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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워크레인 위기 넘긴 건설업계…레미콘·원청 책임 리스크는 여전
[경제일보] 타워크레인 총파업이 나흘 만에 종료되면서 건설업계가 일단 대규모 현장 셧다운 위기를 넘겼다. 하지만 노란봉투법 시행 이후 원청 건설사의 사용자성이 잇따라 인정되면서 건설현장 노사 갈등의 초점은 임금 협상보다 원청 책임 범위를 둘러싼 문제로 옮겨가는 모습이다. 2일 국토교통부와 건설업계에 따르면 민주노총과 한국노총 소속 타워크레인 노조는 사용자 측과 임금 협상에 잠정 합의하고 지난달 31일 오전 8시부로 총파업을 종료했다. 앞서 양대 노총 소속 타워크레인 노조는 지난 5월 27일 총파업에 돌입했다. 노조는 임금 총액 15% 인상과 주 40시간 근무 준수, 표준시장단가 현실화, 장비 사용 제한 완화, 발주자 직접지급제 확대, 타워크레인 수급 조절 등을 요구했다. 파업 기간 전국 2100여 대 규모의 타워크레인 가동이 영향을 받았고 일부 사업장에서는 골조 공사와 자재 인양 작업이 차질을 빚었다. 공사비 상승과 미분양 적체, 자금 조달 비용 증가로 사업 여건이 악화한 상황에서 장기 파업으로 이어질 경우 공기 지연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았다. 노사는 임금 총액 8% 인상 등을 골자로 잠정 합의했으며 국토교통부도 표준시장단가와 품셈 현실화 검토, 발주자 직접지급제 확대, 안전관리 체계 개선 등을 추진하기로 했다. 파업은 일단 마무리됐지만 현장의 시선은 이미 다음 변수로 향하고 있다. 수도권 레미콘 운송노조가 이달 8일부터 운송 거부와 휴업을 예고한 상태다. 레미콘 역시 골조 공사의 핵심 자재인 만큼 공급 차질이 발생할 경우 주요 공정 전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다만 건설사들이 더 주목하는 부분은 노란봉투법 시행 이후 확대되고 있는 원청 건설사의 사용자성 인정 문제다. 서울지방노동위원회는 현대건설과 롯데건설, IPARK현대산업개발에 대해 하청노조와 교섭 의무가 있는 사용자라고 판단했다. 앞서 포스코이앤씨와 삼성물산, GS건설, SK에코플랜트, 현대엔지니어링도 같은 결정을 받았다. 현재까지 시공능력평가 상위 10대 건설사 가운데 대우건설과 DL이앤씨를 제외한 대부분의 대형 건설사가 관련 판단 대상에 포함됐다. 이 같은 사용자성 인정 확대 움직임은 현장에서도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대한건설정책연구원의 '노란봉투법에 따른 건설 하도급업체 영향 및 개선 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노란봉투법 시행 이후 전국 하청 노조는 시공능력평가 상위 100대 건설사 가운데 97곳을 상대로 교섭을 요구한 것으로 나타났다. 건설업은 공종별 협력업체가 복잡하게 얽혀 있고 작업 공정도 유기적으로 연결돼 있다. 특정 공정에서 교섭 갈등이나 쟁의행위가 발생하면 해당 공정에 그치지 않고 전체 공사 일정으로 영향이 확산될 수 있다. 건설사들이 우려하는 대목도 여기에 있다. 사용자성이 폭넓게 인정될 경우 지금까지 협력업체가 담당했던 노사 문제가 원청의 직접 교섭 대상으로 전환될 수 있어서다. 반면 사용자 책임이 어디까지 인정되는지에 대한 기준은 아직 명확하게 정립되지 않은 상태다. 주목되는 부분은 노동위원회가 단순 시공 관리뿐 아니라 안전관리와 공정 운영 과정에서 행사하는 권한까지 판단 근거로 반영하고 있다는 점이다. 극동건설과 타워크레인 조종사 노조 간 교섭 요구 사건에서도 원청의 사용자성이 인정됐는데 안전관리 권한 행사 여부가 주요 판단 근거 가운데 하나로 제시됐다. 업계에서는 건설현장 노사 갈등의 중심이 임금 수준보다 원청의 교섭 책임 범위로 이동할 것으로 보고 있다. 노동위원회의 판단이 축적될수록 사용자성 인정 기준도 구체화될 가능성이 높아 향후 건설사들의 현장 운영과 노무 관리 방식에 적지 않은 변화가 예상된다. 건설정책연구원은 “정부차원에서 노란봉투법이 안착할 수 있도록 사용자의 대상, 교섭범위 및 대응 방안 등을 판단할 수 있는 실효적인 매뉴얼 마련이 필요하다”며 “특히 하청 노조의 임금, 성과급, 안전, 보건 확보의무를 이행하기 위한 조치 등은 원청사 대상 교섭 범위에 해당하지 않는 것으로 규정해 사회적 갈등과 원청사의 책임 전가를 방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2026-06-02 09:4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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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 앞둔 전현직 대통령들의 광폭 행보
[경제일보] 6·3 지방선거가 막판으로 향하면서 선거판의 주어가 바뀌고 있다. 시장·도지사, 구청장·군수, 지방의원과 교육감을 뽑는 선거인데 정작 뉴스의 앞자리는 지역 후보가 아니라 전현직 대통령들이 차지하고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대구·충청권 등에서 국민의힘 후보 지원 행보를 이어갔고, 이명박 전 대통령도 국민의힘 후보 지원 대열에 섰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조국 조국혁신당 후보 게시물에 ‘좋아요’를 누르며 간접 지원 논란의 중심에 섰다. 이재명 대통령도 부산 방문과 지역 현안 발언을 두고 야권으로부터 선거 개입성 행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전직 대통령도 시민이다. 정치적 의사 표현의 자유가 있다. 현직 대통령도 국정을 수행해야 한다. 지역 행사에 참석하고 민생 현장을 찾는 일 자체를 선거 개입으로 단정할 수는 없다. 그러나 법적으로 가능하다는 말과 정치적으로 바람직하다는 말은 다르다. 특히 지방선거는 지역의 삶을 결정하는 선거다. 버스 노선, 재건축, 산업단지, 돌봄, 하수관, 학교 급식, 지역 병원, 청년 일자리 같은 문제가 중심에 서야 한다. 그런데 선거 막판의 장면은 다시 ‘누가 어느 전직 대통령의 손을 잡았는가’, ‘현직 대통령에게 힘을 실을 것인가, 견제할 것인가’로 흘러가고 있다. 지방선거가 대통령 선거의 연장전처럼 변질되면 가장 먼저 사라지는 것은 후보 검증이다. 어느 후보가 지역 재정을 감당할 능력이 있는지, 공약에 필요한 전력·용수·부지·예산 계획이 있는지, 지난 임기 동안 무엇을 했고 무엇을 못했는지 따지는 질문은 뒤로 밀린다. 대신 전직 대통령의 등장, 지지층 결집, 진영 간 감정전이 선거판을 덮는다. 유권자는 지역의 미래를 고르는 것이 아니라 중앙정치의 대리전을 치르는 관객으로 밀려난다. 박근혜·이명박 전 대통령의 행보는 특히 신중했어야 했다. 두 전직 대통령은 국가 최고권력을 맡았던 인물이다. 그러나 동시에 각각 사법적 판단과 정치적 심판의 무게를 안고 있는 인물이기도 하다. 한겨레는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이 5월 31일 국민의힘 후보 지원 유세에 나섰고, 당 안팎에서 중도층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보수 지지층 결집에는 도움이 될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이 지방선거의 품격을 높이는 일인지는 별개의 문제다. 문재인 전 대통령의 행보도 가볍게 볼 수 없다. 직접 마이크를 잡고 유세차에 오른 것은 아니지만, 조국 후보 관련 게시물에 반복적으로 반응한 행위는 정치적 신호로 읽힐 수밖에 없다. 문 전 대통령이 조국 조국혁신당 후보 관련 게시물에 ‘좋아요’를 누른 사실이 도마위에 올랐다. 전직 대통령의 손짓 하나, 클릭 하나는 일반 시민의 그것과 무게가 다르다. 지지자들에게는 메시지가 되고 반대편에는 도발로 받아들여진다. 전직 대통령이 침묵할 자유도 있지만, 말하지 않음으로써 남기는 정치적 공간도 있다. 그 무게를 가볍게 여겨선 안 된다. 현직 대통령의 행보는 더 엄격한 기준 위에 놓인다. 대통령은 특정 정파의 지도자가 되기 전에 국가 전체의 대표다. 이재명 대통령이 부산에서 바다의 날 행사에 참석하고 “부산을 대한민국 해양 수도로 육성하겠다”고 밝힌 행보를 두고 야권과 일부 언론은 선거를 앞둔 지역 방문의 정치성을 문제 삼았다. 물론 대통령은 지역 정책을 말할 수 있다. 국가균형발전과 지역경제는 대통령의 책무다. 그러나 선거 직전, 격전지에서, 후보들의 공약과 맞물리는 메시지가 나올 때는 국정과 선거운동의 경계가 흐려진다. 대통령의 발언은 곧 행정력과 예산의 신호로 읽히기 때문이다. 지방선거는 원래 생활정치의 무대다. 중앙 권력의 찬반투표가 아니라 주민 삶의 관리자를 뽑는 선거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일정에 따르면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 공식 선거운동은 5월 21일부터 6월 2일까지 진행된다. 이 기간 유권자는 후보자 토론, 공약, 지역 현안 대응 능력을 살펴야 한다. 그런데 선거 막판으로 갈수록 지역 공약보다 전직 대통령의 이동 경로가 더 큰 뉴스가 되고 있다. 이것은 지방자치의 후퇴다. 동양 고전 <논어>에는 “군자는 의에 밝고, 소인은 이익에 밝다”는 말이 있다. 정치가 공동체의 의로움보다 진영의 이익에 밝아질 때 선거는 시민의 판단을 돕는 절차가 아니라 감정을 동원하는 기술로 전락한다. 전현직 대통령들의 광폭 행보는 각 진영에는 유리한 계산일 수 있다. 그러나 지방자치의 관점에서는 위험한 유혹이다. 대통령의 이름은 지역 후보의 부족한 정책을 가리는 장막이 되어선 안 된다. 지금 유권자에게 필요한 것은 전직 대통령의 향수가 아니다. 현직 대통령에 대한 찬반 감정만도 아니다. 우리 동네의 낡은 도로를 누가 고칠 것인지, 산업 전환기에 지역 일자리를 누가 지킬 것인지, 청년이 떠나는 도시를 어떻게 붙잡을 것인지, 복지 지출을 감당할 재정 구조를 누가 만들 것인지가 더 중요하다. 지방선거의 주인공은 대통령이 아니라 주민이어야 한다. 선거판의 중심은 청와대나 전직 대통령 사저가 아니라 골목, 시장, 학교, 공장, 병원, 버스정류장이어야 한다. 정당들도 책임을 피할 수 없다. 전직 대통령의 후광에 기대는 정치는 손쉽다. 그러나 손쉬운 정치는 대개 시민에게 비싼 대가를 남긴다. 후보 경쟁력이 부족하면 전직 대통령을 부르고, 공약 검증이 부담스러우면 정권 심판론이나 정권 지원론을 앞세우는 방식은 지방정치를 황폐하게 만든다. 지역 후보가 대통령의 대리인이 되는 순간, 지방자치는 중앙정치의 하청으로 전락한다. 이번 선거에서 전현직 대통령들이 남긴 장면은 한국 정치의 오래된 병을 다시 보여준다. 우리는 여전히 사람보다 제도를, 지역보다 중앙을, 정책보다 진영을 앞세운다. 대통령의 그림자가 너무 길면 지방정치는 그늘에 갇힌다. 유권자가 보아야 할 것은 전직 대통령의 손짓이 아니라 후보의 손에 들린 예산표와 실행계획이다. 선거는 과거의 지도자를 소환하는 의식이 아니다. 앞으로 4년의 생활을 맡길 사람을 고르는 절차다. 전현직 대통령들은 한 걸음 물러서야 한다. 정당은 후보를 앞세워야 한다. 후보는 대통령의 이름 뒤에 숨지 말고 자기 지역의 언어로 말해야 한다. 유권자는 진영의 북소리보다 생활의 질문에 귀 기울여야 한다. 그것이 지방선거를 지방선거답게 만드는 길이다.
2026-06-01 16:2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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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북갑, 하정우·박민식·한동훈 3파전…영남 표심의 축소판 됐다
[경제일보] 6·3 지방선거와 함께 치러지는 부산 북갑 국회의원 보궐선거가 막판 최대 승부처로 떠올랐다. 더불어민주당 하정우 후보, 국민의힘 박민식 후보, 무소속 한동훈 후보가 맞붙으면서 한 지역구 선거를 넘어 여야 정치권의 시선이 쏠리는 대결이 됐다. 부산 북갑은 더불어민주당 전재수 전 의원이 부산시장 선거에 출마하며 의원직을 사퇴해 보궐선거가 치러지는 지역이다. 전 전 의원은 이 지역에서 3선을 지냈다. 부산의 보수 성향 속에서도 지역 밀착형 행보로 기반을 다졌던 곳인 만큼 이번 보궐선거는 단순한 의석 보충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민주당에는 전재수 이후 북갑을 지켜낼 수 있느냐의 문제이고, 국민의힘에는 보수 강세 지역에서 갈라진 표를 다시 모을 수 있느냐의 문제다. 한동훈 후보에게는 당 밖에서 정치적 생존력을 입증해야 하는 첫 승부다. 세 후보의 정치적 색깔도 서로 다르다. 하정우 후보는 전 AI 미래기획수석 출신으로 더불어민주당이 투입한 인물이다. 부산 출신과 AI 전문가 이미지를 앞세워 전재수 전 의원의 지역 기반과 더불어민주당의 정책 공약을 결합하겠다는 구상을 내세우고 있다. 박민식 후보는 재선 의원과 초대 국가보훈부 장관을 지낸 보수 진영의 중량급 인사다. 지역 정치 경험과 정부·국회 경력을 앞세워 보수층 결집을 호소하고 있다. 한동훈 후보는 국민의힘 대표를 지낸 전국적 인지도 높은 정치인으로 이번 선거에는 무소속으로 나섰다. 기존 보수 지지층과 무당층을 향한 독자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부산 북갑이 전국적 관심을 받는 배경에는 3자 구도가 있다. 민주당 후보와 국민의힘 후보의 맞대결이라면 전통적인 여야 대결로 설명할 수 있다. 그러나 한동훈 후보가 무소속으로 뛰어들면서 선거는 민주당 대 국민의힘 구도를 넘어 보수 진영 내부 경쟁까지 겹친 판이 됐다. 하 후보에게는 보수 후보가 둘로 나뉜 상황이 기회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고, 박 후보는 당의 공식 후보라는 정통성을 앞세워 보수표 결집을 노린다. 한 후보에게는 무소속 출마로도 지역구 선거에서 경쟁력을 보일 수 있느냐가 걸려 있다. 전재수의 빈자리, 북갑 판세 흔들었다 부산 북갑은 보수세가 만만치 않은 지역이다. 그러나 전재수 전 의원이 3선을 기록한 곳이기도 하다. 지역 언론과 주요 매체들은 이 지역을 전통적으로 보수세가 강하지만 전 전 의원의 지역 기반이 작동했던 지역으로 보고 있다. 이번 보궐선거가 부산 전체 선거판을 흔드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민주당은 하정우 후보를 통해 전재수의 지역 기반을 이어가려 한다. 하 후보는 AI 분야 전문성을 앞세우면서도 구포시장, 만덕, 덕천 등 생활권을 훑는 선거운동을 이어가고 있다. 민주당 입장에서는 부산시장 선거에 나선 전 전 의원의 확장성과 북갑 보궐선거를 함께 묶어야 한다. 전 전 의원이 부산 전체를 향해 확장성을 보여야 한다면, 하 후보는 전 전 의원이 떠난 지역 기반을 지켜야 한다. 하 후보 역시 넘어야 할 지점이 있다. AI 전문가라는 이력은 신선하지만 지역 정치 경험은 상대적으로 짧다. 북갑 유권자가 원하는 것은 중앙의 큰 구호가 아니라 동네 문제를 풀 사람일 수 있다. 만덕과 구포, 덕천의 주거 환경, 교통, 상권, 고령층 복지, 청년 일자리 문제를 얼마나 구체적으로 말하느냐가 중요하다. 전재수의 후광만으로는 부족하다. 하 후보가 자신의 지역성을 보여줘야 하는 이유다. 박민식 후보는 정반대의 위치에 있다. 그는 부산 북·강서갑에서 재선을 지냈고 초대 국가보훈부 장관을 지냈다. 보수 유권자에게 익숙한 이름이고, 지역 정치 경험도 있다. 국민의힘이 박 후보를 공천한 것은 한동훈 후보의 무소속 출마로 흔들리는 보수표를 조직과 경력으로 묶겠다는 선택에 가깝다. 박 후보가 풀어야 할 문제는 보수층을 다시 한곳으로 모으는 일이다. 국민의힘 공식 후보라는 점은 가장 큰 자산이지만, 한동훈 후보의 무소속 출마로 갈라진 보수표를 되돌리는 과정은 쉽지 않다. 지방선거와 함께 치러지는 보궐선거에서는 정당 조직과 투표 독려가 결과에 큰 영향을 미친다. 박 후보가 국민의힘 지지층을 얼마나 되돌려 세우느냐에 따라 선거 양상은 달라질 수 있다. 박 후보에게 부담으로 작용하는 대목도 있다. 한동훈 후보의 존재다. 보수 진영에서 전국적 인지도와 정치적 상징성은 한 후보가 더 강하다. 박 후보가 아무리 공식 후보라는 점을 강조해도 일부 보수층은 한 후보를 보수 진영의 다른 선택지로 볼 수 있다. 여기에 박 후보가 과거 다른 지역 출마를 시도했던 이력을 두고 지역을 떠났던 인물이라는 비판도 제기돼 왔다. 박 후보가 한 후보와의 차별화를 지나치게 강하게 밀면 보수 분열 책임론이 커질 수 있고, 반대로 충돌을 피하면 존재감이 약해질 수 있다. 박 후보에게 이번 선거는 민주당 후보와의 싸움이면서 동시에 한동훈 후보와의 보수 대표성 경쟁이다. 한동훈의 무소속 승부, 보수 재편의 시험대 한동훈 후보의 출마는 이번 선거를 전국적 관심사로 끌어올린 변수다. 한 후보는 국민의힘 대표를 지낸 뒤 이번 선거에는 무소속으로 나섰다. 부산 북구 만덕동으로 전입신고를 하며 출마 의지를 드러냈고, 이후 독자 행보를 이어갔다. 한 후보에게 부산 북갑은 정치적 복귀와 재기를 가늠하는 무대라는 평가가 나온다. 한 후보의 강점은 전국적 인지도다. 지역 선거임에도 그의 출마 자체가 뉴스가 됐다. 기존 정치권에 대한 피로감, 국민의힘 내부 갈등, 보수 재편 가능성을 모두 끌어안고 있다. 한 후보가 선전할 경우 국민의힘 내부 권력 구도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반대로 패배할 경우 당 밖에서 독자 생존이 쉽지 않다는 현실을 확인하게 된다. 한 후보 앞에도 만만치 않은 과제가 놓여 있다. 보궐선거는 인지도만으로 이기기 어렵다. 지역 조직과 투표 동원, 생활 공약, 골목 민심이 중요하다. 북갑은 만덕과 구포, 덕천의 생활권이 뚜렷하고 고령층 비중도 높은 지역이다. 전국적 메시지만으로는 지역 유권자를 설득하기 어렵다. 한 후보가 부산 북갑 사람이라는 이미지를 얼마나 쌓았느냐가 막판 승부를 가를 수 있다. 또 하나의 변수는 보수 단일화 무산이다. 국민의힘 박민식 후보와 무소속 한동훈 후보 간 단일화 가능성은 여러 차례 거론됐지만, 박 후보는 공개적으로 단일화 가능성을 일축했다. 보수 후보가 둘로 갈라진 상황에서 민주당 후보가 앞서갈 수 있다는 계산이 가능한 반면, 두 후보가 각기 다른 지지층을 끌어낼 경우 표 분산의 효과도 단순하게 계산하기 어렵다. 표 분산이 민주당에 유리하게 작동할지, 보수층의 막판 위기감을 자극해 결집을 부를지는 투표함을 열어봐야 알 수 있다. 선거 막판에는 일부 지지자 관련 논란 등을 둘러싸고 후보 간 책임 공방도 벌어졌다. 박 후보는 보수층 결집을 호소하며 막판 유세에 집중했다. 정책 경쟁에 지지층 결집과 책임 공방까지 겹치면서 북갑 선거는 막판까지 뜨거운 전선을 형성했다. 지역 의제와 전국 정치가 겹친 선거 부산 북갑 보궐선거는 전국 정치의 축소판처럼 보이지만, 지역 의제를 빼고는 설명할 수 없다. 구포·덕천·만덕 생활권을 중심으로 한 북갑은 노후 주거지, 도시철도와 도로망, 전통시장과 골목상권, 고령층 복지 문제가 함께 있는 지역이다. 유권자들은 대통령, 대표, 장관 출신이라는 명함보다 동네의 변화를 묻는다. 하정우 후보는 AI와 미래산업을 말한다. 부산을 AI 강국 실현의 핵심 도시로 만들겠다는 민주당의 구상과 맞닿아 있다. 그러나 AI가 지역 주민의 삶과 연결되려면 교육, 일자리, 창업, 공공서비스 개선으로 내려와야 한다. AI 전문가라는 타이틀이 선거 구호에 그치지 않으려면 북갑의 학교와 기업, 청년 일자리와 연결된 구체적 설계가 필요하다. 박민식 후보는 경험과 안정감을 앞세운다. 재선 의원과 장관 경력은 지역 현안을 중앙정부와 연결할 수 있다는 주장으로 이어진다. 다만 유권자 입장에서는 과거 경력보다 앞으로 무엇을 할 것인지가 중요하다. 보수 결집만으로는 부족하다. 북갑의 주거와 교통, 상권 회복을 어떻게 풀 것인지가 박 후보의 경쟁력을 가를 수 있다. 한동훈 후보는 정치적 상징성이 강하다. 그는 무소속이지만 전국적 인지도가 높다. 그러나 지역구 선거에서 상징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중앙 정치의 메시지를 지역 문제로 번역해야 한다. 만덕과 구포의 교통 불편, 노후 아파트와 주택 정비, 전통시장 활성화, 청년층 정착 문제를 자신의 의제로 만들지 못하면 지지층 확장은 제한될 수 있다. 북갑의 승부는 세 후보 모두에게 물러설 수 없는 시험대다. 하정우 후보는 전재수 전 의원이 남긴 민주당의 지역 기반을 이어받아야 하고, 박민식 후보는 국민의힘 공식 후보로서 갈라진 보수표를 다시 묶어야 한다. 한동훈 후보는 무소속으로도 지역구 선거를 버틸 수 있는 정치적 체력을 보여줘야 한다. 세 후보의 이해가 한곳에서 충돌하면서 부산 북갑은 이번 재보선의 최대 격전지로 떠올랐다. 보궐선거는 투표율에 민감하다. 지방선거와 함께 치러지는 만큼 광역단체장 선거의 열기와 정당 지지층 결집이 함께 작동한다. 사전투표 열기도 높았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국회의원 재보궐선거 최종 사전투표율은 24.12%였고, 부산 북갑은 25.57%를 기록했다. 높은 관심이 실제 본투표까지 이어질지가 막판 관전 포인트다. 부산 북갑의 승부는 단순히 누가 금배지를 달 것인가의 문제가 아니다. 민주당에는 영남 확장 가능성을 확인하는 선거이고, 국민의힘에는 보수 강세 지역의 조직력을 시험하는 선거다. 한동훈 후보에게는 무소속 정치 행보의 지속 가능성을 가늠하는 무대다. 지역 유권자에게는 중앙 정치의 소용돌이 속에서도 북갑의 일꾼을 고르는 선거다. 세 후보 모두 전국 정치의 무게를 등에 지고 있지만, 최종 판단은 지역민이 한다. 북갑 유권자는 유명세와 정당 간판만 보지 않는다. 동네를 알고, 예산을 끌어오고, 지역 문제를 풀 수 있는 사람을 고를 것이다. 부산 북갑 보궐선거가 6·3 재보선 최대 격전지로 불리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2026-06-01 15:4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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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 노조, 10일 4시간 부분파업…창사 첫 파업 현실화
[경제일보] 카카오 노사 갈등이 창사 이래 첫 파업으로 현실화하고 있다. 성과급과 보상체계를 둘러싼 갈등이 고용안정 요구로 번지면서 노조는 오는 10일 4시간 부분파업과 판교 집회를 예고했다. 카카오톡 등 주요 서비스 중단 가능성은 낮다는 평가가 우세하지만 갈등이 장기화될 경우 서비스 운영과 신사업 추진에는 부담이 될 수 있다. 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동조합 카카오지회는 1일 입장문을 내고 오는 10일 4시간 부분파업과 판교 집회를 진행한다고 밝혔다. 이번 파업은 즉각적인 전면 파업이 아니라 제한적 부분파업 형태다. 다만 노조는 향후 교섭 상황에 따라 파업 수위를 높일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이번 파업에는 카카오 본사뿐 아니라 카카오페이, 카카오엔터프라이즈, 디케이테크인, 엑스엘게임즈 등 쟁의권을 확보한 계열사들도 함께할 가능성이 있다. 앞서 카카오 본사 노사는 지난달 27일 경기지방노동위원회 2차 조정에서도 합의점을 찾지 못했고 조정 중지 결정에 따라 노조는 합법적 쟁의권을 확보했다. 노조의 요구는 성과급 문제를 넘어 고용안정으로 확장됐다. 노조는 “카카오지회의 핵심 요구는 지속적인 경영실패로 인한 매각, 분사, 구조조정을 멈추고 고용안정을 확보하는 것”이라며 “잘못된 의사결정으로 고용불안을 야기하고도 압도적인 보상을 독점하는 경영진 중심의 보상체계 개선”을 요구했다. 카카오 노사 갈등이 커진 배경에는 실적과 구성원 체감 보상 사이의 간극이 있다. 카카오는 2025년 연결 기준 매출 8조991억원, 영업이익 7320억원으로 역대 최대 실적을 냈다. 올해 1분기에도 매출 1조9421억원, 영업이익 2114억원을 기록하며 1분기 기준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반면 노조는 구조조정과 분사, 매각 논의가 이어지는 과정에서 구성원 고용불안이 커졌다고 보고 있다. 이번 사안이 민감한 이유는 카카오가 국민 생활 인프라에 가까운 플랫폼 기업이기 때문이다. 카카오톡, 카카오페이, 카카오모빌리티 등 주요 서비스는 커뮤니케이션과 결제, 이동, 소상공인 영업 활동과 연결돼 있다. 노조도 이 같은 우려를 의식해 전면파업이 아닌 4시간 부분파업을 선택했다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실제 파업이 진행되더라도 즉각적인 ‘카톡 먹통’ 사태로 이어질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본다. IT 플랫폼은 상당 부분 자동화된 시스템으로 운영되고 비조합원과 필수 대기 인력을 통해 기본 유지·보수 대응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다만 파업이 장기화되거나 참여 범위가 확대될 경우 장애 대응, 서비스 점검, 신규 기능 배포, AI 서비스 전환 일정에는 부담이 생길 수 있다. 특히 카카오는 올해 카카오톡 개편과 에이전틱 AI 플랫폼 전환을 주요 과제로 내세우고 있다. 조직 내부 갈등이 커질수록 서비스 안정성보다 더 큰 문제는 실행 속도와 내부 신뢰 회복이다. 보상체계와 고용안정에 대한 기준을 정리하지 못하면 향후 계열사 재편이나 신사업 추진 과정에서도 같은 갈등이 반복될 수 있다. 남은 변수는 파업 전까지의 추가 교섭이다. 노조는 부분파업을 시작점으로 삼고 사측의 태도 변화에 따라 수위를 조절하겠다는 입장이다. 회사는 이용자 불편을 막기 위한 대응 체계를 강조하고 있다. 결국 파업의 확산 여부는 고용안정 약속, 성과 보상 기준, 계열사 재편 방향을 둘러싼 접점 마련에 달려 있다. 카카오 관계자는 “당사는 수많은 이용자의 일상을 연결하고 소상공인과 파트너들의 비즈니스를 지원하는 플랫폼 기업”이라며 “어떤 상황에서도 이용자분들의 불편이 없도록 서비스 안정성을 지키는 일은 카카오의 중요한 책임”이라고 밝혔다. 이어 “회사는 필요한 대응 체계를 갖추고 안정적인 서비스 운영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2026-06-01 10:3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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빚으로 떠받친 증시 호황, 가계부채 시한폭탄 키워선 안 된다
[경제일보] 국내 가계부채에 또다시 경고등이 켜졌다. 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개인 신용대출이 한 달 만에 2조6000억 원 넘게 증가하며 107조 원에 육박했다. 특히 증가분 대부분이 마이너스통장에서 발생했다는 점은 단순한 생활자금 수요가 아니라 투자 목적의 차입이 급증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정부의 강력한 규제로 주택담보대출 증가세가 억제되자 자금 수요가 신용대출로 이동하는 풍선효과가 나타난 것이다. 더 우려스러운 것은 이런 신용대출 급증의 배경에 ‘빚투’ 열풍이 자리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최근 반도체 업황 개선과 증시 상승 기대감이 맞물리면서 투자자들의 자금 유입이 크게 늘고 있다. 문제는 상당수가 자기 자본이 아닌 빚에 의존하고 있다는 점이다. 신용거래융자 잔액이 사상 최고 수준을 기록하고, 카드론까지 동원해 주식시장에 뛰어드는 사례가 늘고 있다는 것은 과열 신호로 해석할 수밖에 없다. 투자는 미래의 수익을 기대하는 경제활동이지만, 과도한 레버리지는 언제나 위험을 동반한다. 특히 최근 우리 경제를 둘러싼 환경은 결코 낙관적이지 않다. 고물가와 고환율, 고금리가 동시에 지속되는 이른바 ‘3고 현상’이 여전히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으며, 세계 경제 역시 지정학적 갈등과 보호무역주의 확산으로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일부 산업의 호조가 경제 전체의 체력을 의미하는 것도 아니다. 만약 금리 인상과 증시 조정이 동시에 발생한다면 그 충격은 개인 투자자와 금융시장 전반에 고스란히 전이될 수 있다. 주가가 급락하면 반대매매가 연쇄적으로 발생하고, 이는 다시 시장 하락을 부추기는 악순환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이미 개인회생 신청자가 급증하고 있다는 사실은 가계의 재무 건전성이 생각보다 취약하다는 점을 보여준다. 자칫 가계부채 부실이 금융권의 건전성 문제로 확산될 경우 우리 경제는 소비 위축과 성장 둔화라는 이중고에 직면할 수 있다. 정부와 금융당국은 지금의 상황을 단순한 시장 활황의 부산물로 치부해서는 안 된다. 신용대출과 카드론의 용도와 증가 추이를 면밀히 점검하고, 고위험 차입 투자에 대한 관리 감독을 강화해야 한다. 금융회사 역시 단기 실적에만 매몰되지 말고 대출 건전성 관리에 더욱 책임 있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 무엇보다 투자자들의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 상승장에서는 누구나 수익을 기대하지만, 시장은 언제든 방향을 바꿀 수 있다. 빚을 내 투자하는 행위는 수익을 극대화하는 동시에 손실도 배가시킨다. 투자 기회를 놓칠까 두려워하는 포모(FOMO) 심리에 휩쓸려 무리한 차입에 나선다면 결국 그 대가는 개인과 가계, 나아가 경제 전체가 떠안게 된다. 빚으로 만든 호황은 오래 지속될 수 없다. 지금 필요한 것은 투기적 낙관론이 아니라 냉정한 위험 관리다. 가계부채라는 시한폭탄의 초침은 이미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더 큰 위기가 오기 전에 정부와 금융권, 그리고 투자자 모두가 경각심을 갖고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할 때다.
2026-06-01 09:3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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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전닉스' 초과이윤 논란, 색깔론 넘어 상생의 해법 찾아야
[경제일보] 인공지능(AI) 시대의 도래와 함께 반도체 산업이 슈퍼 호황을 맞으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하고 있다. 이에 따라 기업이 거둔 막대한 초과이윤을 어떻게 배분할 것인지를 둘러싼 논쟁도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양사 노동조합은 영업이익의 일정 비율을 성과급으로 지급하는 제도화를 요구하고 있고, 경영계는 기업 이익은 경영 판단의 영역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지방선거 이후 경제사회노동위원회 등을 중심으로 본격적인 사회적 논의가 예상되는 만큼 이번 논란은 단순한 노사 갈등을 넘어 우리 사회의 새로운 경제 질서를 모색하는 중요한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기업의 초과이윤을 둘러싼 논쟁은 결코 가볍게 볼 사안이 아니다. 반도체 산업은 기술 경쟁이 곧 생존 경쟁인 분야다. 연구개발과 시설 투자에 천문학적인 자금이 투입돼야 하며, 한 번 경쟁력을 잃으면 회복하기 어렵다. 경영계가 초과이윤의 상당 부분을 미래 투자 재원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실제로 글로벌 반도체 패권 경쟁이 치열해지는 상황에서 투자 여력을 약화시키는 결정은 기업뿐 아니라 국가 경쟁력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초과이윤 배분 논의 자체를 부정적으로만 바라봐서는 안 된다. 최근 일부에서는 초과이윤의 사회적 활용이나 노동자와의 성과 공유를 거론하는 것 자체를 ‘사회주의적 발상’ 또는 ‘공산주의 논리’로 규정하며 색깔론을 제기하고 있다. 이는 문제의 본질을 외면하는 시대착오적 접근이다. 경제 현실은 이미 과거의 단순한 자본과 노동의 대립 구도를 넘어섰다. 첨단산업의 성장으로 특정 기업에 부와 기회가 집중되는 현상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그 성과를 어떻게 사회 전체의 발전으로 연결할 것인지 논의하는 것은 매우 자연스럽고 필요한 과정이다. 더욱이 초과이윤은 경제학적으로도 충분히 논의 가능한 개념이다. 시장 평균을 크게 웃도는 이익이 발생했을 때 그 과실을 기업 내부에만 머물게 할 것인지, 아니면 협력업체와 노동자, 지역사회와 함께 나누며 지속 가능한 성장의 기반으로 삼을 것인지는 선진국에서도 활발히 논의되는 주제다. 우리 헌법 역시 경제 주체 간의 조화와 균형 있는 발전을 강조하고 있다. 이는 시장경제를 부정하자는 것이 아니라 시장경제의 지속 가능성을 높이자는 취지에 가깝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강제 분배’와 ‘사회적 상생’을 구분하는 일이다. 기업의 경영권과 사유재산권은 존중되어야 한다. 동시에 기업도 사회적 책임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 정부는 기업의 자발적 참여를 유도할 수 있는 세제 혜택과 인센티브를 마련하고, 기업은 초과이윤의 일부를 협력업체 기술 지원과 상생기금 조성, 인재 육성, 취약계층 지원 등에 활용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 노동계 역시 단기적 보상 확대에만 집중하기보다 기업의 지속 성장과 산업 경쟁력 확보라는 큰 틀에서 접근해야 한다. 우리 경제는 지금 새로운 전환점에 서 있다. AI와 반도체 산업의 성장으로 창출되는 막대한 부가 특정 영역에 집중될 가능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이를 둘러싼 갈등을 이념 논쟁으로 소모할 것인가, 아니면 상생과 미래 경쟁력 확보의 계기로 삼을 것인가는 우리 사회의 선택에 달려 있다. 지금 필요한 것은 색깔론도, 진영 논리도 아니다. 기업과 노동, 정부와 시민사회가 머리를 맞대고 지속 가능한 성장과 공정한 성과 공유의 균형점을 찾는 일이다. 초과이윤 논란이 갈등의 씨앗이 아니라 대한민국 경제의 새로운 상생 모델을 만드는 출발점이 되기를 기대한다.
2026-05-31 13:2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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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당이냐 인물이냐…이원택 '정통성' vs 김관영 '실용 성과'
[경제일보] 전북특별자치도지사 선거가 더불어민주당 이원택 후보와 무소속 김관영 후보의 양자 대결로 압축되면서 막판까지 예측하기 어려운 승부로 흐르고 있다. 전북은 오랫동안 민주당의 절대 우세 지역으로 분류돼 왔던 지역이다. 하지만 이번 선거에서는 현직 도지사인 김 후보가 민주당을 떠나 무소속으로 출마했고, 민주당은 이 후보를 내세워 ‘당의 정통성’과 ‘전북 도정 교체’를 동시에 외치면서 전국적인 관심을 받고 있다. 이번 선거 판세의 공통된 흐름은 김 후보가 무소속임에도 민주당 후보와 정면 승부를 벌일 만큼 개인 경쟁력을 확보했고, 이 후보는 민주당 조직력과 정권 연계성을 앞세워 막판 추격전을 벌이고 있다는 점이다. 전라일보가 조원씨앤아이에 의뢰한 여론조사(전라일보 의뢰, 조원씨앤아이 조사, 2026년 5월 25~26일, 전북 거주 만 18세 이상 남녀 1001명, 휴대전화 가상번호 ARS 방식, 성별·연령별·지역별 비례할당 무작위 추출 방식 표본 선정, 응답률 12.4%, 표본오차 95%, 신뢰수준 ±3.1%p.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및 전라일보 홈페이지 참조)에서 김 후보는 51.9%의 지지율로 35.3%의 지지율을 보인 이 후보를 16.6%p 앞섰다. 이번 전북도지사 선거의 구조는 단순한 여야 대결이 아니다. 실제 김 후보는 “전북 발전에는 정당보다 실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고, 이 후보는 “전북 도정은 민주당 정부·국회와 한 몸으로 움직여야 한다”며 팽팽한 긴장감을 조성하고 있다. 이원택 ‘내부 생태계·SOC 완성’ vs 김관영 ‘외자 유치·RE100’ 김 후보의 무기는 현직 프리미엄과 투자 유치 성과다. 반면, 이 후보의 무기는 민주당 간판과 지역 조직력이다. 전북 유권자 입장에서는 어느 쪽도 가볍지 않다. 낙후와 소외를 오래 겪은 전북에서 ‘누가 더 중앙정부 예산과 기업 투자를 끌어올 수 있느냐’는 질문은 곧 생계와 직결되기 때문이다. 김 후보의 핵심 공약은 새만금과 투자 유치다. 그는 대기업 15개, 투자 50조원 유치를 목표로 내걸고 금융도시 조성 구상을 제시했다. 새만금을 전북의 미래산업 수도로 키우겠다는 구상도 반복해서 강조하고 있다. 김 후보는 ‘새만금 7대 공약’을 통해 새만금 지도를 다시 그리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했고, 전북의 오랜 숙원인 새만금 개발을 행정 구호가 아니라 기업 투자와 산업 생태계로 연결하겠다고 밝혀왔다. 이 후보는 김 후보의 외부 투자 유치론을 정면으로 비판하고 있다. 그는 민선8기 전북도정이 집중한 외부 투자 유치 방식은 체감 효과가 제한적이었다고 보고, 전북 경제 내부 생태계를 키우는 ‘전북성장공사’ 설립을 1호 공약으로 제시했다. 자영업자, 소상공인, 전문직종을 체계적으로 지원해 지역 안에서 성장 기반을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이 후보는 또 도지사 직속 ‘내발적 발전위원회’ 신설을 통해 전북의 자체 성장전략을 구체화하겠다고 밝혔다. 새만금을 보는 시각도 다르다. 이 후보는 새만금을 재생에너지와 첨단산업 거점으로 키우고, 현대차 투자와 새만금공항 등 SOC 완성을 전북 성장의 핵심 축으로 삼겠다고 강조하고 있다. 반면, 김 후보는 RE100 산업단지와 대기업 투자 유치를 앞세워 새만금을 글로벌 기업이 들어오는 실질적 산업지대로 만들겠다는 쪽이다. TV토론에서는 정책보다 정치적 책임 공방이 더 날카로웠다. 지난 19일 JTV전주방송 토론회에서 이 후보와 김 후보는 지역경제와 미래 먹거리 전략을 두고 맞붙었고, 특히 김 후보를 둘러싼 ‘12·3 비상계엄 내란 동조 의혹’ 무혐의 처분 문제를 놓고 충돌했다. 이 후보가 사법기관의 무혐의 판단과 도지사로서의 역사적·도의적 책임은 별개라고 지적했고, 김 후보 측은 정치 공세라고 맞서는 흐름이었다. ‘성과의 전북’인가 ‘정당의 전북’인가…결국 승패는 ‘실행계획’과 ‘투표율’ SWOT 분석 결과 김 후보의 강점은 현직 프리미엄과 투자 유치 성과다. 특별자치도 출범 이후 전북의 위상을 끌어올렸다는 점, 새만금과 기업 유치 의제를 구체적 숫자로 제시한다는 점은 유권자에게 비교적 선명하게 전달된다. 반면, 약점은 민주당 제명 이후 무소속 출마가 낳은 정치적 부담이다. 민주당 지지 성향이 강한 전북에서 ‘당을 떠난 현직’이라는 이미지는 마지막까지 방어해야 할 지점이다. 정당보다 인물과 성과를 보는 중도·무당층 확장은 김 후보의 기회 요소이지만, 민주당 조직표의 결집과 각종 책임론 공세는 위협 요소로 꼽힌다. 이 후보의 강점은 민주당 후보라는 정통성과 중앙정치 연결성이다. 전북은 여전히 민주당 지지 기반이 강하고, 지방정부와 중앙정부·국회가 같은 방향으로 움직여야 예산과 제도 개선이 가능하다는 논리는 설득력이 있다. 이 후보의 약점은 김 후보에 비해 현직 도정 성과를 직접 제시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민주당 조직력의 막판 결집과 김 후보의 무소속 출마에 대한 거부감은 이 후보의 기회 요소이고, 김 후보의 개인 지지율, 현직 성과론, 전북 발전을 위해서는 실용적 선택이 필요하다는 여론은 위협 요소가 된다. 전북도지사 선거의 막판 승부처는 새만금·민주당 조직표·김 후보의 현직 평가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우선 전북에서 새만금은 단순한 개발사업이 아니라 지역의 자존심이다. 누가 더 현실적인 새만금 산업화 전략을 내놓느냐가 군산·김제·부안뿐 아니라 전주권 표심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민주당 조직표는 이 후보가 마지막까지 ‘민주당 후보’라는 정체성을 선명하게 가져갈 경우 전통적 민주당 지지층은 결집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마지막으로 김 후보가 도정 성과를 생활 체감으로 연결하지 못하면 ‘큰 숫자 공약’은 추상적 약속으로 남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전북 지역 정치권 관계자는 “‘정당의 전북’과 ‘성과의 전북’이 맞붙었다는 점에서 이번 전북도지사 선거가 주목을 받고 있다”며 “김 후보가 전북 발전을 위해 당적보다 실행력을 봐야 한다고 말하고, 이 후보는 전북이 다시 민주당의 중심축 안에서 정부·국회와 함께 움직여야 한다고 말하고 있는 것도 이와 같은 맥락”이라고 했다. 이어 “전북 유권자들은 새만금, 일자리, 청년 정착, 농생명 산업, 교통망 확충을 실제 결과로 만들 후보가 누구인가에 대해 깊은 고민에 빠진 모습”이라며 “남은 승부는 더 구체적인 실행계획과 투표장에 실제로 나오는 조직력에서 갈릴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2026-05-31 08: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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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 텃밭의 균열인가, 막판 결집인가
[경제일보] 6·3 지방선거 막판 판세의 관심은 영남으로도 향하고 있다. 대구·경북은 보수 정당의 핵심 기반으로 꼽혀 왔고, 부산·울산·경남도 대체로 보수 우위 지역으로 분류돼 왔다. 다만 이번 선거에서는 부산·울산·경남에 더해 대구까지 접전지로 거론되며 보수 강세 지역의 표심 변화가 주목받고 있다. 경북은 여야 모두 국민의힘 우세 지역으로 보는 분위기가 강하다. 여야 모두 영남을 그냥 지나치지 않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대구와 부산·울산·경남에서 변화 가능성을 강조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대구·경북을 지키고 부산·울산·경남에서 보수층 결집을 끌어올리는 데 당력을 집중하고 있다. 수도권 선거가 정권 평가와 생활 의제의 정면 대결이라면 영남 선거는 보수 정치의 기반이 어디까지 유지되고 있는지를 가늠하는 시험대에 가깝다. 보수 강세 지역의 표심 변화는 하루아침에 생긴 현상이 아니다. 산업 기반 변화, 청년층 이탈, 지역 경기 침체, 도심 재개발 지연, 일자리 문제, 정당 충성도 약화가 동시에 쌓여 왔다. 정당 간판만으로 선거를 설명하기 어려운 장면이 늘었다. 특히 부산과 경남은 조선·해운·자동차·기계 산업의 부침을 겪어 왔고, 대구는 청년 유출과 산업 전환 문제를 오랫동안 안고 있다. 지역민들이 묻는 것은 이제 이념만이 아니다. 누가 지역을 먹여 살릴 것인가라는 질문이 선거판 한가운데로 들어왔다. 보수 기반 흔드는 민생 피로감 대구·경북은 여전히 보수 정당의 핵심 기반으로 꼽힌다. 그러나 대구에서도 변화의 조짐을 말하는 목소리는 커졌다. 대구는 보수 정치의 상징성이 강한 도시다. 그만큼 국민의힘 입장에서는 반드시 지켜야 하는 지역이고, 민주당 입장에서는 작은 균열만 확인해도 정치적 의미가 큰 지역이다. 선거 결과와 별개로 대구에서 야당 후보가 어느 정도 득표력을 보이느냐는 향후 영남 정치 지형을 읽는 지표가 될 수 있다. 대구 표심의 밑바닥에는 경제 문제가 깔려 있다. 청년 일자리, 첨단산업 유치, 도심 활력 회복, 교통망 확충은 선거 때마다 반복되는 약속이었다. 그러나 유권자가 체감하는 변화는 더디다. 지역민이 원하는 것은 거창한 구호가 아니라 산업 전환의 성과와 생활 여건의 개선이다. 보수 정당 지지 기반이 견고하더라도 민생 피로감이 누적되면 표심은 흔들릴 수밖에 없다. 실제 대구·경북에서는 청년 인구 감소가 지역 정치의 배경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경북연구원 이슈리포트를 인용한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경북 청년인구는 2016년 68만여명에서 2025년 50만여명으로 줄었고, 올해 4월 말 기준 48만7000여명으로 50만명 선이 무너졌다. 지역 언론 보도에 따르면 대구 청년인구도 2017년 68만8191명에서 올해 4월 55만5304명으로 감소했다. 청년층이 줄어드는 지역에서 일자리와 주거, 산업 전환은 선거 때마다 되풀이되는 구호가 아니라 생존 문제에 가깝다. 부산은 대구와 다른 결을 갖고 있다. 부산은 보수 우위 지역으로 분류되지만 선거 때마다 변동성이 있었다. 항만과 해양산업, 가덕도신공항, 북항 재개발, 글로벌허브도시 구상, 청년 유출, 원도심 쇠퇴가 선거 쟁점으로 겹쳐 있다. 부산 유권자는 지역 개발 공약의 속도와 실적을 본다. 정당 지지만으로는 부족하고, 누가 중앙정부와 협의해 예산과 사업을 끌어올 수 있는지도 따진다. 부산·울산·경남은 여야가 자체 판세 분석에서 경합 또는 접전 지역으로 분류하며 공을 들이는 권역이다. 민주당은 이 지역을 보수 일변도에서 벗어날 수 있는 전략 거점으로 보고 있다. 국민의힘은 부울경에서 흔들릴 경우 영남권 주도권 논쟁이 불가피해질 수 있다고 본다. 부산과 경남이 실제 개표 결과에서도 접전 양상을 보일 경우 선거 전체의 상징성은 수도권 못지않게 커질 수 있다. 막판 보수 결집의 힘도 남아 있다 그러나 보수 강세 지역의 표심 변화만으로 판세를 단정하기는 어렵다. 영남 선거에서는 선거 막판 보수층 결집이 주요 변수로 작용해 왔다는 평가가 적지 않다. 선거일이 가까워질수록 보수층은 정권 견제, 지역 대표성, 보수 정체성을 명분으로 다시 뭉치는 경향을 보여 왔다. 국민의힘이 막판 유세에서 강조하는 것도 이 지점이다. 보수 기반 지역을 내주면 지방 권력뿐 아니라 향후 총선과 대선 구도까지 흔들릴 수 있다는 위기감이 결집을 자극한다. 대구·경북에서는 보수층 결집이 여전히 주요 변수로 꼽힌다. 민주당이 대구의 변화 가능성을 말하더라도 실제 투표장에서는 보수층의 조직력과 투표율이 결과를 좌우할 가능성이 크다. 특히 고령층 투표율이 높고 정당 지지 성향이 비교적 강한 지역일수록 막판 결집 효과는 크게 나타날 수 있다. 반대로 젊은 층과 무당층이 얼마나 투표장으로 나오는지는 균열의 폭을 결정할 변수다. 부산·울산·경남도 마찬가지다. 이 지역은 산업과 노동, 도시 개발 의제가 강하게 작동하지만 보수 정당의 조직 기반도 두텁다. 국민의힘 후보들이 현역 단체장의 성과와 안정론을 앞세우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민주당이 변화론을 밀어붙일수록 국민의힘은 지역 정체성과 보수 결집을 강조할 가능성이 크다. 결국 부울경 승부는 변화 요구와 안정 요구가 어느 쪽으로 더 강하게 표출되느냐에 달려 있다. 이번 선거에서 보수층 결집을 가르는 또 하나의 변수는 투표율이다. 보수 강세 지역에서 투표율이 낮아지면 기존 조직표의 비중이 커질 수 있다. 반대로 무당층과 청년층이 적극적으로 투표장에 나오면 결과는 달라질 수 있다. 선거 막판 여야가 사전투표와 본투표 참여를 독려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접전지일수록 한쪽의 결집만으로는 부족하고, 상대 진영의 이탈 여부까지 결과에 영향을 준다. 균열의 본질은 지역경제와 세대 변화 보수 텃밭의 균열이라는 말은 정치 구호로만 볼 일이 아니다. 그 안에는 지역경제의 변화와 세대 교체가 들어 있다. 대구·경북과 부울경은 오랫동안 제조업과 수출산업을 기반으로 성장했다. 그러나 산업 전환 속도가 늦어지고 청년 일자리가 줄어들면서 지역민의 불만도 커졌다. 수도권 집중은 더 심해졌고, 지역 대학과 지역 기업의 연결도 약해졌다. 청년층의 정당 선택도 과거보다 유동적이라는 분석이 많다. 일자리, 주거, 교통, 문화, 교육 환경을 보고 지역 정치인을 평가하는 경향이 커졌다는 점에서 여야 모두 청년층 표심을 단정하기 어렵다. 다만 청년층이 실제 투표장에 얼마나 나오는지는 별개의 문제다. 변화 요구가 투표율로 이어지지 않으면 균열은 표면적 현상에 그칠 수 있다. 중장년층도 달라지고 있다. 지역경제 침체가 길어지면서 정당 충성도보다 생활 성과를 묻는 유권자가 늘었다. 공장과 일자리, 병원과 교통, 도심 재생과 주거 환경은 이념보다 직접적이다. 지역민이 바라는 것은 중앙 정치의 구호가 아니라 지역 살림의 회복이다. 이 지점에서 보수 정당도 더 이상 과거의 지지만 기대할 수 없고, 민주당도 단순한 변화론만으로는 부족하다. 부산의 변화 가능성은 특히 이 지점에서 나온다. 부산은 인구 감소와 청년 유출, 원도심 쇠퇴, 산업 재편 압박을 동시에 겪고 있다. 가덕도신공항과 북항 재개발, 글로벌허브도시 구상은 모두 지역의 미래와 연결된다. 그러나 대형 개발 사업이 생활 개선으로 이어지지 않으면 기대는 실망으로 바뀐다. 부산 유권자는 이제 발표보다 실행을 본다. 대구 역시 마찬가지다. 대구가 보수 정치의 상징이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았지만, 그 상징성만으로 지역의 미래가 보장되지는 않는다. 첨단산업 유치와 청년 일자리, 도심 공간 재편, 광역교통망 확충이 실제 성과를 내야 한다. 보수 강세 지역의 표심 변화는 정당 지지의 약화라기보다 지역민이 성과를 묻기 시작했다는 신호에 가깝다. 여야 모두 안심할 수 없는 선거 민주당 입장에서는 영남의 표심 변화가 기회다. 대구와 부산·울산·경남에서 의미 있는 득표를 올리거나 일부 지역에서 승리하면 지방선거의 정치적 해석은 달라진다. 수도권과 충청권 승부에 더해 영남에서 변화 가능성을 확인할 경우 선거 해석의 폭은 커질 수 있다. 그래서 민주당은 영남을 단순한 열세 지역으로 두지 않고 전략 지역으로 다루고 있다. 국민의힘 입장에서는 영남 방어가 선거 전체의 핵심 과제다. 대구·경북은 보수 정당의 심장부이고, 부울경은 전국 선거의 균형을 맞추는 축이다. 이 지역에서 흔들리면 단순히 광역단체장 몇 곳을 잃는 문제가 아니다. 보수 정당의 지역 기반과 차기 정치 구상 전체가 영향을 받을 수 있다. 국민의힘이 막판에 보수 결집과 투표율을 강조하는 배경이다. 다만 민주당도 안심할 수 없다. 보수 강세 지역의 표심 변화가 곧 승리를 뜻하지는 않는다. 선거 막판에는 위기감이 결집을 부르고, 결집은 투표율로 나타난다. 특히 영남권에서는 선거 직전 보수층의 방어 심리가 강하게 작동할 수 있다. 민주당이 변화론을 과하게 앞세울 경우 보수층을 자극해 역결집을 불러올 가능성도 있다. 국민의힘도 마찬가지다. 막판 결집만 기대하기에는 지역민의 요구가 달라졌다. 보수 정당 후보라는 사실만으로 안정적 우위를 장담하기 어려운 지역도 늘고 있다. 유권자는 일자리와 산업, 교통과 주거, 도심 회복에 대한 구체적 답을 요구한다. 보수층이 결집하더라도 중도층과 무당층이 등을 돌리면 접전 지역에서는 승리를 장담하기 어렵다. 결국 영남 표심은 두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하나는 변화 요구다. 오래된 지역 정치와 더딘 경제 회복에 대한 피로감이 표심 변화를 만들고 있다. 다른 하나는 방어 심리다. 보수 기반을 지켜야 한다는 위기감이 막판 결집을 만들고 있다. 이번 지방선거의 영남 판세는 이 두 힘이 어디에서 만나고 어느 쪽이 더 강하게 투표장으로 나오느냐에 따라 갈릴 가능성이 크다. 보수 텃밭의 균열인가, 막판 결집인가. 답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다만 부산·울산·경남과 대구 일부 선거는 과거처럼 일방적 구도로만 보기 어려워졌다. 대구와 부산·울산·경남에서 어떤 표심이 확인되느냐에 따라 6·3 지방선거의 의미도 달라질 것이다. 유권자는 정당의 이름만 보지 않는다. 지역을 살릴 능력과 책임을 묻고 있다. 이번 선거가 보수 우위 구도의 재확인으로 남을지, 영남 표심 변화의 신호로 기록될지는 결국 투표장에서 가려진다.
2026-05-30 14: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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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가시티 복원' 김경수 vs '현직 안정' 박완수…투표율·조직력이 승패 가른다
[경제일보] 경남도지사 선거가 더불어민주당 김경수 후보와 국민의힘 박완수 후보의 전·현직 맞대결로 막판까지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김 후보는 민선7기 경남도정을 완주하지 못했다는 약점을 ‘부울경 메가시티 복원’과 ‘산업대전환’으로 돌파하려 하고 있고, 박 후보는 현직 도지사의 행정 연속성과 원전·조선·방산 산업 기반을 앞세워 보수 표심을 결집시키고 있는 모습이다. 판세는 단정하기 어렵다. KBS창원총국 3차 여론조사(KBS창원총국 의뢰, 한국리서치 조사, 2026년 5월 24~27일, 경남도민 800명, 전화면접조사. 표본오차 95%, 신뢰수준 ±3.5%p.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및 KBS창원 홈페이지 참조)에서 김 후보가 45%의 지지율로 34%의 지지율을 얻은 박 후보를 오차범위 밖에서 앞섰다. 같은 조사에서 김 후보는 1차 37%, 2차 40%, 3차 45% 흐름을 보였고, 박 후보는 27%, 35%, 34% 흐름을 보였다. 중도층에서도 김 후보 47%, 박 후보 32%로 김 후보가 앞선 것으로 조사됐다. 다만, 지지 후보 없음 10%, 모름·무응답 10% 등 유보층이 적지 않아 막판 변동성은 남아 있다. 반면, 경남신문 2차 여론조사(경남신문 의뢰, 모노리서치 조사,2026년 5월 25~26일, 창원시 거주 만 18세 이상 남녀 504명, 통신 3사 무작위 추출 가상 번호, 무선전화 ARS 조사, 응답률 8.5%, 표본오차 95%, 신뢰수준 ±4.4%p.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에서는 박 후보가 47.8%의 지지율로 43.1%의 지지율을 보인 김 후보를 오차범위 내에서 앞섰다. 또한 중서부 내륙에서 박 후보가 57.8%, 김 후보가 35.3%로 크게 앞서는 모습을 보이면서, 같은 경남 안에서도 창원·김해·양산 등 동부권과 진주·거창·합천 등 서부내륙의 정치 지형이 다르게 움직이고 있는 모습이 관측되기도 했다. 김경수 “교통·산업 대전환” vs 박완수 “주력산업 기반 수성” 김 후보의 1호 공약은 ‘경남 교통 대전환’이다. 부울경을 30분대 생활권으로 묶고, 메가시티를 다시 작동시키겠다는 구상이다. 그는 부울경 메가시티 즉각 복원을 경남 경제 혁신의 첫 과제로 제시하고, 4대 광역철도망을 중심으로 도시 간 연결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청년 정착과 산업 인력 이동 문제를 교통망으로 풀겠다는 전략이다. 산업 공약도 공격적이다. 김 후보는 SMR과 방산 등 5대 주력산업을 세계 1위 수준으로 키우고, 5000개 기업에 AI를 도입하는 산업대전환 프로젝트로 신규 일자리 15만개를 만들겠다고 공약했다. 또 청년 공약으로 2030년까지 청년 일자리 6만개 확보와 최대 3000만원 목돈 마련 방안을 제시했다. 막판 TV토론 무산…‘과거 도정 하차’ vs ‘현직 책임론’ 공방 박 후보의 전략은 ‘경남 산업의 현장 안정론’이다. 박 후보는 창원과 거제의 원전·조선 산업 현장을 잇따라 찾으며 제조업 기반을 지키는 도지사 이미지를 강화했다. 그는 주요 원전·조선업체를 방문해 지역 산업 경쟁력 강화 방안을 논의하는 행보를 보였고, 소상공인종합지원센터 건립과 AI·디지털 전환 지원 등 소상공인 경쟁력 강화 대책도 공약에 반영하겠다고 밝혔다. 복지 분야에서는 박 후보가 여성과 4050세대를 겨냥한 5대 복지공약을 앞세웠다. 이는 산업 현장 노동자와 중장년 가구가 많은 경남의 인구구조를 겨냥한 행보로 읽힌다. 첫 TV토론은 두 후보의 약점을 동시에 드러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MBC경남 초청 토론에서 두 후보는 전·현직 지사답게 경제 성과와 통계, 과거 발언을 놓고 충돌했다. 김 후보는 “민선7기를 끝까지 마무리하지 못한 데 진심으로 도민들께 사과드린다”고 했고, 박 후보는 “경남이 정치의 볼모가 되어선 안 된다”고 맞섰다. 경남경제 성장률과 청년 정착 해법을 두고도 통계 해석과 도정 책임 공방이 이어지기도 했다. 막판 토론 변수는 줄었다. 두 후보는 29일 예정됐던 KBS창원방송총국 초청 TV토론에 나란히 불참하겠다고 밝혔다. 두 후보 측은 이미 방송사 초청 토론과 법정 토론 등 3차례 TV토론을 통해 공약과 비전을 충분히 설명했고, 29일이 사전투표 시작 시점이라는 점을 감안했다고 설명했다. 결국 남은 기간 승부는 추가 검증보다 조직력, 투표율, 지역별 동원력에 더 크게 좌우될 가능성이 커졌다. 동부권·서부내륙·중도층, 경남 미래 가를 승부처 SWOT로 분석한 김 후보의 강점은 전국적 인지도와 부울경 메가시티 의제다. 경남을 부산·울산과 연결한 광역경제권으로 다시 설계하겠다는 메시지는 청년·산업·교통 문제를 한 묶음으로 설명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반면, 약점은 민선7기 도정 중도하차의 기억이 꼽힌다. 여당 프리미엄과 중도층 우세 흐름은 기회 요소이지만, 서부내륙 보수 결집과 박 후보의 현직 안정론은 위협 요소로 지목된다. 박 후보의 강점은 현직 프리미엄과 산업 현장 네트워크다. 원전, 조선, 방산, 항공우주 등 경남 주력산업을 도정 성과와 연결해 설명할 수 있다. 약점은 변화 요구가 커질 경우 ‘현직 책임론’에 직면한다는 점이다. 중서부 내륙과 고령층 보수 결집은 박 후보의 기회 요소이고, 김 후보의 중도층 확장, 민주당 정당 지지도 상승, 청년·동부권 표심 이탈 등은 위협 요소로 분석된다. 정치권에서는 경남도지사 선거의 막판 승부처는 크게 세 가지로 보고 있다. 우선 인구가 많고 산업·주거·교통 이슈가 복합적으로 얽힌 지역 창원·김해·양산의 동부권에서 김 후보의 메가시티·광역철도 공약이 먹힐 수 있지만, 박 후보도 현직 도정과 산업 기반을 앞세워 방어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또한 경남신문 조사에서 박 후보가 강세를 보인 서부내륙에서 김 후보가 격차를 줄이지 못하면 전체 판세가 흔들릴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마지막으로 중도층과 유보층의 규모가 작지 않은 만큼 마지막 투표장 동선이 승부를 바꿀 수 있다. 경남 지역 정치권 관계자는 “경남 선거의 본질은 ‘과거 도정 평가’와 ‘미래 산업 선택’의 충돌”이라며 “경남 유권자들은 어느 한쪽의 구호보다 분명한 기준을 향할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이어 “누가 더 경남의 일자리와 생활권, 산업 전환을 실제 결과로 만들 수 있느냐가 승부를 가르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2026-05-30 14: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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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은 끝났지만 판사는 돌아오지 못했다
[경제일보] 판결문은 남았지만 판사는 돌아오지 못했다. 휴일에도 밀린 업무를 처리하러 법원으로 향했던 서울고법 부장판사가 다음 날 새벽 법원 청사 안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그가 맡았던 사건은 사회적 관심이 컸고 판결 전후로 정치적 해석이 따라붙을 수밖에 없는 재판이었다. 그러나 한 사람의 죽음 앞에서 가장 먼저 멈춰야 할 것은 단정이다. 고 신종오 서울고법 부장판사의 마지막 선택을 특정 재판이나 특정 판결과 곧바로 연결하는 일은 신중해야 한다. 유서에는 김건희 여사 재판과 관련한 언급이 없었다고 한다. 가까운 동료들조차 사정을 알지 못했다. 장례식장에서도 사망 원인을 입에 올리는 것 자체를 조심스러워하는 분위기였다고 한다. 죽음의 이유는 남은 사람들이 편한 언어로 재단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다. 그것을 정치적 해석의 재료로 삼는 순간 고인의 마지막은 다시 진영의 소음 속에 묻힌다. 그렇다고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지나갈 수는 없다. 사망 원인을 특정할 수 없더라도, 그가 마지막까지 놓여 있던 업무 환경이 적정했는지는 별개의 검토 대상이다. 원인을 단정하지 않는 태도와 사법 시스템의 문제를 따져보는 일은 서로 충돌하지 않는다. 고인은 서울고법 형사15-2부 재판장으로 사회적 관심이 큰 사건들을 맡았다. 김건희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사건 항소심도 그중 하나였다. 서울고법 형사1부가 내란 사건 전담 재판부로 지정되면서 기존 주요 사건들이 다른 재판부로 옮겨졌고, 그 과정에서 고인이 속한 재판부의 부담도 커졌다는 말이 법원 안팎에서 나왔다. 사회적 관심 사건은 사건 수 하나로 계산되지 않는다. 기록이 두껍고 쟁점이 복잡하다는 이유만으로도 무겁지만 부담은 거기서 끝나지 않는다. 기일 하나를 잡아도 해석이 붙고 증거 판단 하나에도 정치적 의미가 덧씌워진다. 법정 안에서는 증거와 법리로 다투지만 법정 밖에서는 이미 결론을 정해놓은 목소리들이 판결을 기다린다. 판사가 어느 한쪽의 기대와 다른 결론을 내리면 판결문은 사라지고 판사 이름이 먼저 불려 나온다. 항소심 재판장은 1심 결론을 다시 읽는 자리가 아니다. 사실인정의 빈틈, 증거능력의 경계, 공모관계의 추론, 양형의 균형을 다시 따져야 한다. 특히 1심 판단을 일부 뒤집는 판결은 부담이 더 크다. 판결문 한 문장은 상고심의 검증과 여론의 공격을 동시에 견뎌야 한다. 법률가에게는 충분히 다툴 수 있는 쟁점도 정치의 언어로 옮겨지는 순간 배신과 응징의 문제로 바뀐다. 법리 판단은 줄어들고 의도 추궁이 앞선다. 김건희 여사 사건 항소심 판결도 법률적으로 논쟁의 여지가 있을 수 있다. 1심과 달리 일부 혐의를 유죄로 판단한 부분은 상급심에서 다시 다퉈질 수 있다. 그것이 재판 절차다. 그러나 판결 비판은 판결문 안의 논리와 증거 판단을 향해야 한다. 판사를 향해 정치적 의도를 추정하거나 개인을 몰아붙이는 방식으로 흘러가면 사법 감시는 제 기능을 잃는다. 재판의 독립은 법관이 비판받지 않을 권리를 뜻하지 않는다. 동시에 법관이 진영 정치의 표적이 되어도 괜찮다는 뜻도 아니다. 법관은 판결로 말한다. 그러나 판결을 쓰는 사람의 고통까지 판결문에 적히지는 않는다. 선고가 끝나면 사람들은 결론만 본다. 유죄냐 무죄냐, 1심을 유지했느냐 뒤집었느냐, 형이 무겁냐 가볍냐만 남는다. 그 결론에 이르기까지 재판부가 어떤 기록을 읽고 어떤 문장을 고치고 어떤 부담을 견뎠는지는 법정 밖 관심사가 되기 어렵다. 법관의 직업적 숙명이라고 넘겨온 그 지점에 한국 사법의 오래된 문제가 있다. 법원은 오랫동안 성실한 법관의 밤샘 노동을 제도의 여력처럼 써왔다. 기록을 집으로 가져가고 주말에 법원에 나오고 판결문을 몇 번이고 고치는 일은 법관이라면 당연히 감수해야 할 몫처럼 여겨졌다. 그러나 성실한 법관이 많다는 사실은 제도가 건강하다는 증거가 아니다. 한 사람이 버틸 수 있는 한계를 제도가 업무 처리 능력으로 계산하기 시작하면 언젠가 그 한계는 무너진다. 법관의 독립은 고립과 다르다. 외부 권력과 여론에서 벗어나 판단하라는 말은 그 무게를 혼자 견디라는 뜻이 아니다. 독립된 판단을 가능하게 하려면 조직의 뒷받침이 있어야 한다. 사회적 관심 사건을 맡은 재판부에는 그에 맞는 인력과 시간과 행정 지원이 따라야 한다. 사건 배당은 균형을 가져야 하고 일정 조정은 현실을 반영해야 하며 법관의 건강 이상 신호를 확인하는 장치도 있어야 한다. 판사를 혼자 두면서 독립을 말하는 것은 독립의 의미를 좁게 읽는 것이다. 고인은 불면증 증세가 심각했지만 재판 업무에 지장을 줄 수 있다는 이유로 수면제를 처방받고도 복용하지 않았다고 한다. 이 대목은 무겁다. 판사가 자신의 건강보다 재판 차질을 먼저 걱정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직업윤리로 보면 책임감일 수 있다. 조직 관리의 관점에서 보면 위험 신호다. 재판을 책임지는 사람이 잠을 이루지 못하고 그 사실을 알면서도 업무가 계속 굴러가야 했다면 그것은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조직이 들여다봤어야 할 문제다. 판사들은 자신의 부담을 밖으로 잘 말하지 않는다. 판결로 말해야 한다는 직업 문화가 강하고 법원 내부 사정을 드러내는 일도 조심스러워한다. 법원 조직은 때때로 그 침묵을 안정으로 오해한다. 그러나 말하지 않는다고 해서 견딜 만한 것은 아니다. 침묵은 법관 사회의 미덕일 수 있지만 동시에 위험을 늦게 발견하게 만드는 요인이기도 하다. 판사가 무너지는 순간이 돼서야 조직이 움직인다면 이미 늦다. 서울고법이 이번 일을 계기로 법관들의 실질적인 업무 부담 경감과 제도 개선을 위한 태스크포스를 꾸리기로 한 것은 필요한 조치다. 다만 선언에 그쳐서는 안 된다. 법원은 추상적인 업무 경감이 아니라 구체적인 기준을 내놓아야 한다. 사회적 관심 사건의 배당 원칙, 고난도 형사사건 담당 재판부의 사건 수 조정, 재판연구 인력의 보강, 판결문 작성 부담 완화, 장기 미제 사건과 긴급 사건의 우선순위 조정 기준이 필요하다. 법관의 정신건강 관리도 복지 차원을 넘어 재판 안전의 문제로 다뤄야 한다. 정치권도 이 문제에서 자유롭지 않다. 정치권은 불리한 판결이 나오면 법원을 공격하고 유리한 판결이 나오면 사법부의 판단을 존중한다고 말한다. 같은 법원, 같은 절차, 같은 법관을 두고 결론에 따라 태도가 달라진다. 그러면서도 사법부 독립을 말한다. 판결 비판은 가능하다. 정치권도 판결에 의견을 낼 수 있다. 그러나 공적 지위를 가진 사람들이 법관 개인을 향해 정치적 낙인을 찍는 일은 다르다. 그것은 비판이 아니라 압박이다. 정치권의 언어가 재판을 압박한다면 언론의 보도 방식은 그 압박을 키우거나 줄인다. 사회적 관심 재판을 보도할 때 법리보다 파장을 앞세우고 쟁점보다 진영의 반응을 먼저 배치해온 것은 아닌지 살펴야 한다. 판결문을 충분히 읽지 않은 채 결론만 뽑아 정치적 의미를 붙이는 보도는 재판을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소비하는 일에 가깝다. 법원이 국민을 설득하려면 판결문이 더 친절해야 한다. 그러나 언론도 재판을 전달하려면 최소한 판결의 문맥과 법리의 뼈대를 놓치지 말아야 한다. 사법 불신이 커진 시대에 법원도 비판을 피할 수 없다. 판결문은 더 치밀해야 하고 절차는 더 투명해야 한다. 그러나 사법 불신이 법관 개인에게 모든 부담을 떠넘기는 이유가 될 수는 없다. 판결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판사를 공격하고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건이라는 이유로 재판부의 의도를 단정하는 문화는 결국 법원을 더 약하게 만든다. 한 판사의 죽음 앞에서 사회가 해야 할 일은 사인을 추정하는 일이 아니다. 고인을 특정 정치 사건의 상징으로 만드는 일도 아니다. 이제 질문은 사망 원인을 향해서가 아니라 제도를 향해야 한다. 주요 재판이 왜 소수 재판부에 집중되는지, 사회적 관심 사건을 맡은 판사가 왜 외부 비난과 내부 부담을 동시에 감당해야 하는지, 법관의 건강 문제가 왜 재판 차질이라는 말 앞에서 뒤로 밀려왔는지 따져야 한다. 고인의 마지막 마음은 누구도 대신 말할 수 없다. 다만 한 가지는 말할 수 있다. 법관 한 사람이 주요 재판의 무게, 조직 내부의 부담, 외부의 시선, 건강의 한계 속에서 홀로 오래 서 있었다면 그것은 개인의 문제로만 볼 수 없다. 사법부가 이번 일을 계기로 해야 할 일은 추모의 말을 남기는 데 그치지 않는다. 재판을 맡은 사람을 지키는 장치를 만들어야 한다. 그래야 재판도 지켜진다. 재판은 국가가 시민에게 행사하는 가장 무거운 권한 중 하나다. 그래서 판사는 냉정해야 하고 독립적이어야 하며 비판도 견뎌야 한다. 그러나 그 말이 판사를 고립시켜도 된다는 뜻은 아니다. 법정의 권위는 판사의 침묵과 희생만으로 유지되지 않는다. 합리적인 사건 배당, 충분한 지원, 절제된 공론장, 판결 비판과 인신공격을 구별하는 사회적 감각 위에서 유지된다. 재판은 끝났다. 판결문은 남았다. 그러나 그 판결문을 쓴 판사는 돌아오지 못했다. 이 문장 앞에서 법원은 업무 부담을 말해야 하고 정치권은 판결 비판의 선을 돌아봐야 하며 언론은 재판을 소비해온 방식을 점검해야 한다. 한 사람의 죽음을 두고 누구의 책임이라고 쉽게 말할 수는 없다. 다만 이 죽음 이후에도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는다면 그때는 누구도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2026-05-30 12:03: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