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결과 총 50건
-
-
-
-
롯데케미칼 새 성장로드맵, '첨단소재·전지·수소' 키운다
[경제일보] 롯데케미칼의 성장 공식은 오랫동안 명확했다. 대규모 설비를 확보해 에틸렌과 프로필렌을 생산하고, 이를 합성수지와 화학제품으로 가공해 판매하는 방식이었다. 규모의 경제가 경쟁력이었고, 생산능력 확대가 곧 성장 전략이었다. 1976년 설립된 호남석유화학은 1979년 롯데그룹에 편입됐다. 롯데는 석유화학을 그룹의 핵심 제조업으로 육성하며 생산시설을 확대했다. 2016년에는 삼성의 화학계열사를 인수해 첨단소재와 정밀화학으로 사업영역을 넓혔다. 반세기 동안 이어진 확장 DNA가 이제 전환점을 맞았다. 중국의 석유화학 설비 증설과 글로벌 공급과잉으로 범용제품의 수익성이 악화하면서 생산능력을 늘리는 방식만으로는 성장을 지속하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롯데케미칼은 올해 4월 투자자 간담회에서 첨단소재·정밀화학·전지소재·수소에너지를 4대 성장축으로 제시했다. 범용 석유화학 비중을 줄이는 동시에 기존 화학 기술을 고부가 산업으로 옮기겠다는 구상이다. 몸집 줄이는 기초화학…성장 공식부터 바꾼다 사업재편의 출발점은 대산이다. 롯데케미칼이 분할한 롯데대산석화와 HD현대케미칼의 합병법인 H&L어드밴스드가 이달 출범했다. 롯데케미칼과 HD현대오일뱅크가 지분을 각각 50% 보유하는 구조다. 통합법인은 향후 3년에 걸쳐 연산 110만톤 규모의 대산 나프타분해시설(NCC) 가동을 중단하고 저수익 설비를 조정할 계획이다. 정유와 석유화학 공정을 연결해 원료 조달과 생산비용을 낮추려는 목적이다. 롯데케미칼은 지난 17일 H&L어드밴스드에 6000억원을 출자하기로 결정했다. 출자 예정일은 28일이다. 설비 통합이 끝이 아니라 차입금 상환과 재무구조 개선까지 비용을 치러야 하는 구조조정이라는 의미다. 여수에서도 한화솔루션·DL케미칼·여천NCC와 설비 통합을 추진하고 있다. 과거 공장을 늘려 성장했다면 이제는 중복 설비를 줄여 경쟁력을 확보하려는 것이다. 3000억원 율촌 투자…첨단소재로 무게중심 이동 줄이는 사업이 있다면 키우는 사업도 있다. 대표적인 곳이 전남 율촌산업단지다. 롯데케미칼 자회사 롯데엔지니어링플라스틱은 3000억원 이상을 투입해 연산 50만톤 규모의 컴파운딩 공장을 구축하고 있다. 지난해 일부 생산라인이 상업가동에 들어갔으며 올해 전체 준공을 추진 중이다. 컴파운딩은 플라스틱에 첨가제 등을 혼합해 강도와 내열성, 충격 저항성 등을 높이는 기술이다. 범용수지를 대량생산하는 것과 달리 자동차·전자제품 고객이 요구하는 성능에 맞춰 제품을 설계한다. 율촌 공장은 ABS와 폴리카보네이트 등 기능성 소재를 생산하고, 향후 피지컬 AI와 항공우주 분야에 사용되는 슈퍼 엔지니어링 플라스틱(EP)으로 제품군을 확대할 계획이다. 생산량보다 고객별 소재 설계와 기술력으로 이익을 확보하는 사업으로 이동하려는 시도다. AI 회로박부터 수소까지…네 갈래 성장축 전지소재 사업도 고부가 제품으로 방향을 바꾸고 있다.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는 전기차·에너지저장장치용 동박과 함께 AI 데이터센터에 사용되는 회로박 공급을 확대하고 있다. 회로박은 전자회로용 소재로, 배터리 전극에 사용되는 전지박과 용도가 다르다. 회사는 익산의 고부가 회로박 생산능력을 확대하는 한편 말레이시아 생산거점도 활용한다는 전략이다. 정밀화학에서는 반도체 현상액이 핵심이다. 롯데케미칼과 일본 도쿠야마의 합작사 한덕화학은 반도체 미세회로 제조에 쓰이는 TMAH 생산시설 증설을 추진하고 있다. 식품·의약품용 고부가 소재도 확대 대상이다. 에너지에서는 수소 생산·유통·발전을 연결한다. 합작사 롯데SK에너루트는 울산에서 수소연료전지 발전사업을 추진하며 연말까지 총 80MW 규모의 설비 확보를 목표로 하고 있다. 대산에서는 고압 수소출하센터가 지난해 11월부터 상업가동에 들어갔다. 범용 화학제품 생산으로 축적한 기술과 산업단지 인프라를 반도체, 배터리, 수소 시장으로 확장하는 방식이다. 성장보다 중요한 수익성…전환 DNA의 시험대 관건은 새로운 사업이 실제 이익으로 연결되느냐다. 롯데케미칼의 올해 2분기 연결 영업이익은 1101억원으로 두 분기 연속 흑자를 기록했다. 하지만 기초화학 부문의 영업이익은 23억원에 그쳤다. 반면 첨단소재 부문은 1325억원, 롯데정밀화학은 619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는 169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고부가 사업이 실적을 뒷받침하고 있지만 전지소재의 수익성 회복은 아직 과제라는 의미다. 투자를 무조건 늘릴 수도 없다. 롯데케미칼은 지난 17일 당초 770억원을 투입하려던 울산 폐PET 화학적 재활용 설비의 추가 투자를 중단하기로 했다. 미래사업이라도 투자회수 가능성이 낮으면 속도를 조절해야 하는 현실을 보여준다. 업계 관계자는 "과거 롯데케미칼의 DNA가 대규모 생산시설을 확보해 시장을 넓히는 것이었다면, 지금은 어떤 설비를 줄이고 어떤 기술에 자본을 집중할지 선택하는 능력으로 바뀌고 있다"며 "2030년 기능성 소재 비중을 60% 이상으로 확대하겠다는 목표도 생산능력보다 실제 이익과 현금흐름으로 평가받아야 한다"고 했다. 이어 "롯데케미칼은 범용 설비를 합리화하고 그 기반 위에 첨단소재와 정밀화학, 전지소재와 수소를 쌓으려는 것"이라며 "확장으로 성장한 기업이 선택과 집중으로 다시 성장할 수 있을지, 롯데케미칼의 다음 DNA가 시험대에 올랐다"고 덧붙였다. [아주경제 2026년 09월 22일자 15면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2026-09-22 07:58:22
-
-
-
-
-
-
-
-
럭키크림서 배터리까지…'79년 전환 DNA' LG화학, 3대 엔진 가동
[경제일보] LG화학의 출발점은 거대한 석유화학 공장이 아니었다. 1947년 부산에서 만든 화장품 ‘럭키크림’이었다. 잘 팔리던 크림의 뚜껑이 쉽게 깨지자 창업주 구인회는 플라스틱에서 해법을 찾았다. 고객의 불편을 새로운 소재와 기술로 해결하려던 시도가 오늘날 LG화학으로 이어지는 시발점이 됐다. 락희화학공업사는 이후 플라스틱 빗과 비눗갑을 생산하며 소재기업으로 영역을 넓혔다. 생활용품을 팔던 회사가 제품을 구성하는 원료와 소재로 거슬러 올라가기 시작한 것이다. 이 같은 변화는 이후 79년 동안 되풀이됐다. 생활화학에서 플라스틱과 석유화학으로, 다시 전지와 정보전자소재·첨단소재·바이오로 주력 사업을 끊임없이 옮겼다. 석유화학 키우고, 배터리 준비한다 산업화가 본격화되면서 성장의 중심은 석유화학으로 이동했다. PVC와 ABS 등 합성수지 사업을 확대했고 여수 석유화학 단지를 중심으로 생산체계를 구축했다. 2000년대에는 LG대산유화와 LG석유화학을 잇달아 합병하며 석유화학의 수직계열화도 강화했다. 하지만 석유화학이 성장하는 동안 이미 다음 먹거리도 준비하고 있었다. LG화학은 1995년 2차전지 연구를 시작해 1997년 리튬이온전지 시제품을 만들었고, 1999년 국내 최초로 대량생산 체제를 구축했다. 외환위기로 상당수 기업이 투자를 접던 시기에도 연구를 이어간 결과였다. 이후 2009년에는 GM의 양산형 전기차 볼트에 배터리를 단독 공급하며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서 입지를 넓혔다. 배터리가 독자적인 대형 사업으로 성장하자 회사는 다시 구조를 바꿨다. 2020년 전지사업을 분할해 LG에너지솔루션을 출범시켰다. 완제품 배터리는 떨어져 나갔지만 LG화학은 양극재 등 핵심 소재를 남겼다. 2024년에는 GM과 2035년까지 50만톤 이상의 양극재를 공급하는 24조7000억원 규모 장기계약을 체결했다. 배터리를 직접 만드는 회사에서 배터리 성능을 좌우하는 소재를 공급하는 회사로 역할을 다시 바꾼 셈이다. 바이오도 새로운 축으로 편입했다. LG생명과학을 합병한 데 이어 2023년 미국 항암제 기업 AVEO를 인수하며 글로벌 항암 신약 시장으로 사업 영역을 넓혔다. 석유화학에 뿌리를 두면서도 성장산업이 등장할 때마다 축적한 기술과 자본을 새로운 시장으로 옮겨온 것이다. ‘전환의 DNA’가 이끈 컨버팅 LG화학은 올해 이 같은 사업 방식을 ‘기술이 강한 컨버팅(Converting) 회사’라는 비전으로 구체화했다. 다만 회사가 말하는 컨버팅은 단순히 업종을 바꾸거나 기존 사업을 신사업으로 대체한다는 의미와는 다르다. LG화학 관계자는 “고객과 시장, 기술이 변화하는 영역에서 회사가 보유한 모든 기술과 역량을 결집해 사업을 가장 빠르게 변화시키는 활동”이라며 “단순한 소재 공급자를 넘어 고객의 제품 성능과 제조 공정까지 함께 설계하는 ‘통합 솔루션 기업’으로 진화하겠다는 의미”라고 했다. 이어 “오랜 시간 축적한 원천 기술과 공정 노하우, 제품 기획·설계 단계부터 고객과 함께 맞춤형 기술과 공정 솔루션을 제안하는 역량이 경쟁력”이라며 “축적된 기술을 새로운 산업과 시장으로 빠르게 연결하는 기반이 된다”고 덧붙였다. 과거 럭키크림의 깨지는 뚜껑을 플라스틱으로 해결했던 방식과 맞닿아 있다. 고객이 원하는 제품을 단순히 공급하는 데서 멈추지 않고 문제를 기술로 해결한 뒤 그 기술을 새로운 시장으로 연결한다는 것이다. LG화학이 79년 동안 반복해 온 사업 방식에 ‘컨버팅’이라는 이름을 붙인 셈이다. LG화학 역시 공식적으로 컨버팅을 단순 사업 전환이 아닌 고객의 제품 성능과 제조 공정까지 함께 설계하는 전략으로 설명하고 있다. 석화의 LG에서 반도체·로봇·항암으로 다음 전환의 목적지도 구체화됐다. LG화학은 2035년까지 연구개발(R&D)에 15조원을 투입하고 이 가운데 70%를 반도체·인프라, 모빌리티·로봇, 항암 신약 등 3대 핵심 사업에 집중할 계획이다. 전통 화학사업 의존도를 낮추면서 기술 장벽과 성장성이 높은 사업으로 자원을 옮기겠다는 구상이다. 반도체·인프라에서는 AI 반도체 성장에 맞춰 첨단 패키징 소재를 집중 육성한다. 패키징용 접착제와 저유전·열관리 소재, 유리기판 등이 대상이다. 기존 PID·DAF·CCL 등 전자소재 경쟁력을 토대로 2030년 관련 사업을 매출 2조원 규모로 키우겠다는 목표다. 모빌리티는 전기차에서 로봇으로 영역을 넓힌다. 로봇 구조 소재와 정밀 구동·접합 소재를 개발하고 고객사와 공동개발을 통해 진입장벽을 높인다는 구상이다. 항암 신약에서는 글로벌 임상과 파트너십을 확대하는 동시에 기술이전과 인수합병(M&A)을 활용해 파이프라인의 사업화를 앞당긴다는 전략이다. 문제는 다음 사업을 키우는 동시에 회사를 성장시킨 석유화학의 체질도 바꿔야 한다는 점이다. 국내 석유화학 산업은 중국을 중심으로 한 대규모 증설과 수요 부진이 겹치면서 장기간 공급과잉에 시달리고 있다. 정부와 업계는 국내 NCC 생산능력을 연간 270만~370만톤, 전체의 최대 25%가량 줄이는 사업재편을 추진하고 있다. LG화학도 지난해 12월 정부에 석유화학 사업재편안을 제출했지만 세부 내용은 공개하지 않았다. LG화학은 국내 최대 에틸렌·프로필렌 생산업체인 만큼 석유화학 구조조정의 한복판에 있다. 결국 범용제품의 규모 경쟁보다 자동차·전자·반도체 등 고객 산업과 밀착된 고부가 제품으로 얼마나 빠르게 이동하느냐가 향후 경쟁력을 가를 가능성이 크다. LG화학은 한 가지 사업을 79년간 지켜온 회사라기보다 기술을 들고 성장하는 산업으로 계속 이동해 온 회사에 가깝다. 화장품에서 출발한 플라스틱 기술은 석유화학으로 이어졌고, 화학과 소재 기술은 배터리와 전자소재로 뻗었다. 이제 그 끝은 AI 반도체와 로봇, 항암 신약을 향하고 있다. 과거의 성공이 다음 전환까지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중국발 석유화학 공급과잉과 전기차 시장 변화 속에서 기존 사업을 재편하는 동시에 새로운 사업의 수익성을 증명해야 한다. LG화학이 말하는 ‘컨버팅’의 진짜 시험대도 여기다. 79년간 회사를 키운 전환의 DNA가 또 한 번 LG화학의 주력 사업을 바꿀 수 있을지가 승부처다. [아주경제 2026년 08월 20일자 13면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2026-08-20 09:12:35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