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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MM, 아프리카 동·서 양축 깐다…선대 확장 다음은 '운영 전략'
[경제일보] HMM이 아프리카 항로망을 넓히며 2030 중장기전략의 실행 범위를 선대 확장에서 네트워크 운영으로 넓히고 있다. 대형 컨테이너선을 얼마나 확보하느냐가 1차 경쟁력이라면, 이제는 그 선대를 어떤 항로와 지선망에 배치해 화주 서비스를 높이느냐가 관건이 되고 있다. 7일 해운업계에 따르면 HMM은 오는 9월 인도와 동아프리카를 연결하는 ‘GIA(Gulf India East Africa Service)’ 서비스를 시작한다. HMM은 이번 서비스를 통해 인도 나바셰바와 문드라를 거점으로 탄자니아 다르에스살람, 케냐 몸바사를 연결한다. 첫 출항은 9월 23일 나바셰바에서 이뤄질 예정이며 왕복 운항 기간은 35일이다. 이번 노선은 HMM이 추진 중인 허브앤스포크 전략의 연장선에 있다. 앞서 HMM은 지난 7월 스페인 알헤시라스를 거점으로 서아프리카 주요 항만을 연결하는 MA2 서비스를 시작했다. MA2는 알헤시라스와 탕헤르, 다카르, 테마, 레키, 아비장 등을 잇는 노선으로, HMM의 첫 아프리카 허브앤스포크 서비스다. HMM 관계자는 이번 동아프리카 노선에 대해 “허브앤스포크 전략의 일환으로 추진되고 있는 부분”이라며 “2030 중장기전략은 선대 확장 등 하드웨어적인 성격이 강하고, 허브앤스포크는 그러한 선대를 어떻게 운영하느냐 하는 소프트웨어적인 성격이 강하다고 이해하면 좋다”고 했다. HMM은 지난달 2030년까지 29조원을 투자해 컨테이너선 선대를 166척, 147만TEU 규모로 확대한다는 중장기 전략을 공시했다. 벌크선 선대도 110척, 1352만DWT 규모로 늘리는 내용이 포함됐다. 선박 확보와 친환경 투자, 터미널 인프라 등은 HMM의 외형을 키우는 하드웨어 투자에 가깝다. 하지만 선대만 늘린다고 경쟁력이 완성되는 것은 아니다. 해운업은 선박을 어디에 배치하고, 어떤 항만을 연결하며, 화주에게 얼마나 안정적인 운송 서비스를 제공하느냐가 수익성과 직결된다. HMM이 아프리카 지선망을 넓히는 것도 늘어나는 선복을 실제 화물 수요와 연결하기 위한 전략으로 볼 수 있다. 아프리카 시장은 HMM 입장에선 미개척지에 가깝다. HMM 관계자는 “아프리카는 성장 잠재력이 높은 시장이나 HMM이 기항하지 않던 시장”이라며 “신규 시장에 진출한다는 개념으로 이해해 달라”고 설명했다. 서아프리카에 이어 동아프리카까지 연결하면서 HMM은 아프리카 시장에서 동·서 양축의 기초를 놓게 됐다. 허브앤스포크 전략은 대형선과 지선망을 결합하는 방식이다. 초대형선은 주요 허브 항만을 중심으로 운항하고, 중소형 피더선이 주변 항만을 촘촘히 연결한다. 대형선이 모든 항만에 직접 들어가는 것보다 운항 효율을 높이고, 화주에게 더 다양한 목적지를 제공할 수 있다. 특히 코로나19 이후 공급망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화주들의 선택 기준도 바뀌었다. HMM 관계자는 “화주들은 단순히 낮은 운임을 선호하는 대신 운영 안정성도 고려하는 경향이 보이고 있다”며 “허브앤스포크 방식을 통해 허브 항만을 기항하는 초대형선의 운영 안정성을 높이고, 여기에서 뻗어나가는 지선망을 촘촘히 구축해 다양한 기항지를 제공함으로써 대화주 서비스를 향상시키고 있다”고 했다. HMM도 올해 1분기 실적 발표에서 중동 정세 장기화, 선복 공급 증가, 미국 관세정책 등으로 시장 불확실성이 커질 것으로 전망했다. 동시에 컨테이너 부문에서는 허브앤스포크 전략을 통해 아프리카 등 신규 노선을 개설하고 동남아 등에서 신규 수요를 확보하겠다고 밝혔다. 관건은 실행력이다. 아프리카는 성장 가능성이 크지만 항만 혼잡, 통관, 내륙 운송, 정치·지정학적 리스크도 함께 안고 있다. 신규 노선 개설 자체보다 안정적인 스케줄을 유지하고, 환적 효율을 높이며, 실제 화물을 꾸준히 확보하는 능력이 중요하다. HMM의 아프리카 노선 확대는 단순한 항로 추가가 아니다. 2030 전략이 선박 투자라는 숫자에서 실제 네트워크 운영으로 옮겨가는 과정이다. 선대 확장이 몸집을 키우는 일이라면 허브앤스포크는 그 몸집을 효율적으로 움직이게 하는 방식이다. HMM이 글로벌 선사들과 경쟁하려면 큰 배뿐 아니라 촘촘한 항로망과 안정적인 운영 능력을 함께 증명해야 한다.
2026-08-08 08: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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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MM, 인도서 동아프리카 잇는다…아프리카 지선망 '동·서 양축'
[경제일보] HMM이 인도를 거점으로 케냐와 탄자니아를 잇는 동아프리카 컨테이너 항로를 신설한다. 지난 7월 서아프리카 노선을 연 데 이어 동아프리카 서비스까지 추가하면서 아프리카 지선망을 동·서 양축으로 넓혔다. 원양 항로와 지역 피더망을 연결하는 ‘허브 앤 스포크’ 체계도 한층 촘촘해질 전망이다. 5일 HMM에 따르면 신규 ‘GIA(Gulf-India-East Africa)’ 서비스는 오는 9월 넷째 주 인도 나바셰바에서 첫 출항한다. 2800TEU급 컨테이너선 5척이 투입돼 나바셰바와 문드라를 거쳐 탄자니아 다르에스살람, 케냐 몸바사를 순환한다. HMM과 중국 코스코쉬핑, 싱가포르 PIL, 대만 인터아시아라인 등 4개 선사가 공동 운항한다. HMM은 향후 걸프 지역까지 기항지를 확대할 계획이다. 나바셰바와 문드라는 HMM의 미주·유럽 원양 서비스와 연계할 수 있는 인도 서부의 주요 거점이다. 인도와 중앙아시아발 화물을 두 항만에 모아 동아프리카로 운송함으로써 환적 효율을 높이고 화주에게 더 다양한 목적지를 제공한다는 구상이다. 이번 항로는 스페인 알헤시라스를 거점으로 모로코 탕헤르, 세네갈 다카르, 가나 테마, 나이지리아 레키, 코트디부아르 아비장을 연결하는 서아프리카 ‘MA2’에 이은 두 번째 아프리카 지선이다. 서부는 유럽, 동부는 인도를 각각 허브로 삼는 양축을 갖추면서 HMM의 아프리카 네트워크도 동서 전역으로 넓어지게 됐다. 동아프리카 항만의 성장성과 배후 물류망 확충도 노선 개설의 배경으로 꼽힌다. 케냐 몸바사항의 지난해 화물 처리량은 4545만t으로 전년보다 약 10% 증가했다. 탄자니아에서는 다르에스살람과 빅토리아호 연안의 므완자를 연결하는 표준궤 철도 건설이 진행되고 있다. 철도가 완공되면 르완다와 부룬디, 우간다, 콩고민주공화국 등 내륙국과의 물류 연결성이 한층 높아질 전망이다. HMM은 2030년까지 컨테이너 선대를 166척, 147만TEU 규모로 확대하고 기존 초대형선과 연계할 경쟁력 있는 피더선을 지속적으로 확보할 방침이다. HMM 관계자는 “이번 인도-동아프리카 서비스 개설은 허브앤스포크 전략을 아프리카 전역으로 확대하는 중요한 이정표”라며 “앞으로도 성장 가능성이 높은 시장에 대한 네트워크를 지속적으로 확충하고 차별화된 서비스 경쟁력을 바탕으로 고객 만족도를 높여 나가겠다”고 했다. 다만 GIA는 4개 선사가 공동 운항하는 방식으로, HMM이 직접 투입하는 선박 수와 배정받는 선복 규모, 목표 적재율은 공개되지 않았다. 걸프 지역의 구체적인 기항지와 확장 시점도 제시되지 않았다. 신규 노선이 실질적인 수익성 확대로 이어지려면 기존 원양항로에서 동아프리카행 환적 화물을 얼마나 안정적으로 확보하느냐가 중요해졌다.
2026-08-05 15:3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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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MM, 서아프리카 컨테이너 노선 첫 출항…대형선 정시 운항 높인다
[경제일보] HMM이 유럽과 서아프리카를 잇는 신규 컨테이너 노선을 열었다. 대형선이 직접 기항하기 어려운 서아프리카 항만을 중소형 선박으로 연결해 원양 노선의 정시성을 높이려는 전략이다. 8일 HMM은 전날 스페인과 서아프리카를 연결하는 신규 컨테이너 서비스 ‘MA2(Mediterranean West Africa)’의 첫 항차를 시작한다고 발표했다. MA2는 최원혁 사장 부임 이후 컨테이너 부문 전략으로 수립한 ‘허브 앤 스포크’ 전략의 첫 번째 서비스다. 원양 항로인 FIM(극동-인도-지중해) 노선의 주요 기항지이자 HMM 자영 터미널이 있는 스페인 알헤시라스를 거점으로 서아프리카 주요 항만을 연결한다. 기항지는 알헤시라스에서 모로코 탕헤르, 세네갈 다카르, 가나 테마, 나이지리아 레키, 코트디부아르 아비장으로 이어진다. 왕복 항해 기간은 35일이다. 이번 노선에는 2800TEU급 중소형 컨테이너선 5척이 투입된다. HMM이 2척, 일본계 해운사 ONE이 3척을 맡는다. HMM 관계자는 “MA2 서비스는 기본적으로 FIM 서비스와 연계된다”며 “서아프리카는 항만 크기나 혼잡도 등을 감안했을 때 FIM 노선에 투입되는 대형선이 직접 기항하기에는 적합하지 않은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를 지선망인 MA2로 분리 운영함으로써 FIM 노선의 정시성을 유지하면서 서아프리카 서비스를 탄력적으로 운영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MA2에 투입되는 선박에 대해서는 “2800TEU급 피더선 5척 가운데 HMM이 2척, ONE이 3척을 투입한다”며 “소유선·용선 여부는 수시로 변동될 수 있어 특정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허브 앤 스포크는 대형선이 원양 항로의 거점 항만까지 화물을 실어 나르고, 이후 중소형 선박이 주변 항만을 연결하는 방식이다. 대형선은 장거리 노선에서 규모의 경제를 확보하고, 중소형 선박은 항만 규모가 작거나 혼잡도가 높은 지역을 맡는다. HMM은 이번 MA2 서비스를 통해 대형선 운항 지연을 줄이고 서아프리카 지역 운송 서비스를 유연하게 운영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HMM이 서아프리카 노선을 별도로 둔 것은 선대 전략이 단순한 규모 확장에서 네트워크 효율화로 옮겨가고 있다는 의미가 있다. 코로나19 이후 해운 호황기에는 선복 확보가 핵심 경쟁력이었지만, 최근에는 항만 혼잡과 환적 지연, 정시 운항이 화주 선택을 좌우하는 변수로 떠올랐다. 특히 대형선이 모든 항만에 직접 들어가기 어려운 지역에서는 거점 항만과 중소형 선박을 어떻게 연결하느냐가 서비스 품질을 가른다. HMM은 이를 위해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총 27척의 피더선을 확보했다. 이 가운데 22척은 신조 발주 물량이다. 나머지는 리세일과 중고선 매입 등을 통해 확보했다. HMM은 보유 중인 초대형선단과 새로 확보한 중소형 선박을 연계해 운항 효율과 수익성을 높인다는 방침이다. 알헤시라스 자영 터미널도 이번 전략의 핵심 거점이다. 알헤시라스는 HMM의 FIM 노선 주요 기항지이자 유럽과 아프리카를 잇는 환적 거점이다. 자영 터미널을 활용하면 대형선 입항, 하역, 환적, 중소형 선박 연결을 보다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다. 선박만 늘리는 방식이 아니라 항만과 노선을 함께 묶어 운항 효율을 높이는 구조다. HMM 관계자는 “글로벌 주요 항만을 중심으로 대형선과 피더선 연계 서비스를 지속적으로 확대할 계획”이라며 “선대 및 네트워크 확장, 친환경 선박 확보 등을 통해 글로벌 선사로의 도약을 이어가겠다”고 했다. 이번 MA2 첫 출항은 HMM이 초대형선 중심의 규모 경쟁을 넘어 정시성과 연결성을 앞세운 서비스 경쟁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신호다. 대형선이 닿기 어려운 항만을 중소형 선박으로 촘촘하게 연결하는 방식이 HMM의 새 성장 전략으로 자리 잡을지 주목된다.
2026-07-08 10:2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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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을 번 사람과 존경받는 사람 사이
[경제일보] 호르무즈 해협의 긴장이 가라앉을 기미가 없다. 이란과 이스라엘의 갈등이 수면 위아래를 오가고, 미국의 군사자산이 걸프만에 묶여 있는 동안, 세계 원유 물동량의 약 5분의 1이 통과하는 이 좁은 해협은 국제 에너지 시장의 심장부로 떨리고 있다. 위기가 반복될 때마다 유가는 오르고 선박 운임도 함께 치솟는다. 누군가는 그것을 공포로 기억하지만 누군가는 그것을 시장의 기회로 바꾼다. 냉정하게 말하면 해운업은 원래 그런 세계다. 세계의 불안 위에서 수익을 만든다. 그러나 같은 돈을 벌어도 세상은 어떤 기업인에게는 박수를 보내고 어떤 기업인에게는 차가운 시선을 거두지 않는다. 사람들은 흔히 부를 숫자로만 생각하지만 실제 사회는 숫자보다 태도를 기억한다. 그 돈이 어디를 향했는지, 공동체를 위해 무엇을 남겼는지, 위기 속에서 어떤 얼굴을 보여줬는지를 더 오래 붙들고 산다. 요즘 해운업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이름 가운데 하나가 장금상선의 정태순 회장이다. 호르무즈 리스크와 VLCC 운임 급등 속에서 장금상선은 막대한 수익을 거두고 있다. VLCC, 즉 초대형 원유운반선은 길이 300미터를 넘는 거대한 선박으로 단 한 번의 항해로 200만 배럴 이상의 원유를 실어 나른다. 중동과 아시아를 잇는 원유 수송의 대동맥이자, 시황이 불안할 때는 바다 위의 원유 저장고가 된다. 장금상선은 세계 최대 수준의 VLCC 선대를 확보했고 최근에는 100척 규모의 초대형 발주까지 추진하며 시장의 중심으로 올라섰다. 냉혹한 시장 판단만 놓고 보면 대단한 승부사다. 그런데 정태순 회장에 대한 업계 안팎의 시선은 의외로 우호적이다. 해운업은 원래 국민적 호감을 얻기 어려운 산업이다. 배는 바다 위에 있고 돈은 숫자로 움직인다. 일반 국민에게 피부로 와닿지 않는다. 그럼에도 정태순 회장이 비교적 좋은 평가를 받는 것은 그가 번 돈을 어디에 썼느냐와 관련이 있다. 정 회장은 해양 인재 양성 지원과 공익재단 활동, 기부와 사회공헌을 꾸준히 이어왔다. 거창한 이름을 앞세운 자선이 아니었다. 산업과 사람을 연결하는 방식으로, 조용하게 쌓아왔다. 시장은 결국 그것을 읽는다. "함께 가는 기업인"이라는 인식이 자연스럽게 형성됐다. 기업인은 사회 안에서 존재한다. 공동체가 등을 돌리면 아무리 많은 배를 가져도 고립된다. 반대로 공동체와 호흡하면 부는 비로소 존경으로 이어진다. 완벽한 기업인이라는 말이 아니다. 어느 기업주에게나 그늘은 있다. 다만 정태순 회장의 이름 앞에 지금 붙는 수식어는 '탈세'가 아니라 '해양'이다. 그 차이는 작지 않다. 바로 그 지점에서 한 인물이 떠오른다. 한때 '선박왕'으로 불렸던 시도그룹 권혁 회장이다. 권혁 회장의 사업은 VLCC와는 결이 다르다. 벌크선과 컨테이너 피더선을 중심으로 인트라아시아 항로를 누볐다. 정태순 회장과는 다른 바다에서 다른 배로 싸운 사람이다. 그러나 해운업 안에서 한 시대를 상징하는 이름이었다는 점에서, 두 사람의 행로는 오늘의 주제와 함께 놓일 수밖에 없다. 권혁 회장은 한국 해운업 역사에서 빼놓기 어려운 이름이다. 2000년대 초반부터 십수 년간 국내 조선소에 총 121척의 선박을 발주했다. 계약 규모는 약 9조 원, 직·간접 경제효과는 13조원을 넘는다는 추산도 있었다. 현대중공업,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을 포함한 조선 빅3와 중소 조선소까지, 일감 가뭄에 시달리던 현장에 권혁 회장의 발주서는 단비였다. 수천 명의 용접공과 설계사, 협력업체 직원들이 그 계약서 한 장에 생계를 얹었다. 공격적 투자와 승부사 기질만 놓고 보면 한국 조선·해운업의 황금기를 상징하는 인물이었다. '선박왕'이라는 이름도, 한국판 오나시스라는 수식어도 그 시절에 붙었다. 그러나 세상이 권혁 회장을 기억하는 방식은 안타깝게도 그 이름 쪽으로 굳어지지 않았다. 2010년 국세청이 권혁 회장에게 4101억원의 세금을 부과했다. 역외탈세 혐의였다. 언론은 앞다퉈 보도했고 '선박왕'은 하루아침에 '탈세왕'으로 불리기 시작했다. 이른바 '왕 시리즈' 보도의 대표 사례가 됐다. 1심에서는 징역 4년에 벌금 2340억원이 선고됐다. 물론 법적으로 볼 부분은 냉정하게 봐야 한다. 최종 확정심에서 실제 유죄로 인정된 세액은 약 7억원 수준이었다. 핵심 쟁점이었던 법인세 포탈 혐의는 무죄로 확정됐다. 수천억 원짜리 세금 폭탄이 7억원짜리 판결로 귀결된 것이다. 국제 해운업의 특수성도 있다. 선박은 편의치적국에 등록하고 운영은 다국적 법인 네트워크를 통한다. 이 구조가 조세 회피를 위한 것인지 글로벌 해운업의 통상 관행인지는 단순한 이분법으로 재단되지 않는다. 당시 국세청 역외탈세 수사가 실적 압박 속에서 과도하게 진행됐다는 비판도 법조계 일각에서 제기됐다. 조세 정의와 산업 현실 사이의 균형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이 사건은 남겼다. 그러나 기업인의 평판은 판결문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국민은 판결문보다 기억을 더 오래 붙들고 산다. 언론이 처음 보도한 4101억원짜리 헤드라인은 기억되고, 대법원에서 사실상 뒤집어진 결론은 기억되지 않는다. 더구나 권혁 회장은 재판 기간 내내 언론을 통해 억울함을 간간이 피력했다. 그 심정을 이해 못 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억울함을 호소하는 것과 사회적 신뢰를 쌓는 것은 전혀 다른 일이다. 전자는 자신의 서사를 방어하는 행위이고 후자는 공동체에 무언가를 내어주는 행위다. 사회는 자신을 향한 해명보다 타인을 향한 행동을 더 오래 기억한다. 결국 권혁 회장에게 남은 것은 "수천억 원대 조세 논란을 일으킨 인물"이라는 그림자였다. 바로 그 지점에서 기업인의 운명이 갈린다. 세상에는 돈 많은 사람이 많다. 그러나 존경받는 부자는 드물다. 한국 사회는 부 자체보다 "어떻게 벌었는가"와 "어디에 쓰는가"를 더 집요하게 본다. 국민은 생각보다 냉정하다. 많이 번 사람을 미워하지 않는다. 다만 혼자만 가지려는 사람에게 등을 돌릴 뿐이다. 성경 누가복음에는 "무릇 많이 받은 자에게는 많이 요구할 것이요, 많이 맡은 자에게는 많이 달라 할 것이다"라는 구절이 있다. 재산은 권리인 동시에 책임이라는 뜻이다. 법구경은 "향기는 바람을 거슬러 가지 못하나 덕의 향기는 사방으로 퍼진다"고 말한다. 돈은 항구에 묶이지만 덕은 사람 사이를 건넌다. 선박은 바다를 건너지만 사람의 이름은 결국 마음 위에 남는다. 노자의 도덕경은 더 직설적이다. "천도는 남는 곳의 것을 덜어 부족한 곳을 채운다(損有餘而補不足)" 동양 고전은 오래전부터 부의 순환을 말해왔다. 오늘날 ESG니 사회적 책임이니 하는 개념도 결국 이 오래된 상식의 현대적 표현에 불과하다. 세계의 거상들은 결국 그 지점에서 이름이 달라졌다. 그리스의 선박왕 아리스토텔레스 오나시스는 단지 배를 많이 가졌기 때문에 전설이 된 것이 아니다. 부와 영향력을 문화와 공공 영역으로 확장했기 때문에 그 이름이 남았다. 록펠러는 독점기업의 탐욕이라는 비판 속에 살았지만 거대한 기부와 재단 활동으로 결국 이름의 방향을 바꿨다. 카네기는 "부자로 죽는 것은 수치"라고 말했다. 극단적인 표현처럼 들리지만 본질은 단순하다. 재산은 결국 사회 안에서 의미를 얻는다는 것이다. 해운업은 특히 그렇다. 바다는 세계를 연결한다. 한 척의 배에는 원유와 철광석만 실리는 것이 아니다. 국가 경제와 산업의 운명이 함께 움직인다. 부산과 울산, 거제의 조선소가 돌아가는 것도, 정유공장이 멈추지 않는 것도 결국 이 배들이 항로를 지키기 때문이다. 그래서 해운 재벌은 일반 기업인보다 더 큰 사회적 상징성을 가진다. 국민은 그들에게 단순한 부자가 아니라 국가 산업의 얼굴 역할까지 기대한다. 지금 한국 사회는 부자에게 두 가지 얼굴을 동시에 요구한다. 냉혹한 시장의 승부사이면서 동시에 공동체의 책임자이기를 바란다. 이것이 위선처럼 들릴 수도 있다. 하지만 자본주의는 그런 긴장 위에서 유지된다. 시장은 탐욕으로 움직이지만 사회는 도덕으로 균형을 잡는다. 그 균형을 어떻게 잡느냐가 결국 기업인의 이름을 가른다. 정태순 회장이 지금 박수를 받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사람들은 정태순 회장이 돈을 벌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세계 시장에서 한국 해운기업이 이기는 모습을 반긴다. 다만 그 성공이 사회와 연결돼 있다고 느끼기 때문에 박수를 보내는 것이다. 반면 권혁 회장은 아직 그 연결고리를 복원하지 못했다. 하지만 인생은 판결문 한 장으로 끝나지 않는다. 기업인의 마지막 평가는 법원이 아니라 시간이 내린다. 권혁 회장은 이미 산업사에 이름을 남겼다. 9조 원의 발주 실적은 조선소 현장에, 협력업체에, 수천 명의 생계에 새겨져 있다. 지워지지 않는다. 그러나 그 기록이 사회적 존경으로 전환되려면 다른 종류의 기록이 필요하다. 법정에서의 승리가 아니라 공동체 속에서의 귀환이 그것이다. 더 늦기 전에 사회 앞으로 나와야 한다. 해양 인재를 위한 장학사업도 좋고 조선업 기술 인력 지원도 좋다. 지방 항만도시 청년들을 위한 교육재단도 가능하다. 바다에서 번 돈을 다시 사회의 바다로 돌려보내야 한다. 그래야 비로소 한국판 오나시스라는 이름에 걸맞은 마지막 장이 완성된다. 배는 항구에 머물기 위해 존재하지 않는다. 다시 바다로 나가기 위해 존재한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과거 논란의 그늘 속에 있는다고 이름이 회복되지는 않는다. 세상 앞으로 나와야 한다. 자신이 가진 것을 사회와 나눌 때 비로소 사람들은 그를 다시 보기 시작한다. 진짜 선박왕은 배의 숫자로 완성되지 않는다. 공동체와 함께 항해할 때 비로소 그 이름이 남는다.
2026-05-13 18:56: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