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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 조사에 잇단 법원 제동…조사권·기업 방어권 경계 다시 세워야
[경제일보] 공정거래위원회의 기업 조사와 처분에 법원이 잇따라 제동을 걸면서 행정조사권의 범위를 둘러싼 논란이 커지고 있다. 서울고법은 쿠팡이 제기한 현장조사 결정 효력정지 신청과 한화의 자료제출명령 효력정지 신청을 각각 받아들였다. 제지·제분업체에 대한 가격 재결정 명령도 집행이 정지됐다. 주병기 공정거래위원장은 21일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법원 판단에 “굉장히 유감”이라며 쿠팡 조사의 경우 약 30일간 유보돼 조사 실효성이 사실상 무력화됐다고 지적했다. 이번 사안을 단순히 ‘기업 대 공정위’의 힘겨루기로 볼 일은 아니다. 쿠팡은 대규모유통업법 위반 의혹과 관련한 공정위 현장조사에 대해 사전통지 절차가 지켜지지 않았다며 법원에 취소소송과 집행정지를 신청했다. 공정위는 해당 조사는 행정조사기본법상 사전통지의 예외에 해당한다는 입장이다. 기업의 절차적 방어권과 경쟁당국의 조사 실효성이 정면으로 부딪힌 것이다. 한화 사건에서는 전자정보 조사 방식까지 쟁점이 됐다. 공정위는 계열사 간 상표권 사용료와 관련한 부당 내부거래 여부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직원 휴대전화 문자메시지와 관련된 자료제출 명령을 내렸다. 한화 측은 영장 없이 휴대전화 자료를 열람하고 휴대전화를 별도로 보관하는 등 조사 과정에 문제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공정위는 변호인과 피조사인의 사전 동의를 받았으며 강압적인 조사는 없었다고 반박했다. 서울고법은 자료제출명령의 효력을 내년 1월 말까지 정지했다. 다만 법원이 공정위 현장조사 자체를 위법하다고 판단한 것은 아니다. 자료제출명령의 적법성은 본안소송에서 가려질 사안이다. 두 사건이 던지는 질문은 분명하다. 불공정행위를 밝혀내기 위해 공정위에 어디까지 조사권을 허용할 것인가. 동시에 조사받는 기업의 방어권은 어디까지 보장할 것인가. 공정위의 우려에는 이유가 있다. 담합이나 부당지원, 대형 유통업체의 불공정행위는 자료 확보의 적시성이 중요하다. 기업이 조사 단계마다 집행정지를 신청하고 그때마다 상당 기간 조사가 중단된다면 증거 확보가 어려워지고 조사권이 유명무실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경제적 약자와 소비자를 보호해야 할 경쟁당국의 손발을 지나치게 묶어서도 안 된다. 주 위원장이 조사 회피의 여지를 줄이는 방향으로 관련 규정 개정을 검토하겠다고 밝힌 배경일 것이다. 다만 그는 강제조사권이나 특별사법경찰 도입을 본격 검토할 상황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그렇다고 조사의 목적이 정당하다는 이유로 모든 조사 방식까지 정당화되는 것은 아니다. 기업 사무실에 들어가 자료를 요구하고 임직원의 휴대전화와 전자정보를 확인하는 것은 기업 활동뿐 아니라 개인의 권리에도 영향을 미친다. 스마트폰 한 대에는 업무정보와 사생활이 뒤섞여 있다. 디지털 시대의 행정조사는 과거 서류철을 들여다보던 조사와 차원이 다르다. 조사 대상과 범위, 전자정보 확보 방법을 보다 세밀하게 규정해야 하는 이유다. 주 위원장이 법원의 판단에 공개적으로 강한 유감을 표시한 대목도 신중하게 볼 필요가 있다. 행정조사의 실효성을 걱정할 수는 있다. 그러나 행정권에 대한 사법적 통제 역시 법치주의의 한 축이다. 법원의 집행정지 판단에 이견이 있다면 정해진 사법절차를 통해 다투고 조사제도의 법적 근거와 절차를 보완하는 것이 정도다. 사법적 통제를 곧바로 조사권의 무력화와 동일시하는 인상을 줘서는 곤란하다. 법치의 힘은 권한의 크기보다 절차의 정당성에서 나온다. <논어>에는 “도지이정, 제지이형, 민면이무치(道之以政, 齊之以刑, 民免而無恥)”라는 구절이 있다. 정령으로 이끌고 형벌로 다스리기만 하면 백성은 처벌을 피하려 할 뿐 부끄러움을 알지 못한다는 뜻이다. 권력의 행사만으로 질서를 세우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는 오래된 경계다. 기업이라고 법의 밖에 있을 수 없고 행정기관이라고 절차의 밖에 있을 수 없다. 이번 일을 계기로 공정위 조사제도를 정비해야 한다. 사전통지를 생략할 수 있는 요건부터 전자정보의 조사 범위, 개인 휴대전화 접근 절차, 자료제출명령의 한계까지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긴급하게 증거를 확보해야 하는 사건과 그렇지 않은 사건을 구분하고, 조사 단계에서 분쟁이 발생할 경우 신속하게 사법적 판단을 받을 수 있는 절차도 검토할 만하다. 물론 기업의 절차적 권리가 정당한 조사를 지연하거나 회피하는 수단으로 이용되는 상황 역시 경계해야 한다. 공정위와 법원이 대립하는 모양새가 반복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 행정기관의 권한 행사를 통제하는 것은 사법부의 역할이고, 법원의 판단을 통해 드러난 제도적 허점을 보완하는 것은 행정부와 입법부의 몫이다. 기업 역시 적법한 조사에는 협조해야 한다. 세 주체가 각자의 선을 지킬 때 경쟁법 집행에 대한 신뢰도 높아진다. 조사권이 강해질수록 절차는 더 엄격해야 한다. 기업의 방어권이 두터워질수록 정당한 조사에 협조할 책임도 커진다. 공정한 시장을 지키는 힘은 강한 권한에서만 나오지 않는다. 누구도 쉽게 시비 걸 수 없는 명확하고 공정한 절차에서 나온다.
2026-09-22 11:4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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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2일 시행인데 아직도 '누가 어떻게'가 없다
[경제일보] 검찰청이 문을 닫는 날은 정해졌다. 10월 2일이다. 지난해 10월 정부조직법을 고쳐 1년 뒤 시행하기로 했다. 공소청과 중대범죄수사청도 이날 출범한다. 그런데 같은 날부터 전국 2만여 명의 특별사법경찰이 누구의 지휘와 통제를 받으며 어떻게 수사할지는 아직 정리할 것이 남아 있다. 검찰청 폐지 날짜는 1년 전에 못 박아 놓고 현장에서 돌아갈 수사 방식은 시행 두 달 전까지 논란이다. 특사경은 일반인에게 이름부터 낯설다. 하는 일은 그렇지 않다. 세금과 관세, 노동, 환경, 식품, 의약품 등 생활과 맞닿은 범죄를 수사한다. 해당 분야의 전문 지식을 가진 공무원에게 수사권을 준 제도다. 전국에서 활동하는 인원만 2만 명이 넘는다. 지금까지 특사경 수사에는 검사의 지휘가 있었다. 10월 2일부터 이 지휘권이 사라진다. 개정 형사소송법은 특사경이 필요하면 검사에게 ‘지도·조언’을 요청할 수 있고 검사도 필요한 경우 지도·조언을 할 수 있도록 했다. 수사 지휘와 지도·조언은 다르다. 전자는 따를 의무가 있지만 후자는 그렇지 않다. 수사와 기소를 떼어놓겠다는 정부와 여당의 방침에 따라 법을 그렇게 고쳤다. 여기까지는 입법의 영역이다. 그렇다면 검사 지휘가 빠진 자리를 누가, 어떤 방식으로 메울지도 함께 내놓았어야 한다. 법률 판단은 어디서 받고 수사가 엉뚱한 방향으로 갈 때 누가 바로잡을지까지 준비한 뒤 제도를 바꾸는 것이 정상적인 순서다. 특사경에게 수사권만 있는 것은 아니다. 피의자를 불러 조사하고 압수수색 영장을 신청할 수 있다. 범죄 혐의가 성립하는지 살피고 수집한 증거가 법정에서 쓰일 수 있는지도 판단해야 한다. 행정 경험이 많다고 이런 일을 바로 잘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지난 3월 공개된 자료에 따르면 특사경의 48%는 수사 경력이 1년 미만이었다. 검사가 하던 지휘를 없앤다고 법률 판단까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수사 경험이 짧을수록 그 필요는 커진다. 압수수색의 범위를 잘못 잡으면 영장을 다시 받아야 하고 절차를 어긴 증거는 재판에서 쓰지 못할 수 있다. 공소시효를 놓치면 수사를 아무리 잘해도 처벌할 길이 막힌다. 형사절차는 나중에 틀린 곳을 찾아 고치는 행정 서류와 다르다. 새 형사소송법은 검사에게 보완수사요구권과 시정조치요구권, 재수사요구권 등을 두고 있다. 정부가 수사와 기소를 분리하면서 수사기관을 견제하기 위해 마련한 장치다. 하지만 사건이 공소청으로 넘어온 뒤 기록을 검토하는 것과 수사 과정에서 잘못을 바로잡는 것은 같은 일이 아니다. 압수수색이 이미 끝났고 피의자 조사가 잘못 진행된 뒤라면 사후 보완에도 한계가 있다. 특사경의 특성 때문에 생기는 문제도 있다. 경찰은 경찰청을 중심으로 지휘 체계가 갖춰져 있지만 특사경은 다르다. 고용노동부, 관세청, 식품의약품안전처, 지방자치단체 등 곳곳에 흩어져 있다. 같은 특사경이라도 조직과 수사 경험, 인력 여건이 제각각이다. 전국의 특사경을 한 덩어리로 놓고 검사 지휘만 걷어낸다고 새 수사 방식이 저절로 만들어지는 게 아니다. 수사하다 자신의 관할 밖 범죄를 발견했을 때도 생각해야 한다. 특사경은 법에 정해진 범죄만 수사할 수 있다. 본래 맡은 사건을 파다가 횡령이나 뇌물 같은 다른 범죄 혐의가 나오면 어느 기관으로 넘기고 그 과정에서 확보한 자료는 어떻게 처리할지 정교한 연결 장치가 필요하다. 검사에게 직접수사권도 없고 특사경 지휘권도 없는 새 제도에서는 기관 사이의 사건 인계가 지금보다 중요해진다. 검사의 직접수사권을 폐지하고 수사의 주체를 사법경찰관으로 일원화하는 개정 형사소송법도 10월 2일 시행된다. 정부도 이런 논란을 몰랐던 것은 아니다. 법무부는 지난 3월 공소청법과 중수청법 정부안을 확정하면서 보완수사와 새 형사사법 체계의 쟁점을 놓고 두 달간 공개토론회와 자문위원회 등을 통해 의견을 듣겠다고 했다. 특사경 지휘권 폐지를 둘러싼 우려도 같은 달부터 공개적으로 제기됐다. 시간이 없었던 셈은 아니다. 그런데 10월 2일은 이제 두 달도 남지 않았다. 일선 특사경이 어디에서 법률 지원을 받을지, 기관마다 다른 수사 역량을 어떻게 보완할지, 수사가 겹치면 어떻게 조정할지, 수사 과정에 문제가 생기면 어느 단계에서 바로잡을지 현장에서 곧바로 쓸 수 있는 답이 필요하다. 검사에게 다시 모든 지휘권을 주자는 얘기로 돌릴 필요도 없다. 국회가 수사와 기소를 분리하기로 했으면 새 제도를 제대로 굴러가게 만드는 것도 국회와 정부가 할 일이다. 기존 제도를 없애는 것과 그 자리를 대신할 제도를 만드는 것은 별개의 일일 수 없다. 형사사법 제도를 잘못 바꾸면 피해는 관청 안에서 끝나지 않는다. 수사가 늦어지면 피해자가 기다려야 하고 압수수색을 잘못하면 국민의 기본권이 침해된다. 범죄 혐의를 제대로 찾아내지 못하면 처벌해야 할 사람을 놓친다. 시행 뒤 문제가 생길 때마다 규정을 고치는 방식으로 버티기에는 국민이 치러야 할 대가가 크다. 검찰청을 없애는 날짜는 지난해 10월 이미 정했다. 준비할 시간도 그때부터 있었다. 10월 2일 아침 2만여 명의 특사경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그때 가서 묻도록 해서는 안 된다. 검찰청을 없애는 데 1년을 썼다면 새 수사체계를 준비할 시간도 1년 있었다.
2026-08-20 08:1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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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힘 빼려다 국민 사건이 멈춰선다면
[경제일보] 검찰개혁 논쟁이 다시 불붙었다. 이번 쟁점은 검찰의 힘을 얼마나 뺄 것인가에 그치지 않는다. 사건을 맡긴 국민이 제때 결론을 받을 수 있느냐의 문제로 이어진다. 국무총리실 산하 검찰개혁추진단 자문위원회가 검사의 보완수사 기능을 제한적으로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검사가 직접 보완수사를 할 수 없게 되면 그 불이익은 범죄피해자와 피의자, 피고인을 포함한 국민에게 돌아간다는 취지다. 정부 측은 곧바로 해당 입장이 추진단과 협의된 공식 입장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자문기구의 우려와 정부 추진기구의 설명이 엇갈린 셈이다. 정부가 공식 입장이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고 해서 문제의식까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검찰개혁 논의가 제도 설계의 핵심 쟁점을 아직 정리하지 못했다는 신호로 읽힌다. 검찰개혁은 오랫동안 한국 형사사법의 핵심 의제였다. 검찰의 직접수사권을 줄이고 수사와 기소를 나누자는 요구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 수사와 기소가 한 기관에 집중될 때 권한 남용의 위험이 커진다는 지적도 타당하다. 정치적 사건과 권력형 사건에서 검찰이 보여온 모습 역시 개혁 요구의 배경이 됐다. 검찰권 남용을 막자는 데 이견을 달기는 어렵다. 그러나 권한을 줄이는 일과 사건을 바로잡을 통로를 없애는 일은 다르다. 형사사법은 권력기관끼리 나눠 갖는 영역이 아니다. 국민이 피해를 호소하고 억울함을 벗어나는 절차다. 검찰의 권한이 줄었다는 사실만으로 개혁이 완성되는 것은 아니다. 사건 처리는 늦어지고 책임 소재가 흐려진다면 국민 입장에서 그것을 개혁으로 받아들이기는 어렵다. 보완수사는 바로 이 지점에 놓여 있다. 검사는 현재 송치받은 사건에 관해 사건의 동일성을 해치지 않는 범위에서 수사할 수 있다. 또 공소제기 여부 결정이나 공소유지에 필요한 경우 경찰에 보완수사를 요구할 수 있다. 하나는 검사가 직접 부족한 부분을 확인하는 기능이고 다른 하나는 경찰에 다시 확인을 요구하는 기능이다. 조문상으로는 가까워 보여도 현장에서는 차이가 작지 않다. 경찰이 송치한 사건 기록만으로 기소 여부를 판단하기 어려운 경우는 적지 않다. 피해자 진술이 빠졌거나 핵심 참고인 조사가 부실한 경우가 있다. 계좌 흐름이나 통신자료의 의미가 제대로 정리되지 않은 채 기록이 넘어오는 일도 있다. 증거능력에 문제가 생길 소지가 있는데도 수사 단계에서 걸러지지 않는 경우도 있다. 이때 공소를 책임지는 검사가 아무런 직접 확인도 할 수 없다면 선택지는 좁아진다. 기소를 포기하거나 경찰에 다시 보내는 일이 반복될 수 있다. 그 결과가 사건 핑퐁이다. 피해자는 고소장을 냈지만 수사기관 사이에서 사건이 오간다. 피의자는 혐의를 벗을 기회를 기다리지만 결론은 늦어진다. 기록을 넘겨받은 공소기관은 부족한 부분을 발견하고도 직접 확인하지 못한다. 형사사건에서 시간은 절차의 일부가 아니다. 피해자에게는 회복의 문제이고 피의자에게는 일상이 묶이는 문제다. 보완수사권 폐지론에도 이유는 있다. 검사가 수사를 계속 붙잡고 있으면 기소권과 결합해 권한이 다시 커질 수 있다는 우려다. 보완수사라는 이름 아래 별건수사나 압박수사가 되살아날 수 있다는 경계도 이해할 수 있다. 검찰개혁의 출발점이 권한 남용에 대한 반성이었다는 점을 생각하면 이 우려를 가볍게 볼 수 없다. 그러나 남용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필요한 기능까지 없애면 또 다른 부작용이 생긴다. 필요한 것은 전면 금지가 아니라 엄격한 통제다. 보완수사의 범위를 공소제기 여부 판단과 공소유지에 필요한 경우로 한정하고 사유를 기록하게 하면 된다. 동일성 범위를 벗어난 별건수사는 금지하고 보완수사 개시와 종료 기준을 문서화해야 한다. 절차와 기간을 관리하고 피해자와 피의자에게 진행 상황을 알리는 장치도 둘 수 있다. 보완수사권을 없애려면 그에 맞는 대체 장치가 있어야 한다. 검사가 직접 확인할 수 없고 경찰에 보완수사를 요구하는 방식만 남긴다면 그 요구가 제대로 이행될 수 있어야 한다. 경찰이 언제까지 무엇을 해야 하는지 분명해야 한다. 요구를 이행하지 않거나 형식적으로 처리했을 때 어떤 책임이 따르는지도 정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제도는 단순해 보이지만 현장은 더 복잡해진다. 전건송치 문제도 같은 선상에서 봐야 한다. 경찰이 모든 사건을 검찰에 보내던 과거 방식은 비효율 논란이 있었다. 그러나 검사의 보완수사를 전면 금지한다면 공소기관이 사건 흐름을 점검할 통로는 다시 따져봐야 한다. 송치되지 않은 사건에 대한 통제 장치가 약해지면 고소인과 피해자가 문제를 제기할 창구는 줄어든다. 수사기관의 판단을 한 번 더 들여다보는 절차가 사라질수록 국민의 불복권도 함께 약해질 수 있다. 특별사법경찰 사건도 마찬가지다. 환경, 노동, 식품, 의료, 건설안전 사건은 전문 사실관계와 법률 판단이 함께 움직인다. 공소유지를 염두에 둔 점검 장치가 약해지면 사건의 완성도는 기관별 역량에 따라 크게 흔들릴 수 있다. 검찰개혁 논의가 일반 형사사건에만 머물러서는 안 되는 이유다. 검찰개혁의 어려움은 여기에 있다. 검찰권 남용은 막아야 하지만 범죄 대응 역량도 유지해야 한다. 수사와 기소는 나누어야 하지만 수사와 공소유지가 완전히 끊어져서는 안 된다. 경찰의 책임수사는 존중해야 하지만 부실수사를 견제할 통로도 필요하다. 어느 한쪽 구호만으로 풀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정치권은 검찰개혁을 너무 자주 상징의 언어로 다뤄왔다. 검찰 힘 빼기, 수사권 박탈, 완전한 분리 같은 표현은 선명하다. 그러나 국민이 형사사법 절차에서 원하는 것은 선명한 구호가 아니다. 내 사건이 제때 처리되는지, 내 억울함이 기록 속에서 사라지지 않는지, 수사기관이 서로 책임을 미루지 않는지다. 검찰개혁의 기준은 검찰이 아니라 사건 당사자여야 한다. 피해자 입장에서 보완수사 기능은 추상적인 제도가 아니다. 사기 사건에서 계좌추적이 덜 된 채 사건이 넘어갔다면 피해자는 추가 확인을 바란다. 폭행이나 스토킹 사건에서 진술과 증거가 엇갈리면 피해자는 기록을 다시 살펴달라고 요구한다. 산업재해나 건설안전 사건에서 책임 주체가 여러 곳으로 나뉘면 공소기관의 법률적 검토가 중요해진다. 이런 사건에서 보완 기능이 사라지면 피해자는 어느 기관 앞에서 다시 설명해야 하는지부터 막막해질 수 있다. 피의자에게도 마찬가지다. 부실한 수사는 피해자만 괴롭히지 않는다. 혐의가 없는 사람도 오래 끌려다닐 수 있다. 검사가 기록을 보고 부족한 부분을 바로 확인해 불기소 판단을 할 수 있다면 피의자는 더 빨리 절차에서 벗어날 수 있다. 반대로 직접 확인이 막히고 사건이 다시 경찰로 넘어가면 결론은 늦어진다. 보완수사는 처벌을 강화하는 수단만이 아니라 무리한 기소를 막는 장치가 될 수도 있다. 물론 검찰에 백지수표를 줘서는 안 된다. 과거 방식으로 돌아가자는 주장도 답이 아니다. 검사가 수사기관처럼 움직이고 경찰 수사를 사실상 지휘하는 모양새가 되면 개혁 취지는 흔들린다. 필요한 것은 제한된 보완수사다. 그 필요성과 범위를 기록으로 남기고 기간을 정하며 통계도 공개해야 한다. 반복적으로 남용되는 유형이 있다면 국회와 법원, 시민사회가 감시할 수 있어야 한다. 형사사법제도는 한 번 바꾸면 현장에 오래 남는다. 법률 조문 몇 줄을 고치는 일처럼 보이지만 경찰서 조사실, 검찰청 기록실, 법정 공판 과정에서 그 영향은 매일 나타난다. 잘못 설계된 제도는 처음에는 잘 드러나지 않는다. 사건이 늦어진 뒤에야 체감된다. 그때는 이미 피해자가 지쳤고 피의자가 소모됐고 증거는 흐려진 뒤일 수 있다. 이번 논쟁에서 봐야 할 것은 검찰의 체면이 아니다. 경찰의 권한도 아니다. 정부와 국회의 주도권도 아니다. 국민의 사건이 어느 단계에서 멈추지 않고 흘러갈 수 있는지다. 검찰개혁이 국민을 위한 개혁이라면 보완수사 기능을 없앨지 남길지도 그 기준에서 판단해야 한다. 검찰의 권한은 통제돼야 한다. 그러나 사건을 바로잡는 기능까지 함께 없애서는 안 된다. 권한 남용을 막는 장치와 부실수사를 보완하는 장치는 함께 설계돼야 한다. 한쪽만 남기면 제도는 기울어진다. 검찰을 약하게 만드는 것이 곧 국민을 강하게 만드는 길은 아니다. 검찰개혁은 필요하다. 그러나 개혁의 성패는 검찰청 간판을 내렸는지, 공소청과 중수청을 세웠는지, 보완수사권이라는 단어를 법에서 지웠는지로만 평가될 수 없다. 국민이 고소장을 낸 뒤 덜 기다리게 됐는지, 억울한 피의자가 더 빨리 결론을 받게 됐는지, 부실한 수사가 공판에서 무너지기 전에 보완됐는지로 평가돼야 한다. 검찰 힘을 빼는 일은 목적이 아니라 수단이다. 그 과정에서 국민 사건이 멈춰 선다면 개혁의 이름은 남아도 설득력은 약해진다. 보완수사 논쟁은 검찰을 위한 논쟁이 아니다. 고소장을 낸 사람, 조사를 받는 사람, 재판을 기다리는 사람의 사건을 누가 끝까지 책임질 것인지에 대한 질문이다.
2026-06-10 10:1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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