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일보] 신세계그룹이 유통 기업의 껍질을 깨고 거대한 인공지능(AI) 인프라 기업으로의 도약을 선언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추진하는 ‘AI 수출 프로그램’의 전 세계 1호 파트너로 선정되며 국내 최대 규모인 250㎿(메가와트)급 AI 데이터센터(AIDC) 구축에 나선 것이다.
단순히 AI 기술을 유통에 접목하는 수준을 넘어 글로벌 AI 패권 경쟁의 한복판에 뛰어들어 국가적 ‘소버린 AI(주권 AI)’ 생태계까지 주도하겠다는 정용진 회장의 강력한 승부수로 풀이된다.
17일 재계와 IT업계에 따르면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은 16일(현지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미 AI 스타트업 ‘리플렉션AI(Reflection AI)’의 미샤 라스킨 최고경영자(CEO)와 만나 ‘한국 소버린 AI 팩토리 건립을 위한 전략적 파트너십(MOU)’을 체결했다. 이 자리에는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장관이 직접 참석해 미국 정부 차원의 전폭적인 지지를 약속했다.
◆ 美 트럼프 행정부의 'AI 안보 동맹'…첫 파트너 된 신세계
이번 협약이 단순한 기업 간 거래(B2B)를 넘어 글로벌 산업계의 이목을 끄는 이유는 미국 정부가 직접 개입된 ‘AI 수출 1호’ 프로젝트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출범한 트럼프 2기 행정부는 중국과의 기술 패권 경쟁에서 승리하기 위해 우방국에 미국 주도의 AI 인프라를 구축해 주는 ‘AI 행동계획’을 추진해왔다. 하워드 러트닉 장관이 협약식에 참석해 "동맹국에 가장 우수한 AI가 구축되도록 적극 지원하겠다"고 밝힌 것은 한미 양국이 군사·경제를 넘어 ‘AI 안보 혈맹’으로 진화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신세계는 이 거대한 지정학적 흐름을 정확히 읽고 발 빠르게 움직여 첫 번째 파트너 자리를 꿰찼다.
파트너사인 리플렉션AI의 면면도 화려하다. 구글 딥마인드 출신의 핵심 개발자들이 2024년 창업한 이 회사는 ‘개방형(오픈 웨이트)’ AI 모델을 개발하며 기업가치 12조원 유니콘으로 퀀텀점프했다. 특히 엔비디아로부터 20억 달러의 투자를 유치하며 강력한 우군을 확보했다.
신세계 입장에서 이번 파트너십의 최대 수확은 데이터센터의 심장인 ‘엔비디아 GPU’의 안정적인 수급로를 뚫었다는 점이다. 현재 글로벌 IT 업계는 AI 가속기(GPU) 확보를 위해 천문학적인 돈을 싸들고도 줄을 서야 하는 상황이다. 신세계는 리플렉션AI를 통해 최신 엔비디아 칩을 우선 공급받음으로써 가장 큰 병목 현상을 단숨에 해결했다.
여기에 리플렉션AI의 '개방형 모델'은 데이터 외부 유출을 극도로 꺼리는 한국 정부 및 기업들의 '소버린 AI' 수요와 완벽하게 맞아떨어진다. 보안이 담보된 상태에서 자체 데이터를 학습시켜 한국형 맞춤형 AI를 고도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 본업의 위기, '한국판 AWS'로 돌파…'이마트 2.0'의 실체
유통 외길을 걷던 신세계가 수조 원이 투입되는 AI 데이터센터 사업에 뛰어든 배경에는 ‘본업의 위기감’이 짙게 깔려있다. 쿠팡의 독주와 C-커머스(알리·테무)의 저가 공세 속에서 전통 유통업은 한계에 직면했다.
정 회장은 유통 노하우에 AI를 결합한 ‘AI 풀스택’을 직접 구축해 초개인화 마케팅, 재고 관리, 배송 혁신 등 무인화·자동화가 결합된 ‘이마트 2.0’을 열겠다는 구상이다. 더 나아가 자사 유통망 혁신에 그치지 않고, 구축된 250㎿ 규모의 압도적인 AI 인프라를 외부 기업에 빌려주는 B2B 클라우드/데이터센터 사업자로 변신할 가능성이 높다.
이는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기업인 아마존이 자사 쇼핑몰 서버 관리를 위해 만든 AWS(아마존웹서비스)가 현재 아마존 전체 영업이익의 대부분을 책임지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성장한 궤적과 유사하다.
양사는 연내 합작법인(JV)을 설립하고 본격적인 데이터센터 건립에 착수할 예정이다. 하지만 장밋빛 전망만 있는 것은 아니다.
가장 큰 난관은 ‘전력 수급’이다. 250㎿는 원자력 발전소 1기 용량의 4분의 1에 달하는 막대한 전력량이다. 국내 전력망(그리드) 인프라가 포화 상태에 이른 상황에서 수도권 인근에 이 정도 규모의 전력을 안정적으로 끌어올 부지를 찾는 것은 정부 및 한국전력과의 긴밀한 공조 없이는 불가능하다. 일각에서는 신세계가 해상풍력이나 소형모듈원전(SMR) 등 대체 에너지 인프라와 연계된 지방 거점 부지를 검토할 수밖에 없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또한 천문학적인 시설투자(CAPEX) 자금 조달도 과제다. 신세계그룹의 재무적 체력을 감안할 때 글로벌 사모펀드(PEF)나 재무적 투자자(FI)를 합작법인에 어떻게 끌어들일지가 사업 속도를 좌우할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정용진 회장의 이번 결단은 신세계의 기업 정체성을 완전히 탈바꿈시키는 모멘텀"이라며 "전력 확보와 초기 투자 비용의 문턱만 넘는다면 신세계는 유통 기업을 넘어 대한민국 AI 생태계의 핵심 인프라를 쥔 '빅테크'로 재평가받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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