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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주 버리고 원전 품었다…130년 두산의 '변신 본능'
[경제일보] 두산의 130년 역사를 관통하는 것은 ‘무엇을 지켰느냐’보다 ‘무엇을 버렸는가’에 더 가깝다. 1896년 서울 종로4가 배오개의 박승직상점에서 출발해 화장품·주류·식음료를 거쳤고, 지금은 발전설비와 건설기계에서 원전·가스터빈·로봇·반도체 소재까지 사업 영역을 넓혔다. 창업의 계보는 이어졌지만 그 안을 채운 사업은 수차례 바뀌었다. 올해 창립 130주년을 맞은 두산은 1915년 화장품 ‘박가분’을 제조했고 1950년대 동양맥주를 세우면서 소비재 기업의 색채가 짙어졌다. 1978년에는 OB그룹에서 두산그룹으로 명칭을 바꿨다. 지금의 원전·가스터빈 사업과는 좀처럼 연결되지 않는 역사다. 팔아서 다시 샀다…소비재에서 중공업으로 몸집을 키워오던 두산은 창업 100주년을 전후해 오히려 사업을 덜어내기 시작했다. 1995년부터 구조조정에 착수해 한국네슬레·한국3M·한국코닥 등 합작기업 지분을 정리했다. 1997년에는 OB맥주 음료사업을 코카콜라에 4322억원에 넘겼다. 부동산 매각 등을 더하면 6100억원 이상의 현금 유입 효과가 예상되는 규모였다. 외환위기가 본격화하기 전이었다. 모태사업인 OB맥주도 예외가 아니었다. 1998년 지분 50%를 벨기에 인터브루에 넘겼다. 박용곤 당시 회장은 “두산은 지속돼야 한다. 하지만 가업이 중요한 게 아니다”라며 알짜기업도 필요하면 팔 수 있다는 뜻을 전했다. 사업을 지키는 것보다 기업을 지속시키는 것이 우선이라는 판단이었다. 같은 해 9개 계열사를 ㈜두산으로 통합했다. 당시 438%였던 ㈜두산 부채비율은 이듬해 말 164%까지 낮아질 것으로 전망될 만큼 재무구조 개선이 빠르게 진행됐다. 외환위기 속에서 두산은 다음 사업으로 이동할 여력을 확보했다. 구조조정은 몸집을 줄이는 데 그치지 않았다. 확보한 자금을 다시 M&A에 투입했다. 2001년 한국중공업, 2005년 대우종합기계를 인수했고 2007년에는 49억달러를 들여 미국 밥캣 등을 품었다. 오늘날 두산에너빌리티와 두산밥캣으로 이어지는 핵심 축이 이때 만들어졌다. 그룹의 정체성도 바뀌었다. 대우종합기계의 2003년 실적을 포함하면 중공업 비중은 1999년 50.2%에서 84.3%까지 높아지는 반면 식품·주류 등 소비재는 40.4%에서 11.5%로 떨어졌다. 단순한 사업 다각화를 넘어 그룹의 중심축 자체를 바꾼 것이다. 다만 빠른 변화에는 값이 따랐다. 밥캣 인수 직후 글로벌 금융위기로 북미 건설경기가 얼어붙으면서 두산은 2008년 밥캣에 10억달러를 추가 투입했다. 공격적 M&A는 성장의 동력이었지만 차입과 재무 부담도 키웠다. 두산의 ‘변신 DNA’가 강점인 동시에 위험요인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 대목이다. 2020년 두산중공업의 유동성 위기가 닥치자 두 번째 구조조정이 현실화했다. 글로벌 석탄화력 발주 감소와 국내 신규 원전 일감 축소, 두산건설 지원 등으로 누적된 재무 부담이 겹쳤다.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등 채권단은 총 3조6000억원을 지원했고 두산은 3조원 이상의 자구안을 추진했다. 이번에도 선택은 과감했다. 클럽모우CC와 두산솔루스, 서울 동대문 두산타워를 매각했고 핵심 계열사 두산인프라코어도 현대중공업그룹에 넘겼다. 1990년대 ‘필요하면 핵심사업도 판다’는 방식이 20여 년 만에 반복된 셈이다. 원전·가스터빈·로봇, 세 번째 변신 현재 두산은 클린에너지·스마트머신·첨단소재를 3대 핵심사업으로 두고 다시 사업 지형을 바꾸고 있다. 중심에는 두산에너빌리티가 있다. 대형 원전 기자재와 가스터빈에서 소형모듈원전(SMR)까지 영역을 넓히고 있다. AI 데이터센터 확대로 안정적인 전력 공급 수요가 커지는 흐름도 기회다. 두산에너빌리티는 2019년 세계 다섯 번째로 대형 가스터빈 독자 기술을 확보한 뒤 지난해 미국 빅테크 기업과 380MW급 가스터빈 5기 공급계약을 맺었다. SMR에서는 미국 X-energy와 Xe-100 16기에 필요한 핵심 소재 생산능력 예약계약을 맺었고, 이달 테라파워의 미국 와이오밍주 나트륨 원자로 핵심 기자재 제작 계약도 확보했다. 과거 한국중공업 인수로 확보한 원전 제조 기반이 20여 년 뒤 글로벌 SMR 공급망으로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두산 관계자는 “시장과 산업 환경이 바뀌면 기존 사업에 머무르기보다 필요한 변화를 빠르게 받아들이고 새로운 성장 기회를 찾아왔다”고 했다. 이어 “앞으로는 원전·가스터빈·SMR의 핵심 기술과 제작 역량을 기반으로 글로벌 시장을 확대하면서 장기 서비스와 유지보수까지 사업 영역을 넓혀가는 방향”이라고 덧붙였다. 실적에도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두산에너빌리티는 올해 2분기 매출 4조7248억원, 영업이익 3143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각각 3.4%, 15.9% 증가했다. ㈜두산 자체사업도 AI 서버와 고성능 반도체용 전자소재 수요를 타고 매출 7652억원, 영업이익 2120억원으로 분기 최대 실적을 냈다. 다만 세 번째 변화의 성공을 단정하기에는 이르다. 두산로보틱스는 2분기 매출이 294% 증가한 176억원이었지만 영업손실 144억원을 냈다. 두산밥캣 역시 미국 관세 환급이라는 일회성 효과를 제외하면 영업이익이 감소했다. 2024년에는 두산밥캣을 두산로보틱스 아래로 옮기려던 사업재편이 주주가치 훼손 논란과 금융당국의 제동 끝에 철회되기도 했다. 두산의 130년은 한 업종을 끈질기게 지킨 역사가 아니다. 1990년대에는 소비재를 덜어내고 중공업을 샀고, 2020년에는 다시 핵심 자산을 팔아 그룹을 재정비했다. 이제 그 중공업 기술을 원전·가스터빈·SMR로 확장하고 로봇과 첨단소재를 새로운 축으로 세우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문제는 변신의 속도가 아니라 비용”이라며 “과거 공격적 M&A가 재무 부담을 남겼다면 이제는 신사업 수익성과 재무 안정성, 주주와 시장의 신뢰까지 함께 증명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두산이 130년간 보여준 것은 ‘바꿀 수 있는 능력’”이라며 “세 번째 변신의 승부는 과거와 같은 비용을 반복하지 않고 다시 한번 바꿀 수 있느냐에 달렸다”고 강조했다. [아주경제 2026년 08월 27일자 13면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2026-08-27 18:1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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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이노·테라파워, '나트륨' SMR 협력 확대…AI 데이터센터 전력시장 정조준
[경제일보] SK이노베이션이 미국 테라파워와 차세대 소듐냉각고속로(SFR) ‘나트륨(Natrium)’ 사업 협력을 확대한다. 2022년 지분 투자로 시작한 협력을 미국 실증로와 후속 상용 프로젝트 참여, 국내 공급망 구축, 아시아 시장 공동 개발까지 넓혀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시대의 전력 수요를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18일 SK이노베이션에 따르면 추형욱 대표와 크리스 르베크 테라파워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14일 서울에서 ‘나트륨’ 사업의 글로벌 확대와 국내 적용 가능성을 검토하기 위한 사업협력 주요 조건 합의서를 체결했다. 양사는 미국 와이오밍주 케머러 1호기와 후속 상용 프로젝트에 대한 SK이노베이션의 참여 확대, 국내 원전 기자재 공급망 활용, ‘K-나트륨’ 사업모델 개발과 해외 프로젝트 공동 발굴 등을 추진한다. 이번 합의의 핵심은 SK이노베이션의 역할이 투자자에서 사업개발·프로젝트 수행 주체로 확장된다는 점이다. SK와 SK이노베이션은 2022년 테라파워에 총 2억5000만 달러를 투자해 2대 주주에 올랐다. 2023년에는 한국수력원자력과 테라파워까지 참여한 3자 업무협약을 맺었고, 올해 1월 SK이노베이션은 보유 지분 일부를 한수원에 넘겨 협력 구조를 확대했다. 사업의 시험대는 케머러 1호기다.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NRC)는 지난 3월 테라파워 자회사에 건설허가를 내줬다. 미국 에너지부(DOE)에 따르면 상업용 비경수형 원자로에 NRC가 건설허가를 발급한 첫 사례다. 테라파워는 지난 4월 본공사에 들어갔으며 현재 2031년 상업운전을 목표로 하고 있다. 나트륨은 345MW급 소듐냉각고속로와 용융염 기반 열에너지저장시스템을 결합한 차세대 원자로다. 원자로가 생산한 열을 저장했다가 전력 수요가 몰릴 때 활용해 발전 출력을 약 500MW까지 5시간 반 이상 높일 수 있다. 일정한 기저전력을 공급하면서 수요 변화에도 대응할 수 있는 구조여서 AI 데이터센터와 대규모 산업시설의 전력 공급원으로 주목받고 있다. 이번 협력은 SK그룹이 추진하는 AI 인프라 전략과도 맞물린다. SK텔레콤은 자회사 SK하이퍼를 통해 2029년 5GW, 2035년 15GW 규모의 AI 데이터센터 구축을 목표로 하고 있다. SK하이닉스의 AI 반도체와 SK텔레콤의 데이터센터, SK이노베이션의 LNG·전력·SMR, SK온의 ESS를 연결해 전력 조달까지 아우르는 AI 밸류체인을 구축한다는 구상이다. 다만 ‘K-나트륨’은 국내 건설 사업이 확정된 단계가 아니라 규제와 전력계통, 사업성을 검토하는 단계다. 앞으로 케머러 프로젝트에서 SK이노베이션이 맡을 구체적인 사업 범위와 국내 인허가·금융·공급망 구조를 얼마나 구체화하느냐가 실제 상용 사업으로 이어지는 관건이 될 전망이다. 추형욱 SK이노베이션 대표이사는 “이번 합의서는 SK이노베이션과 테라파워가 AI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 대응을 위해 나트륨 SMR의 국내 적용 가능성을 검토하고 글로벌 사업 확대를 위해 협력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며 “테라파워와 긴밀히 소통하면서 K-나트륨 사업모델의 추진 방향을 구체화하고, 향후 미국 프로젝트 참여를 통해 사업개발 및 운영 역량을 확보해 글로벌 시장 진출을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2026-08-18 09: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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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에너빌리티, 원전·가스터빈 앞세워 A급 복귀…사업 체질 바꿨다
[경제일보] 2020년 두산중공업은 유동성 위기로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등 채권단으로부터 총 3조6000억원 규모의 지원을 받았다. 그룹 자산 매각과 유상증자 등 고강도 자구책도 뒤따랐다. 석탄화력과 대규모 설계·조달·시공(EPC) 사업 비중이 높았던 국내 대표 발전 기자재 기업이 생존을 걱정하던 시기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6년이 지난 올해 두산에너빌리티는 회사채 시장에서 A급 신용도를 되찾았다. 한국기업평가는 지난 5월 무보증사채 신용등급을 BBB+에서 A-로 올렸고, NICE신용평가도 6월 같은 등급을 부여했다. 원전·가스터빈 수주 확대와 실적 개선 전망 등이 반영됐다. 등급 상향의 배경에는 단순한 수주 증가를 넘어선 사업 포트폴리오 변화가 있다. 과거 수익성이 낮았던 석탄발전 물량을 줄이고 원전 주기기와 가스터빈, 장기 유지보수 서비스 등 기술 진입장벽이 높은 사업 비중을 높인 결과다. 두산에너빌리티 관계자는 “현재 회사 사업은 원자력과 SMR, 가스터빈, 풍력 등으로 볼 수 있다”며 “원자력과 가스터빈 사업은 단기적으로 추진하는 것이 아니라 장기 계획에 따라 진행되는 사업”이라고 설명했다. 회사가 지난 6월 29일 공개한 투자자 대상 NDR 자료에도 이런 변화가 담겼다. 두산에너빌리티는 중장기 전략을 ‘원자력·가스 중심 고수익 사업 전환’으로 규정했다. 저수익 석탄 물량을 소진하고 원전과 가스터빈 기자재, 서비스 사업을 확대한다는 구상이다. 두산에너빌리티는 지난해 말 23조원이던 에너빌리티 부문 수주잔고가 올해 말 29조원, 2030년 47조7000억원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성장사업 수주잔고 비중도 지난해 75%에서 2030년 81%로 높아질 전망이다. 다만 이는 확정 실적이 아닌 회사의 중장기 목표다. 매출은 올해 7조4000억원에서 2030년 11조7000억원으로 확대하고, 영업이익률은 5.4%에서 9.9%로 높인다는 계획을 세웠다. 올해 1분기 연결 매출은 4조2611억원, 영업이익은 2335억원으로 각각 전년 동기보다 13.7%, 63.9% 증가했다. 두산에너빌리티 부문 영업이익도 570억원을 기록하며 흑자로 전환했다. 원전과 가스터빈은 서로 다른 방식으로 실적을 뒷받침한다. 대형 원전은 장기간 공장 가동과 수주잔고를 유지하는 기반이고, 가스터빈은 기자재 공급 이후 유지보수와 부품 교체를 통해 반복적인 매출을 확보할 수 있는 사업이다. 원전에서는 체코 두코바니를 비롯한 해외 사업과 국내 신규 원전 참여를 추진하고 있다. SMR 분야에서는 X-에너지와 핵심 소재 예약계약을 체결했고, 테라파워와 주기기 제작계약을 맺었다. 다만 프로젝트마다 예약계약과 제작계약, 공급 참여 검토 등 단계가 달라 이를 모두 확정된 양산 수주로 보기는 어렵다. 가스터빈은 성장 속도가 상대적으로 빠르다. 두산에너빌리티는 올해 1분기 북미 데이터센터용 7기와 국내 복합화력용 3기 등 총 10기를 수주했다. 미국 누적 수주도 12기로 늘었다. 두산에너빌 관계자는 “특정 시장을 정해놓기보다 수요가 있는 시장에 최대한 공급한다는 입장”이라고 했다. 회사는 가스터빈 누적 수주를 지난해 13기에서 2034년 110기로 늘리고, 이를 기반으로 연간 서비스 매출 1조원을 달성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공급한 터빈이 늘수록 장기 정비와 부품 교체 대상도 누적되는 구조를 안정적인 수익 기반으로 만들겠다는 전략이다. 두산에너빌리티의 A급 복귀는 원전과 가스터빈 업황 개선뿐 아니라 수주잔고의 구성을 바꿔온 결과로 풀이된다. 다만 2030년 수주잔고 47조7000억원과 영업이익률 9.9%는 경영 목표다. SMR 사업이 본계약과 양산으로 이어지고 가스터빈 공급이 장기 서비스 매출로 전환돼야 체질 변화가 실적으로 완성된다. 늘어난 수주를 이익과 현금으로 바꾸는 실행력이 향후 신용도 개선을 가를 전망이다.
2026-07-20 16:0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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