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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국민 대토론회, 소통보다 결론과 책임이 중요하다
[경제일보] 정부가 부동산 정책을 놓고 대대적인 국민 의견 수렴에 나섰다. 지난 14일부터 사흘 동안 주택 공급과 금융, 세제를 주제로 분야별 토론회를 열었고 23일에는 이재명 대통령이 직접 종합토론회를 주재했다. 당초 100분으로 예정됐던 토론은 세 시간 가까이 이어졌다. 들을 만큼 들었다. 정부가 이제 보여줘야 할 것은 더 많은 발언과 추가 토론이 아니라 정책의 결론이다. 부동산 정책은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갈리는 영역이다. 집을 가진 사람과 갖지 못한 사람의 요구가 다르고 서울과 지방의 처지도 같지 않다. 재건축을 추진하는 주민과 임대주택 확대를 요구하는 무주택자의 이해도 충돌한다. 세금을 올리자는 주장과 거래를 막지 말아야 한다는 주장은 한 자리에서 좀처럼 합쳐지지 않는다. 모든 이해관계자의 동의를 얻은 뒤 정책을 결정하겠다는 접근으로는 어느 결론에도 이르기 어렵다. 국민 의견을 듣는 절차는 필요하지만 정책 결정의 책임까지 국민에게 나눠줄 수는 없다. 정부는 서로 충돌하는 요구 가운데 무엇을 받아들이고 무엇을 포기할지 선택해야 한다. 그 선택을 설명하고 정치적 부담까지 감당하는 일이 국정 운영이다. 지금 부동산 시장에는 토론보다 시간이 더 비싼 자원이 됐다. 서울 아파트값은 7월 셋째 주까지 76주 연속 올랐다. 올해 들어 서울 아파트값은 6.03% 상승했고 성북구와 강서구, 구로구 등 비강남권의 상승세도 두드러졌다. 서울 아파트 전셋값 역시 같은 주 0.27% 올랐다. 강남 일부 지역에 머물던 가격 불안이 중저가 지역과 임대차 시장으로 번지고 있다는 뜻이다. 정부가 결론을 미루는 동안 시장은 멈춰 서 있지 않는다. 집을 살 사람은 세금이 어떻게 바뀔지 몰라 계약을 늦춘다. 집을 팔 사람은 양도소득세 개편 가능성을 지켜보며 매물을 거둬들인다. 전세대출 규제 강화 가능성이 거론되면 임차인은 대출이 막히기 전에 계약부터 서두른다. 공급 계획이 확정되지 않으면 건설사는 토지 매입과 사업 추진을 미룬다. 정책을 결정하지 않은 상태도 시장에서는 하나의 정책으로 작용한다. 불확실성이 길어지면 정보와 현금을 가진 사람은 기다릴 수 있지만 자금 사정이 빠듯한 실수요자는 버티기 어렵다. 결정 지연의 비용은 정부가 아니라 국민이 부담한다. 이번 대토론회에서는 낯선 주제가 등장한 것도 아니다. 보유세를 어느 수준으로 올릴지, 실거주 1주택과 비거주 주택을 어떻게 구분할지, 초고가 주택의 기준을 어디에 둘지 의견이 엇갈렸다. 초고가 주택 기준으로 10억원과 30억원, 50억원이 각각 거론됐다. 양도소득세 비과세 혜택을 생애 한 차례로 제한하는 방안도 나왔다. 전세대출을 줄이되 청년과 신혼부부, 생애 최초 임차인에게는 선별적으로 지원하자는 제안도 제시됐다. 쟁점이 부족했던 것이 아니다. 정부가 정해야 할 기준과 수치가 남아 있을 뿐이다. 부동산 세제는 국민의 재산권과 직접 맞닿아 있다. 보유세를 올리면 보유 비용이 커지고 양도소득세를 손질하면 매물의 양과 거래 시점이 달라진다. 취득세는 무주택자가 처음 집을 마련하는 단계부터 영향을 미친다. 세율과 공제 기준을 조금만 바꿔도 누군가에게는 수천만원의 부담이 생긴다. 세금은 여론의 흐름에 따라 수시로 움직일 수 있는 정책 수단이 아니다. 누가 얼마를 부담해야 하는지 법률로 정하고 납세자가 자신의 재산 처분과 주거 계획을 미리 판단할 수 있어야 한다. 같은 주택을 보유하고도 정책 발표 전후에 따라 부담이 크게 달라진다면 조세에 대한 신뢰가 흔들린다. 대출 규제도 마찬가지다. 주택담보대출과 전세대출, 잔금대출은 단순한 금융상품이 아니다. 한 가구의 이사와 결혼, 자녀 교육, 노후 계획이 걸려 있다. 계약 당시 가능했던 대출이 잔금 지급 직전에 막히면 국민은 집을 포기하거나 위약금을 물어야 한다. 정부가 대출 기준을 바꿀 수는 있다. 가계부채와 집값을 관리하기 위해 규제를 강화할 필요도 생긴다. 그러나 예고 기간과 경과조치 없이 정책 변경의 비용을 계약 당사자에게 넘길 권한까지 정부가 가진 것은 아니다. 기존 계약을 어디까지 보호할지, 어떤 사람을 실수요자로 볼지, 예외를 어느 범위에서 인정할지 정책 발표와 동시에 제시해야 한다. 공급 문제는 더 단순하다. 국민이 궁금한 것은 몇 년 뒤까지 몇십만가구를 공급하겠다는 총량이 아니다. 어느 지역에서 언제 인허가가 끝나고 착공과 준공은 언제 이뤄지는지가 중요하다. 공급 예정 물량은 삽을 뜨기 전까지 주택이 아니다. 준공과 입주로 이어지지 못한 공급 계획은 가격 불안을 잠시 달래는 발표문에 그친다. 정부가 할 일은 공급 확대의 당위성을 다시 토론하는 것이 아니다. 사업이 늦어지는 지구를 찾아 보상과 인허가, 기반시설 설치가 어디에서 막혔는지 밝히고 부처와 공공기관, 지방자치단체별로 처리 기한을 정해야 한다. 지연이 반복되면 담당 기관과 책임자가 설명해야 한다. 이번 대토론회가 정책 전환의 출발점이 되려면 정부는 적어도 세 가지 질문에 답해야 한다. 먼저 부동산 정책의 목표부터 정해야 한다. 집값을 일정 수준까지 낮추겠다는 것인지, 단기간 급등을 막겠다는 것인지, 무주택자의 주거비 부담을 줄이겠다는 것인지 정부의 우선순위가 보여야 한다. 집값과 가계부채, 주택 공급, 전월세 안정을 한꺼번에 내세우면 정책수단이 서로 충돌한다. 대출을 강하게 조이면 가계부채는 줄일 수 있지만 현금 보유자에게 유리한 시장이 만들어질 수 있다. 공급을 늘리기 위해 재건축 규제를 풀면 장기적으로 입주 물량이 늘 수 있지만 단기적으로 해당 지역 가격이 오를 수 있다. 정부는 무엇을 먼저 잡을지 선택해야 한다. 정책 발표와 시행 시점도 제시해야 한다. 세제 개편안을 언제 국회에 제출할지, 금융 규제는 어느 날짜부터 어떤 계약에 적용할지, 공급 사업은 지구별로 언제 착공하고 입주할지 공개해야 한다. “검토하겠다”는 말이 반복될수록 국민은 정부 발표보다 시장의 소문을 먼저 믿게 된다. 책임을 맡은 사람도 드러나야 한다. 공급 일정은 국토교통부가 책임지고 대출 규제는 금융위원회가 맡아야 한다. 세제 개편은 재정경제부가 설명해야 한다. 부처 간 정책이 충돌하면 국무총리와 대통령실이 조정 결과를 내놓아야 한다. 정책이 효과를 내지 못했을 때 시장 상황과 전임 정부, 투기 세력만 탓해서는 책임 행정이 성립하지 않는다. 정부는 정책 시행 뒤 평가 기준도 공개해야 한다. 집값 상승률 하나만 놓고 성공과 실패를 판단해서는 안 된다. 주택 인허가와 착공, 준공 물량이 얼마나 늘었는지, 청년과 신혼부부의 주거비 부담이 줄었는지, 전세대출 축소로 월세 부담이 커지지 않았는지 함께 살펴야 한다. 분기마다 이행 상황을 공개하고 목표에서 벗어난 정책은 수정해야 한다. 법률과 행정에는 권한을 행사한 사람이 책임을 진다는 원칙이 따른다. 정책을 결정할 권한을 가진 정부가 결과에 대한 책임까지 국민 여론에 돌릴 수는 없다. 국민 대토론회에서 다수가 찬성했다는 이유로 잘못된 정책의 책임이 사라지지도 않는다. 반대 의견을 충분히 들었다고 해서 정책 실패가 면책되는 것도 아니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번 토론회에서 “공직자의 최대 덕목은 책임을 지는 것”이라며 비난과 갈등도 감수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통령의 이 발언이 대토론회에서 나온 가장 중요한 원칙이다. 책임을 진다는 것은 토론회를 한 차례 더 여는 데 그치지 않는다. 정부가 정한 목표와 기준을 국민에게 알리고 정책의 효과가 예상과 다를 때 잘못을 인정하고 고치는 일이다. 정책으로 손해를 보는 사람이 생기면 필요한 보완책을 마련하고 예측하지 못한 부작용이 나타나면 담당자가 설명해야 한다. 정부는 오는 27일 총리 주재 토론회에서 충분히 다루지 못한 쟁점을 다시 논의할 예정이다. 추가 토론이 결정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한 마지막 점검이라면 의미가 있다. 토론 뒤에도 결론과 일정이 나오지 않는다면 국민 대토론회는 정책 결정을 미루기 위한 긴 회의로 기억될 수밖에 없다. 국민은 이미 집값과 전셋값, 대출이자와 세금으로 자신의 의견을 내고 있다. 무주택자는 오르는 집값을 보며 불안을 호소하고 집을 가진 사람은 또다시 세제가 바뀔까 걱정한다. 청년은 대출 규제 앞에서 주거 계획을 다시 세우고 건설사는 수익성을 계산하며 사업을 멈출지 결정한다. 정부가 국민에게 더 물어야 할 질문은 많지 않다. 이제까지 나온 의견 가운데 무엇을 받아들이고 무엇을 버릴지 정해야 한다. 시행 시점을 못 박고 담당 부처와 책임자를 밝혀야 한다. 정책이 실패했을 때 누가 어떤 방식으로 수정할지도 제시해야 한다. 소통은 결론을 늦추는 면허가 아니다. 국민이 의견을 냈다면 정부는 선택해야 한다. 선택했다면 설명해야 하고 시행했다면 책임져야 한다. 부동산 정책의 신뢰는 토론 시간이나 참석자 수에서 생기지 않는다. 흔들리지 않는 기준과 지켜지는 일정, 책임지는 사람의 이름에서 생긴다.
2026-07-24 07:4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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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빅테크의 한국행, 공짜 투자는 없다
[경제일보] 미국 빅테크의 투자를 한국으로 끌어오겠다는 정부의 구상이 시험대에 올랐다. 이재명 대통령은 24일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 다리오 아모데이 앤트로픽 최고경영자, 혹 탄 브로드컴 최고경영자 등을 만난다. 삼성전자, SK, 현대자동차그룹 등 국내 기업 총수들도 함께한다. 청와대는 단순한 양해각서를 넘어 전략적 제휴, 장기계약, 실질적인 투자 성과를 이끌어내겠다는 뜻을 밝혔다. 배경훈 부총리 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도 출국을 앞두고 이번 방문은 한국 기업의 미국 투자를 늘리는 자리가 아니라 미국 기업이 한국 투자를 강화하도록 만드는 자리라는 점을 강조했다. 브로드컴과 오픈AI, 앤트로픽, 엔비디아 등을 상대로 AI와 반도체, 데이터센터 분야의 협력을 확대하겠다고 했다. 한국이 미국 빅테크에 돈을 들고 찾아가는 외교에서 미국의 자본과 기술을 한국으로 불러들이는 외교로 무게중심을 옮기겠다는 의미다. 방향은 옳다. 한국은 세계 최고 수준의 메모리 반도체와 제조업 기반, 빠른 통신망, 높은 교육 수준을 갖고 있다. 올해 2분기 경제성장률도 반도체와 기계·장비 수출에 힘입어 전 분기 대비 0.6% 성장했다. 건설투자가 부진한 가운데 수출이 경제를 떠받쳤다는 것은 한국 산업의 힘과 약점을 동시에 보여준다. 반도체는 강하지만, 국내 투자와 내수의 온기는 여전히 충분하지 않다. 미국 빅테크의 데이터센터와 연구소, 클라우드 거점을 유치해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하지만 투자는 애국심으로 움직이지 않는다. 엔비디아와 오픈AI가 한국을 좋아해서 투자하는 것도 아니고, 정상과 기업인이 악수했다고 공장이 세워지는 것도 아니다. 기업은 전력 가격과 공급 안정성, 인허가 속도, 세금, 인재, 시장 접근성, 데이터 규제를 계산한다. 한국이 경쟁국보다 더 나은 수익과 더 적은 불확실성을 제공하지 못하면 빅테크의 돈은 미국이나 일본, 싱가포르, 중동으로 향한다. 그렇다면 한국은 무엇을 내줘야 할까. 먼저 내줄 것은 속도다. 공장을 짓고 데이터센터를 가동하기까지 몇 년씩 허가를 기다려야 하는 나라에 초대형 투자가 들어오기 어렵다. 환경과 안전 기준을 낮추라는 뜻이 아니다. 부처와 지방자치단체를 돌며 같은 서류를 반복해서 내는 행정, 담당자가 바뀔 때마다 해석이 달라지는 규제, 허가 일정을 누구도 장담하지 못하는 불확실성을 걷어내야 한다. 빅테크가 가장 싫어하는 것은 엄격한 규제보다 예측할 수 없는 규제다. 두 번째로 내줄 것은 전력과 기반시설이다. AI 데이터센터는 반도체만으로 돌아가지 않는다. 막대한 전기와 냉각용수, 통신망, 변전소가 필요하다. 한국 정부가 데이터센터와 반도체를 국가전략산업으로 외치면서도 송전망 건설과 전력 공급 결정을 미룬다면 투자 유치 구호는 공허해진다. 전력을 기업에 싸게 퍼주자는 얘기가 아니다. 기업이 부담할 비용과 정부가 구축할 기반시설, 재생에너지와 원전 등 전력조달 방식, 지역사회에 돌아갈 이익을 사전에 투명하게 제시해야 한다. 세 번째는 시장이다. 미국 빅테크가 한국에 데이터센터와 연구개발 거점을 두면 정부와 공공기관, 금융·의료·제조기업을 고객으로 확보할 수 있다는 확신을 줘야 한다. 공공부문의 AI 도입을 국내 기업 보호라는 명분 아래 무조건 막아도 안 되고, 반대로 해외 플랫폼에 통째로 넘겨서도 안 된다. 국내 기업과 글로벌 기업이 공동으로 제품을 만들고 해외 시장에 진출할 수 있는 개방형 생태계를 설계해야 한다. 세제 혜택도 필요하다. 경쟁국들이 법인세 감면과 부지, 전력, 정책금융을 한 묶음으로 제공하는 상황에서 한국만 시장원리를 외치며 빈손으로 기다릴 수는 없다. 다만 보조금은 투자 발표가 아니라 투자 이행에 지급해야 한다. 공장 착공과 고용, 국내 조달, 공동 연구개발 등 약속이 실제 집행되는 단계마다 혜택을 나누는 방식이 옳다. 일자리도 기술도 남기지 않는 서버 건물 하나를 유치하기 위해 세금과 전력을 무제한 제공하는 것은 투자 유치가 아니라 임대업에 가깝다. 내주지 말아야 할 것도 분명하다. 첫째는 데이터 주권이다. 의료와 금융, 공공행정, 산업기술 데이터가 해외 기업의 폐쇄된 플랫폼 안에 갇히면 한국은 AI를 사용하는 나라는 될 수 있어도 AI를 통제하는 나라는 되기 어렵다. 민감정보의 저장 위치와 처리 방식, 제3국 이전, 정부의 감독권은 협상 가능한 부수 조건이 아니다. 둘째는 규제 면책특권이다. 빅테크의 투자가 크다고 해서 개인정보 보호나 공정경쟁, 저작권, 소비자 보호 기준까지 면제해서는 안 된다. 국내 기업에는 엄격한 규칙을 적용하면서 해외 기업에는 투자 유치를 이유로 예외를 준다면 시장은 기울어진다. 규제는 단순해야 하지만 공평해야 한다. 셋째는 국내 산업의 성장 기회다. 미국 빅테크가 한국 시장과 전력, 데이터를 이용하면서 국내 클라우드·소프트웨어·AI 스타트업을 하청업체로만 남겨서는 안 된다. 투자 협약에는 국내 기업의 공급망 참여, 대학·연구기관과의 공동 연구, 국내 인재 채용과 교육, 한국 기업의 해외시장 진출 지원이 포함돼야 한다. 한국이 제공한 기반 위에서 만들어진 부가가치가 모두 본사로 빠져나가는 구조라면 투자액이 아무리 커도 국익은 작다. 노자는 ‘도덕경’ 36장에서 “장차 얻으려면 먼저 주어야 한다(將欲取之 必固與之)”고 했다. 투자를 얻으려면 한국도 무엇인가를 내놓아야 한다. 문제는 많이 주느냐 적게 주느냐가 아니다. 무엇을 주고 무엇을 지킬 것인가다. 한국이 줘야 할 것은 신속한 행정과 안정적인 전력, 예측 가능한 세제, 매력적인 시장이다. 내줘서는 안 될 것은 데이터에 대한 통제권과 공정한 경쟁질서, 국내 산업이 성장할 몫이다. 전자는 투자의 기반이고, 후자는 국가의 주권이다. 둘을 구분하지 못하면 빅테크 투자 유치는 막대한 보조금으로 외국 기업의 건물과 서버를 대신 지어주는 사업으로 전락한다. 정부는 이번 정상외교의 성과를 투자금액 한 줄로 발표해서는 안 된다. 어느 지역에 무엇을 짓는지, 전력과 물은 누가 얼마를 부담하는지, 국내 기업은 어떤 공급망에 참여하는지, 몇 명을 고용하고 어떤 기술을 공동 개발하는지까지 공개해야 한다. 투자 유치의 성적표는 협약서에 적힌 달러가 아니라 한국에 남은 기술과 일자리, 세수와 수출로 작성돼야 한다. 미국 빅테크의 한국 투자는 구걸할 대상도, 두려워할 대상도 아니다. 국가와 기업의 이해관계를 맞추는 거래다. 한국은 반도체와 제조업, 시장과 인재라는 귀한 카드를 갖고 있다. 그 카드를 헐값에 내주지 않으면서도 상대가 들어올 이유를 만들어야 한다. 빅테크를 불러오는 데 공짜 점심은 없다. 그렇다고 식당과 주방까지 넘길 필요도 없다. 문은 열되 집문서는 지키는 협상, 그것이 AI 정상외교가 갖춰야 할 국익의 원칙이다.
2026-07-24 07:4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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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반그룹, 신입사원 '커넥팅 데이' 진행…소통 경영 강화 外
[경제일보] 호반그룹은 경기 성남시 아브뉴프랑 판교에서 김대헌 호반그룹 기획총괄사장을 비롯한 경영진과 신입사원 80여 명이 함께하는 ‘커넥팅 데이’를 개최했다고 23일 밝혔다. 커넥팅 데이는 호반그룹 신입사원들이 최고경영진과 직접 소통하며 회사와 조직문화를 이해하고 공감대를 넓힐 수 있도록 마련한 프로그램이다. 신입사원들의 회사 적응과 소속감을 높이기 위해 기획됐다. 이번 행사에는 호반건설, 호반산업, 대한전선, 호반호텔앤리조트, 호반프라퍼티, 대아청과 등 그룹 계열사의 신입사원 80여 명과 경영진이 참석했다. 참석자들은 회사 생활과 업무 경험, 조직문화, 커리어 계획 등에 대해 격의 없이 이야기를 나누며 서로를 이해하는 시간을 가졌다. 김대헌 사장은 커넥팅 데이가 진행되는 동안 신입사원들과 입사 후 경험한 업무와 회사 생활, 앞으로의 목표 등에 대해 대화를 나눴다. 그룹의 비전과 신입사원들에게 기대하는 역할도 진솔하게 전했다. 김 사장은 “성장하는 기업은 서로를 이해하고 존중하는 문화에서 시작되고 호반그룹이 추구하는 '인화단결'의 가치와 맞닿아 있다”며 “구성원들의 다양한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서로 신뢰하며 함께 성장하는 기업문화를 만들어 가겠다”고 말했다. 태영건설, 인제스피디움 ‘2026 강원 국제 모터 페스타’ 성료 태영건설은 인제스피디움이 국내 대표 모터스포츠 축제 ‘2026 강원 국제 모터 페스타’를 약 1만 명의 방문객이 찾은 가운데 성황리에 마무리했다고 23일 밝혔다. 지난 18일 개최된 행사에는 윤세영 SBS미디어그룹 창업회장, 최상기 인제군수, 이양수 국회의원, 김도형 인제군의회 의장, 박진오 강원일보 사장, 이종화 CJ 부사장, 정집범 인제경찰서장, 마석호 슈퍼레이스 대표이사, 이정민 인제스피디움 대표이사 등 주요 내빈과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행사에는 모터스포츠 경기뿐 아니라 다양한 공연과 체험 프로그램, 푸드존 등 풍성한 즐길 거리가 함께 마련됐다. 이를 통해 방문객들이 경기 관람을 넘어 다채로운 문화 콘텐츠를 경험할 수 있는 복합 축제로 운영됐다. 경기 당일 비로 인해 노면이 젖은 상황에서도 선수들은 치열한 레이스를 펼치며 관람객들의 몰입감을 높였다. 특히 세계적인 원메이크 레이스인 ‘람보르기니 슈퍼 트로페오 아시아’가 함께 개최돼 강렬한 엔진음과 역동적인 주행 퍼포먼스로 현장의 열기를 더했다. 서킷에서는 차량을 미끄러뜨리며 코너를 통과하는 ‘드리프트 쇼런’을 비롯해 관람객들이 경주차와 선수들을 가까이에서 만날 수 있는 그리드워크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진행됐다. 국내 DJ들이 참여한 EDM 파티와 불꽃놀이도 이어지며 모터스포츠 관람을 넘어 공연과 축제를 함께 즐길 수 있는 특별한 경험을 제공했다. 이정민 인제스피디움 대표이사는 “이번 강원 국제 모터 페스타는 수준 높은 모터스포츠 경기와 공연, 체험 콘텐츠를 한 공간에서 즐길 수 있도록 구성한 국내 최대 행사다”라며 “인제스피디움만의 차별화된 인프라를 바탕으로 모터스포츠의 대중화와 지역 체류형 관광 활성화에 기여할 수 있는 다양한 대회를 유치하겠다”고 말했다. 금호건설, 3506억원 규모 ‘장지차고지 입체화사업 건설공사’ 수주 금호건설은 서울주택도시개발공사(SH)가 발주한 '장지차고지 입체화사업 건설공사'를 수주했다고 23일 밝혔다. 이번 사업에서 금호건설은 50%의 지분을 보유한 주관사로 참여하며 동부건설, 고덕종합건설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사업을 수행한다. 공사는 오는 10월 착공해 2030년 8월 준공을 목표로 추진될 예정이다. 총 공사비는 약 3506억원 규모다. 장지차고지 입체화사업은 노후화된 서울 송파구 장지버스공영차고지를 공공복합공간으로 재편하는 사업이다. 버스차고지 기능은 유지하면서 공공주택과 주민 편의시설을 함께 조성하고 도심의 한정된 공간을 입체적으로 활용해 주거 안정과 생활 인프라를 동시에 확충하는 것이 특징이다. 연면적 13만9975㎡ 부지에는 지하 2층~지상 25층, 2개 동, 총 658세대 규모의 공동주택과 버스차고지, 생활체육시설, 근린생활시설 등이 들어선다. 지하 1~지상 4층에는 수영장과 체육관 등 생활체육시설을 조성하고 지상 1~3층에는 버스차고지와 사무실을 배치한다. 지상 3~5층에는 상가와 커뮤니티 등 부대복리시설을, 지상 6~25층에는 공동주택을 배치해 주거와 공공기능이 조화를 이루는 입체형 복합단지를 조성할 계획이다. 금호건설 관계자는 “이번 사업은 노후화된 버스차고지를 주거와 교통, 생활SOC, 녹지가 공존하는 미래형 복합공간으로 재편하는 상징적인 프로젝트다”라며 “금호건설이 축적해온 공공개발 역량과 시공 노하우를 바탕으로 지역사회와 함께 성장하는 미래형 복합단지를 성공적으로 조성하겠다”고 말했다.
2026-07-23 15:3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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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 "부동산은 최대 과제"…공급·대출·세금 해법 논의
[경제일보] 이재명 대통령이 주재한 부동산정책 국민 대토론회에서 공급·금융·세제 전반의 해법이 논의됐다. 공급 분야에서는 인허가·착공 감소와 비아파트 공급 위축, 정비사업 이주비 대출 문제가 쟁점으로 올랐고 금융 분야에서는 실수요자 지원과 가계부채 관리의 균형이 다뤄졌다. 세제 분야에서는 초고가 1주택과 주택 수 중심 과세 체계 개편 필요성이 부각됐다. 이 대통령은 23일 서울 여의도 KBS별관에서 열린 ‘부동산정책 국민 대토론회’ 모두발언에서 “이 문제는 대한민국의 최대 과제 중 하나”라며 “최대한 많은 분의 의견을 모으고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그는 국민 자산에서 부동산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는 점을 언급하며 가격 안정 대책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어 일본의 부동산 버블 붕괴와 장기 침체 사례를 거론하며 한국 역시 부동산 가격 상승 흐름의 정점을 향해 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있다고 짚었다. 다만 해법은 간단하지 않다고 봤다. 공급을 늘려야 한다는 데는 공감대가 있지만 어디에, 어떤 방식으로 공급할지를 놓고 이해관계가 충돌하기 때문이다. 그린벨트 해제만 해도 주택 공급 확대를 주장하는 쪽과 녹지 훼손을 우려하는 쪽이 맞선다는 설명이다. 조세와 금융 정책도 주요 쟁점으로 언급했다. 이 대통령은 조세 제도를 통해 주택 수요와 공급에 영향을 주는 것이 정당한지 논쟁이 있을 수 있다고 했다. 금융에 대해서는 국민 자원을 바탕으로 작동하는 만큼 누구에게 대출 기회를 줄 것인지가 중요하다고 밝혔다. 주거 목적과 투자·투기 목적을 구분하지 않으면 집값 상승 피해가 국민에게 돌아갈 수 있다는 취지다. 토론회에서는 공급·금융·세제 분야 전문가 발제가 이어졌다. 공급 분야 발제를 맡은 진미윤 명지대 부동산대학원 교수는 주택공급 병목 해소와 공급 주체 다변화, 규제지역 제도의 합리적 운영을 제안했다. 위축된 신축 공급을 회복하기 위한 금융·세제 선별 지원과 민간 정비사업 활성화, 전문 임대주체 육성, 공공부문의 시장 조성자 역할 확대가 필요하다는 내용이다. 진 교수는 현재 운영 중인 규제지역의 실효성도 다시 살펴야 한다고 했다. 시장 불안에 대응하는 기능은 유지하되 중첩 규제와 국민 불편을 줄이는 방향으로 제도를 손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세제 분야 발제자인 강성훈 한양대 정책학과 교수는 보유세와 양도세의 합리적 개편 방향을 제시했다. 강 교수는 보유세 부담이 주요국과 비교해 적정한지, 과세표준이 시가를 충분히 반영하고 있는지 검토해야 한다고 했다. 특히 주택 수가 아니라 주택 가액을 기준으로 세율을 적용하는 방안을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 초고가 주택의 세 부담도 쟁점으로 제시됐다. 강 교수는 과세 형평성 차원에서 초고가 주택 보유자의 세 부담이 적절한지, 세액공제에 거주 여부를 반영할지 등을 따져봐야 한다고 했다. 양도세와 관련해서는 비거주 주택의 세 부담, 장기보유특별공제의 거주 요건, 초고가 주택 양도세 부담이 핵심 논의 대상이라고 설명했다. 금융 분야에서는 김영도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이 실수요자 지원과 가계부채 관리를 함께 고려한 정책 설계를 제안했다. 김 연구위원은 청년층 지원 프로그램 확대를 검토하되 임차 수요와 매매 수요를 나눠 지원 방식을 다시 짜야 한다고 했다. 전세대출은 실수요 요건을 엄격히 적용해 점진적으로 줄이고 이주비 대출은 일부 규제를 합리화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 새로운 금융 규제 방식도 제안했다. 김 연구위원은 고액 대출을 받는 차주에게 거시건전성 관리부담금을 부과하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고 했다. 대출 자원을 많이 쓰는 차주에게 비용 부담을 지우고, 해당 재원을 주거 취약계층 지원에 활용하자는 구상이다. 본격적인 토론 과정에서는 민간 장기임대주택과 정비사업 이주비 대출 문제가 쟁점으로 떠올랐다. 채상욱 커넥티드그라운드 대표는 공공분양, 공공임대, 민간분양 대책은 있지만 민간임대 공급 계획은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민간 장기임대주택 사업자를 육성하고 공급자 금융 등 강한 인센티브를 제공해야 임대료 전가를 줄이면서 공급을 늘릴 수 있다는 주장이다. 양지영 신한 프리미어 패스파인더 전문위원은 재건축·재개발 과정에서 이주비 대출 어려움이 사업 지연 요인이 되고 있다고 했다. 강남권과 달리 비강남 지역은 기본 이주비 대출만으로는 조합원 이주가 쉽지 않아 정비사업 속도가 늦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단기 공급 해법으로는 비아파트 공급 확대가 거론됐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 원장은 빌라와 오피스텔 등 비아파트 공급을 늘리면 단기적으로 공급 효과를 낼 수 있다고 했다. 동시에 3기 신도시와 태릉골프장, 용산정비창, 과천경마장 등 대형 공급 후보지에 대해서는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정례 협의체를 구성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 대통령은 토론 과정에서 이른바 ‘똘똘한 한 채’ 문제도 언급했다. 1가구 1주택 보호 원칙이 초고가 주택 보유에 대한 투자 유인을 키운 측면이 있다는 것이다. 그는 거주용과 투자·투기용을 구분하지 않은 데서 시장 압력이 커졌다고 보고 초고가 주택 세 부담 수준을 논의해보자고 제안했다. 이날 대토론회는 부동산 정책이 단일 처방으로 풀 수 없는 복합 과제라는 점을 보여줬다. 공급 확대는 필요하지만 입지와 방식, 규제 완화를 둘러싼 갈등이 크고, 금융 완화는 실수요자 지원과 가계부채 관리 사이에서 균형이 필요하다. 세제 개편 역시 실거주 보호와 투기 억제, 조세 저항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 정부가 대토론회 이후 어떤 정책 조합을 제시하느냐에 따라 부동산 시장의 방향도 달라질 전망이다.
2026-07-23 14:0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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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미윤 교수 "공급 병목 풀어야 주거 안정"…인허가·착공 감소 진단
[경제일보] 국민 주거 안정을 위해서는 멈춰 선 주택 공급 흐름을 다시 정상화해야 한다는 진단이 나왔다. 인허가와 착공 감소가 준공·입주 물량 축소로 이어질 경우 집값뿐 아니라 전월세 등 주거비 전반의 불안 요인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최근 공급 감소 현상에 대해서는 정책 의지만으로 설명하기보다 금리 인상과 공사비 급등, 자재 조달 차질 등 대내외 여건 악화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는 분석도 함께 제기됐다. 진미윤 명지대 부동산대학원 교수는 23일 정부가 개최한 부동산 정책 대토론회에서 주택 공급 파이프라인 복원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인허가와 착공이 줄면 일정 시차를 두고 준공과 입주 물량도 감소할 수밖에 없어 중장기적으로 시장 불안을 키울 수 있다는 설명이다. 진 교수는 공급 감소가 단순히 새 아파트 부족에 그치지 않는다고 봤다. 인허가가 줄면 향후 시장에 나올 주택 물량이 감소하고 이는 기존 주택 매물 축소와 가격 상승 압력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주거비 부담이 커질 경우 무주택자와 청년층, 신혼부부의 주거 사다리도 약해질 가능성이 있다. 특히 비아파트 공급 위축을 주요 위험 요인으로 짚었다. 다세대·연립주택 등 비아파트는 아파트보다 보증금과 월세 부담이 낮아 서민과 청년층이 활용해 온 주거 유형이다. 그러나 전세사기 이후 시장 신뢰가 무너지고 금융·세제 부담까지 겹치면서 신축 비아파트 공급 기반이 흔들리고 있다는 것이다. 해법으로는 신축 공급 회복을 위한 금융·세제 지원이 제시됐다. 프로젝트파이낸싱(PF) 경색과 공사비, 금리 부담으로 멈춘 사업장이 착공으로 넘어갈 수 있도록 지원하고 도심 중소형 주택과 임대용 비아파트 공급을 되살릴 필요가 있다는 취지다. 다만 투기 수요를 자극하지 않도록 입지와 수요, 사업성을 따진 선별 지원이 전제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간 정비사업도 공급 확대의 핵심 수단으로 평가했다. 재건축·재개발은 노후 주거지를 정비하고 도심 내 주택을 늘릴 수 있는 통로지만, 공사비와 금융비용, 조합 갈등, 분담금 부담이 사업 전 단계에서 병목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진 교수는 단순한 용적률 인센티브만으로는 사업 정상화에 한계가 있다고 봤다. 정책 설계도 실제 공급 성과 중심으로 바꿔야 한다는 제언이 이어졌다. 착공과 준공 실적, 주택 순증 효과, 공공기여 규모 등을 기준으로 사업을 관리해야 한다는 것이다.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이 공급 후보지 발굴부터 계획, 보상, 조성, 교통대책, 착공까지 전 과정을 통합 관리하는 실행 체계도 필요하다고 했다. 도시·건축 규제는 저이용 부지와 노후 건축물의 복합개발을 촉진하는 방향으로 유연하게 손볼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다만 기반시설 확보와 기존 도시 기능 훼손 방지, 개발이익의 공공 환원 장치가 함께 마련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임대주택에 대해서는 공공임대와 사적 전월세 사이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 법인, 리츠, 재무적 투자자 등 전문 임대사업자를 육성하되 장기임대 의무와 임대료 안정, 임차인 보호를 함께 묶는 구조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공공부문 역시 민간 공급 공백을 보완하는 데 그치지 않고 무주택 서민과 중산층을 위한 부담가능주택 공급자로 역할을 확대해야 한다고 했다. 조정대상지역과 투기과열지구, 토지거래허가구역 등 규제지역 지정은 투기 억제 효과가 있지만 거래 위축과 공급 감소, 국민 불편을 함께 낳을 수 있다. 진 교수는 시장 불안 지역에는 정밀하게 규제를 적용하되 해제 여부는 가격과 거래량, 대출 동향 등 객관적 지표를 바탕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평가했다. 토론회에서는 이재명 대통령이 2022년 이후 인허가와 착공이 줄어든 배경을 묻는 장면도 있었다. 이에 대해 진 교수는 공급 위축을 단순한 행정 절차 문제로만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통상 주택 인허가와 착공은 연말에 몰리는 경향이 있는데 금리 인상 이후 사업성이 급격히 나빠졌고 그 여파가 이후 공급 지표에 반영됐다는 것이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자재 조달 여건이 악화되고 공사비가 크게 오른 점도 인허가와 착공 감소의 배경으로 짚었다. 금리와 공사비, PF 조달 부담이 동시에 커지면서 건설사들이 신규 사업을 보수적으로 판단했고 이 흐름이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2026-07-23 10:5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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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정책, 강한 대책보다 흔들리지 않는 규칙이 필요하다
[경제일보] 집값이 오르면 정부는 더 강한 대책을 꺼낸다. 대출 한도를 줄이고 규제지역을 넓힌다. 세금을 올릴 가능성을 내비치고 공급 물량을 앞당기겠다고 발표한다. 시장이 잠시 주춤하면 규제를 풀고 대출 문턱을 낮춘다. 그러다 가격이 다시 뛰면 이전보다 센 대책을 내놓는다. 한국 부동산 정책은 오랫동안 이런 순환을 벗어나지 못했다. 정부가 바뀔 때마다 정책 방향이 달라졌고 같은 정부 안에서도 집값과 여론에 따라 규제가 수차례 바뀌었다. 시장 참여자는 현재의 제도보다 다음 대책을 먼저 계산하게 됐다. 집을 사려는 사람도 팔려는 사람도 건설하려는 기업도 정부가 정한 규칙을 믿고 장기 계획을 세우기 어려워졌다. 지금 시장이 보내는 신호도 가볍게 넘길 상황은 아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2026년 7월 둘째 주 전국 아파트값은 전주보다 0.11% 올랐다. 수도권은 0.21%, 서울은 0.30% 상승했다. 지방 상승률은 0.01%에 그쳤다. 서울 아파트값은 74주째 올랐고 전셋값도 상승세를 이어갔다. 전국이 함께 달아오른 시장이 아니라 서울과 수도권 선호 지역에 수요가 몰리는 양극화 시장에 가깝다. 가계대출도 다시 불어났다. 지난 6월 전 금융권 가계대출은 한 달 동안 8조3000억원 증가했다. 주택담보대출 증가액은 4조5000억원이었다. 5월과 6월 두 달 동안 늘어난 가계대출만 17조6000억원이다. 한국은행은 지난 16일 기준금리를 연 2.50%에서 2.75%로 올리면서 금융안정 위험을 주요 근거로 들었다. 집값과 빚이 통화정책까지 움직이는 상황이다. 그렇다고 정부가 손을 놓고 있었던 것도 아니다. 2025년 6월 수도권과 규제지역의 주택 구입 목적 주택담보대출에 6억원 한도가 도입됐다. 같은 해 9월 규제지역 주택담보인정비율인 LTV가 50%에서 40%로 낮아졌다. 10월에는 주택 가격에 따라 대출 한도를 6억원, 4억원, 2억원으로 차등화했다. 2026년 정부는 가계대출 증가율을 1.5% 이내로 관리하고 2030년까지 국내총생산 대비 가계부채 비율을 80% 수준으로 낮추겠다는 목표도 세웠다. 대책은 충분히 강했다. 그런데 집값도 대출도 다시 움직이고 있다. 더 센 규제가 필요하다는 주장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대목이다. 정책 효과가 약한 원인을 규제의 강도에서만 찾으면 정부가 선택할 수 있는 길은 대출을 더 막고 세금을 더 올리는 것밖에 남지 않는다. 정책의 강도와 정책의 신뢰는 다른 문제다. 아무리 센 규제라도 시장이 오래가지 않을 것으로 판단하면 수요자는 규제가 풀릴 때를 기다린다. 규제가 더 강해질 것으로 예상하면 시행 전에 거래를 서두른다. 특정 지역만 묶으면 인접 지역으로 수요가 이동하고 특정 대출만 막으면 다른 금융상품을 찾는다. 정책이 시장을 이끄는 대신 시장이 다음 규제의 틈을 찾아 움직이게 된다. 한국은행도 같은 점을 지적했다. 지난해 12월 금융안정보고서에서 거시건전성 정책의 잦은 기조 변화는 대출 증가 억제 효과를 제한한다고 분석했다. 단기 경기 상황에 대응하는 수단으로 규제를 활용하기보다 중장기 관점에서 운용해 정책 신뢰를 확보해야 한다는 주문이었다. 규제를 반복해서 강화했는데도 가계대출이 다시 늘어난 현실과 맞닿아 있는 진단이다. 주택은 주식처럼 오늘 사고 내일 파는 상품이 아니다. 무주택자가 집을 사기 위해서는 계약금을 마련하고 대출 가능액을 확인한 뒤 잔금 일정을 정해야 한다. 기존 주택을 처분하고 새집으로 옮기는 과정에는 수개월이 걸린다. 재건축과 재개발, 민간 주택사업은 토지 확보부터 입주까지 10년 이상 걸리기도 한다. 그런데 계약을 맺은 뒤 대출 기준이 바뀌고 중도금을 낸 뒤 잔금대출 한도가 줄어들면 정책은 미래 행동을 안내하는 규칙이 아니라 이미 내린 결정을 뒤흔드는 위험이 된다. 법률상 소급입법에 해당하지 않더라도 국민이 체감하는 효과는 과거 선택에 대한 불이익과 다르지 않다. 법과 제도가 신뢰를 얻으려면 세 가지 조건을 갖춰야 한다. 어떤 조건에서 규제가 적용되는지 미리 알 수 있어야 한다. 같은 조건에는 같은 기준이 적용돼야 한다. 제도가 바뀔 때는 기존 계약과 진행 중인 거래를 보호하는 경과조치를 둬야 한다. 부동산 정책도 다르지 않다. 정부가 정한 규칙을 지킨 사람이 뒤늦은 정책 변경으로 손해를 보고 규제의 빈틈을 예상한 사람이 이익을 얻는 구조가 반복되면 성실한 실수요자부터 제도를 믿지 않게 된다. 정책 목적이 아무리 정당하더라도 예측 가능성을 잃은 행정은 오래 유지되기 어렵다. 공급정책도 같은 잘못을 되풀이해 왔다. 정부는 집값이 오를 때마다 수십만호 공급 계획을 발표했다. 그러나 인허가 물량과 착공 물량, 준공 물량은 서로 다른 숫자다. 인허가를 받았다고 집이 생기는 것은 아니고 착공했다고 곧바로 입주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올해 1월부터 5월까지 전국 주택 인허가는 98694호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0.6% 줄었다. 착공은 94367호로 27.0% 늘었지만 준공은 88143호로 46.7% 감소했다. 같은 기간 안에서도 공급의 앞단과 뒷단이 서로 다른 방향으로 움직였다. 5월 말 전국 미분양은 65239호에 달했다. 전국에 미분양이 쌓여 있으면서 서울과 수도권 선호 지역에서는 공급 부족 우려가 커지는 불균형도 이어지고 있다. 정부가 발표한 공급 물량의 크기보다 중요한 것은 어느 지역에서 언제 착공하고 언제 입주할 수 있는가다. 공급 계획은 토지 확보와 인허가, 착공, 준공으로 나눠 공개해야 한다. 일정이 늦어지면 지연 원인과 변경된 입주 시점을 밝혀야 한다. 정권이 바뀌어도 이미 진행 중인 사업은 원칙대로 이어져야 한다. 대출 규제의 기본축도 다시 세워야 한다. 담보가치에 따라 빌릴 수 있는 비율을 정하는 LTV는 집값과 지역에 따라 수시로 바꾸기 쉽다. 반면 소득에서 원리금 상환액이 차지하는 비율을 따지는 DSR은 빚을 갚을 능력을 기준으로 한다. 장기적인 가계부채 관리는 주택 가격이나 행정구역보다 차주의 상환 능력을 중심에 두는 편이 타당하다. 청년과 신혼부부, 생애 최초 구입자를 지원할 필요가 있다면 DSR 원칙을 무너뜨리는 예외 대출을 반복하기보다 장기 고정금리와 이자 지원, 공공주택 공급으로 돕는 편이 낫다. 정책대출을 늘렸다가 가계대출이 증가하면 다시 줄이는 방식은 지원 대상자에게도 안정적인 제도가 아니다. 규제지역 지정도 담당 부처의 판단에만 맡겨서는 안 된다. 집값 상승률과 거래량, 소득 대비 주택가격, 가계대출 증가율 같은 객관적 기준을 사전에 공개해야 한다. 일정 기준을 넘으면 규제가 강화되고 일정 기간 안정되면 완화된다는 경로를 시장이 예측할 수 있어야 한다. 세제는 더욱 신중해야 한다. 취득세와 양도소득세, 보유세는 거래와 보유에 관한 국민의 장기 선택을 바꾼다. 집값이 오를 때 세금을 올리고 거래가 얼어붙으면 다시 낮추는 방식은 매물 잠김과 거래 쏠림을 반복시킨다. 적어도 3년에서 5년 동안 어떤 세목을 어떤 방향으로 조정할지 로드맵을 제시하고 충분한 유예기간을 둬야 한다. 정책을 바꾸지 말자는 주장이 아니다. 경제 여건과 인구 구조, 금리와 공급 상황이 달라지면 정책도 달라져야 한다. 다만 변경 조건과 절차가 사전에 정해져 있어야 한다. 규칙 안에 변화의 기준을 넣는 것과 시장이 출렁일 때마다 규칙 자체를 바꾸는 것은 전혀 다르다. 강한 대책은 발표 당일의 불안을 잠재울 수 있다. 거래를 줄이고 대출 신청을 늦추는 효과도 낼 수 있다. 하지만 국민이 정책의 지속성을 믿지 않으면 수요는 사라지지 않고 뒤로 밀릴 뿐이다. 공급 사업도 중단되거나 지연되고 임대차시장으로 부담이 옮겨갈 수 있다. 정부가 집값을 원하는 수준으로 통제할 수 있다는 생각부터 버려야 한다. 정부가 해야 할 일은 특정 가격을 만들겠다고 나서는 것이 아니라 무리한 차입을 막고 충분한 주택이 꾸준히 공급되도록 제도를 관리하는 일이다. 주거 취약계층을 보호하고 거래 과정의 불공정을 차단하는 일도 정부의 몫이다. 부동산 시장의 신뢰는 대책의 횟수나 발표문의 수위에서 생기지 않는다. 오늘 정한 기준이 내일도 적용되고 정권이 바뀌어도 정책의 기본 틀이 유지될 때 생긴다. 국민이 자신의 소득과 자산, 가족계획에 따라 주거 결정을 내릴 수 있어야 한다. 정부가 지금 내놓아야 할 것은 시장을 놀라게 할 또 하나의 대책이 아니다. 대출과 세제, 공급에 관해 언제 어떤 조건에서 무엇이 바뀌는지 알 수 있는 규칙이다. 부동산 정책에 필요한 힘은 예고 없이 휘두르는 규제에서 나오지 않는다. 오래 지킬 원칙을 세우고 정부부터 그 원칙에 구속될 때 정책은 비로소 시장의 신뢰를 얻는다.
2026-07-23 10:4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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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심 공실을 청년임대로…LH, 매입약정 사업자 공모 착수
[경제일보]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도심 공실 상가와 오피스 등을 청년·신혼부부 공공임대주택으로 전환하는 사업에 속도를 낸다. 새로 짓는 방식보다 공급 기간을 줄일 수 있는 비주택 리모델링을 활용해 서울·경기 규제지역 안에서 우선 2000가구를 확보하겠다는 구상이다. LH는 ‘비주택 용도변경 리모델링 매입약정방식 사업자 공모’를 시행한다고 22일 밝혔다. 비주택 용도변경 리모델링은 도심 내 공실 상가, 오피스, 숙박시설 등 비주택 건물을 준주택이나 주택으로 바꿔 공공임대주택으로 공급하는 사업이다. LH는 올해 직접매입방식과 매입약정방식을 함께 활용해 서울과 경기 규제지역 내 우수 입지에 총 2000가구를 우선 공급할 계획이다. 직접매입방식은 LH가 건물을 직접 사들인 뒤 용도변경을 거쳐 공급하는 방식이다. 지난 4월 공모 이후 현재 신청 물건에 대한 검증 절차가 진행 중이다. 이번 공모는 매입약정방식으로 추진된다. 민간과 LH가 사전에 약정을 맺고 민간이 비주택 건물을 리모델링하면 LH가 이를 매입해 공공임대주택으로 공급하는 구조다. 매입 대상은 서울과 경기 규제지역 내 우수 입지에 있는 비주택 건물이다. 건령 30년 이내이고 내진설계가 적용된 근린생활시설, 업무시설, 수련시설, 노유자시설, 숙박시설 등이 대상이다. 주택이나 준주택으로 용도변경이 가능해야 한다. 이번 공모부터 대상 지역과 건축물 유형도 넓어진다. 최근 규제지역으로 지정된 구리시, 용인시 기흥구, 화성시 동탄구가 추가되면서 매입 대상지는 서울과 경기 15개 시·구로 확대된다. 기존 상가, 오피스, 숙박시설 외에 지식산업센터 내 공장도 새로 매입 대상에 포함된다. 다만 공장 매입은 공공주택 특별법 등 관련 법령 개정 상황에 따라 심의와 사업 대상 선정이 이뤄질 예정이다. 사업은 서류심사와 사전검증, 매입약정 대상심의, 매입약정 체결, 용도변경 리모델링, LH 매입·공급 순으로 진행된다. LH는 오는 2027년 상반기 착공을 목표로 사업을 추진한다. 신청은 비주택 건물 소유자가 단독으로 하거나 건물 소유자와 리모델링 사업자가 공동으로 할 수 있다. 매입가격은 용도변경 리모델링 이후 건물을 기준으로 감정평가를 거쳐 산정한다. 접수 기간은 이달 27일 오전 9시부터 9월 9일 오후 6시까지다. 리모델링 계획서 등 필요 서류를 이메일로 제출하면 된다. 세부 내용은 LH청약플러스에 게시된 매입공고문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성훈 LH 사장은 “도심 내 우수 입지의 공실 상가·오피스 등이 청년, 신혼부부들을 위한 공공임대주택으로 신속하게 재탄생하여 주거안정에 기여할 수 있도록 사업 속도를 더욱 높여갈 것”이라며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공급 성과 창출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2026-07-22 16:2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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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부건설, 하반기 경영전략회의 개최…수익성 중심 내실경영 강화
[경제일보] 동부건설이 하반기 경영의 초점을 수익성과 생산성에 맞췄다. 상반기 신규 수주가 1조5000억원에 육박하며 외형 확대의 발판을 마련한 만큼 하반기에는 확보한 일감을 실제 매출과 이익으로 연결하는 실행력이 관건으로 떠올랐다. 동부건설은 서울 강남구 역삼동 본사에서 ‘2026년 하반기 경영전략회의’를 열고 올해 경영방침인 ‘수익성 중심의 내실경영’의 실행력을 높이기 위한 하반기 사업 전략과 중장기 성장 방안을 공유했다고 22일 밝혔다. 회의에는 윤진오 대표이사를 비롯한 주요 경영진과 본사·현장 임직원이 참석했다. 참석자들은 건설·부동산 시장 흐름과 정부 정책, 공사비, 금융시장 등 대내외 경영환경을 살폈다. 상반기 사업 성과와 주요 현안을 바탕으로 하반기 사업계획의 실현 가능성, 원가 관리, 현금흐름 개선 방안도 논의했다. 윤진오 대표이사는 “경쟁력은 단순히 수주 규모나 매출 외형만으로는 평가될 수 없으며 계획한 원가와 공기, 품질을 지켜 실질적인 이익으로 완성될 때 비로소 성과가 된다”며 “모든 조직이 수익성과 생산성을 자신의 실행 과제로 인식하고, 작은 개선이라도 현장에서 끝까지 성과로 연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동부건설이 하반기 전략의 중심에 둔 것은 수주 이후의 사업관리다. 상반기에 확보한 신규 물량을 안정적인 매출과 이익으로 전환하려면 착공 이후 공정과 원가, 현금흐름을 함께 관리해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수주 단계부터 사업성과 원가 적정성을 따지고 착공 이후에는 공정률과 비용 집행을 연계해 사업 전 과정의 수익 가시성을 높인다는 방침이다. 업계에 따르면 동부건설은 올해 1조5000억원의 수주고를 올렸다. 이에 앞서 지난해에는 신규 수주 약 4조3000억원을 기록하며 창사 이래 최대 수주 실적을 달성했고, 지난해 말 기준 수주잔고도 13조원을 웃돌았다. 사업 포트폴리오도 조정한다. 동부건설은 공공 토목·건축 분야의 경쟁력을 유지하면서 도시정비사업과 민간 건축, 첨단산업시설 등 성장성이 높은 사업을 선별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시장 규모보다 수익성과 수행 가능성을 우선하는 방식으로 각 사업본부의 중장기 성장 경로를 구체화한다는 구상이다. 생산성 혁신도 주요 과제로 제시됐으며 반복·중복 업무를 줄이고 의사결정 단계를 간소화하기로 했다. 인공지능과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임직원이 고부가가치 업무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현장에서는 공정관리와 품질·안전관리 효율을 높여 같은 자원으로 더 높은 성과를 내는 체계를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동부건설 관계자는 “하반기에는 수주 규모 자체보다 확보한 사업을 얼마나 안정적으로 수행하고 수익으로 연결하느냐가 중요하다”며 “사업의 시작부터 준공까지 원가와 리스크를 정밀하게 관리하고 생산성을 지속적으로 높여, 시장 상황에 흔들리지 않는 수익 창출 구조를 구축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2026-07-22 14:4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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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약통장이 버림받는 나라, 주거 사다리가 무너지고 있다
[경제일보] 지난 6월 전국에서 청약통장 10만여개가 사라졌다. 하루 평균 3300개꼴이다. 2022년 6월 2859만9279명까지 늘었던 가입자는 올해 6월 2583만4034명으로 줄었다. 4년 동안 276만명 넘게 청약 대열에서 빠져나갔다. 금융상품 하나의 인기가 떨어진 정도로 넘길 일이 아니다. 청약통장은 오랫동안 무주택자가 국가의 주택정책을 믿고 가입한 통장이었다. 당장 집을 살 돈이 없어도 월급에서 조금씩 떼어 넣고 무주택 기간을 견디면 언젠가는 새 아파트를 마련할 기회를 얻는다는 약속이었다. 부모에게 물려받은 재산이 없어도 오래 일하고 꾸준히 저축하면 내 집에 다가갈 수 있었다. 청약제도는 돈이 부족한 사람에게 시간을 자산으로 바꿔주는 장치였다. 국가는 통장을 만들고 기다리라고 했다. 국민은 10년, 20년씩 돈을 넣었다. 지금 청약통장은 그 약속을 지키지 못한다. 지난달 서울 민간아파트 평균 분양가는 3.3㎡당 6165만원이었다. 국민평형으로 불리는 전용면적 84㎡의 공급면적을 33평 안팎으로 잡으면 평균 분양가가 20억원을 넘어선다. 분양가의 10%만 계약금으로 내도 2억원이다. 중도금과 잔금까지 치르려면 평범한 직장인의 근로소득과 저축만으로는 부족하다. 청약 가점은 무주택 기간과 가입 기간을 따진다. 실제 입주는 현금 동원 능력이 결정한다. 통장을 오래 유지하고 높은 점수를 받아 당첨돼도 분양대금을 마련하지 못하면 계약을 포기해야 한다. 청약통장이 있던 자리를 부모의 재산이 차지했다. 청약통장 가입자가 줄어드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10년 넘게 납입해도 당첨 가능성은 낮고 당첨돼도 살 수 없다. 손에 잡히지 않는 기회를 위해 계속 돈을 묶어두는 편이 비합리적인 선택이 됐다. 장기 가입자까지 통장을 깨는 현상은 청약제도의 효용이 무너졌다는 경고다. 서울의 당첨 문턱은 계속 높아지고 있다. 지난해 서울 아파트 평균 당첨 가점은 65.81점이었다. 2023년 56.17점, 2024년 59.68점에서 해마다 뛰었다. 일반적인 4인 가구가 받을 수 있는 최고점은 69점이다. 평균 당첨선이 최고점과 불과 3점 차이로 붙었다. 미혼 청년과 결혼 초기 신혼부부는 가점제 경쟁에서 밀려날 수밖에 없다. 부양가족이 적고 무주택 기간도 짧기 때문이다. 정부는 청년에게 결혼과 출산을 권하면서 청약 점수표에서는 결혼하지 않은 청년과 막 가정을 꾸린 부부를 뒤로 밀어낸다. 특별공급 유형을 늘려도 공급 물량이 부족하면 경쟁자의 줄만 나뉜다. 신혼부부, 생애 최초, 다자녀, 노부모 부양, 신생아 특별공급을 계속 덧붙였지만 살 집이 늘어난 것은 아니다. 공급 부족의 책임을 자격 기준 개편으로 가려온 셈이다. 추첨 물량을 늘려도 분양가가 20억원이면 현금이 많은 사람이 계약한다. 가점에서 추첨으로 선정 방식을 바꿔도 입주 문턱은 그대로 남는다. 청약제도는 당첨자를 정할 뿐 당첨자가 집을 살 수 있게 해주지 않는다. 공공분양에서도 자금력이 점수로 바뀌었다. 정부는 2024년 11월 청약저축 월 납입 인정액을 10만원에서 25만원으로 올렸다. 납입총액으로 당첨 순위를 정하는 공공분양에서는 매달 25만원을 넣어야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는다. 월 10만원과 25만원의 차이는 1년에 180만원이다. 10년이면 1800만원이다. 월세와 생활비, 학자금 대출을 감당하는 청년에게 매달 25만원은 결코 가벼운 부담이 아니다. 저축 여력이 부족한 무주택자를 돕기 위해 만든 제도가 돈을 더 많이 넣을 수 있는 사람에게 유리하게 돌아간다. 서울과 지방의 청약시장은 정반대로 움직인다. 올해 상반기 서울 아파트 평균 청약 경쟁률은 92.6대 1에 달했다. 울산과 부산, 강원, 전남, 제주 등에서는 모집 가구 수를 채우지 못한 단지가 이어졌다. 서울에서는 100명 가까이 줄을 서야 한 명이 당첨된다. 지방에서는 청약통장을 쓰지 않아도 살 수 있는 집이 남는다. 서울의 청약통장은 당첨 가능성이 희박한 복권이 됐고 지방의 청약통장은 쓸 곳을 찾기 어려운 통장이 됐다. 서울의 높은 경쟁률을 청약제도의 인기라고 내세울 수도 없다. 수백 명 가운데 한 명에게 수억원의 시세차익이 돌아가는 구조는 정상적인 주택 공급시장이 아니다. 필요한 곳에 집이 부족해 벌어지는 쟁탈전이다. 지방에는 지어놓고도 팔리지 않은 집이 쌓였다. 지난 5월 말 전국 미분양 주택은 6만5239가구였고 준공 후에도 주인을 찾지 못한 주택은 2만9350가구에 달했다. 상당수가 비수도권에 몰려 있다. 사람이 몰리는 곳에는 주택이 부족하고 사람이 떠나는 곳에는 빈집이 늘어난다. 일자리와 대학, 교통망, 의료시설이 수도권에 집중된 상태에서 지방에 아파트만 지어 공급 실적을 채운 결과다. 정부의 공급 통계에서는 서울 도심의 한 채와 수요가 줄어드는 지방의 한 채가 똑같이 계산된다. 전국 공급량이 늘었다고 발표해도 서울 출퇴근권의 무주택자가 들어갈 집은 늘지 않는다. 국민에게 필요한 것은 공급계획서에 적힌 가구 수가 아니라 실제 생활권 안에서 감당할 수 있는 가격의 주택이다. 택지를 발표하고 지구를 지정하는 것만으로 주택이 생기지 않는다. 인허가와 착공이 늦어지고 준공이 몇 년씩 밀리는 동안 전셋값과 분양가는 오른다. 주택정책은 발표 물량이 아니라 착공과 준공, 입주 시점으로 평가해야 한다. 역대 정부는 집값이 오를 때마다 대출을 조이고 청약 요건을 손질했다. 공급 부족은 그대로 둔 채 수요자에게 더 높은 문턱을 세웠다. 대출을 줄이면 현금이 많은 사람은 불편을 감수하고 집을 산다. 저축한 돈 2억∼3억원이 전 재산인 무주택자는 시장에서 밀려난다. 투기를 막는다는 규제가 실수요자의 사다리부터 걷어찼다. 현금 부자에게 유리한 시장을 만든 뒤 청약 기회는 열려 있다고 말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분양가는 20억원을 넘는데 금융 통로는 막혀 있다. 당첨권만 주고 입주할 길을 닫아놓은 셈이다. 청약제도는 복잡해질 대로 복잡해졌다. 혼인 기간, 자녀 수, 소득, 자산, 거주 기간, 세대 구성, 주택 소유 이력을 모두 따진다. 모집공고문은 웬만한 법률 문서보다 어렵다. 한 항목을 잘못 판단하면 부적격 처리를 받고 당첨 기회까지 제한된다. 규칙이 복잡해진 만큼 무주택자의 기회가 넓어졌다면 감수할 수 있다. 현실은 반대다. 규정은 계속 늘었고 집을 살 수 있는 사람은 줄었다. 청약제도 개편은 공급 부족과 고분양가를 가리는 장막이 됐다. 청약통장 금리를 조금 올리고 세제 혜택을 늘리는 처방도 본질을 비껴간다. 청약통장은 예금 이자를 받기 위해 만드는 통장이 아니다. 집을 분양받기 위해 가입한다. 당첨 가능성이 낮고 당첨돼도 잔금을 치르지 못하는데 금리 몇 푼을 더 준다고 국민이 돌아오지 않는다. 청약통장 이탈은 주택도시기금에도 부담을 준다. 청약저축 자금은 공공임대주택 건설과 전세자금 지원에 쓰이는 주요 재원이다. 청약제도에 대한 신뢰가 떨어질수록 서민 주거정책을 떠받칠 자금도 줄어든다. 정책 실패가 다시 정책 기반을 무너뜨리는 구조다. 수요가 몰리는 지역에 무주택자가 감당할 수 있는 가격의 주택을 공급해야 한다. 서울 도심과 주요 일자리 접근성이 높은 지역의 재건축·재개발 사업 기간을 줄이고 실제 착공과 입주로 이어지는 물량을 늘려야 한다. 공공택지에서는 토지비와 개발이익을 낮춰 분양가를 억제해야 한다. 공공이 조성한 땅에서 민간 시세와 다를 바 없는 가격의 아파트를 내놓고 서민 주거정책이라고 부를 수는 없다. 생애 최초 무주택자에게는 소득과 상환 능력을 기준으로 장기·고정금리 대출 통로를 열어야 한다. 분양가와 대출한도가 따로 움직이면 청약시장은 현금 부자의 시장으로 남는다. 가점제도 현재의 가구 구조에 맞게 고쳐야 한다. 1인 가구와 결혼 초기 가구가 가입 기간과 납입 실적으로 경쟁할 수 있는 물량을 늘려야 한다. 부양가족 수가 적다는 이유로 청년을 사실상 배제하는 제도는 저출산 시대의 현실과 맞지 않는다. 지방에서는 청약 조건을 다시 손보는 데 그칠 일이 아니다. 미분양을 해소하고 실수요를 만들 수 있도록 산업과 교통, 교육 정책을 주택 공급과 함께 움직여야 한다. 사람이 갈 이유가 없는 곳에 아파트만 짓고 청약 미달을 수요자의 선택 탓으로 돌려서는 해결되지 않는다. 더 심각한 대목은 1순위 가입자까지 빠르게 줄고 있다는 사실이다. 오랫동안 통장을 유지한 사람들이 기다림을 끝내고 있다. 수년간 돈을 넣어온 가입자는 작은 금리 차이 때문에 통장을 깨지 않는다. 당첨되기 어렵고 당첨돼도 살 수 없다는 판단이 섰을 때 떠난다. 4년 동안 276만명이 같은 결론을 내렸다. 개인 사정의 합계로 넘길 수 없는 규모다. 청년이 청약통장을 만들지 않고 신혼부부가 서울을 떠나며 장기 무주택자가 통장을 깨는 사회에서는 근로소득보다 상속과 증여가 집의 주인을 결정한다. 집을 가진 부모와 그렇지 못한 부모의 차이가 자녀 세대의 주거와 결혼, 출산까지 갈라놓는다. 국가는 국민에게 통장을 만들고 기다리라고 했다. 국민은 돈을 넣고 무주택 기간을 견뎠다. 그 사이 필요한 곳의 공급은 부족해졌고 분양가는 20억원을 넘어섰으며 현금이 없는 실수요자의 금융 통로는 좁아졌다. 청약통장을 깬 국민이 국가와의 약속을 저버린 것이 아니다. 주택정책이 먼저 신뢰를 잃었다. 276만개의 해지 통장은 정부에 보내는 항의서다. 정부가 읽지 않는다면 다음에 사라지는 것은 청약통장만이 아니다. 일해서 번 돈으로 집을 마련할 수 있다는 믿음, 대한민국 중산층을 만들어온 통로가 함께 사라진다.
2026-07-21 09:1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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