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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금이 넘칠 때가 재정의 진짜 시험대다
[경제일보] 반도체 슈퍼사이클이 기업의 장부를 넘어 나라 곳간까지 바꾸고 있다. 정부가 예상한 내년 국세수입은 584조4000억원. 올해 본예산보다 크게 늘어난다. 법인세와 소득세가 동시에 증가하는 배경에는 AI 반도체 호황이 자리 잡고 있다. 정부는 이 가운데 최근 10년의 내국세 추세를 웃도는 추가 세수 162조3000억원을 떼어 ‘미래대응기금’을 만들겠다고 했다. 숫자가 워낙 크다 보니 먼저 하나는 분명히 해둘 필요가 있다. 162조3000억원 전부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같은 반도체 기업이 직접 낸 세금이라는 뜻은 아니다. 정부가 추세선을 웃도는 전체 내국세 증가분을 계산한 금액이고, 반도체 호황은 그 세수 급증을 만들어낸 가장 중요한 배경 가운데 하나다. 그럼에도 ‘반도체가 번 세금’이라는 표현이 던지는 질문은 유효하다. 호황기에 갑자기 늘어난 세수는 누구의 돈인가. 지금 살아 있는 국민이 당장 써도 되는 돈인가. 아니면 경기가 꺾인 뒤를 위해 남겨둬야 할 돈인가. 더 멀리 보면 아직 세금을 낼 나이조차 되지 않은 미래세대에게도 일정한 몫이 있는 돈인가. 이형일 경제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 후보자가 지난 13일 국회에 제출한 인사청문회 답변에서 짚은 것도 같은 문제다. 그는 대외 불확실성과 구조적 문제에 대응하려면 재정의 적극적 역할이 필요하다고 했다. 동시에 국가채무와 의무지출이 지나치게 늘어나면 재정 여력을 떨어뜨리고 잠재성장률과 미래세대에 부담을 줄 수 있다고 경고했다. 두 말은 모순되지 않는다. 경기가 무너질 때 재정은 과감하게 써야 한다. 민간이 움츠러들고 기업이 투자를 미룰 때 정부까지 지갑을 닫으면 불황을 더 깊게 만들 수 있다. 반대로 세수가 예상보다 크게 늘어난 호황기에는 일부를 남겨야 한다. 불황에 쓸 수 있는 정부가 되려면 호황기에 다 쓰지 않는 정부여야 한다. 이것이 재정의 기본이다. 그런 점에서 미래대응기금이라는 발상 자체는 평가할 대목이 있다. 정부는 162조3000억원 가운데 45조4000억원을 청년·성장동력·지방·교육·인재 분야에 쓰고, 12조5000억원으로 신규 국채 발행을 줄일 계획이다. 가장 큰 몫인 104조4000억원은 당장 쓰지 않고 여유자금으로 적립한다. 전체 기금의 64%가량이다. 세수가 더 들어왔다고 한 해에 모두 지출하는 것보다 훨씬 낫다. 더구나 반도체는 대표적인 경기순환 산업이다. AI 붐이 지금처럼 계속된다는 보장은 없다. 메모리 가격이 떨어지고 투자 사이클이 꺾이면 기업이익과 법인세는 빠르게 줄어든다. 세수는 내려가는데 한 번 시작한 복지와 보조금, 기관과 사업은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재정에서 가장 위험한 것은 일시적인 돈으로 영구적인 지출을 만드는 일이다. 올해만 들어오는 10조원을 근거로 매년 10조원이 필요한 사업을 시작하면 호황이 끝나는 순간 그 차이는 빚이 된다. 세금을 올리거나 다른 지출을 줄이지 않는 한 결국 국채가 빈자리를 메운다. 때문에 미래대응기금의 성패도 ‘얼마를 담았느냐’보다 어떤 돈을 어디까지 쓸 수 있게 하느냐에서 갈릴 것이다. 45조4000억원의 사업지출 가운데 AI와 전략기술, 인재 양성처럼 미래의 생산성을 높이는 투자는 적극적으로 할 수 있다. 오늘의 반도체 호황에서 나온 세금으로 다음 산업을 만드는 것은 세대 간 이전이라기보다 세대 간 투자에 가깝다. 반면 한번 시작하면 끊기 어려운 경상적 복지와 반복성 지원사업을 초과세수에 기대어 늘리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 반도체 가격은 내려가도 법으로 정해진 의무지출은 내려가지 않는다. 반도체 사이클은 꺾여도 정부 사업에는 사이클이 없다. 바로 이 점에서 104조4000억원의 여유자금이 중요하다. 정부 설명대로라면 이 돈은 향후 세수 결손이나 예상하지 못한 재정 수요가 발생할 때 재정을 보강하는 일종의 ‘저수지’ 역할을 하게 된다. 방향은 합리적이지만 정부는 일정한 범위에서 추가경정예산을 거치지 않고 기금운용계획 변경을 통해 대응할 수 있다는 점도 장점으로 들고 있다. 신속성은 커지지만, 100조원이 넘는 자금에 행정부의 재량이 커진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이기도 하다. 돈을 쌓아두는 것만으로 미래세대의 돈이 되는 것은 아니다. 언제 꺼낼 수 있는지, 무엇에 쓸 수 있는지, 누가 결정하는지가 더 중요하다. 세수 결손이 어느 정도일 때 사용할 것인지, 경기침체의 기준은 무엇인지, 미래투자라는 이름으로 어떤 사업까지 허용할 것인지 법과 제도로 선을 그어야 한다. 특히 기금의 여유자금이 그때그때 정부가 원하는 사업을 담는 별도 예산처럼 운용돼서는 안 된다. 노르웨이의 경험은 참고할 만하다. 노르웨이는 석유와 가스에서 들어오는 정부 순수입을 정부연기금 글로벌(GPFG)에 넣고 해외에 투자한다. 재정에는 기금의 원금을 마음대로 가져다 쓰는 대신 장기적으로 예상 실질수익률에 해당하는 수준을 기준으로 활용한다. 현재 그 기준은 약 3%다. 핵심은 석유로 갑자기 부자가 된 한 세대가 자원을 모두 소비하지 않고 금융자산으로 바꿔 후대와 나누겠다는 데 있다. 물론 한국의 반도체 세수와 노르웨이의 석유 수입을 그대로 비교할 수는 없다. 석유는 땅에서 한 번 꺼내 쓰면 사라지는 국민 자산이고, 반도체 기업의 이익과 세금은 혁신과 생산 활동에서 생긴다. 정부가 기업이 낸 세금을 영구적으로 묶어둘 이유도 없다. 하지만 배울 원칙은 있다. 일시적으로 크게 들어온 돈을 평상시의 소득처럼 생각하지 않는 것. 노르웨이는 석유가 영원하지 않다는 사실에서 출발했다. 한국 재정도 반도체 슈퍼사이클이 영원하지 않다는 사실에서 출발해야 한다. ‘예기’ 왕제편에는 ‘국무구년지축왈부족(國無九年之蓄曰不足)’이라는 구절이 있다. ‘나라에 아홉 해를 버틸 비축이 없으면 부족한 것’이라는 의미다. 이어 3년을 농사지으면 1년치 식량을 남기고, 9년이면 3년치를 비축해야 한다고 했다. 풍년에 남겨 흉년을 견딘다는 오래된 국가운영의 원칙이다. 2500년 전 곡식창고가 오늘의 재정기금으로 바뀌었을 뿐 원리는 크게 다르지 않다. 정부의 2027년 예산안은 총지출이 820조9000억원으로 올해보다 12.8% 늘어난다. 동시에 정부는 미래대응기금과 국채 발행 축소를 통해 내년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을 48.3%로 낮추겠다는 계획을 제시했다. 적극적인 지출과 재정안정을 동시에 추구하겠다는 구상이다. 이것이 가능하려면 원칙이 필요하다. 우선 경기순환으로 생긴 초과세수와 경제의 기초체력에서 생긴 구조적 세수를 구분해야 한다. 일시적 초과세수는 상시 지출의 재원으로 잡아서는 안 된다. 또한 초과세수의 사용 순서를 정해야 한다. 미래 성장투자, 재정안정 적립, 국가채무 축소 사이의 기준을 사전에 만들어 정권과 경기 상황에 따라 흔들리지 않도록 해야 한다. 아울러 기금에서 돈을 꺼내는 조건도 엄격해야 한다. 불황이나 세수 급감 때는 과감하게 쓰되 단순히 예산을 더 쓰기 위한 우회 통로가 되어서는 안 된다. 특히 중요한 것은 오늘의 호황을 내일의 고정비로 바꾸지 않는 것이다. 반도체 기업이 잘 벌어 세금이 많이 들어온 것은 축하할 일이다. 그 돈으로 AI와 첨단산업을 키우고 청년에게 기회를 만들며 성장잠재력을 높이는 것도 필요하다. 하지만 나라 살림은 기업의 분기 실적과 달라야 한다. 기업은 좋은 해에 성과급을 더 줄 수 있다. 국가는 좋은 해의 세수를 보고 수십 년 동안 지급해야 할 약속을 쉽게 늘려서는 안 된다. 앞으로 저출생·고령화에 따른 연금과 의료, 돌봄 지출은 계속 커질 가능성이 높다. 지금 늘어난 돈을 모두 현재의 소비에 써버리면 다음 세대는 호황의 혜택은 누리지 못한 채 그때 만들어진 지출 의무만 넘겨받을 수 있다. 반도체가 벌어준 추가 세수는 현 정부의 돈도, 현 세대만의 돈도 아니다. 호황을 만든 기업과 노동자의 성과에서 나왔지만 국가의 세금이 된 순간 현재와 미래의 국민 모두를 위해 써야 할 자원이 된다. 재정이 돈이 들어올 때보다 그 돈이 사라진 뒤를 먼저 생각해야 하는 이유다. 반도체 슈퍼사이클은 언젠가 끝난다. 그때도 남아 있어야 할 것은 새로 만든 지출의 청구서가 아니라, 다음 위기를 견딜 재정 여력과 다음 산업을 만들어낼 자산이다. 돈이 많이 들어왔을 때 많이 쓰는 정부보다, 돈이 사라질 때를 준비하는 정부가 더 유능하다. 162조3000억원 미래대응기금의 진짜 이름값도 거기서 판가름 날 것이다.
2026-09-14 13: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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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조 미래대응기금, 미래투자 명분이 '정부 쌈짓돈' 돼선 안 된다
[경제일보] 정부가 반도체 호황으로 늘어난 세수를 미래 산업과 청년 등에 장기 투자하는 '미래대응기금'을 추진한다. 기획예산처가 지난 21일 밝힌 구상에 따르면 내국세가 최근 10년 안팎의 평균 증가율을 웃돌 경우 초과분을 기금에 적립한다. 세수가 부진할 때는 기금을 재정 안전판으로 활용해 변동성을 완화한다는 구상이다. 초과세수와 세계잉여금, 여유자금 운용수익 등도 재원으로 활용한다. 구체적인 규모는 다음 달 예산안과 국가재정운용계획에서 확정되지만 첫해부터 100조원을 넘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정부의 문제의식에는 일리가 있다. 반도체 호황으로 세수가 크게 늘었을 때 이를 단기 소비성 지출에 모두 써버리기보다 인공지능(AI), 첨단산업, 청년, 지방, 인재 등 미래 성장에 투자하자는 방향은 평가할 만하다. 경기 호황기에 세입이 늘었다고 지출을 급격히 확대했다가 불황기에 세수가 줄면서 다시 긴축에 나서는 재정 운용의 반복도 줄어들 수 있다. 정부가 미래대응기금을 일종의 '재정 저수지'로 설명하는 이유다. 문제는 규모가 커질수록 통제장치도 강해져야 한다는 점이다. 100조원 안팎의 자금을 정부가 장기간 운용한다면 사실상 또 하나의 거대한 재정계정이 생기는 셈이다. 미래투자라는 명분만 앞세우고 사용처와 의사결정 과정이 불투명하다면 정부가 필요할 때마다 꺼내 쓰는 '쌈짓돈'이나 '슈퍼 예비비'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무엇보다 국회의 예산심의권을 훼손해서는 안 된다. 정부 설명대로 연간 기금운용계획 자체는 국회의 심사를 받는다. 다만 국가재정법 제70조는 일정 요건 아래 기금운용계획의 주요항목 지출금액을 국회에 변경안을 제출하지 않고 조정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비금융성 기금은 주요항목 지출금액의 20%, 금융성 기금은 30% 범위다. 미래대응기금처럼 대규모 기금이 신설될 경우 이 운용상 재량이 국회의 사전 통제를 약화시키지 않도록 별도의 안전장치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미래대응기금에는 일반 기금보다 강화된 재정통제 장치를 두는 편이 맞다. 일정 규모 이상의 사업 변경이나 신규 사업 편성에는 국회의 사전 동의를 받도록 하고 국회 심의 없이 조정할 수 있는 범위도 일반 기금보다 엄격하게 설정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분야별 투자 한도와 사용 목적도 법률로 명확히 규정해야 한다. 미래라는 이름만 붙이면 무엇이든 투자할 수 있는 구조가 돼서는 안 된다. 사업 평가도 엄격해야 한다. 정부는 청년과 성장동력, 지방, 교육·인재 등에 집중 투자한다는 방침이다. 모두 중요하고 필요한 분야다. 그러나 범위가 넓을수록 각 부처가 기존 사업을 미래투자라는 이름으로 기금에 얹을 가능성도 커진다. 기존 예산에서 충분히 할 수 있는 사업이나 단순 현금성 지원까지 미래대응기금으로 돌린다면 기금 신설의 의미가 없다. 특히 AI와 첨단산업 투자는 성과를 냉정하게 측정하는 일이 관건이다. 투입된 정부 재원이 얼마나 많은 민간투자를 끌어냈는지, 기술 수준과 생산성이 얼마나 높아졌는지, 일자리와 수출에 어떤 효과를 냈는지를 공개할 필요가 있다. 성과가 없는 사업은 과감하게 지원을 끊는 일몰제도 함께 검토할 만하다. 청년 지원 역시 마찬가지다. 청년 주거와 교육, 자산형성은 장기적으로 필요한 정책이지만 일회성 세수 호황을 영구적인 복지 지출의 재원으로 삼아서는 안 된다. 한번 시작한 지원은 중단하기 어렵다. 반도체 경기가 꺾여 기금 적립이 줄었을 때도 계속 지급해야 하는 사업이라면 결국 일반재정의 부담으로 돌아온다. 재원의 지속 가능성은 미래대응기금의 가장 큰 숙제다. 정부 구상은 최근 10년 안팎의 내국세 증가 추세보다 세수가 더 늘었을 때 초과분을 적립하는 방식이다. 현재처럼 반도체 기업의 실적이 좋고 법인세가 크게 늘어날 때는 기금이 빠르게 쌓일 수 있다. 반도체는 대표적인 경기순환 산업이다. 3~5년 주기로 호황과 불황이 반복될 수 있고, 세계 경기나 기술 경쟁에 따라 세수 전망이 급변할 수도 있다. 정부는 호황 때 적립하고 불황 때 꺼내 쓰는 구조이기 때문에 지속 가능성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다만 이 때문에 어느 수준까지 적립하고 어느 상황에서 얼마를 사용할 것인지 명확한 규칙이 필요하다. 세입이 줄었다는 이유만으로 기금을 일반회계 적자 보전에 광범위하게 사용하기 시작하면 미래투자기금이라는 성격도 흐려질 수 있다. 국가채무와의 관계도 따져볼 대목이다. 세수가 예상보다 많이 들어왔을 때 그 돈을 모두 투자에 돌리는 것이 항상 최선은 아니다. 국가채무가 빠르게 늘어난 상황이라면 일부는 빚을 갚아 미래의 이자 부담을 줄이는 편이 나을 수도 있다. 미래투자와 재정건전성은 양자택일의 문제가 아니다. 기금에 들어오는 추가세수 가운데 일정 비율을 국가채무 상환에 우선 배분하거나, 국가채무비율과 재정수지에 따라 적립과 상환 비율이 자동으로 조정되는 준칙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정부가 그때그때 판단하는 방식보다 사전에 정해진 규칙에 따라 움직이는 편이 재정 신뢰를 높인다. 기금 운용의 투명성도 중요하다. 투자 대상과 수익률, 손실, 사업별 집행 내역을 정기적으로 국민에게 공개하는 것이 순리다. 민간 전문가가 참여하는 독립적인 평가기구를 두고 국회와 감사원이 상시적으로 검증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춰야 한다. 수십조원의 돈이 움직이는데 의사결정 과정이 정부 내부에만 머문다면 정치적 사업이나 지역 나눠주기 예산으로 변질될 위험이 있다. 정권이 바뀌어도 원칙이 유지되는 구조가 필요하다. 미래대응기금은 본질적으로 10년, 20년을 내다보는 재정장치다. 특정 정부의 국정과제나 공약사업을 지원하는 계정이 돼서는 곤란하다. 어느 정부가 들어서더라도 기술과 시장성, 국가 경쟁력이라는 동일한 기준이 흔들리지 않아야 기금이 신뢰를 유지한다. 반도체 호황으로 벌어들인 세수를 미래에 재투자한다는 발상 자체는 나쁘지 않다. 오히려 저출생과 생산성 하락, 잠재성장률 둔화에 직면한 한국경제에는 이런 장기 투자가 필요하다. 재정도 단기 경기 대응을 넘어 성장의 토대를 만드는 역할을 해야 한다. 다만 좋은 목적이 좋은 제도를 자동으로 보장하지는 않는다. 100조원 규모의 기금을 만들면서 통제장치가 약하다면 미래투자보다 재정 낭비의 통로가 될 위험이 더 크다. 반대로 국회 통제와 성과 평가, 재정준칙을 지나치게 경직되게 설계하면 정부가 강조하는 신속한 미래투자의 장점이 사라질 수도 있다. 결국 필요한 것은 유연성과 통제의 균형이다. 정부가 신속하게 미래 산업에 투자할 수 있는 길은 열어주되 큰 돈이 움직일 때는 국회의 감시와 국민의 검증을 반드시 거치도록 해야 한다. 미래대응기금은 이름 그대로 미래를 위한 돈이어야 한다. 정부가 쓰기 편한 돈이 돼선 안 된다. 반도체 호황이 가져온 세수를 청년과 AI, 지역과 인재에 투자하겠다면 그만큼 더 엄격한 회계와 평가, 국회 통제를 받아야 한다. 미래를 위한 100조원이 정부의 쌈짓돈이 되지 않도록 만드는 것이 기금 조성보다 먼저 해야 할 일이다.
2026-08-24 12:0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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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 "전 국토 효율 활용"…부동산 범죄 엄단 예고
[경제일보] 이재명 대통령이 취임 1주년 기자회견에서 국토 활용과 부동산 시장 질서 확립을 집권 2년 차 주요 과제로 제시했다. 대규모 투자 프로젝트와 반도체 초과 세수 활용 방침을 밝히면서 향후 지역 개발과 주택 공급, 부동산 시장 안정 정책에도 적지 않은 영향이 예상된다. 이 대통령은 8일 오전 10시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취임 1주년 기자회견 모두발언에서 “세계에서 전 국토를 가장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나라”를 국가 비전 중 하나로 제시했다. 산업 대전환과 지역 소멸, 양극화 문제를 함께 언급하며 성장의 과실이 특정 기업과 특정 지역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는 점도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공동체 전체의 역량으로 일군 성과와 기회가 중소 벤처기업에까지 흐르고 우리 국토, 모든 분야에 골고루 퍼져 모든 국민이 삶 속에서 체감할 수 있는 변화로 이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건설부동산 업계에서는 이 발언을 향후 국토 균형발전과 지역 거점 개발, 산업 기반 확충 정책으로 이어질 수 있는 대목으로 보고 있다. 반도체와 AI 등 첨단산업 투자가 특정 지역에 집중될 경우 주거 수요와 교통망, 산업단지 배후도시 조성 문제가 함께 부각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 대통령은 조만간 ‘성장 전략의 대전환’을 이뤄낼 대규모 투자 프로젝트를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구체적인 내용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지만 첨단산업 투자와 지역 개발, 국토 활용 전략이 맞물릴 가능성이 크다. 대규모 산업 투자는 도로와 철도, 전력망, 용수, 주거단지 등 기반시설 수요를 동반한다. 건설업계가 이번 발표를 주목하는 이유다. 특히 이 대통령이 반도체로 인한 초과 세수를 가장 효과적으로 활용할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힌 점도 주목된다. 반도체 산업은 경기 남부권을 중심으로 대규모 산업벨트와 배후 주거지 수요를 만들어내고 있다. 초과 세수가 산업 기반시설이나 지역 인프라 확충에 투입될 경우 건설·부동산 시장에도 파급효과가 예상된다. 부동산 시장 질서에 대한 강한 메시지도 나왔다. 이 대통령은 “규칙을 어기면 이득을 보고 반칙과 편법으로 성공하는 나라에서 어떤 혁신과 도전을 기대할 수 있겠느냐”며 “시장 질서를 교란하는 주가조작, 부동산 범죄 등 민생범죄는 철저히 엄단하겠다”고 말했다. 이는 부동산 투기와 허위 거래, 시세 조작, 불법 전매, 전세사기 등 시장 신뢰를 훼손하는 행위에 대한 단속 강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정부가 주택 공급 확대와 시장 안정 정책을 병행하더라도 불법·편법 거래가 방치되면 정책 효과가 떨어질 수 있다는 판단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건설부동산 시장에서는 공급 확대와 시장 질서 확립이 동시에 추진될 가능성이 커졌다. 대규모 투자 프로젝트가 산업 거점 조성과 기반시설 확충으로 이어질 경우 건설업계에는 새로운 사업 기회가 될 수 있다. 반면 부동산 범죄 엄단 기조가 강화되면 분양시장과 정비사업, 임대차 시장 전반에서 거래 투명성 요구가 높아질 전망이다. 이 대통령은 국정운영의 기준을 “국민의 삶”이라고 강조했다. 부동산은 국민 생활과 가장 밀접한 민생 영역이다. 주거비 부담과 지역 불균형, 산업단지 배후 주거 수요, 부동산 범죄 피해가 모두 국민 삶과 연결돼 있다. 취임 1주년 기자회견에서 나온 국토 활용과 부동산 시장 질서 메시지가 향후 구체적인 정책으로 어떻게 이어질지가 관건이다. 업계에서는 향후 공개될 대규모 투자 프로젝트의 세부 내용에 따라 건설부동산 시장의 관심이 지역별로 갈릴 것으로 보고 있다. 첨단산업 거점과 교통망 확충, 배후 주거지 조성 계획이 포함될 경우 관련 지역의 개발 기대감이 커질 수 있다. 다만 부동산 범죄 엄단 기조가 함께 제시된 만큼 투기적 수요에 대해서는 강한 관리가 뒤따를 가능성이 높다. 결국 이 대통령의 취임 1주년 부동산 메시지는 국토 활용과 시장 질서라는 두 축으로 요약된다. 산업 성장을 전국으로 확산시키기 위한 공간 전략을 마련하되 부동산 시장의 반칙과 편법은 강하게 차단하겠다는 뜻이다. 대규모 투자 프로젝트와 반도체 초과 세수 활용 방안이 구체화되면 건설부동산 시장도 정책 변화의 직접적인 영향권에 들어설 전망이다.
2026-06-08 10:4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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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신기루 세수', 미래 산업의 초석으로만 써야 한다…경제일보 국회 정책 간담회서 다수 의견
[경제일보] 반도체 경기 회복이 한국 재정에 유례없는 숨통을 틔워주고 있다. 인공지능(AI) 확산과 고대역폭메모리(HBM) 수요 폭발, D램 가격 반등이 맞물리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기업의 실적이 수직 상승한 결과다. 이에 따라 정부 세수에도 예상치 못한 거대한 여력이 생기며 이른바 ‘초과세수’ 활용 방안을 둘러싼 논쟁이 뜨겁다. 모처럼 찾아온 재정 여유를 두고 빚을 갚을 것인지, 국민에게 나눌 것인지, 아니면 미래 성장에 투자할 것인지를 둘러싼 백가쟁명식 논의가 이어지고 있다. 27일 본지가 개최한 국회 정책 간담회에서도 노사와 전문가, 정관계 인사들이 머리를 맞대고 초과이익 환류 방안을 놓고 치열한 토론을 벌였다. 이날 논의의 결론은 비교적 분명했다. 이번 초과세수는 단 한 푼도 일회성 소비나 선심성 복지 지출로 소진해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오직 미래 세대의 생존과 국가 성장 잠재력을 확충하는 생산적 투자에 집중해야 한다는 것이 재정 운용의 기본 원칙이자 상식이라는 의견이 다수였다. 무엇보다 이번 반도체 호황은 우리 기업들이 압도적 생산 경쟁력만으로 만들어낸 결과라기보다 글로벌 공급망 재편과 AI 수요 급증에 따른 메모리 가격 상승 효과에 힘입은 측면이 크다. 냉정하게 시장을 돌아보면 위기 신호도 적지 않다. 중국 창신메모리(CXMT)는 D램 시장 점유율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고, 대만과 미국 등 경쟁국 역시 천문학적 설비 투자를 통해 공급 확대에 나서고 있다. 공급 물량이 본격적으로 늘어나는 순간 현재의 가격 상승세는 언제든 꺾일 수 있다. 메모리 반도체 산업은 대표적인 사이클 산업이다. 호황기에 늘어난 세수를 영구적 구조 세입으로 착각해 현금성 지원이나 포퓰리즘 재원으로 활용한다면, 업황이 꺾이는 순간 재정 부담은 고스란히 미래 세대에 전가될 수밖에 없다. 물론 AI와 첨단 산업 중심 성장 과정에서 나타나는 ‘K자형 양극화’를 외면하자는 뜻은 아니다. 고소득층과 첨단 산업 종사자만 혜택을 누리고 임시·일용직과 자영업자들이 소외되는 현실 역시 분명한 과제다. 다만 전 국민 대상 현금 살포나 단기 소비 지원은 재정 효율성만 떨어뜨릴 가능성이 크다. 지원이 필요하다면 실제 충격을 받은 취약계층에 한정한 선별적·집중적 복지가 보다 현실적이다. 일각에서 제기되는 기업 초과이익의 기계적 분배론이나 단순 국채 상환 중심 접근 역시 한계가 있다. 지금 한국 경제에 가장 시급한 과제는 미래 성장동력을 확보하는 일이다. 한국의 잠재성장률은 이미 2% 아래로 하락하고 있으며 저성장 구조가 고착화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초과세수를 단순 소비로 소진하는 것은 미래 세대의 자산을 현재 세대가 앞당겨 사용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AI 시대를 선도하기 위해서는 반도체 생산시설뿐 아니라 첨단 패키징, 전력망 구축, 데이터센터 인프라, 핵심 인재 양성, 소부장(소재·부품·장비) 경쟁력 강화 등에 국가적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 더 나아가 AI와 로봇, 바이오, 미래 모빌리티 등 차세대 산업 생태계를 키우는 전략적 투자도 병행돼야 한다. 특히 특정 산업에 전체 수출의 30% 이상을 의존하는 현재의 구조는 한국 경제의 가장 큰 취약점 가운데 하나다. 이번 반도체 초과세수는 단순한 ‘공돈’이 아니다. 다음 산업 패권 경쟁에 대비하기 위한 마지막 전략 자산에 가깝다. 정치권 역시 이 재원을 선거용 현금성 정책이나 단기 인기 영합 수단으로 활용하려는 유혹에서 벗어나야 한다. 국가 재정은 경기가 좋을 때 미래를 위해 축적하고, 위기 때 사용하는 것이 원칙이다. 반도체 호황으로 얻은 초과세수는 미래 산업 경쟁력을 위한 종잣돈으로 남겨야 한다. 그것이 다음 불황을 견디고 대한민국 경제의 지속 가능한 성장 기반을 지키는 길이다.
2026-05-28 08: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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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포럼 2026, 김광석 연구실장 "반도체 초과세수 계속 이어가야"
[경제일보] “가장 중요한 것은 이번 초과세수가 계속 달성되는 내년, 내후년을 맞이해야 한다” 27일 김광석 한양대학교 겸임교수 겸 한국경제산업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서울 여의도 국회본관에서 열린 ‘경제일보 정책 간담회 2026’에서 삼성전자 노사 갈등과 반도체 호황을 둘러싼 구조적 문제를 이렇게 진단했다. 이날 김 실장은 ‘100조 반도체 초과세수 갚을까, 나눌까, 투자할까?’를 주제로 발표를 진행했다. 김광석 실장은 최근 AI 메모리와 고대역폭 메모리(HBM) 수요 확대에 힘입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사상 최대 수준 실적을 기록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그는 현재의 반도체 호황이 영구적으로 지속될 수 없다는 점도 강조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실적 개선이 출하량 증가보다 메모리 가격 상승에 크게 영향을 받고 있다는 것이다. 김 실장은 “삼성전자의 영업이익 확대는 시장 가격 상승 영향이 크다”며 “반도체 가격이 하락하기 시작하면 현재 수준의 초과이익이 계속 유지된다고 보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특히 글로벌 경쟁 심화도 주요 변수로 지목됐다. 그는 미국 마이크론과 중국 CXMT(창신메모리), 대만 업체들이 대규모 투자에 나서고 있으며 미국 역시 반도체 공급망 내재화를 추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AI 반도체와 메모리 시장 경쟁이 심화되는 가운데 한국 반도체 산업의 기술 초격차 유지가 핵심 과제가 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김 실장은 “반도체는 우리나라 전체 수출의 약 24%를 차지하고 있으며 올해 1분기 들어서 그마저도 36%로 급증했다”며 “자동차와 디스플레이, 이차전지, 바이오헬스 등 반도체가 들어가지 않는 품목이 없다”라고 진단했다. 이날 발표에서는 반도체 호황으로 발생한 초과세수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에 대한 정책 방향도 주요 화두로 제시됐다. 김 실장은 초과세수 활용 방안을 크게 △재정 건전성을 위한 국가채무 상환 △양극화 완화를 위한 분배 △미래 산업 투자를 위한 재원 확보 등 세 가지 축으로 나눠 설명했다. 우선 그는 한국 재정 상황에 대해 우려를 나타냈다. 기획예산처 자료에 따르면 한국은 8년 연속 적자재정이 이어지고 있으며 ‘정부 재정운용계획’상 오는 2029년까지도 적자 기조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는 것이다. 국가채무 역시 올해 처음으로 국내총생산(GDP) 대비 50%를 넘어설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김 실장은 “인구 구조 변화를 고려해 재정 건전성을 조금 더 신중하게 고려할 필요가 있다”며 “초과세수의 10~20%는 재정 건전성 확보와 국채 상환에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동시에 그는 심화되는 양극화 문제 역시 외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반도체와 AI 중심 산업 호황이 일부 대기업과 자산 보유층에 집중되면서 산업·자산·소득 양극화가 확대되고 있다는 것이다. 김 실장은 “5분위 고소득층은 소득 증가율이 5.9%로 치솟고 있지만 저소득층은 절대적인 소득 규모가 줄어들고 있다”며 “어려워지고 있는 취약계층이나 저소득층에 대한 안전판을 마련하는 것도 고민의 대상일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그는 가장 중요한 방향으로 미래 투자 필요성을 강조했다. 한국 경제가 저성장 구조에 진입한 상황에서 노동 투입 감소를 보완하기 위해서는 생산성과 자본 투자를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특히 AI 데이터센터 확대와 AI 반도체 시장 성장에 대응하기 위한 시스템 반도체 투자와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 인재 양성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삼성전자가 메모리 분야에서는 높은 수익성을 기록하고 있지만 시스템반도체와 파운드리 분야에서는 여전히 경쟁력 확보가 과제로 남아 있다는 분석도 내놨다. 김 실장은 “기술 산업에서 미래에도 영업이익을 계속 유지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기술 초격차를 유지해야만 한다”며 “열매를 걷었다면 내일 농사를 위한, 내년 농사를 위한 씨앗은 남겨둬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초과세수를 어떻게 써야 한다는 것에 정답은 없다”며 “대화합, 대타협의 과정을 거쳐 이 숙제(초과세수)를 해결하는 논리를 마련할 때”라고 전했다. [아주경제 2026년 05월 21일자 13면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2026-05-28 07:5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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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포럼 2026, 삼성 반도체 초과이익 활용 공방…"미래 투자·사회 환류 함께 가야"
[경제일보] 반도체 슈퍼사이클로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의 실적과 초과세수가 동시에 확대되는 가운데 초과이익 배분 문제를 둘러싼 논쟁도 커지고 있다. 단순 임금·성과급 갈등을 넘어 국가 지원과 사회적 기반 위에서 성장한 반도체 산업의 이익을 어디에, 어떤 방식으로 환류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가 본격화되는 분위기다. 재정 건전성과 미래 산업 투자, 사회적 환류 사이에서 새로운 분배 원칙과 국가 차원의 중장기 전략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경제일보는 2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관 2식당에서 ‘삼성전자 노사 사태, 지금부터 시작이다’를 주제로 ‘경제일보 정책 간담회 2026’을 개최했다. 이번 간담회는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의 임금·성과급 갈등을 단순 노사 문제로 보지 않고 초과수익 분배와 미래 투자, 재정 운용 원칙 등을 함께 논의하는 자리로 마련됐다. 반도체 호황 국면에서 발생한 초과이익을 노동자와 주주, 미래 투자, 사회적 책임 사이에서 어떤 기준으로 배분할 것인지가 핵심 의제로 제시됐다. 조정식 국회의장 후보자는 축사를 통해 “유례없는 반도체 기업들의 초과수익에 대한 밀도 있는 사회적 논의의 장이 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서영교 국회 법제사법위원장과 천하람 개혁신당 원내대표도 정책 간담회의 성공적인 개최를 바라는 축하 메시지를 전해왔다. 양규현 경제일보 사장은 개회사에서 “기업이 기록적인 성과를 냈을 때 그 결실을 어떻게 나눌 것인가에 대한 고민은 이제 삼성전자만의 문제가 아니다”며 “노동의 기여와 자본의 책임, 미래 투자와 사회적 신뢰 사이에서 어떤 균형점을 찾을 것인지 대한민국 산업 생태계 전체가 함께 고민해야 할 과제가 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노사 간 불신과 갈등이 장기화될 경우 기업 경쟁력은 물론 국가 경제에도 부담이 될 수 있다”며 “오늘 간담회가 지속 가능한 성장과 상생의 해법을 찾는 생산적 논의의 장이 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이날 첫 발표를 맡은 김광석 한양대 겸임교수는 반도체 호황으로 늘어난 초과세수 활용 방향을 ‘갚을까·나눌까·투자할까’라는 세 가지 관점으로 설명했다. 이어 발표에 나선 정운영 금융과행복네트워크 이사장은 초과세수를 단순 재정 여유가 아닌 ‘미래세대까지 이어지는 국가 전략 자산’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운영 이사장은 “반도체 호황으로 발생한 세수는 구조적으로 지속되는 고정 수입이 아니라 경기순환적 성격이 강한 자금”이라며 “일회성 현금 지원이나 단기 소비성 지출로 소진하기보다 미래 수익과 사회적 편익을 반복적으로 만들어낼 수 있는 구조로 활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영국처럼 단기 재정 지출로 흘려보낼 것인지, 노르웨이처럼 국부펀드로 축적할 것인지, 알래스카처럼 남기면서 국민과 나눌 것인지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설명했다. 정 이사장은 “반도체 호황의 과실을 다시 AI와 첨단 산업 경쟁력 강화에 재투자하는 선순환 구조가 필요하다”며 “청년과 소상공인 대상 금융 지원, 디지털 교육, 지역 혁신 펀드와 통합돌봄 체계 구축 등 사회 안전망 강화에도 함께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미래 산업 경쟁력과 사회 통합을 동시에 고려하는 구조적 국민환원 체계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손윤 세무법인오늘 대표이사는 삼성전자 노사 갈등을 단순 임금·성과급 문제를 넘어 초과 이익 배분 구조 차원에서 바라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손윤 대표는 “반도체 산업은 세제와 금융, 연구개발, 산업 인프라 등 국가적 지원과 사회적 기반 위에서 성장한 산업”이라며 “초과 이익 역시 기업 내부를 넘어 사회적 환류 관점에서 논의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국가와 노동, 주주 간 균형 있는 배분 구조를 고민해야 한다”며 초과 이익의 3분의 1은 사회적 환류, 3분의 1은 노동자 성과 보상, 나머지 3분의 1은 주주 배당에 활용하는 ‘1대1대1 구조’를 제안했다. 손 대표는 초과 세수를 단순 국채 상환에 우선 투입하는 방식에 대해서도 신중론을 제기했다. 그는 “국가채무 비율만을 기준으로 접근하기보다 미래 산업 경쟁력과 국가 성장 역량을 강화할 수 있는 자산 투자 관점이 필요하다”며 “미래 수익을 만들어내는 자산을 축적하는 것 역시 재정건전성의 중요한 축”이라고 말했다. [아주경제 2026년 05월 28일자 13면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2026-05-28 07:4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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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초과세수, '나눠 쓰기'보다 '국가 재투자'가 먼저다
[경제일보] 반도체 경기 회복이 한국 재정의 새 변수가 됐다. 인공지능(AI) 확산, 고대역폭메모리(HBM) 수요 증가, D램 가격 반등이 맞물리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중심으로 기업 실적이 빠르게 개선되고 있다. 그 결과 정부 세수에도 예상 밖의 여력이 생기고 있다. 문제는 이 돈을 어디에 쓰느냐다. 빚을 갚을 것인가, 국민에게 나눌 것인가, 아니면 미래 성장에 투자할 것인가. 김광석 한국경제산업연구원 경제연구실장(한양대 겸임교수)은 27일 발표자료 ‘100조 반도체 초과세수, 갚을까, 나눌까, 투자할까?’에서 초과세수 활용의 세 갈래 선택지를 제시했다. 핵심은 단순하다. 반도체 호황으로 생긴 재정 여력을 일회성 소비로 소진할 것이 아니라, 국가채무 관리와 미래 산업 투자에 우선 배분해야 한다는 것이다. 초과세수, 갚을까 나눌까 투자할까 이번 논의가 중요한 이유는 초과세수의 성격 때문이다. 세수가 늘어난 것은 반가운 일이다. 그러나 그것이 구조적 세입 증가인지, 특정 산업 호황에 따른 일시적 수입인지는 엄격히 구분해야 한다. 반도체는 한국 경제의 핵심 산업이지만 동시에 경기 변동성이 큰 산업이다. 호황기에 늘어난 세수를 항구적 복지 지출이나 반복성 현금 지원의 재원으로 삼으면, 불황기가 왔을 때 재정은 다시 적자로 돌아설 수밖에 없다. 김 실장의 발표자료는 이 지점을 분명히 짚는다. 2019년 이후 한국 재정은 적자 흐름을 이어왔다. 발표자료에 따르면 총수입과 총지출은 2019년 이후 지속적으로 벌어졌고, 2026년에도 총지출이 총수입을 웃도는 구조가 이어지는 것으로 제시됐다. 국가채무도 빠르게 늘어 2026년 전망 기준 1415조원, 2027년 전망 기준 1533조원으로 증가하는 흐름이 나타났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도 2027년 56.6%까지 오르는 것으로 제시됐다. 초과세수, 갚을까 나눌까 투자할까 이는 초과세수를 단순한 ‘쓸 돈’으로 볼 수 없는 이유다. 재정은 경기 좋을 때 고삐를 죄고, 경기 나쁠 때 버팀목이 돼야 한다. 호황기에 생긴 여력을 정치적 인기 지출로 먼저 쓰면 정작 위기 때 쓸 탄약이 줄어든다. 중도보수적 재정 운용의 기본은 여기에 있다. 국가는 벌 때 아껴야 하고, 빚이 늘었을 때는 갚을 기회를 놓치지 말아야 한다. 물론 분배의 필요성을 외면할 수는 없다. 발표자료는 경기 회복이 모든 계층에 균등하게 돌아가지 않는 현실도 함께 제시했다. 이른바 ‘K자형 회복’이다. 고소득층과 디지털 기업은 회복의 상단에 있지만, 임시·일용근로자와 자영업자, 전통 기업은 회복의 하단에 놓일 수 있다는 문제의식이다. 통계청 가계동향조사 자료를 활용한 발표자료에서는 2024년 1분기부터 2025년 1분기까지 소득 1분위의 처분가능소득이 3.6% 감소한 반면, 4분위와 5분위는 각각 5.6%, 5.9% 증가한 것으로 제시됐다. 초과세수, 갚을까 나눌까 투자할까 따라서 분배 자체가 잘못된 것은 아니다. 문제는 방식이다. 재정 여력이 생겼다는 이유만으로 전 국민 현금성 지원이나 단기 소비 진작책을 반복하는 것은 재정 원칙에 맞지 않는다. 지원이 필요하다면 취약계층, 저소득 근로자, 한계 자영업자처럼 실제 충격이 집중된 계층에 한정해야 한다. 넓고 얕은 지원보다 좁고 두터운 지원이 재정 효율에도 맞고, 시장 질서에도 덜 해롭다. 더 중요한 선택지는 투자다. 한국 경제는 이미 저성장의 문턱을 넘었다. 발표자료는 한국의 잠재성장률이 장기적으로 하락해 왔고, 노동·자본·총요소생산성의 기여도도 과거보다 낮아졌다는 점을 제시한다. 한국은행 자료를 인용한 발표자료에 따르면 잠재성장률은 2001∼2005년 5.1%에서 20162020년 2.5% 수준으로 낮아졌다. 성장잠재력이 떨어지는 상황에서 초과세수를 단순 소비로 쓰는 것은 미래 세대의 몫을 현재 세대가 앞당겨 쓰는 일에 가깝다. 초과세수, 갚을까 나눌까 투자할까 반도체 호황도 영원하지 않다. 발표자료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영업이익은 최근 큰 폭으로 개선되는 흐름을 보였고, DDR4·DDR5 가격도 급등세를 나타냈다. 그러나 메모리 반도체는 대표적인 사이클 산업이다. 가격이 오를 때는 세수가 늘지만, 가격이 꺾이면 기업 이익과 법인세 수입도 함께 줄어든다. 특정 시점의 초과세수를 영구 재원처럼 취급하는 것은 위험하다. 경쟁국의 추격도 만만치 않다. 발표자료는 세계 D램 시장에서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뿐 아니라 중국 창신메모리(CXMT)의 점유율 확대 흐름을 제시했다. 2024년 1분기 1% 수준으로 표시된 CXMT 점유율은 2025년 4분기 4%까지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아직 격차는 크지만, 중국의 추격은 가격 경쟁과 공급망 재편을 통해 한국 기업의 수익성을 압박할 수 있다. 갚을까 나눌까 투자할까 이런 상황에서 초과세수의 최우선 사용처는 분명해진다. 첫째, 국가채무 관리다. 최소한 일정 비율은 채무 상환이나 적자 보전에 자동 배분하는 재정준칙이 필요하다. 둘째, 미래 산업 투자다. AI 반도체, 첨단 패키징, 전력망, 데이터센터, 인재 양성, 소부장 국산화, 국가전략기술 연구개발에 집중해야 한다. 셋째, 취약계층에 대한 선별 지원이다. 이 순서가 바뀌면 재정은 느슨해지고 산업 정책은 흔들린다. 발표자료가 제시한 세계 데이터센터 수요 전망도 이를 뒷받침한다. 맥킨지 자료를 인용한 발표자료에 따르면 세계 데이터센터 수요는 2025년부터 2030년까지 빠르게 증가하고, 특히 AI 워크로드 수요가 큰 폭으로 확대될 것으로 제시됐다. AI 시대의 핵심 인프라는 반도체, 전력, 냉각, 데이터센터, 네트워크다. 한국이 이 흐름을 산업 경쟁력으로 연결하려면 세수 증가분을 소비가 아니라 생산성 향상에 투입해야 한다. 초과세수, 갚을까 나눌까 투자할까 반도체가 한국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이미 절대적이다. 발표자료에 따르면 한국 수출에서 반도체가 차지하는 비중은 2026년 1분기 36.1%까지 높아진 것으로 제시됐다. 주요 품목별 수출에서도 반도체는 자동차, 일반기계, 석유제품 등을 크게 앞서는 핵심 품목으로 나타났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시가총액 비중 역시 국내 증시에서 막대한 비중을 차지한다. 이는 반도체가 흔들리면 수출, 세수, 증시, 고용, 환율까지 함께 흔들릴 수 있다는 뜻이다. 초과세수, 갚을까 나눌까 투자할까 그러나 국가경제가 특정 산업에 과도하게 의존하는 구조는 장점이자 약점이다. 반도체 호황은 성장의 기회지만, 동시에 편중의 위험을 키운다. 초과세수는 이 위험을 줄이는 데 써야 한다. 반도체 초과세수로 반도체만 더 키우자는 의미가 아니다. 반도체를 기반으로 AI, 로봇, 방산, 바이오, 에너지, 미래 모빌리티 등 다음 성장 축을 넓히는 데 써야 한다는 뜻이다. 정치권은 초과세수를 ‘누가 더 많이 나눠줄 것인가’의 경쟁으로 끌고 가기 쉽다. 그러나 재정은 선거의 도구가 아니라 국가 운영의 기초다. 지금 필요한 것은 인기 있는 지출이 아니라 오래 버티는 지출이다. 국민에게 돈을 돌려주는 방식도 필요할 수 있지만, 그것은 재정건전성 회복과 성장잠재력 확충이라는 큰 원칙 안에서 제한적으로 검토돼야 한다. 반도체 호황은 한국 경제에 찾아온 귀한 기회다. 하지만 기회는 관리하지 않으면 금세 비용으로 바뀐다. 초과세수를 모두 써버리는 국가는 다음 불황에 빚으로 버틴다. 초과세수를 빚 갚기와 미래 투자에 배분하는 국가는 다음 호황의 체력을 만든다. 결론은 분명하다. 반도체 초과세수는 ‘공돈’이 아니다. 국민 경제가 특정 산업의 위험을 떠안고 얻은 성과다. 따라서 그 쓰임도 신중해야 한다. 먼저 갚고, 필요한 곳에 선별적으로 나누며, 남은 힘은 미래 성장에 투자해야 한다. 그것이 재정의 상식이고, 산업국가 한국이 선택해야 할 책임 있는 길이다.
2026-05-27 22:4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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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초과수익, '나눠 쓰기'보다 '나라의 성장판'에 먼저 써야
[경제일보] AI 반도체 호황이 한국 경제의 새 숙제를 던지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중심으로 메모리 반도체 가격이 뛰고, 수출과 기업 이익이 늘면서 법인세 등 초과세수 기대도 커지고 있다. 김광석 한양대 겸임교수가 27일 경제일보 주최 국회정책간담회에서 던진 질문도 이 지점이다. “100조 반도체 초과세수, 갚을까, 나눌까, 투자할까.” 자료는 국가채무 증가, 소득분배 악화, 잠재성장률 하락, 중국 등 경쟁국 추격, 데이터센터 수요 확대를 함께 제시하며 재정 운용의 우선순위를 묻고 있다. 논쟁은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의 발언으로 더 커졌다. 김 실장은 안공지능(AI) 인프라 시대의 과실이 특정 기업만의 결과가 아니라며, 반도체 호황이 역대급 초과세수로 이어질 경우 국민배당금 방식의 환원도 검토할 수 있다는 취지의 주장을 내놨다. 김 실장은 특히 과거 반도체 호황기의 초과세수가 사전에 설계된 원칙 없이 소진됐다며, 이번에는 제도적 설계가 필요하다고 했다. 문제 제기는 의미가 있다. AI 반도체 호황은 개별 기업의 기술력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국가가 깔아온 전력망, 교육, 연구개발 인프라, 세제 지원, 산업단지, 외교·통상 전략이 모두 얽혀 있다. 산업의 과실이 사회 전체의 기반 위에서 생겼다면, 그 일부가 사회로 되돌아가야 한다는 주장은 완전히 배척할 수 없다. 더구나 반도체 호황이 자산시장과 고소득층에 먼저 전달되고, 저소득층과 자영업자에게는 늦게 닿는다면 국민경제의 체감 회복은 더딜 수밖에 없다. 그러나 결론이 곧바로 ‘현금 배당’이어서는 안 된다. 초과세수는 영구 재원이 아니다. 반도체는 구조적 성장 산업이지만 동시에 가격 사이클이 큰 산업이다. 호황기에 들어온 세수를 반복 지출의 재원으로 삼으면, 불황기에는 국채 발행과 증세 논의가 뒤따른다. 재정은 인기의 장부가 아니라 국가의 안전판이다. ‘생긴 김에 나눠주자’는 방식은 정치적으로 쉽지만 경제적으로는 위험하다. 삼성전자 노사의 임금협상 잠정합의안이 노조 투표에서 찬성률 73.7%로 가결된 것도 중요한 신호다. 전체 의결권자 6만5593명 가운데 6만2616명이 투표해 투표율은 95.5%에 달했다. 반도체 초과수익의 1차 분배는 기업 내부에서도 이미 진행되고 있다. 임금, 성과급, 협력사 단가, 연구개발 투자, 주주환원은 모두 초과수익을 배분하는 통로다. 정부가 할 일은 이를 정치 구호로 끌고 가는 것이 아니라, 기업의 투자 의욕을 꺾지 않으면서 사회적 수용성을 높이는 원칙을 세우는 일이다. 우선순위는 분명해야 한다. 첫째, 초과세수의 일정 부분은 국가채무와 미래 의무지출 관리에 써야 한다. 저출산·고령화로 연금, 건강보험, 장기요양, 기초연금 지출은 빠르게 늘 수밖에 없다. 지금의 호황은 미래 세대에게 넘길 빚을 줄일 드문 기회다. 둘째, 더 큰 몫은 반도체 생태계의 재투자에 배정해야 한다. 전력망, 용수, 송전선, 첨단 패키징, 소재·부품·장비, AI 데이터센터, 전문 인력 양성에 돈을 넣어야 한다. 한국 반도체가 벌어들인 세수를 단기 소비로 흩뿌리면 한 번의 온기에서 끝난다. 그러나 생산 기반과 인재에 투자하면 다음 세대의 세수로 돌아온다. 셋째, 국민 환원은 보편 현금 지급보다 ‘목적 있는 배당’이어야 한다. 취약계층 에너지 비용, 직업 전환 교육, 청년 과학기술 장학금, 지역 산업 전환기금처럼 생산성과 안전망을 동시에 높이는 방식이 바람직하다. 국민에게 돌려준다는 명분이 필요하다면, 소비 진작용 현금보다 미래 역량을 키우는 사회적 배당이 맞다. 넷째, 기업에 대한 추가 부담 논의는 극도로 신중해야 한다. 초과이윤을 겨냥한 별도 과세는 투자 결정을 지연시키고 글로벌 경쟁에서 불리한 신호를 줄 수 있다. 미국, 대만, 일본, 중국이 반도체 공급망을 국가 전략으로 밀어붙이는 상황에서 한국만 기업 이익을 정치적 배분 대상으로 먼저 규정하면 자본과 인재는 더 예측 가능한 곳으로 움직인다. 초과세수 활용과 기업 초과이윤 과세는 다른 문제다. 둘을 혼동해서는 안 된다. 동양 고전 <논어> 헌문편에는 “이익을 보면 의로움을 생각하라”는 말이 있다. 견리사의(見利思義)다. 지금 한국 경제 앞에 놓인 반도체 호황이 바로 그런 시험대다. 이익을 보되, 의로움을 생각해야 한다. 다만 그 의로움은 당장의 박수갈채가 아니라 지속 가능한 번영이어야 한다. 반도체 초과수익은 나눌 수 있다. 그러나 먼저 지켜야 한다. 더 크게 키워야 한다. 그리고 오래 가게 만들어야 한다. 초과세수의 원칙은 세 가지면 충분하다. 빚을 줄이고, 성장에 투자하고, 약자를 두텁게 돕는 것이다. 그것이 AI 반도체 시대의 과실을 국민 모두의 미래로 바꾸는 길이다.
2026-05-27 14:5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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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격차 삼성, 노사관계도 초격차가 필요하다
[경제일보] 삼성전자 노사의 잠정합의는 파업을 멈췄다. 그러나 갈등을 끝낸 것은 아니다. 총파업이라는 급한 불은 껐지만, 성과급 제도, 내부 형평성, 주주 반발, 정부 개입 가능성이라는 더 큰 과제가 남았다. 삼성전자 노사는 총파업을 앞두고 2026년 임금협상 잠정합의안을 마련했다. 기준인상률 4.1%, 성과인상률 평균 2.1%, DS부문 특별경영성과급 신설, 복지 개선 등이 합의안의 주요 내용이다. 노조는 총파업을 유보하고 조합원 찬반투표 절차에 들어갔다. 이번 합의는 분명한 성과가 있다. 우선 생산 차질 우려를 줄였다. 반도체 공급망 불안을 완화했다. 정부의 긴급조정권 발동이라는 극단적 충돌도 피했다. 노사는 법적 강제보다 자율교섭을 통해 접점을 찾았다. 하지만 합의의 내구성은 아직 검증되지 않았다. 첫 번째 변수는 조합원 투표다. 잠정합의안이 가결되면 파업 위기는 공식적으로 봉합된다. 반대로 부결될 경우 삼성전자 노사관계는 다시 불확실성에 빠질 수 있다. 두 번째 변수는 내부 형평성이다. DS부문 특별경영성과급은 AI 반도체 호황의 과실을 반영한 조치다. 그러나 메모리와 파운드리, 반도체와 비반도체 사이의 실적 차이가 보상 격차로 이어질 경우 상대적 박탈감은 커질 수 있다. 실제 이번 합의가 파업을 피한 성과에도 불구하고 비메모리 부문 직원과 일부 주주 사이의 불만이 흘러나오고 있다. 세 번째 변수는 주주 반발이다. 삼성전자 일부 주주 그룹은 잠정합의안의 위법 가능성을 주장하며, 조합원 승인 시 가처분 신청을 제기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성과급을 자사주 중심으로 지급하는 방식은 현금 부담을 줄이는 효과가 있지만, 주주가치와 이사회 권한, 주주 승인 필요성 논란을 동시에 불러올 수 있다. 삼성전자가 여기서 배워야 할 것은 분명하다. 노사관계는 더 이상 비용 관리의 문제가 아니다. 인재 전략이고, 투자 전략이며, 지배구조의 문제다. AI 반도체 시대에는 기술 초격차만으로 부족하다. 핵심 인재를 지키는 보상 체계, 구성원이 납득하는 성과 배분 기준, 주주가 수용할 수 있는 거버넌스가 함께 작동해야 한다. 삼성전자는 오랫동안 ‘관리의 삼성’, ‘기술의 삼성’으로 불렸다. 이제는 ‘교섭의 삼성’이 되어야 한다. 무노조 경영의 시대가 끝난 뒤 삼성은 노조를 예외적 변수로 볼 것인지, 아니면 조직 내부의 위험 신호를 제도권 안에서 흡수하는 파트너로 볼 것인지 선택해야 한다. 노조도 책임을 피할 수 없다. 삼성전자는 한국 경제의 핵심 기업이고, 반도체는 국가 기간산업이다. 노조의 요구가 정당성을 얻으려면 산업 전체에 미칠 파급력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 보상 요구는 가능하지만, 그 요구는 지속 가능한 원칙과 연결돼야 한다. 이번 사태는 정부에도 숙제를 남겼다. 긴급조정권은 법적으로 가능한 카드지만, 노동권을 제한하는 매우 무거운 수단이다. 노동조합법상 긴급조정이 공표되면 쟁의행위는 즉시 중지되고 30일간 재개할 수 없다. 이런 제도는 최후의 안전판이어야지, 반복적으로 거론되는 협상 압박 수단이 돼서는 안 된다. 결국 삼성전자 노사 사태의 본질은 초과이익의 배분이다. 반도체 호황이 만든 이익을 직원 보상으로 돌릴 것인가, 미래 투자로 남길 것인가, 주주에게 환원할 것인가, 세수로 흡수해 국가 재정에 쓸 것인가의 문제다. 어느 하나만 정답이 될 수 없다. 균형이 필요하다. 정부의 올해 세입 전망도 이 문제를 뒷받침한다. 추경 과정에서 정부는 초과세수 25조2000억원을 전망했고, 법인세만 14조8000억원 늘어날 것으로 봤다. 반도체 경기 개선에 따른 기업 실적 증가가 주요 배경으로 제시됐다. 호황은 영원하지 않다. 반도체 경기가 꺾이면 초과 세수는 세수 결손으로 바뀔 수 있다. 기업의 초과이익도 마찬가지다. 지금 필요한 것은 더 달라는 구호나 덜 주겠다는 방어가 아니다. 어디에 먼저 쓰고, 무엇을 남길 것인지에 대한 원칙이다. 업계 관계자는 “파업을 막은 합의는 필요조건일 뿐 충분조건이 아니다”라며 “기술의 초격차를 말하는 기업이라면 노사관계에서도 초격차를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이어 “성과를 낸 사람에게 합당하게 보상하되, 조직 전체가 납득할 기준을 세우는 것. 주주가치를 지키되, 핵심 인재의 이탈을 막는 것. 정부 개입 없이도 갈등을 제도 안에서 해결하는 것. 이것이 이번 사태 이후 삼성전자와 한국 경제가 함께 풀어야 할 숙제”라고 했다. 한편, 본지는 이번 사태와 관련해 오는 27일 오후 3시 국회의사당 본관 2식당(귀빈식당)에서 ‘삼성전자 노사 사태, 지금부터 시작이다’를 주제로 ‘경제일보 정책 간담회’를 개최한다. 이번 간담회에서는 반도체 초과이익 배분과 세수 활용 해법을 함께 모색한다. 임금과 성과급, 미래 투자, 주주환원, 사회적 책임 사이에서 한국 대표 기업이 어떤 균형점을 찾아야 하는지 논의하고, 반도체 호황이 만든 세수를 단기 지출에 쓸 것인지, 국가채무와 재정준칙 복원에 활용할 것인지, 미래 성장 투자로 돌릴 것인지도 따져볼 예정이다.
2026-05-26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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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업권 위에 선 국가경제…반도체가 멈추면 정부가 움직인다
[경제일보] 삼성전자 노사 갈등이 총파업 직전까지 치닫자 정부는 긴급조정 가능성을 공개적으로 시사했다. 파업은 잠정합의로 유보됐지만, 이번 사태는 국가 기간산업의 노사갈등에 정부가 어디까지 개입할 수 있는가라는 무거운 질문을 남겼다. 긴급조정은 가벼운 제도가 아니다.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은 쟁의행위가 공익사업에 관한 것이거나 규모와 성질이 특별해 국민경제를 현저히 해하거나 국민의 일상생활을 위태롭게 할 위험이 있을 때 고용노동부 장관이 긴급조정을 결정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긴급조정 결정이 공표되면 관계 당사자는 즉시 쟁의행위를 중지해야 하며, 공표일부터 30일이 지나지 않으면 쟁의행위를 재개할 수 없다. 정부가 삼성전자 파업 위기에서 긴급조정 카드를 거론한 배경은 분명하다. 삼성전자는 단순한 대기업이 아니다.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의 핵심 축이다. 메모리, HBM, 파운드리, 모바일, 디스플레이 생태계와 맞물려 있고, 협력업체와 수출, 금융시장, 세수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 앞서 정부는 지난 17일 삼성전자 파업 위기와 관련해 긴급조정권 발동 가능성을 공식적으로 처음 시사했다. 정부는 중앙노동위원회 사후조정과 노사 대화를 통한 해결을 강조하면서도, 파업이 현실화할 경우 국민경제에 미칠 파장을 우려했다. 이는 삼성전자 파업이 개별 사업장 차원을 넘어 국가 산업과 글로벌 공급망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판단이 반영된 것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긴급조정은 노동권 제한이라는 반대편의 문제를 동반한다. 헌법이 보장한 단체행동권을 행정권이 일시적으로 멈추게 하는 제도이기 때문이다. 긴급조정권 발동에 대해 노사 자율 원칙과 노동3권을 훼손할 우려가 있는 만큼 최대한 신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업계 전문가는 “정부가 반도체 산업이 국가 경제에 중요하다는 이유만으로 노동권 제한을 쉽게 정당화돼서는 안되지만, 국가 기간산업의 파업이 공급망과 국민경제에 미칠 충격도 외면할 수 없다”며 “정부는 압박자가 아니라 중재자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삼성전자 노사 잠정합의는 결과적으로 긴급조정 발동 없이 이뤄졌다.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 주재의 막판 교섭에서 노사가 합의점을 찾았다는 점은 의미가 있다. 법적 강제보다 자율교섭이 우선돼야 한다는 원칙을 지킨 셈이다. 하지만 ‘막판 타결’이 반복되는 구조는 위험하다. 파업 직전까지 가야 정부가 움직이고, 정부가 움직여야 노사가 접점을 찾는 방식은 지속 가능하지 않다. 국가 기간산업의 노사갈등은 사전에 위험을 감지하고 조정하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 삼성전자 사태가 보여준 것은 한국 경제의 이중 현실이다. 한편으로는 반도체 호황이 기업 실적과 국가 세수를 끌어올리고 있다. 다른 한편으로는 그 초과이익을 둘러싼 배분 갈등이 산업 현장의 불안 요인이 되고 있다. 정부가 올해 추경 과정에서 초과세수 25조2000억원, 법인세 증가분 14조8000억원을 전망한 것도 반도체 경기 개선과 무관하지 않다. 결국 긴급조정 논란의 본질은 ‘파업을 막을 것인가’에만 있지 않다. 반도체 호황이 만든 이익과 부담을 어떻게 나누고, 어떤 원칙으로 노사갈등을 관리할 것인가에 있다. 제도가 늦으면 갈등은 거리로 나오고, 정치가 늦으면 행정권의 강제 카드가 먼저 거론된다. 업계 관계자는 “긴급조정 카드는 꺼내지 않는 것이 가장 좋고, 노사 모두가 예측 가능한 교섭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며 “정부도 사후 압박이 아니라 사전 조정의 역량을 키워야 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한편, 본지는 오는 27일 오후 3시 국회의사당 본관 2식당(귀빈식당)에서 ‘삼성전자 노사 사태, 지금부터 시작이다’를 주제로 ‘경제일보 정책 간담회’를 개최한다. 이번 간담회는 삼성전자 노사갈등을 기업 내부 문제가 아닌 한국 경제의 구조적 의제로 다룰 예정이다. 또한 반도체 초과이익 배분, 성과급 제도, 주주환원, 미래 투자 문제를 포함해 반도체 호황이 만든 초과 세수를 재정준칙 복원과 국가채무 관리, 미래 성장 투자에 어떻게 활용할지 논의한다.
2026-05-25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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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과급이 갈라놓은 삼성의 속살
[경제일보] 성과급은 보상이다. 동시에 조직의 메시지다. 누구의 성과를 인정하고, 어떤 사업을 미래의 중심으로 볼 것인지 회사가 구성원에게 보내는 신호다. 삼성전자 노사 잠정합의가 내부 형평성 논란을 남긴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번 잠정합의의 최대 수혜자는 단연 반도체 DS부문이다. 노사는 DS부문 특별경영성과급을 신설하고, 사업성과의 10.5%를 별도 재원으로 마련하는 데 합의했다. 특별성과급은 부문과 사업부 배분 구조를 거쳐 자사주 방식으로 지급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AI 메모리와 HBM 수요 확대에 따른 실적 개선을 반영한 조치다. 메모리 부문은 글로벌 AI 투자 확대의 직접적인 수혜를 받고 있다. 고대역폭메모리 공급 경쟁에서 앞선 기업일수록 수익성이 빠르게 개선된다. 성과가 있는 곳에 보상이 따라야 한다는 원칙만 놓고 보면 이번 합의는 설득력이 있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하나의 사업부만으로 구성된 회사가 아니다. 메모리, 파운드리, 시스템LSI, DX, 네트워크, 생활가전, 모바일 등 다양한 사업부가 하나의 브랜드와 자본, 인력 시스템 아래 묶여 있다. 특정 부문의 성과급이 크게 높아질수록 다른 부문의 상대적 박탈감은 커질 수밖에 없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합의에 대해 파업을 피한 점은 긍정적이지만, 비메모리 부문 직원과 주주 사이의 불만이 남아 있다”면서, “SK하이닉스와의 보상 비교, 메모리와 비메모리 사이의 실적 차이, 자사주 지급 방식이 복합적으로 얽히며 논란의 여지가 커졌다”고 했다. 삼성전자의 고민은 단순하지 않다. 메모리 부문에 충분히 보상하지 않으면 핵심 인재 이탈을 막기 어렵다. 파운드리와 시스템반도체 부문에 동일한 기준을 적용하면 실적 책임 원칙이 흐려진다. 반대로 사업부별 성과 차이를 지나치게 크게 반영하면 조직 전체의 결속이 흔들릴 수 있다. 성과급은 숫자로 지급되지만, 구성원은 숫자만 보지 않는다. 기준의 공정성을 본다. 왜 이 사업부는 많이 받고, 왜 저 사업부는 적게 받는지 회사가 납득 가능한 설명을 내놓지 못하면 보상은 격려가 아니라 분열의 언어가 된다. 이번 합의안에는 DX부문과 CSS사업팀에 상생협력 차원의 자사주 지급 방안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상대적 박탈감을 줄이기 위한 보완 장치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일회성 보완책만으로는 충분하지 않고, 사업부별 성과급 산식, 공통 기여도 반영 기준, 적자 사업부 보상 원칙, 장기 인센티브 제도를 정교하게 설계될 필요가 있다. 삼성전자가 풀어야 할 숙제는 ‘많이 주느냐, 적게 주느냐’가 아니다. ‘왜 그렇게 주는지’를 구성원이 받아들일 수 있게 만드는 일이다. 글로벌 빅테크 기업의 보상 체계는 단순한 급여 제도가 아니라 인재 전략이다. 삼성전자가 AI 반도체 시대의 핵심 인재를 지키려면, 성과급 체계도 글로벌 수준의 예측 가능성과 투명성을 갖춰야 한다. 그 기준은 회사 내부에만 머물지 않는다. 반도체 호황은 기업 실적을 넘어 국가 세수 회복과도 맞물려 있다. 올해 추경 과정에서 정부는 초과세수 25조2000억원을 전망했고, 이 가운데 법인세 증가분을 14조8000억원으로 봤다. 반도체 경기 개선에 따른 기업 실적 증가가 주요 배경으로 제시됐다. 성과급 논란이 한국 경제의 구조적 의제로 확장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초과이익은 직원 보상, 주주환원, 설비투자, 연구개발, 세수 확충이라는 여러 경로로 흘러간다. 어느 한쪽으로만 기울면 다른 쪽의 불만과 비용이 커진다. 업계 전문가는 “삼성전자의 진짜 과제는 파업을 피하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며 “메모리와 파운드리, 반도체와 비반도체, 직원과 주주, 기업과 국가 사이의 간극을 줄이는 일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성과급은 그 출발점”이라며 “기준이 분명할 때 보상은 갈등이 아니라 경쟁력이 된다”고 덧붙였다. 한편, 본지는 오는 27일 오후 3시 국회의사당 본관 2식당(귀빈식당)에서 ‘삼성전자 노사 사태, 지금부터 시작이다’를 주제로 ‘경제일보 정책 간담회’를 개최한다. 이번 간담회는 삼성전자 내부의 성과급 갈등을 넘어 반도체 초과이익 배분의 원칙을 논의하는 자리다. 임금과 성과급, 미래 투자, 주주환원, 사회적 책임 사이에서 한국의 대표 기업이 어떤 균형점을 찾아야 하는지 집중적으로 모색할 예정이다.
2026-05-24 13: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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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생태계 구축에 나서는 중국 지방정부 : 한국도 반도체 초과세수를 생태계 구축에 활용해야 한다
[경제일보] 중국이 무섭게 변하고 있다. 이제 중국은 더 이상 단순한 ‘세계의 공장’이 아니다. 값싼 노동력으로 글로벌 기업의 하청 생산기지 역할을 하던 시대는 이미 지나가고 있다. 지금 중국 지방정부들이 벌이고 있는 가장 치열한 전쟁은 바로 ‘반도체 생태계 전쟁’이다. 최근 중국 장쑤성 소주(蘇州) 장자강(張家港)에서 열린 한·중 경제무역협력 교류회 현장을 둘러보며 새삼 놀란 것은, 중국 지방도시들의 태도가 과거와 완전히 달라졌다는 점이다. 예전에는 단순히 공장 하나 유치하는 수준이었다면, 이제는 도시 전체가 반도체 산업단지와 첨단 제조업 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해 총력전을 벌이고 있다. 그들은 이미 알고 있다. AI 시대의 패권은 결국 반도체에서 결정된다는 사실을. 특히 중국 지방정부들은 지금 한국의 소부장(소재·부품·장비) 기업들을 사실상 ‘국가 전략 자산’ 수준으로 대우하고 있다. 한국 안에서는 중소기업 취급을 받는 기업들이 중국에 가면 귀빈이 된다. 지방정부 간부들이 직접 공항 영접을 나오고, 세제 혜택과 공장 부지 제공은 기본이며, 연구개발 자금과 인력 지원까지 패키지로 제안한다. 왜 이렇게까지 하는가. 반도체 산업은 이제 단순 제조업이 아니기 때문이다. 하나의 첨단 문명 생태계다. AI 반도체, HBM(고대역폭 메모리), 첨단 패키징, 전력반도체, 차량용 반도체, 산업용 센서, 로봇칩, 양자컴퓨팅까지 미래 산업의 핵심은 모두 반도체와 연결된다. 그리고 반도체 산업의 진짜 경쟁력은 단순히 삼성전자나 TSMC 같은 대기업 하나로 완성되지 않는다. 소재, 화학, 특수가스, 웨이퍼, 정밀가공, 초정밀 부품, 산업용 로봇, 테스트 장비, 패키징, 설계 인력, 대학 연구소, 금융, 물류까지 유기적으로 연결된 거대한 산업 생태계가 있어야 한다. 중국은 지금 바로 그 생태계를 만들고 있다. 중국 지방정부들의 움직임을 보면 놀라울 정도다. 상하이권은 AI 반도체와 설계 생태계 구축에 집중하고 있고, 장쑤성과 저장성은 첨단 제조 및 패키징 분야를 키우고 있다. 광둥성은 화웨이와 BYD를 축으로 차량용 반도체와 AI 기기 생태계를 강화하고 있으며, 쓰촨성과 충칭은 후공정 및 테스트 산업에 공격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속도다. 중국은 중앙정부가 방향을 정하면 지방정부가 곧바로 움직인다. 산업단지 조성, 세금 감면, 금융 지원, 공장 인허가, 연구소 설립, 대학 협력까지 거의 전시 체제 수준으로 밀어붙인다. 지금 중국 지방도시들 사이에서는 “한국 반도체 기업 하나라도 더 유치하라”는 경쟁이 치열하다. 왜냐하면 한국 기업들이 들어오면 그 도시의 산업 수준 자체가 올라가기 때문이다. 기술과 인재, 공급망과 글로벌 네트워크가 함께 들어온다. 중국은 이미 단순 추격 단계를 넘어섰다. 이제는 생태계 전체를 삼키려 한다. 문제는 한국이다. 한국은 세계 최고 수준의 메모리 반도체 강국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세계 시장을 이끌고 있다. HBM 경쟁에서도 앞서 있다. 그러나 정작 국내 산업 구조를 들여다보면 우려되는 부분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대기업은 글로벌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지만, 소부장 중소기업들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 인력난은 심각하고, 지방 산업단지는 비어가고 있으며, 규제와 비용 부담은 계속 커진다. 특히 수도권 집중 현상으로 인해 지역 제조업 생태계가 빠르게 약화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국가 전략의 부재다. 반도체는 이미 국가 안보 산업이 되었는데도 한국은 아직도 개별 기업의 경쟁력에 지나치게 의존하고 있다. 생태계 전체를 어떻게 키울 것인가에 대한 국가적 비전과 장기 전략은 상대적으로 약하다. 중국은 도시 단위로 움직이고 있는데 우리는 기업 단위로 버티고 있는 셈이다. 더 우려되는 것은 인재 문제다. 이제 반도체 전쟁은 단순 기술 전쟁이 아니다. 인재 전쟁을 넘어 생태계 전쟁으로 넘어가고 있다. 중국은 한국과 대만, 일본의 기술 인력을 공격적으로 영입하고 있다. 대학과 연구소, 기업을 연결한 대규모 지원 체계를 만들고 있다. 주택 제공, 연구비 지원, 세제 혜택은 물론이고 가족 정착까지 지원한다. 반면 한국은 어떤가. 반도체 학과를 늘린다고 하지만 정작 현장 인력은 부족하다. 청년들은 제조업을 기피하고, 지방 대학은 무너지고 있다. 중소 소부장 기업들은 사람을 구하지 못해 아우성이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 지방정부들이 한국 기업들을 향해 손을 내밀고 있는 것이다. 솔직히 말해 지금 우리는 역사적 기회를 맞고 있다. 중국은 한국 반도체 생태계를 필요로 한다. 미국은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한국을 전략 파트너로 본다. 일본 역시 반도체 부활을 위해 한국과 협력을 확대하고 있다. 이런 상황은 영원하지 않다. “물이 들어왔을 때 배를 띄워야 한다”는 말은 지금 같은 시대를 두고 하는 말일 것이다. 일본은 이미 국가 차원의 생태계 전략에 들어갔다. TSMC 구마모토 공장에 막대한 보조금을 투입했고, 라피더스(Rapidus)를 통해 차세대 반도체 국산화에 나섰다.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대학과 기업이 사실상 국가 총동원 체제를 구축하고 있다. 미국 역시 마찬가지다. 미국은 반도체지원법(CHIPS Act)을 통해 수십조 원 규모의 보조금과 세제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단순 공장 지원이 아니다. 연구개발, 인재 양성, 공급망 재편, 안보 전략까지 모두 포함된 국가 산업 전략이다. 결국 미국과 일본은 반도체를 단순 기업 산업이 아니라 국가 문명 경쟁력으로 보고 있는 것이다. 한국도 이제 결단해야 한다. 최근 반도체 호황으로 세수가 크게 늘고 있다면, 그 초과세수를 단순 재정 메우기에 사용할 것이 아니라 반도체 생태계 구축에 전략적으로 투입해야 한다. 첫째, 지방 반도체 클러스터를 강화해야 한다. 수도권 중심 구조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충청권, 전북, 경북, 동해안권까지 연결한 국가 반도체 벨트를 구축해야 한다. 둘째, 소부장 기업을 국가 전략산업 수준으로 대우해야 한다. 이 기업들이 무너지면 삼성전자도, SK하이닉스도 혼자 살아남을 수 없다. 셋째, 대학과 연구소를 산업 생태계와 직접 연결해야 한다. 이공계 인재들이 제조업과 지역 산업으로 유입되도록 파격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넷째, 장기 산업 금융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 반도체는 단기간 수익 산업이 아니다. 10년, 20년을 보고 투자해야 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것은 국가적 각오다. 지금 세계는 AI 혁명 시대의 새로운 산업 질서를 재편하고 있다. 반도체는 그 중심이다. 반도체를 잃는 국가는 미래 산업 패권을 잃는다. 중국 지방정부들의 움직임은 결코 가볍게 볼 일이 아니다. 그들은 이미 다음 시대를 준비하고 있다. 한국도 이제 단순히 “잘나가는 반도체 기업 몇 개 있는 나라”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대한민국 전체가 하나의 거대한 반도체 생태계 국가로 진화해야 한다. 그것이 AI 시대를 살아남는 길이다.
2026-05-23 18:21: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