한길리서치에 의뢰해 5월 16~17일 전북 거주 만 18세 이상 남녀 100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김관영 후보는 42.1%, 이원택 후보는 40.5%를 기록했다. 두 후보 간 격차는 1.6%포인트로, 표본오차인 95% 신뢰수준 ±3.1%포인트 안에 있는 오차범위 내 접전이다. 조사는 무선 가상번호 ARS 100% 방식으로 진행됐고 응답률은 8.5%였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흐름도 심상치 않다. 같은 새전북신문·한길리서치가 김 후보의 공식 출마 선언 이전인 4월 30일~5월 1일 전북도민 100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는 이원택 후보 39.6%, 김관영 후보 36.6%였다. 당시에도 오차범위 안 접전이었지만, 5월 중순 조사에서는 김 후보가 이 후보를 근소하게 앞서는 결과가 나왔다. 민주당 후보가 압도적 우위를 보이는 기존 전북 선거 양상과는 다른 흐름이다. 여론조사 전문가들은 전북 선거를 두고 “민주당 지지 기반은 여전히 강하지만, 현직 지사 개인 지지율이 민주당 조직표 일부를 잠식하고 있다”고 본다. 이 후보가 민주당 후보라는 강점을 실제 투표장까지 연결할 수 있느냐, 김 후보가 무소속 한계를 넘어 인물론을 조직표로 전환할 수 있느냐가 남은 선거의 핵심 변수다. 이원택, 민주당 조직력·집권여당 후보론으로 반격 이 후보의 유세 전략은 분명하다. 최우선이 ‘민주당 본진 회복’이다. 전북에서 민주당 간판은 여전히 가장 강력한 정치 자산이다. 그러나 김 후보가 무소속으로 출마한 뒤에도 일정한 지지세를 유지하면서 이 후보는 민주당 지지층을 다시 결집시켜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이 후보가 선거 막판 중앙당 지도부와 중진 인사의 지원을 적극 끌어들이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 후보 측은 이번 선거를 단순한 도지사 개인 경쟁이 아니라 ‘새 정부와 전북 발전을 연결하는 선거’로 규정하고 있다. 집권여당 후보가 되어야 새만금, 교통망, 산업단지, 국가예산 확보에서 중앙정부와 국회를 움직일 수 있다는 논리다. 이 후보는 전북의 ‘내발적 발전’을 강조하며 전북 내부 경제 생태계를 키우는 성장 전략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이 후보는 각종 인터뷰에서도 “과거 전북의 기업 유치·투자 유치 전략이 제한적이었다”며 “전북 내부 경제 생태계를 성장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정책적으로는 교통·산업·청년을 묶은 실행형 공약을 부각하고 있다. 이 후보는 △전라선 수서행 KTX 신설 △전주역 주차난 해소 △익산역 광역환승센터 건립 △정읍역 추가 정차 등 교통망 개선과 함께 ‘내발적 발전’ 전략을 내세우고 있다. 또 청년 주거 부담 완화, 소상공인 지원, 메가펀드 조성 등을 통해 전북 산업 체질을 바꾸겠다는 구상도 제시했다. 이 후보의 공세축은 김 후보의 도덕성 논란과 현직 성과 검증이다. 그는 김 후보의 이른바 ‘대리비 지급’ 논란을 강하게 문제 삼고 있다. 이 후보가 기자회견에서 김 후보의 대리비 지급 논란을 두고 “시·도 의원이라면 구속됐을 것”이라는 취지로 비판했다. 결국 이 후보의 전략은 ‘정당 정통성’과 ‘현직 검증론’의 결합이다. 민주당 지지층에게는 “무소속 현직보다 집권여당 후보가 전북 발전에 유리하다”고 호소하고, 중도층에게는 “전북 도정의 성과와 도덕성을 냉정하게 따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김관영, 현직 성과·도민 선택론으로 무소속 한계 돌파 김 후보의 유세 전략은 ‘당보다 인물’이다. 그는 민주당 제명 이후 무소속으로 출마했지만, 최근 여론조사에서 이 후보와 오차범위 안 접전을 벌이며 전북 선거판을 흔들고 있다. 한국경제는 민주당이 김 후보의 무소속 출마에 강경 대응했음에도 김 후보가 이 후보와 접전을 벌이고 있다. 김 후보가 내세우는 핵심 메시지는 ‘중단 없는 도정’이다. 민선 8기 동안 추진해온 새만금 개발, 기업 유치, 전북특별자치도 안착, 미래산업 기반 조성을 이어가야 한다는 주장이다. 김 후보가 “중단 없는 도정 완성”과 성과·안정성을 강조하고 있으며, 이 후보와 김 후보의 대결이 ‘도정 교체냐, 연속성이냐’의 공약 경쟁으로 전개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김 후보의 정책 노선은 현직형이다. △RE100 산업단지 △AI 데이터센터 △방산 혁신클러스터 △피지컬AI 산업 △전주 하계올림픽 유치 △금융중심지 지정 등 이미 추진하거나 구상해온 대형 프로젝트를 전면에 놓고 있다. 김 후보는 민주당 공천 과정과 제명 결정에 대한 반발 여론도 끌어안으려 한다. 실제 김 후보가 민주당에서 제명된 뒤 무소속 출마를 결심했고, 지지자들이 출마를 촉구하는 흐름 속에서 선거판이 재편됐다. 김 후보는 이를 ‘당 지도부의 결정’과 ‘도민의 선택’이 맞서는 구도로 만들려 한다는 게 지역 정가의 관측이다. 다만 무소속 후보의 한계도 분명하다. 전북은 여전히 민주당 정당 지지세가 압도적인 지역이다. 김 후보가 이기려면 개인 경쟁력을 넘어 실제 투표장에서 작동할 시군별 조직력과 자발적 지지층을 만들어야 한다. 무소속 돌풍이 여론조사 수치에 머물지, 실제 투표율로 이어질지가 관건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막판 승부처는 민주당 조직표·현직 평가·새만금 전북지사 선거의 막판 1순위 승부처는 민주당 조직표다. 이 후보가 민주당 지지층을 다시 결집시키면 전통적 전북 선거 구도는 빠르게 복원될 수 있다. 반대로 김 후보가 민주당 지지층 일부와 무당층, 현직 성과 지지층을 계속 묶어두면 선거는 끝까지 초접전으로 갈 가능성이 크다. 정당 지지도와 후보 지지율이 다르게 움직이는 지금의 흐름은 전북 선거의 가장 큰 변수로 정치권에선 꼽는다. 현직 도정 평가도 승부를 가를 전망이다. 김 후보는 새만금과 기업 유치, 특별자치도 성과를 앞세운다. 이 후보는 기업 유치 협약이 실제 투자로 얼마나 이어졌는지 따지며 김 후보의 성과를 ‘전시성 행사’로 비판하고 있다. 첫 TV토론에서 이 후보가 김 후보 임기 중 기업 유치 협약식들이 실제 투자로 이어진 사례가 많지 않다고 공격했고, 김 후보가 이에 맞서며 난타전이 벌어졌다. 새만금과 미래산업도 승부의 주요 지점이다. 전북 경제의 핵심 과제는 결국 새만금, 교통망, 기업 유치, 청년 정착이다. 이 후보는 중앙정부와 민주당의 지원을 끌어와 새 성장 전략을 만들겠다고 한다. 김 후보는 현직으로 닦아놓은 도정의 연속성이 끊기면 전북 대도약의 시간이 늦어진다고 맞선다. 유권자가 따질 것은 정당명만이 아니다. 누가 더 빠르게 기업을 유치하고, 누가 더 현실적인 재원을 만들며, 누가 청년이 떠나지 않는 전북을 만들 수 있느냐다. 이번 선거의 마지막 변수는 투표율이다. 여론조사기관 관계자는 “민주당 조직표가 결집하면 이 후보에게 유리할 수 있다”며 “반대로 김 후보 지지층이 ‘당 보다 인물’이라는 흐름으로 투표장에 나서면 무소속 현직론이 힘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전북 선거가 박빙으로 갈수록 부동층의 규모보다 실제 투표장에 나오는 유권자의 성격이 더 중요해진다”고 덧붙였다.
2026-05-24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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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나니 칼춤'과 '밥그릇 싸움'… 이럴 바에 국민의 힘은 간판을 내려라
[경제일보] 역사는 반복된다고 하지만, 국민의힘이 보여주는 작금의 행태는 역사의 반복이 아니라 '퇴행의 끝판'을 보는 듯하다. 6·3 지방선거를 앞두고 벌어지는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의 이른바 ‘컷오프 파동’은 혁신이라는 이름으로 포장된 잔인한 숙청이자, 민주주의의 기본 상식조차 망각한 권력 암투의 결정판이다. 정치현장을 10여년 취재한 경험이 있는 필자의 눈에 비친 이 광경은 공당(公黨)의 공천 과정이라기보다, 몰락해가는 봉건 왕조의 뒤안길에서 벌어지는 피비린내 나는 권력 투쟁에 가깝다. 이정현 공관위원장이 휘두르는 ‘전기 충격기’는 환자를 살리는 기구가 아니라 멀쩡한 사람을 잡는 흉기가 되었다. 현역인 박형준 부산시장을 명확한 기준도 없이 잘라내려 하고, 대구의 중진들을 싸잡아 컷오프하겠다는 발상은 ‘혁신’이 아니라 ‘오만’이다. 박 시장이 일갈했듯 이는 “망나니 칼춤”일 뿐이다. 정치의 본질은 설득과 합의에 있거늘, 이 위원장은 컷 오프 시킬때에는 객관적이고 누구나 인정할 수 있는 상식선에서 이뤄저야하는데도 아직 이런점에서 미약한 것으로 보인다. 노자(老子)는 『도덕경』에서 “천하의 나쁜 골짜기가 되지 말라(爲天下谷)”고 경고했다. 모든 오물과 탐욕이 모여드는 골짜기가 되면 결국 그 스스로 썩어 문드러진다는 뜻이다. 지금 국민의힘이 바로 그 ‘천하의 나쁜 골짜기’가 되어버렸다. 권력을 잃은 상실감에 함몰되어, 국민을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를 고민하기보다 누가 더 큰 밥그릇을 차지할 것인가에 혈안이 되어 있다. 지지율 20% 안팎에서 신음하는 지지자들의 고통은 안중에도 없고, 오직 당내 주도권을 누가 쥐느냐에만 몰두하는 모습은 가련하다 못해 추하다. 인류결정(Human Destiny)』은 인류가 진화하는 과정에서 가장 경계해야 할 것으로 ‘집단적 이기주의’를 꼽았다. 국민의힘 내에서 벌어지는 파행은 이 집단 이기주의의 전형이다. 공관위 내부에서 고성이 오가고 위원들이 회의장을 박차고 나가는 풍경은 이 당에 ‘시스템’도 ‘상식’도 없음을 만천하에 공포한 꼴이다. 이른바 ‘충격 요법’을 써야 국민의 관심을 받는다는 발상 자체가 국민을 우롱하는 처사다. 국민은 정당의 ‘쇼’에 관심이 있는 것이 아니라, 누가 더 유능하게 내 삶을 바꿀 것인가에 관심이 있다. 공자는 『논어』에서 “정치란 바로잡는 것(政者正也)”이라 했다. 스스로를 바로잡지 못한 자가 어찌 남을, 하물며 나라를 바로잡겠다고 나설 수 있겠는가. 국민의힘은 지난 패배에 대한 진지한 반성도, 왜 국민에게 버림받았는지에 대한 처절한 고백도 없었다. 솔직하게 잘못을 시인하고 새로운 비전을 제시해도 믿음이 갈까 말까 한 판국에, 또다시 ‘내 사람 심기’와 ‘현역 죽이기’라는 구태를 반복하고 있다. 이는 국민에 대한 예의도 아니요, 민주공화국의 정당으로서 가질 최소한의 도리도 아니다. 야당의 존재 이유는 여당의 독주를 견제하고 비판하며 대안을 제시하는 데 있다. 건전한 야당이 있어야 정부도 긴장하고 바로 선다. 그것이 민주주의의 기본 원칙이자 상식이다. 그러나 지금의 국민의힘은 그 귀중한 야당의 역할을 스스로 포기하고 있다. 부산과 대구라는 텃밭에서조차 자중지란에 빠져 “더불어민주당에 승리를 헌납하겠다”는 비명이 당내에서 터져 나오는 지경이라면, 이 정당의 생명력은 이미 다한 것이나 다름없다. 전통 지지층인 TK와 PK 민심조차 이반 시키는 ‘내려꽂기’ 식 공천과 명분 없는 ‘중진 숙청’은 결국 부메랑이 되어 돌아올 것이다. 국민은 바보가 아니다. 혁신이라는 포장지를 벗겨내면 그 안에 든 것이 추악한 권력욕뿐임을 이미 간파하고 있다. 알량한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동지를 베고 국민을 속이는 행태를 멈추지 않는다면, 국민의힘에 미래는 없다. 더 이상의 혼란은 국민에게 죄를 짓는 일이다. 지금처럼 자해적인 밥그릇 싸움을 계속할 바에는 차라리 당을 해체하는 것이 국민을 위한 마지막 봉사가 될 것이다. 껍데기만 남은 ‘혁신’의 구호를 집어던지고, 밑바닥부터 다시 시작하라. 국민 앞에 무릎 꿇고 진심으로 용서를 빌 용기가 없다면, 정치라는 신성한 무대에서 퇴장하는 것이 마땅하다. 국민은 더 이상 당신들의 ‘칼춤’을 볼 인내심이 남아 있지 않다.
2026-03-17 11:3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