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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노멀 5% 금리'의 경고, 아직도 저금리의 망령에 취해 있나
[경제일보] 돈의 시대가 바뀌었다. 공짜에 가깝던 돈이 사라지고 돈의 가격이 정상화되고 있다. 미국 장기 국채금리가 5% 안팎을 오르내리는 고금리 환경이 새로운 질서로 굳어질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 그런데 한국 경제와 정치권은 여전히 저금리 시대의 낡은 사고에 갇혀 있다. 빚을 내 버티고, 재정을 풀어 경기를 떠받치며, 금리가 다시 내려가기만을 기다리는 안이한 행태가 반복되고 있다. 이제 ‘저금리의 망령’에서 깨어나야 한다. 지난 수년간 우리 경제가 누린 초저금리는 값비싼 착시를 만들었다. 가계는 빚을 늘려 집을 샀고, 기업은 싼 자금에 의존했으며, 정부는 재정지출 확대를 성장의 만능 처방처럼 활용했다. 그 결과 가계부채는 경제의 뇌관이 됐고, 한계기업과 자영업자의 부실 위험은 커졌다. 금리가 오르자 감춰졌던 경제의 민낯이 고스란히 드러나고 있다. 저금리가 문제를 해결한 것이 아니라 문제를 뒤로 미뤄놓았을 뿐이다. 더 큰 문제는 국가재정이다. 고금리 시대에 빚을 늘리는 것은 저금리 때보다 훨씬 위험하다. 국채 이자가 불어나면 미래의 재정 여력이 그만큼 줄어든다. 복지와 연구개발, 산업투자에 쓸 돈이 이자 상환으로 빠져나가고, 정부가 시장의 자금을 과도하게 흡수하면 민간의 투자와 자금 조달을 위축시키는 구축 효과도 커진다. 국가채무가 늘어날수록 미래세대의 선택지는 좁아진다. 그런데 정치권은 이런 냉혹한 산수를 외면하고 있다. 선거와 민심을 앞세워 현금성 지원과 각종 사업을 쏟아내고, 재정 확대를 경제 활성화라는 이름으로 포장한다. 국민에게 지금 돈을 나눠주는 것은 쉽지만 그 청구서는 결국 국민이 미래에 갚아야 한다. 재정에는 공짜가 없다. 세금을 더 걷거나, 국채를 더 발행하거나, 미래의 지출을 포기해야 한다. 이를 외면한 채 ‘국가가 책임지겠다’는 말만 반복하는 것은 책임정치가 아니라 미래세대에 대한 청구서 떠넘기기다. 정부와 국회는 이제 재정의 브레이크부터 점검해야 한다. 법적 구속력을 갖춘 재정준칙을 서둘러 마련하고, 의무지출을 포함한 재정사업 전반을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 효과가 불분명한 보조금과 중복사업,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만들어진 사업부터 과감하게 정리해야 한다. 재정은 인기 경쟁을 위한 지갑이 아니라 국가가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비축해야 할 최후의 안전판이다. 경제의 체질도 바꿔야 한다. 정부가 해야 할 일은 돈을 풀어 연명시키는 것이 아니라 기업이 투자하고 일자리를 만들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다. 규제를 걷어내고 노동시장의 경직성을 완화하며 기술혁신과 생산성 향상을 가로막는 장벽을 제거해야 한다. 경쟁력을 잃은 기업을 무조건 연명시키는 정책 역시 재검토해야 한다. 구조조정을 미루면 부실의 규모만 커질 뿐이다. 가계부채 역시 ‘연착륙’이라는 말만 반복해서는 안 된다. 상환 능력이 떨어지는 차주에 대한 선별적 지원과 함께 대출 규율을 강화하고 금융회사의 건전성 관리도 한층 엄격하게 해야 한다. 부실이 터진 뒤 국민 세금으로 수습하는 방식은 더 이상 용납돼서는 안 된다. 5% 금리의 시대에는 1% 금리 시대의 경제정책을 그대로 적용할 수 없다. 빚으로 성장률을 떠받치고 재정으로 민생을 포장하는 시대는 끝내야 한다. 정치권이 국민에게 해야 할 말은 ‘더 드리겠다’가 아니라 ‘더 이상 감당할 수 없는 빚은 만들지 않겠다’여야 한다. 고금리는 우리 경제의 약점을 드러내는 냉혹한 청구서다. 이를 외면하면 국가채무와 가계부채, 기업부실이 한꺼번에 경제의 발목을 잡게 된다. 지금 필요한 것은 달콤한 재정 살포도, 금리 인하에 대한 막연한 기대도 아니다. 재정의 군살을 도려내고 국가채무의 증가 속도를 낮추며, 생산성과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뼈 를 깎는 구조개혁이다. 정치권은 표를 얻기 위한 포퓰리즘과 결별하고 정부는 인기 없는 개혁이라도 밀어붙여야 한다. 그것이 지금 세대가 미래세대에 져야 할 최소한의 책임이다.
2026-09-30 11:4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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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일의 국회, '국가의 시간' 아껴야
[경제일보] 국회의 시간과 산업의 시간은 다르게 흐른다. 국회에서 법안 한 건이 한 회기 미뤄지는 것은 단지 다음 회의에서 다시 논의하면 될 일처럼 치부되지만, 기업 입장에서는 변전소 하나, 산업용수 관로 하나, 공장 인허가 하나가 늦어지는 사이 경쟁국에서는 생산라인이 돌아가고 고객사의 공급망이 굳어진다. 정치에는 다음 회기가 있지만 산업에는 놓치면 돌아오지 않는 시간이 있다. 22대 국회 후반기 첫 정기국회가 지난 1일 막을 올렸다. 12월 9일까지 꼭 100일이다. 8·30 개각에 따른 장관 인사청문회, 부동산 정책과 사법개혁 법안, 세제 개편에 역대 최대 규모인 821조원짜리 2027년도 예산안까지 한꺼번에 국회 문턱을 넘는다. 여당은 국정과제 입법과 확장재정을 뒷받침하겠다고 하고, 야당은 ‘입법 독주’와 ‘포퓰리즘 예산’을 막겠다며 벼르고 있다. 충돌할 사안이 적지 않다. 다툴 것은 다퉈야 한다. 세금과 부동산, 형사사법 체계를 바꾸는 법에는 서로 다른 철학과 이해관계가 걸려 있다. 821조원의 나랏돈을 어디에 얼마나 쓸지도 야당이 매섭게 따져야 한다. 다수당이 숫자로 밀어붙이는 것도, 야당이 반대를 위한 반대로 시간을 끄는 것도 모두 경계할 일이다. 하지만 모든 법안을 같은 정치의 시계 위에 올려놓아야 하는지는 별개의 문제다. 조정식 국회의장은 개회사에서 ‘1년을 미룬 법이 10년의 격차를 만든다’며 반도체·AI·첨단바이오 같은 국가전략기술 관련 입법을 서둘러 달라고 했다. 통상과 대외경제 입법에서는 여야가 ‘원팀’으로 움직이자는 주문도 내놨다. 표현이 다소 과장돼 보일 수 있지만 문제의식은 정확하다. 세계의 기술경쟁은 국회의 의사일정을 기다리지 않는다. 더구나 정부는 내년 예산부터 산업의 속도를 크게 높이겠다고 돈을 걸었다. 2027년도 정부 예산안은 올해보다 12.8% 늘어난 821조원이다. 이 가운데 반도체·피지컬AI·AI 데이터센터 등 3대 메가프로젝트와 관련 인프라·기술개발에 21조3000억원을 투입할 계획이다. 정부 연구개발 예산안도 39조5000억원으로 올해보다 11.2% 늘렸다. 돈만 놓고 보면 한국이 AI와 첨단산업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겠다는 의지는 분명하다. 문제는 예산의 속도와 법의 속도가 다르면 돈도 기다린다는 것이다. 정부가 추진하는 3대 메가프로젝트만 해도 전력과 용수, 산업단지와 건축 문제를 풀기 위해 전기사업법·수도법·물관리기본법·산업입지 및 개발에 관한 법률·건축법 등의 손질이 주요 과제로 거론되고 있다. 반도체 공장에 수십조원을 투자하겠다는 기업이 있어도 전력과 물을 공급할 제도와 시설이 제때 따라오지 못하면 장부 위 투자는 공장이 되지 못한다. AI 데이터센터 역시 GPU를 사놓는다고 만들어지는 산업이 아니다. 전력망과 부지, 냉각설비와 인허가가 동시에 움직여야 한다. 여기에 한국 정치의 오래된 습관이 끼어든다. 여야가 크게 충돌하는 법안 하나가 상임위를 붙잡으면 그와 직접 관계없는 법안까지 함께 기다린다. 원내 협상이 틀어지면 본회의 일정 전체가 흔들리고, 서로 상대 당 법안에 조건을 붙이기 시작하면 민생·산업법안도 협상카드가 된다. 정치에는 모든 것을 한 묶음으로 흥정하려는 유혹이 있다. 그 비용은 국회가 아니라 국민과 기업이 낸다. 공장 착공이 늦어지고, 신규 채용이 밀리고, 기업의 투자금은 해외로 옮겨갈 수 있다. 스타트업은 규제가 정리될 때까지 사업모델을 바꾸고, 지역에서는 산업단지 지정만 기다리다 토지가 묶인다. 법안이 국회 서랍에서 보낸 시간은 통계에 잘 잡히지 않는다. 그래서 더 위험하다. ‘국가의 대기시간’도 비용이다. 이번 정기국회가 해야 할 일은 법안을 많이 통과시키는 것이 아니다. 어떤 법은 충분히 싸우고, 어떤 법은 싸움과 분리해 빨리 처리할지를 구분하는 것이다. 여야가 국가전략산업과 민생 인프라에 대해서는 별도의 ‘초당적 신속처리 트랙’을 만드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국회법상 신속처리안건, 이른바 패스트트랙을 남발하자는 얘기가 아니다. 여야 원내지도부가 정기국회 초기에 합의 가능한 법안을 추려 상임위 심사와 공청회, 법사위 검토, 본회의 처리 시한을 미리 정하자는 것이다. 기준도 까다롭게 세우면 된다. 첫째, 특정 기업이나 계층에 특혜를 주기보다 국가 전체의 산업 기반과 직결되는 법이어야 한다. 둘째, 여야가 정책목표 자체에는 큰 이견이 없고 방법론만 조정하면 되는 법이어야 한다. 셋째, 처리 지연에 따른 경제적 비용과 해외 경쟁 상황을 객관적으로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넷째, 안전·환경·노동권을 속도라는 이름으로 우회하지 않아야 한다. 신속한 입법은 졸속 입법과 같은 말이 아니다. 전력망 건설을 서두른다고 주민의 재산권과 환경 검토를 생략해서는 안 된다. 반도체 경쟁력을 이유로 노동기준을 백지수표처럼 풀어주는 것도 곤란하다. 필요한 것은 심사를 없애는 것이 아니라 심사의 끝을 알 수 있게 하는 것이다. 기업과 국민에게 가장 큰 부담은 엄격한 규제 자체보다 결론이 언제 날지 모르는 불확실성일 때가 많다. 여당의 책임이 먼저 무겁다. 다수 의석을 갖고 있는 만큼 ‘속도’를 ‘독주’로 착각해서는 안 된다. 정부가 내놓은 법이라고 원안 그대로 밀어붙이는 것이 국가의 시간을 줄이는 방법은 아니다. 이재명 대통령도 1일 국무회의에서 ‘정부안이 언제나 옳거나 완벽할 수 없다’며 국회의 지적과 대안을 검토해 필요하면 입법과 예산에 반영하라고 주문했다. 여당이 새겨들을 말이다. 야당도 달라야 한다. 정부 정책을 검증하는 것과 정책을 멈춰 세우는 것은 다르다. 반도체 공장에 필요한 송전망이나 AI 데이터센터의 기반시설까지 정권의 성패와 연결해 지연시키면 정권이 아니라 한국 기업이 경쟁국에 뒤처진다. 잘못된 조항을 고치되 필요한 법은 통과시키고, 그 결과를 다음 선거에서 평가받는 것이 책임 있는 야당의 모습이다. 국회는 벌써 대비되는 두 장면을 보여주고 있다. 정기국회 첫날 행정안전위원회에서는 지방자치법·소방기본법 등 여러 법안이 여야 논의를 거쳐 처리된 반면, 중대범죄수사청 관련 법안에서는 여야가 충돌했다. 정치적 이해가 첨예한 법과 합의 가능한 법을 분리하는 것이 불가능하지 않다는 뜻이기도 하다. ‘한비자’ 심도편에는 ‘법여시전즉치 치여세의즉유공(法與時轉則治 治與世宜則有功)’이라는 구절이 있다. ‘법이 시대와 함께 변하면 다스려지고, 제도가 세상 형편에 맞으면 성과가 난다’는 뜻이다. 2000년도 더 된 문장이지만 기술이 몇 달 단위로 바뀌는 지금의 국회에 오히려 더 절실하다. 법은 산업보다 앞서기 어렵다. 적어도 산업의 발목을 붙잡을 만큼 뒤처져서는 안 된다. 이번 정기국회에는 821조원이라는 사상 최대 예산보다 더 귀한 자원이 하나 있다. 100일이라는 시간이다. 그 시간을 정쟁의 밀도를 높이는 데 쓸 것인지, 대한민국이 기다리는 시간을 줄이는 데 쓸 것인지가 국회의 성적표가 될 것이다. 여야가 모두 합의하는 법만 처리하라는 얘기가 아니다. 민주주의에는 갈등이 필요하고, 때로는 오래 토론해야 할 문제도 있다. 다만 반도체와 AI가 세계시장에서 하루를 다투고 있는데 국회가 정치적으로 결론 내지 못한 다른 문제 때문에 전력망과 산업용수 법안까지 세워두는 것은 민주적 숙의가 아니라 행정적 낭비에 가깝다. 법안 처리 건수 몇 백 건을 자랑하는 국회보다 대한민국이 기다리는 시간을 몇 달 줄인 국회가 더 유능하다. 12월 9일 정기국회가 문을 닫을 때 국민이 보고 싶은 것도 그것이다. 여야가 몇 번 이겼는지가 아니라 공장과 기업, 청년과 지역이 얼마나 덜 기다리게 됐는가. 정기국회 100일의 진짜 경쟁은 법안 숫자가 아니다. 국가의 시간을 누가 더 아껴줬느냐의 경쟁이어야 한다.
2026-09-02 12:5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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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0조 '수퍼 재정', 미래를 위한 투자인가 미래를 담보 잡는 도박인가
[경제일보] 국가 예산은 한 해의 살림살이를 넘어 국가의 철학과 미래를 담는 설계도다. 정부가 내년도 예산을 올해보다 10% 이상 늘어난 800조 원 안팎의 '수퍼 재정'으로 편성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반도체 경기 회복에 따른 세수 증가를 바탕으로 미래대응기금을 신설하고 인공지능(AI), 바이오, 양자기술 등 첨단산업에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겠다는 구상이다. 국가 경쟁력을 좌우할 미래 산업에 대한 선제적 투자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세계가 기술 패권 경쟁에 사활을 거는 시대에 정부가 마중물 역할을 하겠다는 방향 자체를 반대할 이유는 없다. 그러나 재정은 의지만으로 운용되는 것이 아니라 경제의 흐름과 재정 원칙 속에서 집행되어야 한다. 아무리 좋은 정책도 시기를 놓치면 독이 될 수 있다. 지금 우리 경제는 긴 고물가와 고금리의 터널을 겨우 벗어나 거시경제의 안정을 회복하는 중요한 갈림길에 서 있다. 물가는 아직 완전히 안정되지 않았고, 시중 유동성은 여전히 풍부하다. 수도권 부동산 시장 역시 언제든 다시 과열될 가능성을 안고 있다. 이런 시점에서 정부가 10%를 넘는 초확장 재정을 집행할 경우 물가와 자산 가격을 다시 자극할 가능성을 결코 가볍게 볼 수 없다. 정부의 재정 확대는 한국은행의 통화정책과도 충돌할 수 있다. 한쪽에서는 물가를 잡기 위해 긴축을 유지하는데 다른 한쪽에서는 대규모 재정을 풀면 정책 효과는 반감될 수밖에 없다. 재정과 통화정책은 경제라는 수레의 두 바퀴다. 서로 다른 방향으로 움직인다면 결국 국민 경제가 그 부담을 떠안을 수밖에 없다. 재정학의 가장 기본적인 원칙은 명확하다. 경기가 좋을 때는 재정을 비축하고 국가채무를 줄이며, 어려울 때 과감히 사용하는 것이다. 최근 세수 여건이 개선된 것은 반도체 산업의 호조에 힘입은 측면이 크다. 이를 구조적인 세수 증가로 착각해 지출을 대폭 늘리는 것은 매우 위험한 판단이다. 일시적인 호황을 영구적인 성장으로 오인하는 순간 재정 건전성은 흔들리기 시작한다. 늘어난 세수는 무엇보다 국가채무를 줄이는 데 우선 활용해야 한다. 국가 부채는 미래 세대가 반드시 갚아야 할 부담이다. 지금 곳간이 조금 채워졌다고 해서 소비부터 늘리는 것은 가계든 국가든 바람직한 재정 운용이 아니다. 미래의 경기 침체가 닥쳤을 때 사용할 재정 여력을 미리 소진하는 결과를 낳을 뿐이다. 더 큰 우려는 막대한 예산이 정치적 논리에 휘둘릴 가능성이다. 선거를 앞두고 지역 민원성 사업이나 현금성 지원이 확대된다면 재정은 성장의 마중물이 아니라 포퓰리즘의 연료가 된다. 과거에도 선심성 재정은 단기적인 인기만 남겼을 뿐 국가 경쟁력을 높이지 못했다. 특히 경직성 복지와 현금성 지원은 한 번 시작되면 줄이기 어려워 국가 재정을 장기간 압박하는 구조적 부담으로 남는다. 정부가 신설하려는 미래대응기금은 반드시 국가의 미래 경쟁력을 높이는 분야에 집중되어야 한다. AI와 반도체, 바이오, 양자컴퓨터, 차세대 에너지 등 미래 산업은 물론, 기술 인재 양성과 연구개발 생태계 구축에도 과감히 투자해야 한다. 동시에 사업 선정부터 집행, 성과 평가까지 전 과정을 국민에게 투명하게 공개하고 철저한 사후 검증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 예산은 규모보다 효율이, 속도보다 성과가 더욱 중요하다. 아울러 저출생과 고령화, 노동시장 구조개혁, 지역 균형발전 등 대한민국의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는 데 재정의 우선순위를 두어야 한다. 단순한 경기부양보다 국가 체질을 개선하는 데 쓰이는 예산만이 미래 세대의 부담을 줄이고 지속 가능한 성장을 가능하게 한다. 재정은 화수분이 아니다. 오늘의 인기와 정치적 성과를 위해 미래의 부담을 키우는 재정 운용은 결코 책임 있는 국가의 모습이 아니다. 정부는 800조 원이라는 숫자의 화려함보다 그 예산이 가져올 거시경제적 파급 효과를 더욱 냉정하게 따져야 한다. 재정 건전성을 지키면서 미래 산업에는 과감히 투자하는 균형 감각, 그것이 지금 정부가 보여야 할 진정한 국가 운영의 지혜다. 풍년일수록 흉년을 준비하라는 경제의 기본 원칙을 잊지 않을 때만이 대한민국의 재정은 미래 세대에게 희망이라는 유산으로 남을 것이다.
2026-07-14 12:2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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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는 끝났고 경제의 계산서가 남았다
[경제일보] 선거가 끝나면 정치권은 승패를 말한다. 어느 지역을 지켰고 어느 지역을 잃었는지 따진다. 표의 흐름을 분석하고 다음 선거의 유불리를 계산한다. 그러나 선거 뒤 정치권 앞에 놓이는 것은 결국 숫자다. 성장률 전망치와 물가 상승률, 가계부채와 재정 여력이 다시 고개를 든다. 선거 때는 약속으로 넘길 수 있었던 문제들이 이제 예산과 금리, 세금과 시장의 반응으로 돌아온다. 6·3 지방선거 이후 한국 경제가 맞닥뜨린 장면도 다르지 않다. 감세와 지원금, 대출 완화와 규제 완화, 부동산 안정과 공급 확대, 민생 회복과 재정 확대가 동시에 거론됐다. 하나하나만 놓고 보면 모두 그럴듯하다. 그러나 정책은 말의 선의가 아니라 결과로 평가된다. 재원이 없는 약속은 결국 다른 국민의 부담으로 돌아간다. 부작용을 말하지 않는 처방은 정책이 아니라 표어에 가깝다. 지표만 보면 낙관의 근거도 있다. 지난 5월 수출은 전년 동월 대비 53.2% 늘어난 877억5000만달러를 기록했다. 월 기준 역대 최대 실적이다. 반도체 수출은 169.4% 증가하며 전체 수출 증가세를 이끌었다. AI 투자 확대와 메모리 업황 개선이 한국 경제의 버팀목 역할을 하고 있다. 수출이 살아나면 기업 실적이 개선되고 증시도 반응한다. 선거 이후 정치권이 경제 회복을 말할 수 있는 배경이다. 그러나 그 숫자만으로 경제 전체가 좋아졌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반도체 호황은 반가운 일이다. 하지만 반도체가 잘된다고 해서 골목상권의 계산대와 건설현장의 자금 사정, 자영업자의 이자 부담, 서민의 장바구니 사정까지 함께 풀린 것은 아니다. 수출 대기업의 회복과 내수 현장의 체감경기 사이에는 여전히 거리가 있다. 경제가 좋아졌다는 말이 국민의 생활에서 확인되려면 시간이 필요하다. 때로는 시간이 지나도 확인되지 않을 수 있다. 물가는 그 간극을 가장 먼저 드러낸다. 5월 소비자물가는 전년 동월 대비 3.1% 올랐다. 생활물가지수는 3.3% 상승했다. 숫자는 건조하지만 가계에는 다르게 닿는다. 전기요금과 교통비, 외식비와 식료품 가격은 통계표가 아니라 매일의 지출이다. 선거 때 물가는 구호가 되지만 선거 뒤에는 가계부가 된다. 성장률 전망이 올라갔다는 말만으로 식탁의 부담이 내려가지는 않는다. 가계부채도 한국 경제의 약한 고리로 남아 있다. 금융당국은 올해 관리대상 가계대출 증가율 목표를 1.5%로 설정하고 2030년까지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을 80% 수준으로 낮추겠다는 방침을 제시했다. 그만큼 가계부채 문제가 더는 미룰 수 없는 과제라는 뜻이다. 그런데 선거 때마다 대출 완화와 주거 지원은 손쉬운 공약으로 등장한다. 집값이 불안하면 대출을 풀자는 요구가 나오고 경기가 나쁘면 돈을 더 돌게 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는다. 하지만 빚으로 떠받친 민생은 오래가지 못한다. 대출 완화는 당장의 숨통을 틔울 수 있지만 다음 위기의 출발점이 될 수도 있다. 포퓰리즘의 위험은 돈을 쓰자는 주장 자체에 있지 않다. 경제가 어려울수록 재정은 필요하다. 취약계층과 한계 상황에 몰린 소상공인을 외면하는 국가는 존재 이유를 설명하기 어렵다. 문제는 누구에게 왜 얼마나 지원할 것인지 묻지 않는 정치다. 모든 국민에게 같은 방식으로 돈을 나눠주는 일은 가장 쉬운 선택처럼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쉬운 선택이 곧 책임 있는 선택은 아니다. 재정은 정치권의 현금 인출기가 아니다. 오늘의 지출은 내일의 세금이거나 미래 세대의 부담이다. 선거판의 언어는 짧고 강하다. 깎아주겠다. 풀어주겠다. 지원하겠다. 막아주겠다. 경제의 언어는 훨씬 까다롭다. 재원은 어디서 마련할 것인가. 누가 혜택을 보고 누가 비용을 부담할 것인가. 부작용은 어느 시장에서 나타날 것인가. 정책은 몇 년을 버틸 수 있는가. 선거 이후 정치가 해야 할 일은 이 질문에 답하는 것이다. 선거에서 이겼다는 이유로 계산을 생략해서도 안 된다. 선거에서 졌다는 이유로 책임을 피해서도 안 된다. 부동산 정책은 그 충돌이 가장 선명하게 나타나는 영역이다. 집값을 잡겠다는 말은 늘 반복된다. 공급을 늘리겠다는 약속도 빠지지 않는다. 세 부담을 낮추겠다는 주장과 투기 수요를 억제하겠다는 주장도 동시에 나온다. 그러나 현실의 부동산 시장은 한 문장으로 움직이지 않는다. 공급은 인허가와 금융, 공사비와 지역 민원, 시행 리스크와 시공사 수익성에 묶여 있다. 대출은 가계부채와 직결된다. 세제는 시장 심리와 맞물린다. 선거 구호는 시장의 불안을 잠시 덮을 수는 있어도 주거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 건설과 부동산 현장의 체감은 더 복잡하다. 공사비는 올랐고 금융 비용은 부담으로 남아 있다. PF 부실 우려는 시장 곳곳에서 신호를 보내고 있다. 주택 공급을 늘려야 한다는 정책 방향은 맞다. 그러나 현장은 자금 조달과 수익성, 분양성, 인허가 지연이라는 벽을 만난다. 정치권은 공급 확대를 말하지만 공급은 선언으로 이뤄지지 않는다. 땅을 확보하고 자금을 조달하고 공사를 진행하고 입주까지 이어지는 긴 과정이 필요하다. 그 과정의 위험을 누가 감당할 것인지 정하지 않은 공급 대책은 구호에 머물 가능성이 크다. 규제 완화도 마찬가지다. 기업 활동을 막는 불필요한 규제는 걷어내야 한다. 노동시장과 산업 현장의 변화에 맞지 않는 제도는 손볼 필요가 있다. 그러나 규제 완화라는 이름으로 안전과 책임까지 함께 낮추려 해서는 안 된다. 특히 건설 현장에서 안전은 비용 항목이 아니라 생명과 직결된 기준이다. 기업 부담을 줄이자는 요구는 경제 현실에서 나온다. 동시에 노동자와 시민의 안전을 지키자는 요구도 현실에서 나온다. 정책의 성패는 어느 한쪽의 구호를 택하는 데 있지 않다. 비용과 책임을 어떻게 나눌지 설계하는 데 있다. 정책도 공적 약속이다. 공적 약속에는 권한과 책임이 따른다. 선거 공약이라고 해서 책임의 원칙에서 벗어날 수는 없다. 정책은 선의로 면책되지 않는다. 결과와 부작용까지 함께 심판받는다. 지원금이 필요하다면 대상과 재원을 밝혀야 한다. 감세가 필요하다면 세수 감소분을 설명해야 한다. 대출 완화가 필요하다면 가계부채와 집값에 미칠 영향을 함께 말해야 한다. 규제를 풀겠다면 안전과 공정의 빈틈을 어떻게 메울 것인지 답해야 한다. 민생을 앞세운 포퓰리즘은 늘 선의의 얼굴을 하고 나타난다. 국민이 어렵다. 소상공인이 힘들다. 청년이 지쳐 있다. 노후가 불안하다. 이 말들은 대체로 사실이다. 그래서 더 조심해야 한다. 고통이 사실이라고 해서 모든 처방이 옳아지는 것은 아니다. 경제적 어려움을 이용해 재원 없는 약속을 경쟁적으로 내놓는 순간 민생은 다시 정치의 도구가 된다. 필요한 것은 더 큰 목소리가 아니라 더 정확한 처방이다. 정책에는 순서가 있다. 물가가 다시 오르는 국면에서 무차별적 현금 살포는 소비 여력을 키우는 동시에 물가 압력을 높일 수 있다. 가계부채가 높은 상황에서 대출 완화는 주거비 부담을 덜어주는 동시에 부동산 가격을 다시 자극할 수 있다. 재정 여력이 제한된 상황에서 감세와 지출 확대를 동시에 말하면 결국 국채 발행이나 다른 세목의 부담으로 돌아올 수 있다. 정치가 이 연결고리를 말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정책이 아니라 포장이다. 선거가 없는 시간은 정치권의 휴식기가 아니다. 책임을 미뤄둔 정책을 처리해야 할 시간이다. 선거를 앞두고는 표를 의식해 하기 어려운 말이 많다. 지원이 필요하지만 전 국민 지원은 맞지 않다고 말하기 어렵다. 부동산을 안정시켜야 하지만 대출 완화는 조심해야 한다고 말하기 어렵다. 기업을 살려야 하지만 안전 책임을 낮출 수는 없다고 말하기 어렵다. 선거가 끝난 지금이 그런 말을 해야 할 때다. 정치권은 경제를 지나치게 쉽게 설명하려는 습관을 버려야 한다. 경제가 어려운 이유를 전 정부 탓이나 현 정부 탓으로만 돌리는 방식은 오래가지 못한다. 물가는 국제 원자재와 환율, 유통 비용과 임금, 공공요금과 수요가 함께 움직인 결과다. 부동산은 금리와 공급, 세제와 심리, 지역 개발과 금융규제가 함께 만든 결과다. 가계부채는 주거비와 소득 정체, 금융 관행과 자산 가격 기대가 쌓인 결과다. 복잡한 문제를 한 줄 공약으로 해결하겠다는 말은 편하지만 위험하다. 언론도 이 대목에서 책임이 있다. 선거 이후 정치권의 약속을 단순히 누가 더 많이 지원하느냐의 경쟁으로 중계해서는 안 된다. 언론이 해야 할 일은 선심성 경쟁의 중계가 아니다. 약속의 가격표를 독자 앞에 펼쳐 보이는 일이다. 현금 지원을 말하면 대상과 재원을 물어야 한다. 감세를 말하면 세수 감소분을 물어야 한다. 대출 완화를 말하면 가계부채와 집값 영향을 물어야 한다. 규제 완화를 말하면 안전과 소비자 보호의 공백을 물어야 한다. 선거가 끝난 뒤 언론이 해야 할 일은 승패 해설보다 약속의 검증이다. 한국 경제는 지금 이중적인 얼굴을 보이고 있다. 반도체와 수출은 강하다. 그러나 내수와 체감경기는 여전히 무겁다. 성장률 전망에는 기대가 있지만 가계부채와 물가에는 부담이 있다. 증시는 웃지만 자영업자의 장부는 웃지 못할 수 있다. 이 간극을 외면한 채 경제 회복만 말하면 국민은 설득되지 않는다. 반대로 수출 호조와 산업 경쟁력의 기회를 외면한 채 위기만 말해도 균형을 잃는다. 지금 필요한 것은 낙관도 비관도 아니다. 숫자를 있는 그대로 보고 정책의 우선순위를 정하는 일이다. 포퓰리즘은 이 균형을 무너뜨린다. 어려운 사람을 돕겠다는 명분 아래 모든 사람에게 같은 약속을 한다. 미래 부담을 말하지 않고 현재의 혜택만 강조한다. 정책의 우선순위를 흐리고 재정의 한계를 감춘다. 선거 때는 효과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집권 이후에는 숫자로 되돌아온다. 물가로 돌아오고 부채로 돌아오고 세금으로 돌아온다. 결국 국민이 계산서를 받는다. 정치권은 이제 더 솔직해져야 한다. 모든 부담을 줄이고 모든 지원을 늘리며 모든 규제를 풀고 모든 안전을 강화하겠다는 말은 성립하기 어렵다. 선택에는 비용이 따른다. 감세를 하면 세수가 줄고 지출을 늘리면 재정 부담이 커진다. 대출을 풀면 부채가 늘 수 있고 대출을 묶으면 실수요자의 고통이 커질 수 있다. 공급을 늘리려면 지역 반발과 인허가 문제를 넘어야 하고 안전을 강화하려면 비용을 분담해야 한다. 정치는 이 불편한 사실을 숨기지 말아야 한다. 선거 이후 경제 현실이 요구하는 것은 거창한 구호가 아니다. 지원은 더 정밀해야 한다. 감세는 더 신중해야 한다. 대출은 더 책임 있게 관리해야 한다. 부동산 공급은 말이 아니라 실행 일정과 재원, 인허가 개선으로 보여줘야 한다. 규제개혁은 기업의 숨통을 틔우되 안전과 공정의 기준을 훼손하지 않는 방향이어야 한다. 이것이 선거 이후 정책의 최소한이다. 경제는 결국 신뢰의 문제다. 정부가 숫자를 속이지 않는다는 신뢰, 정치권이 재원 없는 약속을 남발하지 않는다는 신뢰, 시장이 정책을 예측할 수 있다는 신뢰, 국민이 고통을 분담하더라도 그 부담이 공정하게 나뉜다는 신뢰가 필요하다. 포퓰리즘은 이 신뢰를 갉아먹는다. 달콤한 약속은 빠르게 퍼지지만 신뢰는 천천히 쌓인다. 한 번 무너진 신뢰는 더 많은 돈으로도 쉽게 회복되지 않는다. 선거는 끝났다. 이제 정치권은 약속의 가격을 말해야 한다. 민생을 돕겠다면 재원을 밝혀야 하고 부동산을 안정시키겠다면 대출과 공급의 부작용까지 설명해야 한다. 기업을 살리겠다면 안전과 책임의 기준도 함께 세워야 한다. 포퓰리즘은 선거에서 박수를 받을 수 있지만 경제는 박수로 움직이지 않는다. 경제는 결국 숫자와 책임으로 돌아온다. 선거의 시간이 끝난 뒤 경제의 시간이 시작됐다. 이 시간을 어떻게 쓰느냐가 다음 선거보다 더 중요하다.
2026-06-08 08:5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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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 끝나자 들이닥친 복합위기, 경제 현실 직시할 때
[경제일보] 선거가 끝나자마자 한국 경제는 주식시장 변동성 확대, 환율 불안, 국제유가 상승, 물가 압박이 동시에 겹치는 복합위기에 직면했다. 이제는 포퓰리즘적 접근을 넘어 냉정한 현실 인식과 구조적 대응이 필요하다. 지방선거 이후 우리 경제를 둘러싼 경고등이 일제히 켜지고 있다. 주식시장은 극심한 변동성을 보이고, 원·달러 환율은 불안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여기에 중동 정세 악화와 호르무즈 해협의 긴장까지 겹치면서 국제유가와 원자재 가격이 상승 압력을 받고 있다. 그 결과 서민들이 체감하는 밥상 물가는 다시 크게 흔들리고 있다. 선거 기간 정치권의 화려한 공약과 수사에 가려졌던 경제의 취약한 체력이 이제 현실로 드러나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이런 위기가 단순한 경기 변동이 아니라 여러 위험이 동시에 얽힌 복합위기라는 점이다. 고금리, 고환율, 고유가라는 이른바 ‘3고’ 현상이 지속되는 가운데 가계부채 부담은 여전히 크고, 자영업자와 중소기업의 체력은 크게 약화돼 있다. 수출 둔화 가능성까지 겹치면 경제 전반의 회복 동력이 흔들릴 수밖에 없다. 그동안 정치권은 선거를 앞두고 감세와 재정 지출 확대, 각종 지원금 약속 등 표를 의식한 정책 경쟁에 몰두했다. 그러나 재정 여력이 제한된 상황에서 무리한 선심성 정책은 결국 미래 세대의 부담으로 돌아온다. 세수 결손이 커지는 가운데 지속 가능한 재정 운용에 대한 고민 없이 지출 확대와 감세를 동시에 추진하는 것은 책임 있는 경제 정책이라 보기 어렵다. 이제는 정치적 환상에서 벗어나 냉정한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우선 정부는 대출과 세금 정책을 현실에 맞게 조정해야 한다. 가계부채의 추가 급증은 막되, 고금리로 생존 위기에 놓인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에게는 실질적인 금융 완충 장치를 제공해야 한다. 부동산 시장의 연착륙을 유도하되 특정 계층에만 혜택이 집중되는 세제 개편은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 세수 기반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에서 기업 투자와 고용을 촉진하고 중산층의 부담을 합리적으로 완화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설계해야 한다. 산업 현장에 대한 지원도 시급하다. 제조업은 고유가·고환율·고금리의 삼중고를 정면으로 맞고 있다. 특히 에너지 비용 부담은 기업 경쟁력을 빠르게 약화시키고 있다. 산업용 전기료 문제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다. 에너지 다소비 업종이 무너지면 공급망 전체와 고용시장까지 충격이 확산된다. 정부는 재정 지원, 에너지 세제 조정, 효율 투자 지원 등을 포함한 종합 대책을 마련해 기업의 부담을 줄여야 한다. 가장 시급한 과제는 민생 물가 안정이다. 국제 에너지 가격 상승과 물류 차질은 수입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에 직접적인 충격을 준다. 정부는 비상 대응 체계를 강화해 농축수산물과 생필품 공급을 안정시키고, 필요하다면 관세 조정과 유통 구조 개선을 적극 추진해야 한다. 단순 할인 지원에 의존하기보다 비축 물량 활용, 공급선 다변화, 물류 효율화 등 근본적인 대응이 필요하다. 경제는 정치적 구호만으로 움직이지 않는다. 시장은 신뢰와 예측 가능성에 반응한다. 지금 필요한 것은 선거용 포퓰리즘이 아니라 일관되고 현실적인 정책이다. 정부와 정치권이 위기의 본질을 정확히 인식하고 과감한 구조적 대응에 나설 때만이 한국 경제는 복합위기의 파고를 넘어설 수 있을 것이다.
2026-06-07 15:2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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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신기루 세수', 미래 산업의 초석으로만 써야 한다…경제일보 국회 정책 간담회서 다수 의견
[경제일보] 반도체 경기 회복이 한국 재정에 유례없는 숨통을 틔워주고 있다. 인공지능(AI) 확산과 고대역폭메모리(HBM) 수요 폭발, D램 가격 반등이 맞물리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기업의 실적이 수직 상승한 결과다. 이에 따라 정부 세수에도 예상치 못한 거대한 여력이 생기며 이른바 ‘초과세수’ 활용 방안을 둘러싼 논쟁이 뜨겁다. 모처럼 찾아온 재정 여유를 두고 빚을 갚을 것인지, 국민에게 나눌 것인지, 아니면 미래 성장에 투자할 것인지를 둘러싼 백가쟁명식 논의가 이어지고 있다. 27일 본지가 개최한 국회 정책 간담회에서도 노사와 전문가, 정관계 인사들이 머리를 맞대고 초과이익 환류 방안을 놓고 치열한 토론을 벌였다. 이날 논의의 결론은 비교적 분명했다. 이번 초과세수는 단 한 푼도 일회성 소비나 선심성 복지 지출로 소진해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오직 미래 세대의 생존과 국가 성장 잠재력을 확충하는 생산적 투자에 집중해야 한다는 것이 재정 운용의 기본 원칙이자 상식이라는 의견이 다수였다. 무엇보다 이번 반도체 호황은 우리 기업들이 압도적 생산 경쟁력만으로 만들어낸 결과라기보다 글로벌 공급망 재편과 AI 수요 급증에 따른 메모리 가격 상승 효과에 힘입은 측면이 크다. 냉정하게 시장을 돌아보면 위기 신호도 적지 않다. 중국 창신메모리(CXMT)는 D램 시장 점유율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고, 대만과 미국 등 경쟁국 역시 천문학적 설비 투자를 통해 공급 확대에 나서고 있다. 공급 물량이 본격적으로 늘어나는 순간 현재의 가격 상승세는 언제든 꺾일 수 있다. 메모리 반도체 산업은 대표적인 사이클 산업이다. 호황기에 늘어난 세수를 영구적 구조 세입으로 착각해 현금성 지원이나 포퓰리즘 재원으로 활용한다면, 업황이 꺾이는 순간 재정 부담은 고스란히 미래 세대에 전가될 수밖에 없다. 물론 AI와 첨단 산업 중심 성장 과정에서 나타나는 ‘K자형 양극화’를 외면하자는 뜻은 아니다. 고소득층과 첨단 산업 종사자만 혜택을 누리고 임시·일용직과 자영업자들이 소외되는 현실 역시 분명한 과제다. 다만 전 국민 대상 현금 살포나 단기 소비 지원은 재정 효율성만 떨어뜨릴 가능성이 크다. 지원이 필요하다면 실제 충격을 받은 취약계층에 한정한 선별적·집중적 복지가 보다 현실적이다. 일각에서 제기되는 기업 초과이익의 기계적 분배론이나 단순 국채 상환 중심 접근 역시 한계가 있다. 지금 한국 경제에 가장 시급한 과제는 미래 성장동력을 확보하는 일이다. 한국의 잠재성장률은 이미 2% 아래로 하락하고 있으며 저성장 구조가 고착화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초과세수를 단순 소비로 소진하는 것은 미래 세대의 자산을 현재 세대가 앞당겨 사용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AI 시대를 선도하기 위해서는 반도체 생산시설뿐 아니라 첨단 패키징, 전력망 구축, 데이터센터 인프라, 핵심 인재 양성, 소부장(소재·부품·장비) 경쟁력 강화 등에 국가적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 더 나아가 AI와 로봇, 바이오, 미래 모빌리티 등 차세대 산업 생태계를 키우는 전략적 투자도 병행돼야 한다. 특히 특정 산업에 전체 수출의 30% 이상을 의존하는 현재의 구조는 한국 경제의 가장 큰 취약점 가운데 하나다. 이번 반도체 초과세수는 단순한 ‘공돈’이 아니다. 다음 산업 패권 경쟁에 대비하기 위한 마지막 전략 자산에 가깝다. 정치권 역시 이 재원을 선거용 현금성 정책이나 단기 인기 영합 수단으로 활용하려는 유혹에서 벗어나야 한다. 국가 재정은 경기가 좋을 때 미래를 위해 축적하고, 위기 때 사용하는 것이 원칙이다. 반도체 호황으로 얻은 초과세수는 미래 산업 경쟁력을 위한 종잣돈으로 남겨야 한다. 그것이 다음 불황을 견디고 대한민국 경제의 지속 가능한 성장 기반을 지키는 길이다.
2026-05-28 08: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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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배당금'이라는 위험한 수사(修辭), 정책 사령탑의 가벼움이 시장을 흔든다
[경제일보]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이 쏘아 올린 ‘인공지능(AI) 국민배당금’ 논의가 우리 경제계와 자본시장에 거대한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AI와 반도체 산업의 유례없는 호황으로 발생할 최대 70조 원 규모의 초과 세수를 전 국민에게 현금 형태로 환원하자는 제안이다. 국가 정책의 물줄기를 잡는 정책 사령탑이 SNS를 통해 던진 이 화두는 논쟁적인 수준을 넘어 위태롭기까지 하다. 국정 운영의 핵심 참모는 그 입의 무거움이 곧 국가의 신뢰도와 직결된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이번 사태는 정책의 본질을 망각한 채 수사적 포퓰리즘에 기대어 시장의 질서를 교란한 전형적인 '메시지 리스크'다. 김 실장의 논리는 AI 시대의 과실이 특정 기업의 노력이 아닌, 수십 년간 축적된 국가적 산업 기반 위에서 피어난 것이니 이를 '구조적으로 환원'해야 한다는 것이다. 얼핏 들으면 공정의 가치를 담은 듯 보이지만, 이는 시장경제의 기본 원리와 기업가 정신을 정면으로 부정하는 위험한 발상이다. 기업의 이윤은 치열한 글로벌 경쟁 속에서 생존을 건 투자와 기술 혁신의 결과물이다. 이를 '국민 배당'이라는 이름으로 강제 환원하려는 움직임은 자칫 기업의 투자 의지를 꺾고 자본의 해외 유출을 가속화할 뿐이다. 실제로 김 실장의 발언 직후 코스피 지수가 5% 이상 급락하며 8,000선을 넘보던 장세가 순식간에 얼어붙은 것은 시장이 이 제안을 얼마나 심각한 위험 신호로 받아들였는지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가장 우려스러운 대목은 정책 결정권자의 '지나친 낙관론'이다. 현재의 반도체 호황이 영원히 지속될 것이라는 전제하에 거액의 사용처를 미리 정해놓는 것은 재정 운용의 기본 원칙인 '신중함'을 저버린 처사다. 반도체 산업은 사이클의 변동성이 극심하며, 미국과 중국 등 강대국들이 천문학적인 보조금을 쏟아 붇으며 우리 턱밑까지 추격해 오고 있다. 지금은 초과 이윤을 어떻게 나눠 쓸지를 고민할 때가 아니라, 초격차 유지를 위해 R&D 지원을 확대하고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와 같은 핵심 인프라 구축에 재원을 집중 투입해야 할 때다. 또한, 국가재정법은 세계잉여금의 일정 비율을 국채 상환에 우선 사용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나랏빚이 산더미처럼 쌓인 상황에서 미래 세대에게 짐을 넘기지 않기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다. 이를 두고 '포퓰리즘적 긴축'이라 비난하며 현금 살포의 명분으로 삼으려는 시도는 무책임하다. 특히 선거를 앞두고 농어촌 기본소득이나 노령연금 강화 등을 언급하는 것은 정책의 순수성을 의심케 하며, 국가 재정을 정치적 도구로 전락시킨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정책의 책임 있는 자는 모든 일에 있어서 신중하고 조심해도 과하지 않다. 설익은 아이디어를 정제되지 않은 언어로 던져 시장에 혼란을 초래하고, 외신이 이를 '횡재세'로 오인해 보도하게 만든 뒤 해명에 급급한 모습은 볼썽사납다. 국정의 최고위 경제 참모라면 장밋빛 전망에 취해 대중의 인기를 좇을 것이 아니라, 냉혹한 글로벌 경제 전쟁터에서 우리 기업들이 살아남을 수 있는 실효적 전략을 먼저 내놓아야 한다. 세금은 정부가 국민에게 베푸는 '시혜적 현금'이 아니다. 국가의 존립과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한 최후의 보루다. 정부는 이제라도 '국민배당금'이라는 선정적인 수사를 거두고, 초과 세수를 국가 경쟁력 강화와 재정 건전화라는 본연의 목적에 어떻게 효율적으로 배분할지 원점에서 다시 검토해야 한다. 신중하지 못한 입이 시장의 신뢰를 무너뜨리는 우(愚)를 다시는 범해서는 안 된다. 그것이 경제 정책 사령탑이 지켜야 할 최소한의 품격이자 상식이다.
2026-05-13 07:5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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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상호 '힘 있는 여당'이냐, 김진태 '현직 연속성'이냐
[경제일보] 6·3 지방선거 강원특별자치도지사 선거는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후보와 국민의힘 김진태 후보의 정면 대결로 압축됐다. 우 후보는 대통령비서실 정무수석을 지낸 4선 중진 정치인이다. 그는 ‘대통령이 보낸 사람’, ‘힘 있는 여당 후보’라는 구호를 앞세워 중앙정부와 강원도를 직접 연결하겠다고 말한다. 김 후보는 현직 강원특별자치도지사다. 그는 ‘그래도 도지사는 김진태’, ‘의리와 뚝심’, ‘행정의 연속성’을 내세워 한 번 더 도정을 맡겨달라고 호소한다. 강원도는 권역이 넓은 만큼 이해관계도 다르다는 평이다. 강원 영서권의 변화 요구와 영동권의 보수 결집, 중도층의 실용 선택과 고령층의 안정 선호가 선거 막판까지 충돌할 것이란 전망이다. 우상호 ‘오차범위 밖’ 우세...김진태 격차 좁히며 ‘추격’ 각종 여론조사에서 나타난 현재 판세는 우 후보가 앞서고 김 후보가 추격하는 흐름이다. KBS춘천방송총국이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4월 30일부터 5월 2일까지 강원특별자치도 거주 만 18세 이상 도민 12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우상호 후보는 41.0%, 김진태 후보는 33.8%를 기록했다. 두 후보 간 격차는 7.2%포인트로, 표본오차 95% 신뢰수준 ±2.8%포인트를 감안해도 우 후보가 오차범위 밖에서 앞섰다. 이 조사는 3개 통신사 휴대전화 가상번호 100%를 활용한 면접원 전화면접 방식으로 진행됐고, 응답률은 22.8%였다. 가중치는 2026년 3월 말 행정안전부 주민등록인구 기준 성·연령·지역별로 적용됐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와 KBS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다만 우 후보의 우세가 곧 승부의 종결을 뜻하지는 않는다. 같은 KBS 조사에 따르면 두 후보 간 격차는 지난 2월 조사 때 12%포인트에서 이번 조사 7.2%포인트로 좁혀졌다. 부동층도 20%를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선거일까지 남은 기간, 현직 평가와 정권 지원론, 영동권 보수 결집, 토론회 검증이 맞물릴 경우 판세는 더 흔들릴 수 있다는 게 여론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지역별 흐름도 복합적이다. KBS 조사를 보면 우 후보는 춘천·홍천·철원·화천·인제 등 영서 북부에서 김 후보를 16%포인트 앞섰고, 원주·태백·횡성·정선 등 영서 남부에서도 5.6%포인트 우위를 보였다. 반면 고성부터 강릉, 삼척까지 이어지는 동해안 벨트에서는 김 후보의 지지세가 상대적으로 강했다. 중도층에서는 우 후보 49.5%, 김 후보 24.4%로 우 후보의 우위가 컸다. 연령별로는 우 후보가 30~50대에서, 김 후보가 20대 이하와 60대 이상에서 상대적으로 강세를 보였다. 강원일보가 에이스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4월 3~4일 도내 만 18세 이상 남녀 1006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도 우 후보 우세 흐름은 나타났다. 해당 조사에서 김진태 후보는 37.3%, 우상호 후보는 51.2%로 집계됐다. 조사는 무선 가상번호 100% 자동응답 방식, 응답률 7.3%, 표본오차 95% 신뢰수준 ±3.1%포인트였다. 우상호, 중앙정치 중량감 ‘감점’...낙하산 프레임 ‘위협’ 우상호 후보의 강점은 중앙정치의 중량감이다. 그는 4선 국회의원, 민주당 원내대표, 비상대책위원장, 대통령비서실 정무수석을 지낸 인물이다. 국회와 대통령실, 중앙정부를 움직일 수 있는 정치적 연결망은 강원도처럼 사회간접자본(SOC), 규제 완화, 재정 지원, 접경지역 대책이 중요한 지역에서는 분명한 자산이다. “강원이 홀로 뛰는 시대가 아니라, 중앙정부와 함께 뛰는 시대를 열겠다”는 메시지는 여당 후보만이 낼 수 있는 카드다. 그러나 약점도 바로 이 지점에서 나온다. 우 후보는 강원 철원 출신이지만 정치 경력의 대부분은 서울 서대문을 기반으로 쌓았다. 우 후보가 중앙정치의 언어에 머물면 “강원을 잘 아느냐”는 질문을 피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광역행정 경험도 김 후보보다 부족하다. 강원도정은 단순한 정치 조정이 아니라 산림·관광·농업·군사 규제·폐광지역·접경지역·동해안 산업·의료 공백을 동시에 다루는 복합 행정이라는 게 지역 정가관계자의 목소리다. 우 후보의 기회는 강원 발전의 ‘외부 연결’이다. 그는 정원오 민주당 서울시장 후보와 강원·서울 상생협력 공동선언을 체결하고 지역소멸 대응과 균형발전 협력을 내세웠다. 공공형 휴양 관광 인프라, 체류형 워케이션, 상생형 주거모델, 도농 상생 먹거리 공급망, 강원 교통 인프라 개선 등이 협력 과제로 제시됐다. 이는 강원의 약점인 인구 감소와 내수 부족을 수도권 수요와 연결하겠다는 구상이다. 우 후보의 위협은 ‘낙하산’ 프레임과 과도한 정치화다. 김 후보 측은 우 후보를 중앙정치의 연장선으로 묶어 공격하고 있다. 특검법 등 전국 정치 이슈에 대한 입장을 요구하며, 강원 현안보다 여의도 정치에 갇힌 후보라는 이미지를 부각하려 한다. 선거 막판 쟁점이 강원 경제와 민생이 아니라 중앙정치 공방으로 흐를 경우, 우 후보의 여당 프리미엄은 양날의 칼이 될 수 있다. 김진태, 현직 프리미엄 ‘강점’...공약 신뢰성 논쟁 ‘부담’ 김진태 후보의 강점은 현직 프리미엄이다. 그는 검사 출신 정치인으로 19·20대 국회의원을 지냈고, 2022년 강원도지사에 당선된 뒤 강원특별자치도 출범 이후 첫 도지사를 맡았다. 김 후보의 약점은 현직 책임론이다. 현직은 성과를 말할 수 있지만 미완의 과제도 모두 떠안아야 한다. 강원특별자치도 출범 이후 실제 규제 완화와 기업 유치, 인구 증가, 생활 인프라 개선이 도민 삶에서 얼마나 체감됐는지가 검증대에 오른다. 여기에 국민의힘 정당 지형이 불리하게 작용할 경우 김 후보는 개인 경쟁력만으로 선거를 치러야 할 것이란 의견이 많다. 김 후보의 기회는 직접 복지 공약이다. 그는 ‘강원형 4대 도민연금’을 발표하며 디딤돌·바람·햇빛·살림연금으로 구성된 생애주기형 소득 지원 구상을 내놨다. 김 후보 측은 4개 사업에 모두 참여할 경우 월 최대 90만원 수령이 가능하도록 설계하고, 풍력과 태양광 발전 수익을 도민과 공유하는 모델을 제시했다. “선심성 예산을 줄인 성과를 도민께 환원하겠다”는 논리다. 이 공약은 고령층과 농산어촌, 에너지 개발 지역 주민에게 직접 다가갈 수 있는 카드다. 반면 위협은 공약 신뢰성 논쟁이다. 우 후보는 김 후보의 과거 공약을 문제 삼으며 “공약은 실현 가능해야 한다”는 프레임을 걸고 있다. 실제 우 후보는 김 후보의 과거 한국은행 본점 강원 유치 공약 등을 거론하며 공약 신뢰성 문제를 제기했고, 김 후보는 우 후보를 향해 중앙정치 이슈에 답하라고 맞섰다. 김 후보가 4대 도민연금의 재원과 대상, 지급 방식, 지속 가능성을 명료하게 설명하지 못하면 생활 공약은 역으로 포퓰리즘 논란에 휘말릴 수 있다. 우상호, ‘강원판 수도권 연결 전략’...김진태, '현직의 실적표' 대격돌 남은 선거기간 우 후보의 필승 히든카드는 ‘강원판 수도권 연결 전략’이다. 강원도민은 추상적 균형발전보다 당장 이동시간과 일자리, 의료, 교육, 관광 수요를 묻는다. 한 정치컨설팅 관계자는 “우 후보는 춘천~원주 철도, 수도권 접근성, 워케이션, 청정에너지 수익 환원, 접경지역 규제 완화, 폐광지역 재도약을 하나의 성장 지도 위에 올려야 한다”며 “중앙정부와 서울의 힘을 끌어와 강원에 돈과 사람을 흐르게 하겠다는 메시지가 선명해야 한다. 동시에 서울 정치인 이미지를 낮추기 위해 권역별 100일 실행계획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 후보의 필승 히든카드는 ‘현직의 숫자’다. 김 후보가 이기려면 구호보다 실적표가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여론조사기관 한 관계자는 “김 후보는 임기 중 기업 유치, 관광객 증가, SOC 반영, 국비 확보, 특별자치도 권한 확대, 규제 개선 성과를 숫자로 압축해 보여줘야 한다. 4대 도민연금도 ‘누가, 언제, 얼마를, 어떤 재원으로 받는가’를 명확히 해야 한다”며 “특히 영동권과 접경지역, 고령층을 결집시키면서도 중도층에게는 도정을 실험대에 올릴 수 없다는 안정론을 설득해야 한다”고 말했다.
2026-05-10 08: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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멈춰 선 정치, 길 잃은 경제...상식과 원칙의 복원이 시급하다
대한민국이라는 거대한 함선이 짙은 안개 속에서 표류하고 있다.*거센 파도가 배를 때리고 있지만, 조타실의 키는 고장 났고 엔진은 가열된 채 비명만 지른다. 작금의 현실을 한 문장으로 압축하자면 '정치는 죽었고, 경제는 멍들었다'는 탄식일 것이다. 경제는 불확실성이라는 늪에 빠져 방향을 잃었으며, 정치는 정쟁이라는 족쇄에 묶여 기능을 상실했다. 더 비극적인 사실은 이 두 축이 서로를 구원하기는커녕 서로의 발목을 잡아채며 동반 침몰의 길로 치닫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 사회의 부침 속에서도 지금처럼 '기본'과 '상식'이 무너진 적은 드물었다. 인류의 오랜 지혜를 담은 경전들은 공통으로 '화합'과 '실사구시(實事求是)'를 가르친다. 공자는 나라를 다스리는 데 있어 '식량을 충분히 하고, 군대를 튼튼히 하며, 백성의 믿음을 얻는 것(足食, 足兵, 民信)'을 꼽았다. 하지만 지금 우리에게 이 중 하나라도 온전한 것이 있는가. 우선, 경제의 맥박이 희미해지고 있다. 내수 침체의 골은 깊어지는데 대외 환경은 흡사 전장(戰場)을 방불케 한다. 글로벌 공급망의 급격한 재편, 격화되는 미·중 패권 경쟁, 그리고 고금리의 장기화는 한국 경제의 체질을 근본적으로 위협하고 있다. 이럴 때일수록 국가는 명확한 나침반을 제시해야 한다. 정책의 일관성과 적기(適期) 대응은 시장의 신뢰를 먹고 산다. 그러나 현재의 경제 정책은 시장에 확신을 주지 못하고 있다. 규제 혁파를 외치면서도 정작 기업의 손발을 묶는 입법은 쏟아지고, 재정 건전성을 강조하면서도 선거철만 되면 포퓰리즘의 유혹에 흔들린다. 구조개혁이라는 과제는 구호로만 존재할 뿐, 실행의 용기는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시장이 정책을 따르는 것이 아니라, 정책을 의심하고 회피하는 현상은 국가 경제의 근간을 뒤흔드는 신호탄이다. 노동 문제에 이르면 상황은 더욱 처참하다.노동은 인간의 존엄을 유지하는 신성한 가치이자 경제 발전의 핵심 동력이다. 지금 우리 사회는 노동의 '유연성'과 '안전망'이라는 두 가치를 놓고 극단적 대립을 이어가고 있다. 경영계는 생존을 위해 유연화를 외치고, 노동계는 생존권을 위해 보호를 요구한다. 하지만 이는 택일(擇一)의 문제가 아니다. 인류가 쌓아온 보편적 상식에 비추어 볼 때, 생산성이 담보되지 않는 임금 인상은 기업의 파멸을 부르고, 안전망 없는 유연화는 공동체의 붕괴를 초래한다. 결국 필요한 것은 '균형의 예술'이다. 그러나 작금의 논의는 해법을 찾는 치열한 고민 대신 진영 논리라는 낡은 프레임에 갇혀 있다. 상대방을 타도해야 할 적으로 규정하는 순간, 합리적인 대안은 설 자리를 잃는다. 원칙과 상식에 기반한 사회적 대타협은 실종되었고, 그 빈자리를 자극적인 선동과 혐오가 채우고 있다. 정치가 경제의 짐이 되어서는 안 된다. 정치는 갈등을 조정하고 공동체의 비전을 설정하는 고도의 지적 행위다. 하지만 오늘날 한국 정치는 갈등을 조정하기는커녕 갈등을 먹고 자라는 기생(寄生) 정치가 되어버렸다. 민생은 뒷전이고 정파적 이익을 위한 입법 전쟁에만 몰두한다. '정치는 4류, 행정은 3류, 기업은 2류'라던 과거의 일침이 여전히 유효하다는 사실이 참담할 따름이다. 이제 다시 근본으로 돌아가야 한다. 인류 경전의 가르침대로 순리를 따르고 상식을 회복해야 한다. 경제 정책은 정치가 아닌 '숫자'와 '현장'의 목소리에 기반해야 하며, 노동 개혁은 진영이 아닌 '상생'의 원칙 위에 세워져야 한다. 정치권은 서로를 향한 삿대질을 멈추고 국가의 미래를 위한 최소한의 협치(協治)를 보여줘야 한다. 국민의 인내심은 한계에 다다랐다. 정치가 경제를 가로막고, 경제가 미래를 보지 못하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내지 못한다면 우리는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지도 모른다. 위기는 기회의 다른 이름이라고 하지만, 그 기회는 준비된 자, 즉 원칙과 상식을 지키는 자에게만 허락되는 법이다. 지금 당장 정치는 제자리로 돌아오고, 경제는 다시금 성장의 엔진을 가동해야 한다. 그것이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의 준엄한 책무다.
2026-05-06 16:5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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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판에 매물로 나온 공공기관, '정의(正義)'는 어디에 있는가
[경제일보] 6·3 지방선거를 앞두고 전국 산하가 다시금 ‘이전 공약’의 현수막으로 뒤덮이고 있다. 수도권 공공기관을 자기 지역으로 가져오겠다는 여야 후보들의 외침은 사자후(獅子吼)를 넘어 비이성적인 광기마저 느껴진다. 하반기 예정된 정부의 ‘2차 공공기관 이전 로드맵’을 앞두고, 유권자의 표심을 낚기 위해 기관의 존립 근거와 효율성은 안중에도 없는 ‘묻지 마 유치’가 횡행하고 있다. 필자의 눈에 비친 작금의 풍경은 민주주의의 꽃이라는 선거가 아니라, 국가의 근간을 떼어 파는 ‘표 도둑들의 장터’와 다를 바 없다. 공자의 가르침을 담은 『논어(論語)』 「안연 편」에는 정치의 근본을 묻는 제자 자공에게 공자가 답한 유명한 구절이 있다. 바로 ‘족식(足食), 족병(足兵), 민신(民信)’이다. 경제를 풍요롭게 하고 국방을 튼튼히 하되, 가장 중요한 것은 백성의 신뢰라는 뜻이다. 공자는 신뢰가 없으면 나라가 설 수 없다(民無信不立)고 단언했다. 그러나 지금 우리 정치권이 보여주는 공공기관 이전 공약은 ‘민신’을 얻기 위한 것이 아니라, ‘민심’을 기만하여 사익(표)을 취하려는 술책에 가깝다. 전남광주통합특별시가 건의한 40여 개의 기관 명단과, 한국예술종합학교(한예종)의 광주 이전 법안 발의는 그 정점이다. 예술 교육의 특수성과 인프라, 강사진의 접근성을 완전히 무시한 채 오직 ‘지역구 챙기기’식 법안을 던져놓고 보는 행태는 전문 예술인 양성이라는 국가적 백년대계를 흔드는 처사다. 학생들과 교수진이 거리로 나와 반대 성명을 내는 것은 집단 이기주의가 아니라, 본질을 잃어버린 정치에 대한 처절한 저항이다. 대구의 상황은 더 점입가경이다. 기업은행 본점 유치를 넘어 이제는 국가 최고 사법기관인 대법원까지 대구로 옮기겠다고 한다. 민주당과 조국혁신당 일부 의원이 발의한 대법원 이전 법안은 사법 서비스의 접근성이나 법치주의의 상징성보다는 오로지 ‘지역 민심 달래기용’ 매물로 전락했다. 『맹자(孟子)』는 “어질지 못한 자가 높은 지위에 있으면, 그 악을 대중에게 퍼뜨리게 된다(不仁者在高位 是播其惡於衆也)”고 경고했다. 국가 기구의 효율적 배치는 고도의 통치 행위이자 전문적인 행정의 영역이다. 이를 선거철의 단기 수익 모델로 삼는 것은 정치의 ‘불인(不仁)’함이 대중에게 미치는 악영향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이재명 대통령은 일찌감치 2차 공공기관 이전을 ‘국가 생존의 문제’로 규정하며 효율적인 배치를 강조해 왔다. 노무현 정부 시절의 1차 이전이 ‘뿌리기식 분산’으로 인해 지역 성장 거점을 만드는 데 한계를 보였다는 뼈저린 교훈을 잊어서는 안 된다. 공공기관은 지역에 떨어지는 ‘떡고물’이 아니다. 관련 산업과의 시너지를 내어 국가 전체의 파이를 키우는 전략적 요충지가 되어야 한다. 서양의 고전인 플라톤의 『국가론』에서 소크라테스는 통치자의 덕목으로 ‘지혜’와 ‘절제’를 꼽았다. 자신의 욕망(재선과 당선)을 절제하지 못하고 국가의 자원을 사적으로 유용하려 드는 후보자는 이미 통치자의 자격이 없다. 특히 최근에는 공공기관을 넘어 민간 기업까지 이전시키겠다는 공약이 일상화되고 있다. 이는 자유시장 경제의 기본 원칙마저 망각한 오만한 발상이다. 기업이 어디에 둥지를 틀지는 시장의 논리와 인프라가 결정할 문제지, 정치인의 펜 끝이 결정할 일이 아니다. 정부는 현재 추진 중인 행정통합특별법이 특정 지역에만 혜택이 집중되지 않도록 형평성을 기해야 한다. 전남·광주뿐만 아니라 대구·경북, 충남·대전의 통합 논의에도 속도를 내어 균형 잡힌 국토 발전의 틀을 짜야 한다. 정치권은 당장의 표를 위해 국가의 미래를 가불(假拂)해 쓰는 행태를 즉각 중단하라. 유권자들 역시 깨어있어야 한다. 감언이설로 무장한 공약이 우리 지역에 당장 이익이 될 것처럼 보일지 모르나, 준비 없는 이전이 가져올 행정 비용의 낭비와 비효율은 결국 우리 자녀 세대가 짊어져야 할 부채다. 『도덕경』에 이르기를 “큰 나라를 다스리는 것은 작은 생선을 굽는 것과 같다(治大國若烹小鮮)”고 했다. 너무 자주 뒤집고 휘저으면 생선살은 으깨지고 만다. 국가 기관의 배치는 신중하고도 일관된 원칙 아래 진행되어야 한다. 유권자는 이번 지방선거에서 공공기관 이전을 ‘로또 당첨권’처럼 휘두르는 후보들을 엄격히 심판해야 한다. 정치적 포퓰리즘이라는 독배(毒杯)를 마시고 국가의 미래를 망치는 우(愚)를 범하지 않길 바란다. 원칙과 상식이 통하는 사회, 그것이 우리가 갈구하는 진정한 민주주의의 모습이다.
2026-04-30 16:5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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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감 선거 아이들의 미래 담보로 한 인기 경쟁은 안된다.
[경제일보] 6월 3일 지방선거를 앞두고 곳곳에서 벌어지는 현금 살포 경쟁은 이미 도를 넘었다. 일부 기초자치단체장들은 민생지원금이라는 이름으로 수십만 원씩 현금을 지급하거나, 더 많은 금액을 약속하며 표심을 자극하고 있다. 문제는 이런 행태가 특정 정당이나 지역에 국한되지 않고, 여야를 가리지 않은 채 확산되고 있다는 점이다. 선거가 정책과 비전의 경쟁이 아니라 ‘누가 더 많이 나눠주느냐’를 겨루는 장으로 변질되고 있다. 더 심각한 것은 현직 단체장들이 행정 권한을 활용해 사실상의 선거운동에 나서고 있다는 점이다. 세금으로 조성된 재정을 동원해 주민들에게 현금을 지급하는 행위는 그 외형이 아무리 ‘지원’이라 하더라도 본질적으로는 매표와 다르지 않다. 지방 재정이 넉넉하지 않은 상황에서 이런 퍼주기식 정책은 결국 미래 세대의 부담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 재정 건전성은 뒷전으로 밀리고, 단기적 인기 영합이 우선되는 구조가 고착화되고 있다. 이 같은 흐름은 교육감 선거로까지 번지고 있다. 교육은 국가의 백년대계를 좌우하는 핵심 영역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육감 선거에서조차 현금성 공약이 난무하는 현실은 참으로 개탄스럽다. 중학생에게 수십만 원에서 많게는 수백만 원의 자산을 적립해 주겠다는 공약, 고등학생에게 각종 명목의 지원금을 지급하겠다는 약속이 경쟁적으로 쏟아지고 있다. 정작 교육의 질을 어떻게 높일 것인지, 공교육의 신뢰를 어떻게 회복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은 찾아보기 어렵다. 이런 포퓰리즘 경쟁이 가능한 배경에는 구조적 문제가 자리 잡고 있다.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은 내국세와 연동돼 자동적으로 증가하는 구조를 갖고 있다. 학령인구가 급감하는 상황에서도 재정은 오히려 늘어나면서, 일부 교육청에서는 예산을 어떻게 써야 할지 고민하는 역설적인 상황까지 벌어지고 있다. 그 결과가 바로 현금 살포 공약으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이는 명백한 재정의 비효율이자 정책의 왜곡이다. 교육 재정은 학생 개인에게 현금을 나눠주는 데 쓰일 자원이 아니다. 교육 환경 개선, 교원 역량 강화, 미래 인재 양성을 위한 투자에 우선적으로 사용돼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거를 앞두고 돈을 나눠주겠다는 약속이 난무하는 것은 교육의 본질을 훼손하는 행위다. 교육감 선거가 이처럼 타락한다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학생과 학부모, 그리고 국가의 미래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 지금이라도 분명한 선을 그어야 한다. 교육감 선거만큼은 결코 부정과 부조리, 포퓰리즘으로 얼룩져서는 안 된다. 선거관리 당국은 현금성 공약에 대해 보다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고, 사실상의 매표 행위에 대해서는 단호히 제재해야 한다. 유권자 역시 눈앞의 이익에 흔들리지 않고 후보의 정책과 비전을 냉정하게 평가해야 한다. 선거는 민주주의의 꽃이지만, 그 꽃이 돈으로 물들어서는 안 된다. 특히 교육을 책임질 지도자를 뽑는 선거라면 더욱 그렇다. 아이들의 미래를 담보로 한 인기 경쟁은 어떤 이유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 이번 선거가 최소한의 상식과 원칙을 지키는 계기가 되지 못한다면, 우리는 교육의 미래를 스스로 훼손하는 우를 범하게 될 것이다.
2026-04-29 14:0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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