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결과 총 35건
-
-
음주운전 원장 후임도 음주 전력…경찰병원 인사, 누가 책임지나
[경제일보] 공공기관 인사의 신뢰는 임명장보다 그 자리에 앉힐 사람을 어떻게 검증했느냐에서 출발한다. 특히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다루는 기관이라면 전문성뿐 아니라 준법 의식과 공직 윤리가 엄격한 기준이 돼야 한다. 경찰병원에서 벌어진 인사 논란은 그 원칙이 얼마나 허술하게 적용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12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서명옥 국민의힘 의원이 경찰청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전 경찰병원장은 지난해 음주운전 사고로 직위해제된 데 이어 올해 6월 29일 해임됐다. 지난해 추석 연휴 기간 음주운전을 하다 다른 차량을 들이받고 현장을 떠난 사실이 문제가 됐다. 더 납득하기 어려운 것은 그다음 인사다. 경찰청은 원장의 직위해제 당일 진료1부장을 원장 직무대리로 지정했다. 그런데 이 인물 역시 2024년 8월 음주운전으로 적발돼 정직 3개월의 징계를 받은 전력이 있었다. 경찰청은 해당 전력을 알고도 이미 징계를 받았다는 점 등을 고려해 직무대리를 맡긴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비판이 제기되자 지난해 12월 12일 직무대리 지정을 해제하고 진료2부장으로 교체했다. 음주운전으로 물러난 기관장의 빈자리를 음주운전 징계 전력자에게 맡긴 것이다. 인력 운용상의 사정이 있었다고 해도 국민의 눈높이에서 쉽게 납득하기 어려운 결정이다. 여기서 따져야 할 것은 단순히 검증을 했느냐의 문제가 아니다. 징계 전력을 알고 있었다면 그 사실을 인사 판단에 어떻게 반영했는지가 핵심이다. 직무대리 지정에 적용한 기준은 무엇이었고, 다른 후보자는 검토했으며, 최종 결정은 누가 내렸는지 설명해야 한다. 물론 과거의 비위 전력이 있다고 해서 모든 공직에서 영구히 배제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징계의 경중과 발생 시점, 재발 여부, 직무의 성격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할 필요가 있다. 이미 징계를 마친 사람에게 또 다른 불이익을 주는 문제도 신중하게 다뤄야 한다. 그러나 경찰병원 사례는 일반적인 인사와 사정이 다르다. 바로 앞선 기관장이 음주운전 사고로 직위해제된 상황이었다. 조직의 신뢰를 회복해야 할 시기에 같은 종류의 징계 전력을 가진 인물을 지휘부에 앉히는 결정이 어떤 메시지를 줄지 충분히 고려했어야 했다. 인사권자의 판단에는 법적 결격 여부를 넘어 조직의 신뢰와 직무 적합성을 살피는 책임이 따른다. 이번 논란은 장기간 이어진 병원장 공백과 맞물려 더욱 무겁다. 경찰병원은 약 1년 동안 정식 원장 없이 운영되고 있다. 지난 8월 말 기준 정원 678명 가운데 52명이 비어 있었고, 전문의 부족으로 올해 진료·시술·검사 시간이 주당 총 69시간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의료인력 부족과 진료 축소의 원인을 모두 원장 공백이나 인사 논란으로 돌릴 수는 없다. 그러나 기관 운영의 정상화가 시급한 상황에서 수장 인선과 직무대리 지정이 잇따라 논란을 빚었다는 사실은 가볍게 넘길 일이 아니다. 공공기관 인사에서 책임은 단계별로 구분돼야 한다. 후보자를 추천한 사람은 어떤 기준으로 적임자를 판단했는지, 검증 담당자는 어떤 사실을 확인했는지를 명확하게 설명해야 한다. 이어서 최종 결정권자는 그 자료를 바탕으로 어떤 판단을 내렸는지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검증에서 중요한 사실을 놓쳤다면 확인 절차를 점검해야 한다. 반대로 문제를 알고도 임명하거나 지정했다면 그 판단의 합리성과 적절성을 따져야 한다. 모든 인사 논란을 실무자의 검증 부실로 돌려서는 책임 소재가 흐려진다. 인사권은 권한인 동시에 책임이다. 정식 경찰병원장 임용 절차도 조속히 마무리해야 한다. 경찰청은 지난 8월 채용공고를 내고 인사혁신처 주관으로 임용후보자 선발을 진행 중이다. 이번에는 전문성과 조직 운영 능력은 물론 공직 윤리까지 충분히 검토해 인사 논란을 되풀이하지 않아야 한다. 제도 개선도 뒤따라야 한다. 추천·검증·임명 또는 직무대리 지정 단계별로 판단 근거와 책임자를 기록하고, 중대한 비위 전력을 어떻게 평가할 것인지 기준을 구체화해야 한다. 개인정보와 정당한 비공개 사유는 보호하되, 인사 논란이 발생했을 때 절차의 적정성을 검증할 수 있는 기록은 남겨야 한다. 부실한 판단이 확인된다면 독립적인 사후 점검을 통해 원인을 밝혀야 한다. 고의적인 은폐나 중대한 과실이 드러날 경우 그에 상응하는 책임을 묻는 것이 마땅하다. 반면 결과가 논란을 빚었다는 이유만으로 모든 인사 담당자에게 기계적으로 책임을 전가해서도 안 된다. 공공기관은 특정 정권이나 인사권자의 전리품이 아니다.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고 국민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는 조직이다. 그만큼 인사 결정에는 일관된 기준과 설명 가능한 근거가 있어야 한다. 이번 경찰병원 사태에서 확인해야 할 것은 누가 자리를 차지했느냐만이 아니다. 이미 알려진 징계 전력을 누가 검토했고, 어떤 이유로 적절하다고 판단했느냐가 밝혀져야 한다. 또 그 판단에 대한 감독은 제대로 이뤄졌는가 하는 문제도 중요하다. 사람을 교체하는 것만으로 인사 실패가 끝나는 것은 아니다. 잘못된 판단을 되풀이하지 않을 제도를 남겨야 한다. 공직 인사의 신뢰는 임명권을 행사하는 순간이 아니라 그 결정에 끝까지 책임지는 데서 회복된다.
2026-10-12 11:10:32
-
-
크래프톤, PUBG 국제대회 운영 실패 인정…"사전 기준·초기 대응 모두 부족"
[경제일보] 크래프톤이 참가자의 게임 외부 정보 활용 논란으로 대회가 중단된 'PUBG 아시아 스타즈 2026'과 관련해 운영 및 커뮤니케이션 실패를 공식 인정하고 사과문을 게시했다. 게임 외부 정보 활용에 대한 사전 방지책과 제재 기준을 마련하지 못한 데 이어 논란 발생 이후 사실관계를 제대로 설명하지 못했고, 한국과 베트남 공지의 내용과 표현도 일관되게 관리하지 못했으며, 논란이 특정 참가자에 대한 비판으로 번지는 과정에서 참가자 보호에도 실패했다고 인정했다. 21일 크래프톤은 공지사항을 통해 최근 논란에 대한 사과문을 게시하고 크래프톤의 운영 실패를 인정했다. 이날 윤수진 크래프톤 PUBG 퍼블리싱 총책임자는 공식 공지를 통해 "이번 'PUBG 아시아 스타즈 2026' 운영과 대응 과정에서 참가자분들과 팬 여러분께 큰 혼란과 상처를 드렸다"며 "PUBG 퍼블리싱을 대표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크래프톤은 운영 과정에서 잘못한 점을 구체적으로 열거하며 책임이 회사에 있다고 명시했다. 우선 게임 외부 정보 활용을 막기 위한 방지책과 판단 기준, 제재 수위를 사전에 명확하게 마련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앞서 이번 대회에서는 일부 참가자가 개인 방송 등을 통해 경기 외부 정보를 확인했다는 논란이 발생했고, 크래프톤은 관련 참가자를 남은 경기에서 제외하고 PUBG 파트너 자격을 박탈하는 등의 조치를 취했다. 크래프톤은 사후 대응 과정에서도 문제가 있었다고 밝혔다. 크래프톤은 문제가 발생한 뒤 사실관계를 처음부터 정확하게 설명 및 대응하지 못한 점을 인정했다. 또한 한국 참가자와 스트리머들이 공정성 문제를 제기하며 보이콧을 예고했을 당시 이를 '참가 철회'로 표현해 넘어갔으며, 이후에도 '챗플'이라는 제한적인 표현을 사용해 실제 행위의 본질을 충분히 설명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한국어와 베트남어 공지의 내용과 표현 수위를 일관되게 관리하지 못한 점도 공식적으로 인정했다. 국제대회에서 동일한 사안을 두고 언어별 공지의 내용이나 표현이 달라질 경우 참가자와 팬들이 조치 기준을 다르게 받아들일 수 있다는 점에서 논란을 키운 요인으로 작용했다. 참가자 보호에 실패했다는 점도 사과문에 포함됐다. 윤 총책임자는 "참가자분들과 소속팀을 적절히 보호하지 못했고, 논란이 개인에 대한 추가적인 피해로 확산되는 것을 막지 못했다"며 "이는 크래프톤의 운영 및 커뮤니케이션 실패"라고 강조했다. 논란의 핵심이었던 두 참가자의 행위에 대해서도 크래프톤은 기존보다 명확한 표현을 내놨다. 크래프톤은 'Himass' 선수와 'TanVuu' 선수의 게임 외부 정보 확인 행위(방플/스트림 스나이핑)는 모두 확인했고, 해당 참가자들에 대한 징계 절차를 진행 중이며 결과는 별도로 안내할 것으로 예정했다. 앞서 크래프톤은 지난 19일 두 참가자를 남은 경기에서 제외하고 대체 참가자를 투입했으며 관련 이벤트 점수를 조정했다. 이후 두 참가자의 PUBG 베트남 파트너 자격도 박탈했다. 다만 참가자의 외부정보 활용 논란이 운영 기준과 초기 대응 문제로 번지면서 결국 20일 예정됐던 DAY 3 경기를 진행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이번 사과문에서는 대회 중단 과정에서 참가자 개인에게 비판과 부담이 집중된 데 대한 책임도 회사가 직접 부담하겠다고 전했다. 이어 법적 대응 가능성에 대한 입장도 내놨다. 윤 책임자는 "이번 사안과 관련하여 참가자 측의 법적 대응이 진행될 경우, 저희는 이 사안의 사실관계를 규명하는 과정에서 확보한 자료와 조사 내용을 성실히 공유하며, 필요한 절차에 대해 최선을 다해 협조하겠다"며 "회복을 위한 지원도 아끼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이번 사과문을 통해 크래프톤은 사전 규정 마련부터 사실관계 설명, 언어별 공지, 참가자 보호까지 문제의 범위를 구체적으로 제시하면서 향후 운영 체계를 개선할 것을 약조했다. 또한 이번 사태와 관련한 징계 결과와 조사 내용을 별도로 안내할 예정이다. 윤수진 총책임자는 "이번 이벤트의 운영 미숙, 그리고 참가자 분들 개인에게 추가적인 부담과 고통이 집중되도록 만든 것은 크래프톤의 운영 실패였다"며 "이번 사태로 상처받은 모든 참가자와 팬 여러분께 다시 한 번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2026-09-22 00:00:26
-
-
경찰에 더 큰 수사권 줬다면 통제장치도 함께 세워야
[경제일보] 수사권 조정의 핵심은 권한을 나누는 데 있었다. 검찰에 집중됐던 수사·기소 권한을 분산하고 경찰의 독립적 수사 역량을 키우자는 취지였다. 방향 자체는 틀리지 않았다. 문제는 권한을 넘긴 만큼 책임과 통제 장치도 함께 세웠느냐다. 최근 제주에서 벌어진 실종사건 허위 종결은 그 질문을 정면으로 던진다. 제주서부경찰서 실종팀에서 근무한 한 경찰관은 자신이 처리한 실종사건 298건 가운데 27건을 부적절하게 처리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 중 11건은 허위 종결로 확인됐다. 실제로 연락하지 않고 소재가 확인된 것처럼 처리하거나, 실종자가 사망했다는 허위 내용을 시스템에 입력해 관리 대상에서 해제한 사례도 드러났다. 기존 허위 종결 사건 당사자 2명은 이후 숨진 채 발견됐다. 다만 이 사건에서 말하는 ‘실종사건 종결’과 검경 수사권 조정 이후 경찰이 행사하는 형사소송법상 ‘불송치 결정’은 같은 제도가 아니다. 전자는 실종신고 관리와 관련된 경찰 업무이고, 후자는 범죄 혐의가 없다고 판단한 형사사건을 검찰에 송치하지 않는 절차다. 두 제도를 동일선상에 놓을 수는 없다. 그럼에도 이번 사건이 형사사법 개혁과 맞닿는 지점은 분명하다. 경찰의 판단 영역이 넓어지는 만큼 그 판단을 점검하고 바로잡는 장치도 정교해져야 한다는 점이다. 문제가 된 초기 사건들은 해당 경찰관의 야간 1인 당직 때 처리됐다. 당시 별도의 보고·검토 절차가 있더라도 전산상 실종 해제는 담당자가 직접 할 수 있었다. 경찰은 논란 이후 관리자가 해제 사유와 입력 내용을 다시 확인한 뒤 최종 승인하도록 이중장치를 강화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개인의 일탈로만 정리하기 어려운 이유가 여기에 있다. 경찰은 수사기관이면서 거대한 행정조직이다. 내부 위계와 동료 관계가 강한 조직에서는 부실 판단이나 잘못된 관행이 내부에서 충분히 걸러지지 않을 위험이 존재한다. 실제 더불어민주당 경찰개혁추진단도 제 식구 감싸기, 사건 암장, 무단 종결, 증거 은폐·조작, 수사정보 유출, 개인정보 침해를 ‘6대 폐단’으로 지목했다. 외부 감사 확대와 수사 제척사유 강화, 피해자 설명 책임, 부실 수사의 법적 책임 강화도 대책으로 거론되고 있다. 검경 수사권 조정을 거치면서 경찰은 일반 형사사건의 1차 수사에서 훨씬 큰 역할을 맡게 됐다. 앞으로 검찰의 직접수사 영역이 더 줄어들수록 경찰 판단의 무게는 커진다. 수사를 시작할지, 더 이어갈지, 불송치할지에 대한 결정 하나가 국민의 권리와 직결된다. 물론 형사사건에는 이미 통제 장치가 있다. 경찰이 불송치 결정을 하면 고소인이나 피해자 등은 이의를 신청할 수 있고, 검사는 위법하거나 부당한 불송치에 대해 재수사를 요청할 수 있다. 문제는 이런 제도가 실제 현장에서 얼마나 충실히 작동하느냐와, 실종사건처럼 형사 불송치 절차가 그대로 적용되지 않는 영역의 공백이다. 그래서 논의의 초점은 ‘경찰에게 권한이 많다’는 데서 멈춰서는 곤란하다. 어떤 판단을 내렸고, 그 판단이 어떻게 기록되며, 누가 다시 들여다볼 수 있는지를 촘촘하게 설계하는 것이 중요하다. 첫째, 사건 종결에는 충분한 이유가 남아야 한다. ‘혐의 없음’이나 ‘소재 확인’ 같은 결과만 기록하는 방식으로는 부족하다. 어떤 자료를 확인했고, 어떤 절차를 거쳤으며, 왜 추가 조치가 필요하지 않다고 판단했는지 남겨야 한다. 특히 실종·성범죄·아동·가정폭력처럼 생명과 안전에 직결되는 사건은 종결 기준을 더 엄격하게 둘 필요가 있다. 둘째, 고위험 사건에는 내부 결재를 넘어선 점검 장치가 필요하다. 모든 사건을 외부기관이 다시 심사하는 방식은 현실성이 떨어진다. 그러나 장기 실종이나 중대한 피해 사건, 담당자 단독 판단 비중이 큰 사건은 일정 비율을 표본 감사하거나 외부위원회가 사후 검증하는 방식이 대안이 될 수 있다. 셋째, 신고자와 피해자에게 종결 이유를 충분히 설명하는 절차를 강화해야 한다. 형사사건의 불송치에는 법정 이의신청 절차가 있지만 실종사건 등 다른 경찰 업무에서는 재검토 요구 통로가 상대적으로 약한 경우가 있다. 사건이 왜 끝났는지 설명하고, 이의가 있을 때 어디에 어떤 방식으로 다시 판단을 요구할 수 있는지 명확히 알려야 한다. 넷째, 부실 처리의 책임도 분명히 해야 한다. 단순 실수와 고의적 은폐는 구분해야 하지만 허위 기록, 사건 암장, 증거 삭제처럼 중대한 행위는 징계만으로 끝낼 문제가 아니다. 형사책임과 지휘 책임의 경계를 분명히 해야 조직도 긴장한다. 고대 로마 공화정은 권력이 한 사람에게 집중되는 것을 경계했다. 집정관을 두 명으로 두고 임기를 제한한 것도 상호 견제를 제도화하려는 장치였다. 권력은 선의만으로 통제되지 않는다는 경험에서 나온 제도였다. 현대 형사사법 역시 다르지 않다. 좋은 경찰관이 많다는 믿음과 경찰 권한을 제도적으로 통제하는 일은 별개의 문제다. 견제 장치는 경찰을 불신해서 만드는 것이 아니라 국민이 경찰의 판단을 더 신뢰할 수 있도록 만드는 장치다. 이번 제주 사건을 계기로 ‘성인실종법’ 제정 필요성도 다시 제기되고 있다. 일반 성인 실종은 아동·치매환자 등에 적용되는 별도 법률의 보호 대상에서 빠져 있어 제도적 공백이 있다는 지적이 이어져왔다. 실종사건 종결 때 객관적 증빙을 남기고 제3기관이 수사·수색 과정을 점검하는 방안도 논의할 만하다. 검찰의 과도한 권한을 줄였다는 이유로 경찰의 역할 확대 자체를 문제 삼을 일은 아니다. 권력분산의 목적은 한 기관의 힘을 다른 기관에 옮겨 싣는 데 있지 않다. 국민의 기본권이 어느 한 조직의 자의적 판단에 좌우되지 않도록 견제와 책임의 구조를 만드는 데 있다. 경찰개혁은 경찰을 약하게 만드는 작업이 아니다. 정당한 수사는 흔들림 없이 할 수 있게 하고, 잘못된 판단은 조직 내부와 외부에서 신속하게 걸러내는 구조를 만드는 일이다. 검찰 권한을 줄이고 경찰의 역할을 키웠다면 책임의 기준 역시 달라져야 한다. 사건을 왜 끝냈는지 기록이 남고, 그 판단이 잘못됐을 때 다시 들여다볼 통로가 작동해야 국민도 경찰의 판단을 신뢰한다. 제주 실종사건이 보여준 것은 한 경찰관의 일탈만이 아니다. 담당자의 잘못된 판단을 제때 걸러내지 못한 시스템의 허점이다. 경찰권이 커지는 시대라면 개혁의 다음 순서는 분명하다. 더 많은 권한에 걸맞은 더 촘촘한 책임 구조를 만드는 일이다.
2026-09-09 12:30:00
-
"청문회, 검증의 출발선" 청와대 사전 검증은 무엇을 했나
[경제일보] 인사청문회는 대통령의 인사검증을 대신하는 절차가 아니다. 국회가 후보자를 공개적으로 검증하는 마지막 문턱에 가깝다. 그 문턱에 누구를 세울 것인지를 먼저 가려내는 일은 인사권자의 몫이다. 이 둘의 경계가 흐려지는 순간 청문회는 검증 장치가 아니라 잘못된 인사를 뒤늦게 수습하는 무대가 된다. 김승원 법무부 장관 후보자와 용혜인 성평등가족부 장관 후보자를 둘러싼 논란에 청와대가 내놓은 설명은 그래서 곱씹어볼 대목이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인사청문 제도 자체가 후보자에 대한 국민적 검증 과정”이라며 두 후보자가 “인사위원장의 책임 아래 인사 시스템을 거쳐 지명된 후보”인 만큼 청문회를 거쳐야 한다고 밝혔다. 동시에 “국민 눈높이에 부족함이 없도록 인사 검증체계를 갖추고 강화하겠다”고 했다. 틀린 말은 아니다. 인사청문회는 국민을 대신한 국회의 공개 검증 절차다. 아직 사실관계가 확정되지 않은 의혹만으로 후보자를 낙마시키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 야당이 제기하는 의혹이 모두 사실이라는 보장도 없고, 청문회를 정치적 공격 수단으로 사용하는 일도 경계해야 한다. 다만 인사 시스템을 거쳐 지명했다면서 왜 곧바로 검증체계를 강화하겠다는 것인가. 김 후보자에게는 코로나19 치료제 임상시험 승인과 관련한 청탁 의혹과 과거 음주운전 문제가 제기됐다. 김 후보자는 부정한 청탁은 없었다고 반박하면서도 민원 전달 과정에는 신중했어야 했다고 밝혔고, 음주운전에 대해서는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했다. 용 후보자에게는 비례대표 의원직과 장관직의 겸직 문제, 당 운영을 둘러싼 공정성 논란 등이 제기되고 있다. 각각의 의혹과 적격성은 청문회에서 사실관계를 더 따져야 한다. 중요한 것은 지명 전 어디까지 검토됐느냐는 것이다. 이미 알고도 장관직 수행에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다면 청와대가 그 판단에 책임을 지면 된다. 반대로 확인하지 못했다면 사전 검증에 구멍이 있었다는 뜻이다. 둘 중 어느 경우든 “청문회에서 검증하자”는 말만으로 끝낼 문제는 아니다. 국회법은 국무위원 후보자 등에 대해 국회가 인사청문회를 열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는 대통령에게서 후보자를 고르는 책임을 넘겨받기 위한 제도가 아니다. 대통령의 인사권 행사 이후 국회가 공직 수행 능력과 도덕성 등을 공개적으로 다시 검증하는 견제 장치다. 사전 검증과 인사청문은 순서만 다른 같은 검증이 아니다. 책임의 주체부터 다르다. 청와대 검증은 대통령의 책임이고, 국회 청문회는 국회의 책임이다. 이 단순한 구분을 놓쳐서는 안 된다. 청와대가 후보자의 재산과 세금, 범죄·징계 이력, 이해충돌 가능성, 과거 행적과 정무적 리스크를 충분히 확인한 뒤 “이 정도 문제를 감안해도 국정을 맡길 사람”이라고 판단하는 것이 지명이다. 청문회는 그 판단에 누락이나 왜곡이 없는지 국민 앞에서 다시 따지는 과정이어야 한다. 하지만 사전 단계에서 걸러졌어야 할 문제가 지명 직후 쏟아지고, 그때마다 “청문회에서 보자”는 답이 반복되면 인사의 책임 구조가 거꾸로 선다. 대통령이 고르고 청와대가 검증했는데, 최종적으로 후보자의 적격 여부를 발견하고 판단하는 책임은 국회와 언론, 국민이 떠안게 되는 것이다. 더 위험한 것은 이런 방식이 반복될 때 생기는 ‘지명의 관성’이다. 후보자를 발표한 뒤에는 철회 비용이 커진다. 인사 실패를 인정해야 하고 야당의 공세도 감수해야 한다. 결국 이미 지명했다는 이유 자체가 후보자를 지켜야 하는 이유가 되기 쉽다. 검증의 판단 기준이 ‘공직에 적합한가’에서 ‘청문회를 버틸 수 있는가’로 바뀌는 순간이다. 제대로 된 사전 검증은 흠결을 하나도 없는 사람을 찾아내는 일이 아니다. 그런 사람은 현실 정치에 거의 없다. 핵심은 어떤 흠결까지 받아들일 것인지 기준을 미리 세우는 것이다. 음주운전이나 세금 체납, 부동산 투기, 연구윤리 위반, 갑질, 이해충돌, 수사·징계 이력처럼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검증 항목부터 표준화할 필요가 있다. 단순히 ‘문제가 있느냐 없느냐’를 확인하는 데 그쳐서는 부족하다. 공직의 성격에 따라 어느 정도의 흠결을 결격으로 볼 것인지도 정해야 한다. 법무부 장관에게 요구하는 기준과 산업부 장관에게 요구하는 전문성의 기준이 똑같을 수는 없다. 그렇다고 정권이 바뀔 때마다 어제는 탈락 사유였던 문제가 오늘은 해명 가능한 문제가 되는 것도 곤란하다. 법적 결격과 정치적·윤리적 부적격을 구분하는 기준도 필요하다. 법을 어기지 않았다고 해서 곧바로 장관 자격을 얻는 것은 아니다. 장관은 형사재판에서 유죄인지 무죄인지만 따지는 자리가 아니다. 국민에게 정책의 준수를 요구하고 국가권력을 행사하는 자리다. 법률상 임명 가능성과 국민이 기대하는 공직 윤리 사이에는 분명한 간격이 있다. 그 간격을 그때그때 여론을 보며 판단해서는 인사 원칙이 생기지 않는다. 책임선도 분명히 해야 한다. 현재 청와대 인사는 인사위원회를 중심으로 후보 추천과 검증, 정무적 판단이 단계적으로 이뤄지는 구조로 알려져 있다. 지난해 인사수석실까지 신설됐지만 후보자 논란이 반복되면서 시스템이 실제로 어떻게 작동하는지에 대한 의문이 다시 제기되고 있다. 누가 후보자를 추천했는지까지 모두 공개하라는 얘기는 아니다. 인사에는 보안이 필요하다. 후보군의 개인정보를 보호해야 할 이유도 충분하다. 하지만 지명 이후 중대한 문제가 드러났다면 최소한 내부적으로는 추천 단계에서 놓쳤는지, 검증 과정에서 확인하지 못했는지, 알고도 정무적으로 수용했는지를 구분하고 책임을 남겨야 한다. 알고도 선택했다면 대통령과 인사위원회가 정치적 책임을 지면 된다. 몰랐다면 검증 시스템을 고쳐야 한다. 가장 좋지 않은 것은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것이다. ‘상서’ 고요모에는 ‘지인즉철 능관인(知人則哲 能官人)’이라는 말이 나온다. 사람을 알아보는 것이 지혜이며, 그래야 사람을 제대로 벼슬에 쓸 수 있다는 의미다. 수천 년 전에도 국정의 어려움 가운데 하나를 ‘사람을 알아보는 일’에서 찾았다. 인사가 어려운 것은 시대가 달라져도 마찬가지다. 사람에게는 과거가 있고 완벽한 후보자는 없다. 사생활과 공적 검증의 경계를 어디에 둘지도 쉽지 않다. 지나치게 가혹한 검증은 유능한 인재가 공직을 피하게 만들 수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더욱 기준이 필요하다. 정권에 가까운 사람에게는 느슨하고 반대편 사람에게는 엄격한 잣대가 아니라, 어느 정부에서든 대체로 예측할 수 있는 기준 말이다. 청와대가 이번에 인사 검증체계를 강화하겠다고 한 것은 필요한 조치다. 그러나 ‘강화하겠다’는 말만 반복해서는 같은 문제가 다음 개각에서 다시 돌아온다. 검증 항목을 표준화하고, 중대한 결격 사유와 해명 가능한 사안을 구분하며, 추천·검증·정무 판단의 책임선을 명확히 해야 한다. 지명 뒤 예상하지 못한 중대 문제가 드러났을 때는 어떤 단계에서 놓쳤는지 복기하는 절차도 필요하다. 또 분명히 할 것이 있다. 인사청문회는 청와대 검증의 실패를 대신 책임지는 곳이 아니다. 국회가 후보자를 검증하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대통령이 지명하기 전에 제대로 검증하는 것은 그보다 먼저 존재하는 권한이자 책임이다. 청문회에서 모든 것을 확인하겠다면 사전 검증은 형식이 된다. 반대로 청와대가 자신 있게 검증을 마쳤다면 논란이 불거졌을 때 “청문회에서 보자”에 앞서 왜 그 문제를 감수하고도 지명했는지를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인사의 신뢰는 흠결 없는 사람을 찾아내는 데서 생기지 않는다. 어떤 사람을 왜 골랐고, 무엇을 확인했으며, 어디까지 책임질 것인지 분명할 때 생긴다. 청문회는 검증의 시작이 아니다. 대통령의 인사검증이 제대로 이뤄졌는지를 국민 앞에서 확인하는 마지막 문턱이어야 한다.
2026-09-08 09:41:03
-
-
-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