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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포스코, 美에 8조원 '철강 전진기지'…50% 관세 넘어 모빌리티 공급망 완성
[경제일보] 현대자동차그룹과 포스코가 미국 루이지애나에 총 58억 달러(한화 약 8조원)을 투입하는 대형 전기로 제철소 건설에 들어갔다. 미국의 수입 철강 50% 관세 장벽을 현지 생산으로 넘고, 자동차강판부터 로봇·로켓 등 첨단산업용 특수강까지 공급하는 북미 생산거점을 확보한다는 구상이다. 현대제철, 현대차·기아, 포스코는 4일(현지시간) 미국 루이지애나주 도널드슨빌에서 ‘현대제철-포스코 루이지애나 전기로 제철소(HPLS)’ 기공식을 열었다. HPLS 부지는 약 223만평, 737만㎡ 규모다. 과거 사탕수수밭이었던 이곳에는 2029년까지 연산 270만톤 규모의 전기로 기반 일관제철소가 들어설 예정이다. 현대차그룹은 HPLS를 통해 북미에서 원료와 철강 생산부터 완성차 제조·판매까지 연결되는 현지 공급망을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이날 “이곳에서 생산되는 철강은 차세대 모빌리티를 만들어가는 현대차그룹은 물론 현지 다른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업체들을 지원하는 튼튼한 기반이 될 것”이라고 했다. 50% 철강관세 ‘현지 생산’으로 대응…美 특수강 수요 직접 겨냥 HPLS 투자의 가장 직접적인 배경 중 하나는 미국의 강화된 철강 무역장벽이다. 미국은 세계 최대 철강 수입시장 중 하나지만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들어 수입 철강에 50% 관세를 부과하고 반덤핑 조치도 강화하고 있다. 한국에서 생산한 철강을 미국에 들여오는 방식의 가격 경쟁력이 크게 떨어진 상황이다. 현대차그룹과 현대제철은 아예 미국 현지에서 자동차용 특수강을 생산해 관세 영향을 낮추고 완성차 공급망의 안정성을 높이는 방식을 택했다. 정 회장은 “미국은 매년 1000만 톤의 고부가 특수강을 수입하는데 현지에서 이를 커버할 수 있게 됐다”고 강조했다. 현대차·기아뿐 아니라 미국 내 다른 자동차 제조사에 철강을 공급하는 방안도 추진되고 있다. 호세 무뇨스 현대차 사장은 “HPLS 철강을 모든 차종에 적용하는 방안을 추진할 것”이라며 “다른 완성차 업체들과도 실제 (철강 공급) 논의를 진행 중”이라고 했다. HPLS가 자리 잡는 도널드슨빌은 미국 남부 자동차 산업벨트와 연결하기에도 유리한 입지로 평가된다. 현대차 앨라배마 공장과 기아 조지아 공장은 물론 GM의 텍사스, 폭스바겐의 테네시, 혼다의 앨라배마 생산거점과 접근성이 높다. 대형 철도망이 인접해 있는 데다 미시시피강을 통해 약 7만톤급 파나막스 선박의 접안이 가능해 원료 반입과 제품 출하에도 유리하다. 미국의 상대적으로 낮은 천연가스와 전력 비용도 전기로 생산의 원가경쟁력을 높이는 요인으로 꼽힌다. 자동차강판 넘어 로봇·로켓까지…‘첨단소재 생산기지’로 확장 현대차그룹이 HPLS에 기대하는 역할은 자동차강판 생산에만 머물지 않는다. 정 회장은 “HPLS는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부터 발전 분야까지 주요 산업의 기초를 지지하고 한미 양국의 미래 세대를 위한 새 기회를 창출하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했다. 향후 HPLS에서 생산하는 고부가 특수강의 사용처를 자동차뿐 아니라 로봇과 로켓 등 첨단산업으로 확대하겠다는 의미다. 현대차그룹이 최근 자동차 제조업을 넘어 로봇·AI·미래 모빌리티 등으로 사업영역을 넓히는 전략과도 맞닿아 있다. 철강 생산부터 첨단 모빌리티에 필요한 소재까지 현지 공급망 안에 포함시키겠다는 것이다. HPLS는 탄소저감형 자동차강판 생산거점 역할도 맡게 된다. 업계에서는 현지에서 생산한 특수강판을 현대차·기아 차량에 직접 적용할 경우 물류와 통상 리스크를 낮추는 동시에 소재 단계의 품질 경쟁력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현대제철과 포스코의 협업도 주목할 대목이다. HPLS의 지분구조는 현대제철이 50%로 가장 많고 포스코가 20%, 현대차와 기아가 각각 15%를 보유한다. 국내 철강시장에서 경쟁해 온 현대제철과 포스코가 미국 대형 프로젝트에서는 공동 투자자로 손을 잡은 것이다. 두 회사는 앞서 수소환원제철을 비롯한 친환경 철강기술 분야에서도 장기적인 협력 가능성을 논의해왔다. 장인화 포스코그룹 회장은 “포스코와 현대제철은 국내에서는 경쟁자의 입장이지만 글로벌로 보면 둘 다 한국의 기업”이라며 “(HPLS 구축은) 한국 기업이 세계로 나가 서로 협력하고 우리 기업의 위상을 높이는 데 목적이 있다”고 했다. HPLS는 양사의 차세대 제철기술을 실제 생산현장에 적용하는 공동 실증무대 역할도 할 전망이다. 5400명 고용 효과…한미 제조업 협력의 새 상징 대규모 고용과 지역경제 효과도 예상된다. 현대차그룹은 HPLS 가동을 통해 직접 고용 약 1300명, 간접 고용 약 4100명 등 총 5400여명의 고용 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 지방정부 역시 한국 기업의 대형 제조업 투자에 기대를 나타냈다. 제프 랜드리 루이지애나 주지사는 “현대차그룹의 투자로 루이지애나 지역 사회는 일하고 배우고, 가지고 있는 모든 것을 활용할 기회를 얻게 됐다”고 평가했다. 한국 정부도 이번 투자를 한미 산업협력의 대표 사례로 보고 있다.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은 “이번 프로젝트는 단순 제철소 건설이 아닌 한미 협력의 상징”이라며 “미 주정부와 연방 정부에 이 같은 모멘텀을 계속 유지하기 위한 지속적인 지원을 요청드린다”고 했다. 현대차그룹은 미국 자동차시장에서 GM과 도요타그룹, 포드에 이어 점유율 4위에 올라 있다. HPLS가 본격 가동되면 자동차 생산에 필요한 핵심 소재까지 미국 현지에서 조달할 수 있게 돼 북미 사업의 수직계열화 수준은 한층 높아질 전망이다. 특히 이번 프로젝트는 미국의 보호무역 강화에 한국 기업이 단순한 수출 축소가 아니라 현지 생산·투자 확대로 대응한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58억 달러 규모의 HPLS가 계획대로 2029년 생산을 시작하면 현대차그룹의 미국 사업은 완성차 현지생산을 넘어 철강과 첨단소재까지 품는 구조로 확장된다. 동시에 현대제철과 포스코 역시 자동차강판을 넘어 미국의 로봇·우주·AI·에너지 산업을 겨냥한 고부가 특수강 시장에 직접 진입할 수 있는 교두보를 확보하게 된다.
2026-09-06 18:1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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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측에 200만달러 낸 베이스…美 반덤핑 재심 한국알미늄 모회사 최대주주
[경제일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측 회사에 200만달러를 지급한 국내 ㈜베이스가 미국 상무부의 반덤핑 관세 재심을 받고 있는 한국알미늄의 모회사 까뮤이앤씨 최대주주인 것으로 확인됐다. 베이스와 트럼프 측의 거래, 한국알미늄의 미국 관세 절차가 각각 진행되는 가운데 두 회사가 지분관계로 연결돼 있다는 사실이 국내외 공개자료를 통해 드러난 것이다. 1일 한국거래소 공시와 미국 정부·의회 자료를 종합하면 베이스는 유가증권시장 상장사 까뮤이앤씨의 최대주주다. 까뮤이앤씨는 한국알미늄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 현재 공개된 자료만으로 베이스의 200만달러 지급과 한국알미늄의 관세 문제 사이에 청탁이나 대가관계가 있었다고 볼 근거는 확인되지 않았다. 베이스와 트럼프 측은 해당 자금이 골프장 사업과 관련한 정상적인 계약에 따라 지급된 돈이라는 입장이다. ◆ 美 재산공개서에 등장한 베이스 200만달러 거래는 트럼프 대통령의 재산공개 자료에서 확인된다. 미국 정부윤리청에 제출된 연례 재산공개서에는 트럼프 대통령 측 회사가 베이스와 의향서를 체결했고, 이 계약과 관련해 200만달러의 ‘환불되지 않는 개발수수료’를 받은 것으로 기재돼 있다. 트럼프오거니제이션은 이후 이 의향서가 지난해 8월 베이스와 체결한 골프장 관련 계약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정확한 지급 날짜와 금액 산정 근거, 양측이 체결한 의향서 전문은 공개되지 않았다. ◆ 베이스 최대주주는 까뮤이앤씨…한국알미늄까지 이어져 베이스는 공시상 경영·재무컨설팅업체다. 지난 7월 24일 공시 기준 까뮤이앤씨 지분 44.21%를 직접 보유하고 있으며, 최대주주와 관계인 지분을 합하면 54.67%다. 까뮤이앤씨는 다시 한국알미늄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 한국알미늄은 알루미늄 호일과 식품·의약품 포장재 등을 생산하는 업체다. 한국알미늄의 미국 관세 문제는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전부터 이어져 왔다. 미 상무부는 2022년 중국산 알루미늄 원재료를 한국에서 가공한 뒤 미국으로 수출한 제품이 기존 반덤핑·상계관세 명령을 우회한 것인지 조사에 착수했다. 상무부는 이듬해 11월 한국에서 생산된 일부 알루미늄 제품을 기존 관세명령의 우회 대상으로 판단했다. 당시 공개된 기업 명단에는 한국알미늄을 비롯한 국내 업체들이 포함됐다. ◆ 28.01% 적용받던 한국알미늄…다음 재심선 105.80% 가능성 이후 한국알미늄에 대해서는 실제 반덤핑률을 정하기 위한 행정재심이 진행됐다. 앞선 재심에서는 별도세율 적용 업체로 인정돼 올해 5월 수정 최종결과에서 28.01%의 가중평균 덤핑마진을 적용받았다. 하지만 지난 7월 공개된 다음 행정재심 예비결과에서는 상황이 달라졌다. 미 상무부는 한국알미늄을 비롯한 일부 업체가 별도세율 신청서나 인증서를 제출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별도세율 자격을 인정하지 않았다. 이에 따라 한국알미늄은 예비적으로 중국 전체에 적용되는 단일세율 대상에 포함됐다. 최종 결과에서도 같은 판단이 유지될 경우 적용되는 반덤핑률은 105.80%다. 현재까지 공개된 상무부 결정만 놓고 보면 베이스가 트럼프 측에 200만달러를 지급한 뒤 한국알미늄이 관세상 혜택을 받은 정황은 확인되지 않는다. ◆ 골프장 사업비라는데…하남서 사업 구체화 베이스와 트럼프 측이 200만달러의 지급 근거로 밝힌 골프장 사업은 올해 들어 국내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하남시에 따르면 에릭 트럼프 트럼프오거니제이션 총괄부사장은 지난 2월 경기 하남시 위례 성남골프장 부지를 둘러봤다. 그로부터 6개월 뒤 트럼프오거니제이션은 베이스와 함께 하남시 학암동에 ‘트럼프 인터내셔널 골프클럽 코리아’를 개발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트럼프 측은 앞서 받은 200만달러가 골프장 사업과 관련한 개발수수료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지난해 체결된 의향서에 담긴 사업과 올해 발표된 하남 골프장 사업이 같은 사업인지는 아직 공개자료만으로 확인되지 않는다. ◆ 美 상원, 베이스 이어 상무부에도 자료 요구 미국 정치권도 두 사안을 함께 들여다보기 시작했다. 엘리자베스 워런, 리처드 블루먼솔, 앤디 김 민주당 상원의원은 지난달 김성집 베이스그룹 회장에게 200만달러의 지급 시점과 방식, 계약 내용, 트럼프 측과의 접촉 자료 등을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의원들은 한국알미늄의 관세 문제를 트럼프 측이나 미국 정부 관계자와 논의한 적이 있는지도 물었다. 이어 론 와이든 미 상원 재무위원회 민주당 간사는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에게 베이스·한국알미늄 관계자와 상무부 사이의 접촉 자료를 요구했다. 와이든 의원은 미 행정부가 200만달러 지급 사실을 언제 알았는지, 백악관과 상무부가 두 회사의 관세 문제를 놓고 연락을 주고받았는지도 확인해 달라고 했다. 상무부에 제시된 답변 시한은 9월 1일이다. 미 상원이 들여다보는 대목은 결국 하나다. 200만달러가 오간 전후 베이스와 한국알미늄 관계자들이 미 행정부와 접촉했는지, 접촉했다면 그 자리에서 무엇이 오갔는지다.
2026-09-01 10:0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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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리는 美 안보우산…"韓, 동맹 의존 넘어 전략적 자율성 키워야"
[경제일보] 미국의 안보 역할 축소와 중·러 협력 장기화로 한국 외교·안보 환경이 근본적으로 변화하고 있다는 진단이 나왔다. 미국 중심 안보 질서가 재편되는 상황에서 한국이 동맹에만 의존하기보다 전략적 자율성을 확보하고 외교·안보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것이다. 18일 한국경제인협회 한국경제연구원과 한국사회과학회, 민주연구원이 서울 여의도 FKI타워에서 공동 개최한 '세계질서 패러다임 변화와 한국의 과제' 세미나에서 참석자들은 변화하는 국제질서 속 한국 외교·안보 전략의 재정립 필요성을 제기했다. 美 역할 축소에 커지는 유럽 자강론 윤성욱 충북대 교수는 미국과 유럽 간 안보 균열이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본격화됐다고 진단했다. 그는 "유럽 국가들은 이란 핵합의를 외교·안보 정책에서 가장 중요하고 역사적으로 가치 있는 성과 중 하나로 평가해왔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직후 탈퇴하면서 갈등이 본격화됐다"고 했다. 이어 "트럼프 2기 들어서는 미국과 유럽이 디커플링(탈동조화)할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오기 시작했다"며 "그린란드 병합 발언과 이란 전쟁 등을 거치면서 유럽 내부에서는 미국 의존도를 낮추고 자체 안보 역량을 키워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그는 유럽의 독자 안보체제 구축에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윤 교수는 "EU 조약에는 회원국이 공격받을 경우 모든 역량을 동원해 지원해야 한다는 조항이 있지만 실제로 누가 지휘하고 어떤 군대를 동원할지에 대한 체계는 마련돼 있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독일의 재무장과 프랑스의 핵우산 제공 논의도 나오고 있지만 유럽 국가들 간 입장이 달라 단일한 안보 체제를 구축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폴란드와 발트 3국은 미국의 관여 확대를 원하지만 프랑스는 전략적 자율성을 강조하고 있으며 일부 국가는 군사동맹 참여 자체에 부정적"이라며 "유럽 차원의 단일한 목소리를 내기 어려운 구조"라고 진단했다. 윤 교수는 향후 나토 체제가 변화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그는 "미국의 역할은 축소될 수밖에 없다"며 "미국은 재래식 무기를 중심으로 한 유럽 안보를 유럽에 맡기고 인도·태평양 지역에 역량을 집중하려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회원국 지위는 유지하되 실제 역할은 줄이는 '기능적 탈퇴(functional withdrawal)' 형태도 충분히 가능하다"며 "앞으로 나토의 가장 큰 변수는 미국의 역할 축소와 유럽의 자강 노력"이라고 덧붙였다. 커지는 동맹 비용…"한국 역할 확대 요구 거세질 것" 이어 발표에 나선 공민석 제주대 교수는 미국의 안보전략 변화가 한국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했다. 공 교수는 "현재 미국은 중국 견제를 최우선 과제로 둘 것인지, 아니면 미국 본토 방어를 우선할 것인지를 두고 내부적으로 논쟁하고 있다"며 "다만 어떤 노선을 선택하더라도 동맹국들에 대한 역할과 기여 요구는 계속 강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은 동맹국들에게 능력도 있어야 하고 미국에 기여도 해야 하며 필요할 경우 미국 편에 서야 한다는 점을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며 "중국 견제 전략 속에서 동맹국들의 역할을 더욱 강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 한미동맹은 보호는 줄어들고 비용은 커지는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다"며 "미국의 전략 변화에 따라 한국에 대한 방위비 분담금 증액 요구와 안보 기여 확대 압박도 계속될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공 교수는 주한미군 역할 변화 가능성도 언급했다. 그는 "최근 미국에서는 한반도의 전략적 가치를 활용해 주한미군의 역할을 확대해야 한다는 논의가 나오고 있다"며 "중국 견제를 우선하든, 미국 본토 방어를 우선하든 한국에 대한 전략적 유연성 요구는 지속적으로 제기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주한미군이 북한만을 상대하기 위한 전력인지, 아니면 인도·태평양 지역 안보를 위한 전략 자산인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며 "한미상호방위조약에는 태평양 지역이 명시돼 있는 만큼 향후 주한미군의 역할과 범위를 둘러싼 논의가 중요한 쟁점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연루 위험은 커지고 편승의 이익은 줄어들고 있다"며 "한국은 국방비와 방위비 분담금, 안보 협력 등에서 협상력을 확보하는 동시에 어디까지 참여할 수 있고 어디까지는 어렵다는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 교수는 "장기적으로는 전략적 자율성을 강화해야 한다"며 "동맹을 유지하되 군사적 의존도를 줄이고 외교적 선택지를 넓히는 방향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중러 비공식 동맹 오래 간다"…한국 외교 시험대 중국과 러시아의 관계 역시 한국 외교에 새로운 변수로 제시됐다. 제성훈 한국외대 교수는 "중러 관계는 명확한 상호방위 의무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전통적 의미의 동맹으로 보기는 어렵다"면서도 "연루 위험을 회피하고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하면서 실질적 군사협력이 존재한다는 점에서 비공식 동맹으로 규정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제 교수는 중러 관계에 대해 "양국은 세계 질서 변화에 대한 열망은 같지만 변화의 방식과 수단에는 차이를 보이고 있다"며 "중국은 기존 세계 질서 안에서 자신의 지분과 영향력을 확대하는 변화에도 만족할 준비가 돼 있지만 러시아는 기존 세계 질서 자체의 해체와 재구성에 나서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중국은 경제력을 활용하지만 러시아는 상당 부분 군사력에 의존하고 있다"며 "양국의 경제 협력은 상호보완성이 높지만 중국은 협력을 위한 대안이 많고 러시아는 대안이 제한돼 비대칭성이 심화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다만 그는 이 같은 한계에도 중러 협력이 장기화될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제 교수는 "러시아의 대중 의존도 심화가 양국 간 불화의 불씨가 될 가능성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서방 제재가 계속되는 상황에서 러시아가 선택할 수 있는 대안은 제한적"이라고 말했다. 그는 "미국의 대중·대러 정책이 근본적으로 바뀌지 않는 한 중러 비공식 동맹은 장기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며 "러시아가 미국과의 관계를 개선하더라도 중국과의 관계를 희생하지 않을 것이고 중국도 미국과의 관계 발전을 위해 러시아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제 교수는 이러한 환경에서 한국 외교의 핵심 과제로 전략적 자율성 확보를 꼽았다. 그는 "새로운 세계질서가 아직 도래하지 않은 이행기의 혼란 속에서 한국에는 독자적 생존 전략이 필요하다"며 "강대국 간 관계 변화에 종속되지 않고 한국의 가치와 이익에 따라 독자적으로 판단하고 행동할 수 있는 전략적 자율성 확보가 최우선 과제"라고 강조했다. 이어 "동맹에 의지하지 말고 자신에게 의지해야 하며, 동맹은 신뢰하는 것이 아니라 활용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제 교수는 외교 전략의 다변화 필요성도 제기했다. 그는 "미국 및 일본과 안보 협력을 하더라도 이념화의 덫에 빠지지 않도록 중국 및 러시아와 고위급·실무급 전략대화 채널을 상설화해야 한다"며 "한국의 핵심 이익을 정교하게 분리 관리하는 다각도 외교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날 세미나에서는 미·이란 전쟁과 나토 변화, 한미동맹 재조정, 중러 비공식 동맹 장기화 등 서로 다른 주제가 다뤄졌지만 결론은 하나로 모였다. 기존 국제질서가 흔들리는 상황에서 한국이 동맹에만 기대는 방식으로는 높아지는 안보·경제 부담에 대응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미국과의 동맹을 유지하되 한국의 선택지를 넓히는 외교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방위비 분담과 주한미군 역할, 대중·대러 관계, 공급망과 경제안보 등 복합 현안이 동시에 얽히는 만큼 한국의 국익을 기준으로 사안별 대응 원칙을 세워야 한다는 지적이다. 세미나 참석자들은 변화하는 세계질서 속에서 한국 외교가 '동맹 의존'을 넘어 '동맹 활용'의 단계로 나아가야 한다고 제언했다.
2026-06-18 15:4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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