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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용 챗GPT 1년 새 28배…오픈AI, 한국서 '일하는 AI' 승부수
[경제일보] 오픈AI가 한국 오피스를 연 지 1년 만에 국내 기업·기관의 챗GPT 엔터프라이즈 이용자를 28배로 늘렸다. 인공지능(AI) 활용 영역도 단순 질의응답과 문서 요약을 넘어 조사·분석, 코딩, 법무 등 실제 업무를 수행하는 단계로 옮겨가고 있다. 오픈AI는 국내 추론 인프라와 사이버보안, 광고 사업까지 영역을 넓혀 한국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낼 계획이다. 오픈AI 코리아는 9일 서울 강남구 조선팰리스에서 한국 오피스 출범 1주년 기자간담회를 열고 국내 사업 성과와 향후 전략을 발표했다. 김경훈 오픈AI 코리아 총괄대표는 “지난 1년은 한국 기업들이 AI에 무엇을 기대하는지가 훨씬 분명해진 시간이었다”며 “높은 수준의 지능이 실제 업무를 끝까지 수행하고 기존 시스템과 연결되며, 기업이 요구하는 보안과 통제 안에서 작동할 때 도입 속도와 깊이가 함께 커졌다”고 말했다. 오픈AI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국내 챗GPT 엔터프라이즈 이용자는 전년 동기 대비 약 28배 증가했다. 국내 챗GPT 주간 활성 이용자도 1년 전보다 35% 늘었다. 다만 실제 이용자 수와 계약 기업 수, 한국 사업 매출은 공개하지 않았다. 업무 수행형 AI의 성장세는 더 가팔랐다. 국내 챗GPT 워크와 코덱스의 주간 활성 이용자는 지난 3월부터 6개월 동안 14배 증가했다. 워크는 앱과 파일을 이용해 자료를 조사·분석하고 결과물을 만드는 AI 에이전트이며, 코덱스는 코드 작성과 수정·검토 등을 수행한다. 김 대표는 “2023년에는 이메일을 작성하거나 번역하는 데 AI를 주로 썼고, 2024년 추론 모델이 나오면서 더 깊이 있는 작업이 가능해졌다”며 “지금은 에이전트가 다른 에이전트를 호출하고 서로 협력하면서 하나의 팀이 되는 변화를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AI 에이전트 활용은 개발 부서를 넘어 전사 업무로 번지고 있다. 김 대표는 “최근 코덱스 이용 추이를 보면 엔지니어도 빠르게 늘지만 사용자가 가장 많이 증가한 분야는 법무였다”며 “재무와 인사, 회계, 마케팅, 영업에서도 실제 업무에 에이전트를 활용하는 비중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8월 오픈AI 제품이 생성한 전체 출력 토큰 가운데 워크와 코덱스가 차지한 비중은 64%에 달했다. 일반 채팅 이용자가 훨씬 많지만 AI가 생산한 결과물의 분량은 업무 수행형 서비스에서 더 많았다는 설명이다. 다만 이는 이용자 비율이나 생산성 개선 효과를 나타내는 수치는 아니다. 대표적인 대규모 도입 사례로 삼성전자와 서울대학교가 소개됐다. 삼성전자는 전 세계 임직원을 대상으로 챗GPT를 도입해 연구개발과 마케팅, 해외 영업, 생산 관리 등에 활용하고 있다. 서울대에서는 5만명에 가까운 학생과 교직원이 챗GPT와 코덱스를 연구·행정 업무 등에 사용하고 있다. 삼성과의 협력은 AI 이용을 넘어 반도체와 데이터센터 분야로 확대되고 있다. 김 대표는 “가장 많이 진전되고 알려진 부분은 오픈AI가 만들고 있는 차세대 칩의 생산과 연구를 삼성과 함께 논의하는 것”이라며 “자체적으로 연산할 수 있는 칩을 개발하고 생산해야 해 이 영역에서 긴 호흡으로 깊이 있는 논의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삼성은 지난해 10월 삼성전자·삼성SDS·삼성물산·삼성중공업이 오픈AI와 의향서를 체결하고 메모리와 데이터센터, 클라우드, 해양 기술 분야에서 협력한다고 발표했다. 삼성·SK그룹과 추진 중인 스타게이트 인프라 협력은 당초 예상보다 조율에 시간이 걸리고 있다. 김 대표는 “오픈AI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면서 지난해 10월 생각했던 데이터센터의 모습과 지금 필요한 모습이 달라졌다”며 “예상보다 시간이 걸리지만 논의를 계속하고 있다”고 말했다. 기술 발전 속도에 맞춰 GPU 구성과 전력·냉각 설계 등을 다시 맞춰야 한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기업 고객의 데이터 주권 요구에 대응하기 위한 국내 추론 인프라도 추진한다. 현재 챗GPT 엔터프라이즈와 챗GPT 에듀, 응용프로그램인터페이스(API) 고객은 데이터를 한국에 저장하는 ‘데이터 레지던시’를 이용할 수 있다. 그러나 AI가 답변을 만드는 GPU 연산까지 국내에서 처리하는 ‘추론 레지던시’는 아직 제공되지 않는다. 김 대표는 “국내에서 인프라를 제공할 수 있는 파트너 몇 곳과 논의하고 있다”며 “파트너 가운데 한 곳에 새로운 GPU가 들어오면 일부를 오픈AI 추론용으로 배정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구체적인 제공 시점은 GPU 확보 이후 공개할 예정이다. 국내 추론은 비용이 변수다. 김 대표는 “제한된 GPU를 사용하는 만큼 기업 입장에서는 로컬 추론이 정말 필요한지 비용과 함께 고민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규제 산업이나 민감정보를 다루는 기업에는 국내 처리가 중요하지만 추가 비용을 감수해야 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사이버보안 분야에서는 삼성SDS를 시작으로 협력 범위를 넓힌다. 삼성SDS는 오픈AI의 보안 프로그램 ‘데이브레이크’에 국내 기업 최초의 파일럿 파트너로 참여했다. 초기에는 삼성SDS와 삼성 관계사를 중심으로 취약점 탐지와 영향 검증, 패치 생성·시험 등에 AI를 활용한다. 챗GPT 광고는 국내에서 아직 시험 단계다. 오픈AI는 지난 6월 일부 무료·고(Go) 요금제 이용자에게 광고를 노출하기 시작했고 8월 한국 광고 전담팀을 구성했다. 김 대표는 “내부에서도 광고에 조심스러운 의견을 가진 직원이 많다”며 “광고가 들어갈 순간과 그렇지 않은 순간의 균형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 광고주 수와 매출은 한두 달 뒤 초기 성과와 함께 공개할 계획이다. 한편 기업용 이용자 28배 성장은 한국 시장의 빠른 수용성을 보여준다. 그러나 증가율의 기준이 되는 실제 이용자 수와 계약 기업 수가 공개되지 않았다는 점은 한계다. 향후 국내 추론 인프라의 제공 시점과 가격, 기업 고객의 생산성 개선 수치가 공개돼야 오픈AI 한국 사업의 실질적인 성과를 판단할 수 있을 전망이다.
2026-09-09 16:08: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