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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0명 위한 특수분유부터 셀렉스까지…매일유업이 57년간 찾은 '영양의 빈칸'
[경제일보] 매일유업은 지난 57년간 소비자에게 부족한 영양을 찾아 새로운 시장으로 연결해왔다. 1969년 우유가 부족하던 시기 낙농사업으로 출발해 1974년 영유아용 조제분유 생산에 나섰고 이후에는 일반 분유를 먹기 어려운 환아를 위한 특수분유까지 개발하며 영양 수요를 세분화했다. 이러한 방식은 유아식에만 머물지 않았다. 우유 속 유당을 소화하지 못하는 소비자에게는 '락토프리 우유'를 내놓고 중장년층의 단백질 섭취 수요에는 '셀렉스'를 선보였으며 우유 대신 식물성 음료를 찾는 소비자를 겨냥해 두유와 오트음료로 제품군을 넓혀왔다. 질환·연령·소화 능력·식습관에 따라 달라지는 미충족 수요를 찾아 영양 설계와 유가공 기술로 제품화해온 것이다. 우유와 분유에서 시작한 기술이 50여년 뒤 중장년·고령자·환자의 영양관리까지 이어진 배경도 여기에 있다. '낙농보국'에서 시작한 57년…우유·분유로 식품사업 기반 구축 출발점은 우유였다. 매일유업의 전신 한국낙농가공은 1969년 2월 '낙농보국'을 창업정신으로 출범했다. 같은 해 5월 정부와 김복용 창업주가 각각 절반씩 출자해 자본금 3억원으로 사업 기반을 마련했다. 우유를 안정적으로 생산하기 위해서는 원유를 공급할 낙농 기반 확보가 먼저였다. 매일유업은 1972년 미국산 처녀우 850마리와 호주산 임신우 850마리를 들여왔고 이듬해에는 국내 최초로 젖소를 비행기로 수송하며 원유 공급 기반을 넓혔다. 이렇게 확보한 낙농 기반을 바탕으로 1973년 호남공장을 준공해 테트라팩 우유 생산에 들어갔으며 1974년에는 중부공장을 가동해 조제분유까지 사업 영역을 확대했다. 생산 기반을 갖춘 뒤에는 해외로 눈을 돌려 1981년 매일분유를 중동에 수출하며 국내에서 축적한 유가공 역량을 해외시장으로 연결했다. 우유와 분유에서 쌓은 식품 제조·유통 역량은 냉장주스, 발효유, 컵커피와 같은 인접 식품군으로 이어졌다. 1992년 국내 최초 냉장주스 '썬업'을 출시한 데 이어 컵커피·발효유·두유까지 제품군을 넓히며 소비자의 다양한 식음 수요를 공략했다. 이 과정에서 매일유업이 반복해온 방식은 단순히 제품 종류를 늘리는 것이 아니라 영양과 식생활에서 아직 충족되지 않은 수요를 찾아 새로운 제품으로 연결하는 것이었다. 2017년에는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면서 회사 구조를 재편했다. 기존 매일유업은 그룹의 지주회사인 매일홀딩스로 바뀌고 우유와 분유 등 유가공 사업은 새로 출범한 매일유업이 맡는 방식으로 분리됐다. 회사의 법인 구조는 달라졌지만 생산시설과 브랜드, 유가공 사업의 역사는 1969년 창립 때부터 그대로 이어지고 있다. 350명 위한 특수분유부터 락토프리까지…작은 영양 수요도 제품으로 매일유업의 사업 방식을 가장 선명하게 보여주는 사례는 매출 규모가 큰 우유나 커피보다 1999년부터 생산하고 있는 선천성 대사이상 질환자용 특수분유에서 찾을 수 있다. 선천성 대사이상 질환자는 특정 아미노산 등을 분해하는 효소가 부족하거나 생성되지 않아 모유와 일반 분유는 물론 고기와 쌀밥 같은 일상적인 식품도 자유롭게 섭취하기 어렵다. 매일유업은 이런 환아가 필요한 영양을 섭취할 수 있도록 문제가 되는 아미노산은 제거하고 비타민과 미네랄 등 필수 영양성분은 보충한 특수 유아식을 자체 기술로 개발했다. 이렇게 시작한 특수분유 생산은 올해로 27년째 이어지고 있으며 현재 8종 12개 제품을 공급하고 있다. 시장 규모만 놓고 보면 특수분유는 효율성이 높은 사업과는 거리가 있다. 2024년 기준 국내 선천성 대사이상 환자는 약 350명 수준에 불과한 데다 일반 제품과 성분이 섞이지 않도록 생산 때마다 일반 분유 공정을 멈추고 설비를 별도로 세척한 뒤 소량 생산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매일유업은 20년 넘게 특수분유 생산을 이어오고 있다. 수익성보다 반드시 필요한 수요에 대응하는 이 같은 방식은 매일유업이 강조해온 ‘한 명의 아이도 건강한 삶에서 소외되지 않아야 한다’는 철학을 실제 제품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이처럼 특정 소비자가 기존 제품을 섭취하기 어려운 문제를 제품으로 해결하는 방식은 일반 소비자 시장에서도 이어졌다. 대표적인 사례가 2005년 출시한 '소화가 잘되는 우유'다. 우유 속 유당을 소화하기 어려운 소비자를 위해 미세한 필터로 유당을 제거하는 UF(Ultra Filtration) 공법을 적용했다. 출시 당시 국내에서는 락토프리라는 개념이 생소했지만 유당 소화에 어려움을 겪는 소비자 수요가 확인되면서 시장도 빠르게 성장했다. 닐슨 집계 기준 국내 락토프리 우유 시장은 2019년 300억원대에서 2023년 약 870억원으로 두 배 이상 확대됐고 '소화가 잘되는 우유'는 같은 시기 시장점유율 44%로 1위를 기록했다. 2024년에는 출시 19년 만에 누적 판매량 8억개를 넘어서는 등 우유 섭취에 불편을 느끼던 소비자를 새로운 유제품 수요층으로 끌어들이는 데 성공했다. 2008년 선보인 상하목장은 소비자 선택 기준이 가격에서 원료와 생산 방식, 품질까지 넓어지는 흐름을 겨냥했다. 일반 백색우유와 가격 경쟁을 벌이기보다 유기농 원유와 생산 과정에 가치를 두는 소비자층을 공략하면서 차별화된 시장을 구축했다. 락토프리 우유가 소화 여부에 따른 수요를 겨냥했다면 상하목장은 원료와 생산 방식에 대한 선호를 제품에 반영해 동일한 우유 시장 안에서도 소비 기준을 한층 세분화한 사례다. 분유 기술을 중장년·환자까지…셀렉스·메디웰로 '평생 영양' 공략 인구구조 변화는 매일유업이 공략해야 할 영양 수요의 방향도 바꿨다. 영유아 인구 감소로 우유와 분유 시장의 성장 여력이 줄어드는 사이 고령화와 건강관리 수요는 커졌고 매일유업은 이에 맞춰 분유에서 축적한 영양 설계 역량을 중장년층으로 확장했다. 2018년 선보인 성인영양식 브랜드 '셀렉스'가 대표적이다. 같은 해 식품업계 최초로 근감소증을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매일사코페니아연구소를 설립해 중장년층의 근육과 단백질 섭취를 연구했다. 이후 △분말형 단백질 △RTD 음료 △프로틴바 △건강기능식품 등으로 제품군을 넓혔고 셀렉스 누적 매출은 지난해 5월 5000억원을 넘어섰다. 분유가 성장기 영유아에게 필요한 영양을 설계한 제품이었다면 셀렉스는 연령이 높아지면서 부족해지기 쉬운 단백질과 영양 관리에 초점을 맞췄다. 이러한 생애주기별 영양 설계는 고령자와 환자로도 이어져 매일유업은 전문 균형영양식 '메디웰'을 통해 건강 상태에 따라 필요한 영양을 보충하는 시장까지 공략하고 있다. 올해는 이 사업을 한 단계 더 세분화하며 한림대학교의료원, 푸드테크 기업 슈팹과 환자·고령자 맞춤형 영양식 개발을 위한 협력을 시작했다. 의료기관의 임상 역량과 식품 기술을 결합해 건강 상태에 따라 필요한 영양을 설계하는 것이 목표다. 아이의 연령과 상태에 맞춰 분유를 설계했던 방식이 중장년, 고령자, 환자의 상태별 영양으로 이어지는 셈이다. 새로운 영양 수요를 공략하는 과정에서는 기존 유가공 기술도 활용되고 있다. 매일유업은 지난 7월 국산 우유를 UF 공법으로 3배 농축한 단백질 RTD 음료 '퓨어틴'을 출시했다. 330㎖ 한 팩에 단백질 23g을 담으면서 유당은 제거했다. 2005년 락토프리 우유에 활용했던 여과 기술을 최근 커지는 단백질 음료 시장에 적용한 것이다. 영양의 빈칸은 식습관에서도 나타났다. 건강과 환경, 소화 문제 등을 이유로 우유 대신 식물성 음료를 선택하는 소비자가 늘면서 매일유업도 콩, 아몬드, 귀리를 기반으로 한 제품군을 구축했다. 기존 매일두유에 아몬드브리즈를 더한 데 이어 2021년 귀리를 활용한 '어메이징오트'를 선보였다. 유제품을 주력으로 해온 매일유업이 우유를 마시지 않는 소비자까지 겨냥해 제품군을 확대한 것이다. 올해 8월에는 상하목장 브랜드의 첫 두유 제품인 '콩물두유' 3종도 출시했다. 국산 서리태를 활용한 제품으로 기존 유기농 유제품 중심이던 상하목장 브랜드를 식물성 음료까지 확장했다. 올해 하반기에도 매일유업이 식물성 음료를 주요 성장 품목으로 꼽고 있다는 점에서 일회성 신제품보다 사업 포트폴리오 확대에 가깝다. 이 흐름을 놓고 보면 매일유업의 고객은 점차 연령과 원료의 경계를 넘어섰다. 매일유업은 영유아용 분유부터 유당불내증 소비자를 위한 락토프리 우유, 중장년층 대상 단백질 제품, 환자·고령자용 균형영양식, 식물성 음료까지 고객별 생애주기와 식습관에 따라 제품군을 세분화하고 있다. 뉴트리션 영업익 338%·수출 26% 증가…백색우유·해외 수익성은 과제 이러한 전략은 올해 실적으로도 나타났다. 매일유업의 2026년 상반기 연결 매출은 949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6% 증가했으며 영업이익은 392억원으로 54.3% 늘었다. 2분기만 보면 매출 4800억원, 영업이익 204억원으로 각각 4.8%, 64.4% 증가했다. 특히 조제분유와 성인영양식 등이 포함된 뉴트리션 사업의 성장세가 두드러졌다. 올해 상반기 뉴트리션 매출은 1204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13.2% 증가했으며 이에 따라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11.6%에서 12.7%로 높아졌다. 수익성 개선 폭은 더 컸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38억원으로 338.3% 늘었고 2분기만 보면 매출 632억원으로 16.4% 증가한 가운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2억원에서 27억원으로 확대됐다. 같은 기간 유가공 부문 매출 증가율이 1%대에 그친 점을 감안하면 뉴트리션 사업이 매일유업의 새로운 성장축으로 부상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분유 사업에는 최근 출생아 반등도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출생아 수는 14만5804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15.4% 늘었다. 지난 6월 출생아 수도 2만3111명으로 15.6% 증가해 24개월 연속 전년 동월 대비 증가세를 이어갔다. 매일유업도 출생아 증가에 따른 조제분유 판매 호조를 상반기 실적 개선 요인으로 꼽았다. 뉴트리션 사업의 성장세에 맞춰 조직 구조도 재정비했다. 매일유업은 2021년 헬스앤뉴트리션 사업을 분리해 설립한 100% 자회사 매일헬스뉴트리션을 올해 5월 다시 흡수합병했다. 이를 통해 뉴트리션 사업의 글로벌 성장전략을 본사 차원에서 추진하는 동시에 온·오프라인 영업과 상품개발, 마케팅 역량을 한데 묶어 경영 효율을 높이겠다는 구상이다. 별도 법인에서 키워온 셀렉스 사업을 본체로 편입해 기존 유가공·영양 연구 역량과 판매조직 간 시너지를 확대하려는 것이다. 국내에서 축적한 영양 제품 경쟁력은 해외시장에서도 성과로 이어지고 있다. 올해 상반기 매일유업의 수출액은 537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26.4% 늘어 같은 기간 2.5% 증가에 그친 내수 매출보다 빠른 성장세를 보였다. 수출 증가에 힘입어 전체 매출에서 해외가 차지하는 비중도 4.6%에서 5.6%로 높아지면서 해외사업의 중요성이 점차 커지고 있다. 이 같은 흐름에 맞춰 해외 소비자와의 접점도 넓히고 있다. 지난 7월에는 매일두유와 셀렉스 등 8개 제품을 미국 올리브영 패서디나점과 온라인몰에 입점시키며 현지 판매 채널을 확대했다. 저당·고단백 두유와 콜라겐 제품 등을 앞세워 국내에서 세분화해온 식물성·건강관리 수요를 미국의 'K-웰니스' 소비로 연결하려는 전략으로 보인다. 특수분유 역시 해외시장으로 공급 범위를 확장하고 있다. 매일유업은 중국 알리바바그룹의 헬스케어 계열사 알리건강을 통해 선천성 대사질환자용 특수분유를 현지에 공급해왔으며 이를 통해 국내 수백명의 환자를 위해 유지해온 제품을 해외 희귀질환 환자까지 연결하고 있다. 이처럼 제품별 해외 판매 접점은 넓어지고 있지만 이를 안정적인 수익원으로 연결하기 위해서는 수익성 개선이 뒤따라야 한다. 올해 상반기 수출이 빠르게 증가했음에도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5.6%에 그쳤고 지난해 해외 종속기업인 북경매일유업유한공사와 매일호주유한회사는 각각 7억원과 65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해외 판매 규모를 확대하는 것과 현지 사업 기반을 안정적인 이익으로 연결하는 것은 별개의 과제인 만큼 향후 해외사업의 이익 창출력을 높이는 것이 중요해질 것으로 보인다. 뉴트리션과 식물성 음료가 새로운 성장축으로 자리 잡고 있지만 매일유업의 출발점이자 핵심 사업인 백색우유의 부담은 여전히 크다. 회사는 올해 상반기 원유 공급과잉으로 백색우유 부문에서 손실이 발생한 데다 중동 정세 불안에 따른 포장재와 수입 원부자재 가격 상승까지 겹치며 원가 부담이 확대됐다고 설명했다. 올해 상반기 말 매일유업의 원유 매입가격은 ℓ당 1359.97원으로 지난해 말 1357.71원, 2024년 말 1343.9원보다 높아졌다. 백색우유 소비가 구조적으로 감소하는 상황에서도 원유 매입 부담은 쉽게 낮추기 어려워 수익성 압박이 이어지고 있다. 이에 매일유업은 하반기 백색우유의 손익 구조를 개선하는 한편 조제분유와 셀렉스 등 뉴트리션, 식물성 음료의 국내외 판매를 확대해 사업 포트폴리오 전반의 수익성을 높인다는 계획이다. 매일유업이 이제 증명해야 할 것은 '영양의 빈칸'을 발견하는 감각보다 그 빈칸을 충분한 규모의 시장으로 키워내는 힘이다. 국내 유업시장의 구조적 한계 속에서 뉴트리션과 식물성 음료의 외형과 수익성을 함께 높이고 해외에서도 국내에서 검증한 제품 경쟁력을 안착시켜야 한다. 지난 57년간 세분화된 소비자 수요를 제품으로 구현해온 역량이 향후 시장 확대와 수익성 제고로 이어질 수 있을지가 매일유업의 다음 성장 곡선을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 매일유업 관계자는 "소비자가 필요로 하는 본질적인 영양 수요를 발굴해 보다 건강한 식음료로 제품화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며 "50년 이상 축적한 영양 설계 기술과 지속적인 연구개발(R&D), 소비자 건강 증진이라는 사회적 가치를 추구해온 진정성이 고객 신뢰와 브랜드 경쟁력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도 프리미엄 유제품의 경쟁력을 높이는 동시에 식물성 음료와 성인·장노년층 영양식 등으로 제품 포트폴리오를 확대할 것"이라며 "중국에서 조제분유와 식물성 음료, 셀렉스 등을 판매하고 미국에서도 소비자 접점을 넓히는 등 수출 활로를 확보해 해외시장을 확대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2026-08-31 17:2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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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쎄'로 버티고 '릴'로 넓혔다…KT&G, 전매기업서 글로벌 담배기업으로
[경제일보] 1883년 조선 후기 국영 연초제조소 순화국이 문을 열었다. KT&G가 공식 연혁의 시작으로 삼는 해다. 이후 국가가 담배와 인삼을 관리하는 전매사업을 기반으로 성장한 회사는 1952년 전매청, 1987년 한국전매공사를 거쳐 오늘날 KT&G가 됐다. 국가 전매사업을 기반으로 성장한 KT&G는 시장 개방과 민영화를 거치며 국내외 기업과 경쟁하는 회사로 전환했다. 1988년 국내 담배시장이 개방됐고 1997년 상법상 주식회사 전환, 1999년 증권거래소 상장을 거쳐 2002년 정부와 정부 출자은행이 보유한 민영화 대상 지분 매각이 마무리됐다. 같은 해 회사 이름도 한국담배인삼공사에서 KT&G로 바뀌었다. 이후 해외시장 공략을 본격화하며 2025년 기준 해외 궐련 사업 운영 국가를 140개국까지 넓혔다. KT&G가 택한 생존 방식은 바뀐 경쟁 환경에 맞춰 제품과 시장을 재편하는 것이었다. 외국계 담배회사가 국내에 들어오자 에쎄와 레종, 보헴 등 자체 브랜드를 키웠고 국내 담배 수요가 줄자 해외 판매를 확대했다. 담배 소비 방식이 궐련형 전자담배로 분화하자 2017년 '릴(lil)'을 내놓았다. 최근에는 국내에서 만든 제품을 수출하는 방식에서 나아가 해외 현지에서 직접 생산하고 판매하는 구조를 구축하고 있다. KT&G의 역사는 변화하는 소비와 경쟁 환경에 맞춰 사업 방향을 조정해온 기록이다. 시장 개방에는 브랜드로, 내수시장 성숙에는 수출로, 흡연 방식 변화에는 NGP(차세대 담배)로 대응했다. 이제 관건은 해외에서 확대된 외형을 안정적인 수익으로 전환할 수 있느냐다. 전매에서 브랜드 경쟁으로…'에쎄' 앞세운 시장 공략 KT&G 현대사의 첫 번째 변곡점은 1988년 담배시장 개방이다. 이전까지 국내 담배산업은 국가 전매체제 아래 운영됐지만 시장 개방 이후 글로벌 담배기업 제품이 국내에 본격적으로 들어왔다. 경쟁은 생산·공급 능력보다 브랜드와 제품 차별화, 마케팅 역량을 중심으로 전개됐다. KT&G는 제품을 세분화하며 대응했다. 대표적인 결과물이 1996년 출시한 초슬림 담배 '에쎄(ESSE)'다. 일반형 담배가 주류였던 당시 얇은 형태의 초슬림 제품으로 시장을 공략했고 이후 에쎄 라이트와 에쎄 원, 에쎄 체인지 등으로 제품군을 확대했다. 2013년에는 필터 속 캡슐을 이용해 맛을 바꿀 수 있는 초슬림 캡슐 담배 '에쎄 체인지'를 선보였다. 에쎄는 KT&G의 해외시장 공략을 이끈 대표 브랜드로 자리 잡았다. 2001년 중동과 러시아로 첫 수출된 이후 미주와 유럽, 동남아시아 등으로 판매 지역을 넓혔다. 해외 누적 판매량은 2012년 1000억 개비를 넘어선 데 이어 2016년 2000억 개비를 돌파했다. 에쎄를 앞세워 해외 판로를 넓히는 한편 국내에서는 시장 축소에도 점유율을 높이며 기반을 지켰다. KT&G 자료에 따르면 국내 궐련 총수요는 2023년 616억2000만 개비에서 2024년 591억9000만 개비, 2025년 561억5000만 개비로 감소했다. 반면 KT&G의 국내 궐련 점유율은 같은 기간 66%에서 66.7%, 67.3%로 꾸준히 상승했고 올해 상반기에는 67.9%를 기록했다. 시장 자체는 줄어들고 있지만 KT&G가 차지하는 비중은 오히려 커졌다. 국내 궐련에서 확보한 시장 지위를 유지하면서 다음 성장축은 해외와 NGP로 넓혀가는 모습이다. 다만 높은 시장점유율이 국내 사업의 성장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담배 소비 감소가 이어지면 점유율이 높아져도 판매량 자체는 줄어들 수 있다. 실제 KT&G의 국내 궐련 판매량은 2023년 406억6000만 개비에서 2024년 394억8000만 개비, 2025년 377억6000만 개비로 감소했다. 내수에서 확보한 시장 지위를 해외와 NGP 등 새로운 성장축의 성과로 연결하는 것이 중요해진 이유다. 궐련에서 NGP로…'릴' 앞세운 제품 전환 두 번째 시험은 소비 방식의 변화에서 왔다. 궐련형 전자담배가 국내에 등장하면서 기존 궐련 중심의 시장구조에 새로운 카테고리가 생겼다. KT&G는 2017년 독자 전자담배 플랫폼 '릴 솔리드'를 출시했고 1년 만에 누적 판매 100만대를 넘어섰다. 2018년에는 전용 스틱과 액상 카트리지를 함께 사용하는 '릴 하이브리드'를, 2022년에는 하나의 기기에서 여러 종류의 전용 스틱을 사용할 수 있는 '릴 에이블'을 선보였다. 올해 2월에는 예열·충전 시간을 줄인 '릴 에이블 3.0'을 추가했다. 제품 개발과 함께 해외 유통망 확보에도 나섰다. KT&G는 2020년 필립모리스인터내셔널(PMI)과 '릴'의 해외 판매를 위한 제품 공급계약을 체결하고 러시아·우크라이나·일본을 시작으로 해외 진출을 확대했다. 2023년에는 한국을 제외한 세계 시장에서 PMI가 KT&G의 NGP 제품을 판매하는 15년 장기계약을 맺으며 글로벌 유통 기반을 강화했다. 릴을 앞세운 NGP 사업 진출 국가는 2025년 기준 34개국까지 늘었다. 성과는 국내 시장점유율과 매출에서도 나타났다. 올해 상반기 KT&G의 국내 NGP 시장점유율은 48.2%를 기록했고 2분기 NGP 매출은 2427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23.8% 증가했다. KT&G는 지난 2월 출시한 '릴 에이블 3.0' 판매 확대와 고가 스틱 비중 증가가 매출 성장을 이끌었다고 설명했다. KT&G가 공략하는 NGP 영역도 넓어지고 있다. 회사는 궐련형 전자담배(HNB)에 더해 베이퍼와 경구용 니코틴까지 제품 포트폴리오를 확대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미국 알트리아와 함께 북유럽 니코틴 파우치 업체 ASF(Another Snus Factory)를 공동 인수하며 니코틴 파우치를 새로운 NGP 사업축으로 추가했다. 이는 궐련 수요 감소를 되돌리기보다 담배 소비의 제품 전환 흐름에 대응하는 전략에 가깝다. 기존 궐련에서 에쎄라는 세부 카테고리를 키웠던 것처럼 NGP에서도 디바이스와 스틱, 사용 방식에 따라 시장을 나누고 각각의 수요를 확보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NGP 역시 안정적인 성장이 보장된 시장은 아니다. 글로벌 담배업체들이 투자를 확대하며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 데다 국가마다 전자담배와 니코틴 제품에 적용하는 규제와 세금 체계도 다르다. 진출 국가가 늘어날수록 현지 규제에 맞춘 제품 개발과 인증, 생산·판매 방식 조정에 필요한 비용과 관리 부담도 커진다. 제품 경쟁력과 함께 국가별 제도 변화에 대응하는 역량이 NGP 사업의 성과를 좌우할 전망이다. 수출 넘어 현지 생산으로…글로벌 제조망 재편 KT&G의 글로벌 확장은 판매망 확대를 넘어 생산기지 재편으로 이어지고 있다. KT&G의 해외사업은 국내 생산 제품을 해외시장에 공급하는 수출 모델에서 출발했다. 이후 해외 판매가 확대되면서 현지 생산기지 구축에 나섰다. 2008년 튀르키예에 첫 해외 공장을 설립하며 현지 생산에 나섰고 2010년 러시아로 생산거점을 확대했다. 2011년에는 인도네시아 담배회사 트리삭티를 인수하며 현지 생산과 판매 기반을 동남아시아까지 넓혔다. KT&G는 해외 생산거점을 권역별 수요에 맞춰 운영하고 있다. 튀르키예 공장은 2025년 증설을 통해 연간 최대 120억 개비 생산능력을 갖추고 북아프리카와 중남미 시장을 겨냥한 핵심 생산거점으로 확대됐다. 같은 해 4월 준공한 카자흐스탄 신공장은 연간 45억 개비 생산능력을 바탕으로 유럽과 CIS(독립국가연합) 등 유라시아 시장 수요에 대응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인도네시아는 KT&G가 해외 최대 생산거점으로 육성하는 핵심 지역이다. KT&G는 기존 생산시설에 2·3공장을 추가해 연간 약 350억 개비의 생산능력을 갖춘다는 계획이다. 이 가운데 2·3공장의 생산능력은 연간 210억 개비 규모다. 신공장에서 생산되는 제품은 동남아시아 등 해외시장으로 수출해 인도네시아를 아시아·태평양과 중동 지역을 잇는 수출 거점으로 활용할 방침이다. 현지 생산 확대는 비용 효율과 시장 대응력을 높이기 위한 전략이다. 주요 수요처 인근에 생산거점을 두면 물류비와 관세 부담을 줄이고 시장 변화에 맞춰 생산량을 탄력적으로 조정할 수 있다. 현지 생산과 판매를 연계해 원가 경쟁력과 공급 효율을 높이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해외 매출 국내 추월…다음 평가 기준은 '수익성' 해외 궐련 사업은 매출 기준으로 이미 국내를 넘어섰다. 2025년 KT&G의 해외 궐련 매출은 1조8775억원으로 전년 대비 29.4% 증가하며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전체 궐련 매출에서 해외가 차지하는 비중은 54.1%로 처음 국내를 앞질렀다. 해외 궐련 판매량도 652억 개비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올해도 해외사업의 성장세는 이어지고 있다. 2분기 해외 궐련 매출은 557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8.9%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45.6% 늘었다. 해외 궐련과 NGP 성장에 힘입어 같은 기간 KT&G의 연결 매출은 1조7016억원, 영업이익은 4145억원으로 각각 9.9%, 18.5% 증가했다. 실적 개선에 따라 회사는 올해 매출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3~5%에서 5~7%로, 영업이익 성장률 전망치를 6~8%에서 10~13%로 상향 조정했다. 향후 관건은 해외 생산 확대를 안정적인 수익으로 연결하는 데 있다. 신규 공장 건설에는 대규모 투자가 필요한 데다 가동 이후에도 일정 수준 이상의 생산량을 확보해야 고정비 부담을 낮출 수 있다. 환율과 원재료 가격, 국가별 담배세·규제, 현지 유통환경 등 대외 변수도 수익성에 영향을 미친다. 생산거점과 판매 국가가 확대될수록 생산·재고·품질 관리에 필요한 운영 역량도 중요해질 전망이다. 특히 인도네시아와 카자흐스탄 등 신규 생산거점의 가동률과 수익성은 KT&G가 추진해온 글로벌 현지화 전략의 성과를 가늠할 주요 지표가 될 전망이다. 해외 궐련 매출이 국내를 넘어선 만큼 향후에는 판매량 확대뿐 아니라 현지 생산을 통해 안정적인 이익과 현금흐름을 확보하는 것이 더욱 중요해졌다. KT&G는 외형 확대보다 사업의 질을 증명해야 하는 단계에 들어섰다. 해외 생산과 NGP가 안정적인 수익원으로 자리 잡을 수 있는지가 향후 성장성을 좌우할 전망이다. 시장 변화에 맞춰 제품과 사업 방식을 바꿔온 KT&G가 확장의 성과를 이익으로 증명해야 할 시점이다. KT&G 관계자는 "국내 시장에서 약 68%의 점유율을 유지하면서 해외 사업을 확대할 수 있었던 기반은 제품 품질과 브랜드 경쟁력"이라며 "에쎄는 단일 수출 브랜드로 매출 1조원을 넘어섰고 전자담배 역시 PMI와의 전략적 파트너십을 활용해 릴의 해외 판로를 확대하는 동시에 직접 진출도 모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중장기적으로 글로벌 생산 포트폴리오를 재편하고 인도네시아 신공장 등 해외 생산거점 물량을 확대하고 있다"며 "현지 생산을 통해 원재료 조달과 인건비, 물류비·관세 등 제조원가를 절감하고 외형 성장과 수익성 개선을 함께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2026-08-27 18:1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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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마켓, 베트남 꽝찌성과 맞손…"유기농 쌀 입점 시작으로 글로벌 수출 지원"
한국계 유통업체 K-마켓이 베트남 꽝찌성 인민위원회와 업무협약(MOU)을 체결하고 현지 농산물의 유통망 확대와 해외시장 진출 지원에 나선다. 베트남 경제 전문매체 브이앤이코노미(VnEconomy)에 따르면 꽝찌(Quang Tri)성 인민위원회와 K-마켓 베트남은 최근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꽝찌성의 우수 농산물을 현대적인 유통망에 공급하는 한편 한국을 비롯한 글로벌 시장 진출 기회를 확대하기로 했다. K-마켓은 베트남 전역에서 150개 이상의 매장을 운영하는 한국계 유통업체로, 한국 식품과 생활용품 등을 주로 취급한다. K-마켓은 그동안 꽝찌성 현지 실사를 통해 지역 농산물의 상품성과 성장 가능성을 검토해왔으며, 이를 바탕으로 자사 유통망에 현지 농산물을 입점시키는 방안을 추진해왔다. 협약식에서 호앙 남(Hoàng Nam) 꽝찌성 인민위원회 상임부성장은 “양측의 협력이 단순한 현장 조사 단계를 넘어 제품 규격과 시장성을 고려한 실질적인 협력 단계로 진입했다”며 “K-마켓과의 협업을 통해 꽝찌성 농산물의 부가가치와 시장 경쟁력이 더욱 높아지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고상구 K-마켓 회장도 꽝찌성의 농업 잠재력을 높이 평가하며 협력을 지속적으로 확대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K-마켓은 이번 협력의 첫 사업으로 꽝찌성산 유기농 쌀을 자사 매장에 우선 입점시키기로 했다. 고 회장은 “유기농 쌀 입점은 협력의 시작에 불과하다”며 “앞으로 취급 농산물 품목을 지속적으로 확대하고, 꽝찌성 제품이 베트남 소비자뿐 아니라 단계적으로 해외시장에도 진출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양측은 이번 MOU를 계기로 농산물 유통망 확대뿐 아니라 품질 개선, 브랜드 구축, 식품 가공, 물류 인프라 개발, 수출시장 개척 등 농업 전반에서 협력하기로 했다. 특히 한국국제협력단(KOICA)의 공적개발원조(ODA) 사업을 통해 지원받은 현지 농산물의 상업화와 유통체계 구축도 협력 과제에 포함됐다. 양측은 이를 통해 꽝찌성 농업의 가치사슬을 강화하고 농산물의 시장 경쟁력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협약의 구체적인 이행을 위해 양측은 공동 실무단(Working Group)도 구성하기로 했다. 실무단은 정기 및 필요시 회의를 열어 품목별 구매 계획, 품질 기준, K-마켓의 꽝찌성 내 투자 관련 사항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 이번 협력은 전통시장 중심의 유통 구조에 의존해온 꽝찌성 농산물이 현대적인 유통망으로 진출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꽝찌성은 유기농 쌀을 시작으로 현지 농산물의 표준화와 품질 관리, 브랜드 경쟁력, 물류 역량을 단계적으로 강화하고 K-마켓의 유통망을 활용해 베트남 내 판매 확대와 향후 해외시장 진출 기회를 모색한다는 계획이다.
2026-08-25 15:5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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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가존클라우드·핑거, 금융 AX 동맹…AI·금융 IT 결합해 시장 선점
[경제일보] 메가존클라우드와 핀테크 기업 핑거가 금융산업의 인공지능 전환(AX)을 겨냥한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금융권의 AI 도입이 단순한 생성형 AI 서비스 적용을 넘어 기존 애플리케이션과 데이터, 클라우드 인프라까지 바꾸는 단계로 확대되면서 금융 업무를 이해하는 핀테크와 AI·클라우드 전문기업의 결합이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메가존클라우드는 핑거와 지난 21일 서울 여의도 핑거 본사에서 ‘금융산업 AX 사업 협력을 위한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했다고 24일 밝혔다. 양사는 금융기관 AX 및 시스템통합(SI) 사업 공동 추진, 금융 업무 특화 AI 솔루션 공동 개발·상품화, 인프라와 애플리케이션 운영을 결합한 구독형 서비스 등을 추진한다. ◆ 금융 AI, 모델보다 ‘업무 시스템’ 전환이 관건 금융권의 AI 전환은 일반 기업보다 진입장벽이 높다. 금융사는 고객정보와 거래 데이터 등 민감정보를 다루는 만큼 보안과 규제 요건을 충족해야 하고, 기존 모바일뱅킹과 계정계·정보계 시스템 등과 AI를 연결하는 작업도 필요하다. 메가존클라우드는 클라우드 전환과 애플리케이션 현대화, AI 에이전트 시스템 개발, 보안 및 운영체계 구축 역량을 제공한다. 핑거는 2010년 국내 최초 스마트뱅킹 구축을 시작으로 은행권 모바일뱅킹과 오픈뱅킹, 비대면 채널 등 금융 IT 애플리케이션을 구축해왔다. 두 회사가 각각 가진 ‘인프라’와 ‘금융 업무’ 전문성을 결합하는 구조다. 특히 양사는 금융기관의 AI 전환 과정에서 발생하는 애플리케이션 현대화와 데이터 전환 수요를 공동으로 공략한다는 방침이다. 생성형 AI를 도입하는 것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기존 시스템을 AI 활용에 적합한 환경으로 바꾸고, 실제 업무에 AI 에이전트를 연결하는 사업으로 범위를 넓히겠다는 의미다. 양사는 금융 업무에 특화된 AI 솔루션을 공동 개발해 상품화하고, 구축 이후 운영까지 이어지는 사업모델을 추진한다. 인프라 운영과 애플리케이션 운영을 통합해 제공하는 구독형 서비스도 사업화 대상이다. 이는 금융 AX 시장이 일회성 SI 프로젝트에서 장기적인 운영·관리 사업으로 확대될 가능성을 겨냥한 것으로 풀이된다. AI 시스템은 구축 이후에도 모델 관리와 데이터 업데이트, 보안, 성능 개선 등이 지속적으로 필요하기 때문이다. 메가존클라우드는 최근 코리안리재보험과도 생성형 AI·빅데이터·클라우드를 활용한 재보험 AX 협력을 추진하며 금융 분야 사업 영역을 넓히고 있다. 이번 협력에서 양사가 각각 300억원 규모의 증권 투자를 추진하는 것도 주목된다. 핑거가 300억원 규모 CB를 발행하고 메가존클라우드가 이를 인수하는 한편, 핑거는 메가존클라우드 지분 약 300억원어치를 취득하는 구조다. 양사의 전략적 이해관계를 자본으로 연결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 국내 금융 레퍼런스 확보해 해외로 양사는 국내 금융권에서 쌓은 경험을 해외시장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메가존클라우드가 구축한 10개국 글로벌 거점에 핑거의 금융 애플리케이션 구축 역량을 결합해 국내 금융기관의 해외 진출을 지원하는 동시에 현지 금융기관 대상 사업도 추진한다. 특히 해외 금융시장은 국내와 규제 환경이 다른 만큼 퍼블릭 클라우드 기반의 금융 시스템 구축과 AI 적용을 보다 유연하게 추진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다만 현지 금융 규제와 데이터 주권, 보안 인증 등 국가별 장벽을 넘어 실제 수주로 연결할 수 있을지는 별도의 과제다. 한편 이번 파트너십의 성패는 협약 자체보다 첫 금융 고객과 실제 매출을 얼마나 빨리 만들어내느냐에 달려 있다. 금융 AX 시장에는 삼성SDS와 LG CNS 등 대형 IT서비스 기업들도 적극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메가존클라우드와 핑거가 금융 업무 전문성과 AI·클라우드를 결합해 차별화된 상품을 만들고 이를 국내 레퍼런스에서 해외사업으로 확장할 수 있을지가 향후 경쟁력을 가를 전망이다. 염동훈 메가존클라우드 대표는 “핑거의 핀테크 전문성과 결합하면 금융 업무에 특화된 AX 모델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며 “국내 금융시장의 선진화에 기여하고 해외 금융시장으로도 성과를 확대하겠다”고 말했다. 핑거 안인주 대표 역시 “메가존클라우드의 AI·클라우드 역량과 만나 금융 AI 분야와 해외 시장에서 새로운 성장 기회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2026-08-24 11:5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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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출은 뛰는데 왜 서민 경기는 뛰지 않는가
[경제일보] 한국 경제의 성적표만 놓고 보면 요즘처럼 반가운 때도 드물다. 수출이 연일 기록을 갈아치우고 있다. 특히 반도체가 수출 증가를 이끌면서 대외 경쟁력을 다시 한번 입증하고 있다. 지난 6월에는 월간 수출액이 처음으로 1000억 달러를 넘어섰고, 상반기 수출도 같은 기간 기준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7월 수출 역시 988억9000만 달러로 역대 2위였으며 반도체 수출은 410억1000만 달러에 달했다. 숫자만 보면 한국 경제가 힘차게 질주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런데 이상하다. 시장과 골목의 표정은 그만큼 밝지 않다. 청년들은 일자리를 찾기 어렵다고 호소하고, 자영업자들은 손님이 줄었다고 말한다. 가계는 월급보다 빠르게 오르는 생활비에 지갑을 닫고 있다. 수출은 역대급인데 왜 국민이 느끼는 경기는 좀처럼 살아나지 않는가. 문제는 거시경제 지표와 실물경제의 체감 사이에 간극이 벌어지고 있다는 데 있다. 반도체의 선전은 분명 축하할 일이다. AI 산업 확산과 데이터센터 투자 확대에 따라 메모리 반도체 수요가 늘면서 우리 기업들은 세계 시장에서 경쟁력을 과시하고 있다. 6월 반도체 수출은 448억2000만 달러로 사상 처음 400억 달러를 넘어섰고, 상반기 반도체 수출은 1924억 달러에 이르렀다. 그러나 경제 전체를 반도체 하나의 성적표로 평가해서는 안 된다. 반도체는 고도의 자동화와 자본집약적 생산구조를 갖고 있어 수출 증가가 고용과 내수 확대로 그대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반도체 수출이 늘었다고 동네 식당 매출이 함께 증가하는 것도, 대기업의 수출 호황이 청년 일자리로 곧바로 연결되는 것도 아니다. 이것이 지금 우리 경제가 안고 있는 ‘성장의 미스매치’다. 수출이 늘고 기업 실적이 좋아지는 것은 분명한 호재다. 문제는 성장의 과실이 어디로 흘러가느냐다. 대기업과 첨단산업에 집중된 성과가 중견·중소기업과 서비스업, 자영업자, 근로자에게 충분히 확산되지 않는다면 국민이 체감하는 풍요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결국 수출 호황을 내수 회복으로 연결하는 정책이 필요하다. 첨단산업의 성과가 소재·부품·장비 기업과 중소·중견기업으로 확산되도록 공급망을 강화하고, 기술 개발과 인력 양성, 해외시장 진출까지 이어지는 산업 생태계를 만들어야 한다. 청년에게도 단기 일자리 숫자보다 AI·반도체·바이오·로봇·에너지 등 미래 산업과 연결된 양질의 일자리를 제공해야 한다. 내수와 서비스업을 살리는 노력도 빼놓을 수 없다. 자영업자에 대한 일회성 지원을 넘어 임대료와 금융비용 등 고정비 부담을 낮추고 생산성이 낮은 부문의 구조 전환을 지원해야 한다. 관광·문화·의료·콘텐츠·돌봄 등 고용 효과가 큰 서비스 산업을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키우는 것도 방법이다. 가계의 실질소득을 높여 소비 여력을 키우는 일도 중요하다. 무엇보다 숫자에 취해서는 안 된다. 수출이 잘된다고 경제가 저절로 좋아지는 것도 아니고, 체감경기가 어렵다고 수출 호조의 가치를 깎아내려서도 안 된다. 두 현실을 함께 보는 것이 경제를 제대로 보는 상식이다. 수출은 우리 경제의 엔진이고 내수는 그 엔진이 움직이는 도로다. 엔진만 아무리 좋아도 도로가 무너지면 자동차는 제대로 달릴 수 없다. 진짜 경제 회복은 수출 통계표에서 끝나지 않는다. 청년이 첫 직장을 얻고, 직장인이 월급의 실질가치를 체감하며, 자영업자가 저녁 장사를 걱정하지 않고, 평범한 가정이 내일을 불안해하지 않을 때 비로소 성장의 의미가 완성된다. 경제는 결국 사람을 위한 것이다. 반도체 수출의 기록을 축하하되 그 기록에 만족해서는 안 된다. 수출의 온기가 산업 전반으로, 기업에서 가계로, 대기업에서 중소기업으로, 수도권에서 지방으로 퍼져 나가야 한다. ‘수출은 잘되는데 나는 왜 이렇게 힘든가’라는 국민의 질문에 경제정책이 답하지 못한다면 아무리 화려한 경제지표도 절반의 성공에 불과하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더 큰 성장만이 아니다. 성장의 과실이 더 넓고 깊게 국민에게 돌아가는 성장, 그것이야말로 진짜 경제성장이다.
2026-08-23 17: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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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대 미래산업, 또 하나의 백화점식 정책 돼선 안 된다
[경제일보] 이재명 대통령이 12일 청와대에서 반도체와 인공지능(AI)에 이은 차세대 성장동력 육성 방안을 직접 주재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이날 '미래성장동력 7대 SEED 보고회'에서 소형모듈원자로(SMR), 핵융합, 차세대 재생에너지, 양자, 우주·항공, 첨단바이오, 첨단 공급망을 10~20년 뒤 대한민국을 먹여 살릴 전략 분야로 제시했다. 목표도 야심차다. 정부는 경수형 SMR을 2035년 상용화하고, 2029년까지 오류정정이 가능한 100큐비트 양자프로세서(QPU)를 확보하겠다고 밝혔다. 우주·항공 분야에서는 2030년 민간 주도 달 착륙선을 발사하고, 첨단바이오에서는 AI 바이오 인프라 구축과 뇌·컴퓨터 인터페이스(BCI) 상용화를 추진한다. 미래 기술에 국가가 선제적으로 투자하는 방향은 옳다. 반도체 하나에 국가 수출과 성장의 상당 부분을 의존하는 구조는 지속 가능하지 않다. 미·중 기술패권 경쟁이 심해지고 에너지와 핵심광물, 바이오와 우주까지 경제안보 영역으로 편입되는 상황에서 제2, 제3의 성장동력을 준비하는 것은 정부가 해야 할 일이다. 문제는 무엇을 선정했느냐보다 어떻게 키울 것이냐다. 우리 정부의 미래산업 정책은 정권마다 새로운 이름으로 등장했다. 녹색성장, 창조경제, 혁신성장, 한국판 뉴딜, 국가전략기술 등 간판은 달랐지만 비슷한 분야가 반복해서 포함됐다. 정부가 여러 산업을 동시에 전략 분야로 지정하고 예산을 나눠주다가 정권이 바뀌면 사업 이름과 우선순위가 달라지는 일도 적지 않았다. 이번 7대 SEED가 과거 정책의 전철을 밟지 않으려면 첫 번째 원칙은 선택과 집중이다. SMR과 핵융합, 재생에너지, 양자, 우주항공, 바이오, 첨단 공급망은 모두 중요하다. 그러나 중요하다는 것과 한국이 모두 세계 최고가 될 수 있다는 것은 다른 문제다. 국가 재정과 인재, 연구개발 역량은 한정돼 있다. 양자와 우주, 핵융합처럼 막대한 장기투자가 필요한 분야까지 모두 세계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리려 한다면 결국 각 부처와 연구기관에 예산을 나눠주는 백화점식 지원으로 흐를 수 있다. 정부는 한국이 이미 기술과 산업 생태계를 가진 분야와 장기적인 원천기술 확보가 필요한 분야를 구분할 필요가 있다. SMR처럼 원전 산업과 제조 공급망이라는 기존 강점이 있는 분야는 상용화 전략을 공격적으로 짤 수 있다. 반면 핵융합이나 심우주 탐사처럼 장기간의 기초연구가 필요한 분야는 당장의 매출과 수출 실적으로 평가해서는 안 된다. 기술 수준과 시장성, 민간기업의 투자 의지, 공급망 파급효과가 우선순위를 정하는 기준이 돼야 한다. 모두에게 똑같은 방식으로 돈을 나눠주는 것은 전략이 아니다. 정부와 민간의 역할도 분명해야 한다. 정부가 미래 산업의 방향을 제시할 수는 있지만 시장의 승자를 미리 결정할 수는 없다. 특정 기술과 기업을 '국가대표'로 정해 지원을 집중하면 민간의 경쟁과 혁신이 오히려 약해질 수도 있다. 정부는 민간이 감당하기 어려운 기초연구와 대규모 실증 인프라, 규제개혁과 초기 시장 형성에 집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기술개발과 사업화, 해외시장 진출은 기업의 경쟁과 선택에 맡겨야 한다. 정부 지원 1원이 민간투자 몇 원을 끌어냈는지, 지원이 끝난 뒤에도 기업이 투자를 이어가는지를 성과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 실패를 인정하는 시스템도 필요하다. 미래기술은 성공보다 실패 가능성이 높다. 10년 뒤 시장을 지금 정확히 예측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7개 분야 가운데 일부는 시장이 예상보다 늦게 열리거나 다른 기술에 밀릴 수 있다. 따라서 사업을 시작하는 것만큼 중단하거나 방향을 바꾸는 원칙을 미리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일정 기간마다 세계 기술 수준과 민간투자, 시장 규모를 평가하고 경쟁력을 잃은 사업은 과감하게 축소해야 한다. 반대로 한국이 예상보다 빠르게 앞서가는 분야에는 자원을 더 집중해야 한다. 정부 사업이 한번 시작되면 예산과 조직, 지역 이해관계 때문에 없애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성과가 부족해도 지원이 이어지는 이른바 '좀비 프로젝트'가 생겨서는 안 된다. 미래산업 정책의 목표는 실패를 감추는 것이 아니라 실패를 빨리 찾아내 자원을 다시 배치하는 데 있다. 인재 전략도 함께 가야 한다. SMR과 핵융합, 양자, 우주항공, 첨단바이오는 모두 세계적으로 인재 확보 경쟁이 치열한 분야다. 정부가 연구개발비를 늘려도 이를 수행할 연구자와 엔지니어가 없다면 목표는 계획표에 머문다. 대학 정원을 늘리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해외 우수 연구자를 적극적으로 유치하고 국내 연구자가 장기간 한 분야에 집중할 수 있는 연구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실패한 연구에도 재도전할 기회를 주고 박사급 연구자가 산업계와 연구소를 자유롭게 오갈 수 있는 환경도 필요하다. 정권이 바뀌어도 정책이 이어질 수 있어야 한다. 7대 SEED는 대부분 2030년대 이후를 바라보는 사업이다. 한 정부 임기 안에 끝낼 수 있는 과제가 아니다. 그렇다면 처음부터 여야와 산업계, 과학계가 최소한의 장기 합의를 만들어야 한다. 미래산업 전략은 대통령의 프로젝트가 아니라 국가의 프로젝트가 돼야 한다. 첨단 공급망 전략도 단순한 국산화 구호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모든 소재와 부품을 국내에서 생산하는 것은 가능하지도, 효율적이지도 않다. 반드시 국내 생산능력을 확보해야 하는 품목과 우방국과 공급망을 나눌 품목을 구분해야 한다. 경제안보도 결국 비용과 효율성 사이에서 균형점을 찾아야 한다. 반도체가 오늘의 한국경제를 만들었다면 10년, 20년 뒤에는 새로운 산업이 그 역할을 이어받아야 한다. 그러나 반도체도 정부가 어느 날 '국가대표 산업'으로 지정했다고 세계 1위가 된 것은 아니다. 수십 년간 기업의 투자와 연구개발, 인재 축적, 치열한 글로벌 경쟁이 쌓인 결과다. 정부가 씨앗을 뿌릴 수는 있다. 그러나 어떤 씨앗이 큰 나무로 자랄지는 시장과 기술의 경쟁이 결정한다. 국가의 역할은 모든 씨앗에 같은 양의 물을 주는 데 있지 않다. 가능성이 높은 분야에는 자원을 집중하고, 성장이 멈춘 사업에는 지원을 과감히 줄이는 것이 국가의 역할이다. 손자병법 허실편에는 모든 곳을 지키려 하면 모든 곳이 약해진다는 취지의 가르침이 있다. 국가 산업전략도 다르지 않다. 한정된 자원을 모든 분야에 흩뿌리면 세계 최고가 필요한 첨단기술 경쟁에서 어느 하나도 앞서기 어렵다. 7대 SEED는 출발점일 뿐이다. 정부가 평가받을 것은 7개의 화려한 청사진을 발표했다는 사실이 아니다. 그 가운데 몇 개를 실제 세계 최고 수준의 산업으로 키웠는지다. '제2의 반도체'는 예산을 많이 배정한다고 만들어지지 않는다. 기술 수준과 시장성, 민간 역량을 냉정하게 따지고 가능성 있는 분야에 자원을 집중해야 한다. 실패한 사업을 중단할 용기까지 갖출 때 비로소 미래성장동력 전략은 국가 경쟁력으로 이어질 수 있다. 미래산업 육성에서 가장 필요한 것도 결국 선택과 집중이다.
2026-08-13 17:1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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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전력 슈퍼사이클… LS·HD현대 '제품믹스' 승부
[경제일보]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와 노후 전력망 교체가 만든 전력기기 슈퍼사이클이 LS일렉트릭과 HD현대일렉트릭의 실적을 함께 끌어올렸다. 다만 성적표의 모양은 달랐다. LS일렉트릭은 넓은 제품군을 바탕으로 외형에서 앞섰고, HD현대일렉트릭은 초고압변압기를 중심으로 매출의 4분의 1을 영업이익으로 남겼다. 3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DART)에 따르면 지난 23일과 28일 LS일렉트릭과 HD현대일렉트릭이 올해 2분기 실적을 공시했다. LS일렉트릭은 올해 2분기 매출 1조5770억원, 영업이익 1785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보다 각각 32.2%, 64.4% 증가한 분기 최대 실적이다. HD현대일렉트릭은 매출 1조1418억원, 영업이익 2870억원을 거뒀다. 매출은 LS일렉트릭이 4352억원 많았지만 영업이익은 HD현대일렉트릭이 1085억원 더 컸다. 영업이익률은 LS일렉트릭 11.3%, HD현대일렉트릭 25.1%다. 같은 AI·전력망 투자 확대의 수혜를 받고도 수익성은 두 배 이상 벌어졌다. 어떤 제품을 어느 시장에 공급했는지를 보여주는 ‘제품믹스’의 차이가 먼저 드러난 대목이다. LS, 배전·초고압으로 데이터센터 공략 LS일렉트릭의 강점은 초고압부터 저압까지 이어지는 제품군이다. 데이터센터 내부에는 배전반과 배전기기를 직접 공급하고, 전력 사용 증가로 함께 확충되는 외부 송·변전 인프라에는 초고압변압기와 개폐장치로 대응한다. LS일렉트릭의 글로벌 AI 데이터센터와 반도체 설비투자가 배전사업을 끌어올렸고, 노후 전력망 교체 수요는 초고압변압기 성장을 뒷받침했다. 초고압변압기 매출은 전년 동기보다 91.2% 늘었고, 북미 매출은 약 4000억원으로 지역 기준 분기 최대를 기록했다. 신규 수주는 약 2조1000억원, 수주잔고는 7조원으로 집계됐다. 생산시설 확대도 수주 대응 범위를 넓히고 있다. 지난해 준공한 부산 초고압변압기 2생산동이 안정화 단계에 들어섰고, 미국 유타와 텍사스 생산거점에 대한 투자도 이어지고 있다. LS일렉트릭 관계자는 “생산 효율의 문제라기보다 공장 신·증설로 생산능력이 확대돼 수주에 더 폭넓게 대응할 수 있게 된 것”이라고 했다. 이어 “배전 제품은 데이터센터에 직접 납품되고 초고압 제품은 송·변전 인프라에 공급된다”며 “초고압부터 배전까지 다양한 제품군을 갖춘 만큼 데이터센터와 전력 인프라 투자가 확대되는 과정에서 폭넓게 대응할 수 있다”고 했다. LS일렉트릭의 과제는 넓은 사업 영역을 수익성으로 연결하는 것이다. 초고압변압기와 데이터센터 배전 수주가 늘더라도 자동화와 자회사 등 서로 다른 사업이 연결 실적에 함께 반영된다. 고부가 제품 비중을 높이고 쌓인 수주를 납기 지연 없이 실적으로 전환해야 HD현대일렉트릭과의 이익률 격차를 좁힐 수 있다. HD현대, 북미 변압기 기반에서 패키지로 HD현대일렉트릭은 북미 초고압변압기를 중심으로 한 고부가 전력기기가 실적을 이끌었다. 회사는 북미를 비롯한 해외시장에서 전력변압기 수익성이 높아졌고, 국내 반도체 프로젝트용 배전반을 중심으로 배전기기 채산성도 개선됐다고 설명했다. 전력기기 사업은 고압차단기 해외 판매 확대 등에 힘입어 전년 동기보다 10.7% 성장했다. 배전기기 매출은 2312억원으로 20.2% 늘었다. 2분기 수주는 14억4000만달러, 상반기 누적 수주는 32억3700만달러를 기록했다. 수주잔고는 84억9000만달러로 전년 동기보다 29.6% 증가했다. HD현대일렉트릭은 북미에서 축적한 납품 실적과 고객 관계, 현지 생산 기반을 차별점으로 꼽았다. HD현대일렉트릭 관계자는 “미국 현지 생산거점 운영 경험과 대규모 전력변압기 생산 기반을 바탕으로 신속한 납기 대응과 고객 맞춤형 설계가 가능하다”고 했다. 초고압변압기 중심의 사업구조도 배전기기와 회전기기를 묶는 패키지형 공급으로 넓어지고 있다. 이 관계자는 “데이터센터 고객의 요구가 개별 제품 공급에서 통합솔루션 제공으로 확대되고 있다”며 “전력기기와 배전기기, 회전기기 등 다양한 제품군을 연계한 패키지 공급을 지속해서 확대할 계획”이라고 했다. 미국 앨라배마와 울산에서 진행하는 생산능력 확충은 다음 성장을 위한 기반이다. HD현대일렉트릭은 설비 확대와 함께 공정 표준화·자동화, 데이터 기반 품질관리 체계 고도화를 병행하고 있다. 전문인력 확보와 공급망 관리도 강화해 증설 과정에서도 품질과 납기 경쟁력을 유지한다는 방침이다. 다음 승부는 ‘통합 공급’ 두 회사는 같은 데이터센터와 전력망 시장을 겨냥하지만 출발점은 다르다. LS일렉트릭은 배전반과 배전기기를 데이터센터 내부에 공급하면서 초고압 제품으로 외부 송·변전 인프라까지 공략한다. HD현대일렉트릭은 북미 초고압변압기 시장에서 쌓은 납품 실적과 현지 생산 기반을 토대로 배전기기와 회전기기를 결합한 패키지 공급으로 영역을 넓히고 있다. 결국 LS일렉트릭은 배전에서 초고압으로, HD현대일렉트릭은 초고압에서 배전으로 서로의 영역에 들어가는 구도다. LS일렉트릭에는 제품의 폭을 높은 이익률로 바꾸는 능력이, HD현대일렉트릭에는 변압기 경쟁력을 지키면서 통합솔루션으로 확장하는 능력이 요구된다. 시장 환경은 당분간 양사에 우호적이다. 로이터는 미국 AI 데이터센터 건설로 변압기와 차단기 공급 부족이 심해지면서 일부 대형 변압기의 납기가 수년으로 늘었다고 보도했다. 우드맥킨지는 미국 데이터센터 전력용량이 현재 약 24기가와트(GW)에서 2030년 110GW로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증설은 기회인 동시에 위험이다. 공급 부족기에 늘린 생산능력이 수요 둔화 이후 부담이 될 수 있고, 신규 공장의 품질 안정화와 숙련인력 확보가 계획보다 늦어질 수도 있다. 현재 점수판은 외형에서 LS일렉트릭, 수익성에서 HD현대일렉트릭이 앞선다. 다음 승부는 누가 더 많은 장비를 파느냐보다 데이터센터와 전력망이 요구하는 설비를 제때 하나의 시스템으로 공급하느냐에서 갈릴 전망이다.
2026-08-01 13:00:00