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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장 안 한 OpenAI도 ETF로 산다…월가, 비상장 AI 투자 장벽 허문다
[경제일보] 기업공개(IPO)를 하지 않은 OpenAI와 Anthropic에 개인투자자가 상장지수펀드(ETF)를 통해 투자할 수 있는 길이 미국에서 열렸다. 비상장주식을 직접 사들이는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 해당 기업의 가치 변동을 추종하는 파생상품을 ETF에 편입하는 구조다. 그동안 일부 기관과 초고액 자산가의 영역으로 여겨졌던 글로벌 유니콘 투자가 ETF 시장으로 확산할 경우 미국 자산운용업계의 상품 경쟁은 물론 국내 ETF 시장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1일 본지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공시와 Yorkville America의 상품 자료 등을 확인한 결과, 미국 자산운용사 Yorkville America Equities는 지난달 31일 ‘Yorkville America MANGOS Plus Index ETF’를 출시했다. 티커는 ‘FRUT’이며 NYSE Arca와 NYSE Texas에 상장된다. 총보수는 연 0.50%다. 이 상품이 기존 인공지능(AI) ETF와 다른 점은 포트폴리오 안에 비상장 AI 기업인 OpenAI와 Anthropic을 사실상 투자 대상으로 포함했다는 점이다. ◆OpenAI·Anthropic, 주식 대신 파생상품으로 투자 FRUT의 핵심 투자 대상은 Yorkville America가 이른바 ‘MANGO Companies’로 분류한 6개 기업이다. 메타플랫폼스와 엔비디아, 알파벳, SpaceX, OpenAI, Anthropic이다. 여기에 샌디스크와 마벨테크놀로지, 마이크론, 인텔, 델테크놀로지, AMD, 브로드컴 등 AI 반도체·메모리·데이터센터 관련 기업 7곳을 ‘Parabolic 7’으로 묶었다. 전체 순자산의 최소 80%를 이들 ‘MANGO Plus’ 기업에 직·간접적으로 노출하도록 설계했다. 눈에 띄는 것은 OpenAI와 Anthropic을 편입하는 방법이다. 두 회사는 아직 증시에 상장하지 않아 일반 ETF가 주식을 시장에서 사들일 수 없다. Yorkville America는 이 문제를 퍼페추얼 선물(perpetual futures)과 총수익스왑(TRS) 등 파생상품을 활용해 우회했다. SEC에 제출된 투자설명서에 따르면 이 펀드는 OpenAI와 Anthropic에 대한 경제적 노출을 주로 퍼페추얼 선물을 통해 확보할 예정이다. 직접 비상장주식을 보유할 수도 있지만 두 회사 비상장주식 직접 투자 규모는 합산 순자산의 5% 이하로 제한한다. 퍼페추얼 선물은 일반 선물과 달리 만기가 정해져 있지 않은 파생상품이다. 투자자가 실제 OpenAI 주식을 보유하지 않아도 OpenAI의 평가가치 움직임을 반영하도록 계약을 설계하면 가격 상승과 하락에 투자할 수 있다. 상품 출시 자료에는 비상장기업에 대한 노출을 주로 스왑 계약을 통해 확보한다고 명시돼 있다. 지수 자체에는 OpenAI와 Anthropic을 참조하는 퍼페추얼 선물을 활용한다. 쉽게 말해 ‘OpenAI 주식을 가진 ETF’라기보다 ‘OpenAI 기업가치 움직임에 투자하는 ETF’에 가깝다. 이는 개인투자자가 접근하기 어려웠던 비상장 유니콘 투자의 문턱을 낮추는 새로운 시도라는 평가가 나온다. ◆‘IPO 기다리지 않는다’…비상장 기업 ETF 시대 열리나 지금까지 개인투자자가 OpenAI나 Anthropic 등 대형 비상장기업에 투자하려면 비상장주식 거래 플랫폼이나 사모펀드, 특수목적기구(SPV) 등을 이용해야 했다. 거래 가능한 물량이 제한적이고 최소 투자금액도 높은 경우가 많아 일반 투자자에게는 사실상 접근이 어려웠다. 그러나 ETF가 비상장기업 가격을 추종하는 파생상품을 담기 시작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증권시장에서 주식처럼 ETF 한 주를 매수하는 것만으로도 비상장기업의 가치 상승에 간접적으로 참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월가에서는 이미 비상장 AI 기업을 ETF에 끌어들이기 위한 경쟁이 본격화하고 있다. SEC에는 최근 Anthropic을 기초로 한 Direxion의 일일 2배 레버리지·인버스 ETF가 신고됐고, Tuttle Capital은 SpaceX와 Anthropic 등을 활용한 커버드콜 ETF 관련 서류를 제출했다. Harbor ETF Trust도 OpenAI와 Anthropic을 각각 테마로 한 ‘AI Lab Ecosystem ETF’를 등록했다. ETF 시장의 경쟁축이 기존 상장주식에서 ‘누가 먼저 유망 비상장기업의 경제적 가치를 상품화하느냐’로 넓어지고 있는 셈이다. 다만 당초 일부 자료에서 비상장기업으로 분류됐던 SpaceX는 현재 상황이 다르다. SpaceX는 올해 6월 IPO를 마쳤기 때문에 현재 FRUT에서는 상장기업으로 투자할 수 있다. 따라서 이번 상품에서 파생상품을 통한 비상장기업 투자라는 의미가 가장 큰 대상은 OpenAI와 Anthropic이다. ◆트럼프 테마 ETF에서 종합운용사로…12개 상품 추가 예고 FRUT를 출시한 Yorkville America의 행보도 주목된다. 이 회사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소셜미디어 플랫폼 Truth Social 브랜드를 활용한 ETF를 운용하며 이름을 알렸다. ‘America First’ 투자철학을 앞세워 미국 방산과 에너지, 미국 대표기업 등에 투자하는 ETF를 잇따라 내놨다. 하지만 최근에는 정치 테마를 넘어 AI와 디지털자산, 거시경제 등으로 상품군을 빠르게 넓히고 있다. 로이터에 따르면 Yorkville America는 앞으로 수개월 동안 약 12개의 ETF를 추가로 출시할 계획이다. 별도계좌(SMA)를 전문으로 하는 기관 자산운용사 인수도 추진하고 있으며 거래는 9월 중 마무리될 전망이다. SEC에 제출된 자료에는 MANGOS Plus ETF 이외에도 2배 레버리지와 2배 인버스 MANGOS 상품, 프리미엄 인컴 상품, 차세대 메모리 ETF, 우주산업 ETF 등 다수의 상품이 포함돼 있다. Yorkville America가 단순한 ‘트럼프 테마 운용사’에서 종합 ETF 운용사로 외연을 넓히려는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문제는 가격…OpenAI ‘진짜 가치’ 누가 정하나 비상장기업 ETF가 새로운 투자 기회를 제공하는 만큼 위험도 적지 않다. 가장 큰 문제는 가격 발견이다. 상장기업은 증권시장에서 매 순간 주가가 형성되지만 OpenAI나 Anthropic 같은 비상장기업은 그렇지 않다. 최근 투자유치 가격이나 비상장주식 장외거래, 기업가치 평가모델 등을 토대로 적정 가격을 계산해야 한다. SEC에 제출된 FRUT 투자설명서도 비상장기업 가격 산정에 상당한 불확실성이 존재한다고 경고한다. 비상장기업은 상장사보다 정보공개 의무가 적고 재무·경영정보도 제한적이어서 실제 IPO나 인수·합병 시 실현되는 가치와 파생상품에 반영된 가치가 크게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유동성도 문제다. OpenAI나 Anthropic을 기초로 한 퍼페추얼 선물시장은 아직 초기 단계다. 거래가 충분하지 않으면 ETF가 원하는 가격에 포지션을 만들거나 청산하기 어렵다. 기초기업의 가치와 파생상품 가격 사이에 괴리가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 Yorkville America 역시 투자설명서에서 비상장기업을 참조하는 퍼페추얼 선물시장이 기존 상장주식이나 전통적인 선물시장보다 유동성이 낮고 가격 투명성이 떨어지며 변동성이 높을 수 있다고 명시했다. ◆국내 ETF 시장도 ‘비상장 빅테크’ 압력 커질 듯 국내 자산운용업계에도 이번 상품은 관심 대상이 될 전망이다. 금융위원회는 올해 국내 ETF와 해외 ETF 사이의 상품 규제 격차를 줄이기 위해 제도를 잇따라 손질하고 있다. 지난 4월 자본시장법 시행령을 개정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일정 요건을 갖춘 우량주를 대상으로 단일종목 레버리지·인버스 상품 도입의 길을 열었다. 국내 투자자의 해외 ETF 쏠림을 줄이고 상품 경쟁력을 높이려는 취지다. 그러나 OpenAI처럼 공식 시장가격이 존재하지 않는 해외 비상장기업을 기초로 한 파생상품을 국내 ETF가 편입하는 문제는 한 단계 더 복잡하다. 기초자산의 적정가격 산출과 공정가치 평가, 파생상품 거래상대방 위험, 유동성 관리, ETF 기준가격(NAV) 산정 등 투자자 보호와 직결되는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특히 비상장기업의 평가가치와 파생상품 시장가격 간 괴리가 커질 경우 ETF 가격이 실제 기업가치를 제대로 반영하는지 논란이 발생할 수 있다. 이 때문에 미국식 상품을 국내에 그대로 도입하기보다는 기초자산의 가격 투명성과 파생상품시장 유동성, 공시체계 등을 먼저 점검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올 가능성이 크다. 그럼에도 미국에서 비상장기업 투자와 ETF의 경계가 빠르게 허물어지고 있다는 점은 국내 운용업계에도 새로운 과제를 던진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ETF의 경쟁력은 낮은 보수와 지수 추종 능력에서 갈렸다. 최근에는 레버리지, 커버드콜, 가상자산 등으로 영역이 확대됐다”며 “이제 월가는 여기에 한발 더 나아가 ‘아직 상장하지 않은 미래의 초대형 기업을 얼마나 빨리 투자상품으로 만들 수 있느냐’를 놓고 경쟁을 시작한 모습이다”고 말했다. 이어 “OpenAI와 Anthropic이 상장하기 전에 이미 이들의 기업가치를 사고파는 ETF가 등장했다는 점에서 ETF 시장의 경계가 다시 한번 넓어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2026-09-02 0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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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PO부터 약가·관세까지…제약·바이오 '규제 격변기'
[경제일보] 제약·바이오 업계를 둘러싼 정책과 규제가 전방위적으로 변화하고 있다. 금융당국의 기업공개(IPO) 공시 강화부터 약가 개편, 글로벌 무역 규제까지 이어지는 흐름은 산업 전반에 새로운 기준을 요구하는 모습이다. 업계는 투명성 제고라는 명분에는 공감하면서도 실제 현장에서는 적지 않은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우려를 동시에 내놓고 있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금융감독당국은 IPO 과정에서 투자자 보호를 강화하기 위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기존에도 투자설명서에는 예상 시장 규모, 임상시험 성공 확률, 허가 리스크, 개발 비용 등이 포함되어 있었지만 앞으로는 중단된 파이프라인까지 공개하도록 요구한 점이 눈에 띈다. 이는 기업의 기술력과 연구개발 이력을 보다 입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취지다. 다만 기술이전 계약과 관련된 공시 기준 강화는 현실적인 난관이 예상된다. 총 계약 규모, 계약금, 조건부 마일스톤, 로열티 등을 세분화해 공개하도록 하는 방안은 투명성 측면에서는 의미가 있지만, 기업 입장에서는 협상 전략이 노출될 수 있다는 부담이 크다. 특히 글로벌 제약사와의 협상에서는 조건 공개가 향후 계약에 영향을 줄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약가 제도 역시 큰 변화를 맞았다. 지난 1일부터 시행된 약가 개편안은 제네릭 의약품의 가격은 기존 오리지널 대비 5.55% 수준에서 최대 45%까지 인하 폭이 확대됐다. 단순히 제네릭뿐 아니라 개량신약, 복합제, 염 변경 및 이성체 의약품 등 특허 회피 전략으로 개발된 제품들도 유사한 가격 압박을 받게 된다. 이로 인해 국내 제약사 대부분이 영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수출 비중이 높거나 신약 매출 비중이 큰 기업은 상대적으로 영향이 제한적이다. 반면 내수 중심의 제네릭 비중이 높은 기업들은 수익성 악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업계 전반에 걸쳐 가격 경쟁 심화와 사업 구조 재편이 동시에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글로벌 환경도 변수다. 미국은 무역법 301조에 따라 ‘강제 노동 관세’를 도입하고 7월 24일부터 적용을 시작했다. 한국에 대한 기본 관세율은 12.5%로 설정됐지만 제네릭 의약품과 바이오시밀러, 관련 원료는 일단 무관세 대상에 포함됐다. 희귀의약품과 첨단 치료제 역시 예외가 적용되면서 단기적인 영향은 제한적이라는 평가다. 그러나 중장기적인 불확실성은 여전히 남아 있다. 정치적 변수에 따라 향후 관세가 대폭 인상될 가능성도 언급되고 있기 때문이다. 한편 주요 제약사들의 실적 발표가 마무리되면서 시장은 ‘관망 국면’에 접어들었다. 통상적으로 3분기는 기술이전 계약이 감소하는 비수기로 꼽히는 만큼 당분간은 뚜렷한 모멘텀이 부족할 전망이다. 여기에 코스닥 지수가 약세를 보이면서 바이오 기업들의 주가 역시 수급 영향을 크게 받고 있다. 업계에서는 오히려 4분기를 주목하는 분위기다. 기술이전 계약 재개, 학회 발표, 실적 회복 등 펀더멘털 요인과 함께 세제 회피 수요, 정책적 지원 기대감이 맞물릴 수 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지금은 단기 성과보다 중장기 전략을 점검하는 시기”라며 “규제 변화에 대응하면서 체질 개선에 나서는 기업이 향후 시장을 주도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2026-08-11 14:0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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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이스X '0주 배정'…비난보다 해외주관사 결정 구조 살펴봐야
[경제일보] 스페이스X 기업공개(IPO) 과정에서 국내 투자자 대상 공모주 배정이 한 주도 이뤄지지 않은 ‘0주 배정’ 사태를 둘러싸고 금융투자업계 안팎의 논란이 커지고 있다. 미래에셋증권이 스페이스X IPO 참여를 앞세워 투자자 기대를 키웠지만 정작 최종 배정 물량을 확보하지 못했다는 비판이 제기되면서다. 금융당국도 사안을 들여다보고 있다. 쟁점은 크게 두 가지다. 미래에셋증권이 투자자에게 배정 가능성과 미배정 위험을 충분히 설명했는지, 물량이 확정되지 않은 단계에서 경영진 발언이나 영업 현장 안내가 투자자에게 과도한 기대를 줬는지 여부다. 다만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이번 사태를 특정 증권사의 홍보 실패나 내부통제 문제로만 규정해서는 곤란하다는 반론도 나온다. 글로벌 초대형 IPO에서 최종 배정 권한이 국내 증권사에 있지 않았고 한국 투자자가 구조적으로 불리한 위치에 놓였다는 점도 함께 봐야 한다는 것이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투자자 입장에서 불만이 나오는 것은 당연하지만, 이번 사안을 국내 증권사가 마음대로 물량을 확보했다가 나눠주지 않은 것처럼 보는 것은 사실관계와 차이가 있다”며 “최종 배정 권한이 어디에 있었는지, 한국 물량이 왜 제외됐는지를 따져보는 것이 우선”이라고 말했다. ◆최종 배정 권한은 해외 대표주관사…한국 물량 제외 배경 불투명 이번 논란의 핵심은 글로벌 IPO 배정 구조에 있다. 미래에셋증권은 스페이스X IPO 인수단에 참여했지만 최종 배정 권한은 해외 대표주관사에 있었다. 당초 국내 투자자에게 일정 물량이 배정될 수 있다는 기대가 있었지만, 상장 직전 최종 배정 과정에서 한국 배정 물량은 ‘0주’로 결정됐다. 업계에 따르면 미래에셋증권은 투자설명서 등을 통해 대표주관사의 최종 배정 결과에 따라 물량이 변동되거나 배정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을 안내했다. 문제는 국내 증권사가 최종 물량을 통제할 수 없는 구조였다는 점이다. 글로벌 IPO, 특히 스페이스X처럼 세계적 관심이 몰리는 초대형 딜에서는 △국가별 배정 △기관투자자 선호 △규제 환경 △판매 방식 △주관사의 전략적 판단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국내 증권사가 인수단에 포함됐다는 사실만으로 최종 물량 확보가 보장되지는 않는다. 증권업계의 한 임원은 “국내 투자자에게 결과적으로 물량이 배정되지 않은 것은 매우 이례적이고 아쉬운 일”이라면서도 “배정 실패 책임을 따지려면 최종 배정 결정을 내린 해외 대표주관사의 판단 배경도 공개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국내 증권사만 검사와 비판의 전면에 세우면 논의가 반쪽짜리에 그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예상’과 ‘확약’은 달라…이해상충 논란도 신중해야 이번 사태와 관련해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의 과거 발언도 도마 위에 올랐다. “상당 규모 물량이 예상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투자자들에게 사실상 배정이 확정된 것처럼 받아들여졌는지가 쟁점이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전망과 확약은 구분해야 한다는 시각이 적지 않다. 인수단 참여와 사전 협의 상황을 근거로 배정 가능성을 언급한 것과 최종 물량을 보장한 것은 성격이 다르다는 것이다. 자본시장에서 예상과 전망은 언제든 달라질 수 있다. 최종 결과가 빗나갔다고 해서 과거 발언을 곧바로 허위·과장 홍보로 단정하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한 자본시장 전문가는 “금융회사가 ‘가능성’을 설명할 때 투자자는 이를 ‘확정에 가까운 기대’로 받아들이는 경우가 많다”며 “이번 사태의 본질이 글로벌 배정 구조에 있다 하더라도, 국내 판매사가 투자자 기대를 어떻게 관리했는지는 별도 점검 대상”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 제기되는 이해상충 논란도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미래에셋증권이 스페이스X 기존 투자자였다는 이유만으로 해당 기업의 성장성을 긍정적으로 평가한 행위를 곧바로 이해상충으로 연결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이해상충을 따지려면 그래서 미래에셋이 무엇을 얻었는지를 봐야 한다”며 “스페이스X의 성장성을 긍정적으로 본 것과 IPO 배정 물량을 확보하지 못한 것은 구분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배정 결과가 기대와 달랐다고 해서 모든 이전 판단을 이해상충으로 몰아가는 것은 결과론적 해석에 가깝다”고 덧붙였다. ◆국내 금융사만 때리면 글로벌 딜 참여 위축 우려 이번 사태가 국내 금융회사들의 글로벌 딜 참여 의지를 위축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정부가 자본시장 선진화와 금융투자업 경쟁력 강화를 강조하는 상황에서, 해외 대형 IPO 참여 실패가 곧바로 국내 증권사에 대한 사후적 책임론으로만 귀결되면 국내 금융사의 글로벌 네트워크 확장에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국내 금융회사들이 글로벌 초대형 IPO 인수단에 이름을 올리는 것은 단순한 판매 기회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실제로 미래에셋증권은 골드만삭스, JP모건, 미즈호 등 글로벌 투자은행들과 함께 초대형 IPO 인수단에 참여했고 미국 현지 기관투자자 배정 과정에서 국민연금과 KIC 등과 함께 주관사인 모건스탠리로부터 약 270만주 규모를 배정받으며 글로벌 시장에서 국내 자본시장의 경쟁력을 증명하고 있다. 향후 챗GPT 개발사 오픈AI, 엔스로픽 등 글로벌 기술기업들의 IPO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은 만큼 투자자 보호와 시장 경쟁력이라는 두 목표를 함께 달성할 수 있는 글로벌 스탠다드 수준의 제도 정비가 필요한 실정이다. 일본이 엔화 약세 국면에서도 대형 해외 IPO 참여를 허용했던 사례 등을 참고해 국내 자본시장의 글로벌 접근성을 높이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온다. 한 증권사 고위 관계자는 “글로벌 IPO 시장은 물량을 먼저 확보한 뒤 국내에 나눠주는 단순한 구조가 아니다”라며 “국내 금융사가 위험을 무릅쓰고 해외 딜에 참여했는데 결과가 나쁘면 국내에서만 책임을 묻는 방식이 반복되면 앞으로 누가 적극적으로 나서겠느냐”고 반문했다. 그렇다고 투자자 보호를 뒤로 미뤄서는 안 된다. 이번 사태는 해외 IPO 투자 과정에서 국내 투자자에게 어떤 정보를 어떻게 제공해야 하는지, 미배정 가능성을 어떤 방식으로 고지해야 하는지, 환전 비용 등 부대 비용에 대해 어떤 기준으로 설명해야 하는지에 대한 제도 정비 필요성을 드러냈다. 전문가들은 배정 가능성과 확정 물량을 명확히 구분해 표시하고, 대표주관사의 최종 배정 재량에 따른 미배정 위험을 표준화된 방식으로 고지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국내 증권사가 해외 IPO 인수단에 참여할 경우 대표주관사와 국내 판매사 간 책임 범위도 보다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 이제 해법은 정교해야 한다. 미래에셋증권의 사전 설명과 투자자 보호 조치는 엄격히 점검해야 한다. 동시에 최종 배정 권한을 행사한 해외 대표주관사의 불투명한 결정 구조도 함께 들여다봐야 한다. 국내 금융회사만 때리는 결론으로 끝나면 투자자 보호도, 자본시장 선진화도 모두 놓칠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아주경제 2026년 06월 23일자 15면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2026-06-23 09:3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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